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참여정부 욕하던 MB, 청와대 자료 파기 지시


 

 

 


'채널A'는 단독이라면서 청와대가 자료파기를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채널A는 청와대가 새 정부 출범 1주일을 앞두고 인수인계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록 삭제 작업을 지시했고, 무차별 자료 파기로 인수인계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리는 채널A와 똑같은 보도를 2008년에도 본 적이 있습니다.

 

 

▲노컷뉴스 2008년 기사.출처:한국일보 인터넷신문

 


당시 언론들은 참여정부가 청와대 자료를 상당 부분 파기했기 때문에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하드디스크까지 파기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취임 초부터 상당히 애를 먹고 있으며, 청와대 비서관들은 '분노'까지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2008년에 참여정부를 그토록 비난하고 '분노'까지 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 비서관들이 2013년에 왜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을까요? 과연 이들도 참여정부처럼 무엇인가 숨기고 박근혜 정부를 골탕먹이려고 하는 걸까요? 알쏭달쏭한 문제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자료 파기는 합법적인 일입니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이 청와대의 자료를 '파기'하는 일이 잘못된 일처럼 지적하고 있지만, 사실 새 대통령이 오기 전에 청와대의 자료는 청와대 운영 방침 매뉴얼 등의 일부 자료를 제외하고는 모두 파기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파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원본으로 지정된 파일과 문서,자료는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보관하고, 청와대에 있는 자료는 대부분 파기합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장 총칙
제1조(목적) 이 법은 대통령기록물의 보호·보존 및 활용 등 대통령기록물의 효율적 관리와 대통령기록관의 설치·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개정 2010.2.4>
1. "대통령기록물"이란 대통령(「대한민국 헌법」 제71조에 따른 대통령권한대행과 「대한민국 헌법」 제67조 및 「공직선거법」 제187조에 따른 대통령당선인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다음 각 목의 기관이 생산·접수하여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및 물품을 말한다.
가. 대통령
나. 대통령의 보좌기관·자문기관 및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다. 「대통령직인수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대통령직인수기관"이라 한다)
1의2. 제1호의 기록물 및 물품이란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3조제2호에 따른 기록물(이하 "기록물"이라 한다)
나. 국가적 보존가치가 있는 대통령상징물(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진 물품 및 행정박물 등을 말한다. 이하 같다)
다. 대통령선물(「공직자윤리법」 제15조에 따른 선물을 말한다. 이하 같다)
2. "대통령기록관"이란 대통령기록물의 영구보존에 필요한 시설 및 장비와 이를 운영하기 위한 전문인력을 갖추고 대통령기록물을 영구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을 말한다.
3. "개인기록물"이란 대통령의 사적인 일기·일지 또는 개인의 정치활동과 관련된 기록물 등으로서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되지 아니하거나 그 수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대통령의 사적인 기록물을 말한다.
제3조(소유권) 대통령기록물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으며, 국가는 대통령기록물을 이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리하여야 한다. 제4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대통령기록물의 관리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 법을 적용하되, 이 법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록물관리법"이라 한다)을 적용한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청와대에 있는 모든 대통령 기록물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전해야 하며, 청와대에는 대통령 기록물이 남아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현재 이명박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청와대 자료 파기는 합법적인 일인 동시에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문제는 과연 얼마나 많은 자료를 대통령기록관에 이전했는지를 따져야 할 일이지, 청와대 기록물 폐기가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보다 훨씬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기록물은 더 많이 대통령기록관에 이전됐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참여정부 십 분의 일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청와대 폐기를 문제 삼지 말고, 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전하지 않고 있느냐를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 국정 운영에 필요한 자료는 어떻게 봐야 하나요?

참여정부 다음에 청와대에 입성한 이명박 정부는 국정 운영에 필요한 자료가 없어서 일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순전히 법적 절차를 무시한 행동이자, 언론을 통해 참여정부를 왜곡한 사례입니다.

 

 

▲ 국가기록물은 공개여부에 따라 열람할 수 있으며 온라인 또는 문서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화면캡쳐:국가기록원

 


청와대에 새로 들어온 비서관들이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국가기록원에 자료 열람을 신청하면 됩니다. 만약 공개해도 괜찮은 자료라면 당연히 전자문서로 열람할 수 있고,(현재 대통령기록관에서는 Open API를 활용해서 대통령기록포털을 검색할 수 있으며, 이것을 이용하려면 인증키를 발급받아야 한다.) 대통령기록물 법률에 따라 비공개(자료마다 비공개 기간이 다름) 기록물로 지정되면 열람할 수가 없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가 자료를 하나도 남겨두지 않고 갔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참여정부는 분명히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 운영에 필요한 매뉴얼 자료 6만여 건은 남겨두었고, 참여정부의 대통령 기록물만 복구,열람하지 않도록 삭제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2월 25일 청와대에 들어갔는데 컴퓨터가 작동하지 못해 열흘 후에야 겨우 컴퓨터를 작동했다고 행정안전부 업무 보고에서 말했습니다.

 

"청와대 들어간 저도 (2월)25일 저녁에 청와대 내에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컴퓨터를 다시 작동하는 데 열흘이 걸렸다.열흘이 지나도 정상적으로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청와대 컴퓨터의 보안상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화면보호기만 작동하지 비밀번호 입력 창이 나오지 않아 이명박 대통령이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TRL+ALT+DEL키를 동시에 누르고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함)

결국,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이 법적으로 정당하게 거쳐야 할 절차를 밟지도 않고, 청와대 컴퓨터 시스템을 대통령에게 교육하지도 않았으면서, 무조건 참여정부가 모든 자료를 파기했고, 협조하지 않아 취임 초기 청와대 운영에 어려웠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가 취임해서 청와대 비서관들이 자료가 필요하다면 이들도 자료 열람 신청을 해서 보면 됩니다. 또다시 자료가 없어 일을 못한다는 핑계가 나오는 언론이 있다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매번 나오는 기사를 그대로 베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 노무현 VS 이명박,'청와대 자료 유출' 사건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서버와 하드디스크에 자료 원본을 담아 봉하마을로 가져갔다고 비난했습니다. 당시에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 측이 그토록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고 오로지 조중동과 왜곡된 언론만 믿고 노무현 대통령을 죽일 놈으로 몰아세웠습니다. 간단하게 당시 논란을 정리해봤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하드디스크 원본을 가져왔다고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국가기록원에서 나중에 확인해줬듯이 전자문서는 원본,사본의 개념이 없습니다. 전자문서의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한 진본만이 있는 것입니다. 국가기록원은 청와대에 들어가서 이동식 저장 장치로 데이터를 복사하면서 국가기록원 절차에 따라 진본 확인을 했습니다.

