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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부대 불시검열 시작한 최고사령관

 

 

 

전투부대 불시검열 시작한 최고사령관
 
[한호석의 개벽예감](52) 전운 감도는데 미 농구선수단 초청한 의미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3/03/02 [21:33] 최종편집: ⓒ 자주민보
 
 

강력한 종심타격으로 개시될 ‘반미대결전’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전투부대들의 전투동원준비태세 검열을 시작하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북측 언론에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군부대를 시찰하였다고 보도하였는데, 최근에는 군부대의 전투동원준비태세를 검열하였다고 보도하고 있다. 2013년 2월 22일부터 북측 언론보도양식에서 그런 변화가 나타났다. 변화의 실상은 이렇다.

2013년 2월 21일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군 제323군부대를 시찰하면서 쌍안경과 자동보총을 기념품으로 주고, 장병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군부대의 혁명사적교양실과 연혁실을 비롯한 각종 시설들을 시찰하였다. 현지 지휘관 영접, 기념품 하사, 장병들과의 기념사진 촬영, 군부대 시설 시찰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존 시부터 북측 최고영도자의 전형적인 전선시찰방식이었다.

그런데 2013년 2월 22일 북측 언론보도는 그런 전형적인 전선시찰방식에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려주었다. 그 날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군 제526대련합부대 관하 구분대의 실탄사격을 배합한 공격전술연습을 지도하였는데, 군부대 지휘관으로부터 훈련진행에 관한 보고를 받고, 훈련시작명령을 내렸으며, 훈련과정을 관찰한 다음 훈련에 대한 평가를 주고, 새로운 전투과업을 지시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전투동원준비태세 검열은 훈련진행에 관한 보고 접수, 훈련시작 명령 하달, 훈련과정 관찰, 훈련에 대한 평가, 새로운 전투과업 지시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사전에 예고도 하지 않고 불시에 전투부대를 찾아가 전투동원준비태세를 검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3년 2월 24일 포병화력타격훈련을 지도하면서 “불의에 명령을 내리고 부대들의 싸움준비상태를 검열하고 있는데, 전체 장병들이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면서 최고사령관의 최후돌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오늘의 훈련을 통하여 다시금 확신하게 되였다”고 말하였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전투부대 불시검열은, ‘반미대결전’을 앞두고 전군의 실전능력과 임전태세를 집중적으로 검열하고 새로운 전투과업을 지시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중요한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지 명령에 따라 인민군 전투부대들이 실전을 방불한 공격전술을 연습하기 시작하였다는 사실이다. 인민군 전투부대들의 공격전술연습을 재구성하면 아래와 같이 전개되는 상황이 시야에 들어온다.

2013년 2월 25일 인민군 포병부대가 실탄사격연습을 실시하였다. 북측 언론보도를 보면, 인민군 포병부대가 방사포, 로켓포, 자주포, 견착식 로켓포 등을 총동원하여 적진을 집중포격하는 실전연습을 실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단거리 전술미사일 발사연습만 더하면, ‘반미대결전’ 종심타격을 위한 강력한 화력이 완성되는 것이다.

북의 종심타격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반미대결전’ 종심타격에서 중심은 방사포 화력이다. <조선일보> 2012년 2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기존 240mm 방사포를 개량해 사거리를 100∼120km로 늘린 신형 방사포를 실전배치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100km가 넘는 장거리를 비행하여 목표를 타격하려면 관성항법장치(INS)나 위성항법장치(GPS)를 방사포탄 안에 내장해야 한다. 만일 그러한 항법장치가 없는 방사포탄을 100km 이상 먼 곳으로 쏘는 경우, 비행 중에 타격목표에서 너무 벗어나게 되어 사실상 무용지물로 된다.

기존 240mm 방사포를 개량하여 사거리를 100∼120km로 늘린 장거리 방사포를 실전배치하였다면, 그 신형 방사포는 당연히 항법장치를 내장한 첨단 방사포일 것이다. 북에서 최근 실전배치된 신형 첨단 방사포의 실체를 입증해주는 두 가지 영상자료에 눈길이 쏠린다.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한 인민군 240mm 방사포 발사장면을 찍은 사진을 확대해보면, 화염을 뿜으며 날아가는 방사포탄에 꼬리날개가 달려있는 것이 보인다. 꼬리날개가 달렸다는 것은 항법장치가 내장되었음을 뜻한다.

또한 북에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인민군대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정력적으로 지도’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기록영화를 보면, 신형 방사포 발사장면을 찍은 장면이 나온다. 영화장면에서는 신형 방사포 모습을 비춰주지 않았으나, 방사포탄이 거의 수평으로 날아가고, 발사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며, 파괴력이 매우 강하다. 방사포탄이 거의 수평으로 날아간 것은, 45각도로 쏠 경우 사거리가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일부러 수평에 가까운 각도로 쏘아 사거리를 줄였음을 말해준다. 북이 외부에 전력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기록영화에서도 모습을 공개하지 않은 이 신형 방사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애 마지막 시기에 발사연습을 현지지도하였던 240mm 첨단방사포다.

미국이 항법장치를 내장한 첨단 다련장로켓포 개발사업을 끝낸 때가 불과 몇 해 전인데, 북은 항법장치를 내장한 첨단 방사포를 이미 실전배치하였고, 오늘은 그 방사포를 동원하여 ‘반미대결전’ 실전연습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북이 240mm 신형 방사포를 쏘면, 오산에 있는 미국군 공군기지와 평택에 있는 미국군 기지까지 초토화될 위험이 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인민군은 방사포를 비롯한 각종 화력을 총동원하여 주한미국군과 한국군 전방기지들을 집중타격하는 것과 동시에, 미사일부대들이 한국군 전쟁지휘부가 있는 충청남도 계룡대, 그리고 미국군 후방기지가 있는 군산, 대구, 왜관, 진해 등지를 전술미사일로 정밀타격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인민군 전자전부대들이 강력한 교란전파를 발사하여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의 각종 전자장비들을 마비시킬 것이다. 인민군이 교란전파를 발사하며 집중포격을 가하는 전투방식은 이미 연평도 포격전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이처럼 적진 후방 깊숙한 곳까지 일제히 타격하는 것을 종심타격이라 하다.

그러면 인민군의 종심타격을 방어할 수단이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에게 있을까? 인민군 포병부대의 집중타격을 받으면, 당연히 주한미국군과 한국군도 포병무력을 총동원하여 반격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불시선제타격과 교란전파공격이 한꺼번에 몰아치는 강력한 종심타격을 받는 경우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은 견고한 몇몇 지하방호시설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이며, 포병무력의 반격력도 거의 마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재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에게는 인민군의 강력한 종심타격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돌격나팔소리 울린 인민군 제526대련합부대 구분대

2013년 2월 21일 인민군 제526대련합부대 관하 구분대가 실탄사격을 배합한 공격전술연습을 실시하였는데, 이것은 보병부대가 적진을 점령하는 실전연습이다. 인민군 대련합부대 총병력은 40,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돌격나팔소리와 함께 각종 화력무기들이 일제사격의 불을 토했”고, “<적>참호들을 단숨에 타고앉아 쏘아올리는 신호탄들이 산발들마다에서 날아오르고 군인들이 통쾌하게 웨치는 승리의 만세소리가 메아리쳤다”고 한다. 이 보도기사는 인민군 보병부대가 적진을 점령하는 실전연습을 실시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적진점령 실전연습이 야간에 실시되었다는 점이다. 북측 언론에 나온 현장보도사진들은 야간전투 연습장면을 찍은 것이었다. 야간전투는 인민군 보병부대가 가장 중시하는 전투방식이다. 만일 ‘반미대결전’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깊은 밤에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위의 보도기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인민군 보병부대가 돌격나팔소리에 맞춰 일제사격을 가했다는 점과 적진을 점령한 뒤에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 군대들은 신호탄 발사에 맞춰 전투를 개시하는 게 일반적인데, 인민군은 돌격나팔 신호로 전투를 개시하고 신호탄 발사로 전투를 마감한다는 것이 위의 보도기사로 밝혀졌다.

다른 나라 군대들처럼 인민군도 야간전투를 개시할 때 신호탄을 밤하늘에 쏘아올리면 되는데, 왜 유별나게 돌격나팔소리를 진격신호로 울리는 것일까? 인민군이 돌격나팔소리를 진격신호로 울린다는 북측 언론보도를 읽으면서 옛날 전투장면을 연출한 영화장면을 상상하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상상은 인민군의 ‘주체전법’이 무엇인지 몰라서 생겨나는 것이다. 인민군이 돌격나팔소리를 진격신호로 울리는 까닭은, 신호탄을 쏘아올릴 수 없는 전투상황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인민군은 다른 나라 군대들과 달리 야간전투에서 갱도전을 벌이기 때문에 신호탄 발사가 아니라 돌격나팔소리로 진격신호를 보내야 하는 것이다. 돌격나팔소리와 야간전투 갱도전은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이 예측하기 힘든 충격과 공포의 전투상황이 전개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에 관해서는 아래와 같은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인민군 최고사령관이 ‘반미대결전 돌격명령’을 내리는 순간, 인민군 포병부대들이 위에서 언급한 막강한 화력으로 주한미국군과 한국군 전방부대들을 집중공격할 것이고, 인민군 전방보병부대들은 주한미국군과 한국군 전방부대들의 반격을 피해 갱도에 들어갈 것이다.

갱도에 들어간 인민군 전방보병부대들의 전투임무는 많은 ‘이동갱도’를 통해 대거 남하하여 전방지역에 있는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의 기지들을 점령하는 것이다. 인민군 포병부대의 집중포격을 받고 전투력을 거의 상실한 ‘유생력량’을 제거하려는 인민군 보병부대 40,000명 병력이 점령목표 인근에 있는 야산까지 뚫어놓은 지하갱도에서 갑자기 밀려나와 돌격나팔소리를 밤하늘에 울리며 로켓포 집중타격과 야간기습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월 27일 남측 텔레비전방송에 출연한 탈북자의 발언에 따르면, 인민군 전방보병부대가 ‘이동갱도’를 통해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두 시간이라고 한다. 군사분계선에서 서울 중심부까지 거리는 약 50km밖에 되지 않는다. 그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반미대결전’이 개전되기 두 시간 전에 ‘이동갱도’를 통해 서울에 도착하여 돌격명령을 대기하던 인민군 보병부대 40,000명 병력이 돌격나팔소리에 맞춰 북악산, 남산, 인왕산 등 사방에서 물밀듯이 서울 시내로 밀려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이 공인하는 것처럼, 북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갱도굴착기술로 세계에서 가장 긴 지하갱도를 건설하였다. <월간조선> 2007년 4월호에 나온 탈북자들의 발언에 따르면, 인민군은 현지 측량을 하지 않고서도 정밀지도만 있으면 탱크가 다닐 만큼 큰 갱도를 굴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착암기를 동원하면 하루에 수 십m씩 굴진한다고 한다. 그런 굴진기술을 가졌으므로, 자동굴착기(TBM)를 동원하는 경우에는 갱도굴착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져 하루에 100여 m씩 굴진할 수 있게 된다. 남측 정부 관계당국의 정보를 인용한 <중앙일보> 2005년 5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북의 지하갱도시설의 총길이는 417km에 이르는 경부고속도로보다 훨씬 더 긴 547km라고 한다. 이것은 북의 ‘이동갱도’가 대전과 대구를 지나 부산까지 이어졌음을 암시하는 말이다. <워싱턴포스트> 2004년 5월 2일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전쟁 시기에 북베트남군이 굴착장비 없이 맨손으로 10여 년 동안 파낸 구치갱도(Cu Chi Tunnel)의 총길이가 241km 정도라는데, 북측 인민군이 자동굴착기를 동원하여 지난 40년 동안 계속 굴착하였으므로 이미 오래 전에 부산까지 도착하였을 것이다.

이처럼 남측 각지에로 이어진 ‘이동갱도’에서 물밀듯이 쏟아져나온 인민군 보병부대 병력은 남측 각지의 발전시설, 통신시설, 원유저장시설, 항만, 공항, 교량들을 점령하고 전투를 단숨에 끝내려고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그-21 비스와 프로펠러식 쌍엽기 AN-2가 날아다녔다

2013년 2월 22일에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명령을 받은 실전연습에서 불시검열을 받았다. 부대명칭은 언론보도에 공개되지 않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미그-21 전투기를 동원한 전투비행대가 적진을 공중타격하는 실전연습과 비상이착륙훈련을 검열하였다.

인민군은 2012년 5월부터 공군이라는 기존 명칭을 항공 및 반항공군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바꾸었는데, 반항공무력을 이전보다 더 강화한 까닭에 그런 새로운 명칭을 쓰기 시작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특히 항공무력과 반항공무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측 언론보도에 나온 현장사진에는 비행장 활주로가 아니라 직선도로에서 비상이착륙을 연습하는 인민군 전투기들의 모습이 보인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전투비행사들에게 비상상황이 발생하였음을 가상하여 ‘도로비행장’을 이용한 이착륙을 연습해보라고 명령하였고, 전투비행사들은 그 명령을 받고 “민첩하고 정확하게 (비상이착륙을) 수행하였다”고 한다. 그런 비상이착륙 연습은 북측 비행장 활주로가 적의 공격으로 파괴되었을 경우를 상정한 실전연습인 것으로 보인다.

보도사진에 나온 은빛 동체에 삼각형 날개를 단 전투기가 미그-21 비스(bis)이다. 날렵하고 기동성이 뛰어난 미그-21 비스는 위력적인 단거리 요격기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은 미그-21 기종을 약 300기 보유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200기가 미그-21 비스다.

2013년 2월 22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명령을 받은 인민군 제630대련합부대는 실전연습을 실시하며 불시검열을 받았다. 북측 언론에서는 항공륙전병의 공중강하훈련을 실시하였다고 보도하였다.

항공륙전병이란 남측에서 쓰는 용어로 말하면 공수특전병력이며, 인민군 제630대련합부대는 특수전 부대로 알려진 ‘폭풍군단’인데, 남측 자료에 따르면, 약 120,000명에 이르는 특수전 병력을 25개 여단으로 편성한 최정예 군단이다. ‘폭풍군단’에 대해서는 2012년 2월 20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미국이 알지 못하는 북측의 ‘폭풍전력’’에서, 그리고 2012년 9월 24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북의 ‘조국통일대전’ 준비, 어디까지 왔나?’에서 자세히 논하였으므로, 여기서 재론하지 않는다.

이번에 보도된 현장사진들 가운데는 프로펠러식 쌍엽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강하하는 항공륙전병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도 있고, 쌍엽기들이 초저공으로 도로 위를 날아가는 장면을 찍은 사진도 있다. 그 사진에 나온 프로펠러식 쌍엽기는 북이 자체로 생산하는 AN-2라는 기종이다. 보도기사를 읽어보면, 인민군 항공륙전려단이 공중침투기 AN-2에 탑승하여 적진에 공중강하하는 실전연습을 실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북이 AN-2를 동원한 공중강하 실전연습 장면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날 저녁 김정은 제1위원장은 공중강하 실전연습에 참가한 부대장병들을 평양으로 불러 그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그것은 그 부대가 평양 인근에 주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폭풍군단’ 예하 3개 항공륙전려단들 가운데 평양 인근에 주둔하는 부대는 제38항공륙전려단이다. 1개 항공륙전려단 병력은 6,0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여 년 전 제1차 세계대전 시기에 등장했던 프로펠러식 쌍엽기와 현대전에 날아다니는 초음속 전투기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기 때문에, 북이 프로펠러식 쌍엽기를 실전배치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미국군이 공수특전단을 공중침투시키는 군용수송기 C-130J에는 전투병력 92명, 4륜 전투차량 험비(Humvee) 3대 또는 장갑차 1대를 싣는데 비해, 인민군이 항공륙전병을 공중강하시키는 군용쌍엽기 AN-2는 병력 12명밖에 싣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C-130J의 상승고도는 8.6km인데 비해, AN-2의 상승고도는 4.5km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군 군용수송기와 인민군의 공중침투기 사이의 물량적 격차가 너무 커 보인다.

지금 미국에서 AN-2 같은 프로펠러식 쌍엽기는 북미대륙 대평원의 초대형 농장에서 농약을 공중살포할 때 쓴다. 하지만 몸집이 큰 군용수송기 C-130J는 적의 지상요격 또는 공중요격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에 한반도처럼 전투종심이 짧은 전쟁구역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그와 달리, 지상물체를 스칠 듯이 초저공으로 비행하는 AN-2는 적의 방공레이더망을 뚫고 들어갈 수 있으며, 직선도로나 골프장 같은 공간이면 어디에서나 간단히 이착륙할 수 있다.

<글로벌 씨큐리티>에 게재된 자료에 따르면, 북은 공중침투기 AN-2를 500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데, 그 기종에는 여군 조종사들이 많이 배치되었다고 한다. 미국군 정찰위성들은 500대가 넘는 수많은 AN-2들이 주기된 항공기지를 포착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까닭은 AN-2가 각지의 지하기지들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북이 보유한 AN-2 500대로 항공륙전병 6,000명 이상을 한꺼번에 공중강하시킬 수 있다.

‘반미대결전’이 벌어지면, 항공륙전려단은 AN-2를 타고 신속히 남측 각지에 공중강하할 것이다. 2011년 6월 7일 한국군 육군교육사령부 전력부장 출신 이원승 예비역 준장은 인민군 특수전 병력이 남측 중요시설의 90% 이상에 침투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하지만 항공륙전려단은 남측 중요시설을 점령하는 임무보다는 주한미국군 28,000명과 재한미국인 100,000명을 포로로 붙잡는 특수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아시아방송> 2012년 3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은 ‘손들엇(Hands up)!’, ‘움직이면 쏜다(Don't move. You will be shot)!’ 같은 전투용 영어문장 100개를 무조건 암기하였다고 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미국 군부는 2013년 3월 1일부터 시작하는 ‘독수리’ 북침전쟁연습에 미국군 병력 10,000여 명을 증파하였다.

물론 인민군 항공륙전려단만이 아니라 미국군과 한국군의 공수특전단도 공중침투작전을 수행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미국군 공수특전단이 대구 공군기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북의 ‘반미대결전’은 끝날 것으로 보이며, 한국군 공수특전단이 탄 병력 수송기는 인민군 반항공군의 조밀한 방공망에 걸려 격추될 것이다. 격추를 용케 피한 병력 수송기 몇 대가 적진 후방 상공에 이르러 공수특전병력을 투하하면, 로농적위군이 그들을 상대할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 2013년 2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함경남도 주민은 자기가 사는 함경남도 지역의 주요도로와 평야지대에 진지가 구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1개 진지는 은폐호 3개로 이루어졌는데, 각 은폐호는 마른 나뭇가지와 풀대로 엮은 덮개로 위장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함경남도 후방에 배치된 로농적위군이 한국군 공수특전단이 후방에 침투하는 상황에 대비하여 전투진지를 구축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다른 후방지역의 로농적위군도 그런 전투준비에 돌입하였을 것이 분명하다. 그 주민은 “지금 여기는 내일이라도 당장 전쟁이 터질 것만 같은 숨 막히는 분위기”라고 말하였다.

미국 농구선수단을 왜 평양에 불렀을까?

