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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

  일년동안 함께 일했던 그녀가 둘째 아이를 낳고 집에 있다.

오늘 갔었던 사업장에서 그녀가 꼼꼼하게 정리해놓은 건강상담 화일을 들여다 보는데 그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진다. 



 계약직인 그녀가 맡은 사업장은 하나같이 열악하고 황당한 곳이어서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했었다. 사업장에서 소신껏 할말은 다 하고 다니면서도 인기짱인 모습을 보고 그 비결이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까지 악착떨지 말라고 잔소리아닌 잔소리도 하게 되었다. 

 

  그녀와 함께 최저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할머니들을 쥐어짜는 세탁업체에 갔을 때 일본인 이사를 앞에 두고 " 너네 그러면 안된다" 이야기 하고 나오면서 서로 후련해서 웃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나서 우리 병원이 그 사업장에서 짤리는 과정에서 그녀는 엄청난 마음고생을 겪었지. 일은 내가 저질렀는데 불똥이 거기로 튀어서 어찌나 미안했던지.......

 

  그녀는  배가 남산만하게 불러서 짧은 팔이 운전대에 잘 안 닿는다고 하면서도 마지막 사업장 방문까지 마치고 아기를 낳으러 들어갔다.  친정엄마 힘들다고 산후조리도 변변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에구에구 제발 좀 편하게 살아라' 잔소리하러 한 번 가긴 가야겠는데 몸을 좀 추스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며칠 전 우리 과 홈페이지에 로그인 한 것을 보고 반가와 에구 아이 낳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델 들어오냐 구박하려고  채팅신청했는데 연결이 안되었다. 혹시 여기에 한 번 들를 지도 모르니 한마디 하면, " 버섯 아줌마, 다들 당신이 보고 싶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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