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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고 머리아프다.

  깜빡 하고 있다가 아침에 전화받고 헐레벌떡 달려간 사업장. 작년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연기된 일정이다. 지난 가을에 했던 특수건강진단 결과를 들고 가서 건강상담 몇 건하고 나서 산업위생사와 작업장 순회점검을 했다. 페인트, 신나, MDI... 다양한 화학물질을 물질안전보건자료도, 작업자 교육도, 호흡보호구 착용도 없이 쓰고 있다. 30명 남짓 규모로 시작해서 갑자기 100인 이상 기업으로 성장해서 그런지 관리파트가 영 엉망이고 대부분이 입사 일년이내인 작업자들도 이동이 많아 어수선하다.

 



 오늘은 가운을 안 가지고 갔다. 그랬더니 현장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나를 뚫어지게 보았다. 한참 갸우뚱 거리더니 웃으며 아는 체를 한다. " 한 달에 한 번 온다더니 왜 안 오는겨?" 지난 번 검진때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 간호사 방문은 한 달에 한번, 의사방문은 일년에 네번이라고 설명. 어디 아프신데는 없냐 물었더니 저어기 조립부서에 가면 손목에 혹이 튀어나온 사람 있다고 알려준다. 가보니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전자제품조립할 때 생긴 건데 여기와서 좋아졌다고 한다. 다행이다.

 

 도장부서에 갔더니 어떤 총각이 이것 저것 묻는다. 입사한 지 한 달된 기사인데 부서의 실질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어제 인터넷으로 도장 스프레이 작업에서 어떤 호흡보호구를 써야 하는 지 검색해보았단다. 끙 노력은 가상한데 관리책임자 수준이 이 정도면 괴롭다. 화학물질 관리 일반에 대해 차근차근 알려주고  급하게 해야 할 일을 일러주었다.

 

 핸들 검사작업자들에게 어깨나 손목은 좀 어떻냐고 하니, " 아무래도 반복작업을 하니 아플 수 밖에 없죠"하는 답이 돌아왔다. 어깨부담작업과 손목부담작업이 나란히 있는데 일단 작업을 바꾸어서 해 보고 있단다. 허걱. 어찌 그리 잘 아실까? 알고보니 얼마전 우리 간호사가 와서 근골격계 예방교육을 쎄게 했단다. ㅋㅋㅋ

 

 오늘은 한 곳만 가면 되기에 현장을 꼼꼼하게 돌아보고  대화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랬더니 숨막히고 머리가 아프다. 지독한 유기화합물 냄새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우리병원 다음주 특수건강진단 대상자 명단에 우리 과 직원들은 다 들어가 있는데 나와 노과장만 빠졌네. 안되겠다. 나도 다음 주에 신경행동검사도 하고 폐기능 검사도 하고 순음청력검사도 해야겠다. 

 

 한편 해결 안된 많은 일들을 두고 가려니 좀 더 열심히 할 껄 하는 후회가 아니 들 수 없다. 그러나 이 작업장의 문제들은 나보다 뚝심있는 후임자가 잘 해결해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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