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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들이 여수에서 '떡국' 먹는 이유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01/30 12:31
  • 수정일
    2017/01/30 12:3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현장] 설 연휴, 여수에 모인 외국인 노동자 위한 떡국 "맛있어요!" 더 좋은 건 자유의 '맛'

17.01.29 19:47l최종 업데이트 17.01.29 19:47l

 

 

 "떡국 맛있어요"  설 이튿날 외국인노동자들이 여수에서 한국의 설 음식인 떡국 맛을 봤다.
▲  "떡국 맛있어요" 설 이튿날 외국인노동자들이 여수에서 한국의 설 음식인 떡국 맛을 봤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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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 여수에 온 외국인노동자들이 떡국을 먹는다. 대한민국 명절, 딱히 어디 갈 곳이 없는 국내 외국인노동자 중 여수를 찾는 이가 많다. 

여수이주민센터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쉼터다. 설날인 28일 오후, 여수 버스터미널 근처를 지나는데 외국인 노동자 몇이서 옥상에 서성이는 모습이 보였다. 이곳 여수이주민센터는 예전부터 명절이면 전국에서 마치 고향처럼 일부 외국인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여수버스터미널 옆의 여수이주민센터 건물 백반천국 식당 바로 위 2층이 센터의 휴게실이다. 옥상에 올라간 외국인 노동자가 보인다.
▲ 여수버스터미널 옆의 여수이주민센터 건물 백반천국 식당 바로 위 2층이 센터의 휴게실이다. 옥상에 올라간 외국인 노동자가 보인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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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에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박용환(60)씨는 "긴 명절에 외국인에게 쉼터가 중요하다. 객지에 가면 교통비 외에도 밥 값에 잠자리 비용까지 만만치 않다. 그들이 먹고 자면서 끼리끼리 쉬는 장소가 필요해서 들어선 게 이 센터다. 한번 인연 맺어 이곳에 오면, 자신들의 고향처럼 명절. 연휴, 주말에 자주 오게 된다"며 외국인들이 귀성객(?)이 되어 여수를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센터 안에 있는 쉼터. 2층으로 26개 침대가 놓여있다.
▲  센터 안에 있는 쉼터. 2층으로 26개 침대가 놓여있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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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이주민센터가 있는 2층 건물의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 보니, 사무실 곁의 휴게실에는 몇이 서있거나, 칸막이도 없이 바로 이어지는 간이 침대가 놓인 곳에서 스마트폰을 같이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터미널에서 봤던 옥상에도 긴 빨래줄이 쳐진 양지바른 곳에서 외국인 노동자 셋이서 아직 남은 설날의 겨울 오후 햇살을 받고 있었다. 빨래도 같이 햇살을 받고 있다.
 

 설날 오후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옥상에서 쉬고 있는 외국인들
▲  설날 오후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옥상에서 쉬고 있는 외국인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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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사무실 연락처로 전화를 했더니, 자원봉사자 한 분과 연결이 되었다. 초 이튿날(29일) 점심으로 함께 떡국을 먹을 거라며 나를 초대한다. 약속을 하며 나오다 스리랑카 출신 두 명을 차례로 휴게실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국내에 온 지 8개월에서 1년 된 이들이어서 한국어 대화에는 어려움이 없는 정도였다. 느닷없는 방문에 어리둥절해 하는 것 같았지만, 단어를 연결하며 한국말을 주고 받자 경계를 푼다.
 

스리랑카에서 온 구마르(30) 한국에 온지 8개월. 8명이 한 조가 되어 일하는 배에서 그 혼자만 외국인이었다.특히 배멀미 때문에 고생했다.
▲ 스리랑카에서 온 구마르(30) 한국에 온지 8개월. 8명이 한 조가 되어 일하는 배에서 그 혼자만 외국인이었다.특히 배멀미 때문에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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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왔다는 구마르(30세)씨는 한국생활 8개월 동안 뱃일을 했다. 8명이 한 조를 이뤄 일하는 배에서 외국인으로는 혼자였는데, 배벌미로 무척 고생을 했단다. 

 

"꿀렁꿀렁. 배멀미 많이 해요. 바다 잔잔. 안 해요! 문자 왔어요. 완도 가요." 

그는 뱃일을 접고 완도 전복양식장으로 일자리를 옮긴다. 그 사이 약 한 달이라는 제법 긴 시간을 여기서 보낼 요량이다. 이곳은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이른바 3D 업종에서 어렵게 일하는 외국인들은 숙식제공 해주던 일자리에서 나오게 되면, 다음 일자리 찾기까지 대기하는 동안 거처하는 숙식비가 만만치 않게 들게 된다. 구마르씨는 그 돈이 안들어 이곳에 왔다.

한 쪽 벽면에는 차곡차곡 자리 잡은 여행용 가방들이 가득하다. 구마르씨처럼 이곳 쉼터를 이용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여럿이다.
 

해남 가두리 양식장에서 일하는 다눔(24) 설 전날 여수에 친구들 만나러 왔다가, 설날 하룻밤을  여수서 보내고 29일 오전에 떠났다.
▲ 해남 가두리 양식장에서 일하는 다눔(24) 설 전날 여수에 친구들 만나러 왔다가, 설날 하룻밤을 여수서 보내고 29일 오전에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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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온 다눔(24세)씨 역시 스리랑카인이다. 해남에서는 그가 설 명절 연휴기간 동안 딱히 갈 곳이 없어 친구들 만나러 여수에 왔다. 여기 오면 그래도 스리랑카에서 온 본국 친구들을 만나기가 쉽다. 연휴 마치기 전에 해남으로 가야 한다. 

29일 점심때 그를 찾았으나 이미 여수를 떠난 후였다. 이렇게 잠시 친구 만나러 들르거나, 좀 오랫동안 머물거나 두 가지 이유로 외국인들이 이곳 여수를 찾는다.
 

 29일 자원봉사자 김희진씨가 점심으로 떡국을 준비해주고 있다
▲  29일 자원봉사자 김희진씨가 점심으로 떡국을 준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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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 김희진(여수시 충무동, 여수피부건강연구소장)씨가 바삐 움직인다. 휴게실 쉼터 곁에 바로 부엌이 있다. 누구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이곳은 게스트하우스나 진배없다. 반찬과 쌀, 전기 밥솥과 냉장고. 센터에서 준비해둔 것이니 무료 게스트하우스인 셈이다. 모두 기부자들이 낸 것들이다. 
 

 침대에서 뒹구는 것도 휴가를 보내는 방법. 이럴땐 늘 스마트폰이 친구다.
▲  침대에서 뒹구는 것도 휴가를 보내는 방법. 이럴땐 늘 스마트폰이 친구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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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하우스에서의 휴가는 맘대로 보내는 것. 2층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스마트폰 서핑도 여유다. 이곳의 장점은 자유롭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자 김희진씨 얘기다.

"여긴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기관이 아닌 비영리사단법인이다 보니까, 이용객이 좀 자유롭죠. 간섭도 없고. 외국인들이 편안해 하고,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그러죠. 한국 온지 얼마 안 되면 한국말이 서툰데, 그럴 경우 취업상담, 혹 사고나 아플 때 통역이 필요하면 다문화 가족 여성분들이 연결됩니다. 큰 도움을 받죠. 저도 실은 다문화 관련 일 하다가 여기서 자원봉사를 하게 된 거예요."     

 김희진씨가  집에서 가져온 설날 음식으로 점심상을 차린다.
▲  김희진씨가 집에서 가져온 설날 음식으로 점심상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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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씨는 설 음식들을 자신의 집에서 직접 가져와 점심상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는 식사를 제공해 주지는 않는 곳이다. 가끔 설거지 정도는 도와주지만, 이곳에서의 식사는 이용객들 자율이다. 자기 스타일대로 해 먹는다. 특별히 설 연휴에 떡국 상을 차려 주려 한 것은 '우리 음식 체험' 차원이다.  
 

쉼터 입구쪽 거울에 붙어 있는 안내문들. 월 180 ~ 200만원의 구인광고와 무료 이발 안내가 있다.
▲ 쉼터 입구쪽 거울에 붙어 있는 안내문들. 월 180 ~ 200만원의 구인광고와 무료 이발 안내가 있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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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 혼자서 하는 떡국 준비 시간에 몇 사람을 더 만나봤다. 라시크(33)씨는 완도 고금도에서 일했다. 역시 다른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그는 머문 기간이 좀 길어진다. 연휴에 잠시 친구 만나러 왔건, 직장을 다시 찾으며 대기하건, 이곳은 이들에게 이렇게 징검다리다. 

여수이주민센터는 여수 버스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고개 들어 쳐다보면 바로 보인다. 한국길에 어둔 초행 외국인도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다.  

루완(24)씨는 돌산 가두리 양식장에서 왔다.

"가두리. 우럭. 돌돔, 깔따구... 셋이 일해요. 가두리 집. 잠잘 때 흔들려요." 

우럭 같은 어류를 양식하는 가두리의 바지 선상가옥에서 먹고 자면서 일하는 친구다. 외국인 근로자 셋이 한다니 그래도 좀 덜 심심하겠다. 
 

스리랑카에서 온 또 다른 구마르(34)  한국의 '철수'처럼 '구마르'라는 이름은 스리랑카에서 흔하다고 한다.
▲ 스리랑카에서 온 또 다른 구마르(34) 한국의 '철수'처럼 '구마르'라는 이름은 스리랑카에서 흔하다고 한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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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성서공단에서 온 또 다른 구마르(34)씨는 한국서 1년 반 일했다고 한다. 스리랑카를 출발할 때 찬구 넷이서 한국에 왔는데 여기 오면 더러 만난다고 한다. 스리랑카에서 살았던 도시 캔디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다시 물었다. 구마르? 한국의 '철수'처럼 스리랑카에서는 그 이름이 흔하단다.

떡국이 차려지고 주변 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김희진씨는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도 보람이 있다고 말한다.

"잠시 머무는 친구들이지만 설에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인사도 나누고 정이 있어요. 또 보면 모두 열심히 살아요. 집에 돈을 버는 대로 송금하고, 대단하죠! 이들을 돕는 게 보람이죠"
 

 어떤 맛일까? 구마르는 이 지역에서 일한 탓에 굴맛을 안다.
▲  어떤 맛일까? 구마르는 이 지역에서 일한 탓에 굴맛을 안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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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나라 일본은 요즘 '외국인근로자 100만 명 시대'라고 요란하다. 우리도 외국인근로자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의 명절 설 연휴를 즐기는 외국인들도 앞으로 더 늘어갈 것이다. 그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우리 명절의 분위기를 즐기고 느낄 기회가 대한민국 여러 군데서 손쉽게 제공되었으면 좋겠다. 

여수이주민센터 자원봉사자가 정성껏 차려준 떡국 점심상을 받고 외국인들이 흐뭇해 하며 서툴게나마 합창한다. "떡국,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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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사드반대' 성주주민 촛불 200일 맞다

"사드는 한반도에 도움 안된다카이"설날, '사드반대' 성주주민 촛불 200일 맞다
성주=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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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28  21: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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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가고 평화오라'. 성주군 주민들의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가 설날인 28일 200일을 맞았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사드는 한반도에 하나도 도움이 안된다카이. 우리는 끝까지 촛불 들끼다"

지난 7월 13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지역으로 성주가 선정된 지 200일.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촛불을 든지 28일로 200일이 됐다. 기존 성주 성산포대에서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으로 부지가 변경됐음에도 주민들의 사드 배치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거셌다.

설날인 28일. 성주 주민 150여 명은 오후 7시 성주군청 앞 평화나비광장에 모였다. 성주 특산물인 참외농사는 겨울철이 농번기임에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지난 7월 13일 성주 성밖숲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같은달 15일 군청 앞으로 옮겼지만, 제3부지 결정이 나오고 군청이 발을 빼자 10월 6일부터 성주군청 앞 평화나비광장에서 이어가고 있다. 

200일동안 사드 반대 촛불을 든 주민들은 외부인이 생각하는 나약한 농민이라던가, 촌부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터전인 성주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식의 이기적 생각도 아니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사드 배치는 한반도 평화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 성주 할매들도 외친다. "사드 철회하라."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사드배치 결사반대'. 주민들의 목소리는 식지 않았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을 들었다는 박옥술 할머니(72세, 성주 소성리)는 "하루저녁도 안 빠졌다. 비가 오고 눈이 와도, 허리를 다쳤어도 왔다"며 "사드 못 오게 하려고 한다. 사드가 오면 사람이 살 수가 없다. 오히려 전쟁을 불러온다카니께네"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주 벽진면에 거주하는 황해숙 씨(55세)도 "사드가 한국에 크게 필요없다는 생각이 든다. 괜히 남북간 의리만 상하지 않느냐"며 "크게 필요없다고 생각해서 안 왔으면 좋겠다. 지금 현재로는 미국 하나 보고 놓는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미국 하나 보고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성주군 인근 왜관읍에서 온 원불교 박형선 교무도 "성주는 성주 자체가 성지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에 전쟁무기가 온다는 자체를 반대해야 한다. 정말 안보를 위해 필요한다면 반대하면 안되지만 (사드는) 필요없다고 한다. 전쟁무기는 가고 평화가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문 학생(21세, 성주 수륜면)도 "사드는 일단 검증이 되지 않았느냐. 북한 핵 위협 막을 수없다"며 "평화를 이야기하면 전쟁무기로 인해서 평화가 이뤄질 수 없으니까 아예 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성주뿐 아니라 한반도를 위해서 들어오면 안된다"고 말했다.

   
▲ 촛불로 그려진 사드반대 평화나비.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사드배치 결사반대'.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주민들의 사드에 대한 생각은 한반도 평화와 맞닿아 있었다. 그리고 남북간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어느 한반도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을 갖고 있었다. 200일 촛불의 힘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날 200일 촛불집회에 앞서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는 그 동안 주민들의 주도적인 참여에 보답하고, 설 명절을 맞아, 사드배치철회 소원을 비는 소지태우기, 풍물패를 앞세운 길놀이, 줄다리기 등의 행사를 마련했다. 한켠에서는 원불교 교무들이 200개 호떡을 제공했고, 주민들이 함께 음식 '갱시기'를 나눠 먹었다.

   
▲ 200일 촛불집회에 앞서 주민들이 줄다리기 줄을 들고 길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사드가고 평화가 오도록 해주소서.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성주 참외를 꼭 지켜요!'.[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미니인터뷰] 김충환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

   
▲ 김충환 공동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통일뉴스 : 사드배치 철회 촛불집회가 200일을 맞았다. 그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 김충환 공동위원장 : 200일까지 하루도 빠지않고 이어오는 게 어디서 동력이 오는지 외부인들이 궁금해한다. 실제로 주민들이 사드 막아내겠다는 의지는 촛불을 통해서 '우리가 정말 막을 수 있겠는가', '정부가 하는 일에 우리가 뭐라고 해도 되는가', '무기가 뭔가' 등 교육과정을 거친 것 같다.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온 것 같다.

□ 국방부가 부지를 변경하기 전과 후의 과정에서 주민들이 변화한 것이 있는가?
■ 부지가 바뀌기 전에는 성주군, 관이 함께 싸웠다. 임진왜란으로 보면 관군과 의병이 함께 싸우다가 제3부지가 나오면서 관군이 빠지고 의병이 남은 것이다. 그때보다는 인원이 줄었다. 그래도 3백~5백 명 정도 오다가 참외 농사철 되고 겨울 오면서 150~200명. 하지만 2월부터 따뜻하고 참외철 지나면 3백-5백 명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동력은 계속 간다.

□ 성주군에서는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가?
■ 성주군과 장소 주고 안정된 공간에서 우리가 집회를 하고 활동하도록 합의를 했다. 협상을 통해서 이후 방해하지 않도록. 그런데 모르게 플랭카드 떼고 하는데. 크게 집회를 방해하지 않는다.

□ 국방부로부터 어떠한 설명이라도 들은 적이 있는가?
■ 국방부는 어떤 설명도 한 적이 없다. 일방적으로 최적지라며 성산포대를 결정하다가 롯데골프장으로 옮겼다. 최적지라고 하는 것이 거짓말이 된 것 아니냐. 성산포대는 레이다와 포를 놓을 면적도 안된다. 레이다만 놓겠다는 거였는데, 롯데골프장으로 바뀌면서 포대를 놓는다? 국방부 스스로 거짓말한 것이다.

□ 제3부지가 결정되면서 김천 주민들도 결합했다. 향후 어떻게 풀려야 한다고 보는가?
■ 지금 제3부지 되고 나서 성주만 싸우다가 김천과 원불교가 결합해서 3주체가 싸우는데, 성주주민으로서는 큰 힘이 된다. 사드 대안은 중국 보복이나 미국과 관계 등을 볼 때 사드 배치보다 대화를 해야한다. 북핵도 남북간, 북미간 대화로 해야지, 사드 배치하면 여기도 무기배치하고 저기도 무기개발하고 중국 보복하면 위기만 가져오니까 대화로 풀어야 한다.

□ 앞으로 계획을 설명해달라.
■ 지금 하루라로 쉬자는 소리를 투쟁위에서 주민들에게 하지 못한다. 주민들은 강고하다. 향후 대통령 탄핵 판결이 남아있고 대선까지 이어지고 그러면 사드 문제는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초기에는 사드 반대하는 분이 20%였는데, 지금은 거의 50%넘는 수준이다. 계속 여론화해서 탄핵되면 이전 정부 정책은 무효화하고 이후 정부에서 어떻게 풀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외교로 풀어야 한다. 북핵도 대화로 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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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남북교역 최악, 남북남계 풀 대통령 절실

지난해 남북교역 최악, 남북남계 풀 대통령 절실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01/29 [14:16]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남측 당국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선언으로 남북은 경제적 가치는 물론 6.15 공동선언이 탄생 시킨 남북화해와 평화 협력의 옥동자를 질식 시켰다는 점에서도 민족적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지난해 북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광명성호)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남북교역 규모가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작년 남북교역 규모는 3억3천300만달러로 1998년 2억2천2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가장 적었다고 통일부에서 발표했다.

남북교역 규모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대북 햇볕정책이 본격화하기 이전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이런 최악의 남북교역은 북이 작년 1월 6일 4차 핵실험에 이어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우리 정부가 2월 10일 남북교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지난해 남북교역 규모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15년 27억1천400만달러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 1월 11일,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270호 이행효과 평가'를 발표했는데 여기서도 2016년 3월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통과된 후, 북이 3월부터 11월까지 대중국 수출과 외화벌이의 동반 감소로 전년(2015년) 같은 기간보다 약 2억 달러의 외화 수입 손실이 있었다고 추정했다.

