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 정문 앞에서 국정원 불법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젊은이들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220명의 젊은이들이 참여한 이날 시국선언에서 이들은 "'민주주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가 무참히 짓밟히고, 피땀으로 일궈온 민주주의가 비참하게 유린당한 현실에 우리는 비통함을 감출 수 없다"고 분노했다.
이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대전청년회, 대전청년유니온, 대전충청다함께, 대전지역대학생연합 등 대전지역 청년단체들과 함께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진상규명 관련자 처벌, 민주수호를 위한 대전2030세대 연석회의'를 구성해 1인 시위, 캠페인, 촛불집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시국선언과 연석회의 구성이 가능했던 것은 대전청년회 이은영(32) 대표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 그는 현재 충남대 옆 대학가 골목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그는 한 건물 지하를 빌려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모이고 만나는 '소통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3일 만에 모인 2030세대 220명
<오마이뉴스>는 이 대표를 만나 2030세대 시국선언을 하게 된 과정과 그가 준비하고 있는 일에 대해 들어봤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23일 오전 대전 유성구 궁동의 한 건물 지하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명목상으로는 대전청년회 사무실이지만 책상 두 개가 청년회를 위한 사무공간이고, 나머지는 모두 이곳을 찾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다.
"이름도 아직 못 정했어요. 간판도 못 달았고, 사실 그런 돈도 없기는 하지만..."
단순히 단체 사무실이 아닌, 젊은이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더 멋진 이름을 준비하고 있는 듯 했다.
"저는 여기(궁동)에서 대학생들과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을 하고 싶어서 이 공간을 마련했고, 지금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시국이 시국인 만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관한 캠페인이나 촛불집회 준비 등을 많이 하고 있죠. 노래공연도 하고요."
이 대표는 대전청년회 노래패인 '놀'의 멤버이기도 하다. '놀'은 대전지역 주요 집회 때마다 등장하여 멋진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진상규명 관련자 처벌, 민주수호를 위한 대전2030세대 시국선언'을 이끈 이은영(32) 대전청년회 대표.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여기에서 무슨 일을 할 예정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이 동네에는 자취생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요. 그들과 함께 밥과 반찬을 만들어 먹고 소통하는 '집밥공동체'를 2주에 한번씩 하고 있고요. 마을지도 만들기도 준비하고 있고요. 또 강연도 해요. 다음 달 8일 저녁 7시에는 한홍구 교수님을 모시고 '지금 이 순간의 역사'라는 주제로 강연도 들을 예정이에요. 그리고 이 공간 자체를 대학생들에게 언제든지 개방하고, 또 빌려주고 있어요. 스터디를 해도 좋고, 행사를 해도 좋고요."
이처럼 꿈도 많고 할 일도 많은 그녀에게 요즘 고민은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사건'이다. 분노가 차 올라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정신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2030세대 시국선언'이다. 학교나 학생회, 어떤 단체 등에 소속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우리 지역의 젊은이들, 그들을 묶어보자는 생각으로 시국선언을 준비하게 됐다는 것이다.
"국정원 사건, 그것은 단순히 '댓글녀 사건'이 아니죠. 우리 사회 근간을 흔든 사건이죠.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국가권력이 짜고서 조작한 사건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짓밟았다'는 표현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내 표 한 장 왜곡한 게 아니라,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의 민심을 왜곡하고 조작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하고, 또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식이라면 대체 국가권력이 못하는 게 뭐가 있을까요? 국민의 선택과 자유와 권리를 침해했어요. 그 일에 국가권력기관만 개입한 게 아니라 이를 수사해야할 경찰이 동조, 방조하고 또 언론이 이를 왜곡해서 보도하여 국민의 눈을 다시 한 번 속이고 있죠. 진실을 숨기고 왜곡하는 것, 그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충남대 총학생회가 서울지역 다른 학교에서 시국선언을 하는 것을 보고 시국선언에 대해서 할지 말지를 토론을 붙였는데, 결국 부결됐어요. 그것을 보고 2030시국선언을 생각하게 됐죠. 학교라는 울타리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의 의견을 표출하고 싶은 대학생, 그리고 이 지역의 젊은이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주로는 온라인으로 모았고, 대학가에서 직접 나가 서명도 받았어요."
이렇게 시국선언에 자신의 이름을 낸 2030세대는 모두 220명 정도다.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대표는 생각보다는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한다. 방학 때라서 대학생들을 만나기도 어려웠고, 또 3일 정도 만에 그래도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밝히는 젊은이들 220명은 결코 적지 않다는 것.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이 사건에 대해 분노하는 마음은 다 똑같더라고요. 비록 현재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이 많고 중요해서 거리로 뛰쳐나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국선언이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기꺼이 이름을 내 준 대학생들, 그리고 직장인, 아기엄마들 모두 감사해요."
"국정원 사건 국민 상식 눈높이에서 해결해야"
"요즘 젊은이들이 무슨 사회에 대한 관심이 있겠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아요. 취업전쟁에 내몰려서 주위를 돌아볼 겨를이 없어서 그렇지, 그들도 저와 똑같이 분노하고 있었어요. 여론조작, 선거개입 분명히 진상을 밝혀야 하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아가서는 국정원도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반면에 우리가 서명운동 하고 있는데 혼내시는 할아버지도 있었어요. '왜 박근혜한테 뭐라 하냐', '니들이 전쟁을 알기나 하냐'는 식으로요... 그래도 전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분도 있을 수 있지... 하고 웃으며 넘겼어요."
▲ '국정원 불법선거개입 진상규명 관련자 처벌, 민주수호를 위한 대전2030세대 시국선언'을 이끈 이은영(32) 대전청년회 대표.
'그렇다면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상식'을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것, 그게 상식이죠"라고 덧붙였다.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되죠. 우선 정확한 조사로 진상규명을 해야 하고, 그에 따른 관련자들 처벌, 그리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하죠. 그 다음에는 정치권과 청와대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해요. 그리고 국정원 개혁이 있어야 하겠죠. 정보를 수집해서 국가발전에 도움을 주는 본래 목적의 '정보기관'으로 개혁하는 것, 또 그러한 정보가 사유화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이 해결방법 아닐까요? 그게 또 상식이고..."
그러나 이 대표의 이러한 바람처럼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은 NLL논쟁을 비롯한 다른 이슈에 묻혀가고 있다. 국정조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러고는 미선이 효순이 사건을 떠올리며 국민들의 분노가 표출되는 시기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NLL논쟁은 정말 뜬금없는 것 같아요. 완전히 그들의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느낌이에요. 지금 (NLL포기발언이) 맞니 안 맞니, (대화록이) 있니 없니, 이런 얘기로 도배를 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뭔가를 들키고 싶지 않은 그들의 의도가 아니겠어요? 그 문제도 물론, 중요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 얘기보다는 국정원의 불법선거개입 사건을 이야기 할 때이죠.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국정원을 개혁하는 것 그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참 속상해요.
사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거대한 건을 건드려서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어요. 예전에 있었던 미선이 효순이 사건 때도 미국과의 문제이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었죠. 또 국민들도 그냥 우발적인 사고이겠거니 하고 말았는데, 결국 그 운전병이 무죄를 받으면서 국민 감정이 폭발했던 거죠. 마찬가지로 지금 국정조사도 잘 안 되고 있고, 국민 여론도 잘 형성되지 않고 있고 그래서 절망적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은 국민 분노가 어느 방식으로든 터져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국민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하는 게 또 맞고요."
이 대표는 비록 자신의 힘이 미약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다. 현재 하는 촛불집회에서 노래 부르는 일도 열심히, 빠지지 않고 하고, 대전청년회 회원들과 피켓을 들고 홍보도 열심히 하고, 또 '2030연석회의'도 생겼으니 거기에서 하는 일에 열심히 참여할 생각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끝으로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소통의 싹'을 틔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본적으로 저는 청년들을 믿어요. 지금은 비록 그들이 열악한 상황 속에서 힘들어 하고 있지만, 그래도 부당한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다고 생각하면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그들에게는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들의 숨통을 틔워줄 공간이 없다는 게 문제죠. 자신의 인생을 고민하고, 국가와 사회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바로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고요. 비록 지금은 간판도 달지 못한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여기에서 그들과의 소통이 싹을 틔우기 바라고 있어요. 갈 길이 멀어요."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의 국정원 기관보고가 지난 7월 26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당시 국정원 기관보고에 대한 공개,비공개 여부를 놓고 열리지 못했던 국정조사는 8월 5일 월요일 오전 10시에 다시 실시하기로 여,야 간사 합의로 이루어졌습니다.
국정원 사건 의혹을 풀어줄 국정조사가 다시 재개된 것은 반가워 할 일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사 간의 합의 사항이 본래 국정조사의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국정원의 기관보고는 공개와 비공개를 결합하여 진행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비공개입니다. 국정원장 인사말이나 간부소개, 여야 간사와 의원을 포함한 4명의 기조발언은 말 그대로 인사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중요한 국정원 기관보고와 질의응답을 아예 비공개로 실시한다고 합의했는데, 이는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왜 국정원 국정조사 비공개를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 국정조사는 공개가 원칙이다'
대한민국 법에 명시된 국정조사 방법은 그 자체가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국정감사와 조사는 '대한민국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시하는데 이 법에서 분명히 국정조사 방법을 명시해 놓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2조 (공개원칙) 감사 및 조사는 공개로 한다. 다만, 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2조를 보면 (공개원칙)이라고 표기해놓았습니다. 다만, 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항목이 있지만, 여기서 다만이라는 것은 부득이한 경우를 뜻하지 원칙은 분명 '공개'라고 제12조에 나와 있습니다.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모두 공개가 원칙이지만, 국정조사의 공개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국정감사는 통상적인 국정 운영에 관한 국회의 정기적인 감시 기능입니다. 이에 반해 국정조사는 특정한 국정사안을 대상으로 대부분 비리,의혹 등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국정감사는 감사결과에 따라 시정요구를 하는 대정부 감시,감독기능이고, 국정조사는 말 그대로 비리,의혹 규정이라는 조사기능(investigation)이 주목적입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말 그대로 공개수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국정조사가 비공개된다는 것은 진상규명을 위해 실시하는 국정조사의 본래 목적을 상실하게 되는 것입니다.
국정원 의혹 사건의 주범이라 부를 수 있는 국정원의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한다는 것은 진상규명이나 국민의 알 권리를 아예 처음부터 훼손하겠다는 엄청난 문제입니다.
' 도대체 댓글이 무슨 국가기밀인가?'
새누리당은 국가정보원의 기관보고가 공개될 경우 국가 안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국가정보원의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이번 사건의 수사 방향과 전혀 다른 치졸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먼저 검찰이 기소한 원세훈의 공소장을 보면 국정원 국정조사의 방향이 무엇이고, 공개와 비공개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한 검찰이 밝힌 그의 범죄 사실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국정원 직무범위 위반', '정치관여 행위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입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직접 국민을 상대로 세종시나 4대강 사업,제주해군기지를 홍보하는 일 자체가 국정원 직무범위 위반이며, 아무리 대통령이 임명하는 기관장이라도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거나 야당을 반대하는 정치적 의견과 여론을 조성하는 정치 관여 또한 위법입니다.
국정원장의 명령을 받은 직원들이 18대 대선 기간 총 73회에 걸쳐 특정 후보자를 비판하는 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하여 게시한 행위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행위입니다.
여야는 분명 국조특위에서 원세훈 전 원장의 범죄사실을 중심으로 조사하기로 조사요구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분명 이와 관련한 조사 이외 국정원 전체 예산이나 다른 업무 등에 대한 질의와 조사는 거론되지 않을 것입니다.
국정원의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에 따라야 합니다. 국정원법 제13조에는 국정원장이 국회에서의 증언 등을 요구 받은 경우, 그 사안이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유에 대해서는 그 사유를 밝히고 자료의 제출,증언 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서는 반드시 그 사유를 밝히고, 국무총리의 소명이 없는 경우에는 자료의 제출이나 증언 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또한, 국정원장은 국가기밀에 속하는 자료와 증언 또는 답변에 대하여 공개하지 아니할 것을 요청할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 모두가 '국가기밀'에 속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새누리당과 조중동과 보수우익은 국정원 댓글이 무슨 대선에 영향을 끼쳤느냐며 별거 아닌 개인적인 찬반 클릭과 댓글에 불과하다고 그동안 주장해왔습니다. 그들의 주장이 옳다면 당연히 국가기밀이 아니므로 공개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비공개를 계속 주장한다면 그들 스스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으며, 이는 국정원이 개입한 부정선거라고 인정하는 꼴입니다. 결국,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댓글이 '국가기밀'이냐 아니냐를 먼저 그들 스스로 정하고, 아니라면 당연히 법에 따라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예견된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방해공작'
많은 사람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그래도 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습니다. 맞습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국정조사를 하는 편이 그나마 언론에 국정원 사건을 부각시킬 수 있기에 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새누리당이 국정조사에 합의했을 때는 그만큼의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왔다는 알고 대처했어여 합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정조사특위를 무산시키거나 방해하기 위해 처음부터 전략을 짜고 그 전략을 그대로 밀고 나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국정조사 기관보고 순서를 놓고도 격돌했었습니다. 새누리당은 법무부,경찰청,국정원 순서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국정원과 경찰청이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이번 국정원 사건의 핵심은 범죄를 저지른 기관이 국정원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들이 어떤 일을 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국정원의 기관보고를 통해 그들의 행위 자체를 조사하고, 이후 그런 사실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됐고, 수사 발표를 왜 그 시간에 했는지, 증거는 어떻게 밝혀지지 않았는지를 파헤쳐야 합니다.
국정원과 경찰의 범죄행위를 알아낸 다음, 법무부가 그들의 범죄 행위에 대해 어떤 법을 적용할지를 조사했어야 마땅합니다. 특히 법무부는 재판중인 사건이라 아무 답변도 못 했고 그런 것이 예상됐기 때문에 법무부 기관보고는 맨 나중에 했어야 옳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강력하게 주장한 법무부,경찰청,국정원 기관보고 순서를 따라갔습니다. 처음부터 거꾸로 기관보고를 한 셈입니다.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회의록> 7월 18일 ◯박영선 위원: 예, 발언 신청하겠습니다. ◯위원장 신기남: 제 의견에 반대하는 거는 아니시지요? 그러면 박 위원님 말씀해 주십시오. ◯박영선 위원: 의결하시는 거는 좋지만 지금 법무부와 경찰청의 순서의 문제도 있고요. 국가정보원의 공개․비공개 문제가 있습니다. ◯위원장 신기남: 아, 그 문제는 나중에 하면 돼요. ◯박영선 위원: 아니, 이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공개․비공개 문제를 추후에 협의하기로 한다고 그러고서 그다음에 만약에 저희 민주당이 공개하겠다고 그러면 또 새누리당이 국조를 안 하겠다고 그럴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같이 해결해야 됩니다. 그러니까 위원장님, 잠깐 정회해 주시고요. 위원장님 주재하에 간사 간의 협의를 다시 해 주십시오. 왜냐하면 이 문제를 분리해서 갈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국가정보원을 비공개로 하는 국정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것은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국정원 기관보고를 난장판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이미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관보고 순서는 새누리당에 양보해도 국정원 공개는 반드시 추진하려고 신기남 위원장에게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었습니다.