김정은 제1위원장이 미국의 북침전쟁연습을 앞두고 ‘반미대결전’ 임전태세를 검열하는 긴장된 시각, 평양에서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미국인들로 구성된 농구선수단이 갑자기 평양에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평양에서 초청경기를 진행하였는데, 놀랍게도 김정은 제1위원장이 리설주 부인과 함께 경기장에 나와 관람하였고, 친선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미국 농구선수단에게 성대한 만찬까지 베풀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반미대결전’을 앞둔 엄중한 시기에 북이 ‘주적’으로 규정한 미국에서 농구선수단을 평양에 불러왔고, 인민군 전투부대들의 임전태세를 검열하는 바쁜 일정 중에도 틈을 내어 그들의 초청경기를 관람하였을 뿐 아니라 그들에게 성대한 만찬까지 베풀었으니, 놀라움은 더 커진다. 그 소식을 들은 워싱턴의 고위관리들은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어리둥절하였을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해 무지한 내외 언론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미국 농구선수단을 평양에 불러들인 것을 보고 미국에게 무슨 ‘유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착각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판단력으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미국 농구선수단을 평양에 불러들인 다른 이유를 도무지 짐작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사실을 논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미국 농구선수단의 방북시점을 생각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평양에서 초청경기를 진행한 날은 2013년 2월 28일이다. 미국이 바로 그 이튿날 3월 1일부터 방대한 규모의 북침전쟁연습인 ‘독수리’를 강행하겠다고 이미 발표하였고, 그로써 북미적대관계는 일촉즉발의 격돌상황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미국이 북침전쟁연습을 강행하기 하루 전에, 더욱이 북이 자기의 국운을 건 ‘반미대결전’을 앞둔 엄중한 시기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적국의 운동선수들을 불러와 초청경기를 진행하게 하였으니, 이것이야말로 보통 사람이 생각조차 하기 힘든 기상천외한 사변이 아닌가! 미국 농구선수단 초청경기는, 그 어떤 강적의 전쟁책동도 격파할 담력과 배짱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있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처럼 강한 담력과 배짱으로 강적을 상대하는 지략을 펼치고 있다는 북측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둘째, 왜 하필 농구선수단을 초청했을까? 농구는 운동경기들 중에서 경기진행속도가 가장 빠른 경기종목이다. 숨 돌릴 사이 없는 공방전이 1초 단위로 계속되는 초고속 경기가 바로 농구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농구경기를 좋아하는 까닭은, 그 경기가 속도감과 박진감을 뿜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농구경기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강조하는 ‘단숨에 공격정신’에 부합하는 경기종목인 것이다. 2013년 2월 21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군 제526대련합부대 관하 구분대의 실탄사격을 배합한 야간전투 공격전술연습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일단 싸움이 일어나면 적들이 미처 숨 돌릴 새 없이 호되게 답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는데, 농구경기야말로 그런 신속공격전법에 꼭 들어맞는 경기종목인 것이다.

셋째, 농구경기가 진행된 체육관에 마련된 주석단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미국 농구선수단 대표를 옆자리에 앉히고 그와 통역 없이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이 <로동신문> 제1면에 실렸다. 북의 최고영도자가 공식석상에서 외국인과 통역 없이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고, 그런 최고영도자의 모습을 세상에 보도한 것도 북의 건국 이래 처음 있는 놀라운 일이다. 그 보도사진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오바마 대통령은 ‘조선말’을 한 마디도 하지 못하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은 통역 없이 미국인과 담화한다는 것을 보여준 그 보도사진은, 김정은 제1위원장은 미국을 파악하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북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대 군사전략가들이 인용하는 손자병법의 한 구절을 옮기면, “적을 알고 자기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을 것(知彼知己 百戰不殆)”이며, “적도 모르고 자기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진다(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는 것이다. 북은 <로동신문>의 보도사진을 통해서 ‘반미대결전’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이며 누가 패자가 될 것인지를 암시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2013년 3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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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軍 출신 남재준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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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3/03/03 09:46
  • 수정일
    2013/03/03 09:4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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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국정원·금융위·총리실장 인선 기습발표

곽재훈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3-02 오후 12:58:05

 

청와대가 장관급 공직자 추가인선 결과를 연휴 한가운뎃날인 2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국가정보원장에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금융위원장에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에 김동연 기재부 2차관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인선 배경에 대해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도 아직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연이은 도발 가능성이 있다"며 "위기 상황에 대처하면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예방하기 위해 시급한 인선을 우선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경호실장 인선을 발표한 때도 설 연휴 직전인 2월8일이었고,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의 청와대 대변인 임명 소식도 휴일인 2월 24일 밤 전해진 바 있다. 두 차례 모두 '언론의 검증을 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었었다.

전직 육군총장 3명째 주요인선에 포함

이날 발표된 인선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남재준 전 총장의 국정원장 지명이다. 남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05년 육군참모총장을 지냈으나, 예편 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보수적인 안보관을 선보이며 참여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또 남 내정자의 지명으로 청와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에 이어 육군참모총장 출신 3인방이 나란히 새 정부 고위직에 앉게 되는 풍경연출됐다. 남 내정자는 김장수 실장 직전에 참모총장을 지냈고, 김 실장(육사27기) 보다 두 기수 선배다.

박흥렬 경호실장은 김 실장보다 한 기수 아래로 김 실장 바로 다음 참모총장을 지냈다. 즉 36대(남재준), 37대(김장수), 38대(박흥렬) 육군참모총장이 모두 새 정부에서 장관급, 그 가운데서도 핵심 요직에 보임된 것.

윤창중 대변인은 남 내정자에 대해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합참 작전본부장과 연합사 부사령관을 역임했다"고 소개하며 "확고한 안보의식을 가진 분으로, 지금의 안보 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가고 국정원이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1·2차관, 나란히 장관급 승진 눈길

또 이날 인선에서는 현직 기재부 차관 2명이 나란히 장관급으로 승진한 것이 눈에 띈다. 금융위원장에 지명된 신제윤 1차관에 대해 윤 대변인은 "대표적인 국제금융 전문가로, 금융위 부위원장과 기재부 국제업무관리관을 역임했다"며 "지금의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금융위원장으로서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신 내정자는 행정고시(24회) 합격 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과, 금융정책과에 근무해 온 정통 국제금융 분야 출신, 이른바 '모피아' 라인으로 꼽힌다.

김동연 2차관은 역시 장관급인 국무총리실장으로 지명됐다. 김 내정자는 경제기획원(EPB) 출신으로 기획원 경제기획국, 예산실, 대외경제조정실에서 근무했다. 이후에 기획예산처에서 주로 일한 예산 전문가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을, 이명박 정부에서 인수위원회 전문위원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정과제비서관을 지냈다.

윤 대변인은 김 내정자 인선에 대해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아서 국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데 국정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국무현안을 실무 조정할 국무총리실장을 먼저 발표하게 됐다"며 "어려운 경제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국무현안의 실무 조정을 할 분"이라고 했다. 그는 "일단 국무총리실장으로 임명하고, 추후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면 국무조정실장으로 재발령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원 출신들의 부상이 눈에 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재무부 금융라인에 남겨뒀지만 국정 전반을 조율할 국무조정실장에도 역시 기획원 출신 김 내정자를 앉힘으로서 '박근혜 정부'이 인사 색깔이 좀더 뚜렷해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3일 여야 대표·원내대표와 5자회동

한편 윤창중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 말미에 "한 가지 더 말씀드리겠다"면서 "박 대통령은 3일 오후 2시, 청와대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 박기춘 원내대표를 초청해 정부조직법 개편안 등과 관련해 의논을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회동 배경에 대해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 지연으로 인해 여러 가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감안해서, 여야 당대표와 원내대표들에게 소상히 의논드리기 위해 만든 자리"라며 "방금 전 일정 등이 확정돼서 발표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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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대표"박근혜는 독재의 편에 섰고,수구보수집권세력은 진정한 가해자"

이정희대표"박근혜는 독재의 편에 섰고,수구보수집권세력은 진정한 가해자"
(통합진보당 / 2013-03-02)

 

 

 

 

 

더 깊이 민중 속으로,민중과 생사고락을 함께 합시다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통합진보당 대표 이정희입니다.

우리는 지난 5년간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우리 당원들은 평범한 인간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땀을 쏟아부어 당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민중들에게 약속드린 진보적 정권교체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진보당에 대한 허위 왜곡 색깔론의 집요한 공격으로 민중의 신뢰가 바닥까지 내려앉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정권교체에 실패하자 우리 노동자와 청년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과, 철탑 위의 노동자들이 누구도 내려오지 못한 채 고스란히 하늘에서 겨울을 났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새로 출발합니다. 지난 날 흘린 땀은 바람에 날려보냅시다. 진보적 정권교체의 약속 지키지 못한 냉엄한 현실 앞에,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난 민중들 앞에, 다시는 약속을 어기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만 채웁시다.

지난 날의 고통도 묻어둡시다. 어려움을 더 빨리 이겨내지 못한 우리의 부족함만 냉철하게 성찰합시다. 15년 진보정치를 키워온 헌신과 단합이 자리다툼과 경쟁으로 바뀌어 당을 급속도로 분열로 밀어넣은 그 순간, 나 자신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돌아봅시다. 티끌 하나도 욕심 내지 말고 헌신하고 단합해야 민중이 우리를 신뢰한다는 원칙, 다시는 한 순간도 흔들리지 맙시다.
 

 

 

지난 날의 쓰라림도 접어둡시다. 어려울 때 편한 길 빛나는 자리 찾지 않고 모욕과 손가락질마저 견뎌가며 자주 민주 통일의 길 민중의 길을 지킨 우리 당원들의 헌신만 기억합시다. 실망도 원망도 컸을텐데 다시 옆 자리에 앉혀주고 정권교체 해내라고 귀한 임무 맡겨준 민중들의 넓은 품만 기억합시다.

저를 비롯하여 모든 당원들은, 위기의 시기 어려움 마다않고 나서 당을 살려낸 강병기 비상대책위원장님을 비롯한 비상대책위원들의 노고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진보당은 한국 민중 스스로 민중이 주인인 세상을 위해 만들어낸 정당이며, 자주 민주 통일의 길을 걸어온 한국 민족민주운동의 성과를 집대성한 정당입니다. 민중의 운명을 개척할 진보당이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당원 각자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시련조차 성찰의 계기로 만들어 헌신과 단합의 원칙을 다시 일깨우고 위기조차 새로운 돌파구로 바꿔냈습니다. 민중 그 자신이기에 어떤 어려움에도 꺾이지 않는 당원 여러분, 존경합니다. 바로 당신이 당을 지키고 민중을 지키셨습니다.

저는 당을 위기에 빠뜨린 책임을 가장 무겁게 져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대표 직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오직 헌신하라는 무거운 명령이라 여깁니다. 제 잘못과 부족함을 속죄할 기회를 허락해주신데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 스스로 완전히 바뀌어서 민중 속에서 신뢰를 쌓아내겠습니다.

임기 1년차에 전국 170여개 지역위원회 당원들과 함께 노동자 농어민 서민들을 일일이 찾아뵙겠습니다. 당원 여러분의 주변에, 저를 만나면 욕 한 바가지 퍼부어주고 싶다던 분이 계시면 첫 번째로 만나 뵙게 해주십시오. 기대와 사랑이 컸기에 원망도 큰 법 아니겠습니까. 직접 사죄드리겠습니다. 다시 지켜보실 마음이라도 일으키겠습니다. 어려운 일은 제 몫으로 남겨주십시오. 기쁘게 받겠습니다.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우리가 갈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 5년, 우리는 편한 길 찾지 않을 것입니다. 민중들이 재벌로부터 잘려나가고 권력으로부터 매맞고 언론으로부터 손가락질 받고 국가보안법에 감금되는 5년, 우리는 민중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양국관계에 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 민족이 위기에 처한 시기, 다카키 마사오는 애국의 편에 섰습니까, 매국의 편에 섰습니까? 세계가 민주주의를 요구하던 시기, 유신의 퍼스트레이디는 민주주의의 편에 섰습니까, 독재의 편에 섰습니까? 우리 민족 100년의 근현대사에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입니까? 나라를 팔고 민족을 배신하며 민중을 짓눌렀던 수구보수집권세력, 바로 그들이 우리 민족과 민중에 대한 가해자 아닙니까?

박근혜 정부의 속일 수 없는 사대 매국의 뿌리가 지금, 미국 정보기관의 핵심 협력자를 국적까지 바꿔 국무위원에 내정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바뀌지 않는 독재의 습성이 지금,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을 뒤집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 공약을 되풀이하면서도 1만여명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로 내몰고 기초노령연금 공약이며 지방의료원 활성화 공약도 시작부터 완전히 뒤집어 민생도 내동댕이치는 것으로 재연되고 있습니다. 남북대결로 독재를 유지한 역사가 지금, 한반도의 불안한 정전상태를 평화협정체제로 바꾸는 근본 해결은 아랑곳하지 않고 국제적 대치상태와 무력충돌 위기만 높이는 것으로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불통 정권, 독선 대통령”, 취임 사흘 만에 대통령 본인만 빼고 누구나 동의하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시작부터 국정실패가 예고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휘두를 가장 유용한 무기는 진보당에 대한 공격입니다. 너도 나도 허니문과 타협과 전략적 동맹을 말하는 이 때, 박근혜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할 정당, 진보당 밖에 누가 또 있습니까.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도 경제민주화정책도 괜찮다며 서로 나서서 덕담하는 이 때, 박근혜 정권에 의해 짓눌릴 민중과 함께 목숨 걸고 맞설 사람, 우리 외에 누가 또 있습니까. 평화라는 말만 덧붙이면 북에 대한 실효적 조치며 외교적 압박 정도는 말해야 종북 딱지 안 붙는다며 발 빼는 사람 부지기수인 이 때, 비난과 제재와 충돌의 악순환에 끌려들어가지 않는 평화통일 정당이 진보당 외에 어디 있습니까. 6.15 10.4 선언 이행과 평화협정 체결의 근본 해결로 이 위기의 정국을 바꿔나갈 사람들이 바로 우리 당원들 아닙니까.

박근혜 정부의 칼끝은 정확히 진보당을 향해 있습니다. 의원직을 박탈하고, 당원들을 구속하고 기소하며, 당에 색깔론과 부정의 오물을 뒤집어씌워, 민중과 당을 떼어내고 다른 야당이 진보당을 배제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헤쳐나갈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더 깊이 민중 속으로, 자주 민주 통일의 길에서 민중과 함께. 자주 민주 통일을 이루지 않고 민중이 살아남을 길이 없기에, 우리는 이 길을 떠나지 않습니다. 우리의 뿌리는 오직 민중이고 우리의 힘은 오직 민중의 신뢰이기에, 우리는 그 자리를 비우지 않습니다.

노동3권의 완전한 보장과 비정규직 정리해고 손배 가압류 철폐로 노동자와 함께,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도 실시와 농가부채 해결, 제2의 농지개혁, 한미FTA 폐기와 한중FTA 중단으로 농어민과 함께, 재벌 대기업의 골목시장과 영세자영업 침투에 맞서 중소영세자영업자와 함께,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로 장애인과 함께, 반값등록금 실시와 청년실업문제해결로 청년 학생들과, 우리는 굽힘 없이 전진할 것입니다.

진보정치 본연의 사명은 민중에게 권력을 쥐어주는 것입니다. 진보정치 본연의 역할은 민중의 무기가 되는 것입니다. 더 깊이 민중 속으로 들어가 민중과 생사고락을 함께 합시다. 민중과 굳은 신뢰를 쌓아 진보적 정권교체의 책임을 다합시다. 제가 먼저 헌신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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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교사의 조합활동이 문제? 이게 불법이면 다 불법이다

언론사, 대기업, 병원, 지하철, 대학 다 되는데...
오직 '전교조만 안된다'는 노동부

[이슈 분석&주장] 해직 교사의 조합활동이 문제? 이게 불법이면 다 불법이다

13.03.02 17:13l최종 업데이트 13.03.02 21:49l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닌달 26일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도록 한 교원노조법의 관련 조항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가인권위 앞에서 진정서 제출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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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여 명의 조합원 중 20여 명이 해직교사라는 이유로 노동부와 교과부는 지금 전교조의 합법 노조 지위를 박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전교조 활동 중 해직 당한 교사들을 조합원으로 보호한다는 전교조의 규약을 문제 삼아 이를 개정하지 않을 시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교조와 마찬가지로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규약을 가진 노동조합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현행법상 노동조합은 설립 신고 때 규약을 제출해야 하므로 노동부는 모든 노조의 규약을 가지고 있다. 다른 노조의 해고자 인정 규약에는 눈 감으면서 전교조만 탄압한다는 이중잣대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다.

KBS, MBC, YTN... 해직 기자들 모두 노조원 활동

지난 MB 정부에서 여러 해직 언론인이 발생했다. MBC 이용마와 최승호, YTN 노종면, 국민일보 조상운 등이 바로 이들이다. 그런데 이들 방송사와 언론사 노조들이 가입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규약은 해직자들을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들 해직기자들은 지금도 대부분 노조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규약 제7조(조직대상)
전국의 언론 산업 및 관련사업 노동자, 그리고 조합 활동과 관련하여 해고된 자는 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런데 MB 정부와 노동부는 언론노조나 그 산하 방송사, 언론사 노조들의 이런 규약을 문제 삼거나 이들이 노조원으로 있는 것에 대해서 문제 삼은 적이 없다. 이런 규약은 방송사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조들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우리나라 최대 산별노조라는 전국금속노조 역시 조합활동과 관련하여 해고된 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을 규약으로 명시하고 있다. 금속노조가 산별노조이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는 주장은 전교조에도 똑같이 해당된다. 전교조 역시 학교별 노조가 아니라 전국적 산별노조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 금속노조 규약 제2조(조직대상)
금속산업과 금속관련산업 노동자와 다음 각호의 자는 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
1. 조합활동과 관련하여 해고된 자


현대, 삼성, 기아... 심지어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어도

언론노조나 금속노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인 현대, 삼성, 기아, 엘지 등의 기업노조에서도 해고자에게 조합원 가입 자격을 인정하는 규약을 쉽게 찾을 수 있다.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규약 제8조(조합원 자격취득 및 탈퇴)
1. 다음 각호의 자는 조합원의 자격을 상실한다.
1) 퇴직 또는 해고되었을 때. 단, 해고 처분에 불복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자는 그 결정이 확정되었다 할지라도 정당한 조합 활동에 의한 해고로 판단되면 대의원회 의결로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다.

○ 현대미포조선 노동조합 제8조(조합원의 자격취득 및 상실)
(주)현대미포조선 종업원은 다음의 자를 제외하고는 입사와 동시에 조합원이 된다.
1. 회사에서 퇴직 또는 해고된 자 (단, 본조 제1항의 해고에 불복하여 노동위원회나 행정관청에 구제 신청한 경우 그 결정이 있을 때까지 조합원 자격 유지하고, 해고 처분에 불복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자는 그 결정이 확정되었다 할지라도 정당한 조합 활동에 의한 해고로 판단되면 대의원대회 의결로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다.)

○ 삼성일반노동조합 규약 제6조(구성)
조합은 삼성그룹 전계열사, 그 산하 사내하청업체,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 및 종사하다가 해고된 노동자들로써 전문의 정신과 본 규약에 동의하는 자로 구성한다.