 

정부는 이런 남측의 강력한 대북제재와 국제사회의 압박이 점점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난 해 내내 자평하는 발표를 해왔지만 실제 지난 해 북의 대외 교역은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오히려 더 늘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다.

 

본지에서 지난 25일 보도한 '역대 최강이었던 작년 유엔 안보리 제재, 과연 북한 경제에 영향을 미쳤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20일 러시아 극동철도 공보처가 2016년 러시아와 북한 극동 철도 통한 화물 운송량이 오히려 전년(2015년)에 비해 36.7% 증가했다는 발표를 냈다."고 전한 바 있다.

 

공보처는 또한 러시아 극동철도와 중국, 북한 간 철도를 통해 운송된 대외무역 상품은 1천 150만 톤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북과는 36.7%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1461


1월 20일 연합뉴스는 두만강 유역에서 북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훈춘시의 수산물 가공업이 지난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면서 훈춘경제합작구에 들어선 수산물가공업체는 훈춘동양실업유한공사, 연태대신 등 약 58개에 달한다고 밝히면서 2016년 1월부터 11월까지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수산물의 규모는 약 1억7천만 달러(2천2억 원 상당)로 전년도(201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75% 늘었고, 대중수출에서 4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30%대, 중국과 70% 대의 교역이 늘었는데 통일부와 국정원에서는 왜 그런 결과를 내놓았는지 모르겠다.

 

물론 북의 대외 교역이 줄었다고 해도 그것이 곧 북 경제 위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북은 최근 자강력 제일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모든 것을 국산화하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이 늘어갈 수는 있어도 수입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기에 북이 남측과 미국의 경제제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아닌지는 북의 경제발전 상황을 놓고 평가해야 정확할 것이다.

 

▲ 함북도 북부지구 홍수피해지역 새 살림집 건설을 끝내고 기뻐하는 인민군 건설돌격대, 단 2개월만에 2만여채의 이런 살림집과 공공건물을 완공하여 겨울 추위가 오기 전에 집들이를 완료했다.     ©자주시보

 

지난해 미주, 일본, 중국 동포 등 많은 사람들이 북을 다녀온 소감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한 마디로 천지개벽 수준으로 나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사실, 외부의 쥐꼬리만한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자력으로 북부지구 홍수 피해를 단 2개월만에 기본적으로 극복한 것만 놓고 봐도 북의 모든 경제단위들이 정상 가동되고 있으며 생산력이 날로 장성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 조선에서는 "조선의 미래는 과학기술에 달려있다"면서 과학기술자들을 우대해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2015년 10월 21일 완공된 "미래과학자거리"의 초고증, 고층, 저층 살립집들(아파트)이다. 조선에서는 이 밖에도 위성과학자 거리, 은하과학자거리,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원, 연구사 살림집 등 과학자들을 위한 살림집을 대대적으로 건설하여 입주시키고 있다.     ©이용섭 기자
▲ 삼지연 산골마을도 천지개벽을 하고 있다. 위의 사진은 삼지연 학생소년궁전     ©통일뉴스
▲ 원산시의 모습과 바다에 정박중인 여객선 만경봉호
▲ 2017년 1월 27일 노동신문에서 보도한 려명거리 건설현장 모습, 26일경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 당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됨, 올 4.15일 이전에 완공할 계획이다. 1년도 안 된 기간에 이런 거리를 평양은 물론 각 지역 도시 곳곳에 일떠세우고 있다.    ©자주시보, 통일뉴스

 

이는 남측은 물론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도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새해들어 우리 정부는 경제제재를 통해 북의 핵무장을 막는 일은 실패했다며 이제 강력한 군사력 구축으로 북의 핵무장에 대응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는 미사일 한 발에 거의 1조원이 들어가는 GBI 지방발사요격미사일까지 개발 배치하고 있는 미국마저도 나날이 위력을 더해가는 북의 핵미사일 위협 때문에 미군 책임자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남측에 그럴만한 돈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국방비로 세금을 쏟아붓게 되면 결국 우리 경제는 더욱 진창으로 빠져들게 전쟁경제위기로 먼저 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어찌 지혜로운 대응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러시아나 중국도 한결같이 북의 핵과 미사일을 반대하면서도 경제교류만은 꾸준히 늘려가는 이유는 그거라도 있어야 북과 협상을 해볼 지렛대를 완전히 잃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북과 물밑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북과 시종 제재와 압박으로만 일관했던 오바마 대통령마저도 퇴임 직전에 대북 지원에 서명을 한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아니겠는가.

유럽의 여러나라들도 북부지구 홍수피해 극복과 세포지구 축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꾸준히 지원을 하는 것도 바로 대화로 해결할 여지를 남겨두자는 것이 아니겠는가.

 

남측은 동족으로서 어느 나라보다 교류협력을 더 대규모로 가져가도 국제사회에서 이해해줄 수 있는 나라이다. 남측이 6.15공동선언으로 만들어낸 개성공단을 더욱 발전시켜 교역을 확대했더라면 북과 대화의 문을 넓혀 한반도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남측이 결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아가 위기에 처한 남측경제의 활로를 개척할 수 있었을 것이며 미국, 일본 등 주변국에게 굽신거리지 않고 제 목소리를 당당히 내는 외교전도 펼 수 있었을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굴요적 위안부합의에 이젠 일본정부는 기고만장해서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버젓이 적어 일본 아이들에게 쇄뇌시키겠다고 나서고 있다.

미국의 압력에 내몰려 사드배치 합의하니 중국의 제재로 우리 기업들이 울상이다. 중국은 아직 본격 제재를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데도 우리 기업들은 벌벌 떨고 있다.

 

남북 경협으로 우리 기업들의 활로를 개척했다면 주변국의 이런 압박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나라, 우리민족의 이익에 맞게 얼마든지 쥐락펴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만으로도 주변국을 얼마든지 쥐락펴락할 수 있는 곳이다.

 

북의 전폭적인 도움으로 우리 개성공단 제품이 얼마나 잘 팔렸던가. 그정도 가격과 품질이면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

 

이제 들어설 남측의 새로운 정부는 가장 우선적으로 남북관계를 풀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대통령을 뽑지 못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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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수난을 견디고 명절이 된 ‘음력 설’의 운명

100년 수난을 견디고 명절이 된 ‘음력 설’의 운명

등록 :2017-01-27 12:12수정 :2017-01-2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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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 1월1일을 명절이라 하여서 학교에서는 전후 10여일을 방학도 하여 주지만…여관에서 슬픈 잠이나 자고, 남의 명절 구경이나 한다…그러면 우리 명절날은 아마 또 있나 하고 음력 정월 1일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12월 그믐날이라 하여도 학교에서 내일은 명절이니 하나도 놀라는 말은 없고, 임시 시험을 행하거나(하며) 큰 주의를 준다. 그래서 제석(섣달 그믐날) 밤이라도 부모 형제들과 모여서 신년 맞을 준비도 못하며 친구들과 앉아서 1년 동안 지난간 일을 말하며 웃음 한번 못 웃고 방에서 고적히 시험준비나 하다가 책이 손에 있는 대로 피곤한 잠을 잤었다. 아침에 겨우 떡국이나 한 그릇 얻어 먹고, 잊어버린 듯한 세배 절이나 웃사람에 하고는 책보를 메고 나가면서 오늘 시험에 낙제나 아니하겠나 하고 영어 스펠을 중얼중얼 외우기도 하며 잘못하다가 체조선생에게 뺨이나 맞지 아니할 걱정을 하는 동안에는 명절 생각은 그만 잊어 버린다.”

 

 

지금으로부터 90여년 전인 1924년 2월14일치 <동아일보>의 ‘어느 날이 명절이냐’라는 기사에 실린 여느 조선인 학생의 음력 설 풍경입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은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1989년에 이르러서야 공식 명절 대접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1985년 이전엔 음력 설이 공휴일도 아니었죠. 한반도를 점령했던 일본 제국주의와, 광복 이후 나라를 지배한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 정권은 100년 가까이 ‘음력 설’의 전통을 뿌리뽑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하지만 민중들은 겉으로는 적응하고 순응하는 척하면서도 끊임없이 저항했고, 100여년의 탄압을 이기고 결국 ‘음력 설’을 쟁취해냈습니다. 그래서 ‘음력 설’은 권력 앞에 한없이 나약해지면서도 끝내 이 땅의 주인이라고 거듭 주장하는 촛불 민심을 닮았습니다. 이번 설 연휴는 주말이 포함돼 세달 동안 계속돼 온 촛불집회가 처음으로 쉽니다. 하지만 불합리한 권력에 저항해온 ‘음력 설’의 역사를 기억하며 촛불의 미래를 고민하는 새해가 되길 기원해봅니다.

 

 

■일본, 음력설 폐지하자 조선인들 주권 상실로 받아들여

 

음력설이 공식적으로 없어진 것은 1896년 1월1일이다. 대한제국을 건립한 고종은 이날부터 태양력을 공식 역법으로 도입했다. 왕실의 탄생일을 모두 양력으로 수정했고 왕실의 공식 제사와 축제를 모두 양력에 맞췄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음력 설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고종실록>을 보면 지금의 설인 음력 정월초하루를 제삿날의 하나로 삼는 오향대제도 지속됐고, 동지의 신년하례도 계속됐다. 반면 양력 1월1일에 대해서는 휴일로 지정했을 뿐 특별한 행사를 하지는 않았다. <고종실록>을 보면 1900년 1월1일엔 기록이 없고, 1월2일부터 통상적인 일상 업무가 진행됐다. 고종은 태양력 도입을 적극 장려하면서도 재위 기간 내내 음력 전통을 존중하는 이중 역법을 고수했다. 외세에 의하지 않는 주체적인 근대화 개혁에 대한 의지(양력 도입)와 동시에 일본 제국주의를 비롯한 외세에 대한 저항이라는 이중적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순종 즉위년인 1907년부터 음력 설은 물론 동지 하례까지 폐지됐다. <순종실록>은 1907년 12월 당시 총리대신이었던 친일파 이완용이 “국가의 정삭(正朔·1월1일)은 이미 태양력을 준수하여 쓰고 있습니다. 음력 원단(새해 아침)과 동지에 조하하는 의식은 이제부터 하지 않는 것으로 마련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청하자 순종이 이를 허락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순종은 황태자 시절만 하더라도 음력 명절 전통을 지키는 데 적극적이었다는 기록이 있는 만큼 순종의 결정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1907년은 조선 초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에 의해 이완용 친일 내각이 구성되고 고종이 강제퇴위된 뒤 조선 군대가 해산되는 등 일제의 침략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해였다. 메이지유신 이후 모든 명절과 기념일을 양력으로 바꾸고 완전한 태양력을 시행해온 일본 입장에서 대한제국의 음력 폐지는 효율적인 식민지 지배를 준비하는 과정의 일환이었다. <명절의 탄생>의 저자 하수민 박사는 음력 설 폐지가 조선인들에게 주권의 상실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고 해석했다.

 

1999년 음력 설 연휴 마지막날인 2월 17일, 경기도 김포시 고촌면 신동마을에서 주민들이 윷놀이대회를 열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김봉규 기자
1999년 음력 설 연휴 마지막날인 2월 17일, 경기도 김포시 고촌면 신동마을에서 주민들이 윷놀이대회를 열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김봉규 기자
■음력 설 못 쇠게 하려고…조퇴 금지, 시험 강행, 방앗간 폐쇄

 

1924년 <동아일보> 기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조선을 식민지화한 이후 일제는 음력 설 전통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설을 구정(舊正)이라 부르며 양력 1월1일인 신정(新正)보다 낙후된 전근대적인 전통으로 치부했다. 신정을 쇠고도 구정을 쇠는 ‘이중과세’(二重過歲·새해를 두번 맞음)를 비정상적이고 비효율적인 폐단으로 낙인찍었다. 신정에는 학교에 10여일의 방학을 주고, 관공서와 기업은 공식 휴일로 지정하며 휴업을 권장했지만, 구정에는 일부러 조업을 강요하고 학생들이 학교를 빠지지 못하게 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일제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음력 설을 쇠는 전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1928년 1월23일 <동아일보>는 “누누히 말한 바이지만 우리는 설을 하나로 통일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며 무슨 점으로 보든지 음력 설을 버리고 양력 설을 써야 한다. 그런데 시장에 가보든지 길거리를 둘러보든지 다수한 가정을 방문하든지 아직 음력 설이 양력 설보다 더 설다운 것이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1925년 경기도 안성군청이 김태영에 의뢰해 안성군의 모든 풍습을 기록한 <안성기략>을 보면, 안성군민들은 음력 1월1일인 정월초하루와 음력 1월15일인 정월보름, 2월 한식, 음력 8월15일 추석에는 공식적인 휴일이 아님에도 민간에서는 일반적으로 휴업을 하고 선조에게 제사지내고 성묘하는 명절로 여기고 있다고 기록돼 있다. 이 네 명절은 안성에서 가장 위상이 큰 명절이었다.

 

음력 설은 일제 수탈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1920년대 일제의 경제적 수탈정책에 맞서 전개했던 범국민적 민족경제 자립실천운동인 물산장려운동은 음력 설에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1928년 1월20일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연래로 음력 정월 초하룻날을 기회로 ‘우리의 것은 우리의 손으로’ 조선물산을 장려코저 그의 선전 행렬을 하여 오던 평양 조선물산장려회에서는 오는 정월 초하룻날도 대대적으로 선전행렬을 거행하려 준비에 분망하다”고 기록돼 있다.

 

일제는 침략전쟁으로 수렁에 빠져간 1930년대 후반 이후 음력 설을 제거하기 위한 더욱 강력한 조치에 나섰다. 경제 수탈을 위해 소비를 억제하고 더욱 강력한 식민지배와 내선일체를 실시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1938년부터 조선총독부는 음력 사용을 아예 금지하고, 음력 설을 쇠는 전통을 막기 위한 다양한 강제수단을 강구했다. 같은 해 1월29일 보도된 <동아일보> 기사는 “총독부에서는 물론 강제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아니나 될 수 있는 대로 이중과세를 피하고 생활개선을 장려하기 위하여 각 지방의 단체를 총동원하여 양력사용 여행(勵行·강력히 시행함)과 이중과세를 방지하기에 노력하게 하고 그 수단 방법은 지방에 따라서 다소 다르나 대개로 다음과 같은 몇가지를 실행키로 되었다”며 첫째로는 음력 정월 초하루에 각 관청에서 조선인 관서는 조퇴를 묵인해 주고, 학교에서도 조선인 학생들에게는 수업을 늦게 시작하거나 오후에 폐과했던 관행을 절대 금지하고, 둘째는 각 지방에서 정월 초하루에 지방민들에게 적당한 부역을 시키도록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표면적으로 강제적인 제재는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상 직장인과 학생이 많은 도시에서는 관공서와 학교에 사람들을 붙잡아두고, 농어민이 많은 지방에서는 강제 부역을 시키면서까지 음력 설 쇠는 풍습을 없애려 한 것이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만 되면 상점은 2~3일간 문을 닫고, 관공서 직원들은 출근하지 않는 등 음력 설을 쇠는 전통이 없어지지 않자 강제적으로 방앗간의 조업을 금지해 제사와 떡국 상차림에 필요한 떡을 못 만들게 하고, 설빔을 해 입은 아이들에게 먹물을 뿌렸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일제와 다르지 않은 독재 정권…방앗간 갈 때 “누가 볼세라 쉬쉬”

 

광복 이후 들어선 이승만 정권도 일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1949년 6월4일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등 국경일과 식목일, 한글날, 추석, 심지어 크리스마스까지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음력 설은 공휴일에서 제외했다.(대통령령 제124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 반면 신정은 1월1일부터 1월3일까지 3일간 연휴로 정했다. 서구적 근대화의 신봉론자이자 개신교도였던 이승만은 이중과세 철폐에 있어서만큼은 일본 제국주의자들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 않았다.

 

심지어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월26일에도 담화문을 발표해 “일정 때 양력 과세는 남이 시키어서 하는 것이오 우리 설이 아니라고 해서 구습을 타파하지 못한 경향이 있었으나 양력 과세는 세계 만방에서 공통적으로 실시하는 것이오 어느 한 나라의 력이 아닌 것이다. 이중과세의 폐해는 대단히 큰 것이니 음력 과세는 단연 없애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25 전쟁 때 한국에 체류했던 미국인 칼 밀러는 “이승만 대통령의 ‘음력설은 우리 민족의 수치’란 표어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동아일보> 1963년 4월22일)

 

하지만 전쟁의 와중에도 음력 정월 초하루만 되면 떡방앗간에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동아일보> 1955년 1월23일자 보도를 보면, “오랫동안 계속되던 불경기도 다만 며칠이라도 풀린 듯한 기분에 상인들의 이맛살은 살포시 피어진 듯하다”고 기록돼 있다. 특히 떡방앗간은 며칠 전부터 손님들로 들끓었다고 하는데 “이는 당국에서 구정을 임박해서 조업중지 명령을 내리지나 않을까를 염려한 나머지”였다고 한다. 이승만 정권도 일제처럼 설을 앞두고 떡방앗간에 조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19 혁명 이후 잠시 음력 설에 대한 탄압이 사그라들었지만,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 아래서 음력 설은 다시 핍박 받았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처럼 친미 기독교인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일제에 가까운 친일 근대화론자였기 때문이다. 1962년 경찰은 설을 앞두고 극장 등에 붙이는 광고물에 “구정프로”라는 문구를 삽입해 강조하는 선전을 금지했고(<동아일보> 1962년 1월25일자), 교통부는 이승만 정권 때도 운행해 오던 구정 임시열차 증편 운행을 중지해 고향을 떠난 도시 노동자들의 귀성을 막았다.(<경향신문> 1962년 2월2일자)

 

설을 앞둔 떡방앗간 조업 단속도 더욱 강화됐다. 강원도 지방에서 당국이 떡방앗간을 봉쇄해버렸다는 보도가 나온 뒤로 서울에서는 “어떤 아낙네건 떡방앗간을 들고 날적마다 조심성있게 두리번거리며 사위를 살피”고 “떡방앗간에 갈 때엔 누가 볼세라 쉬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동아일보> 1962년 동아일보 2월2일자)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음력 설 전통은 살아남았다. 유신 이후인 1974년에도 “서울시가 구정 떡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시내 전역에 대대적인 단속반을 편성하고 특별단속에 나섰다”(<동아일보>1974년 1월19일자)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듬해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을 공휴일로 추가 지정하면서도 음력 설은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이중과세의 폐지와 새마을 운동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경향신문> 1975년 1월15일자)

 

1990년 음력 설을 앞둔 한 떡방앗간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1990년 음력 설을 앞둔 한 떡방앗간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점점 커지는 음력 설의 휴일화 여론…결국 80년 만에 ‘민속의 날’로

 

전두환 신군부도 초기에는 박정희 정권과 마찬가지로 음력 설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음력 설 공휴일 지정 여부’가 매년 국무회의에서 논란이 됐다는 점이 달랐다. 1980년부터 1984년까지 해마다 연초 국무회의에서는 음력 설이 공휴일이 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국 여론에 밀려 1985년 음력 1월1일을 ‘민속의 날’이란 이상한 이름의 공휴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민속의 날’이란 이름이 처음 언급된 것은 1963년이었다. 박정희 정권은 음력 설 폐지가 쉽지 않자 1963년 1월 음력 1월1일을 ‘농어민의 날’이란 이름의 휴일로 정하는 대안을 논의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정부가 인정하는 신정 명절은 이미 양력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여전히 ‘음력설’을 잊지 못하고 있다”며 “연초 알려진 최고회의 소식은 그날을 농어민날이라는 국경일로 정해서 차라리 농어민을 즐겁게 하고 이중과세 폐단을 현실적으로 해결하려 들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민속학자 최상수는 “농어민의 날이란 것을 ‘민속의 날’로 부르게 하면 좋을 것 같다. 농어민뿐 아니라 공·상인 모두가 민속대중인데 민속의 날 하면 그말의 감각도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언론에서 종종 ‘이토록 민중들이 음력 설을 고수하는데 차라리 음력 1월1일을 ‘민속의 날’로 지정하자’는 의견이 종종 제시돼왔다.

