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6/05

아리랑 뺀 마이그런트들의 축제를!

  • 등록일
    2006/05/29 23:00
  • 수정일
    2006/05/29 23:00

물론 어떤 기대를 가지고 간 것은 아니었다.

약 3주 전에 다시 한국에 돌아온 J와 만나서 수다떨기 좋은 장소를 물색하던 중,

그 친구도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있던 차에, 마이그런트 아리랑엘 가자고 했던 것이다.

행사가 열리는 올림픽 공원은 여기저기 부스들이 줄지어 서 있고 북적거리는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각국의 부스에는 전통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의 모습과 악기들, 전시물들이 전시되어 있고, 나라별 부스를 지나니 법무부와 문화부의 부스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 해 마이그런트 아리랑은 수년동안을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온 이주활동가들의 목소리는 완전히 배제되고, 관 냄새가 물씬 풍기는 상당히 고압적인 행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몇몇 이주활동가들은 벽에 몰래 "강제추방 반대"나 "우리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등등의 구호등을 적어넣기도 하고, 주최측과 정부의 눈치를 보아가며 구석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

속추방 반대 서명을 받으며 전단지를 돌리기도 했지만,

행사를 보는 내내 치밀어오르는 울분을 삭히며 그들만의 잔치를 구경해야 했다.

 

올해 마이그런트 아리랑은 작년에 비해 더 노골적으로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인이 되라"고 강요하고 있다.

한복은 언제나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다. 얼굴이 뚫린 인형에 이주노동자가 뒤에서 올라 서면, 한복을 입은 이주노동자 인형이 된다. 스피커에서는 한국을 홍보하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윤도현인지 누군지가 부른 월드컵 노래도 나온다.  

문화의 다양성은 전시되어 있는 옷가지와 음식들로 간단히 대체된다. 

이런 문화들을 숨긴채 한국 노래를 부르고 김치를 먹고, 한복을 입고, 한국을 사랑한다며 가끔 아첨도 해주어야 하는 것이 이주인들의 현실이다.

모골이 송연하다. "우리는 너희들을 사랑하니까, 제발 여기서 일하게 해줘!" 하며 애원하라고 강요한다. 이건 그야말로 주인이 노예에게 힘을 보여주는 가장 야비한 방식이다.

 

이번 마이그런트 아리랑에서 나를 더욱 아연실색케 했던 것은,

"코리아 드림, 디딤돌이 되겠습니다!"라고 프랭카드를 내걸어 놓고,

가짜 여권과 진짜 여권을 식별하는 법을 가르치는 법무부 부스였다.

한국인이 되라며, 한국인이 되지 못하면 시늉이라도 하라며, 한국 문화에 동화될 것을 요구하는 정부가 정작 이주노동자의 법적 지위를 보장못하겠단다.  한국인이 되라고 하고서는 진짜 한국 시민으로서의 지위는 주지 않겠다고 한다. 시민의 지위는 커녕 제대로된 노동자의 지위도 못주겠단다. 그저 3년 정해진 공장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고 나가란다. 우리가 필요한 만큼만, 우리가 정해놓은 기간만큼만 너희들은 일해주면 된단다. 더 일하고 싶어도 이 땅에 아예 뿌리 박을 까봐 안 된단다. 너희들의 정주화는 단일민족인 우리의 피를 흐리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단다.

 

이런 조건속에서 정부가 어떻게 디딤돌이 되겠다는 것인가? 그 디딤돌에 올라가다 아래로 떨어지면 꿈이 깨져버린다는 것일까? 얼마전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출입국의 추격을 피해 3층 건물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처럼...

 

솔직히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정부는 그렇다고 쳐도 이주노동자 센터들이나 외노협쪽 활동가들이 이런 행사를 정부 눈치보며 주도하는 이유를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문화적 다양성과 이주노동자들의 존재를 보다 널리 알리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 걸까? 권력에 기대는 척 하며 권력을 이용해야한다는 그 흔한 구실과 변명에서 일까? 우리의 힘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에서라도 돈을 받아 뭔가 크고 근사한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엘리뜨들이 가진 그런 외양과 사이즈에 대한 강박일까? 아니면 권력을 향한 의지인가? 아니면 단순한 매너리즘인가?

 

어차피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그렇게 많이 불러모을만큼 동원력이 없다.

그래서 각종 단체와 센터에 프로젝트들을 맡기는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을 아예 맡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조건을 붙이는 것만으로 약간의 탈주를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법무부의 부스는 차리지 않는다는 조건,

축제가 열리는 그 주 동안에는 단속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

한국문화를 배제하겠다는 조건,

보다 자유롭게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게 해준다는 조건 등등.