○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규약 제10조 [자격의 상실]
다음 각 항의 자는 조합원의 자격을 상실한다.
① 해고, 퇴직 또는 사망했을 때. 단, 해고의 경우 대의원대회에서 정당한 조합 활동으로 의결된 자는 예외로 한다.

○ 엘지화학 노동조합 규약 제11조(자격의 상실)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조합원은 그 자격을 상실한다.
4. 조합원의 노조 활동상으로 해고되어 법적으로 (민사까지 포함) 해고 무효투쟁을 하는 자와 이후 계속적으로 노조활동을 하는 자는 조합원으로 인정한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노동위원회 결정이나 심지어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더라도 대의원대회에서 정당한 조합활동에 의한 해고로 판단하여 조합원 자격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노조 신화로 잘 알려져 있던 삼성에는 '삼성일반노조'가 아예 삼성의 해고자들만을 대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었으며, 기아자동차 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정당한 노동조합으로 의결된 해고자는 노조원으로 인정하며, 엘지화학노조 역시 해고 이후 계속 노조활동을 하는 자는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가지고 있다.

공공기관, 공기업 노조도 마찬가지

사기업 노조뿐 아니라 많은 공기업·공공기관 노조도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다.

○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규약 제11조(신분 보장)
1. 조합원이 조합 공식기구의 결정사항을 수행하다 신분 또는 재산상의 불이익을 당할 경우는 총회(대의원대회)의 결의로써 신분을 보장하고 이로 인한 피해보상을 할 수 있다.

○ 부산지하철 노동조합 규약 제10조(자격의 상실)
① 조합원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 그 자격을 상실한다.
1. 퇴직하였을 때, 다만 조합활동과 관련하여 해고된 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 한국발전산업 노동조합 규약 제7조(조직대상)
조합의 조직대상은 다음과 같다.
3. 조합활동과 관련하여 해고된 자

○ 전국대학강사 노동조합 규약 제5조(조합원의 자격)
조합원의 자격은 대학에서 시간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자를 원칙으로 한다. 단 일시적으로 강의를 하지 않을 경우 소정의 심사를 거쳐 그 자격을 부여한다.

○ 대한항공조종사 노동조합 규약 제7조 [자격]
1. 조합은 대한항공에 근무하는 운항승무원(기장, 부기장) 으로 구성하며 조합활동과 관련하여 파면 또는 해고된 자는 본인이 탈퇴하거나 제명되지 않는 한 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한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조합의 결정사항을 수행하다 해고된 경우 총회(대의원대회) 결의로 신분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부산지하철 노조 규약도 조합활동과 관련해서 해고되면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발전산업노조도 조합활동 관련 해고자를 조직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전국대학강사 노조도 일시적으로 강의를 하지 않더라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대한항공조종사 노조는 더 나아가 조합활동 관련하여 해직된 자는 본인이 탈퇴하지 않는 한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위해 불가피... 이 많은 노조를 모두 불법화 할건가

현행 노조법상 해고자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노동부 주장의 핵심 논거다. 그래서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노조의 규약은 모두 불법이고, 이를 근거로 노동조합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법외노조 통보)는 것이 노동부가 내세우는 논리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전교조 외에 이들보다 훨씬 먼저 생긴 노동조합들에서 해고자의 노조 가입 자격을 인정하는 규약을 가지고 있다. 사실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과 복지 향상 등을 통한 사회 경제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조합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직당한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이라는 운영 원리상 불가피한 면이 있다.

이런 사실을 정말 노동부는 모르는 것일까? 모든 노동조합 규약을 갖고 있으며 이를 심사하여 노동조합 설립증을 발급하는 노동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전교조에 이 기준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 우스운 이유다.

법은 모든 이에게 똑같이 적용되거나, 그렇지 않을 거면 없어져야 한다. 노동부가 ILO 협약과 선진국 사례 등 국제사회 기준,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대한민국 노동계의 일반적인 현실을 무시한 채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만 주장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수많은 노동조합을 모두 불법이라며 설립증을 반려할 건가? 말로는 노동존중을 이야기하는 박근혜 정부가 노동 현안 관련하여 첫 번째 답해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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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시즌3, 첫 녹화현장을 가다

[스케치] 2만 7천여 시민과 함께 돌아온 뉴스타파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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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3.01 22:35:43

 

 

"안녕하십니까? 뉴스타파의 진행을 맡게 된 최승호입니다. 저희 뉴스타파는 시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으로 탄생했습니다. 1% 특권층을 위한 보도를 거부한 언론인들과 시민 여러분이 결합한 99%를 위한 언론입니다. 앞으로 저희 뉴스타파는 그 어떤 권력도 두려워하지 않는 방송, 오직 시민 여러분을 바라보는 방송이 되겠습니다."

 

 

   
▲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 ⓒ김도연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의 오프닝은 화기애애했던 뉴스룸의 분위기를 삽시간에 진지함으로 바꿔 놓았다. 묵직한 음성과 날카로운 눈빛은 MBC <PD수첩>때 모습 그대로였다. "연습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는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았다. 최승호는 역시 최승호였다.

최승호 앵커는 녹화 전 "앵커 역할이 떨린다기 보다 친한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편안할 것 같다"며 "그래서 더 오버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고 감정이 앞서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감정을 절제해 사실만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나운싱 연습을 많이 했느냐'는 질문에, 최 앵커는 "뭐 생긴대로 하는 거지"라면서도 "지상파 앵커들처럼 딱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드리진 못하겠지만 투박하더라도 최대한 진솔하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답했다.

1일은 뉴스타파가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마포구에 위치한 새 사무실로 이사를 하는 날이자 <뉴스타파 시즌 3> 첫 녹화가 있는 날이었다.

 

 

   
▲ 새 사무실에 붙어 있는 뉴스타파 로고 ⓒ김도연

 

새 사무실 정문에는 신영복 선생의 필체인 '뉴스타파' 로고가 은색의 금속으로 멀끔히 자리잡고 있고, 그 밑에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박혀 있다. 갓 이사를 해 꽉 채워진 모습의 사무실은 아니지만, 스마트TV를 비롯한 최신식 시설, 넓어진 사무 공간은 눈에 띄었다.

특히, 중앙에 위치한 뉴스타파의 '뉴스룸'은 2만 7천여 명에 달하는 뉴스타파 후원 시민들의 저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벽면에서는 언론인 송건호 선생과 리영희 선생의 커다란 사진이 붙어 있다.

 

 

   
▲ 리영희 선생의 사진 ⓒ김도연

 

김용진 대표(전 KBS 기자)와 최승호 앵커(전 MBC PD)의 합류로 뉴스타파 시즌 3는 '최정예 멤버'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게 됐지만, 시즌 3를 맞아 뉴스타파 공채 1기를 뽑기도 했다. 김용진 대표는 뉴스타파 1주년 행사에서 "최승호 피디 영입보다 더 중요한 인선은 새내기들이 뉴스타파에 합류했다는 것" "등이 따뜻한 언론사를 갈 수 있었을 텐데, 큰 용기를 내 준 젊은 영혼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며 공채 1기에 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뉴스타파 공채 1기 이유정 기자는 "정신이 없다. 늦게까지 아이템을 고민하고 취재를 하고 있다"며 "새로운 장소에서 첫 녹화를 한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시민들이 이렇게 지지를 해 주시니 앞으로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첫 녹화에 대한 설렘과 시민들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 최승호 앵커(왼쪽)과 이근행 PD가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김도연

 

"임팩트는 국정원이 가장 있지 않을까?" "클로징 멘트는 길 수도 있겠는데" "약간만 더 밝게 해 봐" 최승호 앵커와 이근행 PD가 꼼꼼하게 녹화 사전 준비하는 동안,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도착했다. 김용진 대표는 27일 오후 KBS에 사표를 제출했다. KBS 사규상, KBS 기자와 뉴스타파 대표를 겸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5년이 넘는 세월과 함께 했던 KBS에 대해 소회를 물었다.

"오래 몸 담았던 회사인데, 떠나게 된 것 자체가..(침묵)..마음이 편한 상황은 아니다. 또 지난해 파업 과정에서 후배들에게 공정방송을 회복하자고,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에 되돌려 드리자고 약속했는데 끝까지 지키지 못해서 굉장히 죄송하다. KBS 시청자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뉴스타파라는 새로운 실험이 KBS에 남아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역할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뉴스타파 시즌 3의 첫 방송은 과연 무엇을 다룰까? 첫 방송부터 세다. 뉴스타파는 지상파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국정원 여론 의혹 사건'을 파헤친다. 또, 예산감시기획 일환으로 일반 국민은 쉽게 알 수 없는 복지 예산의 허상을 다루며 박근혜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의 의혹 등을 집중 취재했다.

김 대표는 "이미 1주년 행사에서 약속 드렸지만,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공이슈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시청자들과 후원자 분들이 주권을 행사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대로 제공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뉴스룸에 앉아 있는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김도연

 

특히, 뉴스타파는 시즌 3에서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국내 최고 '데이터저널리즘' 전문가 권혜진 박사(전 동아일보 기자)가 합류했다. 권혜진 박사는 데이터저널리즘을 활용한 '정치인 고위 공무원 사정 12년 탐사보도'를 통해 2005년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기획보도 '6대도시 화재 신고-출동-진화시간 GIS 이용 첫 분석'을 통해서 상을 받았다. 모두 컴퓨터를 통한 데이터 분석에 기반했다.

김 대표 역시 "데이터 저널리즘은 디지털 기술과 사회과학의 분석 등이 결합된 저널리즘"이라며 "디지털 저널리즘을 통해 정부·기업 기록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분석해 보도자료에 의존하지 않는 저널리즘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사무실에서만 맡을 수 있는 페인트 냄새보다 강렬했던 건 제작진들의 열정과 진지함이었다. 새로운 환경을 접하게 되면 누구나 들뜨기 마련이지만, 이날 뉴스타파 제작진들은 첫 녹화에만 몰두하는 모습만 보였다. 기자가 지난해 10월 뉴스타파 사무실을 첫 방문했던 때처럼 그들은 또다시 "귀신에 홀린 듯" 작업에 빠져 있던 것.

광고 없이 독자들의 후원금으로만 운영되는 한국의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뉴스타파가 어떤 보도로 한국 언론의 역사를 다시 쓸지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궁금했던 하루였다.

 

 

   
▲ 뉴스타파 제작진들이 고사를 지내는 모습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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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홀린 암흑의 힘, 비밀 열쇠는 '제5원소'?

[우주의 진실을 찾아서] 암흑 에너지 vs. 암흑 물질

강양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3-01 오후 6:46:10

 

밤하늘은 항상 매혹적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전래 동화부터 그리스 신화, 인디언 신화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밤하늘의 별자리를 둘러싼 온갖 얘기들이 전해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밤하늘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답니다. 급기야 상당수 과학자들은 이렇게 공언합니다. "이제, 우리는 밤하늘의 비밀을 정밀(precise)하게 안다!"

그렇게 큰소리를 치는 과학자들이 밝힌 밤하늘, 즉 우주의 비밀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주는 약 137억 년 전 대폭발(Big Bang)로 탄생했다. 우주는 마치 풍선이 부풀듯이 계속 팽창한다. 놀랍게도 팽창 속도도 계속 빨라지고 있다. 그런 가속 팽창의 원인은 '암흑 에너지(dark energy)'다. 이 암흑 에너지는 우주 전체의 약 72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리고 우주의 약 23.3퍼센트는 '암흑 물질(dark matter)'이다. 원자와 같은 보통의 물질은 약 4.6퍼센트다."

어때요, 그럴듯합니까? 이런 과학자의 큰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이제 더 이상 우주의 신비 따위는 발붙일 곳이 없을 듯합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자신의 우주에 대한 이해를 '정밀 우주론(precision cosmology)' 혹은 '조화 우주론(harmonic cosmology)'으로 부릅니다. 상당히 오만하지요?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그렇게 간단치 않습니다. 앞에서 열거한 우주의 구성
요소 중에서 우리가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물질은 단 0.5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원자로 간주되는 4.6퍼센트의 물질 대부분도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직접 관찰이 어렵습니다. 우주의 구성 요소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 에너지나 암흑 물질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은 더욱더 복잡하지요.

실제로 암흑 물질의 정확한 명칭은 '미지의 물질(unknown matter)'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암흑 물질'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심지어 그것이 하나의 단일한 물질인지 아닌지도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소수의 회의론자는 암흑 물질이 존재하는지를 놓고도 의문을 품습니다.

우주의 구성 요소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암흑 에너지 역시 정확한 명칭은 '미지의 에너지(unknown energy)'입니다. 이 암흑 에너지는 암흑 물질보다 그 정체가 더욱더 아리송합니다. 그래서 심지어 어떤 과학자는 암흑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미지의 물질을 '제5원소(quinta essentia)'라고 부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얘기한 '천상의 물질' 말입니다.

이제 상황이 대충 짐작이 되지요? 우리는 우주의 단 0.5퍼센트만을 파악하고 있을 뿐, 나머지 99.5퍼센트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감도 못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상당수 과학자는 우리가 이런 '미지의 것을 정밀하게 안다'고 큰소리를 치는 것일까요? 도대체 그들의 자신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그리고 그런 자신감의 끝은 희극일까요, 비극일까요?

'프레시안 books'와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위한
비전"을 찾는 <크로스로드>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과학 수다'는 이런 질문의 답을 추적합니다. 천문학자 황재찬 교수(경북대학교)와 이명현 '프레시안 books' 기획위원, 물리학자 이종필 박사(서울과학기술대학교)가 가이드로 나섰습니다. 수다 정리는 천문학에 문외한인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가 맡았습니다.

자, 이제 밤하늘의 신비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논쟁의 장으로 들어갈 시간입니다. <편집자>

 

ⓒ프레시안(손문상)


우리 우주의 구원자, 암흑 에너지
 

▲ 황재찬 경북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강양구 : 오늘은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을 놓고서 얘기를 나눠보죠. 그런데 처음부터 말 그대로 캄캄하군요. (웃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좀 막막한데요.

이종필 : 물리학자이긴 하지만 저도 우주론은 깊이 있게 알지는 못해요. 그러니 오늘은 저도 독자 입장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우선 우주와 관련한 가장 기본적인 얘기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까요? 사실 20세기에 이뤄진 여러 과학 발견 중에서 가장 쇼킹한 것 중 하나는 '우주의 팽창' 아닐까요?

강양구 : 우주가 흔히 '빅뱅(Big Bang)'이라 부르는 대폭발에서 시작해서 현재의 상태가 되기까지 계속 팽창해 왔다는 거죠? 지금 이 순간도 팽창하고 있고요.

황재찬 : 네, 1929년에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발견했지요. 그런데 허블 얘기를 하기 전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현대의 우주에 관한 이론이 바로 아인슈타인이 1917년에 쓴 독일어 논문('Kosmologische Betrachtungen zur allgemeinen Relativitätstheorie(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본 우주)')에서 시작하거든요.

이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정적 우주' 모형을 제안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는 팽창하지도, 수축하지도 않은" 정적인 상태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우주가 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건 서로를 끌어당기는 중력 때문이잖아요. 우주 전체로 시야를 넓혀 봐도 우주의 구성 요소들이 이렇게 서로를 끌어당기겠죠.

강양구 : 그러면 결국 우주는 끌어당기는 힘 때문에 수축하거나 붕괴하겠네요.

황재찬 : 정적인 상태였다면 당기는 힘 때문에 수축하겠지만 팽창 중이었다면 팽창 속도가 감속하겠지요. 영구히 정적인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 아인슈타인이 1917년의 그 논문에서 '우주 상수'를 제안합니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우주에는 각각의 구성 요소들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을 상쇄할 만한 어떤 가상의 미는 힘이 존재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힘을 수식에서는 특정한 우주 상수를 도입함으로써 표현한 거죠. 원하는 결과를 위해 중력 이론을 바꾸는 약간 편의적인 방식이었죠.

그런데 허블이 1929년에 이런 아인슈타인의 뒤통수를 친 셈이에요. "우주가 팽창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내죠. 아인슈타인은 결국 허블의 발견에 승복하고 1931년에 자신이 억지로 도입한 우주 상수를 포기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아인슈타인이 애초 제안한 우주 상수는 지금 와서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이명현 : 이제 암흑 에너지 얘기를 해야 할 때인데, 그 전에 허블의 발견 이후에 있었던 논란을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죠.

일단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곧바로 꼬리를 문 이런 질문이 나오죠. 그럼 팽창하기 전의 우주는 도대체 어떤 상태였을까? 지금이야 우리는 우주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모든 물질이 한 점으로 모여 있는 상태로 돌아간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상태가 대폭발로 깨지면서 우리 우주가 시작됩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과학자들은 이런 빅뱅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상당수의 과학자는 다른 가설을 지지합니다. 아인슈타인이 앞서 얘기했듯이, 우주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은 꼴이라는 겁니다. 단, 모든 방향으로 같은 비율로 팽창하고 있을 뿐이라는 거지요. 이게 바로 '빅뱅 이론(Big Bang theory)'과 경쟁한 '정상 상태 이론(steady state theory)'입니다.

지금이야 초등학생도 우주의 탄생이 '대폭발'이라는 걸 상식처럼 알잖아요? 그런데 당시에는 빅뱅 이론을 옹호하는 이들이 오히려 소수였어요. 사실 '빅뱅'이라는 멋진 이름도, 정상 상태 이론을 옹호하는 과학자 몇몇이 "우주가 빵(Bang) 하고 시작했다고?" 하면서 비아냥거린 데서 비롯된 거고요. (웃음)

이종필 : 1965년에 우주 배경 복사가 관측되면서 빅뱅 이론은 결정타를 날리죠. 우주 배경 복사는 빅뱅의 흔적이 우주 곳곳에 골고루 퍼져 있는 거라고 이해하면 될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아까 아인슈타인이 우주 상수를 도입할 때 했던 고민과 똑같은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빅뱅 이후에 우주가 팽창한다는 건 OK! 그럼, 우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우주의 구성 요소 간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이 작용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는 중력의 영향 때문에 점점 감소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1998년에 그런 직관에 반하는 현상이 관측된 거예요. 초신성(supernova)을 관찰했더니, 오히려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거예요.

강양구 : '초신성' 하면 인기 아이돌 그룹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텐데…. (웃음) 어두웠던 항성이 갑자기 큰 폭발을 일으켜서 며칠 사이에 100만 배 이상 밝아지는 별이 초신성이죠.

이명현 : 네, 바로 그 초신성을 관찰해서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사실을 관측한 이들 세 명이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되었지요.

황재찬 : 1998년 관측 이전에도 상당수 과학자는 우주가 가속 팽창할 가능성을 제기했어요. 왜냐하면 가속 팽창을 전제하지 않으면 우주의 나이를 둘러싸고 굉장히 난감한 문제가 생기거든요. 우주의 나이가 오래된 천체의 나이보다도 적게 되는 우스꽝스러운 자체 모순에 빠진다는 겁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볼게요. 지금 우리가 아는 우주의 팽창률(허블 상수)로 계산하면 우주의 나이를 이론적으로 가늠할 수 있어요.

그런데 1990년대까지도 그렇게 가늠한 우주의 나이가 (허블 상수 값에 따라 다르긴 햇지만) 약 100억 년에서 130억 년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계산한 나이는 결정적으로 별들의 관측 결과와 맞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가장 늙은 별의 나이를 대충 150억~160억 년 정도로 보았거든요. 이건 앞뒤가 안 맞잖아요? 우주의 나이가 130억 년인데, 우주의 구성 요소인 별의 나이가 150억 년이라니.