 

음력 설이 ‘민속의 날’로 공휴일이 되는 과정도 극적이었다. 전두환 정권에서 공휴일 지정 업무를 담당했던 총무처 장관은 1984년 말까지도 ‘구정 공휴일 지정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1984년 12월 민정당이 “내년부터 구정 하룻동안을 공휴일로 지정하여 국민적 여망을 수용해 나가기로 정부 측과 원칙적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해버렸다. <경향신문>은 12월22일 민정당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신정은 신년원단(새해 아침)으로 정착되어가고 있으므로 구정을 경조일 성격을 띤 ‘조상의 날'로 하면 국민의 여망도 수용하고 이중과세 성격도 배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체면을 구긴 총무처가 내놓은 타협안은 명칭을 바꾸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1985년 1월18일 “구정의 공휴지정 문제를 완강히 반대했던 총무처 측은 지난해 말 민정당이 느닷없이 내놓은 ‘구정의 조상의 날 지정 공휴화' 방침에 당황, 어떤 명칭을 내놓으면 체면도 살리며 이중과세를 용인하는 듯한 인상도 불식시키겠느냐는데 고심. 민정당이 내놓은 ‘조상의날'은 이중과세의 뜻이 내포돼있어 결국 ‘민속의 날'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1월21일 대통령령이 개정돼 처음으로 음력 설이 공휴일이 됐다.

 

극적으로 음력 설이 공휴일이 된 것은 회유책이었다. 민중운동은 위협적이었고 일본으로부터 차관을 들여와야 할 정도로 경제 사정은 좋지 못했다. 이면에는 일제로부터 이어져온 100년 가까이 이르는 탄압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저항하며 ‘음력 설’의 전통을 고수해온 민중의 끈기가 있었다. 당시 민정당 관계자는 “4개 공단을 조사한 결과 구정 때 업체의 91%가 완전휴무하고 관공서의 민원업무 중 80%가 감소하고 있음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1994년 설 연휴를 앞두고 귀성객들이 모여든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의 모습. 사진 진천규 기자
1994년 설 연휴를 앞두고 귀성객들이 모여든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의 모습. 사진 진천규 기자
■70~80년대 노동자들은 어떻게 설을 보냈나

 

정부가 나서서 음력 설을 탄압했는데,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던 독재정권 시절에 민중들은 어떻게 설을 쇠었을까? <동아일보> 1978년 1월9일자 기사를 보면, “외국인업체 100여개가 입주하고 있는 마산수출자유지역과 40여 국내 대기업이 들어선 창원 기계공단 및 2만여명 여공이 일하는 한일합섬만산공장 등은 양력설의 연휴 외에 다가오는 음력설에도 4~5일간의 휴가를 주기로 했다”고 나온다. 이 기사를 보면 마산 수출자유지역의 1800여명의 여공을 고용하고 있는 한국동광 대표 홍구선씨는 “음력설에 고향에 가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겠다는 종업원들을 억지로 붙들어 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신정 연휴에다 구정 연휴까지 주고 보면 조업일 단축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 의논 끝에 신정엔 하루만 쉬고 구정 때 4일간 쉬도록 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는 1982년 12월28일 “공단지역의 대부분 기업들은 신정과 구정을 함께 쉬기로 하는 등 여전히 이중과세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신정 휴무를 3일 이내로 계획잡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며 어떤 기업은 구정 연휴를 감안해서 신정휴무를 하루나 이틀로 단축한 곳도 상당수 있는 실정이다. 신정에 3일 휴무키로 한 기업도 대부분 구정에 2~3일씩 쉬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상여금을 나눠 지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며 “대부분의 근로자가 신정보다는 구정 휴무기간을 연장해줄 것과 상여금도 구정 때 나누어 지급해줄 것을 요청, 기업주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복권된 ‘설’…민족 고유의 명절로 확고히 자리매김

 

‘민속의 날’이란 어정쩡한 이름으로 이어지던 음력 설은 1987년 ‘6월 항쟁’으로 신군부가 무너진 뒤 1989년에 이르러서야 이름을 되찾았다. 각계 각층에서 ‘음력 설’을 복권하자는 요구가 물밀듯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1989년 2월 정부는 ‘민속의 날’의 명칭을 ‘설’로 바꾸고, 음력 설과 추석을 3일 연휴로 하는 대통령령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정부가 ‘음력 설’을 인정한 것이다.

 

끝난 줄 알았던 ‘이중과세론’은 10년 뒤 다시 한번 재현되는데, 이번에는 양상이 전혀 달랐다. 아이엠에프(IMF) 금융위기로 국가적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당시 김대중 정권은 소비를 억제하고 근무일수를 높이는 등 국난 극복을 위한 수단의 하나로 이중과세 철폐론을 들고 나왔다. 김대중 정부는 “경제난국을 극복하고 이중과세 폐해를 없애기 위해 1월2일을 관공서의 공휴일에서 제외한다”며 당시 이틀 연휴였던 신정을 하루만 쉬는 것으로 바꿨다. 음력 설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민족 고유의 명절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1999년 설연휴 주말을 하루 앞둔 2월 12일,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은 미리 귀성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직장일로 함께 귀성길에 오르지 못한 한 가장이 먼저 가는 부인과 아들에게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창광 기자
1999년 설연휴 주말을 하루 앞둔 2월 12일,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은 미리 귀성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직장일로 함께 귀성길에 오르지 못한 한 가장이 먼저 가는 부인과 아들에게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창광 기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0462.html?_fr=mt1#csidxfac4b653f2863de8efd91cd33820b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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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이 혼란스러운 세대와 선택에 익숙한 세대

70년대 수준의 지도자와 집단이 국정을 운영했을 때 벌어진 문제들
 
이진우  | 등록:2017-01-29 10:44:15 | 최종:2017-01-29 10:46:4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몇 달 전 부모님과 식사를 했는데, 그때가 수능시험 당일이라 자연스럽게 대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수시 모집에서 6개 학교까지 지원이 가능하고, 전형 종류도 학업우수자 종합전형(학교장 추천), 교과우수자 전형, 미래인재 전형, 특기자 전형, 논술 전형 등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하니, 그때부터 이해하시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으시더군요. 그리고 수시 모집과는 별도로 정시 모집이 있고, 수시에서 합격하면 아무리 수능 점수가 잘 나오더라도 정시 전형에 지원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고 하셨지요.

저희 부모님은 6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니셨는데, 그때에는 예비고사와 본고사 체제로 시험을 치렀고 내신 성적의 비중이 생각보다 높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학을 다녔던 80년대에는 학력고사와 내신 성적을 합산하여 합격 여부를 가렸지요. 그런데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하나의 대학교만을 선택하여 학과를 1지망부터 3지망까지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나의 대학교만을 선택하던 시대에서 이제 수시와 정시를 합하면 총 9개 대학교까지 지원할 수 있고, 각기 다른 전형으로 지원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 당연히 이해가 어려울 수밖에요.

사실, 저 개인적으로도 대입 전형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군요. (물론, 지금도 100% 이해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오죽하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단지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시 및 정시 지원 전략을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치밀하게 짜야만 비로소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통용되겠습니까. 이번에 제 둘째 아이가 지원한 학업우수자 종합전형의 경우 생활기록부 상의 교과활동 및 비교과활동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고3이 되어 준비해서는 요건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1~2학년부터 관리해야 되지요.

제가 대입 제도의 변천에 대해 다소 장황하게 말씀드린 이유는, 어쩌면 이러한 변화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촛불집회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를 푸는 데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전에 세대 간 갈등 문제에서 하드웨어 세대와 콘텐츠 세대의 인식 차이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를 좀 더 명료하게 하자면 결국 "선택에 익숙하지 않아 선택이 도리어 혼란스러운 세대"와 "선택에 익숙하기 때문에 선택할 수없는 상황을 참을 수 없는 세대"간 소통 단절 및 갈등 고조가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중고교 및 대학시절을 보냈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 당시에 모든 교과서는 국정교과서였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었지요. 교복, 구두, 가방, 학용품 등도 모두 사실상 동일한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학교 앞 문방구에서 모두가 같은 것을 구입했기 때문이죠.) 학교를 벗어나더라도 선택의 폭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방에 가면 메뉴에 '커피'라고만 쓰여 있었으며, 소주도 지역별로 하나밖에 없었으며, 영화도 한 극장에서 오직 한 편의 영화만 볼 수 있었죠. 사진관도 대체로 동네에 하나밖에 없었기에 인물만 바뀔 뿐 배경과 구도가 똑같았지요.

물론, 지금도 아이들은 교복을 입고 다닙니다. 그러나 가방 종류와 색깔은 천차만별이며, 신발도 다양한 브랜드와 디자인으로 차별화되지요. 학용품은 대형문구점에 워낙 다양한 종류가 있기에 나와 똑같은 볼펜 혹은 샤프펜을 쓰는 친구를 찾기가 힘듭니다. (제 아이들도 문구점 가면 마음에 드는 것 고르느라 몇 시간씩 걸리지요.) 커피는 워낙 종류가 많아 이름을 다 외우기가 불가능하며, 영화도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10여 편 중 하나를 선택해서 봅니다. 사진은 각자가 다른 카메라와 앵글로 찍어 각자의 취향에 맞게 보정하고 편집하므로 절대로 똑같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보수세력은 올바른 국가관, 올바른 역사관, 올바른 이념 등을 확립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사 국정교과서 문제,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 소녀상 철거 논란 등이 모두 이 연장선에 있습니다. 그러나 청소년들 입장에서 보자면, 기성세대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어떠한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고 그냥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내려오는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과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기성세대는 올바르냐 그렇지 않냐를 따지는 반면, 청소년 세대는 내가 얼마만큼의 선택권을 갖고 있고 얼마만큼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지요.

박근혜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5070세대는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더 나아가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관'이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도자가 정한 것을 당연히 우리가 따라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익숙합니다. 더 나아가 그들의 자녀에게도 선택권을 부여하는 상황이 거의 없었던 세대입니다. 퇴근길에 아버지가 통닭을 사들고 가면 당연히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이고, 짜장면을 시켜주던 돈까스를 사주던 손뼉 치며 맛있게 먹을 거라고 생각하며 지냈지요.

그런데 제가 아이들을 키워보니 지금의 아이들은 이와 사뭇 다릅니다. 브랜드와 기능에 대단히 민감하고, 맛과 분위기도 많이 따집니다. 그러니 휴가지를 선택을 하건 호텔이나 콘도를 예약을 하건 자신들이 직접 이미지와 동영상을 훑어보고 심지어는 블로그 후기까지 면밀히 읽어보고 결정하지요. 제 입장에서 보자면 그냥 아무 곳이나 대충 정해서 가면 될 일인데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우리 세대에게는 그러한 일들이 귀찮고 스트레스 받는 것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것도 하나의 재미있는 과정이고 작은 행복인 것이지요. 선택이 주는 묘미를 누리는 겁니다.

이제 결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보수세력의 간절한 소망에 힘입어 올바른 국가관, 역사관, 이념관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하달되었다고 가정합시다. 과연 그 후에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요? 어떠한 선택권도 자신들에게 주어지지 않았고 어떠한 다른 콘텐츠도 언급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것을 학생과 학부모들이 그냥 일사불란하게 복종하고 수용할까요?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학생들의 흥미와 참여를 끌어 모을 수 없기에 교사와 학부모들은 다양한 보충교재를 활용하려는 욕구를 가지게 될 것이고, 중고교 교육과정 속에서 사회적 논란이 큰 근현대사 부분 에 대한 비중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 보수세력이 강조하는 올바른 국가관, 역사관, 이념관이 교육 현실 속에서 중고등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심어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정책 입안자가 범하기 가장 쉬운 오류는 정책 수혜자에 대해 잘못된 관점과 정보를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지고 지원내용과 지원대상간 심각한 불일치(Mis-match)가 발생하는 것이죠. 박근혜 대통령과 보수세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들이 생각하는 '중고등학생'이 현재의 '중고등학생'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행과 파국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거지요.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로잡을 것을 권합니다. 올바른지 아닌지, 애국심이 있는지 없는지, 이념적으로 편향되었는지 아닌지… 이 모든 것에 대한 기준은 그대들이 세워서 강제로 주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지요.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정하는 것이고 함께 참여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것입니다. 하드웨어는 매뉴얼에 나와 있는 것 그대로 조립하면 되고 한번 조립되면 오직 그 용도로만 쓰이지요. 그러나 콘텐츠는 집단적 지성의 결과물이고, 한번 완성이 되었다 할지라도 다양한 분야로의 어플리케이션과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합니다. 그 차이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이제 국가지도자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제가 드는 생각은 단 하나뿐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인식수준, 그리고 우리 청소년에 대한 인식수준이 70년대 수준에 머물러있는 지도자와 집단이 국정을 운영했을 때 어떤 문제들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것을 절절히 깨닫게 해줬다는 점에서 박근혜에게 고맙고, 최순실에게 고맙고, 정유라에게 고맙습니다. 철 지난 반공 이데올로기와 하드웨어 중심 사고로 국정을 운영해나가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빠르고 광범위하게 변했습니다. 그것을 보지도 못할 뿐 아니라 그 변화에 대응하려는 노력조차 안 하는 사람들에 대해 반드시 역사적으로 단죄해야 합니다.

이진우 /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KPCC) 소장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104&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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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너무 밑바닥인 것 같아요"

 

[박근혜 정권과 싸워온 사람들 2] 세월호 유가족 - '지혜 엄마' 이정숙씨

17.01.29 11:45l최종 업데이트 17.01.29 11:45l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 중 하나는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생명권 보장' 위배다. 세월호가 침몰한 10시 30분부터 재난 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나 "구명조끼"를 말했던 5시 15분 사이의 7시간. 국민 304명의 생사가 걸려 있던 시간 박 대통령의 구체적 행적은 1000일이 흐른 지금도 흐릿하다.

시민의 촛불은 진실을 밝히려는 유가족들의 발걸음에도 새 국면을 가져다주었다. 7시간 동안 청와대를 드나든 사람들, 박 대통령이 했던 일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귀족 유가족'이라 손가락질 받던 유가족들의 지난한 싸움의 흐름도 달라졌다. 

박 대통령 탄핵 이후 달라진 상황에 대해 유가족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묻고자, 지난 19일 단원고 2학년 10반 故 권지혜양의 어머니 이정숙씨를 만났다. 아래는 이씨와 나눈 일문일답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달라진 언론... 서운한 반, 고마움 반
 

 단원고 2학년 10반 故 권지혜 양의 어머니 이정숙씨
▲  단원고 2학년 10반 故 권지혜 양의 어머니 이정숙씨
ⓒ 조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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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농단 사태 이후 세월호를 향한 여론도 달라졌습니다. 변화를 느끼시는지?

 

전에는 서명받으러 다니면 추태 부리는 사람도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서명해달라고 말 안 해도 와서 서명해주시고 음료수도 사다 주세요. 애기엄마들은 애기 손잡고 와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봐요. 관심을 가지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면서 얘기해달라는 분들이 많아요.

그게 다 저희들 힘나게 하거든요. 우리 아이들 널리 알리러 다닐 힘이 나요. 시민들이 어떻게 해 주느냐에 따라서 용기가 많이 나요. 사실 시민들 도움 없으면 오래 갈 수 없어요. 자식 잃었으니 싸우긴 하겠지만 끝까지 가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엔 오히려 기운 빠지게 하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엔 시민들한테서 다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얻어요.

- 언론의 태도도 많이 바뀌었어요.

그렇죠. 많이 달라졌죠. 예전엔 TV 틀면 정부 입장에서 세월호를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요즘은 어딜 틀어도 다 세월호 7시간 얘기를 해요. 다시 우리를 받아들여 주는 것처럼 느껴져요. 세월호 유가족들이 계속 버텨준 덕분에 상황이 이렇게까지 진전되었다는 이야기도 해주니까 저희로서는 고맙죠.

- 여론에 따라 언론의 태도가 바뀐 것이 혹시 서운하지는 않나요?

서운함 반, 어쨌거나 다시 이야기해주는 거에 대한 고마움 반이에요. 언론의 태도가 바뀐 걸 보면서 정부의 권력이 참 무섭긴 하구나 생각도 해요. 갑자기 다시 재수사를 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주니까. 그래도 어쨌거나 언론이 다시 짚어주고 꾸준히 조명을 해주잖아요. 그건 고맙죠.
 

 인터뷰는 안산 합동분향소가 위치한 화랑유원지 내 '기다림의 성당'에서 진행됐다. 故 권지혜양은 천주교 신자였다.
▲  인터뷰는 안산 합동분향소가 위치한 화랑유원지 내 '기다림의 성당'에서 진행됐다. 故 권지혜양은 천주교 신자였다.
ⓒ 조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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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이 이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심판에 불출석하는 등 여전히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촛불집회가 몇 달째 계속되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하잖아요. 출두하라고 해도 계속 자기 자리만 지키고 있고. 권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통 사람 같았으면 난리가 났을 거 아니에요.

사실 박근혜 정권 이전엔 그래도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박근혜 정권 들어서고부터는 마법에 빠졌다고 해야 하나. 나쁜 마법에 걸려 있는 게 아닐까,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이게 진짜 현실일까.

