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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 그녀의 일상

그녀의 두 손이 손바닥을 맞잡듯 떠받치고 있다. 손바닥 안에 움푹 패인 화상 자국이 무슨 신주단지라도 된 듯.

상상력이 풍부한 그녀, 가스렌지 위에서 번지는 불길을 눈 앞에서 보는 듯, 황망히 불꽃 위로 내젓는 두 손이 미처 느끼지 못 한 뜨거움을 대신 느끼듯 눈쌀 찌푸러진다. 속 상하고 속 상해서 그 마음 베어져 건너올 것 같은 찌푸린 얼굴, 꾹 다물어지다 못 해 질끈 깨물어지는 입술, 동글게 오무리며 다가온다. 호. 하고 불어줄 듯.

 

" 흉 지면 어떡해. "

" 손바닥인데 뭘. "

 

그예, 입술 다가와 더운 숨결을 떨군다. 살짜기 벌어지며.

저절로 손바닥이 닫아진다. 손목 비틀며 빼내려는 데 그녀, 작은 두 손 와짝 감아잡고 놔주질 않는다.

하아.

이 여자가.

 

" 놔. "

" 싫어. "

 

이 여자가, 상황 판단 못 하네. 안 하는 건가.

그녀의 어깨로 자유를 가지고 있는 다른 한 손이 건너온다. 둥근 어깨, 작고 좁다. 한 손가락만 걸쳐도 다 가려지는.

그녀의 두 손 안에 잡혀있는 한 손에서 힘을 빼며 그 시각, 그녀의 어깨를 타넘는 다른 손에는 힘이 들어간다.  결코 의도한 바 없다. 누가 이런 세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단 말인가. 애드립이 난무하는 예능프로의 작가처럼 사랑의 순간에는 예측이 불허하다.

 

" 그럼, 다른 데선 싫다고 하면 안돼. "

" ... "

 

그녀, 무슨 말이냐고 다시 묻고 싶으면서도 눈을 들지 않는다. 손바닥의 상처에서 시선을 떼지 못 하고, 그에 팔린 정신이 다른 눈치를 채면서도 수습이 안되고 있다. 그런 것이다. 알면서도 거절하지 못 하는. 사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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