이명현 : 현재는 더 정확한 우주의 팽창률을 놓고서 우주의 나이를 대략 137억 년 정도로 보고 있어요. 좀 더 정확하게 살펴본 늙은 별의 나이도 대충 이에 근접하고요.

황재찬 : 최근 우주의 나이를 계산한 값은 바로 가속 팽창 때문에 좀 더 늘어났고, 늙은 별의 나이는 좀 더 줄어들면서 대략 137억 년에 근접한 것입니다. 아무튼 앞에서 언급한 우주의 나이를 둘러싼 역설을 해결하고자 몇몇 과학자들이 1970년대부터 가속 팽창의 가능성을 제기했어요. 우주가 옛날에는 팽창하는 속도가 느렸으리라는 거예요. 1998년 관측 결과, 이런 예측이 확인이 된 셈이죠.

이명현 : 그런데 이런 우주의 가속 팽창이 사실이라면, 곧바로 새로운 질문 하나가 꼬리를 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어떤 물체가 더 빨리 움직이도록 하려면 외부로부터 힘을 줘야 하잖아요? 그렇다면 우주가 점점 더 빨리 팽창을 하려면,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미지의 힘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 이종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특별연구원. ⓒ프레시안(최형락)

이종필 :

이 지점에서 다시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로 돌아갑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천체들이 끌어당기는 힘(중력) 때문에 붕괴하지 않으려면 그것을 상쇄해주는 미지의 힘이 있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우주 상수를 도입했고요? 마찬가지죠. 이제 천체가 끌어당기는 중력을 상쇄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속 팽창하게 하는 힘이 필요한 거예요.

이명현 : 바로 그 미지의 힘을 과학자들은 '암흑 에너지(dark energy)'라고 부릅니다. 특히 1998년 관측 결과를 보고 과학자들은 열광했지요. 왜냐하면, 가속 팽창이야말로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증명하는 현상이라고 파악했거든요. 상당수 과학자들은 1998년 관측 결과를 곧 암흑 에너지의 존재 증명으로 받아들였지요.

강양구 : 그러니까, 암흑 에너지는 아직 그 실체를 모르는 미지의 에너지(unknown energy)네요?

이명현 : 정확히 그래요. 사실 '미지의 에너지'가 정확한 명칭입니다. 암흑 에너지라고 하면 뭔가 실체가 있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아무튼 현재는 이런 암흑 에너지가 전체 우주의 약 7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어요. 그 정도는 되어야 현재의 우주를 지탱하면서 가속 팽창을 할 수 있거든요.

우리 은하의 구원자, 암흑 물질


강양구 : 그런데 암흑 물질도 있잖아요? 최근에 레너드 서스킨드 박사의 <우주의 풍경>(김낙우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을 읽었는데, 서스킨드 박사가 '암흑 물질(dark matter)' 밑에 이런 각주를 달아놓았더라고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혼동하면 안 된다. 암흑 에너지는 진공 에너지를 나타내는 다른 용어이다." (211쪽)

그 각주를 보고서 웃었던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두 가지를 얼마나 헷갈리면 현대 우주론의 대가로 꼽히는 사람이 자신의 책에서 그런 각주를 달아놓았을까,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이종필 : 둘은 전혀 다른 거니까요. 암흑 에너지와 비교하면 암흑 물질은 그 존재가 거론된 기간이 꽤 됩니다. 20세기 초반부터 그 존재의 필요성이 관측으로 대두가 되었어요. 좀 자세히 설명해 볼게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것처럼, 은하에 속한 별들도 은하 중심을 곡선을 그리면서 돕니다.

태양계와 비슷하게 만약 은하 중심에 은하의 질량이 집중돼 있다면, 케플러의 법칙 혹은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은하의 중심에서 멀리 있는 별일수록 그 회전 속도가 거리의 제곱근에 반비례해서 감소합니다. 그런데 관측 결과는 그렇지가 않았어요. 거리와 무관하게 별들의 회전 속도가 굉장히 일정한 값을 갖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것을 은하 회전 곡선이라고 합니다. 이 은하 회전 곡선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암흑 물질의 도입이에요. 은하의 보이지 않는 곳에 정체불명의 질량을 가진 물질이 숨어 있어서, 은하 속 별들의 회전 운동이 케플러의 법칙을 만족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명현 : 이런 중력이 존재하려면 우리가 아는 모든 물질, 예를 들어 수소, 헬륨, 철 등과 같은 원자를 합한 것보다 열 배 이상 무거운 물질이 필요합니다. 그 때부터 과학자들이 미친 듯이 도대체 그런 물질이 무엇인지를 찾았지만 실패해요. 왜냐하면 이 무거운 물질은 빛을 내지 않아요.

이종필 :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빛뿐인데, 이 물질은 빛을 내지 않으니 관측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결국 '암흑 물질'이라고 이름을 붙였지요. 현재 과학자들은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에서 우리가 아는 원자로 이루어진 보통의 물질은 4.6퍼센트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요. 그리고 23.8퍼센트 정도가 원자가 아닌 암흑 물질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강양구 : 지금 많은 과학자들이 이 암흑 물질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용을 쓸 텐데, 정체 규명에 진척이 있나요?

이명현 : 별 중에서 다 타버리고 나서 빛을 내지 않은 것들이 있어요. 백색왜성, 갈색왜성 더 나아가 블랙홀 같은 것들이요. 이 별을 총칭해서 '마초(MACHO, MAssive Compact Halo Objects, 무겁고 작은 헤일로 물질)'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런 마초는 암흑 물질이 제 역할을 하는데 필요한 질량의 10퍼센트 정도밖에 만족을 못 시켜요.

이종필 : 그래서 하나씩 그 정체가 드러나는 입자 중에서 후보가 있으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가설을 밀어붙인 대표적인 과학자가 바로 이휘소 박사입니다. 이 박사의 가장 큰 공헌 중 하나가 바로 입자 물리학과 우주론(cosmology)을 연결시킨 거지요. 이런 노력 속에서 중성미자(뉴트리노)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강양구 : 중성미자는 빛보다 빠른 물질이라는 논란의 주인공이었죠? 물론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이 되었지만요. (☞관련 기사 : 과거로는 '시간 여행' 불가능! 미래로는 택시만 타도…)

이종필 : 네, 바로 그 중성미자요. 중성미자는 물질과 상호 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관찰이 어려운 데다가, 우주에 엄청난 숫자가 분포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중성미자의 성질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결국 그 입자는 암흑 물질의 후보에서 탈락되었습니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개별 입장의 질량이 너무 작아서 도저히 암흑 물질로 볼 수 없었거든요.

일단 입자 물리학자들은 암흑 물질이 보통의 물질과 아주 약하게 상호 작용하면서, 이 말은 거의 상호 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마치 중성미자가 지구나 생물과 같은 물질을 아무런 상호 작용 없이 휙 지나가는 것처럼. 대신에 이 암흑 물질은 중성미지와는 달리 아주 무거워야 합니다.

이런 성질의 입자를 일단 '윔프(WIMP, 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s, 약하게 상호 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라고 부릅니다. 조만간 이 암흑 물질의 정체가 밝혀지고, 우리가 몰랐던 전혀 새로운 종류의 물질로 확인이 된다면, 우리가 아는 입자의
지식에도 큰 변화가 오리라 생각됩니다. (☞관련 기사 : 힉스 입자가 뭐냐고? 강남에서 '말춤' 추는 싸이!)

우주의 비밀, 여전히 캄캄하다!

이명현 : 지금까지 암흑 에너지와 암흑 물질이 무엇인지 수박 겉핥기로 살펴봤어요. 2013년 현재, 많은 과학자는 암흑 에너지나 암흑 물질의 존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렇게 말해요.

"우주의 나이는 약 137억 년이다. 가속 팽창을 하고 있다. 가속 팽창의 원인은 암흑 에너지 때문이다. 암흑 에너지는 우주 전체의 약 72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 우리가 아는 원자로 이루어진 보통의 물질은 4.6퍼센트 정도다. 그리고 우주의 약 23.3퍼센트는 원자가 아닌, 그 정체를 아직 모르는 무거운 암흑 물질이다."

상당히 그럴듯하죠? 그래서 이런 식으로 우주를 이해하는 주류의 방식을 아예 '조화 우주론(harmonic cosmology)' 혹은 '정밀 우주론(precision cosmology)'이라고 부릅니다.

황재찬 : 이쯤에서 불편한 진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따져보면 '조화 우주론' '정밀 우주론' 이런 식의 표현은 어불성설이에요. 암흑 에너지의 정체가 뭔가요? 아무도 몰라요. 암흑 물질의 정체는요? 역시 아무도 몰라요. 심지어 우주 전체를 통틀어서 우리가 관찰이 가능한 빛을 내는 물질도 0.5퍼센트에 불과합니다.

강양구 : 우리가 아는 원자로 이루어진 보통의 물질 4.6퍼센트 중에서 관찰 가능한 게 0.5퍼센트 정도라는 거죠?

황재찬 : 맞습니다. 그러니까 우주를 구성하는 것 중에서 0.5퍼센트를 제외한 99.5퍼센트를 우리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상당수 과학자는 마치 우리가 우주에 대해서 대단히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정밀 우주론' 같은 얘기를 하는 건 그 방증이고요. 그런데 과연 99.5퍼센트를 모르는 상태를 놓고서 '정밀 우주론' 운운할 수 있을까요?

사실은 여기서 우리가 따져봐야 할 게 있어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살펴본 암흑 에너지나 암흑 물질의 존재를 과학자들이 믿는 데에는 몇 가지
가정이 전제되어 있어요. 만약 이런 몇 가지 가정 중에서 단 하나라도 틀린 것이 확인된다면, 암흑 에너지나 암흑 물질은 그 존재 자체가 부정될 수도 있어요.

강양구 : 예를 들어 어떤 가정인가요?

황재찬 : 생각해 봅시다. 1998년에 우주의 가속 팽창이 관측으로 확인되고 나서, 곧바로 암흑 에너지가 제기된 데는 당기는 중력을 상쇄하고 우주를 가속 팽창시킬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잖아요. 우리는 태양계 수준에서는 태양 궤도를 지구가 도는 것처럼 중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이 중력이 은하 규모의 우주에서도 똑같이 작용한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요?

더구나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는 모두 지금 현재의 상태가 아니라 과거의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몇 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의 모습을 오늘 관측한다면, 그 모습은 몇 십억 년 전의 우주의 풍경이거든요. 그런데 과연 과거의 우주에도 중력이 오늘날과 똑같이 작용한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요?

그러니까 우주 가속 팽창이 곧바로 중력을 상쇄하고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어떤 힘, 즉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알려준다고 주장하는 데는 두 가지 가정이 전제된 거죠.
아이작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중력이 ①과거 현재 미래에 상관없이 ②우주 전체에 작용한다는 거예요. 암흑 물질의 존재를 주장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암흑 물질과는 달리 암흑 에너지의 경우에는 아인슈타인이 우주 상수를 추가해서 바꿔 놓은 중력 이론에 대한 신뢰로군요.
 

▲ 이명현 '프레시안 books' 기획위원. ⓒ프레시안(최형락)

이명현 : 은하 규모의 우주에도 중력이 똑같이 작용하리라는 전제가 깔려 있지요. 은하가 유지되려면 강한 중력의 원인인 무거운 암흑 물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니까요.

황재찬 : 과학자들은 이런 엄청난 가정을 해놓고도 개의치 않아요. 왜냐하면 이미 대다수 과학자에게 시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중력의 존재는 일종의 신념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은하 규모의 우주에서 중력 이론이 맞는지 검증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암흑 에너지나 암흑 물질은 일종의 믿음의 산물입니다. '중력은 시공간을 초월해 존재한다' 이런 믿음이요.

강양구 : 듣고 보니 상당히 충격적이네요.

황재찬 :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계속해볼게요. 이건 조금 더 심각합니다. 아까 아인슈타인이 1917년 논문에서 정적인 우주를 제안했다고 했지요? 그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수학적인 단순화를 위해서 우주를 균일하고 등방(等方)한 어떤 곳으로 간주해요. 그러니까 우주 전체로 보면 별들의 분포가 한 쪽으로 몰려 있지 않고 골고루 퍼져 있다는 겁니다. 당시에는 은하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에 책상머리에 앉아서 했던 이런 가정을 우주를
연구하는 다수의 과학자가 지금도 공유합니다. 물론 아주 큰 규모에서 그럴 것으로 봅니다. 1998년의 관측 결과 역시 마찬가지에요.

이명현 : 먼저 그 관측 내용을 살펴보죠.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세 명의 천문학자는 독립적인 연구를 하는 두 팀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캠퍼스의 솔 펄뮤터 박사가 이끄는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 팀과 호주 대학교브라이언 슈미트 박사와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애덤 리스 박사가 이끄는 '고 적색이동 초신성 탐색' 팀이요.

이들은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는 은하를 탐색해서 초신성을 발견한 다음에, 초신성 관측을 통해서 그 초신성이 속한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했어요. 그랬더니 '은하까지의 거리가 우주 팽창 속도가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비교했을 때보다 훨씬 더 멀다(약 15퍼센트)'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고 가정했을 때와는 일치했고요.


황재찬 : 그런데 바로 이 관측도 아인슈타인이 주장한 '균일한 우주'라는 전제를 깔고 있어요. 무엇이 문제인지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를 비교해 볼게요. 암흑 물질의 경우에는 원심력을 상쇄할 만한 중력의 필요성 때문에 빛을 내지 않는 '미지의 무거운 물질'의 존재를 가정합니다. 그게 바로 암흑 물질입니다. 즉 중력 이론은 그대로 두고 물질의 분포를 조절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암흑 에너지도 똑같은 가정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수십억 년 전 폭발한 초신성은 수십억광 년 떨어진 큰 규모인데, 우리로부터 이 정도 떨어진 지역에 마침 무엇인지 모르지만 무거운 물질이 잔뜩 모여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그 부분은 밀도가 높을 테고, 당연히 중력도 셀 테니 우주 팽창 속도가 느리지 않겠어요? 그런데 1998년 관측 결과를
해석하는 방식은 어땠나요?

암흑 물질의 경우와는 정반대로 무거운 물질의 분포를 조절하는 대신 중력 이론을 바꾸어서 '미지의 새로운 에너지'를 도입했어요! 그걸 암흑 에너지라고 이름을 붙였고요. 과거나 현재나 가까운 곳이나 먼 곳이나 우주의 물질 분포는 균일하다는 아인슈타인의 가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겁니다. 우주 규모에서 특정한 곳에 무거운 물질이 모여 있을 가능성, 즉 불균일한 우주를 인정할 수 없었던 거예요. 그러느니 중력 이론을 바꾸는 편의적인 선택을 한 셈인데, 앞서 얘기했듯이 우주 상수도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중력 이론을 바꾸면서 나온 거잖아요?


강양구 :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인데요. 그런데 실제 관측 결과는 어떤가요? 우주가 균일한가요?

이명현 : 그게 그렇게 간단치 않아요. 현재 SDSS(Sloan Digital Sky Survey)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에요. 은하의 3차원 분포를 확인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 결과만 놓고 보면 우주의 모습이 전혀 균일하지 않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우주가 균일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에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거의 60만 개 정도의 은하를 살피긴 했는데, 우주의 균일성을 가타부타 결론을 내리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데이터거든요.


황재찬 : 더 먼 거리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지금 계획하는 유클리드(Euclid) 프로젝트 는 2019년 발사될 인공위성으로 약 10억 개의 은하 사진과 그 중 1억 개 은하의 공간 분포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사실 그런 데이터가 확보가 되더라도 우주의 균일성을 놓고서 명쾌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현재까지 확보된 데이터만 놓고 보면 우주가 균일하다고 결론을 내리기에 부족하다는 거예요!

강양구 : 그런데 과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보편 이론을 가정하고 나서 그 이론의 도움으로 새로운 사실이 확인된 경우가 많잖아요?

황재찬 : 제가 그런 가능성을 부정하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1781년 윌리엄 허셜이 천왕성을 발견하고 나서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염두에 두고 천왕성 바깥쪽 궤도에 또 다른 행성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가 되었습니다. 바로 암흑 물질을 가정한 셈이지요. 그리고 실제로 해왕성이 확인이 되었어요.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도 이렇게 확인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건 과학이 거둔 또 하나의 엄청난 성공 사례가 될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가능성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는 그
단어 자체가 일단 현실을 재단하고 들어가는 거예요. 단어만 놓고 보면, 뭔가 실체가 있는 물질 혹은 에너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래서 물리학자들이 암흑 물질을 발견하겠다고 우주로 나가는 게 아니라 지하로 들어갑니다. (웃음)

이명현 : 사실 천문학자들은 암흑 물질이 단일한 어떤 것이라는 데도 의문을 제기해요. 관측을 하다 보면, 아까 백색왜성, 갈색왜성, 블랙홀 얘기도 했지만 빛을 내지 않으면서도 질량이 커서 중력이 큰 게 있어요. 그런 여러 가지가 암흑 물질의 효과를 내고 있을 수도 있지요.

이종필 : 지금까지 물리학자들이 암흑 물질을 중성미자와 같은 특정 물질이라고 간주해온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좀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자는 고작 4.6퍼센트 정도에 불과한데도 그것을 구성하는 입자는 최근에 그 존재가 확인된 힉스 입자를 포함해서 열일곱 개나 되잖아요.

그런데 그것보다 무려 대여섯 배나 양이 많은 암흑 물질이 한두 종류의 입자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상식적인 반응이 아니죠. 아무튼 방금 황재찬
선생님 말씀을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저도 우주론 전공자가 아니라서, 이른바 '정밀 우주론' 혹은 '조화 우주론'의 견해만 듣다가 황재찬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굉장히 신선합니다.

제 의견을 약간 덧붙이면 이렇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기 전에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도저히 설명을 못하는 천체 현상이 몇 가지 있었어요. 예를 들어서
수성 궤도에서 만유인력의 법칙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현상이 있었어요(수성의 근일점 이동). 그런데 당시 어느 누구도 만유인력의 법칙이 틀렸을 가능성을 떠올리지 못했죠.

오히려 수성과 태양 사이에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지금 은하가 붕괴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자 암흑 물질의 존재를 가정한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나중에 아인슈타인이 1915년 중력에 대한 자신의 이론(일반 상대성 이론) 논문을 발표하기 전에, 그 이론을 수성의 궤도를 둘러싼 미스터리에 적용해 봤어요. 당연히 정확히 설명이 되었죠.

결국 수성의 궤도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아인슈타인 일반 상대성 이론의 결정적
증거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황재찬 선생님의 말씀의 취지는, 지금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이 상당히 억지스러운 걸 수도 있다는 거예요. 우주의 구성 요소 중에서 99.5퍼센트의 정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대다수 과학자는 기존의 과학 이론에 안주해 있는 거거든요.

어쩌면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과학 이론을
혁신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사실 주류가 아니어서 그렇지, 대안적인 설명을 시도하는 과학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대안적인 설명이 지금은 찬밥 신세지만, 어쩌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그랬듯이 우주를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강양구 : 토머스 쿤이 <과학 혁명의 구조>(김명자 옮김, 까치 펴냄)에서 설득력 있게 보여주잖아요. 정상 과학이 득세할 때, 대다수 과학자는 그런 정상 과학에 반하는 여러 가지 관찰 결과가 나와도 (정상) 과학 이론 자체를 의문시하기보다는 그런 관찰 결과에 부합하도록 그 이론을 보완하는데 몰두하잖아요.