봉하마을에 온 자료는 단순히 저장장치를 통해 복사해온 사본일 뿐 진본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하드디스크에 서버까지 봉하마을로 가져왔다는 왜곡을 했고, 제대로 컴퓨터를 아는 사람이라면 청와대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였는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출처:참여정부 양정철 전 비서관 블로그.

 


여기서 쟁점이 되는 것은 과연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 사본을 가진 것이 불법이나 아니냐가 아닙니다. 전임 대통령이 기록물 열람을 위한 조치를 후임 대통령에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계속해주지 않아 사본을 들고 온 단순한 기싸움에 불과합니다.

 

제18조(전직 대통령에 의한 열람)
① 대통령기록관의 장은 제17조제4항에도 불구하고 전직 대통령이 재임 시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에 대하여 열람하려는 경우에는 열람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 이에 적극 협조하여야 하며, 편의 제공에 관한 협의 진행상황 및 편의 제공의 내용 등을 문서로 기록하여 별도로 관리하여야 한다. <개정 2010.2.4>
② 제1항에 따른 열람을 위하여 전직 대통령은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6조제1항에 따른 비서관 중 1명을 포함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대리인을 지정할 수 있다. <신설 2010.2.4>
③ 대통령기록관의 장은 제1항에 따라 대통령지정기록물 및 비밀기록물을 제외한 기록물에 대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열람(이하 "온라인 열람"이라 한다)을 위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 <신설 2010.2.4>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전직 대통령과 대리인의 열람 방법·절차 및 온라인 열람에 대한 보안대책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신설 2010.2.4>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과 '봉하마을'은 350킬로미터가 떨어져 있습니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회고록을 집필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볼려면 4시간이상 차를 타고 대통령기록관으로 가야 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봉하마을은 전용선 내지는 전자 열람을 요청했고, 이명박 정부측은 반대한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것입니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에 회고록을 집필하려고 자신의 기록물을 열람하려면 논현동에서 성남까지 가야 하고, 국가기록원이 세종시로 이전하면 그때는 세종시까지 가야 합니다. 이처럼 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열람은 앞으로도 전자시대에 맞춰 보안시스템을 구축해 새롭게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 대통령 기록물 공개 VS 비공개

대통령의 기록물을 보유하고 있던 청와대의 자료 파기가 합당한 이유는 새 대통령이 전임자의 기록을 악용하거나 대외적인 국가의 안보와 외교를 고려해서 이루어지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통령의 기록물을 무조건 후임 대통령이 공개할 수 있다면, 크나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은 당연합니다.[각주:1]

노무현 대통령의 기록물을 공개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을 보면 답답한 것이 왜 법이 대통령의 기록물을 법으로 몇십 년 동안 공개하지 못하게 했는지 그 의미조차 모르기 때문입니다.

 

 

▲역대 대통령기록물 보관현황,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최다 기록물을 남겼다. 출처:대통령기록관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의 기록물을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8백6십만 점의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관에 남겼습니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다고 진짜 폐기했다면 저렇게 수백만 건의 기록물이 남겨질 수 없습니다.

기록물이 퇴임 이후 즉시 공개되면 대통령들은 무조건 자신에게 불리한 기록물은 남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통령 기록물을 기한을 정해 비공개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청와대가 왜곡보도한 참여정부 청와대 자료 폐기 기사.출처:조선일보.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들은 법에 따라 열심히 일한 행동을 마치 위법을 저지른 것처럼 왜곡 보도하면서 참여정부를 괴롭혔습니다. 그들이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법을 지킨 대통령에 관한 진실이 아니라 자신들의 편리에 맞춰 대통령을 위법자로 만든 조작이었습니다..

조중동이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은 청와대의 자료 파기가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에 필요한 청와대 인사 검증시스템은 청와대 매뉴얼에 다 있고, 그 업무를 담당해야 할 비서관들이 찾아서 하면 됩니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얼마나 많은 자료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전했느냐입니다.

아마 15년 후, '아이엠피터'의 나이가 60이 가까워져 오면 참여정부의 10분1도 되지 않은 54만 건의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록물들이 슬슬 공개될 것입니다. 그때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청와대 자료 유출 공방을 벌였던 자들과 함께 토론회를 해봤으면 합니다.

진실을 감춘 언론을 계속 믿는 자들이 존재하는 한, 진실의 역사는 자꾸 폐기돼
진실을 금방 알기 어렵습니다. 시간은 더딜 수 있지만, 그래도 진실은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박선원 "북미관계 정상화.평화체제 협상 불가능"

 

"북, '핵보유 문턱' 넘었다"
박선원 "북미관계 정상화.평화체제 협상 불가능"
 
 
2013년 02월 18일 (월) 09:27:32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16일 북한의 3차 핵실험 등에 대해 <통일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북한의 핵개발 속도와 관련해서 한국, 미국 등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은 단 하나였다. 늘 우리의 예측보다 빨랐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6자회담 한국측 대표로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 회담에 참여했던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성공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선원 전 비서관은 16일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고농축 우라늄 15kg 정도를 이용했고, 리히터 지진계로 진도 5 수준으로 “폭발력이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15킬로톤(kt) 정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발표한 폭발력 규모 7kt 보다 2배 이상인 셈이다.