지금의 마이그런트 아리랑은 그저 관의 시녀역할을 할뿐이다.

 

약간의 탈주가 시시하다면 그냥 저항하면 된다.

행사장 앞에서, 법무부 부스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자.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무시하는 마이그런트 아리랑을 당장 중단하라."

"한국인의, 한국인을 위한, 한국인에 의한 마이그런트 아리랑"

"단속추방을 즉각 중단하라" "아리랑 뺀 마이그런트의 축제를 준비하자" 등등

무수히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이번 행사에서 이런 시위를 친구들과 하지 못한 것이 정말 안타깝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내 16대 조상은 한명일까, 두명일까, 그 이상일까?

  • 등록일
    2006/05/27 22:17
  • 수정일
    2006/05/27 22:17

질문에 먼저 답해보시길...

 



일본어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질문했다.

 

"사람들이 때론, '내 16대 조상은 엄청나게 높은 관직을 지낸 조선시대의 아무개였다'라고 자랑하며 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다른 친구가 "아니, 그런 말이 성립이 되나? 16대 조상이 어디 하나냐?" 하며 문제제기에 대해 반문했다.

 

"내 부보는 어머니, 아버지 두명이니까, 그 두명의 부모는 4명이 되지, 그 4명의 부모는 모두 8명이니까... 16대라 그럼 2의 16승이면 얼마냐...."

 

천장을 쳐다보고 손가락을 짚어가며 한참을 계산하더니,

 

"65536명이네. 결국 6만명이 넘는 조상 중 하나가 고관을 지냈다는 얘기네. 흐흠... 내 16대조에도 엄청난 벼슬을 지닌 그 아무개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군."

하며 너즈레를 떤다.

 

나도 모르게 16대 조를 한 명 아니면, 할머니 포함해서 두 명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모계를 함께 거슬러 올라가니 정말 기하급수적인 조상들이 생겨난다.

 

이렇게 거슬러가다 보면 오랑케도 내 조상이고, 왜구도 내조상이고, 먼나라 천축국의 여인도 내 조상이 될 수 있겠다. 흠... 나와 내 파트너인 무스타크와도 같은 조상으로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시람은 결국 2의 무한대 승의 조상을 가졌을테니,

우리는 같은 조상의 같은 핏줄인 셈이다.

 

ㅎㅎ 즐거운 궤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폐허 속에서 다시 피어나다...

  • 등록일
    2006/05/26 01:43
  • 수정일
    2006/05/26 01:43

님의 [솔부엉이 도서관을 다시 세웁니다] 에 관련된 글.

돕헤드님의 [나도야 간다] 에 관련된 글.

검은사슴님의 [할아부지] 에 관련된 글.


 

14일 인권영화제를 보고 15일의 대추초교를 찍은 사진들이다.

 

 

 

 

 

 

 

 

 

 

이번 주에 다시 들어간 대추리는 저번주에 비해 활기찬 모습이었다.

논에 다시 나가는 마을 분들과 군인들을 향해 선무방송을 시작하는 지킴이들 하며,

다시 도서관을 개관한다며 분주한 헬레나도 보인다.

4일 군부대 투입과 두꺼비가 잡혀가고 난 다음 시들해진 황새울 중창단이

다시 2기 중창단을 꾸리기 시작했다. 중창단에 새얼굴이 보인다.

노래는 여전히 못한다 ㅋㅋ

못해서 즐겁다~~ 그래서 늘 앵콜이다~~

 

몇몇 단체들로부터 기증받은 컴퓨터가 곳곳에 놓이기 시작하고,

검은사슴과 행님(형님 이름 까먹었네)은 평통사앞 쓰레기장 겸 텃밭에 고구마를 심었다.

그날 마을분 한분이 돌아가셨다고 마을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온다.

마리아가 책상위에 엎드려 펑펑 운다.

처음 마을에 들어왔을 때 집에 재워주시던 분이시란다.

 

나까이상과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일어-한국어 교환학습을 하기로 했다.

나까이상은 동네분들에게 인기 짱이다.

카메라를 들고 하루 들어왔다가 딸 것만 따고 나가는 주류 방송사들과는 달리

같이 모판에 흙담고, 비료푸대 나르고 하며 몇개월을 함께 주민들과 함께 하는 비디오 행동가이다. 이젠 촛불집회 앞에 나가 발언도 하고, "밧주르 꽁꼰, 밧주르 꽁꼰, 단다니 무꺼라~" 하며 노래도 따라한다.

 

버스를 타기 위해 나오다 농협창고 앞에서 몇몇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걸 보았다.