신기남 위원장은 당시만 해도 굉장히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봅니다. 그것은 국정조사 기관보고를 의결하면서 공개,비공개 문제를 아예 제대로 의결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위원장 신기남 공개․비공개 문제는 법의 원칙에 따라서 하는 거고 또 우리 위원회의 의결에 따라서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것이고요. 또 위원장은 법의 원칙과 그리고 절차에 따라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믿어 주시고.(중락)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회의록> 7월 18일
신기남 위원장은 국정원의 기관보고를 법의 원칙에 따라 공개,비공개를 결정하면 된다고 했지만, 국정조사 법에 따르면 공개가 원칙이었고, 간사 합의가 아닌 협의에 따라 의결하는 것이 원칙인데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정원 국조특위의 구성은 새누리당 9명 민주당 8명, 통합진보당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조특위에서는 간사 합의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실제로는 합의가 아닌 협의로 최종결정은 위원장이나 의결로 결정한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불참을 유도하도록 자신들 스스로 국조특위에 불참했고, 이를 남재준 원장에게 통보했습니다. 이는 '국조특위 위원장'과 '특위 연락관'을 배제한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합작으로 국정원 조사를 하기는 하되, 비공개로 그 파장을 줄이려는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유독 글이 깁니다. 그 이유는 국정원의 국정조사 공개가 왜 법에 따른 원칙인지,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왜 비공개를 고집하고 하는지를 정확히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나하나 따져봐도 국정원 국정조사를 비공개로 할 이유도 없거니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합심으로 국정조사를 엉망으로 만드는 이유는 국가보안이 아니라 자신들의 범죄행위가 하나둘씩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발언은 '막말'이라며 그토록 지면을 할애해서 보도했던 언론이 막상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 (2만5천여명)의 시위는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비공개로 했다는 내용을 밝힌 방송은 SBS가 유일하며, MBC는 '모두발언 공개'형식을 강조, 마치 공개라고 왜곡된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밤새 자료를 찾고 글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도 진실을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지만, 언론과 방송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먼 나라 차차차기 왕세자베이비 출생에 박근혜 대통령이 축전을 보낸 소식은 전해도, 수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시청 앞에서 울부짖는 소리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7월 26일 금요일 안동 시내 한복판에서 사회자와 아이들을 포함해서 단 13명의 시민들이 외롭게 촛불을 들었습니다. 바위에 달걀을 내려치는 저 무모함이 어리석어 보입니까? 아이엠피터는 눈물이 나왔습니다. 저들의 모습이 비록 초라하게 보일지라도 역사는 저들을 기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과 원칙, 상식이 무너진 사회에서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가 묻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나의 촛불은 꺼질 수 있지만, 전국에서 일어난 수많은 촛불은 횃불처럼 활활 타올라, 그 뜨거움을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 정의가 실패한 경우도 많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시간이 걸려도 정의와 민주주의를 되찾고 지켜냈습니다. 촛불을 든 당신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정말 고맙습니다.
이번에는 소쩍새와 큰소쩍새에 대한 소개입니다. 소쩍새와 큰소쩍새는 올빼미과에 속하는 맹금류입니다. 이러한 야행성 소형 맹금류들은 특히 청각이 발달하고, 비행시 발생하는 날개소음을 줄여 스텔스전투기와 같이 조용히 먹이에 접근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잡은 먹이는 대부분 뜯어먹기 보다는 한꺼번에 삼켜서 먹고, 소화되지 않은 날개나 외골격 등의 먹이물질은 다시 펠렛이라는 형태로 만들어 내뱉어 버립니다.
» 당년도에 태어나 이소 단계가 된 어린 소쩍새.
» 겨울철에 발견된 완전히 성장한 큰소쩍새.
» 깃의 차이가 있으나 모두 올해 태어난 어린 소쩍새들이다.
» 여름에 구조되는 소쩍새.
» 드물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꽤 넓은 지역에서 구조되는 어린 큰소쩍새입니다.
몸색은 나무줄기색과 매우 유사해서 나뭇가지에 앉아있으면 도통 구분해내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색만으로는 일반인들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 종은 닮아 있습니다.
» 어린 큰소쩍새
» 어린 소쩍새
이렇게 유사하게 생긴 소쩍새와 큰소쩍새를 많이 혼동하는데, 그 차이를 설명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쩍새는 여름에 소쩍~소쩍~하고 우는 새인데, 여름철새입니다. 전남이나 제주와 같은 남부지역에서는 겨울에도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여름철새이지요. 그 이유는 바로 먹이와 몸의 특징에 있습니다.
» 어린 소쩍새. 소쩍새의 홍채는 노랗다. » 소쩍새와 큰소쩍새의 월별 구조현황. 6월에 나타나는 큰소쩍새는 어린 개체이다.
소쩍새의 주 먹이는 나방이나 날벌레들입니다. 물론 작은 설치류나 양서 파충류 등도 잡을 수 있지만 주 먹이는 곤충이지요. 소쩍새의 발가락에는 털이 없습니다. 이는 솔부엉이도 마찬가지인데 솔부엉이에게는 도깨비 방망이와 같이 털이 그냥 듬성듬성 나 있을 뿐이죠. 이러한 녀석들이 겨울을 한국에서 난다면 동상걸리기 딱 좋을 겁니다. 올빼미종류만 비교해본다면 말이죠.
» 어린 큰소쩍새. 어리다고 하여 홍채색이 다른 것은 아니다. 주황색의 홍채가 큰소쩍새의 특징이다.
반면 큰소쩍새는 일반적으로는 겨울철에 많이 관찰되는 철새로 보기도 합니다만 우리나라에서 꽤 넓게 번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일단 확인된 것은 강원도 일대와, 경기도 동부권, 경북 안동과 상주 일대, 충북과 충남, 특히 저희 센터가 위치한 충남은 금산과 예산, 당진과 보령에서 새끼들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큰소쩍새는 북방계 올빼미의 특징일 수 있는 발가락 깃털이 나있죠. 로드 킬과 같이 끔찍한 사고를 당해 뭉개진 사체에서도 큰소쩍새와 소쩍새를 구분할 수 있는 단서는 바로 발가락에 난 깃털의 유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발가락에 털이 없는 소쩍새의 발가락.
» 발가락에는 털이 없지만 발목에는 이미 깃털이 난 어린 큰소쩍새의 발가락.
» 완전히 성장한 큰소쩍새는 발가락에도 깃털이 자라 있다.
» 이렇게 큰소쩍새의 발가락에 깃털이 나 있다는 것은 추운 계절에 적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큰소쩍새는 자신의 체구와 거의 비슷한 멧비둘기까지도 사냥을 합니다. 물론 곤충도 잡지만, 좌우간 자기보다 작은 동물은 뭐든 먹을테지요.
큰소쩍새와 소쩍새의 크기를 비교하자면 당연히 소쩍새가 더 작겠지요. 하지만 대체 얼마나 작을는 잘 모르시겠죠. 소쩍새는 어른 주먹 정도의 크기에 체중은 65~85g 정도 나갑니다. 반면 큰소쩍새는 어른 주먹 두개를 위아래로 올린 정도의 크기이고 몸무게는 일반적으로 180~220g 정도 나갑니다.
맹금류는 성별에 따라 체중이 다른데,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암컷이 무척이나 무겁습니다. 고로 소쩍새는 65~75g 정도가 수컷이고 70~85g 정도가 암컷이 되겠죠.
» 구조된 어린 소쩍새.
» 구조신고가 들어왔으나 나무 위의 어미가 확인되어 119의 도움으로 다시 나무로 돌아가는 소쩍새 어린새.
소쩍새의 홍채(홍채는 어려운 게 아니고 사람의 눈에서 검은자위를 뜻합니다. 검은자위 가운데 정말로 검은 부위가 있는데 여기는 동공이라고 하여 눈 안쪽으로 통하는, 빛이 들어가는 구멍이죠. 이 구멍의 크기를 조절하는게 홍채입니다.)는 노란색인 반면에, 큰소쩍새의 홍채는 주황색 정도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어린 개체들도 동일하니까 어릴 때 구분이 나름 용이하겠죠.
» 충돌에 의해 우측 안구 안쪽 구조물이 완전히 파열한 큰소쩍새.
» 반면 좌측 안구는 그나마 나아보인다. 홍채색은 개체에 따라 간혹 연주황색이 나타나기도 한다.
» 큰소쩍새의 좌측 안구. 검게 보이는 빗살주름돌기(Pecten)의 아래에 작은 출혈반이 관찰된다.
» 하자만 우측 안구는 충격이 심해 펙텐의 손상과 더불어 망막의 심각한 손상이 나타나 있다.
» 손상된 안구의 윗면 망막부. 망막 박리가 관찰된다. 이 정도면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다.
다친 동물들은 이러한 진단적 검사를 바탕으로 방생 여부를 확인합니다. 실내 복도에서 실시한 장애물 회피시험입니다.
충돌 후 외상성 백내장이 발생한 개체이며, 실외장에서의 비행능력과 장애물 회피검사입니다. 잘 피해가죠?
이런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본다고 하여 눈의 안쪽이 보이는 게 아닙니다. 반드시 수의학적 검사와 치료가 완료되어야만 합니다.
소쩍새의 학명은 과거 Otus scops로만 분류되다가, 이 종이 O. senegalensis (1993), O. sunia (1998), O. alius (1998)와 O. scops로 재분류되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의 소쩍새는 O. sunia로 분류되었죠. Otus scops 아닙니다.
큰소쩍새의 학명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워낙 다양하게 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명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 종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Otus lempiji, O. bakkamoena의 학명이 많이 사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O. semitorques가 옳다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나아가 O. lettia로 까지 인용된 경우도 있었죠. 사태가 이러하니 대체 어떤 종이 어떤 종인지 알 수가 없는 상태이고,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 제324호로 지정한 큰소쩍새라는 동물은 과연 어떤 개체인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학명이라는 것은 국제적인 생물종을 특정 언어(예를 들어 한국어나 영어 일본어나 중국어 등)로만 부르게 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혼동을 없애고자 고유한 이름을 만들어 붙인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나라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하더라고 공용 명칭이 되는 셈이죠.
딱딱하게 말하자면 분류학적인 명칭인데, 일반적으로는 이명법(속명과 종소명)을 사용하지만 아종단위 (예를 들어 벵갈호랑이와 아무르호랑이를 나누어 보는 단위)를 부를 때는 아종명을 적어서 삼명법으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영명으로는 소쩍새를 Oriental scops owl, 큰소쩍새는 원래 Collared scops owl이라고 붙이다가 학명이 분리되면서 Japanese scops owl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동물명에 특정 국가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매우 불합리합니다. 물론 먼저 발견한 사람이 이름을 붙일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민족성만을 반영하는 것은 국수주의 혹은 지나친 애국주의입니다.
물론 그 동물이 그 나라에만 존재한다면 가능하겠지요. 따오기라는 동물의 영명은 Crested ibis입니다만, 학명은 Nipponia nippon입니다. 이제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죠?
그렇다면, 먼저 Otus라는 뜻은 무엇일까요? 라틴어를 영어에서 찾아보면 Keen of hearing, 매우 날카로운 청각이라는 뜻일 겁니다. 우리가 키우는 "아따리"라는 소쩍새도 소리의 발생에 매우 큰 반응을 보이지만, 정지된 사물 인식능력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계열의 올빼미들은 청각이 특히 예민하며, 많은 수의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그래서 소쩍새는 곤충의 수와 크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6월이 넘어서야 번식을 시작하고 새끼들을 키웁니다.
그럼 semitorques는 무슨 뜻일까요? semi라면 절반, 어느 정도 혹은 조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torques라는 라틴어의 뜻은 목걸이, 목 주위의 장식이나 칼라 등을 뜻합니다. 큰소쩍새의 목주위 테두리를 뜻하는 학명이 되겠지요.
» 유리창에 충돌하여 납막의 손상과 함께 구강·비강의 출혈, 안구 손상이 발생한 소쩍새.
» 머리 충격이 의심되면 빠른 회복을 위해 산소탱크에서 관리하기도 한다.
» 충돌한 소쩍새의 가슴과 배에 든 멍. 이러한 부상으로 인해 간과 같은 중요 내부장기가 파열되기도 한다.
소쩍새와 큰소쩍새가 다치는 가장 큰 이유는 건물 유리창이나 차량과의 충돌과 쥐끈끈이 등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유리창과 같은 구조물은 시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야행성 맹금류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또한 가로등이 켜진 도로 주변에 모여든 나방이나 다른 곤충은 이러한 소형 야행성 맹금류에게는 매우 좋은 먹이자원이기에 소쩍새와 큰소쩍새가 도로 주변에 모이게 되고, 이는 곧 차량 충돌로 쉽게 이어진곤 합니다. 머리를 다치게 되는 과정에 청신경 손상이 발생한다면 야생으로의 복귀는 불가능해지고 말죠.
» 어린 새들은 골격이 단단하지 않아 잘못 보정하게 되면 골절을 야기하기 쉽다. 그래서 이렇게 스탠딩 촬영을 실시하기도 한다.
» 엑스선 촬영을 위해 제작한 횃대 위의 어린 큰소쩍새.
» 충돌 사고 뒤 구조된 큰소쩍새. 일어서지 못하는 상태여서 추가 부상을 막기 위해 수건 도넛 위에 올려두었다.
» 척추손상이 의심되어 그네와 같은 특수 장비를 이용해 추가적인 깃털오염과 욕창을 예방하고 있다.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박원순 시장은 '일 중독자'다. 박 시장과 함께 에밀리아 로마냐(주도 볼로냐)에 협동조합을 견학하러 갔을 때 나는 그를 "착한 불도저"라 칭하고 "착하다 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는데 훗날 기자들에게 들어 보니 박 시장이 그 별명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한단다. 과연 일 중독은 일 중독이다.
그는 어떻게 일 중독이 되었을까? 대충 책장을 넘겨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이 책에서 여러 번 반복된 주장들이 있다.
"우리에게 진정한 꿈이 있다면,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 보려는 꿈이 있다면, 결코 지치거나 좌절할 수 없다."(31쪽)
서울시장인 지금은 이렇다.
"제대로 해서 정말 번듯한 지방정부, 세계의 모범으로 우뚝 서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죠."(296쪽)
그러므로 그는 일이 즐겁다. "신이 납니다. (…) 시민참여 향정 실험, 마을 공동체 만들기, 역사도시 보존과 활용, 시민의 삶의 질 확보, 협동조합 지원, 원전 하나 줄이기 같은 일은 시대의 요구이자 화두이면서 제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도 맞으니까요. 정말 신나게 일하고 있습니다."(290쪽)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신나게 하는 사람을 이길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최선을 다해 실천하다 보면 그 과실을 지금 내가 따 먹지 못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우리의 것이 된다고 믿습니다. 5초 후에 사라질지라도 강물에 돌팔매를 던져 봅시다. 내일은 옵니다."(304쪽)
그의 끝없는 일욕심의 맨 밑바닥에 있는 소신이 바로 이것이다.
지속가능하면서도 정교한 대안
▲ <정치의 즐거움>(박원순·오연호 지음, 오마이북 펴냄). ⓒ오마이북
물론 그저 일만 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는 건 아니다. 일정한 성취를 이뤄야 계속 노력을 기울일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그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섬세하게 계획을 세우고 추진한다.
"저는 어떤 과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그 일에 집중해서 물고 늘어져요. 그래야 답이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때(참여연대 회원 모집-필자 주)도 시민의 눈높이에서 회원을 확보하기 위해 아주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습니다."(274쪽)
그의 이런 태도가 가장 잘 드러난 사업은 보도블록 사업이다. 그는 "보도블록 10계명"을 만들어 서울시의 전체 보도블록을 다 점검했고(2012년 705개의 보도블록 공사장에서 4342건의 크고 작은 하자 사항을 시정했단다, 117쪽) 나아가서 보도블록 혁신 엑스포까지 열었다. 하나라도 집중해서 제대로 해내고 세계의 모범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무작정 밀어붙이는 불도저는 아니다. 컴퓨터가 달린 불도저라고나 할까? 참여정부 시절 국공립 보육원을 늘리려다 좌절한 적이 있다. 보육 예산을 국공립 보육원 신축에 주로 쓰게 되면(서울에서 보육원 하나를 만드는 데 40억 원에서 80억 원이 든다) 기존의 민간 보육원 지원이 줄어들 터, 보육원장들이 여성부 장관실을 점거해 버렸다. 박 시장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교회나 사찰이 소유하고 있는 땅에 국공립 보육원을 지어서 해결했다. 이들 종교단체가 원한다면 운영을 맡겼을 테니 그들도 원하는 바였을 터, 집중하면 답이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준 좋은 예이다.
'반값 등록금'으로 갑론을박, 나라가 시끄러웠을 때도 그는 서울시립대에서 간단히 해결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립대의 입학 기준에서 이른바 스펙을 평가하는 항목을 싹 빼버렸으니 이는 입시제도의 개혁이다. 그가 취임하자마자 불거진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 문제도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맥쿼리가 제2의 투자자였으므로 "투자자 국가제소권"까지 들고 나왔을 법 한데 그는 법률가로서 그들의 주장을 깨끗하게 물리쳤다.
정책을 20년 넘게 다루고 있는 내가 보기에 서울시가 약속한 일자리 21만개 창출은 좀처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2012년 나라 전체의 취업자 수가 45만 1000명 증가(임금 근로자 31만 9000명, 주로 자영업인 비임금 근로자 13만 2000명)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아마도 서울시는 "순 증가"(=증가-감소)가 아니라 서울시가 관여해서 만든 일자리만 계산에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가 희망을 걸고 있는 곳은 협동조합이나 마을 만들기 등 사회적 경제이다. 공공 근로도 청년들이 전문성을 쌓아서 사회적 기업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하고 있다. 예컨대 "서울 에너지 지킴이", "보육 코디네이터", "청년 혁신가", "청년문화지리학자" 같은 공공 일자리가 그런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도 서울시는 앞장서고 있다. 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차근차근 이뤄내고 있다. 2012년 5월 1일 청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임금은 16퍼센트 올랐지만(…) 용역회사에 주는 이윤과 관리비 등 경비가 39퍼센트나 줄었기 때문에 연간 53억 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보았다. 물론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이 더 열심히 일해서 효율성도 올랐을 것이다. 나아가 서울 복지 기준선을 제정한 것도 그의 굵직한 업적이다.