특히 6자회담이 한창이던 2005년을 기준으로 “우리는 북한이 ‘핵보유 문턱’(nuclear threshold)을 넘어설 시기를 2007년에서 2010년으로 봤다”며 구체적인 플루토늄과 우라늄 양의 추계치를 제시했다.

박 전 비서관의 추계에 따르면 북한은 플루토늄을 총 46~54kg 정도 가지고 있었고, 두 차례 핵실험으로 9kg을 사용해 37~45kg 정도가 남아있으며, 우라늄은 총 40~45kg 정도 보유하고 있고, 이번 3차 실험에 15kg을 사용해 25~30kg 정도 남아있다는 것.

따라서 플루토늄으로 7기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고, 우라늄으로 1.5기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어 8~10기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북한이 저렇게 강하게 나올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적으로 한자리수 후반대, 7~9기면 핵억제력이 확보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지금 투발수단은 가지고 있는데, 아직 정확하게 미국 본토에서 원하는 타겟을 때릴 정밀한 공격용 운반수단까지는 안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은 자신들이 미국을 공격할 수단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면서 대화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고, 미국은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는 있으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지점은 절대 못 때린다고 보고 대화에 들어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관측되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더욱 요원해졌다는 것이 박 전 비서관의 판단이다.

“국제제재를 받으며 잘못된 행동을 통해서 계속 저항을 뚫고 들어와 ‘진짜 핵국가’(real nuclear power)가 됐는데 그들을 평화협정과 평화체제 협상 대상으로 인정해버리면 앞으로의 미국의 비확산 질서라든지 대외관계는 다 깨진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은 북한이 미국과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치는 정치적 제도적 방식이 아닌 물리적 균형에 의한 평화공존(peaceful coexistence)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참여정부는 북한 영변핵시설을 불능화시키고 농축우라늄 활동을 철저히 감시하도록 미 국무부 전문가들이 고려호텔에 상주할 수 있게 해서 정권을 넘겨주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08년부터 북한 비핵화와 6자회담 진전을 가로막는 행동에 여념이 없었다. 한마디로 북한의 핵능력 증강을 막기 위한 어떠한 구체적인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박근혜 새 정부에 대해서도 “(대북) 수단은 별로 없고 북한도 박근혜 정부하고 대화를 조기에 틀 생각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현재의 대립구도에서 한국이 고약한 상황에 빠져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4시부터 인천광역시 송도동 자택에서 진행된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비서관은 참여정부 외교안보 분야 담당자이자 6자회담 대표로서의 풍부한 경험과 전략적 사고를 유감없이 풀어놓았다.

특히 9.19공동성명 합의 직후 북측 수석대표였던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북한-이란 커넥션에 대해 나눈 이야기나 부시 대통령 재선을 앞두고 백악관과 청와대가 북한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한 사례 등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뒷이야기들은 자못 흥미롭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중국이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에 동참한 이유
 

   
▲ 박선원 전 비서관은 자택 서재에서 6자회담 대표 경험 등을 토대로 풍부하고 심도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사진 - 통일뉴스]
□ 통일뉴스 :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 배경으로 지난해 12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제재 결의를 들었다. 일반적으로 중국이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에 동의하는 선 정도로 그칠 것으로 봤는데, 제재 결의에 동참한 것을 어떻게 해석하나?

■ 박선원 전 비서관 : 국제규범 측면에서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조성국가로서 배타적 지위를 미국과 함께 지켜나겠다는 공동의 이익이 중요한 이유이다. 여기에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은 중국의 시진핑 정부가 미국 오바마 정부와 긴장관계를 해소하고 싶다는 의사표시가 더해졌다.

중국을 쭉 상대해 보면, 중국은 두 개의 전선론 같은 입장이 있다. 남방전역(Southern Theater)과 북방전역(Northen Theater)이다.

남방전역에서 도전은 대만 등 남중국해, 난사군도, 동지나해에서의 안정을 중국 주도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미국이나 일본이 연합하여 자신들을 포위하고 압박하는데 대해서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가는 중국의 핵심적 이익과 직결된다.

북방전역에서 중국은 동북아 중에서도 특히, 주한미군이 주둔해 있는 한반도에서 미-북한 간의 갈등이 확산되어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을 제일 두려워한다.

이처럼 중국은 늘 남방전역과 북방전역 두 개를 관리하면서 자국의 핵심이익 수호를 안보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데 비중을 따진다면 대만 문제가 포함된 남방이익이 북방이익보다 크다. 북방문제는 외교적으로 통제 내지는 관리가 가능한 영역이라고 본다. 북한이나 한반도라고 하는 하나의 완충지대가 미국과의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위협은 안 된다. 안보상의 핵심 이익지대이기는 하지만 미국과 직접 물리적으로 부딪치는 곳은 아니다.

그러면 중국은 미국과 어떤 식으로 대화를 해갈 것인가? 2009년 오바마 정권 등장이후부터 미중전략경제대화(S&ED)라는 고위급 양자협의 틀을 제도화하긴 했지만, 그 이전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 안보와 평화를 놓고 대화하는 틀은 6자회담이었다. 중국은 6자회담을 통해서 미국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를 상당히 제어해내고, 미국하고 대화의 통로를 개척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실제로도 그랬다.

그런데 중국 입장에서 보면 2010년부터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 문제, 남중국해의 난사군도 문제 등을 미국이 상당히 깊게 치고 들어온다. 아세안 국가들을 미국이 외교적으로 줄을 딱 세워버려 중국에서 이탈했다. 급기야 작년부터는 센카쿠.댜오위다오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해군과 공군이 거의 초계활동을 같이 하다시피 하지 않는가?

중국은 일본을 거칠게 다루면서도 동시에 미국과의 직접 대화하고자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를 위해 중국은 남방전역이 아닌 북방전역에서 미국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어야 했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중국의 관심사도 미국에 전달하려 한다.

