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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9

뻐꾸기님의 [마을의 좋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다짐] 에 관련된 글.

 

가끔씩 전에 있었던 일을 찾아보기 위해 이 블로그에 썼던 글을 뒤적여 볼 때가 있다. 그러다 언젠가 마음이 많이 상한 날 쓴 글을 읽어보았고 트랙백을 걸어본다. 오늘도 마음이 좀 불편한 날이거든.

 

어제 오늘 건설업 종사자들의 작업환경과 건강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할 일이 있었고, 좀 심란했다.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일을 하겠다고 직업환경의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한 것은 1996년 여름이었고, 1997년 3월에 전공의수련을 받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따지면 이십년이 지났다.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날 그날의 일들을 하다보니 지난 세월이다. 그 세월동안 변한 것은 무엇이고, 여전한 것은 무엇일까?

 

노동자들의 어려운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다보면 내 마음까지 힘들어질 때가 있다. 어떻게 그런 환경에서 일을 했을까 싶을 때도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내 마음을 짓누르기도 한다. 그래서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으면 잊고 거리를 두려고 한다. 동종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면 너는 어떻게 마음을 관리하느냐 물어보는데, 비슷하게들 사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가끔 직업병 진단이나 심의를 할 때는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에 무감각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얼마전 납중독 환자의 기자회견 기사를 읽으면서 노동자를 위한 의사라고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제도를 도입한지 20년이 되었는데, 이런 일이 아직도 일어난다는 게 놀랍지 않은 현실이 괴롭게 느껴지고,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이보다 더한 일이 있을 것이라는 걸 떠올리니 더 마음이 무겁다.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389334#cb 

 

이런 문제들은 전반적인 노동조건의 개선 없이 '근로자 건강진단 및 사후관리'제도를 이리 저리 뜯어 고친다고 고쳐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 전반적인 노동조건의 개선의 속도가 너무 느리니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으로서 직업병 예방을 위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산업보건제도를 개선할 기회이니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자는 연락이 늘었다.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주춤하게 된다.  무엇인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모이고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 대해서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마음을 다치기 싫어서 그런 것 같다.  다른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들도 많은데 자꾸 일이 쌓여가니까 그렇기도 하다. 

 

그래도 약속을 잡는다.  일월에는 만나자는 사람들도 많고 회의도 행사도 많다. 우리 산업보건제도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서 함께 의논하고 변화를 만들어가자고.  그 분들의 진심을 믿기에 시간을 낸다. 설혹 구체적인 성과가 없더라도. 긴 세월 노동자건강을 지키는 일을 묵묵히 해온 동료의사들과 술 한 잔 기울이는 일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블로그를 쳐다보면서 마음 사이 사이에 낀 먼지를 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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