- 7시간은 많이 조명되고 있지만, 실제 인양작업 등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1월 16일) 해양수산부에서 인양 관련 설명회를 했어요. 이미 여러 번 연장됐는데 다시 4월로 미뤄졌어요. 업체랑 재계약도 6월까지로 연장됐고요. 인양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꼭 해야 하는 과제물인데 계속 미뤄지고 있어요.

TV에는 7시간에 대해서만 계속 나오잖아요. 사실 저희는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뭘 했는지 안 궁금해요. 미용을 하든, 성형수술을 하든 그거 하나도 궁금하지 않거든요. 다만 그 7시간 동안 왜 구하지 못했는지가 알고 싶어요.

- 박근혜 정권과 싸워온 다른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투쟁 과정은 다른 이들을 만나는 과정이기도 했을 텐데요.

처음엔 우리 아이밖엔 생각이 안 났어요. 광장에 나가게 된 것도 우리 일 때문이었잖아요. 그런데 나가 보니까 우리나라엔 밑에 있는 사람, 어려운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삼성 백혈병 사건의 피해자들, 사드가 동네에 배치되는 사람들... 우리도 우리지만, 솔직히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람들과 연대해서 나라를 바꿀 수만 있다면 확 뒤집어버리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권력에 맞부딪히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낮은 사람들끼리는 아무리 뭉쳐도 안 되는 게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로지 어려운 사람들밖에 없으니까,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는 생각, 발전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 좌절밖에 안 생기더라고요.

"그만하라는 소리 안 하고 노란 리본만 달아준다면..."
 

 안산 화랑유원지 내에 위치한 합동분향소로 가는 길
▲  안산 화랑유원지 내에 위치한 합동분향소로 가는 길
ⓒ 조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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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 정국을 통해 좌절이 긍정으로 바뀔 수 있을까요.

시민들을 보면 이번에 뭐라도 바뀔 수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반면에 사건을 찔러만 놓고 다시 스르르 제자리로, 권력의 시대로 돌아갈까봐 걱정도 돼요. 사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계속 그랬잖아요. 문제를 부각만 시켜놓고 다 해결되지 않았는데 흐지부지 되고. 오늘도 이재용 삼성 부사장 구속영장이 기각됐잖아요. 그 얘기를 듣고 나니까 마음이 흐려지더라고요. 다시 하나하나 덮어버리진 않을까. 힘센 사람들 쪽으로 흘러가버리지 않을까.

- 그래도 정권이 바뀌면 해결되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면 해결된다고 보더라고요. 많이는 안 바뀔 것 같아요. 권력 가진 사람들은 거기서 거긴 것 같아요. 그래도 진짜로 나라를 걱정하는 대통령이 나온다면 50%는 바뀌지 않을까요. 저는 그것만 해도 성공이라고 봐요. 누구도 100% 다 잘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정권 교체가 된다면 아무래도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박근혜 대통령은 너무 밑바닥인 것 같아요. 기본만 잘해도 지금보단 낫겠죠. 오히려 밑바닥까지 갔으니까 새로운 사람이 나오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월호 진실을 밝혀내는 건 저희만의 일은 아니라고 봐요. 저희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아요. 하지만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해야 다음 세대가 제대로 살 수 있잖아요. 시민들이 저희랑 끝까지 함께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만하라는 소리 안 하고 노란 리본만 달아주셔도 저희는 싸울 힘과 용기가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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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성과를 내는, 승리하는 한 해로”

 박석운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공동대표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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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27  22: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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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운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촛불시민혁명의 완수를 위해 2017년은 '성과를 내는 해, 승리하는 해'로 만들자고 역설했다. [사진-조천현]

지난해 10월 29일 저녁 6시 청계광장에서 3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진행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시민촛불’은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촛불시민혁명’의 신호탄을 올린 대회였다.

누적된 모순은 마침내 질적 전환을 이루며 노도와 같이 광장을 집어 삼켰다. 그날 종로 보신각에서 유턴해 광화문 광장으로 진입한 시민들의 행진은 매우 상징적이었다.

엄동설한의 날씨도 적폐에 분노하고 새로운 사회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발길을 돌리지 못했고 촛불을 끄지 못했다. 시민들은 스스로 광장의 주인임을 확인했으며, 초유의 1,000만 촛불은 거침없이 박근혜 탄핵을 관철시켰다.

광장의 민심을 잘못 판단한 야당은 끝없이 동요하고 타협했지만 주말 범국민촛불은 매번 그들을 돌려세웠다.

이제 꼭지를 따야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인용 결정이 나와야 하고 정권의 공범자, 부역자 등에 대한 인적청산, 적폐 정책 청산 등이 이어져야 한다. 새로운 사회를 향한 대통령 선거가 어느새 일정에 올라있다.

13차까지 석달이 넘도록 범국민촛불이 진행되는 동안, 아니 그 1년 전부터 민중총궐기투쟁본부와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의 책임을 맡아 광장의 민심을 예리하게 주시해 온 박석운 공동대표를 만나 촛불의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24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 카페에서 만난 박석운 공동대표는 여전히 동분서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이재용 구속영장 실질심사, “딱 느낌이 오더라”

   
▲ "피해갈 수 없는 외통수에 걸려있다. 팩트가 너무나 명백하다." [사진-조천현]

□ 통일뉴스 :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결정 일정에 대해 2월말 3월초를 전망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 박석운 공동대표 : 아마도 2월말, 3월초에 된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고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3월 13일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데, 그때까지 결정이 나지 않으면 탄핵심판이 굉장히 위태로워지고, 그렇게 되면 헌법재판소의 존립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도 어지간하면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에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마지노선을 3월 9일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사안 자체가 너무나 명확하다.

청와대 쪽에서 굉장히 천박한 수준의 지연작전을 쓰고 있는데, 증인이나 증거신청한데 대해서 아예 묵살했다는 소리는 안 들어야 할 테니까 일정 정도 수용해주는 등 신청인 쪽이나 피신청인 쪽의 균형을 거의 맞추어서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빨리 잡아 2월 중하순도 안될 것 없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무리 봐도 2월말, 3월초가 더 맞는 것 같다.

□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것은 어떻게 보나?

■ 사실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심사하는 날 아침에 퇴진행동이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 때 제가 모두발언에서 그날 영장담당 판사의 문제점에 대해서 짚었다. 딱 느낌이 오더라. 그 사람이 기본적으로 신동빈 롯데회장을 기각했고, 가습기 살균제 판매기업인 옥시 대표도 기각했다.

영장기각 사유에 대해 다른 것도 있지만 제일 큰 게 뇌물받은 사람 수사가 없었다는 것인데, 그건 뭐 형식 논리적으로 물어본다면 뇌물받은 최순실과 박근혜를 조사한 후 영장을 재청구하는 게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또 뇌물공여죄는 국민정서법상 피해갈 수 없는 외통수에 걸려있는 것인데, 한번 잔꾀를 써서 어쨌든 피해보겠다는 것이지만 분명한 건 다시 리턴매치가 있다는 것이다. 특검조차도 굉장히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마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팩트가 너무 명확하기 때문이다.

□ 해가 바뀌면서 날씨가 굉장히 추워지기도 했고 13차까지 석달 정도 촛불이 진행되면서 피로감에 대한 우려가 일부 제기되는 것 같다.

■ 저는 뭐 올해 들어 신년인사를 ‘올해는 성과 내는 한해, 승리하는 한해가 되도록 합시다’라고 하고 있다. 이게 솔직한 저의 예상이고 기대이다.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까지 가게 한 그 굉장한 동력들이 추위에 약간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는데, 저는 거꾸로 생각한다.

그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은 군중들이 모여들었다고 생각한다. 촛불집회에 1,000만명이 모인 과정을 보면, 어린애들 손잡고 가족단위로 나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왜 날씨가 너무 추우면 어린애들은 데리고 나오기 힘들지 않나.

굉장히 추웠던 1월 14일에는 13만 명 정도가 모였는데, 그날 사전집회에 참여해서 연설했었다. 그날 정원스님 영결식도 치렀는데, 영결식하고 사전집회할 때만해도 사람들이 얼마 없었다. 그런데 오후 5시 30분 본 집회 시간이 되니까 어디서 그렇게 나오는지 십 몇 만명이 쫘악 나오는데, 실로 장엄한 모습이었다. 숫자는 제일 작았지만 그 추위에 모인 분들에게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 그걸 보고 장엄한 물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월 21일은 눈이 내리긴 했지만 날은 좀 풀렸었다. 그땐 이재용 석방 등으로 다들 걱정들이 많아지지 않았나. 그 눈 내리는 날씨에 서울에서 두배 이상인 32만명이 왔다. 광장의 열기가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거꾸로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 강추위에, 그 눈보라 치는 날에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기적이다.

 

 

“백남기 농민 장례투쟁이 이번 촛불 직접적 도화선”

   
▲ 경찰의 고 백남기 농민 부검 시도에 맞서 지난해 10월 23일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박석운 공동대표는 고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촛불대항쟁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고 평가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21일 민중총궐기 투쟁선포식이 열렸는데, 눈보라가 휘날렸지만 조직이 움직인 것 치고는 다소 인원이 적었던 것 같다.

■ 본래 1월 21일은 중간 집결 정도로 하자는 생각이었다. 말하자면 촛불이 잦아드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어서 조직대오들이 선봉대를 자처한 것이다. 작년 10월 29일 첫 촛불도 민중총궐기투쟁본부에서 시작한 것이다.

21일 민중총궐기 투쟁선포식에서 눈보라가 몰아쳤는데, 그날 마음속으로 ‘민중총궐기가 눈보라를 몰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본격적인 대규모 집중은 2월 25일로 잡고 있다. 이날은 민중총궐기투쟁본부에서 작심하고 조직대오를 발동해서 전국 집중해서 하자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자주 못하는 그런 측면이 있다.

촛불혁명이 명예혁명적 성격을 갖고 있지 않나. 한편으로는 피를 흘리지 않는 점이 좋은 점이긴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시원하게 뭔가 해결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굉장히 끈질기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열기를 이어가는, 그래서 눈 부릅뜨고 고함을 계속 질러 가야 한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똑바로 하라. 그렇지 않으면 거센 규탄으로 똑바로 가게 하겠다’, 그런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 2015년 민중총궐기로부터 작년 촛불혁명으로 연결지어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 그렇다. 본래 시작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괜히 주관적 의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운동이 진화를 해 온 것이다. 특히 지난해 9월말부터 있었던 백남기 농민 장례투쟁이 이번 촛불을 만드는데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다.

그에 앞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투쟁으로 인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5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고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그렇게 살해가 됐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가 적반하장으로 부검까지 하겠다고 덤벼드니까 그걸 끈질기게 하여튼 역전을 시킨 거지 않나.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서 이번의 촛불대항쟁으로 발전해 간 것이다. 그래서 2015년 민중총궐기에서부터 시작한 항쟁이다.

이번의 과정을 보면 작년 10월 29일 3만명이 모인 첫 촛불은 주최 단위가 민중총궐기투쟁본부였는데, 그날 보니까 일반 시민들이 대거 참여를 한 거였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크게 번질 줄은 몰랐다”

   
▲ 지난해 10월 29일 1차 범국민촛불부터 지난 1월 21일 13차 촛불까지 현장을 계획하고 지켜 온 박 대표는 매 상황을 꼼꼼하게 설명해 주었다. [사진-조천현]

□ 초기 상황이니까 그때 이야기를 좀 자세히 해달라.

■ 10월 24일 낮에 박근혜가 국회에 가서 개헌을 하자는 ‘굉장한’ 꼼수를 던졌다. 그대로 됐다면 야당이 대혼란에 빠지는 상황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JTBC에서 최순실 테블릿 PC를 공개하면서 치고 나간 거다.

그날 낮까지만 해도 박근혜 탄핵이나 퇴진이 실감이 나는 상황은 아니었다. 우리가 2015년부터 박근혜 퇴진을 제1구호로 내걸고 투쟁은 했지만 사실 실감이 잘 안나는 상황이었다. 작년 12월 9일 국회 탄핵가결 무렵 어느 한 라디오와 인터뷰를 하면서 “꿈이냐 생시냐, 요새 그런 생각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10월 24일까지만 해도 실감은 없었다. 29일 발표되는 것 보면서 '누적된 모순이 질적 전환을 이루어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 하나만 갖고 된 일은 아니다. 세월호를 비롯해서 대선 부정선거, 국정교과서, 위안부 야합, 백남기 농민 살해 등 누적된 모순이 질적 전환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임계점을 만드는 그런 거 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9일부터는 구호가 아니라 실전상황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상황을 파악하고 논의를 시작했다. 판을 넓게 짜야 되기 때문에 절충이 불가피했다.

처음에 시민단체들은 시간을 좀 갖고 가자, 발빠르게 움직이기 보다는 아래에서부터 동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가야 된다는 입장이었고,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말하자면 지금 퇴진행동같은 기구를 만드는 것은 시간을 두고 하더라도 대중들의 솟구치는 분노에 대해서 즉각적인 호응을 해야 되는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 주 토요일인 10월 29일 촛불집회를 광장에서 잡은 것이다. 당시에는 시민단체들이 시간을 좀 갖자는 의견을 보였기 때문에 어쨌거나 선봉에서 치고 나가는 것도 있어야 길이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주최단위가 되었던 것이다.

그주 수요일(10.26)부터는 지금도 하고 있는 매일 촛불을 시작했다. 매일 촛불을 소규모로 계속 하면서 큰 규모 촛불을 토요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히고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나선 것이다.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했는데 그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크게 번질 줄은 몰랐다.

이때 종로통으로 행진을 하면서 보신각에서 올라가다가 우회전을 하기로 집회신고도 되어 있었는데, 시민들이 자연발생적으로 ‘광화문으로 가자’고 해서 유턴을 해버린 거다. 경찰이 막아도 물밀듯이 밀고 들어갔다. 그래서 3만여 명의 시민들이 광화문 사거리와 광장을 점령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건 사변적 사건이었다.

애초부터 준비하고 있던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등 조직대오보다 더 많은 미조직 일반시민들이 대거 참가하는 그런 뜨거운 열기를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다음 주에는 시국회의를 하고 11월 5일 확대된 주최 단위(퇴진행동(준))를 소개하면서 촛불집회 계획을 발표했다. 그날 백남기 농민 장례를 치르는 날이기도 해서 그렇게 진행을 했는데, 그날 20만 명을 훌쩍 넘는 인파가 몰렸다. 당시 주최 측은 5만명이나 올까 했었다. 굉장히 놀라운 기적이 만들어진 것이다.

 

“집회 참가인원을 100만 명으로 줄여서 발표하기도 했다”

   
▲ 지난해 12월 17일 8차 촛불집회에서 박석운 공동대표는 “인적청산과 함께 적폐청산 활동에도 국민들이 함께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후 비상시국회의를 한 차례 더 열고 복잡한 논의를 거쳐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만들어졌다. 내부에서 전국적인 체계를 갖는 국민운동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과 낮은 수준의 네트워크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할 수 없이 절충했기 때문에 단체 명칭이 그렇게 된 것이다.

퇴진행동은 11월 5일 지나서 출범할 당시, 일단 시작은 그렇게 하다가 상황의 발전에 따라서 추후 조직발전에 관한 논의를 한다고 되어 있었다.

11월 12일은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의 지역에서 올라오는 버스만 15만 명, 수도권 5만 명 등 조직대오가 20만 명 이상에 일반 시민들이 많이 참석했기 때문에 40~50만명 되지 않을까 예상했으나 130만 명이 모인 놀라운 상황이 벌어진 거다.

그날 오후 4시에는 몇 달 전부터 준비해 왔기 때문에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3차 범국민촛불을 저녁 7시30분에 광화문 광장에서 하는 절충적 방식으로 집회가 진행됐다.

계속 확대되는 추세를 보여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돼 당시에는 집회 참가인원을 100만 명으로 줄여서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았지만 이 때 이미 촛불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전국 집중방식으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경우 1만 명 이상이 상경을 한 상태에서 남아있던 사람들이 조그마한 판을 벌였는데 여기 3만 5,000명이 모여들었다. 광주에서도 시민들의 촉구에 따라 당초 준비했던 문화행사가 1만 명 이상이 참여한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로 진행되기도 했다.

이 상황을 주목해서 11월 19일은 지역에서도 촛불집회를 만들자는 지침이 만들어 지고 전국으로 번져 나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퇴진행동 부산본부에서 자신감이 붙으니까 이날 10만 명 목표를 제시하고 광주 10만, 대구 4만명으로 불어났다.

11월 26일 140~150만 명에 이어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상 징후가 보이자 12월 3일엔 사상 초유의 230만 명이 집결한 범국민촛불로 이어졌다.

박근혜 일당이 계속 연료를 부어 넣어준 상황에서 사람들은 상황이 잘못될까 봐 우려하면서 숙제하듯이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들었던 것이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숫자가 조금씩 빠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규모는 유지가 되는 상황이다. 날씨가 추워지니까 불가피하게 숫자가 조금 줄어들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눈보라치는 엄동설한에 이렇게 엄청나게 모이는 것 자체가 감동이고, 장엄한 민중의 물결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 전반적 적폐를 고쳐야 한다”

   
▲ 최대 규모의 시민사회단체 연대조직인 '퇴진행동'은 헌재의 탄핵결정이 나면 없어져야 하는데, 박 대표는 관련 논의를 현재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사진-조천현]

□ 퇴진행동이 내세우고 있는 투쟁방향을 다시 한번 설명해 달라.

■ 제일 중요한 게 인적청산이다. 퇴진행동의 이름을 정할 때도 박근혜가 아니라 ‘박근혜 정권'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 공범자들과 부역자들 다 쫓아내고 청산해야 한다.

황교안, 김기춘, 우병우와 이재용, 신동빈 등 재벌총수들,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 백남기 농민 살해 관련 책임자들에 대해 인적 청산해야 된다.

그 다음 적폐 중에 긴급한 6대 현안을 연말까지 하려고 했으나 아직 해결이 되지 않고 2월까지 늘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그 사이에 다른 급한 사안들이 있지 않느냐 해서 6대 긴급현안 외에 ‘촛불의 명령’을 모으고 있다.

여기엔 △긴급 생존권 과제(최저시급 1만원, 손배가압류 금지, 밥쌀 수입 중단, 쌀값보장), △정치제도 개혁(18세선거권,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선투표제, 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 △공안기구 개혁(고위공직자수사처 신설, 국정원을 해외정부처로 변경, 경찰 완전 개혁, 테러방지법 폐지), △위험사회에서 안전사회로(핵발전소 중단, 4대강 소통) 등이 수렴되고 있다.

