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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갔던 사업장은 현장에는 회사소속 노동자가 약 15명, 두 개의 외주업체게 각 열명씩인데 관리직은 꽤 많은 곳이다. 갈 때마다 혈압높고 혈당조절안되고 간기능 나쁜 관리직 대상 건강상담이 줄을 잇는 곳. 오늘 아침에는 사장부터 시작해서 무슨무슨 이사, 무슨 과장.... 줄줄이 와서 검사를 하고 상담을 하는데 어떤 이는 아직도 술냄새가 난다.
직함과 이름을 새겨넣은 검푸른 색 잠바를 입고 사무실에 앉아 있는 사십대 중반 남자들의 건강상담 태도는 불량하기 짝이 없다. 온갖 술자리에서 들은 몸에 좋다는 무엇무엇에 대한 시시껄렁한 질문들과 건강에 대한 지나친 염려와는 달리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꿀줄 모르는 자기중심적인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막상 상담이 시작되면 측은지심이 조금은 발동한다. 그들은 흔히 주말부부이며 일주일 내내 원청에 영업하느라 전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피곤에 쩔어 있다가 집에 가면 돈벌어오는 기계취급을 받는다. 겉으로는 큰소리치지만 그 내면은 황량하기 그지 없다.
왁자지껄 그 무리들이 빠져나가고 나서 아까부터 나를 보고 웃는 낯익은 얼굴을 찾았다. 그녀는 이제 막 사십대에 진입한 과장으로 이 회사의 전임 사장 딸이기도 하다. 이 집안은 모두 고혈압인데 아버지는 어머니가 챙겨주시기 때문에 꼬박꼬박 혈압약을 챙겨먹는다. 딸은 좀 괄괄한 성격이지만 지나치게 낙천적이라 그런지 십년전 진단받은 고혈압에 대해서 치료하지 않고 지낸다.
내가 몇 번 병원에 보냈건만 어떤 때는 바빠서, 어떤 때는 약을 먹어보니 두통이 심해서... 약 안 먹는 이유도 많다. 지난 삼년간 일년에 한두번씩 그녀를 만나서 알게된 치료하지 않는 핵심적인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집에서 혈압을 재면 정상이다. 그래서 정말 고혈압인가에 의문이 있다. 둘째 그녀는 정말 바쁘다. 주중에는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일하고 회사 기숙사에서 잔다. 주말에는 할머니가 길러주는 두 아이와 함께 지내야 한다.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다. 세째, 결정적으로 승용차가 없다. 천안은 대중교통이 나빠서 차가 없으면 움직이기 힘들고 외딴 곳에 있는 공장의 기숙사에서 사는 사람들은 병원가기도 힘들다.
오늘은 두 일중독 아줌마가 만나서 깊은 수다를 떨었다. 아줌마들은 아프면 돌보아줄 사람도 없고 그러면 새끼들만 불쌍하니 새끼들 생각해서라도 몸조심하자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잘 웃는 성격이다. 그리고 이제 승용차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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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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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글을 읽을 때마다 <노동 중독>을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 주변도 그런데, 정말 너무들 열심히 일해요.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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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해는 중독에서 벗어난다더디만...!! 그 중독도 의지로만은 안되는것 같은데 치료해서라도 벗어나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