반대파에 대한 태도와 정치
그에게 정치란 대화와 설득이다. 해서 그는 지난 대선의 실패에 대해서도 담담하다.
"어떤 비전과 정책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선택해 달라고 했는지, 그런 자격이 있는지, 그런 능력이 있는지 먼저 물어야 합니다. (…) 안타깝게도 대안적인 논리와 비전이 충분하지 못했어요." (275쪽)
특히 민주당과 진보 쪽에 표를 던지지 않은 51.6퍼센트의 시민들이 중요하다. "그 동안 우리가 마치 권력에게 대들듯이 보수적인 시민을 대하지 않았는지"(278쪽) 반성해야 한다. 그것은 초심으로 돌아가고 "인간에게 가장 숭고하고 필요한 덕성[인] 겸손"을 실천할 때 가능하다.
"선거는 내가 똑똑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지자로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죠. 저 역시 오만을 늘 경계하고 있습니다." (279쪽)
실로 우리는 보수 쪽의 덕성을 너무나 쉽게 무시하고 있다. 그는 서울시장으로서 보수단체에도 열심히 찾아다니려 한다. 실제 정책으로 참전 유공자에게 매월 3만원이던 명예수당을 5만원으로 인상하고 둔촌동 중앙보훈병원 근처에 공공임대주택 755가구를 지어 보훈가족에게 특별 분양했다.
심리학자 하이트(Haidt, J, 뉴욕대 교수)가 말했듯이 흔히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충성심, 애국심, 순결과 같은 가치들을 진보주의자들은 비웃기 일쑤다. 이런 태도로는 선거에서 백전백패하고 말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원순은 진보진영에서 보기 드문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는 아주 결정적인 사안을 빼놓고는 그다지 반대파와 대립하는 유형이 아니다.
노무현과 박원순의 비교 : 반반씩 섞인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말 비서실에 특별한 지시를 내렸다. 지금까지 입안하고 시행한 정책들 간의 관계, 즉 정책체계의 큰 그림을 그려 오라는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거대한 청사진 속에 부분들이 정교하게 맞아 들어가는 그림이 없으면 불안한 "시스템 매니아"였다. 하지만 박원순은 시대의 화두에 맞으면 바로 몰두해서 구체적인 정책을 세우고 실행한다. 기실 지금 전 세계를 조망하면서 모든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계할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서울 시장이라면, 그리고 장차 더 큰 정책을 펼치려 한다면 거칠더라도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박원순의 비법은 이렇다. 어떤 일이 시대의 화두에 맞아 떨어지면 자신이 이미 오랜 동안 고민해 온 외국의 사례를 떠올린다. 최선을 다해서 우리의 현실에 맞는 정교한 계획을 세운다. 이 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시민, 이해당사자의 참여다. 계획의 현실성은 물론 실행의 효과성을 담보해 주는 것이 바로 참여이기 때문이다. 이제 모두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꾼다는 마음으로 신나게 일한다. 아주 구체적인 일들이기 때문에 바로 성과가 나고 더 큰 일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시대의 화두란 그가 인권변호사로서, 또 시민운동가로서 활동하는 동안에 이미 터득한 바이다. 인권과 민주주의, 괜찮은 일자리, 그리고 녹색혁명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세계시장협의회(WMCCC)' 의장을 맡은 그라면 작고 알찬 실천 사례를 넘어서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세계적 정책 틀을 제시할 의무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의무는 그가 비전을 가진 정치인으로 인정한 김대중이나 노무현만의 과제가 아닐 것이다.
또 하나, 그가 재선을 원한다면 선거에도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주위에서 이러 저러한 조언을 할 때마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서울 시민을 너무 무시하지 마십시오. 잘한 것은 잘한 대로 미진한 것은 미진한 대로 시민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저는 꾸준히 제 일을 하겠습니다."(294쪽)
하지만 시민들이 지금까지 그가 해온 일들을 얼마나 알고, 제대로 평가하고 있을까? 해야 할 일이 정해지면 비타협적으로 몰두해온 그의 천성에 비춰 볼 때, 1년도 남지 않은 선거도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 TV 토론에 관해서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저도 제가 그렇게까지 못할 줄은 몰랐거든요. (…) 적대적 토론이나 논쟁에 대해서는 준비가 전혀 안 된 거죠." (263쪽) 이런 일은 다른 곳에서도 터져 나올지 모른다.
그의 말대로 "기본적으로 선거는 시민들에게 비전을 설명하고 안심을 시키고 신뢰를 얻는 과정"(286쪽)이다.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또 뒤집어 버릴 수도 있다, 264쪽)"는 지당한 말이겠지만 배에 구멍이 뚫려 있으면 수가재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정원법과 국정원직원법에 의하면, 국정원 조직과 편제·직원의 얼굴·국정원 기능 모두가 비공개로 하게 돼 있어서 정보위원회도 비공개로 개최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재준 '무단결석'에 국정원 국정조사 또 파행
26일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국정원 기관보고를 비공개를 주장하며 내세운 논리입니다. 이날 남재준 국정원장은 '무단결석'을 했고, 새누리당도 덩달아 무단결석했습니다. 새누리당이 주장한 논리가 전혀 틀린 것은 아닙니다. 국정원 조직과 편제 그리고 직원 신분은 공개되면 안 됩니다. 민주당도 국정원 조직과 편제 및 직원들 신분을 공개하자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비공개를 주장하며 내세운 법률은 국회법 54조 2항 "정보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입니다. 하지만 국조특위는 정보위가 아닙니다. 정보위는 비공개이지만, 국조특위는 여야가 합의하면 공개 가능합니다. 비공개가 원칙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 26일 오전 국정원 국정조사를 위한 특위 전체회의에 남재준 국정원장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해 파행을 빚고 있다.<오마이뉴스>
또 다른 법률은 국가정보원법 13조 2항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 기밀 사항에 대하여는 그 사유를 밝히고 자료의 제출, 증언 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입니다. 국정원이 이번 국조특위가 2항에 근거해 기관보고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정원장이 증언거부를 이유를 국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그럼 남재준 국정원장은 증언거부 이유를 국회에 알렸을까요? 아닙니다.
<노컷뉴스>는 26일 "국정원장은 전날까지도 이런 절차를 밟지 않은 데다, 이날 기관보고에 출석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새누리당이 국정원장에게 여야 합의가 없으면 피감 기관은 국회에 불참해도 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는 말입니다. 26일 <뉴스토마토>는 새누리당 국정조사 특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원래 여야 의사 일정 합의가 되지 않으면 피감 기관은 국회 참석하지 않는게 관례고, 그런 관례가 있다는 것을 국정원에 (전날 밤) 통보해줬다"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새누리당이 발벗고 나선 것입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당당하게 공개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NLL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대변인 성명까지 내면서 음지에서 양지로 지향하더니 국정조사 기관보고는 다시 음지로 숨었을까요? 새누리당은 이를 알려주면서까지 국정원장에게 불참하라고 알려줬을까요? 한 마디로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손발이 착착 맞는 '우리는 한몸'임을 스스로 고백하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불참도 문제이지만, 국정원에 새누리당 인식이 충격입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국조특위 간사는 "국정원은 치외법권 지대에 있다고 할 정도로 보호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정원을 치외법권 지대로 여기는 순간 국정원은 무소불위 권력이 됩니다. 통제받지 않는 정보기관이 국민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위해 일할까요?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이 이를 증명합니다. 통제를 해도, 불법으로 도감청을 자연스럽게 하는 데 치외법권이라면 국정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면서 민주주의 완전한 붕괴는 필연입니다.
새누리당 국정원 국정조사 비공개를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시절은 지난 1998년 12월 31일 이른바 '국회 529호실 난입 사건'때 문을 뜯고 들어갔습니다. 문을 뜯고 들어가자고 제안한 사람은 부총재였던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529호실은 국회 정보위원회 자료 열람실이었는 데 한나라당은 "사실상 안기부 국회 분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 뜯고 들어가자고 했던 박근혜 부총재는 "안기부 문건중에는 '우리당 소속 어떤 의원이 탈당 기미가 있는 것 같은데 안기부 상부에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한다'고 기재돼 있다"는 폭로까지 했습니다.
▲ 26일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 남재준 국정원장이 불출석해 무산되자, 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을 항의방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범계, 신경민, 진선미, 정청래, 김민기, 박남춘, 김현 의원. <오마이뉴스>
하지만 그런 문건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문까지 듣고 529호실을 난입했던 새누리당 아닙니까? 그런데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는 "치외법권" 운운하며 비공개를 내세워 불참했습니다. 자신들 유불리에 따라 국정원을 대하는 방법도 다른 정당임을 알 수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새누리당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조사에 '무단결석'을 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민변 이재화 변호사(@jhohmylaw)는 "국정원의 국정원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하자고? 범죄행위는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mett*****는 "국정원과 새누리당, 결국 국정조사에 불참. 국정원에 의한, 국정원을 위한, 국정원의 정부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증하는군요"라며 박근혜정권을 국정원정권에 비유했습니다.
"2008년 촛불집회 때 제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요. 그때 촛불에서 알게 된 건 정말 민주주의는 국민이 광장으로 나와서 투쟁하지 않으면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5년 만에 다시 촛불을 들었다. 앞으로 60년 이상은 자신이 살아갈 나라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시작으로 암흑의 독재정권이 될 것 같아 촛불을 들었다. 자기 또래가 주최하는 촛불집회가 있다는 걸 알고, 하루 전 강원도 속초에서 버스를 타고 혼자 왔다.
그는 "국정원과 국가기관이 공직선거에 개입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민주주의 후퇴"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자신이 가장 큰 수혜자니까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며 "개입을 했든 안 했든, 자기와 관련된 일"이라고 말했다.
#2. 임하빈(16·경기도 고양)
지난 대선을 앞두고 그의 아버지는 지지 후보를 위해 사람들을 설득했다. 열심이었으나 결과는 아버지가 택했던 결과와 달랐다. 그런데 이후로 이상한 소식이 들렸다.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이 단 댓글에 아버지의 설득이 물거품이 됐다고 그는 생각했다.
"4년 뒤에는 제가 투표권을 가집니다. 그때도 이렇게 되면 진짜 안되겠다 싶어 나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창피하지 않냐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국정원이 대선 개입해서 대통령이 됐는데 뻔뻔합니다. 사과해야 합니다."
마침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국회 국정조사가 파행으로 치달은 26일. 아직 사위가 훤한 오후 7시10분 경부터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 앞에 하나둘씩 촛불이 켜졌다. 20대 대학생이나 시민사회가 단체가 아니었다. 노조도 아니었다. 주인공은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 80여명이었다.
이들은 방학임에도 자신이 학생임을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교복을 입고 거리에 나섰다. 이들은 '국정원 선거 개입 규탄 민주주의 수호 청소년 시국회의'(이하 청소년 시국회의) 소속 회원들이다. 청소년 시국회의 학생들은 지난 17일 같은 자리에서 전국 474개교 중고생 817명의 이름으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한 바 있다(관련기사 보기). 시국선언에 이어 직접 촛불집회까지 연 것이다.
중고생 80여명이 촛불을 들자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200여명. 학생들이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중간에 음악이 끊겼지만 애교 섞인 웃음으로 때웠다. "잘한다!", "최고다!", 어른들은 화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국제중 부정입학에는 원칙과 신뢰를 내세우며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이 제기하는 '청와대 부정입학'에는 왜 입을 닫고 있습니까? 원칙과 신뢰는 사라진 것입니다. 윗물이 더러워 썩은 내가 나는데 아랫물이 맑기를 기대하는 심보는 뭡니까?"
학원에 있다 답답한 마음에 혼자 집회에 왔다는 김시원(18. 서울 강남)군의 발언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김군은 박 대통령을 향해 "이 자리에서 알려드린다"며 "국민들은 당신이 퍼스트레이디라 하던 그 시절의 국민이 더 이상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청산유수였다.
"국정원 직원들이 누구의 당선을 위해 각 사이트에 수많은 아이디 만들고 트위터 계정 만들어서, 근무시간에 오피스텔에 처박혀 히키코모리처럼 "홍어", 종북" 거리며 수많은 댓글을 만들어 냈습니까? 국정원 보고 '셀프개혁' 하라며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그러한 궤변을 늘어놓지 마시고 그쪽이 '셀프하야'해야 합니다."
거침이 없었다. 임하빈군은 "국정원이 댓글 놀이나하는 정치기구이냐, 경찰이 뒤치다꺼리나하는 '시다바리' 기구냐"며 "경찰이 언제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국정원의 지팡이'로 전락해버렸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정원의 말대로 박근혜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이 종북이라면 우리나라 절반은 종북"이라며 "국민 절반이 종북인 나라라니 말이 되나, 말도 안되는 소리 지껄이시고 발이나 닦고 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창 입시를 준비중인 고3 학생도 집회에 나왔다. 교사가 꿈이라는 이대희(19. 경기도 부천)군은 "오늘 제가 뛰쳐나온 이유는 이번 사태가 너무 심각해서다"라며 "박정희 때는 군인이 청와대 들어와서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지금은 국정원이 댓글 달아서 쿠데타 일으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선생님이 되면 이런 상황을 가르치고 싶지 않다"며 "박근혜가 국정원보고 '셀프개혁'을 주문한 것은 범죄자보고 스스로 반성문 쓰라고 한거나 똑같다, 개그콘서트 보다 이 사태가 더 웃기다"고 말했다.
그들이 만든 집회는 달랐다
▲ 학생들이 인기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 '황해'를 패러디해서 국정원 선거개입을 풍자하고 있다.
청소년이 만들어간 촛불집회는 달랐다. 자유발언보다 율동과 연극, 그리고 노래로 흥을 돋우었다. 대안학교인 이우고등학교의 풍물패 '악연'은 풍악을 울렸다. KBS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패러디한 연극도 인상적이었다. '새누리당', '조중동', '그네 공주'에 대항한 한 '청소년'의 위트 있는 대처가 돋보였다. 어른들이 준비한 집회보다 참신했고, 시민들은 더 큰 박수로 화답했다.
지난달 23일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경찰의 최루액을 맞은 차상우(19. 경기도 광주)군도 나왔다. 차군은 가수 조용필의 히트곡 <Bounce>를 개사한 노래를 불러 집회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참을 망설이다~ NLL 꺼내~ 귀태발언~ 문~제 삼아서~ 깽판 쳐도 될까~
당선된 순~간부~터 네 모습이~ 내 양심 울~렁이게 만들었어
you are not my pre~sident you~ make~ me~ bounce"
[보수단체 맞불 집회] "선거 무효 주장은 민주주의 파괴"
한편 보수단체인 2030청년문화포럼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본부 소속 100여 명의 회원들은 동아일보사 반대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중고등학생들로 보이는 40여 명의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손에 든 피켓으로 얼굴을 가렸다. 피켓에는 "국정원 더 이상 매도 말라, 국정원 흔들기 이젠 STOP", "종북이를 찾습니다, 북에서 김정은이 얼른 오래요", "촛불 끄고 집으로 학생은 학교로 NLL부정하는 종북이는 북으로"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 앞에 세워진 플래카드에는 촛불집회를 규탄하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댓글이 선거 부정이면, NLL포기는 나라 팔아먹은 매국행위다", "종북 세력들이 선거 부정 운운하면 지나가는 개가 웃는다", "대한민국을 김정은에게 넘겨 주잔 말인가? 선동을 멈춰라", "종북좌파들이 판을 쳐도 국가 정보원에서 댓글도 달지 말란 얘기인가, '킁킁' 개가 웃는다"고 적혀 있었다.
