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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본 일 해보기

    대외활동을 가급적 안 하려고 하는 이유는 대부분 영양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다니다보면 듣는 이야기가 많아지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아는데 도움은 되지만 지리한 회의끝에 뻔한 결론에 일조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평의원을 하라는 연락이 왔을 때  좀 의아했지만 수락했고, 학회 학술위원을 해 보라고 전화가 왔을 때, 해보마 했던 것도 안 해본 일은 한 번 해보고 생각한다는 평소의 생각때문이었다.  평의회에 가보고 나서 산업의학에 대해 정식 수련을 받은 사람으로서 약간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학술위원회 회의는 아파서 참석 못한 것을 빼고 꼬박 꼬박 참여했고, 이메일로 의견을 주고 받을 때도 생각을 많이 해보고 의견을 냈다.  이름값은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이번 추계학회 심포지움 한 꼭지를 기획하라는 명을 받자와,  잘 해보겠다고 여기 저기 연락해서 의견을 수렴해서 안을 냈는데, 결국 반만 통과되었다.  그 과정에서 기분이 안 상할 수가 없었다.  고작 한시간짜리이지만 정책에 관한 심포지움이라 그런지  내가 추천한 연자들말고 다른 사람을 넣자고 한다.  전화통에 대고 비슷한 의견만 들을 바에야 뭐하러 심포지움씩이나 하냐고 목소리를 높힌 결과   겨우 좌우의 비율을 반으로 맞추었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이야기할 사람들을 이야기하게 하는 게 이렇게 복잡하고 힘든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좀 마음이 가라앉는다. 

 

    한편, 이번 학회의 조찬세미나 연자를 추천하라기에 자천을 해서 통과되었다.  제목은 <성인지적 관점에서 본 환경과 산업보건> 인데,  학회에서 이런 주제로 한시간씩이나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한 두번의 발표로 성인지적 관점이 확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무 말 없는 것 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일을 벌였다.  어렵게 얻은 기회인데, 잘 해야 할텐데....벌써부터 좀 부담이 된다.

 

   올해는 직업영역에서 안 해 본 것을 여러가지 해 본다.  실무에 지쳐서 괜히 나섰다고 후회할 때도 있지만,  기운을 너무 빼지 않는 선에서 주어진 일은 하면서 그냥 이렇게 살아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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