황재찬 : 실제로 현장에서 과학 연구가 그런 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우주론을 둘러싼 상황이 그런 과학 혁명을 앞둔 정상 과학의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정상 과학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상황이죠. 왜냐하면 가장 잘 만들어 놓았다는 우주 모형의 구성 요소 중에서 99.5퍼센트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게 정상 과학이에요? 관점을 바꿔 보면, 현재 우주론의 엄청난 균열이 보이는 겁니다.

'천상의 물질'을 찾는 현대 과학


강양구 : 그런데 황재찬 선생님의 이런 견해는 해당 분야의 동료 과학자 사이에서 상당히 이단적인 취급을 받을 것 같습니다. (웃음) 급진적(radical) 견해잖아요?

황재찬 : 오늘은 과학 '수다'를 떠는 자리라면서요? (웃음) 그런데 방금 제 얘기를 놓고서 급진적 견해라고 지적했는데, 사실은 급진적인 게 아니라 굉장히 보수적(conservative) 관점에서 얘기를 한 거예요. 과학의 토대는 경험 연구입니다. 아까 우주가 과연 균일한지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따져봐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주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과학자들이
자연을 주시하기보다는 이론으로 여러 현상을 재단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경향이 '정밀 우주론' 혹은 '조화 우주론'과 같은 이름으로 주류가 되었어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정말 실제로 무슨 일이 있는지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걱정이 드는 거예요.
 

ⓒ프레시안(최형락)


이종필 : 사실 저는 암흑 물질은 조만간 그 정체가 규명되리라고 믿는 편입니다. 그런데 암흑 에너지는 정말로 잘 모르겠어요. 그 정체를 규명하는 게 21세기 과학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될 텐데요. 아까 아인슈타인이 폐기했던 우주 상수가 이 암흑 에너지로 되살아났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론대로라면 이 우주 상수는 공간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거든요. 아인슈타인이 처음 도입할 때는 중력 같은 힘 때문에 정적인 우주 공간이 붕괴되는 걸 막는 에너지였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와 비슷한 암흑 에너지가 가속 팽창의 주역이라고 간주되고 있습니다.

이명현 : 그 암흑 에너지의 원인이 되는 가상의 물질을 '크빈타 에센티아(quinta essentia)'라고도 부르잖아요. (웃음)

황재찬 : '천상의 물질' 즉 '제5원소'요! 암흑 에너지로 천상의 물질은 지상의 물질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거니까 다시 아리스토텔레스로 돌아간 거예요. 아이러니하죠? (웃음) 제가 오늘의 과학 수다를 혼란스럽게 했으니, 마무리를 해볼게요. 암흑 에너지, 암흑 물질 둘 다 과학자 사이에 그 존재를 놓고서 상당한 합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을 찾으려는 시도도 활발하죠.

이종필 : 2000년 이후에는 암흑 물질의 정체를 찾으려고 세계 곳곳의 과학자들이 필사적으로 노력 중이에요. 찾기만 하면 그냥 노벨상입니다. 왜냐하면, 아까도 잠시 얘기했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입자 열일곱 개 중에서는 암흑 물질의 후보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암흑 물질의 정체를 해명하면 그건 우리의 입자에 대한 지식을 흔들 거예요. 그런데 암흑 에너지는 좀….

황재찬 : 우주를 관찰하다 보면,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거대한 현상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우주 가속 팽창도 그런 현상 중 하나예요. 그런데 암흑 에너지는 그런 현상을 설명하는 너무 쉬운 접근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그리고 사실은 그런 현상을 하나의 거대한 수수께끼로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 더 낫지 않을까요?

그리고 '정밀 우주론' 혹은 '조화 우주론'이 얘기하듯이 우주의 신비가 다 밝혀진 것이라면 일반 독자 입장에서도 얼마나 시시한 일입니까? 그런데 사실은 정밀 우주론이라는 모형에서조차 우주 구성 요소의 99.5퍼센트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에요. 우리는 암흑 물질 또 암흑 에너지라는 거대한 수수께끼가 앞에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고요. 이 얼마나 신비로운 일인가요?

저는 종종 사람들이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세기 과학의 중요한 발견 중 하나가 1965년의 우주 배경 복사입니다. 그 관측으로 우주 탄생의 비밀(빅뱅)로 가는 문이 열렸으니까요. 그런데 바로 그 전인 1961년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아주 유명한 우주론을 연구하는 과학자 데니스 시아마가 한 책에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그는 정상 상태 우주론을 옹호했지요.

"20세기의 우주가 진정한 우주라고 믿을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 앞으로의 발견이 조금 더 세세한 부분을 더하게 되겠지만 전반적인 그림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에피소드는 과학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거든요. 저는 '정밀 우주론' 혹은 '조화 우주론'의 운명도 이런 에피소드의 반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주류 이론대로 정말로 암흑 물질이나 암흑 에너지가 확인이 될 수도 있어요. 마치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확인이 되고 곧 대탐험의 시대가 끝났듯이 말이죠. 그런데 새로운 발견을 갈구하는 탐구자들에게는 이야말로 비극이 아닐까요? (웃음)

이종필 :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니까, 오늘 수다 내내 떠오른 영화의 한 장면을 소개할게요. 혹시 스코트 데릭슨 감독의 <지구가 멈추는 날>을 보셨어요?

강양구 :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영화죠. 사실 이 영화는 원래 1951년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고전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1940년에 발표된 해리 베이츠의 단편 과학 소설(SF)도 유명하고요('Farewell to the Master'). 영화에서는 거의 신과 같은 존재인 외계인 '클라투'가 나오죠.

이종필 : 네, 키아누 리브스가 분한 외계인 클라투가 쫓기다가 여주인공의 도움을 받아서 잠깐 은신을 해요. 그런데 그 은신처의 한쪽 칠판에 한 과학자가 써 놓은 방정식이 잔뜩 있지요. 클라투가 그 칠판을 보더니 방정식 하나를 지웁니다. 그 방정식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 방정식이에요. 그걸 지우고 나서 클라투가 뭔가를 새로 씁니다.

물론 영화의 설정일 뿐이죠. 그런데 클라투가 도대체 칠판에 뭘 썼는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정말로! 외계인이 우주의 비밀을 알고 써준 거잖아요. 지금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틀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에요.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 다 그 틀에서 나온 거고요.

그런데 정말로 영화처럼 일반 상대성 이론이 아닌 우주를 이해하는 새로운 틀이 있다면 모든 게 달라지겠죠. 우리가 우주를 아니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테니까요. 물론 지금까지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대체할 만한 대안의 패러다임이 등장하지 않았지만요….

강양구 : 설사 누군가 그런 대안 패러다임을 내놓아도 상당히 오랜 기간 핍박을 받지 않을까요? (웃음)

이명현 : 세상 일이 다 원래 그렇죠. (웃음)

이종필 : 아무튼 그 영화의 그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요. (웃음) 오늘 유쾌한 수다였습니다.
 

오만과 편견, 현대 우주론을 넘어서

황재찬 / 경북대학교 교수


현대 우주론을 소개하는 책이 꽤 많지만, 대체로 내용이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물리 우주론의 이론적 전개는 갈릴레오 이후 근대 과학의 전통에 따라 대상의 수학적 모형을 다루지만, 수식 하나가 늘 때마다 팔리는 책의 수가 반으로 줄어든다는 (읽지는 않으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전설적으로 많이 팔렸다는 호킹의 그 유명한 책 <시간의 역사>의 편집인이 말했다는) 위협이 빈말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학으로 전개한 내용을 수학 없이 설명해야 하는 고충도 있겠지만 그런 설명이, 저자의 말을 무조건 믿는다면 모를까, 독자로서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 <최초의 3분>(스티븐 와인버그 지음, 신상진 옮김, 양문 펴냄). ⓒ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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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야를 전공하려는 독자께는 대가의 솜씨가 담긴 쉬운 설명과 비유 뿐 아니라 학계의 뒤 풍경까지 알려주니 단비와 같습니다. 예를 들면, 와인버그가 쓴 <최초의 3분>(신상진 옮김, 양문 펴냄)은 초판 발간 당시인 1977년, 일반인을 위해 거장이 몸소 쓴 우주론 소개서를 읽고, 입자 물리 전공학자들이 대거 우주론으로 진입하게 만든 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연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수학적 이해를 일상 언어로 설명하자니 소통에 필연적으로 한계가 생깁니다. 저자가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대상의 신비로움을 유지시키는 비결이기는 합니다.

최근 교양을 위한 우주론 책들에서, 요즘 시대상을 반영한 것인지 혹은 독자층의 기호를 반영한 것인지, 다중 우주(multiverse)니 평행 우주(parallel universe)에 대한 소개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개념들이 우리가 속한 우주 이외의 곳에 대한 내용이라면 어떠한 개연성 있는 주장도 관찰이나 실험으로 검증이 원리상 불가능할 터인데, 이러한 논의가 과학의 영역 안에서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면 어딘가 잘못된 길로 접어든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만합니다.

물론 아동의 건강한 지적 성장을 위해 동화가 중요하듯이 (우리는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분야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분들께 각박한 현실의 적나라한 노출이 꼭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원리상 검증할 길이 없는 주장의 경우 과학자가 했다고 해서 그것이 저절로 과학적 주장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자연과의 검증 이외에 따로 과학적 방법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인간과 우주의 근본을 묻는 거대 담론에 대한 논의가 과학 지망생이나 독자에게는 환상적이고 시원스럽게 들릴지 몰라도 근대 과학은, 증거를 댈 수 없는 이러한 형이상학적 질문들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답을 구할 수 있는 작은 질문들에 집중함으로써 나름의 성공에 이르렀습니다. 여기에 첫 번째 역설(paradox)이 있습니다. 우리는 근원적인 질문의 답을 갈망(desire)하지만 이러한 질문은 근본이 형이상학적입니다. 즉, 관찰과 실험의 영역을 넘어서기에 널리 알려진 과학의 본령과 맞지 않습니다. 과학의 영역을 조금 넓히고 싶다면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그곳은 본래부터 과학의 영토가 아니었고 지금도 그곳에는 수천 년 동안 인간 지성이 이룩한 위대한 건축물들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근대의 과학 세계관이 타 세계관보다 우월하다고 내세우는 근거는 결국 자연에 의한 검증입니다.

검증 가능성 없이 주장되는 '과학'이라는 수식어는 일단의 검증된 과학이 어렵사리 획득한 수사학적 지위(rhetorical prestige)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며 또한 그 권위를 훼손하는 것입니다. 우주론이 우주에 대한 여러 (예를 들자면 시간적 공간적 유무한성 따위의) 근원적인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분명 우리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검증 여부를 벗어난 자유로운 탐구에 과학적이라는 수식어는 부적절하며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최근 물리 우주론에서 진정한 발전은 천문학적 관측과 그에 대한 우주 모형을 이용한 해석으로부터 나왔습니다. (이 글에서 모형은 이론 체계 전체를 포함합니다.) 내가 이해하는 결과는 이렇습니다.

지금 많은 연구자들이 동의하는 표준 우주 모형에 따르면, 우주의 동역학에 기여하는 99.5퍼센트의 요인이 빛을 내지 않는 미지의 상태에 있습니다. 단지 0.5퍼센트 정도만 빛을 내는 천체에 속합니다. 관측과 모형의 정합을 위해서는 4퍼센트 정도가 (그나마 대부분 빛을 내지 않는 암흑)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약 20퍼센트와 약 70퍼센트는 각각 우리가 그 특성이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로 구성된다고 추정합니다. 암흑 물질은 원자처럼 당기는 중력을 행사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물질이며, 암흑 에너지는 우주 규모에서 미는 힘을 내는 요인을 지칭합니다.

최근 많은 연구자들은 이렇게 구성한 표준 우주 모형에 자신감을 가지고 이제 단지 구성물의 비율을 관측으로 더 정밀하게 결정하는 작업만이 남아있다며 지금을 정밀 우주론 시대(precision cosmology era)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미지(unknown)의 것을 정밀(precise)하게 안다는 것이 어쩐지 모순된 어법(oxymoron)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표준 우주 모형의 암흑 부문(dark sector)에 대한 주장은 우주가 직접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모형(이론 체계)을 동원하여 관측을 해석한 결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른 모형을 동원하면 당연하게도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는데 표준 우주 모형의 주장은 나름 단순한 모형으로 여러 관측을 정합적으로 설명하는 그림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결국 단순한 모형에 근거한 이론적인 추론의 승리로 결말이 날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입니다.

폴란드의 신부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의 주장이 천동설과 지동설의 권력 다툼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천상의 물질이 지상의 물질과 동일하다는 주장으로 근대 과학의 '유물론적 세계관'에 단초를 제공한 측면은 굳이 강조되지 않습니다. 이 후자의 변화가 훨씬 중요한데, 이 중대한 '믿음의 체계'가 이틈에 당연한 듯이 슬그머니 들어와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이제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로 천문학자들은 다시 천상의 물질은 지상의 물질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셈입니다. 아직 믿음의 체계까지 바뀔 조짐은 보이지 않지만, 코페르니쿠스의 경우에도 변화가 급하게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주 규모에서 미는 힘 또는 암흑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현대 우주론의 전체 역사와 함께 했습니다. 암흑 에너지의 가장 단순하며 유력한 후보인 우주 상수는 1917년 아인슈타인이 우주 모형을 정적으로 만들고자 자신의 중력 이론에 미는 중력을 행사하는 항을 임의로 추가한 것이 발단입니다. 현대 우주론은 아인슈타인의 이 논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적 단순화를 위해 공간이 균일하고 등방하다는 강력한 가정을 하는데 이 가정은 지금도 표준 우주 모형에서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주 팽창이 발견된 후 아인슈타인은 우주 상수를 철회하고자 했지만 그 후에도 이 항은 무대에 꾸준히 남아있었습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이러한 미는 힘이 없다면 우주의 나이가 오래된 천체의 나이보다도 적게 되는 우스꽝스러운 자체모순에 빠진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우주의 나이 문제'입니다.

1998년 먼 거리 떨어진 초신성의 밝기가, 당기는 중력으로 팽창이 감속하는 모형이 예상한 것보다 어둡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이것을 우주 상수 같은 미는 힘 때문에 우주가 시간이 가며 가속해서 팽창한 것으로 해석한 이후 '우주의 나이 문제'가 지금은 '우주 상수 문제' 혹은 그것을 일반화한 '암흑 에너지 문제'로 바뀐 셈입니다.

▲ <상대론적 우주론>(사토 후미다카·마츠다 다쿠야 지음, 김명수 옮김, 전파과학사 펴냄). ⓒ전파과학사
우주 상수가 현대 우주론의 전체 역사와 함께해 왔지만 가속 팽창이라는 관측(더 정확히는 해석)은 여전히 놀라움을 줍니다. 초신성 관측과 우주의 나이 문제 이외에도 우주론의 몇 가지 다른 관측과 이론의 정합을 위해서도 암흑 원자,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정황 증거가 있지만, 99.5퍼센트를 미지의 것으로 억지로 채워 넣어 성립시킨 지금 과학의 우주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아슬아슬해 보입니다.

소개해 드릴 책은 세 권입니다. 첫 책은 사토 후미다카와 마츠다 다쿠야가 지은 <상대론적 우주론>(김명수 옮김, 전파과학사 펴냄)입니다. 한국어 초판 발간 연도가 1980년인 이 오래된 고서를 소개하는 이유는 단지 대학 1학년 때 이 책을 읽고 우주론을 전공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음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경험은 이런 과학책의 진정한 독자층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지금 보면 독자에게 전혀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이 수식이 과감하게 등장합니다. 여기에는 인플레이션(초기 우주 가속 팽창)도, 암흑 에너지(현재 우주 가속 팽창)도 나오지 않지만 시간과 공간, 우주에 대한 과학의 범주를 넘나드는 논의는 언제고 사람들을 매혹시킬 주제입니다.

다음 책은 작가 존 파렐이 지은 <빅뱅 : 어제가 없는 오늘>(진선미 옮김, 양문 펴냄)입니다. 표준 우주 모형과 같이 암흑 에너지로 우주 상수를 택한 팽창 우주 모형을 제안한 분은 벨기에의 신부인 조르주 르메트르입니다. 우주 상수가 있는 우주 모형을 르메트르 모형이라고 칭할 만합니다. 이 책은 르메트르의 평전이자 현대 우주론 소개서입니다.

아인슈타인은 팽창 우주가 발견된 후 우주 상수를 철회하고자 했지만 르메트르는 우주의 나이 문제를 포함한 여러 근거를 들어 이 상수가 우주론에 필요하다고 꾸준히 주장합니다. 르메트르가 팽창 우주 모형을 제안한 1927년은 허블의 우주 팽창 발표보다 2년 앞섰으며, 놀랍게도 같은 논문에서 이미 르메트르는 당시 관측 자료에 근거하여 우주가 팽창함을 보였음이 최근에 와서야 밝혀졌습니다. 팽창하는 우주에 대한 주장이 당시에는 터무니없이 놀라웠겠지만, 잊히고 왜곡된 발견의 역사는 지금도 경이롭습니다. 한편 우주 팽창도 모형을 이용한 관측의 해석에서 나온 것이지 관측 자체가 말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 <빅뱅 : 어제가 없는 오늘>(존 파렐 지음, 진선미 옮김, 양문 펴냄). ⓒ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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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는 항상 교훈이 있습니다. 어떤 교훈을 찾을지는 물론 독자의 몫입니다. 나는 과학도 역사의 관점에서 공부하려 노력합니다. 예를 들자면 교훈은 이런 식입니다.

"현대 우주론의 역사는 끊임없는 의심, 비판, 완고함, 기회상실, 혼란, 그리고 노골적인 부정 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21쪽)

여기에 때 이른 발견, 무시, 재발견과 왜곡된 영예가 추가될 만합니다. 위의 부정적 표현이 겨냥하는 인물로, 현대 우주론의 기반이 된 중력 이론의 발명자이자 현대 우주론 자체를 탄생시킨 아인슈타인이 거의 주연으로 등장하는 것은 역설적입니다. 이 위대한 학자가 유독 우주론의 역사에서 보여주는 팽창 모형에 대한 계속된 편견과 오류, 반감은 흔히 노출되지 않는 광경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우주론의 초기 발전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은, 현재 우리가 받아들이는 팽창 우주 모형을 처음으로 발견한 러시아 학자 알렉산데르 프리드만의 1922년 논문에 대한 비평에서는 비극적인 색조마저 띱니다. 아인슈타인은 프리드만의 연구가 잘못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지만 한해 뒤 잘못은 자신이 한 것임을 인정합니다. 이러한 타격이 있은 후에 프리드만의 이 위대한 업적은 1925년 그의 때 이른 죽음과 함께 잊히고, 훗날 르메트르에 의해 재발견됩니다. 지금은 현대 우주론의 기본 식을 프리드만 식이라고 합니다.