과거 부시행정부 2기에는 남방전역에서 타이완 문제가 비교적 안정화되었고, 일본과 영토를 둘러싸고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북핵문제를 매개로 6자회담이라는 다자외교의 장을 활용해서 중국이 미국과 양자차원의 안보대화를 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남방전역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긴장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더욱 절실해졌다.

그래서 중국은 북방전역에서의 주요 의제인 북핵문제에 관해 미국이 원하는 데까지 상당히 따라 간다. 의장성명이라든지 안보리 결의까지 협조해주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특히 자신들도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는 북한의 행동을 어느 정도 제어하고 싶은 욕구와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동요에 빠질 수 있는 직접적인 제재수단은 동원하지 않는 중간 정도에서 미국과 함께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 부합한다.

다시 말하자면 6자회담이라는 다자틀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국제안보문제에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는 중국, 동북아 중추적인 행위자로서 자기 면모를 보여주는 계기가 바로 북한의 로켓발사라든지 핵실험에 대해서 미국의 요청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2003년에는 미국이 아프간 침공에 이어 이라크 침공을 단행해야 했기 때문에 중국에 북한핵문제를 외주를 줬다 해서 ‘아웃소싱(outsourcing) 외교’라고 했는데, 지금은 미국이 중국에 아웃소싱한 점도 있지만 오히려 중국이 미국에게 ‘미국의 안보상 우려사항에 대해 대국으로서, 혹은 G-2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자청해서 보여주려 한다.

시진핑 체제의 정비과정과 결합해서 보면 중국은 ‘북한 카드’를 써야만 하는 상황에 와 있다. 물론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제재는 여전히 자신들이 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 재선 때도 북미간 협상 시도됐다

□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에 반발해 3차 핵실험을 선택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나?

■ 먼저 작년 12월 12일 로켓발사에 이르기 까지 미국과 북한의 외교게임을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에 로켓발사를 했다. 그 직전에 조셉 데트라니 팀이 북한에 갔고, 거기에는 데트라니의 오랜 세월 부관이었던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시드니 사일러가 포함돼 있었다.

한국 정부에서는 정보관련 방문(intelligence visit)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비밀 단독회담을 하러 보낸 것이다. 당시 북한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고위직 인사는 데트라니가 거의 유일했다. 그리고 8월에 다시 방북했다. 시드니 사일러는 지난해 10월에도 한국에 왔다. 그래서 상당히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갔다. 중국을 들렀는지, 아니면 평양을 비밀리에 방문했는지 확인은 안 되었다.

여하튼 4월과 8월 당시 북한은 ‘2.29 합의가 있긴 했지만 로켓발사는 평화적 우주이용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유엔 제제로 몰고 가지 말고 눈감아 달라’고 했고. 미국 쪽에서는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로켓발사를 하지 말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미국 대선기간 동안 북한의 행동 자제를 요청하는 움직임이 처음 있었던 일은 아니다. 2004년의 경우 ‘북한이 추가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고,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면 대화를 할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자’는 논의가 한미 양 정부간에 있었다.

즉, 미국대표가 2004년 11월 미국 대선 전이나 직후 평양을 방문해서 ‘부시 2기 때는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를 하겠다. 6자회담에 속도를 내자. 북한도 이럴 준비를 해주기 바란다’ 이런 협의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우리가 제안했고, 미국 쪽도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긍정적으로 검토한 배경에는 북한이 판을 깨는 행동, 부시의 재선에서 북한 문제가 또다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원하는 시그널이 있었다. 그런 것이 북측에도 간접적으로 전달됐을 것이라 생각한다.

□ 직접적으로는 전달되지 않았나?

■ 우리가 원했던 것은 미국 대표의 방북 협의였다. 미국 쪽에서는 협의 당사자는 의지가 있었지만 고위급에서 대선 이후 간접적인 의사전달 방식을 선호했다. 방북하려다 못한 것이다. 직접적으로 전달은 안 된 거다.

북한으로서는 대선에 부담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 재선에 성공한 정권과 거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판단할 수 있다. 그때는 부시 대통령이고 이번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차이 뿐이다.

그래서 작년 4월과 8월, 북한은 ‘로켓발사를 국제적 불법행위로 인정하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미국에서는 ‘인정할 수 없다, 특히 대선 이전에는 발사하지 말아 달라’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 대선이 끝나고 김정일 위원장 사망 1주기를 앞둔 12월 12일 발사했다.

북한은 미국 대선 기간에는 발사하지 않았다는 "약간의 근거 있는 기대"를, 미국이 보기에는 "용납할 수 없는 일방적인 기대"가 교차하면서 로켓발사가 이뤄졌다. 북한은 나름대로 IMO(국제해사기구)에 통보하고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는 등 절차를 밟았고, 로켓을 발사해 과거와 달리 궤도진입에 성공했다. 그래서 자신들은 절차를 다 밟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북한은 일말의 기대가 있긴 했지만 역시 미국이 강하게 나올 것이라는 판단도 당연히 하게 되어 있다. 소위 국제규범에 따라 절차를 밟아서 로켓을 발사해도 미국은 제재 수순을 밟을 것이다. 유엔으로 또 끌고 갈 거다. 그렇게 경로를 예측했을 것이다.

어차피 미국이 제재로 나올 거라면 아예 처음부터 로켓발사 준비와 동시에 핵실험준비도 착수하는 건 하나의 정해진 경로라고 판단을 했을 것이다. 로켓발사한 다음에 미국이 중국과 함께 제재에 나서는 걸 보고 나서 핵실험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연달아 해치움으로써 김정은의 평양정권은 시진핑, 박근혜, 오바마가 취임하기 전에, 물론 오바마 임기는 시작됐지만, 먼저 판을 주도해버리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핵무기와 그 운반수단이 모두 완성되었음을 확인시키고 핵보유 국가로서 다른 나라들을 상대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세우고 나온 거다. 일련의 계획대로 움직였다고 본다.