김재동 2030청년문화포럼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은 명백히 선거라는 합법공간으로 진출한 종북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민주당과 반정부 세력들이 '선거 개입'이라는 주장으로 본질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대표는 "촛불집회에서 '선거 무효', '국정원 해체', '박근혜 OUT' 등의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는 결국 자신들이 이겨야할 선거인데 부정선거로 인해 자기 자리를 빼앗겼다는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퇴행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또 "선거 무효를 주장하고 박근혜 정부를 부정하는 것은 국민 힘으로 발전시킨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정원 댓글' 옹호하는 2030청년문화포럼 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부근 파이낸스빌딩앞에 모인 '2030 청년문화포럼' 회원들이 도로 건너편 동아일보사앞에서 열리는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민주주의수호 청소년 시국회의' 주최 촛불문화제에 맞서는 맞불 집회를 열고 있다.
▲ '국정원 댓글' 옹호하는 2030청년문화포럼 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부근 파이낸스빌딩앞에 모인 '2030 청년문화포럼' 회원들이 도로 건너편 동아일보사앞에서 열리는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민주주의수호 청소년 시국회의' 주최 촛불문화제에 맞서는 맞불 집회를 열고 있다.
조선이 7,27 정전협정일(전승절)을 맞이하여 우리 군대와 인민, 온 민족은 반드시 조국통일의 새 아침을 앞당겨 오고야말 것이며 7. 27전승을 경축하며 영원토록 민족의 영광을 떨쳐갈 것“이라며 조국통일 의지를 분명히 해 주목된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기관지인 우리민족끼리는 27일 ‘백두의 선군영장을 받들어 조국통일성업의 최후승리를 앞당겨나가자’라는 사설을 통해 “역사적인 2013년 3월전원회의 정신을 받들고 산악같이 떨쳐 일어나 반미전면대결전과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에서 세상을 놀래는 기적과 위훈을 창조해나가고 있는 우리 군대와 인민은 지금 승리자의 커다란 긍지와 자부심을 안고 위대한 조국해방전쟁승리 60돐을 성대하게 경축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950년 한국전쟁 발발과 과정을 말하고 “공화국의 전체 군민은 백전백승의 강철의 영장이시며 탁월한 군사 전략가이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현명한 영도 밑에 무비의 용감성과 대중적 영웅주의, 불굴의 투지와 기개를 남김없이 발휘하여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영예롭게 수호하였으며 침략자 미제에게 수치스러운 참패를 안기였다.”며 승리한 전쟁으로 규정했다.
이신문은 “어버이수령님에 의해 마련된 백승의 역사와 전통은 불세출의 선군태양이신 위대한 김정일 동지에 이어 천출명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에 의하여 빛나게 계승되고 있다.”며 “위대한 대원수님들 그대로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역사의 교훈을 잊고 이 땅위에 또다시 침략전쟁의 불 구름을 몰아오려는 미제와의 전면대결전을 연전연승에로 이끌고 계신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민족의 태양으로 높이 모시여 반미전면대결전의 최후승리자는 우리 민족이며 조국통일위업완성은 확정적이라는 것이 온 겨레의 드팀없는 신념이고 의지”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오늘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 앞에는 백두의 선군령장을 받들어 미제와의 전면대결전에서 영웅조선의 기상을 다시 한 번 온 세상에 과시하고 조국통일성업의 최후승리를 하루빨리 실현하여야 할 역사적 과업이 나서고 있다.”며 “우리는 위대한 대원수님들께서 조국통일성업에 쌓아올리신 불멸의 업적을 견결히 옹호고수하고 빛내나가며 절세위인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민족최대의 숙원인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반드시 실현하여야 합니다.”라는 김정은 원수의 어록을 실었다.
또한 “지금 우리 민족 앞에는 또다시 외세에 의해 이 땅우에 전쟁의 포성이 울리는가 아니면 겨레의 단합된 힘으로 내외호전세력의 전쟁책동을 짓 부시고 평화와 조국통일을 이룩하는가 하는 문제가 심각하게 나서고 있다.”고 우려하고 “미제와 남조선호전세력은 지난 세기 50년대 대참패의 교훈을 망각하고 이 땅우에 또다시 핵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려고 발악적으로 책동하고 있다.”며 한미당국이 북침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는 것에 유의했다.
이어 “반미대결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오늘 우리 겨레는 그 어느 때보다도 민족의 자주권수호의 보검인 선군의 기치를 더 높이 들어야 한다.”면서 “힘의 논리에 매달리는 미국의 침략정책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따라서 남조선에 대한 미제의 강권적 지배와 조국통일과 우리 민족문제에 대한 외세의 간섭을 끝장낼 수 있는 가장 위력하고 결정적인 힘은 선군”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조국해방전쟁을 비롯하여 근 70년에 걸친 반미 대결사는 선군이야말로 제국주의강적과의 대결에서 우리 민족이 자주권을 수호하고 존엄을 떨치게 하는 위력한 보검이라는 것을 실천으로 확증하였다.”며 “선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온 겨레가 하나로 굳게 단합하여 나가는 길에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와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을 앞당기는 길이 있다. 남조선과 해외동포들은 민족의 존엄과 평화, 조국의 통일과 번영이 절세위인들이 펼치시는 선군정치에 의해 담보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공화국의 선군정치를 적극 지지하고 옹호해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온 겨레의 염원인 조국통일을 하루빨리 이룩하기 위해서는 북과 남사이의 불신과 대결을 해소해야 한다.”며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부의 6.15, 10.4 정상 공동선언 불이행과 반북 적대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남조선당국은 저들의 당파적 이익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 아니라 민족공동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위한 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 사설은 “미제와 남조선호전세력의 무분별한 핵전쟁소동을 단호히 짓부셔버리는것은 오늘 온 겨레앞에 나서는 절박한 과제”라고 지적하고 “미제의 대조선 정책은 한마디로 말하여 적대시정책이며 북침전쟁정책이다. 지금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남조선호전세력은 북침전쟁책동을 계단식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조선반도에는 언제 핵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정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과 남조선호전세력은 말로는 그 무슨 《평화》와 《안정》에 대해 떠들지만 실지 행동에 있어서는 전쟁의 불집을 터뜨리기 위한 도발책동에 광분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사설은 “만일 미국과 남조선호전세력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감히 조선반도에서 새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지른다면 지난 세기 50년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대참패의 쓴맛을 보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도발의 6월 뒤에는 우리 민족의 승리의 7월이 있다. 그것은 역사에 의해 확증되고 현실이 보여주는 진리”라고 거듭 주장했다.
특히 “백두의 선군영장을 높이 모시고 있고 백전백승의 선군의 기치가 세차게 휘날리고 있으며 백두산위인들을 받들어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을 이룩하려는 온 겨레의 의지가 뜨겁게 굽이치기에 민족자주위업의 최후승리는 확정적”이라고 자신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절세의 애국자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를 받들어 주체사상의 기치, 자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아가는 우리 군대와 인민, 온 민족은 반드시 조국통일의 새 아침을 앞당겨 오고야말 것이며 7. 27전승을 경축하며 영원토록 민족의 영광을 떨쳐갈 것”이라고 마무리 지었다.
한편 조선은 전승절(정전협졍일)을 맞이하여 대규모 군사 열병식을 가질 것으로 예상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개성공단 남북 실무회담이 여섯 번째만에 사실상 결렬됐다. 사진은 6차 실무회담 오전회의 장면. [통일뉴스 자료사진]
개성공단 남북 실무회담이 여섯 번째 만에 사실상 결렬됐다. 남북이 서로 '사실상', '위기'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서로의 입장만 주장한 채 향후 회담날짜도 잡지 못해 결렬된 것이나 다름없다.
여섯 번째 회담인 지난 25일 오후 종결회의 직후, 남북은 지난 회담과 달리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박철수 북측 단장은 회담 종료 직후, 남측 공동취재단 기자실로 찾아와,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결렬위기다. 남축과 개성공업지구협력 사업이 파탄되게 된다면, 공업지구 군사분계선 지역을 우리 군대가 다시 차지하게 될 것이며 서해 육로도 영영 막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기자실을 나서면서, 남측 대표단을 향해 "백수건달들이다"라고 힐난했다.
이어 남측도 즉시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 "개성공단 존폐가 심각한 기로에 선 것으로 판단한다"며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열어뒀다.
남북, 개성공단 가동중단 원인 두고 대립
개성공단 남북 실무회담이 결렬은 가동중단 재발방지를 두고 남북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남북이 각기 공개한 합의서 초안에서 남측은 '북측은 앞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공단의 정상적 가동을 저해하는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과 같은 일방적 조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북측은 4차 실무회담 기본발언에서 "공업지구중단사태의 책임문제를 놓고 서로 견해를 달리 하고 있다"며 "남측이 우리의 존엄을 자극하고 공업지구를 위협하는 무모한 행위를 공공연히 감행함으로써 오늘의 불미스러운 사태를 몰아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서 초안과 수정안에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행위 중단'을 명시했다.
즉, 남북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핵심 사안인 재발방지를 두고 남측은 북측의 근로자 철수를 방지해야 하다는 점을, 북측은 남측이 '최고존엄 모독' 등이 근로자 철수의 원인이었으므로 저해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 가동중단 원인을 두고 입씨름을 벌인 것이다.
▲ 박철수 북측 단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결렬 위기'라고 말했다. 박 단장이 기자회견 이후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결국 개성공단 실무회담 결렬은 가동중단 원인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차이 때문에 발생했다.
물론, 북측은 6차 실무회담 합의서 재수정안에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행위 중단'이라는 문구를 삭제했지만, 남측은 이날 오후회의에서는 기존 안을 다시 제기했으며, 입장에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합의서를 열 번을 낸들 말만 바꿔서 내는 건 의미가 없다. 재발방지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며 "주먹을 휘둘렀으면 다시 주먹을 휘두르지 않겠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자기들 기분을 나쁘게 했으니 또 기분 나쁘게 하면 주먹을 휘두를 수 있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북측이 회담에서 시종일관 남측 언론의 보도내용을 내밀며 남측의 태도가 가동중단의 원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두고도, 북측은 3차 실무회담에서 "가장 신성시해야 할 북남수뇌상봉담화록을 내부의 정략적 목적을 위해 전면공개하면서 그를 완전히 백지화하고 험악하게 모욕하였다"며 "초보적인 신뢰라도 쌓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철수 북측 단장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쌍방이 재발방지를 담보할 데 대한 문제를 주동적으로 제기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업지구를 정상운영하며 그에 저해되는 일을 일체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합의서 초안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담전진을 위해 남측의 의견도 충분히 고려하였으며 차이점은 뒤로 미루고 공통점을 찾는 방향에서 진지한 협의도 진행하였다"고 회담 결렬 책임이 남측에 있음을 주장했다.
결국 남북은 개성공단 가동중단 원인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남북, 개성공단 정상화 및 국제화 방안 주고받아..미묘한 차이 존재
남북이 개성공단 가동중단 재발방지라는 핵심 사안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개성공단 정상운영을 위한 기구설치와 국제화 방안에는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3차 실무회담 합의서 초안에서 제기한 '개성공업지구 공동위원회' 설치를 남측이 받아들였다.
'개성공업지구 공동위원회'는 지난 2007년 11월 10.4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총리회담 합의에 제시된 '개성공업지구 분과위원회'로 북측은 공동위원장과 남북 동수의 인원으로 구성할 것을 제의했다.
하지만 북측이 제안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복구 및 가동에 대해, 남측은 동의하지 않았다.
▲ 박철수 북측 단장이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열자, 남측 관계자와 북측 관계자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 개성공단 외에 남북간 경제를 논의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아니냐"며 "협의사무소 설치 제안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남측이 공동위원회 설치를 받아들인 것과 함께, 북측은 남측이 제기한 개성공단 국제화 방안을 받아들였다.
북측은 합의서 재수정안 3조에서 △외국기업 유치 장려(1항), △노무,세무,임금,보험,관리운영 등 관련제도 국제적 수준 발전(2항), △제3국 수출시 특혜관세 인정(3항)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남측이 제시한 것을 북측이 받아들인 것이다. 국제화 부분에는 서로 이견이 없었다"며 "국제화가 되려면 임금이나 세금 등도 당연히 국제수준에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북측이 국제화의 조건으로 '특혜 철회'를 든 것에 대해 당국자는 "잘 나가다 이상한 소리를 한 것"이라며 "특혜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북측은 토지를 제공했지만 기반시설은 남측이 제공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이를 반영한 듯, 북측은 합의서 초안, 수정안과 달리 재수정안에는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또한 남북은 통행.통신.통관, 이른바 '3통 문제'에도 의견을 접근했다.
북측은 합의서 재수정안에서 '인터넷 통신, 이동전화 원만한 통신보장', '통관절차 간소화 및 통관시간 단축' 등을 담았다.
그러나 남측은 3통 문제는 이미 2009년 세 차례 열린 개성공단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에서 제기되고, 2010년 3통문제 해결 남북 실무접촉, 남북군사 실무회담 등에서 논의된 것의 연장선이기에 북측의 제안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북측은 합의서 서명 즉시 개성공단 가동을 제시했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서명을 했다고 개성공단을 바로 운영할 수는 없다. 준비기간도 필요하지 않느냐"고 이견을 보였다.
즉, 양측은 개성공단 정상화와 국제화 방안과 관련해 큰 틀에서 합의점을 찾았지만, 결국 개성공단 가동중단 재발방지라는 근본 문제에서 막혀 회담 결렬 상황에 이른 것이다.
남북 실무회담 결렬..개성공단 폐쇄 수순 농후
남북이 가동중단 재발방지에 대해 한치의 양보도 없는 가운데, 개성공단이 폐쇄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철수 북측 단장은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남측의 처사를 공업지구 정상화를 끝끝내 가로막고 나아가서 공업지구를 완전폐쇄시키려는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음모"라며 "우리는 6.15의 산물인 공업지구를 소중히 여기고 그의 정상화를 바라지만 결코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남측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다"며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문제될 것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이 성명을 발표, "중대한 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통일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북한이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를 반영하듯, 김기웅 수석대표는 "섬유봉제업체 같은 경우에 내년 봄여름 상품 주문을 8월 중에 받는데 재가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제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해 공단 철수 불가피론을 폈다.
물론, 남북은 '결렬 위기', '사실상 결렬'이라는 단어를 쓰며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기웅 수석대표도 "북측도 결렬이나 폐쇄는 쓰고 있지 않는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측은 4차 실무회담 기본발언에서 "무엇보다 쌍방이 다같이 개성공업지구가 재가동되고 정상화되여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또한 어떤 경우에도 공업지구 중단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면 안 된다는데 공감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남북은 향후 회담 날짜를 잡지 않은 채, 서로가 입장이 진전되면 판문점 채널을 통해 연락하라고 핑퐁게임을 벌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가 변할테니까 너네도 변해라고 말할 수 없다. 당신이나 나나 변해온 걸 전제로 하는 회담은 없다"며 양보 가능성을 일축했다.
즉, 남측이 '북측이 통행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과 같은 일방적 조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하라'는 것과 북측이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하며 그에 저해되는 일을 일체 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양보할 가능성이 적어, 결국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가운데, 7.27 전승절과 오는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 군사연습이 이어져 있어, 회담 결렬과 개성공단 폐쇄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씨 뿌리는 사람은 백 배, 쉰 배, 서른 배의 결실을 원하면서 씨를 뿌립니다. 듣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서 뿌린 씨가 날아가 버리는 것도 되고, 열매 없는 쭉정이가 되기도 하고 또 더러는 밀을 뿌렸는데 가라지만 잔득 나와 있기도 합니다. 정치인들의 동문서답만이 아니라 공동생활의 대화 모습도 그러합니다.
씨 뿌리는 사람은 돌밭인지 가시덤불인지 잘 보고 뿌려야 합니다. 들을 귀가 없는 사람에게 우이독경(牛耳讀經)하고서 남을 책망하면 뭐하겠습니까? ‘진주를 돼지에게 주지 말라’ 했습니다. 말하는 이는 의도가 잘 전해져야 할 것이고, 듣는 이는 말하고 있는 의도와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아듣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느 누가 제안하고 만든 자리건 그 결과는 공동체 모두의 공유물이 되기 때문에 바로 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백 배, 쉰 배, 최소 서른 배의 결실을 거둘 수 있게 협력하고 배려하고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공동체에서의 대화는 대체적으로 세 가지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는 유머나 한담으로, 잡학잡담에 해당할 것입니다. 둘째는 지나간 일에 대한 정돈의 문제로 오해를 풀고 화해하려는 자리이고, 셋째는 ‘문제를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대책을 구하고려는 자리입니다.
첫 번째의 한담이나 유머는 공동생활의 즐거움과 윤활유같은 기능도 하는 반면에, 백과사전처럼 늘 쏟아놓는 말을 들어주어야 하는 피곤함이 있고, 종종은 말꼬리 이어 잡기로 다툼을 만들기도 합니다. 중용을 지킬 일입니다.