한편, 최근 조사에 따르면 르메트르가 1933년 발표한 구형 우주 모형 풀이(10장)는 그 후 20여 차례 독립적으로 재발견됩니다. 귀를 의심할 지경이지만, 르메트르의 두 논문이 잘 알려지지 않은 벨기에 학술지에 불어로 발표됐다는 것이 변명이나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르메트르는 현대 우주론에서 아주 잘 알려진 학자로 빅뱅 우주론의 창시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조사해보니, 르메트르의 1927년 논문은 우주 팽창에 대한 관측 부분이 빠진 불완전한 상태로 1931년 영어로 번역되었으며, 1933년 논문은 1997년이 되어서야 영어로 번역됩니다.)

마지막으로 권해드리는 책은 과학사가 슈테판 카르티어가 지은 <하늘의 문화사>(서유정 옮김, 풀빛 펴냄)입니다. 이 책은 최신 우주론 소개서가 아닙니다. 인간이 우주를 이해해 온 변천사를 광범위한 에피소드를 통해 소개합니다. 저자의 글은 인간과 우주의 관계나 우주에 대한 인간의 관심을 어째서 단지 천문학자나 과학의 시선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지, 또 과학에 근거한 현대 우주론의 우주관도 어떤 의미에서 단지 지금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시선일 뿐인지 보여줍니다.

"천문학에서 논의되는 여러 우주 모형에서 변하지 않는 점은 하늘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욕망이다. 이 질서는 될 수 있으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은 관측자가 만들어낸 질서다. 이 사실은 잊어버리고 싶지만 누구나가 다 아는 비밀이다." (270쪽)

현대 우주론 또한 관찰자가, 이번에는 단지 과학의 방법으로, 만들어낸 질서의 하나입니다.

우주가 막연히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고집하는 것은 근대의 사유가 유물론적이며 기계론적 단순함을 추구하는 과학 세계관의 외곬의 시선에 붙잡혔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과학은 자연을 단순한 모형으로 만들지만, 모형은 실재와 다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현대 우주론이 요구하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는 인간이 자신이 만든 단순화된 우주 모형 안에 우주를 꿰어 맞추는 (주객이 전도되었지만, 토머스 쿤에 따르면 정상 과학에서 일상 일어나는) 과정에서 '구성된' 개념이지 우주가 말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방법론적으로 유용했을 모형을 우주적인 실재로 간주하는 것은 오류를 넘어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게 만드는 위험을 초래합니다. 자연을 이론의 눈으로 재단하는 '오만'이 자신의 눈을 가리는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스스로 부과한 것을 자신이 다시 발견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약점은 비단 현대 우주론만이 아니라 근대 과학의 속성이니 주의해야합니다. (이글에서 근대와 현대는 같은 뜻입니다.)

▲ <하늘의 문화사>(슈테판 카르티어 지음, 서유정 옮김, 풀빛 펴냄).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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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이라는 말이 (인식론적이거나 방법론적으로) 단지 빛으로 감지되지 않는다는 표현을 넘어, 현대 우주론에서 우리가 아직 그 존재조차도 확인할 수 없는 (존재론적으로) 불가사의한 수수께끼를 마주하고 있다는 상황을 알려주는 수식어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의미를 바꾸어 보면 암흑 원자,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는 우리가 우주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가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셈입니다. 이렇게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이야말로 분야의 전도가 유망함을 알려주는 징표이니 탐구자들이 애석해할 일은 아닙니다. 일반 독자들께서도 우주의 신비로움은 다행히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니 일면 아쉬움이 상쇄되지 않을까요?

근대에 인간에 대한 학문을 부활시킨 최초의 사람으로 그려지는 이탈리아의 시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가 몽벤투 정상에서 펼쳐든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10권 8장의 인용을 통해 자연과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결국 어떻게 인간 자신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는지 묘사됩니다.

"인간은 높은 산과 바다의 위엄, 깊은 물과 바다의 광대함, 별의 운행을 보고는 감탄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소홀하다." (87쪽)

역사에 나타난 인간과 우주의 소통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그리고 유머로 가득한 이 책은 과학의 창으로만 우주를 탐구하려는 모험가에게는 많은 역설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자면, 다음은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말입니다.

"과학적 지식은 우리 인간이 하찮은 존재임을 알려준다. 인류가 사라지고 지구가 멸망해도 우주의 운행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최후의 역설이 나온다. 우리는 우리의 무의미함을 드러내는 이와 같은 지식이 어느 정도 정당한지 조차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까이 그리고 멀리서>(송태현 올김, 강 펴냄), 261쪽)

우주가 무심하다 해도, 우주에서 본 지구가 단지 한 점에 불과하다 해도, 우주에서 인간은 결국 자신의 역할이 있을 것입니다. 그 역할을 찾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며 오로지 우리 인간에게 달려 있습니다.

<크로스로드> 2013년 3월호에 실린 황재찬 경북대학교 교수의 글입니다.
 
 
 

 

/강양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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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왜 자기 발목 잡고 빙빙 돌고 있나??

박근혜대통령. 왜 자기 발목 잡고 빙빙 돌고 있나.
(통합진보당 / 2013-02-28)

 

[대변인논평] 벌써부터 박근혜 정부 국정 난맥 사태가 우려스럽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표류하면서 국정 공백이 가시화될 조짐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야당과 타협, 절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한두마디 나오긴 하지만 여전히 여론몰이를 하며 야당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더해 친박계내에서는 권력암투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국정 난맥 사태가 우려스러운 이유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 취임 사흘이 지나도록 비서관 인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데다가 사나흘 청와대에 출근까지 한 내정자가 뒤바뀌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비서관 숫자도 애초 약속보다 늘어 ‘작은 청와대’ 공언이 무색해졌다.

종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야당이 국정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청와대 스스로 국정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 탓을 하기에도 민망한 형국이다.

국정 난맥 사태가 더 본격화되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밀어붙이기식 고압적인 자세를 바꾸시길 당부드린다.

2013년 2월 28일
통합진보당 대변인 민병렬


[원내브리핑]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의 불통과 독선이다

 

어제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병관 국방장관,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격론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두 후보자는 무기중개업체 고문, 전관예우 등 수많은 문제가 발견되어 이미 국민들에게서 버림받은 지 오래입니다. 이제 여당에서조차 사퇴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두 후보자는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기 바랍니다.

이와 함께 현재 표류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 합의도 되지 않은,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관 인선을 강행해 불통과 독선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야당의 합리적 비판에 대해서도 원안 고수만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최대 쟁점인 미래창조과학부에 미 중앙정보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김종훈 후보자를 인선해 문제를 키웠습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의 걸림돌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입니다. 불통과 독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새누리당 역시 국민의 목소리와 야당의 합리적 주장에 귀를 닫는 순간 청와대의 거수기, 박근혜 대통령의 이중대로 전락한다는 점을 깨닫기 바랍니다.

2013년 2월 28일
통합진보당 원내공동대변인 김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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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슬>을 3만 명 이상 봐야하는 이유

[서울처녀 제주착륙기 13] 제주 4·3사건 소재한 '사람이야기'

13.03.01 21:46l최종 업데이트 13.03.01 21:46l

 

 

제주국제공항을 빠져나오면 한라산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날 날씨에 따라 한라산이 잘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선명한 한라산을 볼 수 있다면 삼대가 복을 쌓은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는다. 그만큼 제주의 날씨가 변화무쌍하다는 이야기다. 그날은 날씨가 흐린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한라산이 아주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제주 4·3사건 소재로 한 영화 <지슬>, 포스터 직접 가지러 간다

영화 <지슬>의 포스터
ⓒ 자파리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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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귀포 대평리에 있는 집으로 바로 가기도 아쉽고 해서 제주시에 있는 간드락 소극장에 들러 영화 <지슬> 포스터를 가지러 가기로 했다.

3월 1일 제주에서 먼저 개봉하는 영화 <지슬>은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로 최근 선댄스 영화제, 브졸 영화제 등 여러 권위있는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다.

얼마되지 않는 제작 예산도 부족해서 빚을 내고 스태프들이 고생했던 이 영화, 홍보를 위해 뿌릴 돈이 있을 리 만무한 것을 알기에, 포스터를 받아다가 우리 동네 전신주에라도 붙일 요량에서였다.

극장 앞에 왜 이렇게 주차할 공간이 없나 봤더니 도내 방송국, 신문사 차량들이 가득했다. 간드락 소극장 대표에게 물었다.

"대표님, 언론사 차량이 왜 이렇게 많아요?"
"오늘 <지슬> 기자 간담회 있잖아, 너 그것 때문에 온 거 아냐?"

아닌데. 어쨌든 나도 시민기자니까 상관은 없겠지 싶어서 기자간담회가 열린 곳으로 슬쩍 들어갔다. <지슬> 감독인 오멸 감독과 고혁진 프로듀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지슬>은 이념을 다룬 게 아니다. 4·3은 사람의 이야기로 보는 게 중요하다."
"어떤 데서는 아직도 4·3을 두고 폭도다 빨갱이다 폄하하는 표현을 한다. 중요한 건 밭 일구고 바다에서 일하던 순박한 사람들이 죄 없이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3만 명 이상이 4·3으로 돌아가셨다. 돌아가신 숫자만큼은 알려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그 숫자만큼은 보게 해야 한다는 것이 작품의 취지였다. 3주간 1만 명, 두 달 동안 3만 명이 목표다. 우리나라의 독립영화 현장에서는 불가능한 수치다. 지방에서 독립영화 관객이 1만 명을 넘는다면 영화적 사건이 되고,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게 되면 사회적 사건이 될 것이다. 이는 4·3을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영화제 수상을 위해 장기간 출국에 서울 나들이로, 오멸 감독은 인터뷰 내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영화를 제작하는 동안에는 제작비 마련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을 텐데, 수상 후에야 뒤늦게 쏟아지는 관심들, 날마다 줄을 잇는 인터뷰로 피곤할 만도 하다. 그럼에도 가끔씩 미소와 함께 섞여 나오는 제주 말이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들렸다.

영화 <지슬>의 중심이야기가 4·3 사건 당시 큰넓궤동굴로 피신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오멸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4·3에서 '사람'을 보아달라고 하는 것이 결코 공허한 주문이 아닌 것은, 현재도 그것이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며칠 전 경기도에서 '경기도현대사'라는 공무원교육교재를 발간하여 활용한다고 했는데… '경기도현대사'는 4·3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제주도 공산주의 세력이 대한민국의 건국에 저항하여 일으킨 무장 반란이었다."

여기엔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사건만 있다. 당시 죽은 사람이 노인과 어린아이들을 포함하여 공식집계상 3만 명 이상인데, 그 분들은 이 문장 중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제주 4·3 사건 당시 공식집계상 3만 명 이상 죽었지만...

▲ 제주4.3평화공원 전시실 끝도 없이 올라가는 사망자명단에 노인과 아기가 눈에 들어온다. 오른 쪽 판넬에는 '희생자의 33%는 노약자와 여성'이라는 설명이 보인다.
ⓒ 조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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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는 아래와 같다.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함"('4·3특별법' 제2조)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제주 북국민학교에서 열린 3.1절 기념집회 후 경찰의 무차별 총격으로 젖먹이 어린애를 업은 여인과 국민학교 학생을 포함 6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 기마 경관이 자신의 말에 깔린 어린애를 그대로 방치한 채 지나가자 분노한 군중이 돌팔매를 가했고 총격이 시작됐다.)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청(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 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 충돌과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함.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2003년 10월 정부채택보고서) 536쪽)

'경기도현대사'를 만든 이들 그리고 이를 묵인한 이들이 영화 <지슬>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3월 21일 서울에서 개봉이니, 어려운 공무원 교육교재 만드시느라 지친 심신을 영화로 달래보는 것은 어떨지. 경기도 공무원들에게 <지슬> 단체관람을 하게 하는 것도 교육 효과가 좋을 것이다. 간담회 중 오멸 감독이 한 다음과 같은 말도 생각해보면서 말이다.

"우리의 통증을 안으로부터 어떻게 바라보고, 재인식하는가가 중요하다. 우리가 올바르게 사건을 정리하고 이해하고 기록하고 있어야 한다. 4·3을 좀 더 보편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긴장의 해체가 필요하다."

누군가 진실을 가리고, 거기서 '사람'을 빼려고 해도...

▲ 백조일손지묘 깨진 비석 4.3사건 당시 섯알오름에서 학살당한 이들의 132기의 무덤에 유족회가 1959년에 세운 비석이 5.16쿠데타가 일어나면서 박살나고 강제철거되었다가 1999년 유족회가 다시 꺼내 전시했다.
ⓒ 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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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누군가 진실을 가리고 거기서 '사람'을 빼려고 해도, 그럴 수 없다는 듯이 흐린 날이라도 한라산은 거기 서 있었다.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말이다. 간담회가 끝나고 <지슬>의 포스터를 들고 나오면서, 내 뒷꼭지에 대고 간드락 소극장 대표님이 말을 던졌다.

"대평리는 니가 책임져라!"

그럴 능력은 없지만, 아는 도민은 총동원해야겠다. 관객 3만 명 달성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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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행동 ‘핵전쟁 연습 중단 촉구’

 

공동행동 ‘핵전쟁 연습 중단 촉구’
 
“한반도에 전쟁 먹구름 몰고 온다” 우려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3/01 [07:55]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서울지역학생들이 전쟁연습 중단을 요구하는 손팻믈들고 나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 자주민보 이정섭 기자
▲ 서울지역대학생연합 학생들이 미국과 한국의 전쟁연습을 규탄하고 있다. © 이정섭 기자

한미연합사의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 연습이 열리는 1일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 된 ‘한반도평화수호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독수리 훈련과 키리졸브 훈련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범민련과 민권연대, 한국진보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등 진보단체는 물론 농민약국 등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까지 함께 하고 있는 공동행동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은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을 몰아 올 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협한다고 우려하고 즉각 훈련을 중단 할 것을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 한국군 20만명과 미군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열리며, 지휘소연습인 키리졸브 연습이 한국군 1만여명과 미군 3500명이 참가한 가운데 3월 11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다”고 구체적으로 훈련 상황을 소개하고 “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은 북 정권 붕괴, 북 전역 점령을 목표로 한 전면전 대비 연습과 이른바 ‘북의 급변사태’를 맞아 한미연합군의 북 점령, 대량살상무기 제거 훈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대단히 공격적인 전쟁연습”이라고 규탄했다.
▲ 미국의 군사패권을 비난하는 손팻말을 든 시민의 구호가 눈길을 끌었다. © 자주민보 이정섭 기자
▲ 젖먹이 아이와 유치원 나이의 어린아이를 데리고 집회에 참석한 아기 어머니는 한반도에 전쟁이 아닌 평화와 통일이 오기를 기원했다. © 자주민보 이정섭 기자

이 단체는 “이명박 정부 들어 이른바 ‘적극적 억지’라는 이름으로 선제공격정책이 전면화 된 이래 지난 해 8월 을지프리덤 가디언에서는 선제공격 훈련이 실제로 진행되기도 하였다.”며 “최근 한미양국이 한층 더 노골적으로 ‘선제공격’ 정책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훈련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하도 부족하지 않다.”고 훈련의 위험성을 고발했다.
▲ 한국진보연대 한충목 공동대표는 미국의 대북제재와 고립압살책은 무용지물이라며 북은 미국의 의도와 다르게 오히려 강해졌다고 발언햇다. © 이정섭 기자

한국진보연대 한충목 공동대표는 "한국과 미국은 방대한 무력을 동원해 수십년간 북을 압박했지만 북을 굴복 시킨적이 있는가?"라고 묻고 "북은 오히려 고립압살과 제재 속에서도 군사적으로 더 강하고 경제적으로 더 유복해 졌다"며 대북 전쟁연습과 제재가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한충목 공동대표는 "오늘은 일제로 부터 자주독립을 요구했던 3월 1일저이다. 그런데 일본은 남과북의 긴장과 분열을 틈타 또 다시 군국주의를 부활하여 한반도의 재침을 노리고 있다. 일본의 재침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북적대 정책의 전쟁 훈련이 아닌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통합진보당 민병렬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대북적대정책으로 얻은 것은 전쟁위기뿐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대화와 협력의 상생의 길을 걸을 것을 촉구했다. © 자주민보 이정섭 기자

통합진보당 민병렬 최고위원은 "오늘 우리가 이렇게 모인 것은 남북통일과 평화를 염원하기 위해 여기 모였다. 한반도는 전쟁위기가 점점 깊어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 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취했던 대북 적대정책으로 얻은 것은 전쟁 위기 밖에 없다.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권에서 교훈을 찾아 적대가 아닌 대화와 협력"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북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 이날 집회에는 청년학생들이 다수 참가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 할 것과 외국군대 철수를 강력히 요구했다. © 이정섭 기자

이날 행사에는 대학생들이 다수 참여해 집회열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서을산업대 박아무개씨(여, 3학년)는 "미국이 국제법을 무시하며 북을 대상으로해 제재소동을 벌리는 것은 조직폭력배적인 전횡"이라며 "한반도에 핵전쟁을 불러 올 수 있는 독수리-키리졸브 합동 군사훈련을 즉각 멈추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다른 대학의 이 아무개씨(여, 3학년)는 "한반도와 우리민족에게 필요한 것은 파괴와 멸망뿐인 전쟁이 아니라 우리민족끼리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통일"이라며 "미국은 우리민족의 안녕과 평화를 해치는 전쟁놀음을 즉각 중단하고 평화협정을 체결 한 다음 우리땅을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북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미당국은 1일부터 독수리 훈련을 실시해 한반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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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만 유독 홀로 출산할 수 없는가

왜 인간만 유독 홀로 출산할 수 없는가

 
조홍섭 2013. 03. 01
조회수 176추천수 0
 

직립과 큰 두뇌가 부른 '나실 제 괴로움', 사회적 연대 진화 불러

인류 진화의 '부실 설계' 못지않게 맹장, 물에 붇는 손가락 등 인체 신비 많아

 

Ambre Alexander_University of Delaware.jpg » 저명한 인류학자인 캐런 로젠버그(왼쪽)가 출산이 고통스런 인체 골반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암버 알렉산더, 델라웨어 대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을 꼽는다면 당연히 인간이다. 70억 가까운 수에다 그 무게를 합치면 약 3억t으로 단일 종으론 최고인 데서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몸을 찬찬히 뜯어보면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과학 모임인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 학술대회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은 패널의 하나가 ‘인간 진화의 흉터’였다. 만일 능숙한 엔지니어에게 인간의 설계를 맡겼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실수’들이 도마에 올랐다. 크고 발달한 두뇌와 직립은 인간의 진화를 성공으로 이끈 공신이지만 그 대가도 만만치 않다.
 

허리 통증은 대표적인 예이다. 네 발 대신 두 발로 체중을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인간의 척추를 컵과 접시 24개를 교대로 쌓아 올려 들고 가는 일에 비유한다. 척추를 에스(S) 자로 휘어 균형을 유지하는 고육책을 쓰지만 특정 부위에 힘이 집중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Sue Clark_253px-Pg_192_Skull_and_Spine.jpg » 사람의 두개골과 척추. 사진=수 클라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또 걸으면서 발은 앞으로, 팔은 뒤로 가는 뒤틀림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척추에 무리가 가고 마모가 일어난다. 이 밖에도 만성적인 치질, 평발, 사랑니 등이 성공적 진화의 그림자로 꼽힌다. 심장과 항문의 높이가 비슷한 네발 보행 동물에게서 치질을 찾기는 힘들다. 또 직립을 하면서 얼굴과 머리의 형태가 바뀌면서 사랑니가 나올 공간이 없어져 버렸다.
 