10년 만에 뒤바뀐 북-미간 핵협상 입지

□ 북한의 입장에서 3차 핵실험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 3차 핵실험을 한 것은 첫째로 미국으로 하여금 핵보유국 지위를 확실히 한다는 측면이 하나 있고, 두 번째는 핵보유국의 위상에 맞게 정책결정을 공개적이고 제도화된 외양을 갖추었음을 과시하고자 했다. 북한은 보여주고 싶다는 거 아니겠는가? 매우 공세적인 행보이다.

2003년 3월 초 탕자쉬엔 국무위원은 “김정일 위원장은 핵개발 의사가 전혀 없다. 원하는 것은 조미 간의 평화다. 그래서 직접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만 해도 북한은 중국을 통해서 “당신과 대화하고 싶으니 나를 공격하거나 정권교체를 하려고 생각하지 말라”는 굉장히 수세적인 태도였다.

2003년 8월에 열린 제1차 6자회담에 김영일 외무부 부상이 나왔다. 김영일 부상이 회담장 구석에서 소위 ‘미북 접촉’을 할 때 거의 우는 소리로 “너하고 나하고 정식으로 회담하자. 우리를 존중해달라”며 부르르 떨었다. 제2차 6자회담에서는 김계관 부상이 나와서 “우리들이 원하는 것은 적대시정책의 철회이고, 미국과의 직접 협상이다”라고 했을 때 데이비 스트로브 국무부 과장은 나한테 “김계관의 목소리가 저렇게 처량하게 들리기는 생전 처음이다”고 그랬다. 스트로브 과장은 92,93년경부터 김계관을 봐왔었다.

그런데 그 김영일과 그 김계관이 이번 2013년 1월 27일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 이게 일종의 안보관계장관회의라고 볼 수 있는데, 이 회의에 당당하게 김정은 옆에 앉아 로켓발사 이후 국제제재에 맞서 핵실험할 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지 않는가? 거기서 중국을 통해 미국의 선처를 호소하는 모습은 전혀 발견할 수 없지 않는가? 지난 10년간 그만큼 북한과 미국 간의 핵협상을 둘러싼 입지가 바뀌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자면 중국의 역할은 없어진 거다. 부시행정부 내내 중국은 미국에게 “북한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니까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협상하라”는 것이었다. 북한은 중국이 자신들의 의사를 미국에 전달해주고, 다른 한편 방파제가 되는 역할 원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과 북한 사이 중국의 역할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2006년 10월 북한이 최초 핵실험을 한 직후 미국은 북한을 잘못 길들였다. 2006년 7월 북한이 미사일 훈련을 했을 때 참여정부는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식량지원을 연기했고, 2006년 10월 9일 핵실험을 하자 식량과 비료지원을 중단했다. 그 직후에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가 북한에게 가장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반면 미국은 추가 제재가 아닌 협상의 길을 선택했다. 2006년 10월 말부터 미북 뉴욕채널이 재개되었고, 2006년 11월 30일부터 미북 양자접촉이 베이징에서 열렸다. 그때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해도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나라는 남한 밖에 없더라. 미국은 아무런 제재도 못하고 제재수단도 없고, 오히려 대화를 요청했다. 중국은 그 대화를 주선했다. 그러니 강공으로 가서 우리들이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확신을 갖게 해 버렸다.

당시 나는 6자회담 재개를 희망하긴 했지만 그렇게 빨리 미국이 몸이 달아올라 서두를 지는 차마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대화라도 좀 늦게 했으면 모르는데... 이번에도 유엔제재가 두렵지 않고 자신들의 몸값은 올라갔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로켓발사와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자평함으로써 북한 정권이나 북한 지도체제는 김정일 사후 1년이 지난 오늘 정치적 동요보다는 오히려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카다피 같은 신세에 처하는 일은 확실히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대외적으로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입지확보, 대내적으로는 김정일 이후의 정치체제에 대한 어떤 자신감과 안정감을 물리적으로 확보했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체계적이고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제도화된 결정이다. 1차 핵실험은 김정일 개인의 결정이었다면, 이번에는 제도적 집단적 결정이기 때문에 함께 책임을 진다는 것이고, 동시에 김정은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물론, 별도의 토론이 필요한 사인이지만 북한이 김일성, 김정일의 후광이 없어도 유지될 수 있다는 지배엘리트 사이의 부지불식간에 의식이 형성된다면 김씨 일가의 세습을 통한 정통성 확보가 기념은 해야 할 지 모르나 체제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로서 상징성은 약해질 수 있다. 이는 장래 북한에 대한 예측에 다양한 함의를 갖는다. 아마도 김정은을 제외한 원로급 정챡결정자들은 이런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본다.

3차 핵실험, 진도 5, 폭발력 15kt으로 “성공적”

□ 3차 핵실험에 대한 기술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폭발력의 규모, 핵물질의 종류, 소형화.경량화 여부 등이 논란거리다.

■ 일단 북측에서는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소형화라고 하는 것은 운반체에 실을 수 있다는 것이고, 경량화라고 하는 것은 더 적은 핵물질을 사용해서 자신들의 기대수준의 폭발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종화라고 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우라늄이 중심이 된 핵실험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믿을 거냐 말거냐의 문제가 있다. 첫 번째, “일단은 성공했느냐?”라고 했을 때 폭발력 기준은 리히터 지진계로 4.9~5.1이 나왔는데 진도 5정도 나왔다고 한다면 성공적인 핵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진도 5 정도면 폭발력이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15킬로톤(kt) 정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대체로 우리가 판단할 때 리히터 지진계에서 나타나는 진도라고 하는 것은 폭발력을 기하급수적으로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 발표의 두 배 이상이다.

북한의 핵개발 속도는 늘 우리의 예측보다 빨랐다

□ 폭발물 양은 어느 정도로 추산되나?

