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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 노래

바람이 차다. 몹시 가을 타는 그애는 어쩌고 있을까. 진은 피아노 앞에 앉았으나 선뜻 손을 올리지 못했다. 생각이 내달리고 있다, 그애는 지금...

늦은 가을이다. 플라타너스는 온몸을 흔들어 벌거벗은 채 승천무라도 추고싶다는 듯 끊임없이 낙엽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연습실을 나와 사범대 앞의 계단을, 호숫가를 돌아 학생회관 별관이랑 문과대의 뒷담을 살폈으나 그애는 없었다. 집에선 분명히 학교 간다고 나갔는데, 얼굴을 아는 같은 과의 사람들을 만나 물었으나 하루종일 어떤 강의에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워낙 자주 빠지는 지라 별 관심도 없다는 표정의 동기들, 오히려 선배라는 여자들이 더 성실히 답해 주었다.

 

" 동아리실에 있을 것 같은데? 점심도 거의 그쪽 선배들이랑 먹으니까. "

 

단발 머리가 길어져 목과 어깨에 닿을듯 말듯한 여자선배는 얼굴 넓데데하고 눈도 코도 입도 다 커서 시원시원한 느낌이었다. 아, 언젠가 살풀이춤을 추는걸 본 것 같...진은 아는체를 했다. 그애가 어찌나 잘 묘사를 했는지 문과대 풍물패를 하면서 장구는 기본이고 무당춤의 전승자라고.

 

" 그건, 과장이 심하네요. 그냥 동아리에서 하는 수준이에요. "

 

"  예뜨락에 있는 거 아냐? 전에 거기서 같이 막걸리 마셨는데, 나중에 보니 거기서 책 보다가 막 자구 그러던데? "

 

숏컷트의 정말, 자격지심 있을 것처럼 못생긴 다른 선배가 자상하게 일러주었다. 동그마하니 호박모양인데 깨가 많아서 그리 보이나, 선배들 중 가장 생각이 깊고도 선하다. 라고 그애는 각주를 붙여주었었다.

 

" 니넨 파전이라도 놓고 먹었었지, 난 그냥 생두부만 달랑 놓고 먹었다. 것도 설립자 동상 아래에서 커피 마시는 커플들 구경하면서. "

 

중동? 비스무리한 어디쯤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사람인가 싶을 만큼 가무스름한 피부에 큰 눈과 긴 속눈썹을 가진 여자선배가 남자처럼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곱슬곱슬한 머리도 그렇고, 아랍풍인데 아주 섹시미가 넘친다. 고 말하면서 그애가 실눈을 뜨고 미소짓던게 생각났다.

모두들 그애를 사랑하고 아끼는 듯 진에게 친절히 그리고 벌써 안 보인지 며칠 된 것 같다며 걱정스레 함께 행방을 궁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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