옆에 있는 결사에게 물어보니 농협창고를 개조해서 전시회를 한다고 한다.

창고 앞에 근사한 조형물이 하나 놓여있다.

무너진 학교 폐허더미에서 줏어온 철근이 삐죽삐죽 나온 콩크리트들이다.

철근에 호미며 낫이며 빈집에서 모아온 각종 농기구들을 매달았다.

열심히 일하는 예술가와 지킴이들을 뒤로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학교는 무너졌지만

그 폐허 속에서 더 큰 평화가 피어나고 있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울화병의 정체는?

  • 등록일
    2006/05/15 20:56
  • 수정일
    2006/05/15 20:56
가슴이 마치 시멘트를 발라놓은 듯이 꽉 막혀 있다.

어제 대추리에 들어가지 못해 본정리에서 열린 범국민대회는

한 마디로 실망이었다.

 

친구들과 평택역에서 내려 대추리쪽으로 걸어갔다.

평택 시외를 빠져나가니 안성천 위 다리에는 벌써부터 경찰이 진을 치고 있었고,

사람들은 한 그룹 두 그룹씩 되돌아 나오는 중이었다.

친구들 몇 명이 그냥 가긴 아쉽지 않냐며 도열한 전경들 앞에서

기타 반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경찰도 일요일에는 쉬게 해 달라" "일요일에는 맥주나 마시자"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평택역으로 다시 돌아와서 어떻게 본정리쪽으로 진입할 것인가를 놓고

이런 저런 고민을 한 끝에, 택시를 타고 본정리 근처로 가서

논길이나 샛길 등으로 진입하기로 했다.

내가 탄 택시는 안정리로 가는 길에서 멈추어 섰다.

멀리 경찰들이 도로를 막고 있었다. 이 사람 저 사람 전화를 통화해보니,

도로란 도로는 죄 막혀있다.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도로를 막을 수 있을까?

"외부세력" 차단을 이유로 아주 간단히

모든 사람, 모든 평택 주민의 이동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다.

빨갱이를 잡아들인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들의 기본권이 침해당했던

그 "과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전혀 법적 근거가 없는 외부세력론, 국회에도 상정된바 없는 외부세력론,

수구 언론들만 떠들어대는 외부세력론이

어떻게 모든 민중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도로차단의 이유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그것이 보편적이고 엄정한 법에 근거해야할 행정집행을 행하는 사유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며 따르라고 말하면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하는 경찰국가인가?

이렇게 푸념하는 것도 입만 아프다.

이렇게 화를 내는 건 심장만 상한다. 혈압만 높인다.

하긴, 있지도 않은 군사시설을 어거지로 만들어 군병력과 경찰 배치하고, 농민들 농사짓지 말고 나가라는 후안무치의 정부가 아니던가!

"농사짓지 말라" 하지않고  "영농행위"를 중단하라고 한다.

정말 웃기고 있다. 농사면 농사지 영농행위는 또 뭔가!

'행위'란 말로 농사를 격하시키고 범죄화하면

농사 못짓게 깽판놓는 깡패행위가 신성한 행정대집행이 되나보다.

 

다행히 노조 차량 한대가 길가에서 헤매는 우리를 발견하고

막히지 않은 논두렁쪽으로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모내기를 하기 위헤 물을 댄 너른 논들을 가로질러 여기 저기서 삼삼 오오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가고 있다.

저기 멀리 본정리 진입로는 깃발과 사람들의 물결로 가득하다.

답답했던 가슴이 확 풀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상황은 그리 고무적이지 않았다.

아침부터 본정리까지 들어오기위해 고생해서인지

사람들은 이미 진이 다 빠진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햇볓은 피곤한 몸과 마음을 잔인하게 내리쬐고 있다.

집행부도 대추리쪽으로 전혀 진입할 의사가 없는 것 같았다.

아예 이럴바엔 평택시내나 사람들 많은 곳에서 선전전을 하는 게 더 나았다.

고생스럽게 왔다가 가만히 앉아 졸다 가는,

전혀 시위스럽지 않은 시위는

4시쯤 마무리됬다.

 

난 어떻게든 대추리에서 열리는 인권영화제에 꼭 가고 싶었다.

4일 이후에 가보지 못한 대추리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대추분교가 어떤 모양으로 무너져 있는지, 지킴이들은 잘 있는지,

마을분들은 안녕하신지 인터넷을 통해 속속 듣고는 있지만,

내 눈으로 꼭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리아와 지킴이집이 가장 그리웠다.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속속 평택을 빠져나가자 경찰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8시가 되어서야 대추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6시에 시작하기로 되어있던 영화제가 막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마을분들이 모여 있는 한켠에 마리아가 벤치에 앉아있는데,

머리를 스포츠로 깎고 모자를 눌러쓰고 있다.