□ 적폐 청산과 관련한 과제들의 집중도는 많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 사실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러나 주말촛불은 계속 유지해 가면서도 한편으로 박근혜 한 명 쫓아내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 적폐를 고쳐야 한다는 점은 계속 강조해야 한다.

제일 아쉬운 문제가 촛불광장의 열기와 요구를 이른바 제도권으로 연결하여 현실에서 실현시키는 이 문제에 대한 지렛대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과 일정한 정도의 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내부에 분열요소가 될 수 있어 조심하고 있다. 분열요소는 최소화하자는 합의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한계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다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본다. 지금 뭐 대선판으로 그냥 가고 있지 않나.

□ 말씀하신 대로 아무래도 관심이 대선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 그래서 민중의 장엄한 요구와 염원을 현실화, 제도화시킬 지렛대 내지 연결고리를 잡아야 하는데 그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

□ 야권 지도부와 면담도 갖지 않았나.

■ 몇 번 만나서 면담을 했는데, 압박하고 요구하는 정도이지 함께 뭔가를 합의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가서 말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광장의 민심으로 어떻게 강제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과제이다.

□ 한때 민주당쪽에서 광장과 연계하는 기구를 만들겠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 그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퇴진행동 내부에서는 정치권과 그렇게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걱정이 일부 있다. 사실상 민주당 쪽의 제안은 퇴진행동에서 거부한 셈이다. 일부 단위에서 그런 걱정이 있는데 그걸 논쟁거리로 삼으면 날 새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그래서 퇴진행동 차원에서는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 퇴진행동의 그런 방침은 여전히 유효한가

■ 그렇다. 그건 뭐 계속 의견을 고집하는 측이 있긴 있는데...

그렇지만 안 되는 일이라고 해서 그대로 놓아둘 수도 없지 않는 측면이 있어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중이긴 하다.

예를 들어 6대 긴급현안에 대해서 정치권으로부터 확실한 약속을 받아 내자는 요구에 찬성하는 주요 핵심 단위들이 주축이 되어 2월 4일 광장에서 야3당 대표와 유력 정치인을 초청해서 ‘인적청산과 6대 긴급현안을 2월 국회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공개적으로 국민들에게 약속하라는 광장 토크를 하기로 했다.

다들 관심도 있을 테고 빨리 해야 한다는 공감도 높은 현안이기 때문에 긴급현안에 대해서는 대선전에 해결하라는 요구를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

 

“올해는 성과내는 한해, 승리하는 한해가 되어야”

   
▲ 퇴진행동은 1월 11일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1987년 시민이 헌법을 바꿨다면, 2017년 우리들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다짐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광장의 요구를 현실화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온라인으로 하는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가 있었고 직접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광장의 원탁토론 등이 진행되었는데, 일반화에 어려움이 있지 않나.

■ 일반화가 잘 안되는 사안이다. 만민공동회도 하고 자유발언도 계속 하고 있다. 의견들은 모아지고 있다. ‘촛불의 명령’으로 의제를 모으고 있는데, 우리가 다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자료를 전국적으로 배포한 후 의견을 모아달라고 하는 그런 과정을 거치게 된다. 광장에서는 시민발언대로 의견을 모으고 온라인과 별도로 지역과 부문에서도 계속 의견을 모으자는 것이다.

인적 청산과 관련해서는 부문별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그 와중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댓글도 달고 인기투표도 할 예정이다.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본다.

□ 앞으로 퇴진행동의 계획에 대해 설명해달라

■ 탄핵결정이 나면 퇴진시킨 것이니까 퇴진행동은 끝이 나는 것이고 그 이후에 진로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한 상황이다. 형식적으로는 과제가 끝이 나니까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가기는 어렵지 않을까.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워낙 스펙트럼이 넓어서 의견들이 서로 다를 것으로 보이는데 지켜봐야 할 일이다.

□ 2,300~2,400여 단체가 결집한 사상 최대 규모의 단체인데, 이후 발전 방향은 어떻게 되나.

■ 처음 시작할 때는 1,500~1,600개로 출발했는데,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 와중에 지역본부가 만들어지고 부문에도 본부가 만들어진 곳이 많다. 상설조직으로 될 가능성은 없지만 국민운동체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최근 나오기도 했다.

1천인 선언을 추진하는 분들이 퇴진행동에 국민운동체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고, 지금은 그런 걸 갖고 논의를 해야 되는 상황이다.

뭐 피할 수 없는 내용이니까. 그러나 그렇게 모아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소속단체들이 전체 다 찬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설 명절을 맞아 시민들에게 한 말씀해 달라.

■ 거대한 촛불항쟁, 촛불시민혁명이 성과를 내서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이 오랜 질곡의 상황을 벗어나서 민주, 민생, 평화, 평등의 새 세상으로 갈 수 있도록 이번 설 명절 때 주변 분들과 열심히 토론해서 좋은 방향으로 여론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하여튼 성과내는 한해, 승리하는 한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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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대선, 다섯 고비 남았다

 

등록 :2017-01-27 15:14수정 :2017-01-27 15:22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17
박 대통령 탄핵국면 앞당겨진 대선
‘문재인이냐 아니냐’ 구도로 압축
한순간 삐끗하면 반전 가능성
설 연휴가 지나면 2월이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를 2월이나 3월에 할 것 같다. 인용되면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20명 가까운 여야 대선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3~4개월 앞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커진 19대 대선을 전망한다. <보좌의 정치학> 저자 이진수, <정치의 귀환> 저자 유창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김윤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오래된 참모’ 등 몇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이번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현직 대통령이 중도 하차하고 갑자기 치른다는 것이다. 새로운 주자의 출현은 불가능하다. 선발주자나 재수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대선 구도는 간명하다. ‘문재인이 되느냐, 안 되느냐’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 대선의 윤곽을 더듬을 수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문재인은 2017년 새해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수 성향 언론사들은 사설과 칼럼으로 연일 문재인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문재인만 비판한다. 온통 문재인이다. 전형적인 ‘밴드 왜건’ 효과다. ‘문재인 대세론’을 부인하기 어렵다.

 

왜 이렇게 됐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한꺼번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까지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안철수, 반기문 등에 차례차례 뒤졌을 정도로 허약했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국면에서 1위로 치고 나갔다. 박근혜 탄핵의 반사이익을 ‘2012년 경쟁자’였던 문재인이 고스란히 흡수한 것이다. 여기에 안철수, 반기문 등 경쟁자들이 제풀에 무너지며 격차가 더 벌어졌다. 최근 조사에서는 ‘20% 박스권’을 확실히 돌파했다.

 

 

문재인 대세론 흔들 변수는…

 

·탄핵 뒤 박 대통령 구속? 봐주기?
주자들 대응 따라 지지율 변화

 

·민주 경선 이재명·안희정 연합
결선투표서 대역전극 이뤄낼까

 

·보수·여권 지지층 결집으로
반기문 상승세로 반전할까

 

·안철수 독자출마 고집하지만
제3지대 정계개편 가능성 여전

 

·문 ‘옳은 정치’서 폭넓혀
지지기반 확대 이뤄낼까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 덕분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는 국민의당, 새누리당, 바른정당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운동장이 거꾸로 기울어진 형세다. 문재인 대세론은 이처럼 정치적 환경 및 기반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문재인 당선이 확실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포르투나(fortuna)는 있지만 비르투(virtu)는 증명되지 않았다. 두 가지를 모두 갖춰야 대통령에 당선된다.

 

문재인의 참모는 이번 대선 레이스를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에 비유했다. 쇼트트랙에서는 한순간 삐끗하면 넘어진다. 넘어지면 끝장이다. 옆에서 넘어지는 다른 선수와 함께 뒹굴 위험도 있다. 방향을 트는 코너링에서 추월이 이뤄진다. 그리고 결국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날 가능성이 높다. 결승선을 지나는 순간 스케이트 날을 앞으로 쑥 내밀어야 한다.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넘어야 하는 고비는 다섯가지다.

 

첫번째 고비는 탄핵심판 결과와 박근혜 대통령 사법처리다. 만에 하나 탄핵이 기각되면 4~5월 대통령 선거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라진다.

 

탄핵이 인용된 이후에는 박근혜 대통령 사법처리가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문재인은 지난해 11월 느닷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언급했다가 본전도 못 건졌다. 이번에는 어떻게 할까? ‘봐주자’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그렇다고 ‘엄정한 사법처리와 구속 수사’를 요구하면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다. 민심은 늘 변덕스럽다.

 

두번째 고비는 당내 경선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최성 고양시장이 도전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포기했다.

 

이재명은 참신한 아웃사이더다.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선명하다. 경선 국면에서 문재인과 극적으로 대비될 가능성이 높다. ‘사이다’와 ‘고구마’의 대결은 기본적으로 사이다가 유리하다.

 

안희정의 뿌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문재인과 같다. 그런데 안희정은 노무현과 문재인이 갖지 못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오랜 정당정치 경험에서 나오는 안정감과 원숙함이다.

 

이재명과 안희정은 문재인보다 훨씬 젊기까지 하다. 문재인에게 두 사람은 결코 쉽지 않은 상대다. 문재인이 경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할 수 있을까? 결선투표에서 이재명-안희정 등의 연합이 이뤄지면 대역전극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문재인의 세번째 고비는 반기문이다. 반기문의 정치적 역량은 초라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반기문은 현재 여권에서 지지도 10%가 넘는 유일한 후보다. 반기문이 사라지면 여권은 정권을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 보수 기득권 세력과 여권 지지층은 어떻게든 반기문을 살려내려 할 것이다. 반기문의 독자창당 선언이나 기존 여당의 이합집산 등 반전의 계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런 전례가 있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에게 크게 뒤져 있었다. 이회창은 조순의 민주당과 통합해 한나라당을 창당했다. 이회창-조순의 이른바 ‘이조연대’였다.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이회창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탔다. 1997년 대통령 선거가 1주일 뒤에 치러졌다면 이회창 후보가 당선됐을지도 모른다. 여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한국갤럽에서 1월17~19일 조사해 발표한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수행 평가가 있다. 긍정 38%, 부정 48%, 유보 14%였다. 권역별로는 대구·경북과 대전·세종·충청, 연령층은 50~60대 고연령층에서 긍정이 더 높게 나왔다. 지지정당별로는 새누리당, 바른정당, 무당층에서 긍정이 더 높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황교안 권한대행은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 그런데도 긍정 여론이 낮지 않은 이유는 여권의 재집권을 원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표심은 막판에 여권 후보에게 결집할 것이다.

 

문재인의 네번째 고비는 정계개편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이른바 ‘제3지대 정계개편’을 노리고 있다. 역동성을 먹고 사는 정치의 특성상 판이 흔들리면 ‘문재인 대세론’도 흔들린다.

 

그러나 제3지대 정계개편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첫째, 제3지대 정계개편이 성사되려면 기존 정당에서 탈당하는 의원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별로 없다. 둘째, 정계개편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이 대통령 후보가 되려고 한다. 따라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나 반기문까지 뛰어들어 판을 크게 흔드는 정계개편이 이뤄진다면 문재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기문이 후보를 포기할까? 어림도 없는 얘기다. 안철수는 어떨까? 그럴 리가 없다. 문재인에게 가장 위협적인 대규모 정계개편을 안철수의 강력한 독자출마 의지가 가로막고 있다. 결과적으로 안철수가 문재인을 돕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의 다섯번째 고비는 문재인 자신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에는 “문재인이 안 돼도 걱정, 돼도 걱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꽤 있다. 그가 평소에 하는 말이나 쓴 글을 보면 그는 확실히 ‘신념윤리’가 강한 편이다. 옳고 그른 것을 자꾸 따진다.

 

그는 2013년 12월 펴낸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에서 2012년 대선 패배의 원인을 ‘근본주의’로 지적했다. “근본주의가 우리의 세력과 지지기반을 넓히는 데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고 자책했다. 맞는 말이다. 정치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같음과 다름’의 영역이다. 정치인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신념윤리가 아니라 ‘책임윤리’가 필요하다.

 

문재인은 자신과 야권의 문제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체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촛불의 바다를 건너며 문재인의 근본주의 성향은 오히려 강해진 것 같다. 여기에 열성 지지층의 극성까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치적 리더십도 여전히 부족하다. 문재인은 인간적인 매력이 별로 없다. 당내 경쟁자들을 과연 끌어안을 수 있을까? 경선 이후 대선 승리를 위해서도, 당선 이후 국정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도, 더불어민주당과 당내 경쟁자들의 전폭적 협력이 필요하다.

 

‘문재인의 참모’는 항공모함과 선단으로 비유했다. 1997년과 2002년 이회창 후보는 항공모함의 함장이었다. 의사결정과 선회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서 졌다. 문재인은 항공모함이 아니라 여러 척의 배로 구성된 선단을 지휘하는 방식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배의 선장들에게 적절한 임무와 권한을 배분해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정당정부’, ‘연립정부’ 구상이다. 이론은 완벽하다. 실천할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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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야후 뉴스, 특검의 박 대통령 심문과 청와대 조사 임박

비즈니스 인사이더, 헌재소장 3월 13일까지 박근혜 탄핵 판결 마무리 촉구
 
뉴스프로 | 2017-01-27 09:21:3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미 야후 뉴스, 특검의 박 대통령 심문과 청와대 조사 임박
-국정 농단한 최순실 누명 썼다고 소리 질러
-헌법재판소장 공정한 판결 위해 3월 13일까지 재판 마무리 촉구

미 야후 뉴스는 25일 AP 통신을 받아 박근혜의 측근으로서 국정을 농단하여 수감된 최순실이 특검 사무실에 도착 후 기자들을 향해 수사가 불공정했으며 박근혜와의 관계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들을 고백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소리를 질렀는데, 이는 흔치 않은 장면이라고 보도했다.

특검의 이규철 대변인은 2월 초 거대한 부패 스캔들을 조사하기 위해 박근혜와 청와대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한을 박탈당했지만 직을 유지하고 있는 박근혜가 특검의 심문에 응하겠다고 했지만 청와대 수사를 허용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박근혜는 최 씨가 국정을 농단하도록 허용했고 최 씨와 공모하여 기업들로부터 돈을 강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야후 뉴스는 최 씨와 몇몇 대통령 보좌관들은 이미 구속된 상태라고 타전했다.

기사는 또한 박근혜의 탄핵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9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중 6명이 박근혜 탄핵을 지지해야 하나 9명 중 2명이 곧 임기가 끝나 퇴임한다고 전했다. 이에 1월 31일 퇴임을 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3월 13일까지 재판 결과가 공표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기사를 마무리했다.

다음은 뉴스프로가 번역한 야후 뉴스 전문이다.
번역 감수 : 임옥

기사 바로가기 ☞  https://yhoo.it/2jRLgTu

S Korean prosecutors plan to search impeached leader’s office

한국 특검, 청와대 조사 계획

HYUNG-JIN KIM
Associated PressJanuary 25, 2017

Choi Soon-sil, center, the jailed confidante of impeached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 shouts upon her arrival at the office of the independent counsel in Seoul, South Korea, Wednesday, Jan. 25, 2017. Prosecutors plan to question Park and search her office by early next month over a huge corruption scandal. (AP Photo/Ahn Young-joon)
탄핵된 박근혜 대통령의 친구로서 수감 중인 최순실(가운데)이 2017년 1월 25일 수요일 특검 사무실에 도착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특검은 내달 초 거대한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박 대통령을 심문하고 청와대를 조사할 계획이다.

SEOUL, South Korea (AP) — Prosecutors said Wednesday they plan to question impeached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 and search her office by early next month over a huge corruption scandal involving Park and her longtime confidante.

한국 서울(AP) – 수요일 특검은 내달 초 거대한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탄핵된 박 대통령을 심문하고 청와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n an unusual moment earlier in the day, Park’s confidante, Choi Soon-sil, shouted out to reporters as she was brought to the prosecutors’ offices to be questioned. Choi called the investigation unfair and said she had been forced to confess untrue things about her relationship with Park.

금일 오전 흔치 않은 장면으로 박 대통령의 친구인 최순실은 조사를 받기 위해 검사실로 호송되며 기자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최 씨는 수사가 불공정했으며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들을 고백하도록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They are not a democratic special prosecution any longer … they are forcing me to make a confession,” Choi screamed out as guards led her into the building. “I’m getting a bum rap.”

호송원들이 최 씨를 건물 안으로 데려가는 동안 그녀는 “그들은 더 이상 민주적인 특검이 아니다…그들은 고백하라고 나를 강요하고 있다”고 소리 질렀다. “나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Lee Kyu-chul, a spokesman for the special prosecutors’ team, denied Choi’s accusations.

특검의 이규철 대변인은 최 씨의 비난을 부정했다.

He said investigators are pushing to interview Park and search her office by early February.

이규철 대변인은 검찰 수사관들이 2월 초 박 대통령에 대한 신문과 청와대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Park, who has been stripped of power but not removed from office, cannot be forced to testify at the Constitutional Court holding her impeachment trial. But she has said she’s willing to undergo questioning by the special prosecutors investigating the wide-ranging scandal. It’s not clear if her office will allow the search of the presidential Blue House.

권한을 박탈당했지만 직을 유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재판을 주관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에서 증언하도록 강요받지 않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광범위한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는 특별 검사팀의 심문에 기꺼이 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가 관내 수사를 허용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Park is accused of allowing Choi to meddle in state affairs and colluding with Choi to extort money from businesses. Choi and several presidential aides have been arrested.

박근혜는 최 씨가 국정에 개입하도록 허용했고 최 씨와 공모해 기업들로부터 돈을 강탈한 혐의로 기소되어 있다. 최 씨와 몇몇 대통령 보좌관들은 구속된 상태다.

To remove Park from office permanently, at least six of the Constitutional Court’s nine justices must support her impeachment. Two of the nine justices will leave office in the coming weeks — one on Jan. 31 and the other on March 13 — when their terms of office end. But six “yes” votes are still required even if some seats are vacant.

영구히 박 대통령을 해임하기 위해서는 9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중 최소 6명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지지해야 한다. 9명 중 2명이 다음 몇 주 사이(한 명은 1월 31일, 다른 한 명은 3월 13일)에 임기가 끝나 퇴임한다. 그러나 몇 석이 공석이 되어도 6명의 “찬성” 투표가 여전히 요구된다.

Court head Park Han-chul, one of the departing justices, said the court’s ruling should be issued by March 13.

