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공익 관한 진실’ 공개까지 처벌…표현의 자유 원천봉쇄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302/h2013021420554621950.htm
공익보다 비밀이 우선인 법 '파장' (한국, 남상욱기자, 2013.02.14 20:55:46)
■ '떡값 검사 공개' 노회찬 의원직 상실
"공익보다 정보비밀을 우선시… 통비법 개정해야" 목소리
벌금형 없이 무조건 실형… 처벌 과도
부실 수사한 황교안은 장관후보에 '대조'

대법원이 14일 '안기부 X파일'에 나오는 '삼성 떡값 검사' 7명의 실명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노회찬 의원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리자 통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대표적 진보 정치인으로 꼽히는 노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 등 핵심 공소 내용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고도, 인터넷에 도청 정보를 게재했다는 이유만으로 통비법에 발목을 잡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 공적 이익을 위해 위법하지 않은 수단으로 얻은 도청ㆍ감청 정보를 공개한 행위를 통신비밀 누설이라고 본 법원의 판단에 대한 의구심도 있지만, 그에 앞서 불법 도청ㆍ감청 행위와 이를 공개한 행위를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한 통비법 자체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법원이 정보 공개의 공익적인 목적보다는 정보의 비밀에 무게를 두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점도 이 법 개정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법원은 2011년 5월 노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일부유죄 취지로 파기하면서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공익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거나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하기 어려워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등 이 같은 기준을 유지해왔다. 법원은 이런 기준으로 안기부 X파일을 넘겨받아 보도한 기자들에 대해서도 통비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통비법이 위반자에 대해 벌금형 없이 무조건 실형에 처하도록 한 것도 지나치게 과도한 처벌 규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역 의원은 금고형 이상 형을 받을 경우 의원직을 잃게 돼 있기 때문에, 노 의원의 경우처럼 통비법 위반 유죄가 인정되면 무조건 의원직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특히 정치권의 불만이 크다. 새누리당 의원 18명을 포함한 여야 의원 152명이 지난 4일 통비법 위반자에 대해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 의원과 안기부 X파일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연도 새삼화제다. 황 후보자는 2005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횡령 및 뇌물공여 혐의를 받던 이건희 삼성 회장을 서면조사만 하는 등 부실 수사했다는 비판을 받은 X파일 특별수사팀을 지휘했다. 수사팀은 불법 로비 정황이 드러난 삼성 측 인사와 떡값 검사로 지목된 인사들을 모두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시민단체 등은 '검찰이 재벌권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수사팀은 노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안강민 변호사만 한 차례 조사했을 뿐 다른 관련자 수사는 전혀 하지 않았다"며 "기소 후에도 검찰은 이런 입증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부실 수사에 대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공익을 위해 삼성이라는 대기업의 뇌물과 떡값 검사를 고발했던 노 의원은 통비법에 걸려 의원직을 잃게 됐고,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는 법무부장관으로 영전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3949.html
‘공익 관한 진실’ 공개까지 처벌…표현의 자유 원천봉쇄 (한겨레, 김태규 기자, 2013.02.14 19:58)
통신비밀보호법 무엇이 문제인가
도청과 공개행위 형량 차이 없어
형법상 정당행위 때만 처벌 피해
통신비밀 보호 법익 강조 지나쳐
헌재소장, 한정위헌 의견 내기도

대법원은 14일 ‘삼성 떡값 검사’들의 이름을 인터넷 누리집(홈페이지)에 공개한 노회찬 의원의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국회의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게재하는 행위는 전파 가능성이 매우 크면서도 일반인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 형태로 도청 내용을 게재한 행위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 안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비법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청취·공개하는 행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형을 규정하고 있다. 도청과 이를 공개한 행위를 똑같은 무게로 처벌하는 것이다. 명예훼손죄가 ‘진실한 사실로서 공익에 관한 내용’을 공개했을 때에는 면책되는 것과 달리, 통신비밀 공개의 경우 형법상의 정당행위로 인정될 때에만 처벌을 피할 수 있다. 법원이 인정하는 정당행위 기준은 ‘통신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공중의 생명·재산 등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하는 등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일 때’ 등으로 매우 까다롭다. 통비법 안에서 개인의 통신비밀 보호와 이를 공개하려는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게 되는데, 통신비밀을 보호하려는 법익이 과도하게 강조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피선거권을 상실하는 정치인에게는 치명적인 처벌 조항이기도 하다.
이런 법적 문제는 노 의원이 2009년 3월 헌법재판소에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다뤄졌지만, 2011년 8월30일 헌재는 재판관 7 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7명의 재판관은 “법원이 정당행위 요건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할 경우 공개자의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대화 내용을 위법하게 취득한 행위 못지않게, 위법하게 취득된 대화 내용을 전파하는 행위도 대화의 비밀을 침해하는 정도가 상당할 수 있기 때문에 벌금형을 선택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해도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강국 당시 헌재 소장은 ‘한정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내면서 통비법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소장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요체인 표현의 자유는 비판의 자유를 그 핵심으로 하고 있고, 공정한 비판이야말로 사회발전의 불가결한 요소이다. 불법 감청·녹음 등의 방지라는 입법 목적은 불법적으로 이를 행한 자를 철저하게 찾아내고 엄격하게 처벌함으로써 달성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지, 단지 불법 감청·녹음 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진실과 공익을 위한 언론의 헌법적·사회적 소임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비록 도청 등으로 생성된 정보라도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개하는 행위는 처벌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