■ 먼저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북한의 핵개발 속도와 관련해서 한국, 미국 등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은 단 하나였다. 늘 우리의 예측보다 빨랐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1992,93년 핵위기로 갔을 때 북측이 제시한 신고에는 수 그램 단위에 불과했다. 그런데 실제로 특별사찰에서 IAEA(국제원자력기구) 기술자들, 미국 기술자 전문가들, 미 CIA(미중앙정보국) 등이 판단한 것은 8~12kg이었다. 훨씬 많은 핵물질을 이미 확보해놓은 것이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직후 미 CIA 전문가들이 와서 설명할 때 한두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이미 확보해놨다고 했다. 2002년 10월 켈리 방북시 우라늄 관련 시비가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2003년 CIA 브리핑 때 우라늄에 대해서도 어느 시기를 특정하면서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추출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치까지 나왔다.

2002년 12월에 IAEA 사찰관을 영변 핵시설에서 철수시킨 뒤 2003년 4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북-중 3자회담에서 리근 북한 외무성 대표는 “재처리를 완료했고 핵물질을 확보했으며 핵무기 수를 늘릴 지 말지는 미국에 달려 있다”고 제임스 켈리 대표에게 통보했다. 켈리는 “또 나에게 공갈친다”고 불쾌해 했다. 리처드 롤리스를 비롯해서 미 국방 당국자, 미 CIA 등은 그렇게 단시간내에 재처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2003년 6월초에 재처리를 완료했고, 6월말 7월초에 미국에게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통보했다. 우리는 미국에게 핵협상을 시작하자고 채근했고,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 주장을 “뻥(bluffing)”이라고 했다. 잘 해봐야 폐연료봉을 수십 다발 몰래 숨겨나가서 제3의 장소에서, 실험실 수준에서 했겠지 했다. 그런데 2006년 1월에 해커 박사와 루이스 교수, 프랭크 자누치, 리처드 루가 상원의원의 보좌관인 키스 루스 등이 방북해 확인했다.

내가 프랭크 자누치를 만났는데 “재처리를 확실히 했다. 수조가 텅 비어 있고 깨끗했다. 해커 박사에 의하면 플루토늄을 담아 둔 용기 표면을 직접 만져봤는 데 따뜻했고 가이거 계수 측정기로 방사능이 측정되었다”고 설명해주었다.

2005년 북한이 ‘핵무기보유 선언’을 하며 ‘벼랑끝 전술’에 들어가자 북한이 핵실험을 할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2005년 여름부터 대비했다. 북한이 핵실험 할 경우 한미가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를 의논했다. 실제 핵실험은 2006년 10월이었다.

나는 북핵 6자회담을 실무적으로 운영하는 대책을 주도하는 한편, 북핵기술자문단도 처음부터 운영하였다. 그때 우리는 북한의 무기급 플루토늄 총량을 46~54kg으로 추정했다. 1차 핵실험 때 6kg 이상을 썼을 거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2007년 말에 미북, 남북 비공식 협의를 할 때와 2008년 6월에 북한이 미국 측에 신고할 때, 총 30여 킬로그램 가운데 3~3.5kg을 썼다고 했다.

중국에 핵실험을 통보할 때 6kg을 이용하여 4kt의 폭발력을 낼 계획이라고 했는데 실제론 1kt 정도에 그쳤다. 3~3.5kg 밖에 안 썼겠느냐는 의심을 하지만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전체적으로 돌이켜 보면 북한의 핵능력은 계속 외부, 특히 미국의 평가보다 빠른 속도로 증대됐다. 북한은 계속 “갈수록 우리 핵능력은 늘어난다. 시간은 누구의 편도 아니다. 대화를 해도 너희의 결정이고, 대화를 하지 않아도 너희가 책임지라”고 큰소리 쳤다.

참여정부 기간 동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든 양자든 협상에 가속도를 내야 한다고 그토록 목청을 높인 이유였다. 2003,4년 내 개인 판단으로는 북한이 100여차례를 훨씬 넘는 고폭실험의 이력을 보면 2007~2010년 사이에 탄두 무게를 1000kg 이하로 줄이는 소형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지금 기억으로 2005~2007년 사이 국회 국방위에서 소형화를 언제 달성할 것으로 보느냐는 예상 질문에 국방부와 협의하여 2010년 정도로 예상한다는 초안을 작성하곤 했었다.

우라늄농축과 관련하여 얘기한다면, 2004년 독일에서 중국을 통해 반입하려던 고강도알루미늄 튜브는 미국이 차단했는데, 그 즈음 러시아를 통해서 밀수해 들어간 6천톤은 차단하지 못했다. 6천톤의 고강도알루미늄 튜브를 사용해서 성공적으로 원심분리기를 가동한다면 60kg의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235라는 핵물질이 나온다. 그 소요시간은 우리가 감시하지 못 한다면 3~5년 정도로 추산했다. 당시에 2008~2010년 사이로 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이 ‘핵보유 문턱’(nuclear threshold)을 넘어설 시기를 2007년에서 2010년으로 봤다. 이런 판단의 기준은 전부 내가 6자회담 실무자로 중심적으로 뛰었던 2005년 기준이다.

2007~2010년이 북한이 핵무장으로 가는 핵문턱을 넘느냐 못넘느냐는 민감한 시기로 봤었다. 참여정부는 북한 영변핵시설을 불능화시키고 농축우라늄 활동을 철저히 감시하도록 미 국무부 전문가들이 고려호텔에 상주할 수 있게 해서 정권을 넘겨주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08년부터 북한 비핵화와 6자회담 진전을 가로막는 행동에 여념이 없었다. 한마디로 북한의 핵능력 증강을 막기 위한 어떠한 구체적인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오바마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플루토늄 37~45kg, 우라늄 25~30kg, 핵억지력 보유

□ 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게 핵개발을 추진했고, 현재 핵물질 보유량도 상당하다는 평가인데, 그렇다면 북한의 핵무기 능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 먼저 핵물질을 보면, 플루토늄은 46~54kg 정도 가지고 있었고, 플루토늄을 이용해서 두 번 핵실험을 했다. 6kg을 사용해야 핵폴발 임계치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1945년 기술 수준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최근 교과서에는 한번 실험에 3~6kg을 사용한다고 되어 있다. 그들은 핵물질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이 쓰지 않는데, 3~6kg 중간인 4.5kg를 썼다고 가정하면, 9kg을 사용해서 37~45kg 정도가 남는다.