짧게 깎은 머리와 눈에 서린 불안이 4일 이후의 대추리의 절박함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영화제를 본 후, 피곤한 몸을 지킴이집에서 누이고 나서

오늘 아침에 무거운 눈을 떴다. 아침부터 경찰 몇명이 검은차 3대를 끌고 동네에 들어와서

주민분들이 나가라고 또 한판 소동이 벌어졌다.

오늘부터 무슨 측량작업을 실시한다고 해서 주민들과 지킴이들이 긴장하고 있다.

서울에 올라오는 내내 우울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저번 4일 침탈 이후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책을 읽어도 음악을 들어도 일본어 공부를 하려해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3월부터 다니던 귀농학교도 그만두었다.

귀농을 차근차근 준비하기에는 내 일상이 너무나 평화롭지 못하다.

이주노동 관련 세미나도 하는둥 마는둥 책도 제대로 못읽고 있다.

대추리의 비평화가 내 비평화를 결정해버린 듯하다.

지킴이들 사이에 돈다는 대추리병이 내게도 전염되었나 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나에게 나타난 증상은 무기력과 울화증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귀찮고, 세상만사가 다 귀찮다.

갑자기 부모님이 계시는 시골로 확 떠나버리고 싶다는 충동도 일어난다.

길 가다가 울컥 울음이 솟아오르기도 한다.

하루는 울음이 딱 가슴께에 맺힌거 같아서 토하듯 화장실에서 꺼이꺼이 울어도 봤다.

이 놈의 울화병!

대추리가 나으면 나도 나으려나

내가 나으면 대추리가 나으려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그 날

  • 등록일
    2006/05/08 02:17
  • 수정일
    2006/05/08 02:17


 

학교에서 새우잠을 자다 새벽에 침탈하러 들어온다는 소리를 듣고

운동장에 나갔다. 어느덧 동쪽에 해가 뜨고 있다.

 

 


 

대추초등학교 맞은편 미군기지쪽에서 대규모 경찰떼들이 철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하는 것을 시위대가 달려가 막았다. 한참동안 실갱이는 계속되었고, 차와 철조망 사이의 좁은 틈으로 경찰들이 방패를 휘들렀다. 경찰들의 폭력을 말리려하던 아침은 얼굴에 방패를 맞아 코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빠지는 중상을 입었다. 응급조치를 위해 마을회관으로 옮겼다.

그 길 따라 흘린 핏자국이 선연했다.

 

논으로부터 새카맣게 전경들이 밀려든다.

갑자기 돌이 날아든다. 뒤를 보며 뛰어가라는 고함, 비명 소리.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구멍이 돌에 맞았다. 피가 난다.

다행히 중상은 아니다.

 


 

경찰들에 의해 포위되었다.

 


 

그 날 함께 했던 친구들.

 

 

 

한편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논 쪽에서 들어온 경찰들에 의해 쫓기는 시위대.

나중에 경찰들에게 연행되어 나오는 사람들의 머리, 얼굴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결국 경찰은 대추초교를 접수해버리고,

교문 앞에서 연좌하던 사람들을 하나둘씩 뜯어내가며 연행해가기 시작하는데...

 


 


 

 



 


 

 


 

이후 카메라 밧데리가 다 되는 바람에

마지막 대추초등학교에서의 참담하고 비통했던 연행과정을

담지 못했다.

 

정말 긴 하루였다.

500명 이상이 연행되고

100명 이상이 다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기도 한...

 

 

 

일주일 전 대추리에서 나는

모자에 꽃을 꽃고 트랙터에 종자와 비료를 담는 일을 했다.

일이 끝나고 나서 친구 둘은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사뭇 진지하게

'노을'을 불렀다.

황새울 들녘을 바라보며 초등학교 교사가 지었다는 그 동요.

어릴적 친구들과 곧잘 부르고 했던....

 

서정적인 것에는 간지러움을 느끼게 되어버린, '까칠해져버린" 나는,

그들 옆에 서서 노을과 아름다운 그네들을 사진에 담았다.


 

 

그들은 지금 대추리에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고추밭에 들어가면 고추 떨어진다

  • 등록일
    2006/05/07 17:48
  • 수정일
    2006/05/07 17:48



 

 

 

전경들이 대추초교 옆 밭으로 밀고 들어오자

잭이 쓰고 젤리가 들었다.