곧 퇴임을 앞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3월 13일까지는 공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헌재소장 3월 13일까지 박근혜 탄핵 판결 마무리 촉구
– 재판관 정족수 부족하기 전에 탄핵 결정 촉구

탄핵 재판이 중반을 넘어감에 따라 선고 날짜에 대한 외신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Businessinsider)는 24일 로이터 통신 기사를 받아 퇴임을 앞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월 13일까지 탄핵 재판 마무리를 헌법재판소에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또 다른 한 명의 재판관 퇴임으로 인해 재판관이 9명에서 7명으로 줄어 판결의 공평성을 해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박 대통령이 측근과 연루된 부패 스캔들로 인해 헌법 준수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지난 12월 국회로부터 탄핵당했다고 단신 보도했다.

다음은 뉴스프로가 번역한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사의 전문이다.
번역 감수 : 임옥

기사 바로가기 ☞ http://read.bi/2kt3z4r

South Korea Constitutional Court chief urges ruling on Park impeachment by March 13

한국 헌재소장 3월 13일까지 박근혜 탄핵 판결 촉구

People march toward the Presidential Blue House during a protest demanding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s resignation in Seoul Thomson Reuters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SEOUL (Reuters) – The outgoing chief judge of South Korea’s Constitutional Court urged the court on Wednesday to conclude the impeachment trial of President Park Geun-hye by March 13, when the retirement of another judge will reduce the nine-judge bench to seven.

서울(로이터) – 퇴임을 앞둔 한국 헌법재판소장이 수요일 다른 한 명의 재판관의 퇴임으로 9석에서 7석으로 줄어드는 3월 13일까지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을 마무리할 것을 헌법재판소에 촉구했다.

Chief Judge Park Han-chul, who himself will be retiring on Jan. 31, said at a hearing that the retirements of two judges may distort the impartiality of the court’s ruling.

1월 31일 퇴임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두 명의 재판관 퇴임이 헌법재판소 판결의 공평성을 해칠 수도 있다고 심의 중 말했다.

Park was impeached in December by parliament for violating her constitutional duties over a corruption scandal involving a friend indicted for meddling in state affairs.

박 대통령은 국정개입으로 기소된 친구가 연루된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헌법 준수의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12월 국회로부터 탄핵을 당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9&table=c_sangchu&uid=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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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박근혜 지지층 최후의 반격 예상.. 방심은 금물”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117 ]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이영광 기자  |  kwang3830@hanmail.net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더욱이 이번 대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기대선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분위기로는 헌법재판소에서 2월 말이나 3월 초에 탄핵 결정이 나고 대선은 4월 말이나 5월 초에 치러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정치권도 바빠졌다. 각 당은 대선 경선 룰을 조정하기 바쁘고 대선 주자들 역시 하나 둘 출마선언을 하며 대선 행보에 나서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과 대선 정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 지난 23일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위원장은 탄핵 심판에 대해 “지금 헌재에서 박 대통령 측의 지연작전을 받아주지 않고 원칙대로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어서 2월 말이나 3월 초에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포기하지 않고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안심하지 말고 계속 경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방심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지난 25일 박 대통령의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 대해 그는 “국민들이 조롱을 안 하려 해도 안 할 수가 없게 만들고 있다”면서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내팽개친 행동,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 go발뉴스

- 먼저 <GO발뉴스>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려요.

“이번에 촛불 시민혁명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구시대의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사회의 대개혁을 실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습니다.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도 항상 말씀하셨지만 기회라는 것를 살리지 못하면 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수구 기득권 세력의 반격을 항상 경계하면서 올해 한해를 우리 사회에 대변혁을 가져올 수 있는 한 해로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근혜 지지층 최후의 반격 예상.. 방심은 금물”

- 지금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어요. 헌재가 7차 변론까지 진행했잖아요. 속도를 내는 것 같은데.

“지금 헌재에서 박 대통령 측의 지연작전을 받아주지 않고 신속하게 국정 공백 상태를 오래 둘 수 없기 때문에 원칙대로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봅니다. 대부분 2월 말이나 3월 초에 마무리가 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포기하지 않고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마지막 최후의 반격을 벌이겠다는 의도로 보이기 때문에 우리가 안심하지 말고 계속 경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박 대통령 법률 대리인의 태도는 어떻게 보세요?

“제가 보기에 그 사람들이 지금까지 크게 특기할 만한 것은 없죠. 그들은 말이 법률 대리인단이지 당사자와 직접 만나 상의도 못하고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듣는 수준이라고 들었거든요. 불리한 증거들은 너무 많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에 거기 나와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시간 끄는 것과 말이 되지 않는 억지주장을 하는 것밖에 없죠. 그 변호사들도 탄핵을 막을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마음속으로는 포기했다는 거죠.”

- 지금 박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글쎄요. 전혀 예측하기 힘든 게 상식 밖의 행동을 해온 사람이죠. 1일 기자 간담회를 보면 전혀 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 못한 사람처럼 엉뚱한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전혀 자기가 잘못했다는 생각도 없고 자기가 탄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금의 현실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요.”

- 25일 박 대통령이 한 인터넷 매체와 인터뷰했는데.

“국민들이 조롱을 안 하려 해도 안 할 수가 없게 만들고 있어요.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내팽개친 행동,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인상이에요. 오히려 탄핵 확실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 박근혜(오른쪽)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규재tv' 운영자인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정규재tv 제공, 뉴시스>

“국민과 국회가 특검 연장 강하게 압박해야”

- 지금 최순실 게이트 특검이 진행 중이잖아요, 50여 일이 지났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할 것이 너무 많은 데 최순실-박근혜 일당이 그동안 저지른 범죄가 하도 많아서 그걸 다하려면 시간이 부족하기는 해요. 문제는 황교안 총리가 30일 연장을 해줄 것이냐죠. 그것은 국민과 국회에서 강력하게 압박을 가해서 연장 하도록 만들어야 해요.

또 만약 특검 연장이 안 될 것에 대비해야죠. 사소한 비리 케이스는 특검이 마무리를 못 지어도 검찰이 받아서 마무리할 수 있겠지만, 우병우 전 수석이라든지 최순실의 무기 도입 관련설 등은 특검에서 일단 뭔가 증거를 꺼내지 않으면 인수·인계를 받아도 검찰이 수사를 안 할 수 있기 때문에 꼭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검이 잘하지만, 그들이 일반 검찰보다 능력이 뛰어나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도 마음만 먹으면 시간과 인력이 훨씬 풍부하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데 그동안 못했던 것은 정권의 눈치를 봐서거든요. 하지만 특검은 정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오히려 국민의 눈길만 의식하기 때문에 저렇게 국민에게 평가받는 수사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보여요.”

“이재용 영장 기각, 전화위복 될 수도…사법부도 개혁대상”

- 지난주에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어요.

“그 부분에 대해 저는 물론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에 우두머리를 부하들과 격리시켜 놓아야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데 그걸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기는 하죠. 하지만 그 이후 국민적 분노가 높아져서 사법부가 함부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관련된 사람들을 봐줄 수 없게 된 거죠.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판사 개인이 삼성과 딜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꼭 그런 것이 아니고 판사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도 사법부도 개혁이 될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판사가 혼자 내린 결정이 아니고 사법부 고위층에서 뭔가 얘기를 듣고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는 거죠.”

- 탄핵으로 인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라면 4월 말 5월 초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모든 당 후보들에게 어려운 상황이죠. 왜냐면 12월에 대선을 치를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를 했는데 갑자기 앞당겨지니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후보들이 나와 경쟁을 해야 하고 당선이 되면 보통처럼 두 달씩 인수위를 만들어 정책이나 인사를 준비해 취임하는 게 아니라 당선되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해서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많죠.

일단 대통령을 선출할 때 기본적으로 국가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 또 한반도 평화를 이루고 그걸 발판으로 경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 건 당연해요. 하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변했기 때문에 준비가 안 된 후보가 당선되면 초기에 혼란을 겪고 황금 같은 시간을 낭비해 버릴 수가 있어요. 그 점을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겁니다.”

- 지금은 그렇게 대선을 치르지만, 향후를 위해서 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겠네요?

“대통령이 언제 물러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준비를 못 하다가 갑자기 탄핵이 결정되면 2개월 이내에 선거를 치르라는 게 무리한 부분이 있죠. 왜냐면 당내 경선만도 시간이 꽤 걸리고 경선 후 후보 등록 기간과 선거 운동 기간이 필요한데 그걸 2개월 만에 하라는 것은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졸속으로 일 처리할 가능성 많아지는 거죠.”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부인 유순택 여사와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UN사무총장직 대통령될 자격 아냐…착각 말아야”

-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했지만, 여러 논란으로 지지율은 컨벤션 효과도 못 누리고 있어요.

“저는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지만, 근본적으로 반 총장에 대해 별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우리나라에서 반 총장이 UN 사무총장 한 게 마치 대통령이 될 자격을 얻은 것처럼 착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것도 문제가 있다고 봤어요. UN 사무총장이란 것은 조직의 관리자일 뿐이지 그동안 언론에서 과도하게 띄워 준 것처럼 세계 대통령이 아니죠.

UN 사무총장은 주로 선진국이나 강대국이 아닌 약소국에서 나왔기 때문에 과거 UN 사무총장 하신 분들 국정이나 이름을 기억 못 하는 사람이 훨씬 많잖아요. 다시 말해 UN사무총장을 한국에서 배출했다고 해서 그게 한국 위상이 높아졌다고 할 수 없죠. 특히 우리나라는 후진국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반 총장이 문제는 결국 박근혜 정권이 튼튼하게 버텨주고 있었다면 와서 한 두 달 정도는 조용히 있으면서 신비주의로 적응하며 준비하면 새누리당에서 모든 걸 만들어 놓고 반 총장은 그 자리에 가서 앉기만 하는 방식을 선호 했을텐데 박근혜 정권이 무너져 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반 총장은 어쩔 수 없이 그동안에 대권 욕심이 생겼기 때문에 포기는 못 하고 오합지졸들을 데리고 일을 하려다 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 해요.”

- 반 총장이 중간에 하차할 전망도 있어요.

“제가 지난해 5월 반 총장이 잠시 귀국 했을 때 SNS에 ‘대선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이 50%는 될 것이다’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요즘 말씀하시는 걸 보면 자기 돈 써가며 해야 하니 힘들다거나 하는 등 정치인으로는 상식적으로 할 수가 없는 말씀을 하시는 데 그렇다면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죠.”

- 국민의당은 박지원 의원을 신임 대표로 선출했어요.

“남의 당 사정이라 잘 모르긴 하지만 일단 안철수 의원과 협조적 관계로 가긴 할 거예요. 그러나 박 대표를 비롯한 호남 의원은 이해관계가 달라 보여요. 안 의원은 이기든 지든 대선에서 완주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고 다른 호남 의원들은 안 의원이 벼랑 끝으로 가는데 거기 따라갈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연대 가능성 언급 시기상조…정치계산 말고 비전 제시해야”

- 야권 연대는 어떻게 보세요. 보수도 분열된 상황에서 야권연대가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는데.

“필요 유무를 얘기하기 전에 촛불집회에서 나오는 의견도 국민의당이 12월 초 탄핵 문제에서 이런저런 정치적 계산을 하는 것을 보시고 그분들이 분노해서 여론이 굉장히 나빠졌고 국민의당 지지율도 많이 떨어졌는데 결국 정치 공학적 계산에 몰두하지 말고 일단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열어갈 것인지 비전을 얘기하라는 거죠. 즉 국민을 어떻게 섬길지를 얘기하지 않고 정치인들끼리 모여 ‘내가 도와줄 테니 뭘 달라’는 거래나 하고 정치 계산을 하고 정치 공학적인 수단만 부린다고 하면 그건 국민들 눈에 아주 안 좋게 보일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연대나 통합을 얘기할 때는 아닌 것 같아요.”

“친문세력은 극좌파?…저주 말고 합리적 비판을 하라”

- 지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에서 친박과 친문 빼고 다 모이라고 하잖아요. 친문을 친박과 동급으로 보는데.

“저는 굉장히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정권교체 안 돼도 좋으니 그쪽 세력과는 손을 잡을 수 없다’고 했잖아요. 아주 망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최근 박지원 대표께서 친문 세력은 극좌파라고 했는데 상식 밖의 얘기죠. 그분들이 극좌파면 정의당은 뭐가 되고 민중연합당은 뭐가 됩니까? 특히 박지원 대표처럼 그동안 615 정상회담이라든지 대북 지원으로 인해서 보수세력으로부터 자신이 색깔론의 피해를 입고 종북좌파라는 공격을 당하셨던 분이 남을 그런 식으로 공격하는 건 옳지 않아요. 건전하고 합리적인 비판이 아니고 상대편에게 저주를 퍼붓는 비판을 하면 문제 되죠.

제가 얘기하는 것은 소위 친문 세력으로 불리는 분들이 다 잘한다는 주장이 아닙니다. 그분들도 물론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있죠. 근데 지금 말한 대로 합리적인 비판이 아니고 그런 식으로 막말만 해대면 건전하고 합리적인 비판을 하더라도 상대편에서 그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여 주지 않고 ‘이것도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비방하는 것이다’로 치부해 버리기 때문에 그런 식의 정치를 하면 전체적인 우리나라 정치 풍토가 혼탁해지는 것이고 건전한 정치 문화가 설 수 없기 때문에 저는 비판 하는 겁니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정부 출범 간담회’에 참석해 얼굴을 만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두언‧남경필 “文, 남자 박근혜”…“자가당착, 제 얼굴에 침 뱉기”

- 정두언 전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 보수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를 ‘남자 박근혜’라는 프레임에 가두려 하는 것 같은데.

“정 전 의원이나 남 지사는 박근혜 씨를 적극 지지를 안 했지만 같은 당을 했고 남 지사는 박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구호를 선거에 써먹은 사람이 남을 ‘박근혜 같은 사람’이라고 욕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죠. 저는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야권 정치인 누구도 박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한심한 사람은 없다고 봐요. 최순실의 정체까지는 몰랐다 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문제가 많다는 걸 충분히 알았던 정 전 의원이나 남 지사가 알고도 같이 당을 했고 그 문제에 있어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다른 사람에게 ‘박근혜 같은 사람’이라고 욕하는 건 자가당착이죠. 스스로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권력 나눠먹기식 개헌 안 돼…시민 주도적 개헌으로 가야”

- 개헌 주장이 있잖아요. 시점의 문제이지 개헌에는 대부분 찬성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대체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것만 얘기하지 국민 기본권이나 21세기 시대상을 반영하는 개헌은 아무도 주장 안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데.

“저는 대선 전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 같아서 더 얘기할 필요가 없고 대선 후에도 권력 구조만 바꿔서 정치인들끼리 권력 나눠 먹기 식의 개헌은 하지 말아야죠. 만약 한다면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서 정치인들의 나눠먹기식 분권이 아니고 중앙의 권력을 지방에 나눠주는 분권형 개헌 그리고 시민의 기본권을 확실히 보장해 주는 내용이 들어가야 해요.

그렇게 하려면 밀실에서 몇 사람이 의논해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민이 참여한 회의에서 정치인들의 안을 검토한다든지 반대로 그분들의 의견을 국회에서 반영하는 식으로 직접 민주주의가 활성화된 개헌을 해야 하는 데 아마 권력 나눠먹기식 개헌에만 관심 있는 분들이 지금은 개헌이 살길이라고 하지만 제가 얘기하는 시민 주도적 개헌을 하자고 하면 뒷걸음질 치며 관심 없다고 나올지도 모릅니다.”

“박근혜 게이트가 헌법 탓?…朴에 면제부 주는 꼴”
“삼권분립 제대로만 돼도 제왕적 대통령 나올 수 없어”

- 권력구조 개편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고 해요. 하지만 우리 헌법은 삼권 분립이고 지방 자치제를 하죠. 이것만 잘 지켜도 제왕적 대통령은 불가능하지 않나요?

“그렇죠. 헌법에 문제가 있어서 박근혜 게이트가 터졌다고 하는 것은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고 헌법은 죄가 없어요. 헌법 어느 구절에도 박 대통령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구절이 없죠.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는데 헌법 정신대로 삼권 분립만 정확히 이뤄져도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건 나올 수 없어요.”

- 언론도 제대로 역할을 해야잖아요.

“그렇죠. 언론이 정권을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안 했죠.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가 이번 사태가 발생한 후에도 박 대통령을 마주했을 때 기자들이 제대로 질문 하나도 못하잖아요. 그런 걸 보았을 때 언론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 해놓고 이제 와서 정치인들이 문제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면 안 됩니다. 언론도 책임이 크죠.”

   
▲ 새누리당 전국여성의원협의회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표창원 의원이 주최한 ‘곧, 바이! 展’에 전시된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 작품이 박 대통령을 누드 모습으로 묘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與 여성 의원들 표창원 비난 피켓 문구.. “시정잡배만도 못해”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유불리 떠나 지켜져야 하는 원칙”

- 최근 표창원 의원실에서 주최한 전시회가 논란이 되고 있어요. ‘더러운 잠’이란 그림에서 박 대통령을 나체로 그려서인데, 한편에서는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여성혐오라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표 의원은 작가가 아닌데 당사자도 아닌 사람에게 왜 그림을 일일이 ‘검열’하지 않았느냐고 따지는 건 잘못이죠. 국회의원의 책무는 신성하지만, 국회는 신성하고 거룩한 공간이 아닙니다. 그리고 여성의원들이나 여성단체에서 부패한 권력자라도 조롱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데 국민이 조롱할 대상을 정하는 것에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가 없어요. 광화문광장에 나가면 조롱하는 조형물, 포스터가 많은데 거기서는 왜 아무 말 안 했나요? 박근혜는 약자가 아니고 범죄자이기 때문에 차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지켜야 하는 원칙입니다. 특히 새누리당 여성의원들이 ‘표창원 네 아내도 벗겨주마’ 라는 피켓을 들고 나온 것은 시정잡배만도 못한 짓이죠. 박 대통령은 최고 권력자라 풍자대상이지만 표 의원 부인은 평범한 시민이라 해당되지 않아요. 법원도 인정한 사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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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인상보다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더 걱정이라는 상인들

설 대목은 옛말, "나라가 뒤숭숭하니 사람들이 안 나와"

[현장] 물가 인상보다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더 걱정이라는 상인들

17.01.27 20:26l최종 업데이트 17.01.27 20:26l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설날이 사나흘 남았는데 떡 주문은 얼마나 들어왔나요?"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주문은 무슨... 떡 장사 25년 혔지만 이렇게 바닥인 설 경기는 첨 봐유. 작년만 혀도 설을 앞두고 시루떡 주문을 그런대로 받았는디, 올해는 간이 천리유. 작년의 절반도 안 되니께.(한숨) 떡 많이 먹으믄 젊어진다는디 물어보는 사람도 없네유..."

