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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친 날

* 이 글은 뻐꾸기님의 [노동자들에게 검진휴가를 허하라] 에 약간 관련된 글입니다. 

어제 사업장 나가기 싫다고 했더니 오후 일정이 취소되었다. 아침에는 굳이 갈 필요없는 곳에 다녀왔다. 대기업의 물류센터인데 사무직이 20명 남짓, 하청업체에 생산직이 30명정도 있는 곳인데



최근에 업종의 변화가 있어 조만간 하청업체가 문을 닫을 예정이다. 고로 우리가 가도 할 일이 없다. 그래서 해지하자고 몇번이나 꼬셔도 말을 듣지 않는다. 같은 대기업 소속 직원들의 건강관리에 형평성의 문제가 있으면 안되기 때문이란다. 오늘도 가서 시시껄렁한 상담 서너 건 하고 돌아왔다. 그 놈의 형평성은 하청업체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담당 간호사가 최근 두 달 동안 하청업체에 들르지 않았다고 해서 사장이랑 곧 일자리를 잃을 노동자들의 혈압이 올랐을 까 걱정도 되고 마지막이 될 지 모르니 인사나 하려고 들렀더니 자리에 없다. 두 달전 기록을 보니 암검진 안내를 한 뒤로 한 명만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왜 수검률이 낮은 지 궁금하지만 알 길이 없다. 담당 간호사는 그 사무실에 발길이 잘 안 간다고 했다. 그 사장 성질이 불같고 우리 간호사를 엄청 무시했기 때문에 상처받아서 그렇다고 하니 딱히 나무라기가 어렵다. 거긴 우리가 법적인 책임이 있는 건 아니고 같은 작업장내의 노동자들을 나몰라라 하기가 어려워 도의상 다녔던 곳이니.  

 

  오후에 취소된 사업장은 보건관리 계약한지 얼마 안되어 내가 처음 가보는 곳이라 작업장 순회점검을 하겠다고 했더니 취소되었다.  얼마전부터 작업환경측정결과가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우리 측정팀과 옥신각신하고 있는 곳이라 회사측이 부담을 많이 느끼는 모양이다. 그 회사는 돈을 많이 버는 데 작업환경이 엉망이라 작년 특수검진을 할 때 우리 검진의사의 분노를 샀던 곳이다. 그래서 그 뒤로 작업환경을 재 측정했고 아직까지 결말이 나지 않는 복잡한 문제들이 있다. 결국 우리 측정팀에 상당한 매출을 올려주던 그 사업장은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 무서운 건 우리 수입이 줄어드는 게 아니고 그렇게 측정기관이 바뀌면 문제가 계속 은폐된다는 것이다.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기대이긴 하지만 혹시 모른다. 이혼하고 나면 두번째 결혼은 실패안하려고 좀 더 노력하듯이 바꾸고 나서 작업환경개선을 할 지. ㅋㅋㅋ

 

결국 오늘은 공친 날이다.

덕분에 미루어 두었던 정신노동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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