두 번째 경우에서 말하는 이는, 자기 느낌이나 감정을 솔직하면서도 예의를 갖추어 말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자기 표현방식을 고칠 필요도 있습니다. “내 말하는 스타일 본래 이런 거 다 알잖아!” 그러면 못씁니다. 한국 사람은 내용이 옳고 그름보다 누가 어떤 태도로 말하느냐가 중요하단 걸 알아야 합니다.
반면에 말을 듣는 이는 말하는 이의 스타일이나 태도보다는 내용이 본질이라 생각하고 들어주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 그 소리야? 난 네 말에는 믿음이 안가!” 하면 너무 곤란합니다. 대화 방법이 서투른 사람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소 논리성이 없고 횡성수설 하는형이라면 “그러니까 이런 말인가?” 확인해 주는 것도 좋겠지요. 하고 싶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잘 들어주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자신과 관련된 문제로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즉답보다는 계속 듣고 이해해 주는데 더 치중해야 합니다. 대화는 절제가 중요합니다. 침묵도 대화니까요. 문제가 발생된 당시 자신의 이해 상태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해준다면 서로 이해와 공감이 넓어지고 감정은 눈 녹듯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서로 더 깊고 돈독한 관계를 만들 것입니다.
공동체 대화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문제는 대화의 자리가 더 큰 다툼을 만드는 일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대화를 하는 건데 최악의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안될 일입니다. 어느 쪽이 먼저건 화해하려고 대화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옳고 그름을 확보하려고 하면 정의를 얻기 전에 먼저 사람을 잃게 됩니다.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영화 <도둑들>의 한 장면.
중요한 것! ‘용서하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서양인에 비해서 동양인은 ‘용서해 달라’는 말에 인색합니다. 굴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 부족함을 표현하는 것은 덕목이지 굴욕이나 비겁이 결코 아닙니다. ‘미안하다. 용서해라, 죄송하다. 사과한다’는 표현이 많은 공동체는 그만큼 성숙하고 건강한 공동체라고 생각됩니다.
세 번째, 어떻게 할까? 를 위한 대화의 경우가 중요한데요. 말하는 이나 듣는 이나 마을을 위한 마음으로 좋은 방법을 궁리하는 대화이니 자유롭게 생각을 말해서 좋은 상상이나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그러나 생각난다고 해서 검토되지도 평가되지도 않은 것을 만점답안지 보여주듯 마구 질러대서는 곤란하겠지요.
그 와중에도 나쁜 버릇은 문제점을 보완 극복하고자 대안을 구하는 대화인데 대안은 없고 문제와 관련된 과거사만 계속 화제로 삼는 경우입니다. 말하는 사람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대안을 찾고자 하는데 잘못된 과거 얘기만 하고 있다면 질책의 자리처럼 느껴지고 그건 진짜 곤란스럽고 낭패입니다. 번지수가 틀린 것이죠. 콩을 심은 사람은 백 배 쉰 배의 수확을 원하는데 콩은 나오지 않고 팥만 자라나는 꼴이니까요. 역시 어리석은 대화입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대화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외국공동체보다 더 힘들게 사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가 없던 시대에는 가정에서 마을에서 어른들에게 야단맞고 혼나면서 말버릇과 예의와 품행의 방정을 배웠는데 전국민의 고학력 시대인데도 참 거시기 합니다.
요즘 그는 한 남자에게 푹 빠져 있다. 스페인에 있는 인구 2700명의 작은 도시 마리날레다의 시장 산체스 고르디요가 그 주인공이다.
세계 금융 위기의 여파로 시작된 재정 위기는 '관광 대국' 스페인의 시민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실업률이 30퍼센트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심지어 생계를 잇기도 어려운 이들까지 늘었다. 하지만 고르디요가 1979년부터 34년째 시장으로 재직 중인 마리날레다와 그의 시민만큼은 이런 고통을 피했다.
기적은 이렇게 시작됐다. 애초 스페인은 일부 특권층과 가톨릭교회가 대지주 행세를 하면서 광활한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 고르디요는 시장의 신분으로 시민과 함께 그렇게 대지주들이 소유한 지역의 땅을 불법으로 점유하는 투쟁을 12년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열두 번이나 감옥 생활을 했지만, 그는 굴복하지 않았다. 4년마다 선거에서 시민은 절대 지지를 보냈다.
고르디요와 마리날레다 시민의 싸움이 전국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스페인 정부는 결국 이들이 불법 점유한 땅을 정부가 주도해 공유지로 전환했다. 고르디요와 마리날레다 시민은 이 공유지에 집도 짓고, 농장도 만들었다. 이 집은 자식에게 상속할 수는 있지만 소유할 수는 없다. 공동 농장의 이익은 개인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미래를 위해서 재투자한다.
이곳에는 경찰도 없다. 고르디요와 마리날레다 주민은 시 소속의 마지막 경찰이 정년퇴직하자, 치안 조직을 자체적으로 꾸리고 경찰 예산을 학교를 짓고 거리를 정비하는 데로 돌렸다.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레드 선데이(Red Sunday, 붉은 일요일)'에는 마을 주민이 울력해 노인의 집을 수리하거나, 도로 정비 등 마을의 대소사를 해결한다.
스페인 정부 입장에서는 주류 질서와 선을 긋는 마리날레다가 눈엣가시다. 하지만 함부로 건들지 못한다. 이 마리날레다와 고르디요의 실험에 스페인 전국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탓이다. 심지어 마리날레다 시는 중앙 정부로부터 10퍼센트의 재정 지원도 받는다. 자본주의의 틈바구니 속에서 새로운 실험이 진행 중인 것이다.
"얼마나 흥미롭습니까? 새로운 정치, 새로운 질서는 바로 이런 상상력에 기반을 둔 행동에서 시작합니다."
지난 10일 출범한 녹색전환연구소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프레시안협동조합 고문)은 고르디요와 마리날레다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녹색전환연구소가 바로 이런 국내외 곳곳에서 진행 중인 상상력에 기반을 둔 실험을 갈무리해서 소개하고 또 구체화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지난 4·11 총선에서 처음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 녹색당과 불가분의 관계다. 비록 녹색당은 득표율 2퍼센트를 얻는 데 실패해 등록 취소되었고, 당명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때 모인 당원은 여전히 '녹색당 더하기(녹색당+)'로 활동 중이다. 총선에서 녹색당을 지지한 10만3811명의 지지자도 소중한 자산이다.
녹색전환연구소는 비로 이런 10만3811명의 녹색 전환의 열망을 담아서 녹색당 언저리에 모인 이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연구 기관이다. 김종철 발행인이 이사장을, 이상헌 한신대학교 교수가 소장을 맡았다. 현재 녹색전환연구소는 회원과 후원자를 모집 중이다. (문의 : 02-737-1711)
1991년 <녹색평론>을 시작하며 한국 사회에 녹색의 씨앗을 뿌린 김종철 발행인으로서는 22년 만에 새로운 실험을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등 떠밀리듯이 맡은 자리"라며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치던 김종철 이사장에게 녹색전환연구소의 비전을 물었다.
▲ 김종철 녹색전환연구소 이사장(<녹색평론> 발행인). ⓒ프레시안(최형락)
삼성경제연구소에 대적하는 녹색 싱크탱크
프레시안 : 먼저 녹색전환연구소 이사장으로 취임한 걸 축하합니다. 김종철 선생님께서는 수년 전부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삼성경제연구소에 대적하는 녹색 싱크탱크의 필요성을 강조했었죠. 이번 녹색전환연구소의 창립은 그런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이라고 봐도 될까요?
김종철 : 먼저 확실히 해 둬야 할 게 있습니다. 제가 이사장직을 맡기는 했습니다만, 녹색전환연구소는 한국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고민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연구소는 방금 출범선언을 했을 뿐이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어떻게 할지 더 토론하고 의논해봐야 합니다. 그러니 오늘 제 얘기는 합의된 공식 의견이 아니라 아직은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프레시안 : 녹색전환연구소는 애초 녹색당의 부설 연구 기관으로 기획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종철 : 녹색당에서 시작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녹색전환연구소를 녹색당 부설 연구소라고 못 박을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잘 되었다 싶어요. 앞으로도 녹색당과는 긴밀한 제휴 관계를 유지하되, 열려 있는 연구소로서의 위상을 정립했으면 합니다. 다시 말해서, 녹색전환연구소에서 나온 좋은 아이디어나 정책은 비단 녹색당뿐만 아니라 다른 정당에서 활용해도 좋다는 거죠. 누가 주체가 되든지 우리 사회를 좀 더 녹색적인 사회로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니까요.
사실 저는 녹색당만큼이나 녹색전환연구소의 역할은 앞으로 굉장히 중요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조금 전에 삼성경제연구소 얘기도 나왔지만, 지금 대기업이나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는 소위 엘리트 싱크탱크들은 전부 기득권층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논리를 밤낮 없이 생산해 내고 있죠. 거기다가 근본적으로 낡은 성장 담론에 붙들려 있는 반생태주의자들입니다. 완전히 시대착오적이죠. 이런 성장 지향 논리, 사상, 신념으로는 지금 인류 사회 전체가 직면한 환경 위기와 자원 고갈, 경제 공황, 민주주의의 위기는 물론이고, 빈부 격차나 고용 문제, 복지 및 교육 문제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안을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녹색전환연구소가 만들어진 이유는 바로 이런 흐름에 대항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우리가 역사적으로 어떤 상황, 어떤 시대에 처해 있는지 정확히 읽고, 지금까지 세계와 우리의 삶을 망가뜨려온 구태의연한 성장 논리로는 절대로 대처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굉장히 다급한 시대적 과제입니다.
지금 녹색전환연구소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아무 힘도 없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두 예민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비록 미약한 힘이지만 함께 지혜를 모우고 궁리를 하다보면 길이 열릴 것이라는 믿음으로 연구소를 결성한 것이죠. 우선 국내외에 걸쳐 광범위하게 좋은 자료와 아이디어를 수집, 분석, 정리, 공유하는 정보 자료 센터를 목표로 하여 집중하다 보면, 차차 자리가 잡히면서 활동 내용이 보다 풍부하고 넓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 정보 자료 센터, 너무 소박한 목표 아닌가요?
김종철 : 솔직히 말하면, 현실적인 목표죠. 현재 녹색전환연구소의 물질적 기반은 아무것도 없어요. 아직 사무실도 없고, 상근자도 없습니다. 이런 형편에, 예를 들어, 박사 학위 소지자를 몇 백 명씩이나 확보하고 있다는 삼성경제연구소 따위를 모방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습니다. 우리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야죠. 그러니까 우선 인터넷 같은 것을 최대한 활용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연구하거나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수집·축적하면서 일반 시민들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는 거죠.
그리고 정보 자료 센터로서 제대로 기능을 한다면, 그 힘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시민들이 믿고 의지한 것은 도쿄전력이나 정부가 아니었습니다. 학계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저명한 시민과학자 다카기 진자부로 선생이 생전에 대학 교수를 그만두고 독립적으로 만들었던 '원자력자료정보실'이었습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물론 핵 발전의 문제만 다루는 곳은 아니지만, 녹색 사회로의 전환을 꿈꾸고 기대하는 시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기관으로서도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될 겁니다.
프레시안 : 그간 20년 넘게 <녹색평론>이 해온 역할을 확대하는 걸로 봐도 될까요?
김종철 : 두 달에 한 번씩 <녹색평론>을 내긴 했지만, 한계가 명백했지요. 격월간지라는 공간이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은 매우 제한적이었죠. 개인적으로 제가 접하는 중요한 자료의 10분의 1도 소화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늘 있었습니다.
잡지 발간과 연구소의 일은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앞으로 녹색전환연구소 덕분에 <녹색평론>을 통해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녹색당의 싱크탱크인 하인리히 뵐 재단이나 부퍼탈연구소 등 외국의 중요한 연구 기관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연대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원래 녹색의 논리와 가치는 국제주의적인 것입니다. 어떤 한 나라에 한정된 게 아니죠.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하고 있는 실천, 논리, 방법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지금은 모든 문제가 다 그렇지만, 특히 생태 환경 위기와 경제 위기는 일국 차원에서 절대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세계 전역의 양심적인 인간들이 활발히 대화를 하면서 지혜를 모아야죠. 보세요. 세계를 이 지경이 되도록 망쳐놓은 장본인인 소위 엘리트들, 기득권자들은 국경을 맘대로 넘나들며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온갖 책략을 꾸며내고 있잖아요. 거기에 맞서서 세계의 풀뿌리 시민들이 어떤 형태든 대항할 수단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안철수의 '내일'은 낡았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녹색전환연구소는 아무래도 녹색당에서 최초로 발의한 연구 기관이니, 기존 정당 부설 연구 기관도 의식했을 듯합니다.
김종철 : 하기는 본때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기성 거대 정당들, 예컨대 새누리당의 여의도연구소나 민주당의 민주정책연구원은 막대한 국가 보조금으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그 연구 기관들이 뭘 하는지 모르겠어요. 여의도연구소는 수구 세력의 영구집권을 노리고 뭔가 끊임없이 책략을 꾸미고 있을 텐데, 한심한 것은 거기에 대항해야 할 민주정책연구원입니다. 제가 늘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민주당이 꼭 선거 때 임박해서 정책과 공약을 개발한다고 부산을 떠는데, 평소에 그 연구소에서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하는 거예요. 말이 정당 부설 연구소이지, 정치 건달들 집결처가 아닌가 싶어요.
녹색당은 현실적으로 미약한 존재이고 또 녹색전환연구소는 이제 갓 출범했지만, 정당의 싱크탱크라는 게 어떤 것인지 제대로 된 모델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기존 거대 정당, 거대 연구소를 부끄럽게 만들고 싶어요.
프레시안 : 공교롭게도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내일'과 활동 개시 시점이 겹칩니다. 또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그곳 이사장이라서 어쩐지 비교를 하게 되는데요. (웃음)
김종철 : 안철수 의원은 아직 정당도 없잖아요. (웃음) 녹색전환연구소가 '내일'이라는 연구소와 비교가 된다면, 경쟁을 제대로 한번 해봐도 좋겠네요. 그러나 저는 '내일'이라는 연구소가 표방하는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이념이 새로운 사회에 적합한 사상과 비전이 될 수 있는지 큰 의문입니다. 하기는 그분들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다면, 우리가 녹색당도, 녹색전환연구소도 만들지 않았겠죠.
제가 보기에,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것은 '새로운 정치'를 열기에는 너무 낡은 이념입니다. 왜냐하면 그 이념은 기본적으로 산업 경제가 확대·팽창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성립된 정치사상인데, 이제 앞으로는 더 이상 그런 시대는 오지 않거든요. '새로운 정치'를 지향한다면서 시대의 흐름이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다가올 미래를 현재의 단순한 연장으로만 이해하고, 구태의연한 문법에 매달려 있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워요.
정말로 새로운 정치를 염두에 둔다면, 최소한 탈성장 시대에 걸맞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어떤 것일지,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한 것일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진보적 정치 세력이 대체로 생각하는 게 북유럽 모델의 복지 국가 체제인데, 그 복지 국가 모델도 결국은 계속적인 경제 성장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모델이지 지금 당장 좋아 보인다고 덮어놓고 선망하거나 모방할 수 있는 모델은 결코 아니죠.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지구 온난화가 초래할 기후 변화, 자원 고갈, 환경오염, 에너지 위기, 핵발전소 사고 등으로 세계의 산업 경제 시스템은 지금 근원에서부터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실에 눈을 감은 채, 인류 역사에서 아주 특수한 시기였던 19~20세기 동안의 번성했던 경제 성장 시대가 앞으로도 무한정 계속될 것이라는 막연한 전제 위에서 무슨 무슨 정치를 논하고 있는 모습은 적어도 제 눈에는 너무도 한가로워 보입니다.
바닥 드러낸 민주당-진보 정당
프레시안 :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겪고도 국내에서는 기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찾아보긴 어렵습니다. 물론 외국의 형편도 그다지 좋지는 않습니다만.