지난 24일 오후 전북 군산의 역전시장 떡 가게 주인(추정순·추양순 할머니 자매)과 나눈 대화이다. 두꺼운 방한복 차림으로 손님을 기다리던 추양순(70) 할머니는 기자의 질문에 토라진 표정으로 한동안 바라보더니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추 할머니는 "작년만 해도 설을 앞두고 매상을 200~300(주문 포함) 정도는 올렸는데 올해는 100만 원어치도 팔지 못했다"며 울상을 지었다.

두 할머니와 나눈 대화는 10분 정도. 그들은 장기적인 불경기 원인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소비심리 위축을 첫째로 꼽았다. 그들은 김영란법도 거론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과 독선, 거듭된 공약 파기 등을 에둘러 비판했다. 

"뛰는 물가보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더 걱정돼"   
 
 썰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게 다가왔던 군산 신영시장 입구
▲  썰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게 다가왔던 군산 신영시장 입구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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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24일 오후 5시 10분 전북 군산의 신영시장 입구 모습이다. 이 시간이면 장 보러 나온 주부들과 노점상들로 발을 들여놓을 틈이 없던 시장 입구가 텅 빈 운동장처럼 썰렁하다. 골목 가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가게를 철시해서 더욱 황량하고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간혹 보이던 구루마꾼도 보이지 않는다. "설이 코앞인데 이렇게 썰렁해서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기자는 2013년 2월에도 군산의 전통시장(신영시장, 공설시장, 역전시장 등)을 취재한 적이 있다.(관련 기사: <"생선장시 40년에 이런 설은 첨 봐유!">)당시에도 올처럼 생활물가 상승과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설 경기가 영하 10도의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상인들의 한숨과 탄식은 그때와 비슷했으나 매상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심각함이 더했다. 
 
 최강복, 김정자 부부가 생선을 손질하고 있다
▲  최강복, 김정자 부부가 생선을 손질하고 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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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장수 30년째라는 최강복(65) 김정자(61) 부부는 한목소리로 "올 매상이 작년의 절반도 안 된다"고 하소연. 노련한 솜씨로 명태포를 뜨던 김씨는 "점심 먹고 내내 공치다가 손님 주문으로 작업하고 있다"며 "건너편 채반에 말리고 있는 박대랑 조기가 오늘 아침에 널어놓은 것인데 지금까지 박대만 다섯 마리 팔고 그대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옆에서 명태를 씻던 남편 최씨가 거들었다.  
 
"날도 춥지만, 나라가 이렇게 시끌시끌하고 뒤숭숭하니까 사람들도 나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사람들이 먹는 것도 줄이고 돈도 더욱 절약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입 달린 사람은 다 대통령을 욕해요. 최순실은 평생 징역 살아야 한다는 손님도 있어요. 박근혜는 아버지 덕에 대통령 됐으니 잘해야 했는데 오히려 아버지를 욕되게 하고 있어요. 

나이 먹은 사람들은 노령연금을 20만 원씩 준다고 해서 다 찍어주고, 젊은 사람들은 대학등록금을 절반으로 내려준다고 해서 박근혜를 찍었는디 이뤄진 게 하나도 없으니 누가 좋다고 하겠습니까. 거기다가 거듭된 거짓 해명으로 국회에서 탄핵까지 받았으니 할 말이 없게 됐죠." 

최씨는 뛰는 물가보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더 걱정했다. 물가가 상승해도 희망이 보이면 소비 심리를 자극해서 경기가 풀리고, 물가가 하락해도 전망이 어두우면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지난 조금 때 생선을 잔뜩 구매해놨다는 최씨는 "올 설에는 내 돈(본전) 빼먹기도 힘들게 생겼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얼마나 팔았느냐는 질문에 버럭 화를 내기도 
 
 생선가게 주인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선어들을 바라보고 있다.
▲  생선가게 주인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선어들을 바라보고 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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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곶감을 구매한 손님이 값을 치르고 있다.
▲  곶감을 구매한 손님이 값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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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생선가게에서는 국내산 홍어(小) 한 마리에 3만 원, 도미(小) 3마리 2만 원, 꽃게(大) 1kg에 2만 5000원, 주꾸미 1kg에 1만 7000원, 왕새우(수입) 1kg에 2만 원, 갈치(大) 한 마리 2만 원, 아귀(小) 한 마리 1만 5000원, 준치(일본산) 한 마리 8000원, 오징어 3마리 1만 원, 상어(大) 한 마리 3만 원, 제수용 조기(상품) 10마리 5만 원, 박대(中) 10마리 3만 원, 병어(大) 한 마리 1만 5000원, 명태포(한 마리) 5000원씩 했으나 거래는 뜸했다. 

한가하기는 공설시장 역시 마찬가지. 그래도 거래가 드문드문 이뤄졌다. 과일가게에 들른 손님이 곶감을 구매하고 값을 치르는 모습이 반가울 정도. "설이 며칠 남았으니 두고 봐야 알겠지만 올 대목장은 싸가지가 모가지"라며 탄식하는 아저씨도 있었고. 얼마나 팔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 알면서 뭐하러 묻느냐!"라며 버럭 화를 내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선물용 멸치는 크기에 따라 달랐다. 한 상자(1.5kg) 기준으로 잔멸치(조림용)는 2만 5000원, 중간크기(안주용)는 1만 5000원~2만 원, 큰 멸치(국물용)는 1만 원~1만 2000원을 호가했다. 김은 최상품(돌김) 한 톳에 1만 8000원 일반 재래김은 7000~8000원이었다. 건어물상회 주인은 "멸치는 작년보다 50% 김은 100% 정도 올랐다"며 "과일이 비싸면 선물용 멸치를 많이 찾고 과일이 흔하면 멸치 인기가 떨어진다"고 귀띔했다.

해장국집 주인 "깍두기 담그기가 더 무섭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제수용 부침개들
▲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제수용 부침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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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몰고 온 달걀 파동에도 불구하고 제수용 부침개(명태, 표고버섯, 동그랑땡, 맛살, 대파 등) 가격은 1kg에 2만 원으로 4년 전과 비슷했다.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500g(1만 원) 구매도 가능했다.

제수용 생선찜은 품목에 따라 상승 폭이 달랐다. 종류별로 보면 조기는 7마리 1만 원에서 1만 5000원~2만 원, 장대는 1마리 5000원에서 1만 원, 박대는 1마리 5000원에서 3마리 기준 2만 원, 병어는 1마리 1만 원에서 1만 5000원~2만 원으로 4년 전보다 30%~100%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제수용 반찬 가게를 9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임성진(39) 씨는 "편리해서 좋다는 손님은 조금씩 느는 추세이지만, 매상은 갈수록 떨어진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매상이 떨어지는 원인을 부침개 주재료인 달걀값 상승과 정부의 무성의, 대통령 탄핵사태 등을 지적했다. 이어 임씨는 "달걀값 올랐다고 양이나 크기를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난감해했다. 

군산시 월명동에서 콩나물 해장국집을 운영한다는 김종권(60대) 씨는 "달걀값도 배로 올랐지만, 한 개 1000원 하던 무가 2500~3000원으로 뛰어 깍두기 담그기가 더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재룟값은 올랐지만, 해장국은 예전대로 5000원씩 받는데 타산이 안 맞아 값을 올리든지 문을 내리든지 해야 할 모양"이라며 "요즘엔 깍두기 찾는 손님이 더 많아졌다"라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AI 사태로 한 판(30개)에 1만 2000원까지 치솟았던 달걀과 무를 제외하고 고사리, 도라지, 취나물, 시금치 등 각종 나물과 곶감, 밤, 대추 등은 4년 전 가격과 비슷했다. 제수용 사과와 배는 30%~50% 정도 올랐는데 씨알도 작았고 선도도 예전만 못했다.

상인들이 불경기 원인으로 꼽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구경꾼도 보이지 않았던 역전시장 신발가게
▲  구경꾼도 보이지 않았던 역전시장 신발가게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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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가게, 옷가게 정육점 역시 손님의 발길이 뜸했다. 정육점 주인아주머니(50대) 설명에 따르면 돼지고기(동그랑땡 재료)는 한 근에 6000원, 국거리 쇠고기는 한 근에 2만 50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어 아주머니는 "작년 설 대목만 해도 그런대로 주문이 들어왔던 쇠고기 선물 세트가 올해는 거짓말처럼 딱 끊겼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가해서 놀러 왔다는 이웃 소금가게 주인 소이영(60대) 씨는 "정치가 이 모양 이 꼴이고 눈까지 와 불었으니 누가 장 볼 마음이 나겄소. 이건 대통령이 몰고 온 재난이지 대목이 아뇨. 왜냐믄 국민이 믿고 대통령 뽑아놓고 뒤통수 맞은 거 아니요. 긍께 대목이 아니란 말입니다"라며 가슴에 쌓인 불만을 털어놓았다.  

상인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탄핵 정국), 김영란법, 조류인플루엔자(AI),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등을 불경기 원인으로 꼽았다. 취재 중 만난 상인과 손님은 20여 명. 놀랍게도 그중 불경기 원인으로 탄핵 정국을 꼽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김영란법, AI, 군산조선소 폐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지방 소도시 전통시장 민심조차 '군산조선소 폐쇄'와 같은 지역 현안보다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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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완전국민경선, 문재인에 유리? 이재명·안희정 역전?

 

‘한판승’ 기대 문재인, ‘결선투표’로 반전 노리는 이재명·안희정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7-01-27 12:24:26
수정 2017-01-27 12: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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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8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당내 대선후보 조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추미애 대표,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시장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2016년 11월 8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당내 대선후보 조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추미애 대표, 김부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시장은 불출마를 선언했다.ⓒ정의철 기자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누구를 선택할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결선투표'를 포함한 '완전국민경선'으로 치러진다. 국민들이 직접 민주당 대선후보를 뽑는 셈이다. '민주당에서 누가 후보로 나오더라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여야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민주당 경선은 대선 '본선'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역대 대선후보 경선을 살펴보면 경선 룰은 각 후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당원 등 당내로만 한정해 선거를 치렀다면, 최근에는 당을 넘어 국민 모두에게 투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19대 대선후보 경선은 '촛불민심'을 받드는 차원에서 완전국민경선을 치른다고 민주당은 설명했다.

이번 민주당 경선 룰에 따르면 선거인단으로 등록한 당원과 일반 국민들은 동등하게 1표씩 행사할 수 있다. 선거인단 등록과 투표는 온·오프라인, 모바일(ARS) 모두 가능하다. 민주당은 '4월 말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라 설 연휴 전인 26일부터 서둘러서 예비후보 등록 신청을 받고 있다.

민주당의 대권주자로는 문재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최성 고양시장이 출사표를 내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조기대선 국면은 문재인에 유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개영상을 보고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개영상을 보고있다.ⓒ정병혁 기자

완전국민경선이 치러질 경우 일단 여론조사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대선주자 다자구도 지지도를 보면, 문 전 대표는 29.1%로 여야를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당내 2위를 차지한 이재명 성남시장(10.2%)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기대선이라는 점도 '대선 재수생'인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대선까지 10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아 다른 대선주자들의 경우 얼굴을 알리기에도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이다.

시간적 한계로 인해 순회경선을 도별로 하는 게 아니라 광역별(4군데)로 한다는 점에서도 조직력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앞서는 문 전 대표가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선 흥행을 이루기 쉽지 않아 인지도가 낮은 대선주자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소셜미디어·빅데이터 전문가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26일 전화통화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결정 때까지는 대선의 시간이 아니라 특검과 헌재의 시간이 될 것 같다. SNS를 보더라도 박근혜, 최순실, 김기춘, 조윤선과 관련된 키워드가 압도적"이라며 "대선후보 키워드는 다 합쳐도 트럼프 언급량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그는 "탄핵 이후에는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아마 대통령 구속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가장 뜨거울 것으로 본다"며 "지금 보면 민주당의 후보가 (문 전 대표로) 거의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흥행이 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부인 김혜경 씨가 1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손가락혁명군’ 출정식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자료사진.
이재명 성남시장과 부인 김혜경 씨가 1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손가락혁명군’ 출정식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결선투표가 변수될까? 반전 노리는 이재명·안희정

반면 문 전 대표 외에 다른 대선주자들은 '역전'을 노리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여론조사와 경선은 다르다"며 "문재인 대세론은 없고, 경선에서 반드시 (내가) 이길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만약 당내에서 지지율 2,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재명 시장 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막판 돌풍을 일으켜 문 전 대표의 승리를 확정할 '50%선'을 무너뜨린다면 결선투표라는 기회를 한 번 더 얻게 된다. 문 전 대표가 선두를 달리고 있었더라도, 결선투표에 오르는 순간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결선투표에서는 '1 대 1' 구도가 되어 각각의 지지층이 총결집하게 되기 때문이다. 선거인단에 이름만 올려두고 실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숨어 있는 지지층'까지 나서게 될 경우 그동안 눈으로 보이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과 비슷한 완전국민경선으로 치러졌던 2012년 대선 경선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당시 약 110만 명이 선거인단에 등록됐는데, 실제로는 그중 60만 명 만이 투표에 참여했다. 경선 과정에서 '대세론'을 보이던 문 전 대표와 그를 경계하던 다른 후보들 간 마찰로 잡음이 일면서 소위 '비문(비문재인)' 후보 지지층이 대거 투표에 불참한 영향이 컸다.

그 결과 문 전 대표는 나머지 3명의 후보를 가볍게 넘어 과반 득표를 차지하고 결선투표도 없이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만약 문 전 대표가 60만 명으로부터 과반 득표를 못하고 결선투표까지 갔더라면 이전에 투표에 불참했던 50만 명의 선거인단이 '해볼만한 게임'이라고 보고 다시 결집해 투표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번 경선의 경우 정권교체의 열망이 이전보다 더 커졌기 때문에 국민들의 참여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2012년보다 최대 2배 많은 200만 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인단이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경우에는 기본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문 전 대표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손에 잡히지 않는 표심은 경선에서 예상 밖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주요 변수 중 하나이다.

이 때문에 이 시장 등 다른 대선주자들은 결선투표의 기회를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시장의 경우 SNS를 기반으로 형성된 전국 자발적 지지자들인 '손가락 혁명군'의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시장 측 김남준 대변인은 전화통화에서 "'손가락 혁명군'은 인터넷카페나 커뮤니티 같은 게 있는 모임이 아니라서 카운팅(집계)이 되지 않는다"며 "표면적으로 드러난 수만 광주 출정식 때 모인 7천 명"이라고 밝혔다.

'차차기 프레임'을 깨고 대선 경선에 본격 나선 안 지사도 문 전 대표, 이 시장과의 차별화를 꾀하며 지지층을 공략하고 있어 또 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서울 종로구 굿씨어터에서 열린 '전무후무 즉문즉답 출마선언'에서 대선 출마 포부를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가 22일 서울 종로구 굿씨어터에서 열린 '전무후무 즉문즉답 출마선언'에서 대선 출마 포부를 밝히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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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종말시계’ 30초 당겨져…북 핵 위협 언급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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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7/01/27 12:53
  • 수정일
    2017/01/27 12:53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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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종말시계’ 30초 당겨져…북 핵 위협 언급
 
 
 
이용섭 기자 
기사입력: 2017/01/27 [11:04]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지난 한 해 동안 인류는 멸망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갔다고 미국의 과학자들이 밝혔다. 지구 종말을 알리는 지구 종말 시계가 밤 11시 57분에서 11시 57분 30초로 30초간 앞 당겨졌다. 지난 한 해 동안 지구 종말시계가 30초간이나 앞당겨지게 된 주된 이유로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현대화에 전념을 했고, 두 차례에 걸친 조선의 핵 시험과, 기후변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 등을 들었다.     © 이용섭 기자

 

지난 한 해 동안 인류는 멸망에 한 발짝 더 가까이 갔다고 미국의 과학자들이 밝혔다. 지구 종말을 알리는 지구 종말 시계가 밤 11시 57분에서 11시 57분 30초로 30초간 앞 당겨졌다. 지난 한 해 동안 지구 종말시계가 30초간이나 앞당겨지게 된 주된 이유로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현대화에 전념을 했고, 두 차례에 걸친 조선의 핵 시험과, 기후변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 등을 들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소리방송(VOA)은 레이첼 브론슨 핵과학자회보 발행인의 녹취록을 공개하였다. “Today we move the clock half a minute closer to midnight. It is 2 and a half minutes to midnight.(오늘 우리는 지구 종말시계 분침(分針)을 자정방향으로 30초 당겨놓는다. 이제 자정에 2분 30초 남겨두었다.)”라는 레이첼 브론슨의 발표내용에 대한 녹취록을 미국의 소리방송이 전하였다.

 

미국의 소리방송은 “미국 핵과학자회보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구 종말시계 (Doomsday Clock)를 지난해보다 30초 앞당겨, 밤 11시 57분 30초로 결정했다.”면서 당일 기자회견의 주제를 전하였다.

 

핵과학자회보는 매년 전년도에 비해 지구가 더 안전한지 위험한지를 판단해 시간을 정하고 있으며, 시계바늘이 자정이면 지구 종말을 뜻한다. 그들이 정해놓은 지구 종말시계가 옳은지 그른지는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은 그만큼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류(人類)의 삶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 단체의 이사인 토머스 피커링 전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이날 회견에서 지난해 핵과 관련해 여러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우선 미국과 러시아가 광범위하게 핵무기 현대화를 진행했고, 핵 군축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핵무기를 늘리고 있으며, 북한도 계속해서 핵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피커링 전 정무차관은 밝혔다.”고 미국의 소리방송이 보도하였다.

 

계속해서 미국의 소리방송은 “북한은 지난해 두 차례 핵실험을 했고, 평균적으로 매달 두 차례 계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 하겠다고 공언했다고 설명했다.”는 피커링 전 미 정무차관의 말을 전했다.

 

핵과학자회보는 핵 문제 외에 각국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도 인류 존재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이버 공격 등 신기술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미국의 소리방송이 보도하였다.

 

핵과학자협회보가 지구 종말시계를 자정방향으로 30초 앞당겨지게 된 원인들 중의 하나인 사이버공격이 있다. 그런데 그 사이버공격의 대표적인 예가 “러시아가 지난해 사이버 해킹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한 것은, 선출된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해 민주주의를 손상시켰다. 이는 인류 전체에 대한 위협”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핵과학자협회보가 사이버공격의 예로 든 러시아의 미 대통령선거 개입에 대해서는 미국의 정보당국에서조차 그 근거를 제시하기 않고 그저 선전선동을 위한 “~~카더라”식의 보도였을 뿐이다. 물론 사이버공격이 인류사회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들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입장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미대통령선거 러시아 사이버공격을 예로 든 것이 명백하게 증명해준다. 근거도 없는 사실을 가지고 지구 종말 시계를 앞당기는데 기재로 활용을 한다는 것은 그들의 주장에 대한 신뢰성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미 핵과학자회보는 인류에 대한 위험을 낮추기 위한 7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로 조선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미국, 중국, 러시아와 관련국들이 북한의 핵 위협을 낮추기 위해 북한과 심각하게 대화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미국의 소리방송이 보도하였다.

