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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도한 유통업체 관리감독자 교육

* 이 글은 뻐꾸기님의 [넘버 투] 에 관련된 글입니다.


 

 모 할인매장.  지난 번 방문에서 적절한 상담여건 제공과 관리감독자 교육을 강조한 보람이 있어서 어제는 갔더니 상담장소엔 커다랗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이렇게 써 있고 지점장을 포함한 간부직원 교육이 잡혀 있었다.



  먼저 바뀐 지점장하고 차를 한 잔 했는데 나더러 아침 드라마에 나오는 무슨 탈렌트를 닮았다는 둥 황당한 소리를 하여 짜증이 좀 났다. 화제를 돌릴 겸 칠판에 '성희롱교육'이라고 쓴 것을 잘 못 썼다고 알려주었다. 성희롱 예방 교육이 성희롱 장려 효과를 나타내는 사례가 가끔 있어 경각심을 일깨워주려는 것이었는데 괜히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교육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주의 의무, 유통업에서 근골격계 질환과 직무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 협력업체 보건관리에 대한 지원의 의무....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반응이 없다. 허걱. 관리감독자 교육은 질의응답이 활발하기 마련이다. 이윤을 중심에 놓고 생활하는 그들은  건강을 중심에 놓고 말하는 나에게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고, 중소기업 노동자의 어려운 작업조건을 잘 알기 때문에 인간적인 작업환경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기도 하며 구체적인 개선안을 놓고 논쟁을 하기도 한다. 교육시작전 며칠전 캐셔 하나가 어깨 통증으로 인해 공가를 요청해 예민한 분위기라고 안전관리자가 살짝 이야기를 하길래 뜨거운 논쟁이 벌어질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렇게 반응이 없을 수가.

 

  내 발표가 끝나고 질문을 세 개는 하는 게 예의라고 했더니 질병관리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 2개가 나왔을 뿐이다. 교육시작전에 "모두들 휴대폰을 꺼주세요" 어쩌구 하면서 부산하던 농담 일변도의 지점장은 대표로 질문을 하라고 해도 끝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뭐가 삐그덕 한 것일까?  어쨌든 그들의 의무를 주지시켰다는 성과는 있겠지. 교육이 싱겁게 끝나고 남은 안전관리자와 업무팀장이랑 이야기를 해보니 워낙 생각하지 않았던 이야기라 그런 것 같다. 이 교육으로 그동안 안전관리자가 혼자서 미적거리던 작업전 예방 체조 실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것 같다. 다음엔 파견 노동자 포함해서 전체직원 삼백명 모아놓고 강의하게 해달라고 했더니 업무팀장, 괴로와 한다(그는 나의 학교후배이며 남편의 과 후배임).

 

  홍보에 각별히 신경을 쓴 상담장소는 성공적이었다. 이 회사 정직원들보다는 협력업체, 판매직 파견 노동자 등과의 접촉면이 더 넓어졌다. 어린이 카시트를 진열하는 작업을 하면서 손목이 아픈 파견 노동자, 6시까지 있을 것인지 물어보고 아니라니까 발걸음을 돌려 위식도 역류질환의 관리방법을 자세히 묻는 사람, 건강진단 받은 지 몇 년되었다며 혈압과 혈당 등을 체크해보는 사람......  다음 방문때 이 건물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작업의 유해인자과 건강보호를 위한 권리를 알려준다면 더 호응이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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