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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눈물

#1.  그래도 웃을 수는 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직원식당에서 아주머니가  50인명에 대해 배식하는 작업을 혼자서 24시간 맞교대로 하고 있었다. 우리를 만나자 마자 혈액검사를 해야 하는데 금식을 못했다고 아쉬워하며 담당자가 사전에 공지를 하지 않은 것을 원망했다. 그리 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다음에 하시라고 했더니 못내 서운한 눈치이다.



어깨가 아프다고 한다. 조리노동자들이 어디가 어떻게 왜 아픈지는 뻔하다.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근육뭉친 것을 푸는 체조그림을 주고  다음에 한 번 더 보자고 할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갔으나 그 유혹을 이겨내고  간단한 진찰과 설명을 한 뒤에 작업장(부엌)을 함께 보러 갔다.

 

진단 : 어깨의 극하근의 근막통증후군 

원인과 대책 :  지나치게 높은 밥통에서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50인분을 공기에 퍼담는다

 

   대책1 - 밥통 위치 낮추기

   대책2 - 배식시 각자 밥을 퍼담도록 함(회사에서는 반드시 아주머니가 퍼주도록 하고 있는 데 그 이유는 잔반이 너무 많이 남기 때문임. 이는 지속적인 계몽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함)

 

  아주머니는 '그러면 좋은데......근데 회사에서 그렇게 못하게 해. 각자 밥을 퍼서 먹을 수 있도록 회사에 이야기좀 잘 해줘요" 하면서 웃었다.

 

* 담당자에 이 작업개선을 권고함 - 처음에는 뭐 그런 걸 바꾸어야 하느냐고 했다가 집요하게 설명하여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들음.

 

 

#2. 그저 듣기만 할 뿐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당뇨병을 진단받고 꾸준히 투약중인데 혈당관리가 잘 안되는 아주머니가 있어 상담을 요청했다.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생활습관이 불규칙해서 그런건가? 갸우뚱 하다가 아주머니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니 얼굴에 답이 써 있다.  좀 기다리시라고 하고 다른 사람들 상담을 다 마치고 나서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품고만 있어도 혈당조절이 잘 안되는 것'이라고 했더니 아주머니가 눈물을 뚝뚝 흘린다. 사람 그림자만 보아도 속이 울렁울렁하고 몇번인가는 억울함에 실신하기도 했다며 털어놓은 이야기.

 

  시집오자마자 모신 홀 시아버지의 폭언과 학대, 그리고  이제는 44살의 노총각에 알콜중독인 시동생의 주기적인 행패에 시달린 지가 이십년이 넘었다고 한다.  남편이 신경쓸까봐 혼자서 쉬쉬하며 감당했다고 한다. 더 참을 수가 없어 몇번 쓰러지고 난뒤에야 자세한 내막을 알았다는 남편은 자기는 차마 식구를 버릴 수 없으니 혼자라도 성장해서 도시에 나가 있는 자식들있는 곳으로 도망가서 잘 살라고 했단다. 그냥 있다가는 미칠 것 같아서 직장에 나오게 되었고 12시간 맞교대라도 일하는 동안은 그 사람들 얼굴을 안 보니 살 것 같다고 한다.

 

  천안에 오자마자 작업자들한테 산재신청법을 알려주었다는 이유로 짤렸던 사업장에서 만났던 한 아주머니가 생각났다. 간기능이 너무 안 좋아서 자세히 물어보았더니 하루에 소주 한 두컵씩을 마신단다.  부엌에서 쌀 씻다가 반찬하다가 혼자서 마시는 것이다.  감마지티피가 오백이 넘었다. 돈벌러 나가면 일년에 한 두번 집에 오는 건설노동자 남편, 때마다 밥챙겨주어야 하는 홀 시아버지, 올망졸망 엄마만 쳐다보고 있는 자식들. 그렇게 살아온지가 몇년이란다. 그 아주머니는 아직도 소주를 벌컥 벌컥 마시고 있을까?

 

  생각해보니 혈당이 사백이 넘는데도 시어머니 간병하느라고 병원 갈 시간이 없다던 아주머니도 있었다. 고정적으로 야간에만 일을 하고 주간에는 시모를 돌본다는 말을 듣고 지금 아주머니의 건강문제가 더 급하다고 설명을 하자 '죽기야 하겠냐, 더 산다고 별 뾰족한 수가 있냐'고 했었다. 그래도 자식들 생각해서 치료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했었다. 병원은 다닌다고 했는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그 회사는 불이 나서 몇달간 당분간 방문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알 길이 없다.

 

  어쩌면 그렇게 억울한 여자들이 많은 지. 그 여자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비슷비슷하고 해결 전망이 없는지.......하다못해  친구들과 함께 가까운데 노래방이라도가는 게 조심스러운 시골 아주머니들은 억울함을 해소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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