직립의 가장 큰 대가는 여성만이 짊어지는 출산의 고통이다. 두뇌가 큰 영장류 가운데서도 인간은 유독 출산 과정이 힘들다. 태아의 머리 지름은 방향에 따라 산도보다 크고 직립에 적응한 골반을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다.

 

그 결과 태아는 좁은 산도 안에서 머리와 몸을 뒤틀어 방향을 바꾸는, 태아와 산모 모두에게 힘겨운 동작을 해야만 세상에 나올 수 있다. 태아는 골반의 형태에 맞춰 머리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90도 머리를 돌리고 이어 어깨가 빠져나오기 위해 다시 한 번 90도 회전을 해야 한다.
 

pelvic.jpg » 영장류의 산도 들머리와 태아 두개골의 크기 비교. 그림=캐런 로젠버그 외, <진화인류학>

 

이처럼 위험한 출산 과정이 오늘의 인간을 만든 원동력이란 주장도 있다. 저명한 인류학자인 캐런 로젠버그 미국 델라웨어대 교수는 다른 영장류가 동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홀로 출산하는 데 견줘 사람의 몸은 구조적으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데 착안했다.

 

영장류는 쭈그리고 앉은 자세에서 태아가 어미를 향한 채 산도를 빠져나와 출산 뒤처리를 어미가 홀로 할 수 있다. 반면 사람의 태아는 앞서 살펴본 제약 때문에 엄마가 볼 때 머리를 뒤로 한 채 태어나 자칫 산모가 아기를 다루다가 목을 부러뜨릴 우려가 있다.
 

따라서 산모와 아기의 생존을 위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산모뿐 아니라 할머니, 형제, 가까운 친척이 임신 말부터 출생 과정과 산후에 이르기까지 돕는 행동이 인류 조상의 두뇌가 급팽창한 400만~600만년 전에 이미 출현했으며, 그것이 사회적 연대의 토대가 됐다는 것이다.

 

진화는 그때그때 최선의 선택을 할 뿐 완벽함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기근이 잦은 외딴섬 사람을 살아남게 했던 비만유전자나,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려 진화한 피부색이 건물 안에서 사는 풍족한 도시생활 속에서 무력해진 것은 단적인 예이다.
 

그렇다고 인체의 진화를 의심에 찬 눈초리로 볼 것만은 아니다. 맹장은 다윈의 주장처럼 거친 음식을 먹느라 진화했으나 이제는 쓸모없게 된 장기가 아니라, 심각한 감염이 일어났을 때 유익한 장내 세균을 보호하는 구실을 한다는 이론이 유력해지고 있다. 실제로 맹장은 포유류 사이에서 적어도 32번이나 진화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_65161666_fingers.jpg » 물에 오래 담궈 쭈글쭈글한 주름이 생긴 손.
 

물속에 오래 담근 손이나 발에 주름이 잡히는 이유도 피부가 물에 붇는 것이 아닌 진화적 의미가 있음이 최근 밝혀졌다. 주름진 손은 젖은 물체를 미끄러뜨리지 않고 쥐는 데 팽팽한 손보다 훨씬 유용하다는 것이다. 마치 트레드가 있는 타이어가 빗길에서 잘 미끄러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쭈글쭈글한 손가락은 습지에서 먹을 것을 찾아 헤매던 우리 조상이 남긴 유산인 셈이다.

 

인체에는 ‘부실 설계’보다 우리가 모르는 신비가 더 많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ipedalism and Human Birth: The Obstetrical Dilemma Revisited
KAREN ROSENBERG AND WENDA TREVATHAN
Evolutionary Anthropology DOI: 10.1002/evan.1360040506

 

What Makes Us Human? Answers from Evolutionary Anthropology
JAMES M. CALCAGNO AND AGUSTI´N FUENTES
Evolutionary Anthropology 21:182–194 (201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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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창사 이래 첫 파업…"잃어버린 비전 위해 싸운다"

OBS 창사 이래 첫 파업…"잃어버린 비전 위해 싸운다"

 

[인터뷰] 김용주 언론노조 OBS희망조합 지부장

 

김도연 기자 | riverskim@mediaus.co.kr

 

 

   
▲ OBS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OBS 희망조합지부(지부장 김용주, 이하 OBS 노조)가 28일 오후 6시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OBS경인TV가 2007년 창사한 이후 '최초'의 파업이다.

OBS노조가 최후의 수단인 파업을 선택하게 된 것은 OBS 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 때문이다. 노조 측은 27일 마지막 교섭에서 '임금인상 15%'요구를 '3% 인상'으로까지 대폭 축소 제안했으나, 사측은 '임금동결'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OBS희망조합은 2007년 OBS 개국 이후, 조합원들의 임금을 (전신인 iTV 시절에 비해) 10% 삭감하는 협약을 체결한 이래로 2013년 현재까지 임금 인상이 실현된 적이 없다. OBS 사측조차 지난해 6월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OBS는 창사 이후 현재까지 임금인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타 방송사와) 임금차이는 더욱 확대됐으며 OBS 직원의 임금은 2010년 기준으로 KNN과 부산MBC의 56%~66%로 업계 최저 수준"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김용주 OBS노조위원장은 28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OBS 조합원들은 현재 벼랑 끝에 서 있다. 임금도 너무나 큰 문제이지만, 회사 자체의 비전이 전무하다"고 밝혔다.

OBS노조는 이번 파업을 'OBS 바로 세우기'라고 보고있다. 응당 받아야 할 '법정수당'을 외면하고,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OBS의 불법 경영을 막고 언론 노동자로서 적극적이고 당당한 권리를 행사해 OBS의 비전을 바르게 세우겠다는 게 목표다.

김 위원장은 "경인지역의 공익적 민영방송사로서 보도에 관한 고민, 프로그램에 관한 고민을 지속하면서 지역 사회와의 교감을 늘리고 싶다"면서 "이 모든 것의 전제는 OBS 바로 세우기이며,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김 지부장과의 일문일답.

   
▲ 김용주 OBS 노조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

미디어스(아래 미) : 이번 파업의 의미를 묻고 싶다.

김용주(아래 김) : OBS 개국 이래 최초의 파업이다. OBS 조합원들은 현재 벼랑 끝에 서 있다. 우리는 이 파업을 'OBS 바로 세우기'라고 생각한다. OBS는 불법 경영을 했고 구성원들에게 비상식적인 대우를 했다. 그동안은 경영상의 이유로 조합원들이 희생해 왔지만 한계치를 넘었다고 생각한다.

미 : 최초 파업에 돌입하게 된 이유는?

김 : 임단협 자체를 개국 이후인 2008년에 딱 한 번 했다. 당시 임금을 10% 삭감하는 것에 합의한 뒤 지금까지 변동된 것이 없다. 그래서 파업도 처음이다. 근로조건 개선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회사의 비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비전이 없다보니 사람이 다른 곳으로 나가도 말릴 수가 없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남아서 잘해보자라고 말을 할 텐데..(침묵)

총체적인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떠나는 이들에게 끝까지 남아 달라는 말은 못해도, 적어도 남아 있는 구성원들에게 있어서만큼은 안정적인 일터가 돼야 하지 않겠나? 그런 회사로 탈바꿈되기 위해서는 열악한 근로여건부터 개선시켜야 한다.

미 : '회사 비전'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김 : 주주나 사측이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OBS는 비전을 갖추게 될 것이다. 노동자는 시키는대로 명령을 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당당한 주체이며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회사는 조합원들과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요구 조건은 '임면 동의제 요구'에 잘 담겨 있다. 국장 임면 동의제가 생긴다면 직원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될 것이다. 갈등도 완화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이런 제도가 부실하다 보니 사측은 돈의 논리, 경영의 논리에만 매몰됐다.

미 : 현재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김 : 파업찬반 투표율이 97.3%이고, 찬성이 93.2%이다. 타 사업장을 살펴도 이 정도의 투표 결과가 나온 곳은 없다. 그만큼 조합원들의 결의는 단단하다. 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만약 이번 파업에서 무언가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굴종의 삶일 것이다.

조합원들도 OBS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정말 바로 세워야 한다는 마음이 절실하다. 실제 파업에도 찬성률 수준의 조합원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 파업을 이끄는 리더로서 고심하는 부분도 많을 것 같다.

김 : 조합원들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게 아프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현재 사측과의 협상은 요원해 보이지만 어느 수준에서 타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또, 다른 사업장의 파업 사례에서 보듯 조합원의 동력을 장기간 이끌어 가는 전략도 중요하다. 조합원들과 대화하며 싸워 나가겠다. 강하면서도 유연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미 : 지난 20일 OBS 신임사장이 취임했다. 임단협 문제를 놓고 신임사장과 대화를 해 봤나?

김 : 어제(27일) 노사협의회 이후 교섭이 있었다. 하지만 사장 측이 세워 놓은 안이 전혀 없었다. 취임 이후 일주일 시간을 줬음에도 회사는 협상안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결단의 의지가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만약, 이번 파업으로 인해 (사장이) 직원을 배제하는 위험한 선택을 한다면, 정말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이 싸움은 결국 노사 타결로 가야 하는 싸움이다.

미 : 종편 출범 이후 OBS에서 출혈이 심했다. 최근에도 종편으로 이직하는 기자와 PD들이 있는가?

김 : 여전하다. 채용하는 곳이 나오면 꾸준히 옮겨 간다. 아시다시피 OBS의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회사의 비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사라졌다. 올드한 느낌이 많다. 임면 동의제를 요구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면 동의제가 있다면 최소한이라도 후배들 생각을 하지 않을까? 임금 협상 못지 않게 중요한 요구이다.

   
▲ OBS노조는 28일 오후 7시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OBS 사옥 앞에서 출정식을 갖고 실질임금쟁취를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미 : 노조에서는 '창사 후 단 한번도 임금인상이 없었고 물가인상률을 고려하면 매년 실질 소득이 하락한다'고 주장하지만 회사측은 '호봉제이기 때문에 근속년수만큼 임금이 조금씩이라도 올랐다'라고 맞서는데?

김 : 회사의 논리라면 호봉제가 있는 회사에서는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없다. 회사 스스로도 직원들의 처우가 매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언제나 조금만 참아달라고 말한다. 지금은 자신들이 말해 온 논리마저 뒤집기 위해 애쓴다.

최근 최저임금 선의 휴일 수당이 생겼다. 그런 것들을 포함해 임금인상했다고 말한다. 호봉 개념에 대해 무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OBS 10년차의 임금이 타사 신입사원 수준이라는 사실을 사측은 어떻게 설명할까?

미 : 현재 OBS의 경영상황은 어떠한가?

김 : 개국 이후 매출액이 300% 이상 올랐다. 광고도 상승 추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임금은 5년 전 임단협 수준 그대로이다. 물론 사측이 주장하는대로 적자인 상황은 맞다. 하지만 그 폭이 줄어들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내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수정요구안은 15억 정도 규모이다. 당장 다 받을 생각은 없다. 확약만 있다면 얼마든지 탄력적인 조정이 가능하다. 또, 회사가 나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50~60억 정도의 현금이 보유된다고 한다. 조합원들은 회사가 그 금액(15억)을 줄 생각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OBS 구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미 : '경력사원 -1호봉'이라는 것은 다른 방송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문제 같은데?

김 :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제도이다. 보통 3년 만근하고 입사를 하면 4년차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OBS에서는 3년차로 취급된다. '-1호봉'으로 받지 못한 금액을 생각하면 5~6억이다. 사실 이 금액도 양보하기로 했다. 선배들이 누적된 금액을 받지 않고 조합원들의 임금 인상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었던 사안임에도 회사는 여전히 경영정상 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미 : 지방노동위원회 조정 과정에서 조사관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

김 : 지노위 의장이 칠판에다 쓰면서까지 '경력사원 -1호봉'이 지닌 맹점을 비판했다. 이 제도에 대해 조사관들도 어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OBS의 현실이기도 하다.

미 : 노조는 어제(27일) 협상에서 법정수당과 관련해 TF팀 구성하자는 사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김 : 사측은 법정수당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하자는 말을 했다. 말은 그럴싸하지만 방송사는 이미 PD와 기자들의 근무표가 있기 때문에 시간 외 수당을 체크할 수 있다. 따로 조사해 적용하는 방송사는 없다. 수당을 일괄지급하는 곳도 있고 차등을 두거나 조정하는 곳도 있지만 이렇게 시기를 갖고 조사를 하는 곳은 없다.

GPS를 달아 기자들이 뭐하고 있는지 감시라도 하겠다는 건가? 만약 TF가 깨지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파업권이 있는 노조의 시간을 끌려는 '꼼수'라고 해석된다.

   
▲ 구호를 외치고 있는 OBS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미 : 노조는 마지막 협상에서 임금인상률을 스스로 대폭 삭감했다.

김 : 조합원 내부에서 반발이 있었다. 그래도 법정수당을 우선 해결하고 임금 부분은 차후에 논하자는 현실적 결단을 내렸다.

미 :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OBS의 총체적 경영 위기 속에서 노조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 : 우선해야 할 것은 시청자들에게 보여지는 부분의 개선이다. 비전을 가져야 한다. 경인지역의 공익적 민영방송사로서 보도에 관한 고민, 프로그램에 관한 고민을 노조 차원에서 깊게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스킨십도 더욱 빈번하게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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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백기…'故 장자연 소송' 모두 취하

이종걸 "무더기 고소·고발 잘못이었음 드러낸 것"

여정민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2-28 오후 6:50:10

 

2009년 자살한 배우 고(故) 장자연 씨와 관련해 조선일보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제기했던 각종 소송을 모두 취하하겠다고 조선일보가 28일 밝혔다.

최근 법원이 조선일보와 방 사장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하면서도 "방 사장과 관련한 의혹이 허위"라는 점을 인정해 줘 "진실규명이라는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조선일보와 방상훈 사장은 지난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조선일보 사장이 연관돼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이같은 주장을 보도한 <프레시안> 등 언론 매체들을 상대로 수십 억 원의 민형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었다. (☞관련기사 보기 : 조선일보·방상훈 씨의 10억 소송에 대한 프레시안의 입장)

모든 소송에서 패한 조선일보 "진실규명이라는 목적 달성"
 

ⓒ뉴시스


조선일보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고 장자연 씨 관련 의혹에 대해 일체의 법정 다툼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장자연 씨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방송사와 정치인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일방적 비방 행위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명예를 회복하려는 데 본 뜻이 있었다"며 소 취하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같은 결정에 따라 조선일보는 지난 8일 나온 서울고법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았고,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사건도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와 이종걸 의원, 프레시안, KBS, MBC 등 언론매체 사이의 소송에서 조선일보는 단 한 차례도 승소하지 못했다. 가장 최근 나온 서울고법의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조선일보 사장이 장 씨로부터 성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은 허위 사실이라고 보면서도, 관련 보도는 공익성과 그렇게 믿을만한 상당한 정황이 있었다는 점이 인정돼 명예훼손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민사 재판은 조선일보의 항고 포기로 확정됐고, 형사 사건도 조선일보의 고소 취하로 공소기각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종걸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

이같은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이종걸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이뤄진 조선일보의 소 취하는 무더기 고소·고발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만천하에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이어 "조선일보는 사주의 이름이 언급됐다는 이유만으로 국회의원의 정당한 직무 행위와 언론보도 등에 대해 거액의 민사소송과 형사 고소를 통해 어마어마한 고통을 안겨줬다"며 "이런 행위는 국회의원의 정당한 직무수행을 방해하고 흠집을 내는 것이며 스스로가 언론사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 거대 언론 권력의 횡포"라고 다시 지적했다.

이종걸 의원은 또 "오늘로써 모든 소송은 끝났지만 아직 고 장자연 씨가 죽음을 통해 밝히고자 했던 우리 연예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둘러싼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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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가 싫다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주장]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 해고자 노조가입 자격 제한은 국제적 망신

13.02.28 18:38l최종 업데이트 13.02.28 18:38l

 

 

정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둘러싸고 법외노조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30일 이내에 개정하지 않을 경우 전교조의 노조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 노동 없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 탄압 정책의 신호탄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입장이고, 고용노동부나 교과부도 이미 법원 판결이 난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전교조는 23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규약개정 불가 방침을 정했다.

정부의 해고자 제외 규약 개정 요구와 법외노조화 방침은 정당한 것인지, 다른 나라와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적 기준, 그리고 기존 정당과의 비교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 사례 살펴보니

미국 교원단체인 NEA 홈페이지. 320만의 회원을 가진 세계최대 교원단체인 NEA에는 교사뿐 아니라 직원, 심지어 학생과 전직 교원들도 회원자격(membership)이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미국 제2의 교원노조인 AFT 역시 이전에는 정교사만 회원이었지만, 지금은 교직원, 교육행정가, 심지어는 간호사까지 가입할 수 있다. 교원노조 회원을 누구로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 노조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인 영국, 프랑스 등도 법으로 해고자나 구직자까지 노조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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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노동조합 및노동관계법] Trade Union and Labour Relations (Consolidation) Act
1 Meaning of "trade union" : a "trade union" means an organisation — (a) which consists wholly or mainly of workers of one or more descriptions and whose principal purposes include the regulation of relations between workers of that description or those descriptions and employers or employers' associations;

영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통합)법은 제1조에서 '노동조합(Trade Union)'을 "전적으로 또는 주로 노동자들로 구성되고, 그 주된 목적이 노동자와 사용자 또는 사용자들의 연합체 사이의 관계 조정을 포함하는 단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296 Meaning of worker and related expressions. : (1) worker means an individual who works, or normally works or seeks to work

그리고 제296조 제1항은 '노동자(worker)'는 "노동을 하거나, 대체로 노동을 하거나, 또는 노동할 것을 찾고 있는 개인"을 의미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영국 노동법은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직장을 구하고 있는 '구직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노동자로 규정하고 있다. 당연히 해고된 사람이 직장을 구하고 있다면 노동조합 가입 자격이 있다.

[프랑스 노동법] Code du travail Article L2141-2
Les personnes qui ont cessé d'exercer leur activité professionnelle peuvent adhérer ou continuer à adhérer à un syndicat professionnel de leur choix.
(Article L411-7 : Les personnes qui ont cessé l'exercice de leurs fonctions ou de leur profession peuvent soit continuer à faire partie d'un syndicat professionnel de salariés, soit adhérer à un syndicat professionnel de leur choix.)

프랑스 노동법(Code du travail)은 영국보다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 자격을 더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2008년 이전의 프랑스 노동법 L.411-7조는 직업 활동이 종료되더라도(실직 또는 해고되더라도) 계속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거나 새로운 노조를 만들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었고, 현재의 노동법도 (문구는 약간 다르지만) L2141-2조에서 실직자도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노동조합 가입과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국가노동관계법]NATIONAL LABOR RELATIONS ACT. Chapter 7 Sec. 2.[§152.] (3)
The term "employee" shall include any employee, and shall not be limited to the employees of a particular employer, unless the Act explicitly states otherwise, and shall include any individual whose work has ceased as a consequence of, or in connection with, any current labor dispute or because of any unfair labor practice and who has not obtained any other regular and substantially equivalent employment.