 

'고추밭 들어가면 고추떨어진다'


 

고추 떨어질 애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평택을 위한 평화액션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 등록일
    2006/05/07 17:23
  • 수정일
    2006/05/07 17:23

어제 집회에 참석했던
투밥, 아콤다, 피자매 등의 친구들과 함께
평택을 위한 평화액션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http://www.stopcrackdown.net/peace

이제부터 시작인것 같습니다.
거점이었던 대추초교는 무너졌지만,
운동은 더 다양한 거점들로 더욱 확대되어 나갈 것입니다.

오히려 대추초교 침탈이
운동의 새바람을 불어넣어준 계기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알록달록한 연대를 기원합니다.

올해에도 농사짓자!
투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펌]주한미군, 침략기동대로 성큼

  • 등록일
    2006/05/02 23:35
  • 수정일
    2006/05/02 23:35

원문->

http://sarangbang.or.kr/bbs/view.php?board=hrweekly&id=7

 

[벼리] (3) 주한미군, 침략기동대로 성큼

미 ‘전략적 유연성’ 회오리 앞에 평화생존권 위협받아
최은아 
통제받지 않는 패권국가 미국의 신 군사전략이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 인권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1월 19일 반기문 한국 외교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워싱턴에서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에 전격 합의한다. ‘전략적 유연성’은 현재 대북억제력으로 존재하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유연’하게 활용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 세계 미군을 특정지역의 ‘붙박이형’ 군대가 아닌, 신속성과 기동력을 갖춘 ‘기동타격대’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의 군구조 변환’과 ‘해외미군재배치계획’으로 알려진 미군의 군사 전략 구상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서남아시아까지 선제공격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으로 재편·재배치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확장되는 것 자체가 단순히 미군기지의 이동을 넘어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군사행동’에 해당된다.



전략적 유연성=침략전쟁의 유연성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의 입장에 따라 한반도 전역을 군사기지화 하는 한편, 미국과 제3국간 전쟁 발발 시 한국이 자동적으로 개입될 수밖에 없는 위험에 노출시킨다. 병력이동의 유연성, 기지사용의 유연성, 장비의 유연성 등을 골자로 한 합의내용이 한반도 내에서 진행될 경우, 한반도는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의 전략적 거점으로 이용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핵무기를 배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확장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이루기 위한 출발에 있는 셈. 다산인권센터 박진 인권활동가는 “전략적 유연성에 의해 해외 미군은 신속하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해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으며, 그런 계획 속에서 평택으로의 기지 이전·확장은 해외미군의 재배치 과정이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이 방어적 성격을 넘어 선제·예방적 공격의 역할을 수행하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화적 생존권을 위협한다.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주한미군은 그들의 판단에 의해 한국의 땅과 바다, 하늘을 통과해 다른 나라를 침략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기지는 전쟁의 전초기지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며, 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은 자동적으로 전쟁 당사국이 된다. 원하지 않는 전쟁의 당사국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은 다른 나라를 침략하지 않을 권리, 침략당하지 않을 권리를 빼앗기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대한민국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침략전쟁으로 평화주의에 위배된다.


국가권력 통제, 평화적 생존권의 기초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주요 정책에 대한 ‘민중적 통제’는 평화적 생존권을 이루기 위한 기초이다.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구조’에 개입하고 국가권력을 통제하는 작업은 평화주의를 확산시키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킨다.

헌법은 국민이 자신의 삶의 조건에 관련된 주요 사안을 헌법 개정이나 법률의 제·개정, 주요 정책사항에 대해 ‘국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미국에 의해 원하지 않는 군사행동에 끌려갈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전략적 유연성이 ‘국민투표’ 사안임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국과의 ‘합의’를 담은 정부간 ‘공동성명’으로 이를 발표했다. 이러한 자의적 행위는 결과적으로 국민투표권을 부정하는, 국민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물론 헌법 72조에서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하여 대통령의 자유재량에 따라 국민투표 실시여부가 결정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안이 대통령의 자유재량 사항인가에 관해 윤현식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아무리 재량권이라 하더라도 국가안위와 같은 중요사안이라는 전제가 충족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국민의 뜻을 묻는 게 의무”라고 꼬집는다. 즉 재량행위는 헌법원칙과 법의 일반원칙을 준수해야 하고 만일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면 재량권의 남용과 일탈이기 때문에 위법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렇듯 주한미군기지 이전·확장을 반대하는 평택투쟁은 우리의 평화로운 생존을 국가와 패권국에 저당잡히지 않기 위한 싸움이다. 단지 생존의 터를 빼앗긴 평택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화와 인권을 빼앗기고 있는 우리 모두의 싸움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권오름 제 1 호 [입력] 2006년04월26일 10:20:16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