 

미국의 소리방송은 “로렌스 크라우스 핵과학자회보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올해 자정에서 2분 반 전까지 종말시계가 올라간 것은, 인류가 64년 만에 가장 큰 위험 상황에 직면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핵과학자회보 의장의 말은 전했다.

 

1953년 옛 소련이 처음으로 수소폭탄을 실험했을 때가 자정 2분 전으로 종말에 가장 가까웠었고, 그 다음으로 64년 후인 오늘 날이 종말에 가까운 때가 지금이다.  이에 대해 크라우스 의장은 전 세계 시민들과 지도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한 핵과학자회보의장의 말을 미국의 소리방송이 보도하였다.


종말시계는 미국의 핵 개발에 처음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설립한 핵과학자회보가 1947년부터 해마다 발표하고 있다. 지구 종말시계는 자정 7분 전에서 시작해 지난 70년 간 22차례 조정됐다.

 

위 미 핵 과학자협회보의 지구 종말시계 이동의 이유로 든 예에서 신뢰성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결론부분에서는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즉 조선의 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관련 당사국들 사이에 적극적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거나 조선은 고립 압살할 때가 아니라는 충언과 경고는 새겨들을 만하다.

 

또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해서는 “전 세계 시민들과 지도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등의 대책은 그 방향제시가 옳다고 본다.

 

미 핵과학자협회보에서 발표한 지구 종말시계가 신뢰성이 있건 없건 그들이 온 누리 인민들 특히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주는 경고는 결코 가벼이 넘겨버릴 수 없는 중요하다. 온 누리 정책담당자들은 지구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하며 인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전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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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형사반장, 언론사 문을 두드리다

 

[인터뷰] 셜록프로젝트 합류한 전직 형사반장 황상만씨 “사법질서? 그게 인권보다 중요한가”

이하늬 기자 hanee@mediatoday.co.kr  2017년 01월 27일 금요일
 
“의도도 좋고 용기도 좋은데 안 되는 일이라고 했어요. 일개 형사반장이 무슨 힘이 있다고 사건을 뒤집느냐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듣고 나중에는 수사비도 다 끊어버려서 내 돈으로 수사를 했어요. 다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했죠. 그런데 결국 계란으로 바위 깼잖아요.”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이 웃으며 말했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재조명 받으면서 황 반장을 찾는 언론도 많아졌다. 황 반장이 없었다면 살인범으로 몰렸던 최성필씨는 끝내 무죄를 선고받지 못했을지 모른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 사건은 최근 영화 <재심>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황 반장은 박상규 기자, 박준영 변호사 등이 진행하는 ‘재심 프로젝트’의 숨은 조력자다. 그는 삼례 나라슈퍼 3인조 재심도 도왔다. 살인강도범으로 몰렸던 3인조도 재심을 통해 17년 만에 무죄를 받았다. 그리고 이제 이들은 ‘셜록’ 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셜록은 기자-변호사-전직 형사가 결합된 진실 탐사 그룹이다. 제대로 된 언론이 필요하다는 절실함도 셜록 합류 결정에 한몫했다. 23일 서울 용산에서 황 반장을 만났다.  
 
▲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사진=박상규 제공
 
“미안하다. 내가 너를 풀어주고 싶었는데”
 
2015년 4월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미안하다. 미안해. 내가 너를 풀어주고 싶었는데…” 황 반장이 최씨를 만난 첫 자리에서 말했다. 최씨는 아내와 젖먹이 아이와 함께였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두 사람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씨는 2000년 8월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 재판부는 10년 형을 선고했다. 당연히 변호사를 구해야했지만 돈이 없었다. 당시 최씨의 나이는 16살. 배달 일을 하고 있었다.  
 
황 반장이 이 사건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건 2003년이다. 그해 6월에는 새로운 용의자 김아무개씨를 붙잡았다. 김씨는 네 차례나 자신이 택시기사를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진술도 사건과 딱딱 들어맞았다. 범행 직후 김씨를 숨겨 준 친구는 다섯 차례나 자백을 했다. 자필로 진술서도 썼다.  
 
“저는 지금도 그 아이를 미워하지 않아요. 그 사람은 저를 만나는 순간에 처벌을 받으려고 각오가 돼 있었어요. 경찰서에 같이 온 엄마, 할머니, 이모, 외삼촌 등 친척들 앞에서 자백을 했어요. 경찰서가 아주 초상집이었다니까. 걔를 거짓말쟁이로 만든 건 검사에요.” 
 
“네 번 자백한 범인 풀어주려니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검찰은 황 반장에게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가져오라”고 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 3년이 흐른 뒤였다. 김씨는 흉기를 자신의 집 화단에 묻은 다음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했다. 찾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무리 자백을 해도 구속이 안 되자 김씨는 범행을 부인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뒤 황 반장은 파출소로 발령된다. 1976년 경찰이 돼 수 십 년 간 수사 부서에서 일한 그에게 파출소 발령은 수사에서 손을 때라는 신호였다. 그는 “내가 잡은 애가 범인이 분명한데,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 황 반장은 2014년 파출소에서 정년  퇴임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미쳤다는 소리였다. 살인사건을 해결한 공로로 경찰 관계자들은 훈장과 상금을 받았다. 검찰은 최씨를 구속했고 재판부는 최씨에게 10년을 선고했다. 이를 뒤집는다는 건 경찰, 검찰, 재판부가 스스로를 부정해야 하는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약촌오거리를 마음에서 지우려고 마음먹었다.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를 감옥에서 꺼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 네 차례나 자백을 한 김씨를 놓쳤다는 허탈함 등이 뒤섞였다. 김씨와 더불어 자백을 했던 임아무개씨는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황상만 반장과 박준영 변호사. 사진=박상규 제공
 
기자+형사+변호사의 새로운 저널리즘
 
퇴임을 2년 앞둔 2012년, 최씨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가 황 반장을 찾아왔다. 관여하지 않으려 했지만 최씨도 온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황 반장은 결국 박 변호사와 함께 재심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무죄를 이끌어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제 변호사-기자와 한 팀이 돼 셜록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여기에는 언론에 대한 아쉬움도 한 몫 했다. 고마운 기자도 많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끝까지 추적하지 않았다. 
 
“김씨가 자백했던 날, 발 디딜 틈 없이 기자들이 많이 왔어요. 그런데 구속이 안 되니까 싹 빠졌죠. 그 이후에는 필요할 때만 찾더라고요. 물론 언론사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걸 알지만 줄기차게 취재를 해줬더라면 좋은 결과가 빨리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죠.”  
 
그래서 황 반장은 “하나의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는 프로젝트”에 결합하게 됐다. 변호사와 형사가 함께 하는 저널리즘은 어떤 모습일까. 황 반장은 법리-실무-표현의 조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변호사나 기자가 할 수 없는 ‘사건 실무’를 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가령 삼례 3인조 사건의 현장검증 동영상을 보고 황 반장은 ‘엉터리’ 라고 말했다. 현장검증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현장검증은 증거로 작용하지 못한다. 환갑을 넘긴 황 반장은 “기록만 봐도 어떻게 수사를 했는지 훤히 보인다”고 말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도, 삼례 3인조 사건도 기록이 모두 엉망이었다. 조작했기 때문이다.  
 
인터뷰 말미, 황 반장은 억울한 최씨를 10년이나 옥살이시킨 검사가 최씨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 십 년간 ‘법질서’를 강조하는 조직에 있었던 전직 경찰은 “(검찰이) 확정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사건을 뒤집는 순간 법질서가 교란된다고 하더라고요. 사법질서, 그게 인권보다 중요한가요?”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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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나도 살고 너도 사는 길 있다

 

 

[김성훈 칼럼] 실낙원(失樂園)의 별
김성훈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대표  
2017.01.27 10:58:45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탄핵으로 새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일찍 다가올 모양이다. 출사표를 밝힌 후보들이 벌써 일곱 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콘텐츠가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한반도의 현안인 남북간 평화체제 구축과 공정(公正)사회 건설을 이룩하겠다는 새 세상을 꾸릴 청사진도 보이지 않는다. 국내 정치개혁 과제에 못지않게 심각하고 중요한 과제가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확고히 하는 일이다. 그래서 앞으로 후보들의 공식적인 정책 준비와 공약 발표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남북한간 신뢰회복과 교류협력 증진의 기본방향을 필자의 십여차례의 방북 경험에 기반하여 요약 소개하고자 한다. 
 
실낙원(失樂園)의 별: 금강산과 개성에서 거둔 성과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기 전 2007년까지 북녘 땅에 갈 때마다 필자는 직업의식이 발동하여 기어코 들르는 곳이 농업기관, 묘목원, 농촌 농가 농장 등이다. 그중에도 금강산 일대와 개성공단 인근의 남북한 농업합작사업장 방문이 대표적이다. 민간 차원에서 정부의 간접지원을 받은 통일농수산사업단(남측 대표 이우재와 이병호)이 2005년부터 북측 농업성 농업과학원의 후원으로 금강산 삼일포와 금천리등 2500여 핵타아르(㏊), 4천여 가구의 11개 협동농장에서 농업협력 사업을 펼치고 있던 현장도 금강산에 나무심기를 겸해 수차례 방문하였다. 남측 전문가의 기술지도와 자재 지원하에 벼농사를 비롯 보리·밀 재배, 옥수수와 콩 농사, 봄 감자, 김장채소, 과채류와 고등원예 및 양돈사업, 기타 누에, 양봉 등을 망라하고 있었다. 유기농 전문가 이○○ 선생을 파견 농부로 모시어 비닐하우스 농법과 유기농 농법도 전수하고 있었다. 삼일포 일대의 협력사업이 초기부터 망외의 큰 성과를 내어 2007년부터는 개성 송도리 협동농장 등으로 까지 확대되었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의 등장하면서 전면 중단되기까지의 3년간의 성과는 실로 눈부시어 장차 북쪽 식량ㆍ농업 발전의 가능성과 전망에 대해 획기적인 희망을 갖게 하였다. 
 
비교적 농사 짓기가 불리한 동해안의 금강산 지역을 포함하여 서해안지방의 개성 등 두 지역의 벼농사 협력 성과를 보면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30-33%나 증가하였고, 밭작물은 거의 50%의 증산을 기록하였다. 이는 세계적으로 단위면적당 토지생산성이 최고위 수준으로 아주 높은 남한 농업의 토지생산성에 견주어 약 90% 수준에 달하였다. 이외에도 2모작이 가능한 면적이 금강산 지역에서만 그 이전에 비해 3배나 늘어났다. 선진농법과 농자재 그리고 농업기계화에 의한 적기적산(適期適産)의 효과이다. 양돈사업을 통해서는 자체적인 유기질 비료(퇴비) 조달도 가능해졌다. 문자 그대로 실낙원(失樂園)에 별이 뜨고 있었다.
 
그러나 UN/FAO 의 최근 추정자료에 의하면 북한은 현재 식량총생산량이 정곡기준 480만 톤(t) 내외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식량수요량 650만 톤에 크게 미달한다. 그래도 식량자급율은 남한의 22.4% 보다 훨씬 높은 약 73.8% 정도이다. 북한 주민을 근근히 먹여살리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의 양곡 수요량을 550만 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연간 약 70만 톤 안팎이 부족하다. 그러나 외화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부족분의 식량을 제대로 사들여오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은 해마다 굶주리는 사람이 속출하고 노약자와 어린아이들의 영양상태가 아주 심각하다고 국제식량계획기구가 보고하고 있다. 이명박근혜 두 대통령은 재임기간 비료 한 바가지, 쌀 한톨을 지원하지 않았다. 
 
이러할 때 금강산과 개성지역의 협동농장에서 거둬들인 2005-2007년 3년간의 공동협력 성과는 남북협력의 큰 가능성과 전망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협력사업을 북한 전 지역의 논과 밭에 적용할 때 북한은 필요한 식량을 거뜬히 자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협력 상대방에게도 일부 돌려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논 면적이 남한보다는 적지만, 밭 면적이 훨씬 커서 총경지 면적이 남한보다 21만 핵타아르(12.5%)나 더 넓다. 거기에 기후온난화로 2모작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져 남한 인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북한주민들을 '이팝에 고기국'을 배불리 먹게 해줄 날이 멀지 않았음을 전망할 수 있었다.
 
신뢰형성의 근본: 식량·농업 협력 
 
대저 분단된 나라에서 평화와 통일을 바라보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서로간의 '신뢰(信賴)'관계를 튼튼히 쌓는 일이 필수적이다. 신뢰관계는 단순히 '비핵 3000' 운운하며 "나를 믿어주세요."라는 말과 같은 헛된 구호로는 불가능하다. "자주 오고 가고, 만나고, 주고받고 나누는 과정에서 신뢰의 싹이 트고 자라는 것"이다. 없는 측에 대하여 있는 측이 먼저 손길을 내밀어 조건없이 나누고 돕는 곳에 믿음이 싹트는 것이다. 그것은 만고불변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불화하던 형제간에도 또는 서로 싸우던 지역 간, 조직 간, 모든 인간관계에서 배려(care)와 나눔(sharing)이 먼저여야 신뢰관계가 형성된다. 
 
남북간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현안문제를 논의하고 협상을 하여야 진정성 있는 양보와 타협이 가능하다. 신뢰는 인권과 인도주의의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보편적인 문제, 즉 배고픔과 가난으로부터 상대측을 지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바꾸어 말해, 남북관계의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의 재개는 인도주의와 생태주의 차원의 식량・농업분야의 협력부터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남쪽에도 도움이 되는 대북 농림수산 분야 협력사업을 가리킨다. 
 
남북한 간의 신뢰 회복이 선행되어야 핵문제 인권문제 등 거창하고 장기적인 정치 군사 부문의 합의도 가능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인도주의와 민생살리기에 기반한 남북간 식량·농업 협력이 우선돼야함을 뜻한다. 고기 낚는 방법과 수단의 제공은 그 다음에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개최라든지 남북경제연합 또는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 등도 그 다음, 다음에 협의될 사안이다. 
 
남북한 간 상호이익이 되는 분야부터 시작해야 
 
이미 통일농수산 사업단이 금강산과 개성 지역에서 시범을 보인 식량·농업 협력사업을 북한 전역으로 확대할 의지를 남측이 확실히 보일 때에 비로소 '신뢰 프로세스'가 형성되고, 문재인, 안철수 등 한 때의 대선 후보가 역설한 5대 협력사업 또는 평화로운 한반도' 구상도 지속적인 남북한간 식량·농업 협력의 바탕 위에서만이 선순환의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왜들 이런 기본사실을 모르고 있는가. 너무 작은 사안이라고 깔보다가는 1% 부족으로 모처럼 엮은 남북간 협력 무드가 깨지기 일쑤이다. 
 
이미 중국이 북한의 각종 광산과 광물성 자원을 독점적으로 장악한 배경에는 식량과 농업협력분야에서 중국이 북측의 신뢰를 먼저 얻은데서 가능했다. 이미 나선경제무역지대에선 560해의 농지에 고효율 농업시범지구를 중국의 베이다황(北大荒) 그룹이 지원하고 있다.
 
남북한 간 상호 이익이 되거나 도움이 되는, 그리하여 장차 남북 신뢰관계 형성에 근간이 되는 농림수산 분야 협력사업들을 열거하자면 부지기수이다. 북한에 식목사업과 양묘사업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산림분야 협력은 국제적으로 탄소배출권을 우리나라가 행사하는 꿩 먹고 알 먹는 사례이다. 국내 환경오염 대처 차원에서 남한에 넘쳐나는 가축분뇨와 남은 음식 등을 활용해 만든 유기질퇴비를 북한에 보내기 운동 역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환경 및 농업 분야 협력사업이다. 그밖에 남측의 선진 영농기술지원, 비닐하우스 고등원예 사업 및 양돈 등 축산분야(한우 및 산양 등 풀사료 가축)에서의 협력은 서로 간에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남북은 남쪽의 쌀농사, 북쪽의 밭농사로 서로 보완관계를 이뤄왔으나, 지금은 둘다 저조하다. 보완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또한 수산분야 중에서 공동 양식어장 사업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대단히 유망한 협력분야이다. 남측의 기술과 자재 제공과 북측의 노동력 및 무오염의 연안 바다 제공으로 막대한 어패류와 해조류 생산이 가능하다. 그 판매처와 수출 가능성도 막대하다. 
 
"Live and Let Live (나도 살고 너도 살리는)"의 길 
 
이렇듯 농림수산 분야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뽕도 따고 님도 보는, 서로 이익이 되는 사업이 수두룩하다. 2008년에 중단된 남북 간 농림수산분야 협력사업만 재개하여도 그 확대 지속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기온이 세계 평균의 두 배 속도로 상승하는 추세하에서 장차 2-30년 후에는 남한의 농림수산업 상당부분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에 대한 기후변화 대책 차원의 농수산업 협력사업을 지금부터 양측이 시작하여야 한다. 
 
특히 남북한 간의 농업협력에 있어서 친환경 생명농법의 공동 활용과 협력은 당장 시작해도 늦지 않다. 농약과 화학비료의 외부조달이 어려워진 북한은 일찍부터 친환경 미생물농법과 자재개발에 힘써왔다. 지금 시대정신은 환경생태계 보전과 안전 안심 농산물/식품에 대한 범세계적 수요가 날로 증대하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 생산공급은 남북한 간에 긴요한 생명 농업협력 방안이다. 
 
문제는 소소한 미시분야 협력사업 등 기본에는 취약하고 거대 담론에만 몰두하는 근시안적인 지도자들이 혹시나 차기 정권의 대권을 잡고 또다시 MB식 허세와 근혜식 고집을 계속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권을 잡아 한반도를 통치하고픈 대망에 불타고 있는 분이라면 마땅히 Anything But MB/GH(이명박근혜 통치방식을 제외하고)는 남북이 서로 이익이 되는 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비젼과 책략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생명농수산업 협력을 통한 남북한 서로 돕기의 길이다. 나도 살고, 너도 사는 "Live and Let Live"것이 정답이다!!
 
이 글은 1월30일자 한국농정신문, 농사직썰 난에 실릴 예정입니다.필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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