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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도 일할 수 밖에 없는 사회에서 질병을 가진 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을까? 며칠전 채용신체검사를 받으러온 77세 남자에게 어디에 취업 예정이냐 물어보니 경비직이라 하여 말렸다. 2007년 타 병원에서 협심증으로 스텐트를 2개 심었고, 2017년 4월 호흡곤란으로 본원 응급실을 방문해서 순환기내과에서 상세불명 심부전, 신장내과에서 만성 신부전을 진단받고 한 달에 한 번 본원을 방문하면서 치료중인 분이었다. 현재도 흉통이 있으나 정밀검사를 거절하고 약만 타서 증상을 관리하는 상황이다. 야간경비일은 절대 하시면 안된다고 말하는데 허허 웃으면서 알았다하시는데 취직만 되면 하실 것 같다.
채용검진은 임의검진이고, 채용을 위해 당사자가 돈을 내서 사업주에게 결과서를 제출하고 채용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통상 공무원 신체검사규정에 의해 판단하고, 즉 사무작업에 준해서 평가하고, 결과서를 합격, 불합격, 판정보류로 표시하게 되어 있다. '판정보류'로 나가고 사유는 '현재 질병을 철저하게 관리한 후에 재평가 필요'라고 적었다. 면담에서 반드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던 모습이 기억이 나서 담당 간호사를 불러서 잘 설명해주라고 했다. 담당간호사는 한숨을 쉬면서 '절실해보였어요' 한다. 사회사업과에 가서 이 분의 현재 건강상태로 받을 수 있는 복지혜택은 없는 지 알아보고 알려달라 했다. (오늘 검진판정을 마치고 검색해보니 국민연금법에 의한 장애인연금 대상은 맞고,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연금및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수당 지급 대상인지는 더 확인해보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또 알게 된 것은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이 모든 것에 해당이 되더라도 최저생계비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
이직한 뒤로 고령 수검자를 예전 보다 더 자주 만난다.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많게 하게 된다. 시골에 혼자사는 모친에 대해 마음이 쓰여서 그렇기도 하고, 나도 나이가 드니까 더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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