그리고 우라늄은 P1이든 P2든 해커 박사가 2010년 11월 영변에 가서 목격 당시로부터 만 2년이 더 지났다. 이번 핵실험에 우라늄을 썼다면 적어도 두 개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분량을 확보한 뒤 시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라늄은 40~45kg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그중 이번 실험에 15kg 정도 썼을 것이다. 1945년 기준이 우라늄핵무기 1기에 20kg 정도이고 지금은 덜 쓴다. 약 15kg 정도 썼을 것으로 보면 25~30kg 정도 갖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 고강도 알루미늄 튜브 6천톤이면 60kg까지 생산할 수 있지 않나?

■ 6천톤을 들여와 원심분리기 6천기를 만들어서 60kg를 생산할 수 있다. 만약에 고강도 알루미늄 튜브를 6천 톤 외에 또 확보했다면 그건 추측하기 어렵다.

내가 추산한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러시아를 거쳐서 들여온 것이 6천톤이었기 때문에, 그걸 다 사용했겠느냐는 것이다. 2천기씩 3군데에서 동시에 돌려야 하는데 해커는 영변에 가서 봤는데 그 공장은 안 돌리고 있었다. 영변 한 세트는 계속 안 돌렸을 가능성이 더 높다. 보여줄 수도 있고 협상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실 두 칸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되니까 별도의 두 군데에서 돌려 약 40kg을 농축했을 것으로 본다.

고폭시험은 이후에도 계속했을 것이다. 그것은 어려운 게 아니다.

□ 요약하면 진도 5정도 규모의 15kt 폭발력이고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실험일 가능성 높다는 것인데, 왜 우라늄으로 추정하나?

■ 왜냐면 2차례 실시한 플루토늄 실험 데이터를 가지면 모의시험, 즉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플루토늄만 가지고 3번을 실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플루토늄은 더 생산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으니 그냥 핵기폭장치에 담아두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게 논리적이다.

우라늄은 고강도 알루미늄 튜브만 확보해 놓으면 나머지 부품은 부피가 크지 않기 때문에 밀수를 많이 했을 것이다. 물론 자체 개발도 하고. 그래서 그쪽으로 계속 숫자를 늘려갈 여지가 있다.

종합해서 보면, 우라늄으로 1.5개 정도, 플루토늄을 4kg정도만 써도 된다고 하지만 4.5~5kg을 사용하다고 잡아도 7개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도합 8~10개 정도가 있는데, 북한이 저렇게 강하게 나올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국제적으로 한자리수 후반대, 7~9기면 핵억제력이 확보된 것으로 본다. 1차 공격 능력이 있고, 그에 따른 공격을 받고 한 번 더 때리고, 이를 2차공격력, 영어로는 second strike capability라고 하는데, 또 한 번 공격받고 다시 한 번 더 때리는, 3번 공격해야 상대방이 겁을 먹고 공격을 안 한다. 핵보유국가끼리 3차 타격 능력을 가질 때 핵억제력이 확보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국방부에서도 밝힌 것이지만, 걱정되는 것은 핵부산물로 더티 밤(dirty bomb)이 나올 수 있고, 열화우라늄탄도 있다. 더티 밤은 질이 낮은 핵물질 부산물과 일반 고폭화약을 섞어서 포탄으로 만들어 대포로 쏘든 항공기를 이용해 투하할 수 있다. 재래식 무기에서는 관통력을 높이기 위한 열화우라늄탄으로 연결된다.

또 배치까지 예상해 보면, 더티 밤과 열화우라늄탄과 2,3기의 핵무기 배치까지 상정을 한다면 북한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제 겁나는 게 없는 거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한 것은 지난 5년 동안 북한을 잘못 다뤄왔기 때문이다. 잘못 다뤄온 이유는 첫 번째는 “김정일과 협상을 하면 손해를 본다. 성과 낼 수 없다”고 하는 전혀 경험도 없는 사람들의 잘못된 전제, 두 번째는 “북한 곧 망한다. 망할 국가와 협상 할 필요 없다”, 세 번째는 “김정일과는 협상이 안 되기 때문에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정책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이 3가지가 다 틀린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이 6자회담을 하려고 하면 제동을 걸었다. 보즈워스가 강석주와 만나고 오면 그 다음 진행을 못하게 한다든지, 클린턴이 갔을 때도 여기자 문제만 해결해 와야 된다는 요구를 한다든지, 2010년 2월말에도 계속 딴지를 걸었다.

전략적으로 인내하자는 건지, 인내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선택하자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소위 ‘전략적 인내’라는 말을 고안해낸 사람들이 현재의 북한 핵문제를 키워버린 원흉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도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말했는데, 결국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안 된다. 지금도 레짐 체인지를 어떻게 하나? 할 수 있는 게 풍선 보내는 것 밖에 없는데, 풍선으로 레짐 체인지된 나라가 있나?

해상검역, 항공통제, 그리고 유로화 규제

□ 당분간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같은 ‘강 대 강’ 구도가 계속될 것인가? 미국과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대북정책은 없는가?

■ 북한은 자신들이 공표한 행위를 계속 할 것이다. 문제는 미국 등의 제재 효과다.