미국의 국가노동관계법(NLRA 제2절[152항] 제3호)은 '노동자(피고용인. employee)'을 "(법에서 명시적으로 다르게 정하지 않는다면,) 모든 피고용인을 포함하며, 특정한 고용주에게 고용된 사람에게 제한되지 않으며, 또한, 노동분쟁 또는 부당노동행위 관련 또는 그 결과로 실직한 개인, 그리고 정규직 또는 잠재적으로 그에 해당하는 직업을 갖지 못한 모든 개인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미국 노동법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해고자뿐 아니라 직장을 구하지 못한 구직자도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노동법이 명시적으로 노동자라고 인정하지 않는 경우는 농업종사자, 가족 단위의 가내 서비스 종사자, 부모나 배우자에 의해 고용된 사람, 독립계약자, 감독관, 철도법에 의한 고용인 등이다.

실제로, 320만의 회원을 가진 세계 최대의 교원노조인 미국의 NEA(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 미국교육자협회)와 두 번째 큰 120만 회원 단체인 AFT(American Federation of Teachers, 미국교사연맹)은 교사를 주된 회원으로 하지만 직원, 교육행정가, 간호사 뿐 아니라 심지어 학생과 전직 교사들도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누구를 회원으로 할 지는 전적으로 단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공무원노조에 이어 전교조에 들이대는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 자격 박탈 논란은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국제적 기준(global standard)와 국격을 강조하는 정부 방침과도 배치되는 결정이다.

ILO 18년 연속 이사국, ILO 협약과 권고 무시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과 복지 향상 등을 통해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1919년 설립된 유엔 전문기구에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1991년 15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을 뿐 아니라, 1996년부터 2014년까지 18년 연속으로 ILO 이사국에 선출되었다. 그런데, 회원국이자 18년 연속 이사국인 우리나라가 ILO의 노동관련 핵심 협약을 비준하지도 않고, 또 권고를 무시하기까지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인권 관련 국제협약 미가입 현황. 우리나라는 ILO의 18년 이사국이면서 ILO핵심협약인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 협약의 주요 내용은 노동조합의 가입 자격은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정한다는 것 등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에 관한 내용이다.
ⓒ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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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자료(2008년 기준)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인권 관련 국제협약 중 장애인권리협약(CPD),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OP-CAT), UNESCO 교육에 있어서 차별금지협약 등 외에 노동인권 관련 협약을 6개나 비준하지 않거나 유보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노동기준 관련 ILO 핵심협약인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으며, 정치적권리규약(ICCPR)의 제22조(결사의 자유) 조항은 공무원과 교원의 노동 3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유보한 상태이다.

ILO는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 자격과 관련하여 ILO협약 제97호(결사의 자유), 제98조(단결권)를 통하여 노동조합의 조합원 가입 자격과 운영에 관한 것은 전적으로 노동조합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는 원칙을 명확하게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ILO는 수차례 우리나라에 관련 노동법 개정을 요구하였으며, 2012년 4월에는 공무원노조의 법외노조화에 대한 강력한 유감을 정부에 전달하며 합법화를 촉구한 바 있다.

ILO의 단순 회원국도 아니고 18년 'ILO 이사국'으로서 우리나라가 ILO 기본 정신을 앞장서서 실천하지는 못할망정, ILO의 핵심 협약을 비준도 않고, 나아가 수차례 내려진 권고까지 무시로 일관하는 것은 결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게다가 2010년 MB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 자격을 문제 삼는 것과 이를 이유로 한 노동조합 설립 신고 반려(법외노조)가 노동조합의 자율성을 헤쳐 노동조합을 위축시키고,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는만큼 노동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해고자 또는 실업자, 나아가 구직자까지 노동조합 가입과 설립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 UN의 ILO의 핵심 협약과 권고 등 국제적 기준을 종합적으로 볼 때,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문제 삼아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며, 국제적으로도 수치스러운 일이 분명하다.

노회찬·정봉주 제명 요구할 수 있나?

이른바 '떡값 검사' 실명 공개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의 해괴망칙하고 시대착오적 판결이다. 8년 전 그 순간이 다시 온다고 해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밝히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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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벌어지고 있는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은 노조와 마찬가지로 자율성이 생명인 정당과 비교해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최근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삼성 X파일 건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아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2011년에는 정봉주 민주당 전 의원이 BBK 관련하여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현행법상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으면 국회의원직만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권, 피선거권을 모두 상실하며(공직선거법 제18조), 국회의원 선거권이 없으면 당원이 될 자격도 없으며, 당대표 등 임원을 할 수도 없다.(정당법 제22조)

중앙선관위 법규해석과에 의하면 법적으로만 따지면 노회찬 의원은 현재 당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한 것이 맞으며, 당대표를 할 수 있는 자격도 없다. 중앙선관위 정당과 관계자는 "당대표가 바뀌면 당대표 변경 신청을 다시 선관위에 해야 하며 이런 사실을 진보정의당에 안내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현행 정당법에는 당원의 자격이 없는 자가 당원으로 가입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형사처벌 조항까지 존재한다.(정당법 제53조)
검찰이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며 2천여명의 교사와 공무원을 정당가입 혐의로 기소한 것이 바로 이 조항을 근거로 하고 있다.(재판에서 당원 가입 혐의는 모두 인정되지 않음.)

이런 이유로 해서 진보정의당이나 민주당에 노회찬, 정봉주 전 의원의 당적을 박탈하라고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정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면 과연 이를 받아들여야 할까?

정당과 노동조합은 각각 헌법 제8조와 헌법 제33조를 근거로 하여 만들어진 기구이다. 둘 다 자율성 또는 자주성을 생명으로 하는 조직이다. 정당 운영에 대해 정부가 일일히 국가기관을 동원해 간여한다면 이는 복수정당제를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노조도 마찬가지다. 사용자가 노조원 자격을 문제 삼아 노동조합을 좌지우지 하려고 한다면 이는 노동조합 운영의 핵심 원리인 자주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 상실형 판결에 대해서 추가적인 후속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당은 헌법에 의해 고도의 자율성을 부여받은 기구이기 때문에 아무리 중앙선관위원회라 하더라도 노회찬 의원의 당원 제명을 요구하기도 어려우며, 제명했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시정 명령이나 심사는 생각도 하고 있지 않으며, 노회찬 의원을 당적 박탈을 하지 않는다고 정당 해산 운운하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당과 똑같이 헌법에 의해 설립되었고, 자주성을 핵심 원리로 하는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조합원 자격 문제를 이유로 운영에 개입하고 나아가 법외노조 운운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국제 기준에 맞게 노동법 개정하는 것이 파국 피하는 길

이명박 정부는 해고자의 조합원 가입을 이유로 공무원노조를 이미 법외노조로 만들어버렸고, 박근혜 정부는 다음 타깃으로 전교조를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위에서 살펴봤듯이 국제적인 기준과 선진국의 사례에 비춰 봤을 때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현행 법률 하에서는 공무원노조나 전교조나 법외노조화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법원이 현행법을 근거로 하여 시정명령과 설립신고 반려가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법 개정을 통한 해결밖에 없다.

국제적 표준과 국격을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명박 정부와 그 틀을 같이 하는 박근혜 정부는 하루 빨리 ILO 이사국의 품위를 지켜 제87호와 98호 협약을 비준하는 것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국회는 더 이상의 논란을 방치하지 말고 시급히 노동법을 국제사회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강력한 노조 없이 건전한 중산층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말이 어찌 미국에만 적용될 수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도 스스로 중산층 강화, 복지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노동 존중 없이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약속이다. 그 노동 존중의 시작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 중지임을 박 대통령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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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특집' 누가 고종을 독살했는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3/01 10:57
  • 수정일
    2013/03/01 10:5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오늘은 3.1절 94주년입니다. 한국의 역사에서 3.1운동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분기점에 있는 사건입니다. '3.1만세항쟁'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생기면서 본격적인 대일 투쟁이 시작됐던 부분도 있지만, '3.1만세항쟁'의 기폭제였던 고종의 죽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고종의 사망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퍼졌던 '고종 독살설'은 지방까지 미치지 못했던 근대사상과 유교주의가 합쳐 일본에 대항하게 하였고, 이는 점차 우리 민족의 사상이 왕권주의에서 민족주의로 나가는 배경이 됐기도 했습니다.

3.1만세항쟁이 시작된 배경은 '파리강화회의'에 파견됐던 김규식의 국내 독립시위 주문도 하나였습니다. 김규식은 1919년 파리로 떠나기 전 상하이의 신한청년당 당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독립 시위를 벌여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파리에 파견되더라도 서구인들이 내가 누군지 알리가 없다. 일제의 학정을 폭로하고 선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국내에서 독립을 선언해야 된다. 파견되는 사람은 희생당하겠지만 국내에서 무슨 사건이 발생해야 내가 맡은 사명이 잘 수행될 것이다." (김규식)

 

 



김규식의 이런 주문과 미국 대통령 윌슨이 제안한 '민족자결주의'가 1919년 조선을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고종이 돌연 사망했는데, 고종의 죽음 뒤에는 일본이 있었다는 '고종 독살설'이 퍼지면서 3.1만세항쟁이 전국적으로 퍼지게 됐습니다.

그동안 고종의 독살설을 두고 나왔던 다양한 자료와 얘기를 통해 고종의 죽음 뒤에 과연 누가 있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망명하려는 고종을 죽여야 했던 일본'

고종은 사실 근대사에서 무능한 황제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주요 인물로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고종이 가진 상징성 때문입니다. 황실을 복원하려는 복벽파는 물론 민주공화파, 독립운동가, 모두에게 고종은 중요한 사람이 됐고, 그런 이유로 그를 해외로 망명하려는 움직임이 계속 있었습니다.

1914년 이상설을 중심으로 세워진 '대한광복군 정부'는 고종의 망명을 위해 그를 만나려고 했지만, 고종 면담 직전 체포돼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1918년 우당 이회영은 다시 고종의 망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1919년 고종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실패했습니다.

두 차례의 망명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고종은 망명을 위해 접촉한 인물들에게 모두 망명의사를 밝혔다는 사실을 통해 그가 죽지 않았다면 망명은 반드시 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해봅니다.

 

▲하세가와(2대 조선총독)/데라우치(초대조선총독)

 


일제는 퇴위했지만 점차 중요 인물로 부상하던 고종이 망명해서 해외에 공식적인 조선 망명 정부가 들어선다면 외교적으로 궁지에 몰릴 수 있었을 것이고, 독립운동이 더한층 가열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살아 있다면 계속 망명을 시도할 고종을 죽여야만 했습니다.

' 처참했던 고종의 시신이 말해준 독살설'

고종이 독살당했다는 증거가 바로 고종의 시신이었습니다. 윤치호의 일기에 의하면 고종의 시신은 처참했는데, 팔다리가 심하게 부어올라 바지를 찢어야 했고, 이가 빠지고 혀가 닳아져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검은 줄이 목에서 복부까지 30cm가량 나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런 고종의 시신뿐만 아니라 몇 가지 의문점이 '고종의 독살설'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1) 돌연 죽은 고종과 그의 죽음을 숨겼던 일본

고종은 1919년 1월 20일 병이 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순전히 일제가 편찬한 순종실록에 나오는 얘기이고, 와병을 기록했던 순종실록 부록에는 어떤 병명인지조차 없었습니다. 고종은 1월 21일 새벽 6시에 죽었다고 하는데, 당시 신문이었던 '매일신보'는 그저 고종황제가 매우 위독하다고만 보도했습니다.
 

 

▲매일신보는 주식의 과반수를 조선총독부가 소유한 조선총동부의 기관지이자 1919년의 유일한 한국어 신문이었다.

 


일제는 고종의 죽음을 숨겼다가 하루 뒤에 '신문 호외'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세상에 알렸는데, 당시 그의 사인은 뇌일혈이었습니다.

2) 재구성한 고종 독살설

'대동칠십일갑사(大東七十一甲史)'(작자미상)에는 보다 고종의 독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에 나온 고종의 죽음을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고종이 죽던 날에 궁에 숙직했던 인물은 자작 이완용과 이기용이었습니다. 이완용은 어의 안상호에게 집안의 미친개를 처리한다면서 독약 두 개를 받았습니다. 이완용은 무색무취의 독약을 어주도감 한상학에게 줬고, 한상학은 이를 두 궁녀에게 줬습니다. 고종은 궁녀가 올린 식혜를 밤중에 마시고 반 시각이 지나 갑자기 복통이 일어나 괴로워하다가 반 시간만에 죽었습니다.

이완용의 사주를 받아 식혜에 독약을 탔던 궁녀중의 한 명은 1월 23일에 죽었고, 한 명의 궁녀는 2월 2일 기침을 하다 피를 토하고 사망했습니다.

매일신보는 궁녀가 독약을 탔다는 사실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밝혔지만, 궁녀들이 고종의 죽음 뒤에 석연치 않게 사망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고종의 독살설을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3) 새롭게 밝혀진 고종의 독살설

서울대 이태진 명예교수는 고종 독살에 관한 새로운 자료를 제시했는데, 그것은 바로 일본 궁내성 관리 구라토미의 일기였습니다.

“ 테라우치가 하세가와로 하여금 이태왕(고종)에게 설명하게 하였지만, 고종이 이를 수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일을 감추기 위해 윤덕영, 민병석 등이 고종을 독살했다는 풍설이...... - <구라토미 일기> 1919년 10월 30일 중에서-
 

 

 


구라토미의 일기를 보면 일제강점기 초대 총리였던 데라우치는 2대 총리였던 하세가와를 통해 윤덕영,민병석('한일병탄'(한일강제병합) 뒤 일본으로 자작 작위 받은 친일파)을 시켜 고종을 독살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앞서 말한 이완용이가 고종을 독살했는지, 아니면 민병석과 윤덕영이 죽였는지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고종의 죽음 뒤에는 일제가 있었고, 이를 실행했던 사람은 친일파들이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고종의 죽음은 무엇을 남겼는가?'

고종이 앞서 무기력한 황제였다고 했는데, 왜 그는 갑자기 3.1만세항쟁의 기폭제가 됐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고종황제가 이 왕세자와 나시모토 공주의 결혼식을 꼭 나흘 앞두고 승하하는 바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정말이지 얼토당토 않은 얘기다. 예전에 이미 굴욕을 감수한 고종황제가 이제 와서 하찮은 일에 억장이 무너져 자살했다는 게 말이 되나? 더구나 어린 왕세자의 일본 공주의 결혼이야말로 왕실의 입장에서는 경사스런 일이 아닌가? 이 결혼을 통해서 두 왕실간의 우호관계가 증진될 것이고, 왕세자는 조선의 어떤 여성보다도 더 우아하고 재기 넘치는 신부를 맞이하게 되는 거니까 말이다.

만약에 고종황제가 병합 이전에 승하했더라면, 조선인들의 무관심 속에 저세상으로 갔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조선인들은 복받치는 설움을 이기지 못하고 옷소매를 적셔가면서 고종황제를 위해 폭동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윤치호 일기, 1919년 1월 26일>


그렇습니다. 결론은 고종의 죽음이 한일병탄 뒤에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없어지자 신처럼 추앙받던 임금조차 독살당했던 상황을 조선은 깨닫게 됩니다. 근대 사상이 아무리 전파되던 시절이었지만, 산간 지방은 오히려 유학이 남아 있던 시기였고, 이들 또한 근대 사상사들과 함께 '민족자결주의' 등을 고민하고 일제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조선독립광주신문 제1호

 


3.1 만세항쟁 당시 전라남도 광주에서 발행된 1919년 3월 13일자 독립신문에는 전면은 민족대표 33인의 투옥과 함께 독립만세시위에 적극 참여하자는 내용과 고종이 한일합방을 거부하여 독살당했다는 사실이 나와 있습니다. 미국 윌슨대통령이 주장한 민족자결주의를 소상히 설명하고 독립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후면은 광주지역 독립운동의 광경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신문은 4회에 걸쳐 발간했는데 모두 3.1 만세항쟁이 한창일 때 발행되었습니다.

이처럼 고종의 죽음을 통해 조선인들은 다양한 사상의 발전과 독립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1921년 발행된 동아일보.경성감옥에 구금된 독립선언 관계자들.

 


3.1운동을 아이엠피터는 친일연구가의 한 명인 정운현 선생의 주장처럼 '3.1만세항쟁'으로 부릅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면에서 3.1운동은 단순히 '새마을 운동'과 같은 운동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고종의 죽음을 보면서 조선인들은 깨달았습니다. 조선 민족이 자주독립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202만여 명이 1,542회의 시위에 참여했고, 항일투쟁사에 길이 남을 대규모 만세의거를 벌인 것입니다.

역사에서 가정은 별로 효용성이 없겠지만, 만약 고종이 해외에 망명해서 외교적으로 자주독립과 대일본 항일 무력 투쟁을 전개했다면 우리의 역사는 조금은 바뀌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 나라의 임금이 독살당한 사건 등을 통해 역사를 다시 돌아보는 '2013년 3.1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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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온실가스 '폭증'…감축 공수표?

2010 온실가스 '폭증'…감축 공수표?

 
김정수 2013. 02. 28
조회수 6추천수 0
 

배출량 6천만t 늘어나 9.8% 상승, 폭염·한파·제철시설 증설 등 원인

2020년 30% 감축 양속에 `빨간불', 1993년 이후 최고 증가율

 

04614012_P_0.jpg » 변덕스런 날씨로 인한 전력사용 급증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화력발전은 그 주요 배출원이다. 사진=환경운동연합

 

2010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도에 비해 10% 가까이 급등해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01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이산화탄소로 환산해 6억6900만t(이하 온실가스 배출량은 모두 이산화탄소 환산량임)로, 전년 대비 6000만t(9.8%) 증가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고 27일 발표했다. 2010년의 전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 9.8%는 1993년에 12.2%를 기록한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직전 4년간 전년 대비 배출량 증가율이 0.8~2.6%를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폭증’이라 할 만하다.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급증은 주로 화력발전과 철강업 등 제조업에서의 배출량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분석했다. 폭염과 한파로 냉난방 전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화력발전소에서 총 배출량 증가분의 42%인 2500만t가 추가 배출됐고, 제철시설 증설과 자동차 생산 증가 등으로 철강업에서 총 배출량 증가분의 32%인 1900만t이 추가 배출됐다는 것이다.
 

이번 온실가스 배출량 폭증으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공약 이행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우리나라는 2009년, 2020년까지 아무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의 배출량(BAU) 대비 3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가 2020년 예상 배출량을 8억1300만t로 잡은 것을 고려하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통해 2020년 배출량을 5억6900만t까지 줄이겠다는 의미였다.
 

table.jpg » 자료=<한겨레> 2013.2.28일치 12면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지금까지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정책이 없었다.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지키려면 지금이라도 연도별 감축 목표를 제시한 뒤 감축 정책을 제대로 디자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2020년 배출량 전망을 편법으로 수정해 목표를 맞추려 한다면 국내외적으로 큰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애초 올해부터 시행하려던 배출권 거래제를 산업계 반발을 이유로 2015년으로 늦췄으며, 일부 유상할당하려던 배출권도 무상할당하기로 했다. 또 마지막 업무일인 지난 22일에는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2027년까지 12기나 신설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기준인 2020년 배출량 전망치(BAU)를 사실상 8억6000만t으로 늘리는 내용으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새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 급증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7일 국회 인사청문위원회에 출석한 윤성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2020년까지 30%를 줄이는 목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인 것을 대통령도 이미 알고 있고, 당선인 시절에 로드맵을 새로 만들라는 말씀이 있었다. 배출권 거래제 등이 실효성 있게 다듬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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