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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특검 대상 선정의 어려움

  뭔가가 찜찜한 느낌이 드는 회사로 이동하여 두 번째 검진을 했다.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은 내가 작업장 파악이 잘 안되는 곳이다. 파악이 잘 안되는 이유중 하나는 작업자 이동이 많아서 그렇다. 대개 처우가 매우 나쁜 곳이 사람 이동이 많으니 이런 곳의 보건관리란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 하여간......



  처음엔 그럴 수도 있지 하다가도 두 번째 되면 좀 짜증이 난다. 세 번째 누락자에게 다시 검사하라고 했더니 했는데 왜 또 하라고 하냐고 묻는다. 그건 회화영역대 일반 검사이고 소음에 노출되는 사람은 고주파영역 청력도 검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는데도 꼭 검사해야 하냐고 묻는다.


 하루에 백 명씩 검진하면서 이런 질문에 반복설명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짜증이 난다. 검진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열심히 하는데 문제가 생기면 이해하고 넘어가게 되지만 열심히 하는데 반복해서 같은 문제가 생기면 열심히 하는 거 맞나 의심이 생긴다. 그래도 몰라서 그럴 것이다 생각하고 가르친다. 가르쳐 주어도 고치지 않으면 더 이상 말하기 싫어진다.


  ‘아니지, 검진팀에 대해서 따뜻하고 이해심 많은 태도를 갖기로 했잖아’ 하고 마음을 바꾸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사출작업자들이 집단적으로 누락된 것 같다. 사출작업에서 일부 공정이 작업환경측정에서 소음이 80데시벨 이하로 나왔을 지도 모른다. 법상 이러이러한 공정 + 기타 85데시벨이 넘는 공정 근무자들이 소음 특검 대상자인데 작업물량이 들쭉날쭉한 중소기업에서는 이 규정이 딱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사출작업은 보통 근무시간이 12시간이고  동종업종에서 십년이상 일하는 사람이 많으며 간헐적인 충격음이 동반된 소음 노출이라는 특성이 있으므로 특수검진이 필요하다. 그래서 몇 명은 다시 청력검사를 하도록 보냈다.

 

  검진끝나고 정선생이랑 담당 간호사 불러서 경위 파악을 하고 나서 이 공정에 소음 특검이 필요한 이유를 조근조근 설명하고 나서 담당 간호사한테 큰 소리를 냈다. “당신이 보건관리자면 특검대상이 제대로 잡혔는지 한 번 더 확인해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럴 땐 야단을 쳐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래놓고 나니 마음 저 한 귀퉁이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남한테 가르친답시고 상처주지 말고 살기로 했잖아” 

 

 새로 입사한 사람도 많고 귀마개 안 끼는 사람이 많아서 일일이 교육자료 나누어주면서 설명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귀마개 나누어주긴 하나요?”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안 준단다. 내가 관리자한테 이야기 할 테니 받는 대로 꼭 착용하라고 당부했다.

 

 이 회사의 분쇄공정에서 소음이 노출기준을 초과했는데도 현장에 귀마개도 안 나누어준다는 게 신기하다. 회사도 생긴 지 얼마 안되고 담당 간호사가 경력이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가 뭔가 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담당 간호사한테 물어보니 사측 담당자에게 귀마개 지급여부를 계속 점검하고 있단다.  “다음 방문 때 담당자랑 같이 현장에 가서 귀마개 어디있는지 찾아보고 작업자들한테 어떻게 착용하는 지 보여주어라. 중소기업 총무과 말단직원인 그녀가 해야 할 수 백가지 일중에 귀마개 나누어주는 일이 얼마나 우선순위가 떨어질 것인지 생각 좀 해 봐라.”  

  모친이 위암과 골수암 진단받은 남자가 폐암이 걱정된다 하길래 엑스레이로는 조기발견이 안 되니 금연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하는데 오늘 엑스레이가 고장이라서 검사 못 했단다. 안 그래도 소음 특검 누락 때문에 짜증이 나 있는데 그러면 나한테 이야기를 좀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왕 짜증난다.

 

 “뻐꾸기, 자꾸 짜증내지 마라. 네가 이 문제로부터 해방되는 길은 직원들 교육을 꾸준히 하는 것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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