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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반쯤 전에 그 회사 복도를 지나가는데 그가 쫓아와서 물었다.
"혹시 ** 대학 나오지 않으셨어요?"
"그런데요?" 낯익은 얼굴은 아니다.
"뻐꾸기 누나 아니세요?" 그의 얼굴에 반가움과 그리움이 스쳤다.
그에게 나는 신입생일 때 가끔 술도 한 잔 마셨던 과 학생장의 여자친구였는데 그 때 다들 뻐꾸기라고 불렀기 때문에 그가 내 이름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자세히 보니 열 아홉살때의 모습이 살짝 남아있다. 살다보니 이렇게 만나기도 하는구나. 이제 나는 그가 다니는 회사의 담당 의사이고, 그는 해당부서의 팀장이다.
그 뒤로 밥 한 번 산다더니 오늘 아침에 방문했던 사업장에서 전화를 받았다. 점심은 거기 와서 같이 먹자고. 밥먹으면서 들어보니 그가 이 회사의 넘버 투였다. 사실 나는 처음 그를 만났을 때는 '우리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동안 그를 염두에 두고 기대를 걸었던 사소한 권고사항들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고 사업장 보건관리에 별다른 진전이 없어서 좀 실망했다. 그가 사업주의 의무를 주지시켜야 할 평범한 관리자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밥을 먹으면서 옛 추억대신 그가 속한 재벌기업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얼마나 쥐어짜는가, 기업들이 허술한 산업안전보건법을 무시하는 결과는 어떠한가 등등에 대해서 좀 오버해서 떠들었다.
오늘도 업무보고서에 그동안 했던 이야기들을 반복해서 적고 나왔다. 다음번엔 토요일 오후 2시에 하는 정기간부회의에서 사업주/관리자의 안전보건상의 의무와 이 회사의 보건관리 방향에 대해서 브리핑하겠다는 제안이 추가되었다. 우리 간호사에게 주말 오버타임을 요구한 셈이다. 그러면 그 집 아이는 우리 집에 맡겨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이 착해서 일이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다. 그래도 바라게 되는 걸.
* 이글은 공장의사일기 가운데 하나인 유통업의 보건관리 에 관련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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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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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자꾸 바라게 되죠...mari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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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그럼 안되는데 싶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어리석은 기대를 하게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