김종철 : 1997년 외환 위기 때도 김대중 정부는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깊게 이해를 하지 못했어요. 그러면서 그냥 IMF가 시키는 대로 알짜배기 공기업과 은행을 외국 자본에 매각하면서 겨우 그 위기를 헤쳐 왔어요. 지금으로서는 통탄할 노릇이지만, 어쨌든 당시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햇볕 정책을 써서 남북 관계를 화해·협력의 관계로 전환시키는 데에 실질적인 성과를 낸 것은 큰 역사적인 업적이죠.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은 노무현 정부였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시행착오를 보고 나서 출범했는데도, 별로 배우지 못했던 것 같아요. 남북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일에도 별로 열의를 보이지 않다가 임기 마지막에 실효도 없는 남북 정상 회담을 했을 뿐이죠. 경제 정책에서는 김대중 정부보다 한 술 더 떠서 미국식 시장원리주의 논리를 적극 받아들였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결정적인 패착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었습니다. 진보적 경제학자들까지 그렇게 반대했지만, 그냥 밀어붙였죠. 보수 진영에서는 처음에 믿지 않았다고 하잖아요. 자기들이 할 만한 일을 대신해 주니까 너무 뜻밖이었죠. 비정규직이 확산되는 결과를 나은 노동 정책도 중요한 과오였지요. 선의에서 시작한 일이었겠지만, 정책이 미칠 파장에 대해서 사전에 주도면밀한 종합적 계산이 없었던 거죠.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 파산 사태가 바로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가 '금융 허브'니 서비스 중심의 세계화니 하면서 미국과 시장 통합을 추진한 것을 되돌아보면, 어떻게 그 정도로 세계 경제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몰랐을까 지금 생각해도 개탄스럽습니다. 이미 국내외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조만간 '거품이 터질 것'이라고 계속 경고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도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요.
그런 실패들이 수구 세력이 재집권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진보 세력이 대중의 신망을 잃는 사태를 불러온 거죠. 수구 보수 정권들은 아무리 잘못해도, 원래 그러려니 쉽게 넘어가면서도, 진보 세력의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는 일반 대중이 용서를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인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여전히 그런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은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이 보인 모습은 그 증거겠죠.
김종철 :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내세웠던 게 '경제 민주화'입니다. 그런데 정작 경제 민주화가 무엇인지 명확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어요. 재벌 기업의 계열사 간의 순환 출자를 금지하고, 하청 업체를 좀 더 인간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정도는 새누리당도 얘기하는 거였거든요. 물론 선거 후에는 흐지부지되고 있지만.
비록 민주당이 원래 뿌리가 보수적인 정파라고 하지만, 어쨌든 현실에서는 야당이고, 집권세력에 대적해서 권력을 쟁취하겠다면, 좀 더 근본적인 개혁 방안을 내놓아야죠. 하기는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정의당(정의당) 등, 진보 정당들도 무엇 때문인지 소심하긴 마찬가지였죠. 훨씬 더 급진적인 얘기를 했어야죠.
진보 정당이라면 당장 권력을 잡을 전망은 없더라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선거 기간 동안에 국민들이 현재 상황에서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그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한 설명을 했어야죠. 그게 민주 사회에서 선거가 가진 중요한 의의의 하나인데도, 뭘 조심한다고 그러는지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잖아요.
지난 대선을 보면서, 민주당이나 진보 정당의 실력에 심각한 회의를 가지게 됐어요. 이들은 지금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문명사회가 어느 단계에 와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혀 이해도 없고, 관심도 없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늘 낡은 레코드만 반복해서 틀면서, 기껏해야 재벌 기업이 노동조합 결성을 허용해야 한다는 둥, 소극적인 발언이나 하고 있는 거죠.
물론 지금 녹색당이나 녹색전환연구소가 이 모든 질문에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실력이 된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과 아예 그 인식도 없다는 것은 천양지차입니다.
후쿠시마+3, 망해가는 일본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할 때의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 바로 일본인 것 같아요. 21일 참의원 선거 결과도 참담합니다.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동아시아의 문제아' 아베 신조 정권이 최소한 3년간의 장기 집권의 길이 열렸습니다.
김종철 : 제 생각으로는 이대로 가면 일본은 조만간 망합니다. 후쿠시마 사태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몇 백 년이 지나더라도 수습되지 않을 것입니다. 방사성 물질이라는 게 보이지 않고, 또 지금 당장 피해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서 그렇지 몇 백 년 이상 방사성 물질이 계속 이대로 나오면, 일본 영토 전부와 해안은 전부 방사성 물질로 오염되어 인간의 거주가 불가능합니다. 지금도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 기업이나 외교관들은 도쿄를 떠나서 간사이(關西)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하잖아요.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 될 겁니다.
이 상황에서 일본의 보통 사람들의 기분이 어떻겠어요?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해서 모르는 게 아니잖아요. 대다수는 마음속으로 굉장한 불안과 우울 속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실에 대해서 정상적이고 건전한 사회라면, 정치가 책임을 지고, 그동안의 에너지 정책을 비롯해서 사회 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향 전환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되는데, 지금 일본 정치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죠. 질 낮은 정치가 가장 흔하게 쓰는 수법, 즉 대외적 적대감을 부추김으로써 국민의 불만을 그쪽으로 분출시키면서 파시즘 체제를 강화하려고 하잖아요.
일본이 저렇게 가면 결국 동아시아 전체가 괴로워지고, 희망이 없습니다. 생각할수록 걱정입니다. 일본이 저 못난 짓을 계속해서 얻으려는 게 무엇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저런다고 한국과 전쟁을 할 수 있는 것도, 중국과 전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결국 끊임없는 영토 분쟁, 역사의 기억을 둘러싼 전쟁을 하면서 군비 경쟁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이익을 보는 것은 누굽니까? 일본 국민들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레시안 : 일본에서는 전 국민의 20퍼센트 정도인 2200만 명 정도가 생활협동조합 조합원입니다. 그들의 가족까지 염두에 두면 1억2000만 명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생활협동조합 네트워크에 포함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왜 풀뿌리 생활협동조합이 저런 현실을 바꾸지 못할까요?
김종철 : 저도 예전에는 산업 사회는 망해도 일본 민중은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죠. 바로 일본이 세계 최대의 생활협동조합 국가라는 점 때문예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면, 일본의 생활협동조합 운동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생활협동조합 운동이 정치를 외면하고 자기만의 독자적인 공간 속에 갇혀왔고, 그 결과가 지금과 같은 군국주의적 세력의 재등장을 허용하는 사태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
후쿠시마 사고 후에 일본에서도 녹색당이 결성되었습니다. 그런데 고작 지식인 몇 명만으로 구성된 결사체일 뿐입니다. 후쿠시마 사고라는 미증유의 재난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민들이 기성 정치 시스템에 대항하기 위한 정치세력을 형성해야 한다는 자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죠.
그래서 일본을 자극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에서 녹색당 실험이 성공해야 할 것 같아요. 한일 양국의 녹색 세력이 더욱 활발히 연대해야 하고요. 사실 지금 일본 사람들이 동해안의 한국 핵 벨트에 제일 민감합니다. 만약 동해안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 일본이 직격탄을 받게 돼 있으니까요.
프레시안 : 마치 중국 산둥 반도의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정작 중국 본토보다 한국의 수도권이 초토화될 가능성이 큰 것과 비슷하군요.
김종철 : 그렇죠. 그러니까 녹색당이나 녹색전환연구소의 활동은 한국만의 녹색 전환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에 걸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봐야죠.
남북 관계, 햇볕 정책을 넘어야
프레시안 : 당장 남북 관계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북한의 노동이나 지하자원과 남한의 자본과 과학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한반도의 성장을 도모하자는 햇볕 정책의 비전도 이제는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어요. 보수 세력의 공격도 공격이지만, 햇볕 정책 역시 여러 가지 약점을 보인 것 같거든요.
김종철 : 남북 문제 역시 녹색전환연구소가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원점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죠. 지금 북한은 남쪽 사람들에게 신용을 다 잃었어요. 심지어 20~30대는 아예 남북 문제에 관심도 없고,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반면에 기성세대는 감정적인 통일론 아니면 경제적 도약을 위해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식의 공리주의적 논리를 말하고 있는 게 고작입니다. 수구 세력은 늘 분단 상태에서 이익을 누려왔으니까 이 체제가 변경되는 것을 바랄 리 없겠죠. 전쟁을 해서라도 북한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일부 극우파의 광적인 주장도 있고요.
그런데 우리가 원한다고 통일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소위 전문가들끼리만 아니라 널리 공개적인 차원에서 치열한 토론이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막히면 돌아가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했잖아요. 요즘 어디서 보니까 북한에서 중국으로 도피한 탈북 여성들의 인권 유린 사태도 매우 심각하다고 합니다. 중국 관헌의 단속을 피하려고 하다가 결국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하는 여성들이 많다죠.
이런 참혹한 상황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할지 발본적인 사고와 행동의 전환이 시급한데, 지금 남한의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지식인의 수준을 보면 암담합니다. 시스템 개혁도 필요하지만, 우선 우리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으로서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싱크탱크에 맞서는 안티-싱크탱크
프레시안 : 이런 고민을 먼저 해나갈 이들이 이른바 '지식인'일 텐데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감사원 감사 결과로도 드러났지만, 혹세무민하는 전문가의 문제가 도를 넘어선 것 같아요.
김종철 : 지난 10일 녹색전환연구소 창립 모임에서 제가 농담 반으로 얘기했어요. 싱크탱크(Think Tank)라는 것은 본래 '탱크' 만드는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아서 탱크 만드는 사람들의 권력과 부를 더 크게 만들어 주기 위해 봉사하는 조직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싱크탱크가 아니라 기존 싱크탱크들에 대항하는 안티-싱크탱크가 되자고 했어요. (웃음)
절반은 농담으로 한 얘기지만 틀림없는 사실이죠. 실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머리 좋은 사람들이 밤낮 없이 몰두하고 있는 일이라는 게 불의(不義)하고 부정(不正)한 질서를 지속시키기 위한 논리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이들 개인을 도덕적으로 단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겠죠. 학자나 연구자 생활을 하려면 정부와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서는 연구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니, 자의적이든 아니든 노예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이나 정부가 하는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 학자, 전문가, 지식인이 이의를 제기하고 명확히 '아니오' 라고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대체 누가 냅니까? 지난번에 4대강 공사가 결국 대운하 공사였다고 감사원이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참 허망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그동안 정말 몰랐단 말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다 알고 있으면서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고 이 나라의 가장 중요한 자연 생태계가 철저히 파괴되고 있는데도 협조하고 방관해온 게 이 나라의 학자, 전문가, 지식인들입니다.
요 전번 <프레시안>에서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의 인터뷰를 읽었어요. 마음이 아팠습니다. 원래 좌파도, 진보파도 아니고, 매우 성실한 보수 경제학자인데도, 자신의 양심에 따라 일을 처리했다는 사실 때문에 정부와 재계는 물론이고 자신의 동료들한테서도 따돌림을 받고 고생을 한다는 이야기잖아요. (☞관련 기사 : "삼성과의 싸움이 시작된 순간, 모두가 내 적이 됐다")
이런 지적, 정신적 풍토는 결국 사회 전체에 도덕적 마비 혹은 황폐화를 가져다 줄 뿐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이런 상황에 균열을 내서 양심적인 학자, 지식인들이 안심하고 발언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연구소가 그런 공간의 형성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최종신 : 26일 0시 10분] 수사 축소·은폐 가능성 시사하는 동영상 공개에도 경찰 "아니다" 버티기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 의혹이 더욱 짙어졌다. 야당은 25일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특위의 경찰청 기관보고에서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 가능성을 더욱 굳히는 동영상을 줄줄이 공개했다.
국정원 불법 댓글 의혹 수사 당시 증거를 발견하고도 "댓글은 없다"는 수사결론에 짜맞추기 위해 논의하는 분석관들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두 개가 공개됐다. 국정원 쪽의 증거 인멸 행위를 수사 결과 발표 전에 인지하고도 방관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역시 최초로 공개됐다.
무엇보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당시 '텍스트'로만 있었던 "문서 했던 것을 다 갈아버려"라는 분석관 대화가 담겨 있는 CCTV 영상도 공개됐다. 마지막 영상은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2시간 전에 녹화된 것이었다. 해당 영상에 따르면, 분석관들은 "떼고 지우라는 거 아니야? 나중에", "정리할 수 있는 것 하고", "발설하면 안 되는 것", "문서 했던 것을 다 갈아버려요", "싹다?"라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답변은 시종일관 "아니다"였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앞서 두 개의 영상은) 검찰에서 내용을 축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4일 수사결과 발표 당시 해당 CCTV 영상 캡쳐 화면과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청장이 이를 놓고 '검찰이 기소를 위해 대화내용을 짜맞추기 했다'는 뉘앙스로 주장한 것이다. 그는 '증거인멸 방치 동영상'을 두고도 "당사자에 직접 확인했는데, 다른 사람이 일 마치고 잠자고 있다고 하니까 '지금이 잘 때냐'라며 농담으로 (댓글 삭제되고 있다고) 한 얘기라고 하더라"고 해명했다.
지난 대선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장으로 축소·은폐 수사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최현락 경찰청 수사국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16일 경찰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지금 와서 허위인가, 아닌가"란 정청래 민주당 의원에 질의에 "허위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댓글을 지웠다는 동영상이 나왔는데 그게(중간수사결과 발표) 맞다고 주장하나"란 반문에도 "반성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적인 정부 시책에 관한 글은 발견됐지만 (선거개입 댓글은 없다)"고 말했다.
"동영상에 찍힌 것도 인정 안 하나"라고 거듭 답을 요구했지만, 최 국장은 "본인들의 진의가 좀 많이 왜곡됐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에서 수사발표에서 첨부된 자료에 일부 편집을 해서"라고 얘기했다.
"경찰청장 답변 그렇게 하면 안 돼, 재판과정 영향 미칠 수 있어"
경찰이 완강히 버티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경찰의 변호인 노릇을 자처했다. 이성한 경찰청장의 답변처럼 "검찰이 해당 CCTV 동영상을 기소결과를 맞춰 임의대로 편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석관들이 수사 결과 발표 직전 "문서 다 갈아버려"라고 발언한 부분에 대한 해명에도 적극 나섰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직접 논란이 되고 있는 증거분석결과 축소·은폐 의혹 발언들을 거론하며 경찰의 해명을 유도했다.
이와 관련, 이성한 경찰청장은 "문서 했던 것들 다 갈아버려"란 발언에 대해 "분석과정에서 출력물 만들었던 것을 없애고 다 파일이나 메모리에 보내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명춘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장은 "결과적으로 없는 것으로 하자, 그거까지는 우리가 얘기가 돼잖어", "진짜 이건 우리가 지방청까지 한 번에 훅 가는 수가 있어요"란 분석관들의 대화에 대해서 "보고서 작성 중에 잘못 기재되면, 외부에 나가는 보고서 작성 제대로 하자, 확실히 하자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성한 청장의 답변 태도를 코치하기도 했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경찰청장은 전 서울경찰청장이 기소된 사건을 포함해 답변하러 이 자리에 나왔다"며 "'기소된 사건이니 재판과정에서 밝히겠다'는 식으로 답변하면 안 된다, 청장이 차분하게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내용을 당당히 밝히셔야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도 영향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의원들의 질의, 반발 등에 대해서도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 경찰청 수사국장은 기소가 돼야 한다, 정의로운 정권이면 그렇게 됐을 것"이라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발언에 "이러니 막말 당이라고 하는 것이다, 혼자 수사하고 재판하라"고 받아치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는 결국 정회로 연결됐다.
신기남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은 이에 대해 "(국정조사 현장에) 검사와 변호인이 있는 것 같다, 야당이 검사역할을 하고 여당이 변호사인 것 같다"고 평했다.
국정원 기관보고 '비공개' 여부 두고 여야 합의 결렬
▲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새누리당 권성동 간사와 민주당 정청래 간사가 25일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여부 등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27일 예정된 국정원 기관보고에도 '비공개' 합의 불발을 이유로 불참하기로 했다. 어렵사리 출발했던 국정원 국정조사가 기관보고 이틀 만에 다시 파행으로 치닫는 꼴이다.
국정조사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경찰청 기관보고 후 브리핑을 통해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새누리당은 '비공개'를 , 민주당은 '공개'를 주장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새누리당은 내일 국정원 국정조사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국정원에도 불출석을 통보했다"며 국정원 관계자들도 국정조사 특위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당초 국정원 기관보고는 공개 여부에 대한 합의가 될 때까지 잠정적인 의사일정을 잡았는데 공개 여부 합의에 이르지 못한 관계로 앞서 잡았던 의사일정은 무효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정조사 특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국정원 기관보고는 예정대로 실시된다, 민주당 특위위원·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신기남 위원장 등 9명은 전원 출석해서 질의를 하겠다"며 야당 단독 개회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대한 법을 보면, '(국정조사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고 다만, 위원회 의결로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특별한 의결이 없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국정원 기관보고를 일정대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또 "다만, 아쉬운 건 새누리당이 '비공개'를 이유로 불참하게 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권성동 간사와 원만한 국정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대화를 하겠다, 어느 국민들이 국정조사를 '비공개'하기 원하겠느냐"라고 말했다.
