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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냄새

진철.님의 [도대체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하는 일일까.] 에 어느 정도 관련된 글인지는 모르지만 진철선생 힘내라고 쓴다.  

  얼마전 어느 작업장에서 50대 뇌성마비 장애인 독신 남성 노동자를 만났는데 고혈압치료를 안 하고 있더군요. 작년 검진에서 혈압이 높아서 우리 간호사가 상담하고 병원에 보낸 뒤 한 두달 약을 먹다가 중단했는데 간호사가 교체되는 바람에 수개월동안 방치된 상태였다. 옆에 있던 그 회사 안전관리자가 '아저씨는 밥을 안 먹고 술만 마시는 게 문제예요, 밥 좀 드세요, 그래야 장가도 가지, 이 형님은 장가가야 낫는 병이니까 선생님이 중매 좀 서 주세요'하니까 실실 웃기만 합니다.



 일하다가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에게서 땀냄새가 나는 일은 흔한 것이지만 그건 종류가 다른 것이었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아주 오랜기간 비인간적인 생활을 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그런 냄새였다.

 

  웬만한 냄새는 이력이 났지만 그 날 따라 참기가 어려웠다. 

'약을 꼭 먹어야 한다, 술 자꾸 마시면 쓰러지면 누가 돌봐줄 사람도 없으니 조금만 마셔라'고 잔소리조로 크게 말하고 보냈다.

 

 아저씨가 나가고 나니 평소 마음 따뜻한 안전관리자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동생이 있긴 해요. 가끔 동생이 오긴 하는데 거기도 살기가 퍽퍽한 모양인지......저렇게 술에 쩔어서 사는 걸 말리기도 뭣해요. 다른 낙이 있어야죠"

 

뻐꾸기, "저러다 쓰러지면 더 불쌍해지니 안전관리자 선생님이 고혈압 치료는 잘 받도록 도와주어야겠어요. 선생님이라도 병원에  데리고 가셔야 겠네요. 계속 데리고 다닐 수는 없으니 매달 의사한테 편지를 받아오라고 시키던가, 목구멍이 포도청인 것은 알테니 그렇게 하면 효과가 있을 것 같군요" 이렇게 말하면서 심란했다.

 

'좀 상냥하게 대해줄껄, 붙들고 길게 알아듣도록 설명해도 어려운데 말이야, 아니, 정말 참을 수 없는 냄새였어, 그리고 지금 그 사람이 혈압약이 문제겠어?, 아니, 그러니까 어쩌다 만난 의사가 관심을 가지고 격려해주는 게 더 중요한 거잖아, 뻐꾸기, 너 착한 척은 있는대로 하더니 그까짓 냄새를 못 참고 그렇게 보내는 것을 보면 너야 말로 냄새나는 속물이야'

 

그런 냄새를 맡으면 힘이 쫘악 빠진다.

정말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어떤 이유에서든 의사소통도 어렵고 나눌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느낄 때......그럴 땐 일단 무엇이라도 해 보는 수 밖에 없지. 뭘 해 보고 후회라도 해 봐야 뭘 해야 할 지 생각이 나니까.   

 

진철선생!

일단 그 상황에서 가능한 것은 다 처방해봅시다.

처방목록에서 '격려'를 잊지 알아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하자면,

"진철선생, 당신은 좋은 의사야. 난 냄새 못 참는데 당신은 참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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