[3신 : 25일 오후 8시 53분] 경찰 자체 감찰에도 축소·은폐 의혹... 새누리 '공익제보자' 징계 요구
▲ 이성한 경찰청장이 25일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경찰청 기관보고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최현락 수사국장.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 의혹을 적시한 검찰 공소장을 부인하던 경찰 수뇌부가 지난 5월 작성된 경찰 자체 감찰 보고서까지 나오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해당 감찰 보고서에도 최현락 경찰청 수사국장(대선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의 수사 축소·은폐 가담 정황이 기술돼 있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해소할 마음을 따로 갖거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지시에 의해 축소·은폐가 이뤄졌다는 공소장 내용을 인정하기 어렵다",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버틴 최현락 수사국장의 위증 논란이 부각됐다.
박남춘 민주당 의원은 25일 오후 국정조사 특위에서 경찰 자체 감찰 보고서를 제시하며 "여기에 최현락 수사국장이 어떤 일을 했는지 깨알같이 진술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감찰 보고서의) 한 분석관 진술에 따르면, 닉네임 40개, 4개 단어에 대한 수사 상황이었는데 수서경찰서에서 키워드 공문 73개를 보냈더니 최현락 국장이 '왜 보냈느냐'고 관여했다"며 "이렇게 사소한 일도 최 국장이 했는데 '나는 모르고 있었다'라니 국민들이 믿으시겠나, 이건 공소장이 아니라 경찰이 자체 조사한 문서"라고 강조했다.
또 "중간수사 발표가 있던 작년 12월 16일 오전 11시부터 (댓글 발견 못했다는) 보도자료에 대한 초안 작업이 시작된다"며 "이 때도 최현락 국장이 역할을 했다고 이 보고서에 들어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성한 경찰청장은 "(수사) 지휘선상에 있어서 내용 확인을 위해 통화는 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정상적인 수사지휘와 일부에서 제기하는 의혹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그 뒤를 이었다. 박 의원은 "경찰의 감찰보고서에는 지난해 12월 16일 세차례 회의가 있었는데 이 회의에 다 참석했나"라고 물었다.
앞서 최 국장은 "지난해 12월 15일부터 16일 밤 수사발표까지 최소 몇 차례 회의를 김용판 전 청장과 함께 했냐"는 전해철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정확한 횟수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수시로 보고드리고 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 의원이 감찰 보고서 내용을 거론하며 질문하자, 최 국장은 "18시 30분 회의는 소집했다가 안 했고 9시 회의는 참석했다"고 구체적으로 답했다.
박영선 의원은 이에 "감찰보고서에는 18시 30분 회의도 서울청장 주재 아래 수사부장이 참석했다고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앞서 "국정원 댓글 발견 사실을 검찰 수사 발표를 보고 알았다"고 한 점을 거론하며 "(최 국장이) 위증에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사건이 발생한 12월 11일 밤 8시 권영세 당시 새누리당 캠프 종합상황실장이 대책회의를 했고 12월 16일 아침에는 김용판 전 청장과 국정원 직원이 면담했다"며 "이 자리에서 댓글을 없애란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6일 당일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와 한 TV토론 동영상을 다시 지적하며 "(박 대통령은) '실제로 그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느냐, 그것도 하나 어떤 증거가 없다고 나왔지만'이라고 확정적으로 얘기했다, 경찰 수사 결과 증거가 나오면 선거판세가 흔들릴텐데 당시 박 후보는 어떻게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었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최 국장은 이에 "저희들은 정무적 판단, 정치적 고려도 없이 맡겨진 소임에 따라 수사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새누리당은 박영선 의원의 질의에 "잘라서 붙이는 것 여전하네"라고 비꼬았다.
새누리 "위계질서 흔든 권은희, 철저하게 징계해야"
▲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소속인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25일 경찰청 기관보고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은 김진태 의원.
반면, 새누리당은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 의혹을 폭로한 권은희 당시 수사경찰서 수사과장을 문제 삼고 나섰다. 권 과장에 대한 파면·해임까지 요구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권 과장이 지난 2004년 변호사 시절 사무장의 착복으로 내사에 들어가자 사무실을 폐쇄했다, 변호사 시절에 수임 사건과 관련해 위증 교사로 수사를 받았다"는 내용의 언론보도를 근거로 "(권 과장이) 위증교사 혐의가 있다면 어떻게 그의 얘기를 믿나, 전과가 있다면"이라고 주장했다. 또 "위증교사를 했다면 법조 윤리를 위반한 건데 이걸 확인하고도 특채했나"라고 쏘아붙였다.
사실상 권 과장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혀 그의 '양심 고백'을 흔들려는 의도였다.
김 의원은 이어, "권 과장은 수사 진행과정에서 상부에 보고도 하기 전에 특정 언론에 자꾸 노출됐고,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걸 보면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이라며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당시) 행동이 올바르다고 보냐"고도 주장했다.
검찰 출신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권 과장은) 지구대나 선관위가 나왔다가 구체적인 확증 없다고 철수했는데 뒤늦게 와서 야당의원들에게 브리핑하고 바로 앞에서 농성, 감금행위 벌어지고 있는데도 해산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며 "이렇게 편파적인 짓을 했는데 어떤 조치를 했나, 징계할 생각은 없나"라고 물었다.
이성한 청장이 "아직 생각 못해봤다"고 답하자, "내가 법사위에서도 징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역정도 냈다. 그는 "이렇게 편파적이고 특정언론에 노출돼 인터뷰하고 상부에 외압 있었다고 폭로하고 이게 위계질서 문란"이라며 "검찰 조직에서는 위계질서를 문란하게 했을 때나, 비밀을 유출했을 때는 대부분 파면이나 해임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질서를 문란하게 한 사람을 민주당은 광주의 딸이라고 치켜세웠다"면서 "철저하게 징계에 착수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주장에 민주당은 곧장 반박했다. 박남춘 민주당 의원은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경찰 조직 내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수사과장만 갈 수 있는 자리로 알고 있다"며 "계급사회에서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공무원은 포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기남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도 "징계 운운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권은희 흔들기'는 계속됐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권 과장은) 수사능력이 부족한 것 아닌가 생각을 한다, 디지털 분석에 관해서는 별로 교감 없는 수사관이 아닌가"라며 "(권 과장은) 제출된 국정원 여직원 노트북 컴퓨터에서 2010년 10월 이후 박근혜, 문재인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댓글을 찾으라고 임의로 조사범위를 설정했다"고 주장했다.
[2신 : 25일 오후 5시 35분] 새누리당 "검찰, CCTV 다 잘라 먹었다" 반박
새누리당 특위 위원들은 검찰이 공개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의 CCTV 동영상이 임의대로 편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후 첫 번째 질의에 나선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은 '결론에 맞추기 위한 CCTV 녹취록 짜깁기' 표를 보여주며 "CCTV를 분석해 보니까 검찰 수사 발표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검찰이 자기 논리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장면의 구체적인 설명을 다르게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의원은 "검찰 발표에는 한 수사관이 '주임님, 닉네임이 나왔네요'라고 했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닉네임이 하나 나왔네요'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이 25일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전체회의에서 검찰이 공개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의 CCTV 동영상이 임의대로 편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도 "검찰이 자기가 필요한 부부만 쓰고, 중간 중간 다 잘라 먹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경찰청장은 검찰의 이같은 동영상 왜곡에 경찰의 명예가 달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경찰이 아무 이유도 없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불명예스러운 비판을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도 "검찰이 불리한 대화를 다 빼거나 잘라서 발표문을 만들었다는 것을 몰랐나"며 "경찰 누구도 자기가 제출한 자료과 다르다고 반론을 안 해 국민이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성한 경찰청장은 "검찰 수사 발표 이후에 (동영상을) 봤는데 다 같지 않았다"며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른다"에서 "보고 받았다"...'김용판 키드'의 진술 번복
경찰 수사의 은폐, 축소 핵심 인사로 지목되던 최현락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현 경찰청 수사국장)이 국정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해 논란이 예상된다. 또 최 국장은 경찰 수사에 축소, 은폐가 있다는 검찰의 공소장을 부인했다.
최 국장은 이날 오전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수사 축소, 은폐 의혹 인지 여부를 질의하자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질의에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같은 내용의 질의에는 "보고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0일, 최현락 국장을 포함해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 15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날 오전 질의에서 박 의원이 "12월 15일 오전 4시 2분, 4시 5분이라고 찍혀 있는 동영상에는 국정원 직원의 댓글을 발견했는데, 이를 언제 보고 받았냐"고 질의했다. 이에 최 국장은 "그 당시에는 몰랐고 검찰 수사 발표를 보고 알았다"며 "진술이 녹화되고 있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녹화실에서 분석관들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 몰랐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오후 질의에서 정 의원이 "검찰 공소장을 보면 (지난해) 12월 16일 밤, 경찰 디지털분석팀이 밤샘 근무를 하면서 아이디와 닉네임 40개를 발견했다는데 몰랐나"고 같은 질의를 하자 "알고 있었다. 아이디와 닉네임을 발견한 것은 보고받았다"고 번복했다. 정 의원은 "아까는 왜 없다고 했나, 왜 거짓말을 했냐"고 질타했다.
이어 정 의원이 검찰이 공소장에서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와 인터넷 검색 결과 등을 모두 은폐했다는 공소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최 국장은 "은폐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가 없다"며 "해석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공소장에서 분석 상황을 수서경찰서에 절대 알리지 말고 보안을 지키라는 김용판 전 청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지시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 수서경찰서에 허위 수사 결과를 발표하라고 지시를 내렸냐는 정 의원의 질의에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이 직접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에 정 의원은 최현락 국장을 향해 "당장 옷 벗으세요"라며 고성을 질렀다.
▲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15일 경찰청 폐쇄회로 CCTV에 찍힌 영상파일을 공개하며 "작년 12월 14일 밤 8시 국정원 댓글 의혹의 증거와 패스워드가 발견됐는데 다음 날 찍힌 영상을 보면 '이거 압수수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발언까지 나온다"고 폭로했다. 정 의원은 "이 영상은 경찰 측이 국정원 댓글사건의 증거를 은폐하고 삭제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신 보강 : 25일 오후 1시 13분] "댓글없다" 은폐 모의... 서울지방경찰청 CCTV 공개
경찰이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증거 은폐를 모의하는 동영상이 25일 국정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공개됐다. 새누리당 특위 위원들은 '편파 진행'을 문제 삼으며 집단 퇴장했다. 법무부에 이어 경찰청 기관보고를 받기로 했던 국정조사 특위는 개회 1시간 만에 파행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첫 번째 질의에 나선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15일은 경찰로서 치욕적인 날"이라며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 나섰던 서울지방경찰청 CCTV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당시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국정원의 불법 댓글 사건 관련 아이디, 닉네임, 패스워드 등 증거를 발견하고도 "댓글 흔적 없다"는 결론을 짜맞추기로 모의하는 장면을 담고 있었다. 정 의원이 공개한 동영상은 지난 6월 14일 검찰의 국정원 댓글 조작 의혹 수사 결과 당시 폐쇄회로 TV 화면 캡처로 이미 공개된 바 있다. (관련 기사 : 증거 잡았다 박수 치더니... 경찰의 새빨간 거짓말) 동영상은 모두 두 개였다. 동영상에 녹취된 분석관들의 대화 내용이다.
동영상 A(2012년 12월 15일 17시 50분)
분석관2 "닉네임 '나도한마디' 맞는 거 같아요. 오유에서도 같은 글 썼거든요. 이명박 대통령이...
분석관2 "나도 똑같은 글 여기서도 봤는데..."
분석관1 "보배드림이랑 이쪽 서버 압수해오고 그거 분석해야 되는 거 아냐"
동영상 B.(2012년 12월 16일 15시 35분)
분석관1 "그럼 그건 이제 수사팀의 몫이고 실제적으로 이건 언론 보도에는 안 나가야 할 것 아냐"
분석관1 "안되죠, 안돼안돼... 나갔다가는 국정원 큰일나는 거죠. 우리가 여기까지 찾을 줄은 어떻게 알겠어."
분석관2 "우리가 판단하면 안되고. 기록은 (보고가) 올라가겠지만... 안하겠지.
분석관1 "노다지다, 노다지. 이 글들이 다 그런가"
분석관2 "글 게시하고 관련없는 URL은 제외하고 우리가 검색했던 URL은 총 몇 개 있는데 결과를 확인한 바 비난이나 지지 관련 글은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써갈려 그러거든요."
이와 관련, 정 의원은 "이 자료는 저희들이 요청한, 경찰청 폐쇄회로에 찍힌 것이다, 지금도 경찰청에 보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쪽에서 의도를 갖고 조작하거나 편집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이어, "(국정원 직원이)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는 '반대'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는 '찬성'을 누르고 직접 비방글도 게시하는 등 다 알아냈는데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자고 모의한다"며 "그런데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이를 먼저 알고 있었다, 12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결과 댓글이 없다는 정보가 들어온다, 곧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당시 박근혜 후보 역시 이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가 당시 문재인 후보와 한 TV토론에서 불법 댓글 증거가 없다고 알고 있다는 발언을 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당시 TV토론 동영상도 틀었다.
새누리당은 강력 반발했다. 5분으로 제한된 정 의원의 발언시간이 박 후보의 TV토론 동영상 직전 종료되자, "(동영상) 꺼"라고 요구했다. 그 다음 모두 일어나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신기남 특위 위원장이 이를 만류하자 "정회를 요구한다, 편파적인 진행"이라고 쏘아 붙였다.
파행됐던 국정조사 특위는 30분 가량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정상화됐다.
정상화 이후에도 "경찰이 국정원 측의 증거인멸 행위를 방관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CCTV 영상이 공개됐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수사관들은 댓글이 삭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동영상은 경찰이 댓글 없다고 발표하던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4시에 찍혔다.
앞서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신경전은 뜨거웠다. 전날(24일) 법무부 기관보고 당시 폭로된 '권영세 주중대사 녹취록'을 둘러싼 설전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폭로한 해당 녹취록에 따르면, 권 대사는 "MB정부 때 원세훈 원장이 바뀐 이후로 기억을 하는데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을 다시 끼워 맞췄다, 청와대에 요약 보고를 한 것"이라면서 "아마 어떤 경로로 정문헌(새누리당 의원)한테 갔다"고 말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에서 이를 거론하며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폭로해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 박 의원이 '깐다', '끼워맞추기' 등을 조작해 폭로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박 의원은 더 이상 논란을 야기시키지 말고 불법 취득한 녹음파일 전체를 공개해 주기 바란다"며 "폭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의원직 사퇴 등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의원은 "새누리당이 아프긴 아픈 모양이다"며 "(국정원의) 여론조작 사건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일란성 쌍생아인 회의록 유출, 편법 각색까지 있었으니"라고 맞받았다. 또 "대선이 끝나는 12월 19일까지 9500회나 NLL 관련 기사가 났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댓글 73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NLL 기사는 9500회나 있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이에 "의원직 사퇴할 것인지나 답하라"며 소리쳤다. 박 의원이 남재준 국정원장의 회의록 무단 공개 등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연루 가능성까지 말하자 "박범계, 심하잖아"라고 소리쳤다.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경찰청 기관보고가 26일 열렸습니다. 국회에서는 이성한 경찰청장으로부터 국정원 사건 관련 보고와 질의가 있었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주요 언론은 국정원 국조특위에서 나온 엄청난 증거를 보도하지 않고 있으며, 그날 있었던 여야 특위위원들의 고함과 비아냥거림을 오히려 부각했습니다. 이는 국정원 사건을 그저 여야의 정치적 투쟁으로 추락시키겠다는 의도입니다.
언론이 알려주지 않는, 그러나 꼭 알아야 할 국정원 사건 경찰편의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 경찰의 국정원 사건 증거 인멸,조작이 드러나다'
이번 국정원 사건 국조특위에서 야당 의원이 제시한 증거 동영상에는 경찰청 사이버 분석관들이 국정원 사건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고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한 과정이 고스란히 나와 있었습니다.
수서경찰서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임의제출한 노트북을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넘겼습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에서는 김씨가 제출한 노트북에서 삭제된 문서를 발견하고 그 문서를 복원하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12월 14일일 저녁 7시부터 시작된 수사는 새벽4시2분에 닉네임을 찾으면서 환호로 바뀝니다. <국정원이 책임..지우지 말라고... 일단 이 자료부터..>
경찰은 국정원 김모씨가 삭제한 부분에서 증거를 찾음으로 김씨의 범죄사실이 입증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국정원이 개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찰이 중대한 증거를 찾고도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분석관들은 찾은 증거를 수사팀에게 넘겨야 한다면서 이것이 언론에는 나가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경찰은 수사 중인 사건의 증거가 노출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안되죠, 나갔다가는 국정원 큰일나는거죠. 우리가 여기까지 찾을 줄은 어떻게 알겠어> <그거 혼자는 안했을 거 아냐, 여러 명이 서로 똑같은 아이디 번갈아 쓰면서>
경찰은 더욱 커지는 국정원의 조직적인 개입을 발견했지만, 갑자기 '증거인멸시도'라는 언론 브리핑 답변을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증거인멸시도'가 왜 중요하냐면 국정원 김모씨의 감금 논란에서 증거를 인멸했다고 하면 감금이 아닌 범죄 은폐를 위한 상황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단순히 수서경찰서의 디지털분석을 의뢰받은 곳인데, 이렇게 언론과 국정원까지 걱정하는 이상한 상황을 보여주었습니다.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분석관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인 이유는 바로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였습니다. 분석관은 '이것은 나중에 파쇄해', '이 문서 했던 것들 다 갈아버려'라는 말을 합니다.
이들이 증거를 인멸하려는 이유는 '결과적으로는 없는 것으로 하자,'는 대목에서 드러나듯이 아예 국정원 댓글 사건 증거가 없는 것으로 조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진짜, 이건 우리가 지방청까지 한번에 훅 가는 수가 있어요'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경찰도 자신들이 발견한 증거가 얼마나 중요한 증거이자 핵심 사안인 줄 알고 있었으며, 이것이 주는 엄청난 파장을 이미 예견했었습니다.
' 경찰 수사,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유'
대다수 국민들은 국정원 사건을 단순히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다는 부분만 부각하는 언론의 왜곡을 그대로 믿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던 사실은 맞지만,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지난 대선에서 이것이 어떻게 조작,왜곡됐는지를 큰 그림으로 봐야 합니다.
작은 단편적인 사건으로만 보면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부정선거'를 외치는 이유를 잘 모릅니다.
앞서 경찰청 사이법범죄수사대가 증거를 발견했다고 알려드렸습니다. 이렇게 증거가 발견됐고, 증거 발견 보고까지 받은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360도 다른 증거가 없다는 경찰 발표를 16일 밤에 하기로 결정합니다.
16일 밤에 경찰이 수사 발표를 하고 그 내용이 증거 없음이 나올 것을 새누리당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이미 TV토론에서 증거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확정적인 발언을 합니다. 여기에 생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박선규 새누리당 대변인도 밤 10시40분에, 오늘 중으로 수사 발표가 나올 것이라는 발언을 방송 중에 정확히 말합니다.
결국 김용판 서울경찰청장과 새누리당은 이미 수사 결과를 어떻게 왜곡할 것인지 사전에 모의했으며, 이는 불과 55시간밖에 남지 않았던 대선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12월 16일 경찰의 수사 발표를 지휘한 사람 중의 하나가 바로 최현락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입니다. 검찰은 이들이 국정원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허위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게 하고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입증했었습니다.
그런데, 4월 18일 최종 국정원 사건 수사의 지휘라인에는 승진한 최현락 서울경찰청 수사국장이 있습니다. 이는 무엇을 말하고 있겠습니까? 범죄자가 자신의 사건을 스스로 수사한 꼴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이 경찰에서 벌어진 것을 의미합니다.
증거 조작,은폐,왜곡, 선거 영향을 위한 허위 발표 그 모든 중심에는 수사부장이 있었는데, 그가 경찰의 국정원 사건 담당자였다는 사실을 국민은 모르고 있습니다.
경찰과 새누리당의 야합으로 조직적인 선거 부정이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 여왕님을 보호하기 위한 간신들의 몸부림'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벌어진 마지막 대선 후보 TV토론은 온 국민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기에서 나왔던 쟁점 사항 중의 하나가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했다는 박근혜 후보의 주장이었습니다.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하고 여성 인권을 유린했다고 주장하는 박근혜 후보의 논리는 국민에게 문재인 후보의 이미지를 하락시키는 영향을 끼쳤고, 경찰의 16일밤 11시 수사 결과 발표는 이를 굳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아직도 새누리당은 국정원 여직원이 감금됐다고 주장하지만, 세상에 이런 감금이 있었을까요?
국정원 여직원은 총 4차례에 걸쳐 112에 신고를 합니다. 첫 번째는 '모르는 사람이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린다,무섭다'며 112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신속히 오피스텔에 출동해 경찰이 출동했으니 안심하라고 고지했지만, 그녀는 문을 개방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에는 경찰이 도착하면 전화하라고 신고를 했고, 이에 경찰이 출동하여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는 '기자들이 집 앞에 있어 밖을 나가지 못하니 해소해달라;고 해서 경찰이 문 앞에 대기했으나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밖에 있는 사람을 내보내달라,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경찰이 '밖으로 나올꺼면 통로를 열어주겠다,나와라'고 했지만 '부모님과 상의 후 재신고하겠다'고 합니다.
무려 네 번이나 경찰이 출동해서 그녀를 안전하게 밖으로 나가자고 수차 말하고 안심시켰는데, 어떻게 이것이 감금입니까? 국정원 여직원은 감금이 아니라 자신의 노트북에 있는 증거를 삭제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교묘하고 지능적인 범죄자입니다.
26일 국정권 국정조사특위에서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배당된 5분 발언에서 박근혜 후보 TV토론 동영상을 회의장에서 공개했습니다. '증거가 없었다,','여성인권'을 운운하는 박근혜 후보의 억지 주장과 불법 선거 증거를 보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갑자기 회의장을 퇴장해버렸습니다.
공식적인 주장은 5분간의 발언이 끝났는데 동영상이 계속 나왔기 때문인데, 발언 시간 5분이 지나서 마이크가 꺼져도 그토록 말을 이어가던 새누리당과 정청래 의원의 5분 이상 동영상이 무슨 차이가 있었겠습니까?
▲박근혜 의원을 향해 인사하는 여당 의원들과 김형태,문대성 후보 지원유세를 했던 박근혜 대통령, 김형태 의원은 당선무효형,문대성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화면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아이엠피터가 계속 강조하는 것이 국정조사에서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와 연관된 부분만큼은 몸을 막아서라도 막을 것이라는 대목입니다.
정청래 의원이 보여줬던 동영상과 관련된 질의는 결국 새누리당 의원의 퇴장으로 물 건너갔고, 이는 박근혜 후보가 어떻게 국정원 사건,경찰 허위 수사 발표와 연관됐는지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오늘 있을 국정원 국조특위의 국정원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진행할 것을 요구하며 국정조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여왕님의 존엄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동과 연관성을 사전에 막는 일입니다.
▲출처:경향신문 김용민의 그림마당
국정원 사건은 단순히 댓글 사건이 아니라 이 나라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왜곡하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그런데 그 범죄사실이 새누리당의 치밀한 간교함에 언론의 왜곡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가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를 가지고 그를 '범죄자'라고 지목하는 것은 정의를 찾으려는 당연한 노력입니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언론은 증거를 조작,은폐, 인멸해놓고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여왕님을 보호하기 위한 일벌이 아니라면 최소한 인간답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거창하게 '정의'를 말하지 않아도 인간은 누구에게나 거짓과 진실을 구별하려는 노력쯤은 갖고 사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열정 속에서도 우리는 형제복지원이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2013년 한국 사회에 여전히 시설은 다양하게 존재하고 여러 권력과 폭력의 구조들이 그곳을 재생성하기도, 은폐하기도 한다.
여덟 살이던 1984년 10월 16일 형제복지원에 입소해 1987년 또 다른 시설로 옮겨진, '살아남은 아이' 한종선이 다시 입을 열어 목소리를 냈다. 이제라도 시설은 어떻게 생겨났고 국가와 사회는 어떻게 개인을 부수어 갔는지 물어야 하는 때이다. 살아남은 자와 다른 사회 구성원이 소리를 들으려 하고 여러 질문들을 곱씹을 때, 답이 아닌 '길'이 보일 것이라 믿는다. 그 소리가 우리 사회에, 우리의 가슴에 퍼지도록 인권오름과 탈(脫)시설 운동을 하는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이 함께 형제복지원 '사건'을 둘러싼 역사적·현재적 쟁점을 짚어보고자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
1987년 형제복지원이 세상에 알려진 지 26년이 지났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왜 이 사건이 다시 거론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아마 당시의 정치적 상황, 그리고 여기에 박인근이라는 개인의 인적 배경이 더해져 이를 빠른 시간 내에 최소한으로 무마하려 했던 국가의 의도가 크게 작용했을 듯하다. 또 다른 한편 피해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강하게 주장하기 어려운 주변인이라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조직화·집단화되어 있지 않음은 물론, 이들은 개인적으로도 어디에 어떻게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항변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 지내왔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26년 만에 갑자기 한 사람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자칫하면 아무도 듣지 못할 수도 있었던 이 절규에, 다행히도 조그마한 사회적 반향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의 얘기가 조금씩 모이고, 이에 따라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문제의 원인과 배경에 대한 진단이 이뤄지고, 누구에게 이 엄청난 인권 침해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가 하는 논의도 제시되었다. 이제 더 구체적으로, 법적으로 이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면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가다듬어야 할 때다. 여기에는 물론 특별법 제정을 통한 해결 방식도 포함된다.
다른 과거 청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것이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3500명 이상이 대부분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수용되어 있었고, 강제 노역은 물론 일상적인 폭행과 가혹 행위가 자행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531명이 사망했다는 대강의 얼개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의 인권 침해 수준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당시 원장이던 박인근이 국고 횡령과 외화 밀반출 등의 혐의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하나, 이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뿐 사안의 전체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이제라도 실종자를 포함하여 사망자의 정확한 수와 원인, 강제 수용 과정과 불법 감금 여부, 폭행과 강제 노동을 포함해 일상에서 이뤄진 인권 침해, 국가 예산은 물론 수용자의 임금에 대한 횡령 여부 등 모든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여 진상을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재승 교수가 제안한 '진실에 대한 권리'가 그 법적 근거로 제시될 수 있다. 유엔인권위원회의 '불처벌 투쟁 원칙'을 비롯해서 몇몇 국제 조약들은 대규모의 인권 침해가 자행된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알 권리를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주의 인권 법원은 이러한 권리를 판결을 통해 법적으로 인정한 바도 있다.
나아가 국내법의 시각에서도 헌법상의 재판 청구권이나 인간의 존엄에 대한 일반적인 기본권으로부터 이러한 '진실에 대한 권리'를 도출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사안의 진실을 충분히 조사하여 이를 알려줄 것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권리는 단순히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차원을 넘어 법적인 권리의 하나로 파악될 수 있고, 반대로 국가는 이를 보호하고 실현할 법적인 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다.
▲ 1987년 2월 3일 자 <동아일보>에 실린 형제복지원 사진. ⓒ동아일보 지면 캡처
진상 조사와 가해자 처벌
현실적으로 이러한 진상 조사는 어떻게 가능할까. 가장 좋은 것은 아마도 지금 부활이 논의되고 있다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일 것이다. 객관적인 진실 규명과 이를 통한 과거 청산의 의지가 가장 높은 국가 기관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면 가능한 다른 방안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하거나 국회에 국정조사를 청원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공신력 있는 국가 기관으로 하여금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에서 사건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소송을 포함하여 이후에 이루어질 법적 구제에서 중요한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진상 조사는 가급적 빨리 언제라도 이루어지면 좋을 것이지만, 부득이하게 특별법 제정 시까지 미루어진다면 이것이 법률안의 첫 번째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검토되어야 하는 것은 가해자 처벌이다. 과거 청산 사건에서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과 이로 인한 사회 혼란을 방지하고 가능한 합의에 기초한 문제 해결을 통해서 앞날을 위한 가치를 보전해 가자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는 가능하다면 형사 판결을 통한 국가와 사회의 가치 표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의와 도덕의 기준에 대한 분명한 판단이 오히려 불필요한 이념적·정치적 논쟁을 막아 줄 수 있고, 장래의 사회 구성원들에게 명시적인 가치와 행동의 기준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 사건에서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시효이다. 이 사건 범죄 행위 중 가장 무거운 살인죄에 대해서도 이미 공소 시효는 한참 전에 만료되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특별법을 통해 공소 시효를 연장하는 규정을 둘 수 있는가 하는 점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기간이 지난 공소 시효를 연장하는 것(이를 '진정소급효'라 한다)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설의 일반적인 입장이고 또 판례의 태도이다. 물론 광주민주화운동특별법의 공소 시효 연장 규정에 대해 이를 합헌이라고 본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다. 하지만 이 결정에서도 위헌 의견이 5명으로 다수였으며, 소수 의견도 진정소급효 자체가 합헌이라는 것이 아니라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절대적인 공익적 필요가 있는 경우 소급효가 허용될 수 있다고 보았음을 주의해야 한다.
더욱이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입장에 대해서는 '공익'을 이유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소급효를 허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심각한 반론이 있다. 형사법에서 소급효 금지를 통해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자는 것이 본래 취지이며, 이것은 공익과 같은 국가 권력의 행사 근거를 이미 염두에 둔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다시 소급 효법을 제정할 수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의 방법은 이 사건 범죄를 '국가 범죄'로 보고 이에 대해서는 아예 공소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건 범죄 행위를 국가 범죄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데에 있다. 이 사건이 포괄적으로 국가 범죄의 성격을 띠고 있고 박인근이 국가 예산을 지원받기도 하였으며 원생들의 수용 과정에 국가가 직접 간여한 정황도 있기는 하지만, 살인이나 폭행, 강요, 감금 등과 같은 주된 범죄 행위의 직접적 행위자는 불가피하게 개인인 박인근과 그 추종자들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근대 형법의 기초 원리, 즉 행위자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 '자기 책임의 원리'를 벗어나지 않는 한,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형사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따라서 특별법에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공소 시효의 연장 또는 정지 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소송을 통한 방법과 특별법을 통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소송을 통한 피해자 배상
소송을 통한 피해자 배상은 민법의 불법 행위에 근거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즉,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불법 행위의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때 그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 가해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 피해자가 입증하여야 한다.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민사 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저들이 자신에게 가한 손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형제복지원 사건의 경우 2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점에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 시효가 문제 된다. 민법은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 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내, 불법 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년의 소멸 시효 기산점은 피해자나 그 법정 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때이고, 안다는 것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인식을 하였다는 뜻이다. 사람이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날 손해 발생을 안 것으로 되며, 후유증 등의 예견할 수 없었던 손해가 나중에 발생되는 경우와 같이 확대되어 나타나는 손해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되어 새롭게 발생된 손해를 안 날로부터 별도로 시효가 진행된다. 또한 손해를 안다는 것에는 가해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 관계의 인식도 포함하게 되므로 사망자의 사인이 판명되지 않았다면 손해를 알았다고 할 수가 없게 된다.
가해자를 안다는 것은 손해배상 청구의 상대방이 되는 자를 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불법 행위자가 사망한 경우 그 상속인이 포함된다. 또한 손해 발생을 알아도 가해 행위가 불법임을 알지 못하면 시효는 진행되지 않는다. 따라서 3년의 소멸 시효에서 시효 진행이 시작되는 것은 가해 행위가 불법 행위로서 이를 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을 소구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아는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손해 및 가해자를 인지하게 된 시기는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한다. 10년의 소멸 시효 기산점은 불법 행위를 한 날인데, 이것은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날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것은 피해자가 손해의 결과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가 여부와는 상관없이 가해 행위로 인한 손해가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게 된다.
이와 같이 개별적인 민사 배상 소송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소멸 시효라는 부분에서 많은 걸림돌이 예상된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비정상적인 시대와 정권이 만들어낸 엽기적인 인권 침해 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 회복과 배상을 위한 특별법이 더 절실해 보인다. 26년이 흐른 지금 피해자들은 사망했거나 정신적·신체적 장애들로 인해 제각각 흩어져 있어 그들의 현재 상황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증거 자료들을 수집해서 개별적인 소송을 제기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시간과 노력들, 그리고 현실적으로 돌파해야할 소멸 시효의 법리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법 제정을 통해 형제복지원이라는 시설 내에서 이루어진 광범위한 불법 행위의 진상들을 공신력 있는 위원회를 통해 규명하여야만 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 회복과 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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