강화된 내용의 제재 결의가 채택될 것이다. 하지만 해상봉쇄는 못할 거고, 해상의 검역은 강화할 텐데, 누가 하느냐 문제이다. 2002년 11월 서산호 사건처럼 스페인이 나서고 영국군이 나설 리는 없고, 중동 해역까지 가면 효과적인 검역이나 나포가 안될 수 있으니 해상 감시와 검역을 한미일이 주도하기 위해 동북아 연안으로 당겨야 하는데 그것이 과연 얼마나 북한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을 지 미지수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북한은 해상 군사봉쇄라고 반발할 공산이 크다. 그물을 넓게 펴자니 효과가 떨어지고 좁고 촘촘하게 펴자니 북한이 반발할 수 있어 고민이 되긴 하겠지만 어쨌든 할 수 밖에 없다.

그 다음에 공역검색, 항공통제를 해야 하는데, 이란과의 협력이 가장 의심스럽고 중요한 것 이다. 참고로 이란 비행기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8,9회 정도 북한을 왔다갔다 했었고, 칸 박사도 한두 번 왔다갔다 했다. 미사일 협력은 확실하게 있었고, 핵협력도 2004, 2005, 2006년 이후 확실히 있었던 것 같다.

내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채택한 뒤 조어대 회담장에서 김계관 부상한테 “남북관계와 미북관계를 개선하는 대신 더 이상 이란과의 거래는 중단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라고 했을 때 “이란과의 관계는 너무 중요해서 내가 판단할 수 없다. 이란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아마 이란과 북한의 관계를 물어 본 것도 처음이고 답변도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어쨌든 항공통제를 해야 하는데 민간 항공기로 다닐 경우에 방법이 있겠는가. 어디선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이란의 항공기를 검색해야 되는데, 서산호 사건처럼 아무것도 안 나왔을 때 뭐라고 할 건가? 그런 부담이 있다.

내 생각으로는 미국이 해상감시는 확산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안 나와도 계속한다. 항공통제는 확실한 정보가 있을 때 할 건데, 제3국의 공항을 이용해야 한다든지, 민간항공기를 검색해야 한다든지 상당한 부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재 테이블에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북한 내부에서 핵능력이 강화되는 수직적인 확산, 북한 핵능력이 이란 등으로 퍼져 나가는 수평적인 핵확산, 그 두 가지 다 핵확산이라고 하는데, 해상 검색강화나 공역검색을 통해서 핵확산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뭐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하기는 할 것이다.

□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항공통제가 가능하나? 금융제재가 더 효과적이라는 관측도 있다.

■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타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이런 데에 미국의 군사기지들이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를 이용하면 할 수 있다. 북한과 이란이 이용할 수 있는 공역, 항로가 별로 없다. 미국의 중앙아시아 군사기지 배치 현황을 보면 할 것 같다.

다음으로 국제금융망 제재는 반드시 당장이라도 실시할 것이다. BDA(방코델타아시아) 그 뒤에도 풀어준 적이 없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유로화까지 넓힐 것이냐가 관건이다.

BDA 당시에는 미국 달러화를 미국 FRB(연방준비은행)에서 결제할 때 다 통제하니까 고통을 주었다. 여기에 중국 인민폐는 추가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EU의 유로화까지 한다면 북한에게 상당한 고통이 될 거다. BDA 사건 이후 북한이 유로화의 비중을 많이 늘렸기 때문이다.

요악하면 해상검색을 강화해서 실제로 검문검색을 하고, 항공통제도 하고, 달러의 국제적 결제수단은 이미 안 쓰고 있겠지만 그것도 하고 유로화까지 추가한다면 북한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거다.

중국은 인민폐 제재는 안하겠지만 북한과 유로 내지 달러화가 거래되는 자국 은행의 정보를 미국에게 준다면 압력이 된다. 중국의 금융체제에서 돈세탁이라든지 국제기준에서의 투명성 부족이 있기 때문에 그걸 미국이 카드로 쓸 수 있다. 중국은 어느 정도 시늉을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이 부분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본다. 인민폐나 유로화는 안하지만, 달러화 북중 간 거래는 그 정보를 미국에게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홍콩, 마카오도 포함해서.

그렇게 나올 것에 대비해 북한은 현재의 강력한 돌파를 최단시일 내에 끝내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본다. 그렇다면 추가 로켓발사, 그리고 한 번 더 추가 핵실험이 있을 수 있다.

추가 핵실험은 이미 준비는 해놓고 있지만 당장은 안한다고 본다. 실제 핵물질을 담고 있는 핵기폭장치는 그렇게 크지 않다. 그래서 다른 준비는 다 해놓고 기폭장치는 핵시험장 부근이나 제3의 장소에 보관해 긴장을 유지하고 로켓은 발사하는 것이다.

로켓은 확실하게 발사하고 4차, 5차 핵실험 카드는 열어둔 채로 상황을 조기 종료하기를 원하지 않겠느냐.

한국정부, “아픈 수단이 없다”

□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의 대응 전망은?

■ 북한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정확하게 잘 모른다는 데서 관측에는 한계가 많이 있다. 어떤 보도는 북한이 작년에 기후가 좋지 않았지만 평년작 이상의 가을걷이를 했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식량이 부족하지만 오히려 배급량을 조금 늘렸다는 보도가 있다.

알렉산더 만슬로프가 <38North>에 기고한 글을 보면 김정은의 1년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사회적으로 밝아졌고 정치적으로 안정화 됐고, 하다못해 올림픽 금메달도 많이 땄고, 식량난이 완화됐다는 것이다. 식량제공을 포함한 ‘2.29합의’ 이후에도 평양이 미국과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 등을 보면 체제가 흔들릴 정도의 식량난은 없다.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은 늘 상존하지만, 체제가 흔들릴 정도의 심각한 식량난이 없다면 남북관계에서 식량과 비료를 얻기 위해서 대화를 요청할 것인가? 당장은 안할 거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수단이 별로 없다는 의미가 된다. 주는 게 있어서 끊든지 새롭게 주겠다고 해야 하는데, 새롭게 받겠다고 저쪽에서 구걸하지는 않을 거다.

북한 입장에서 차라리 상황을 풀려면 중국에게 부탁하고 중국한테 지원을 받고 풀지 ‘한국 한테 지원을 받고 미국한테 용서받는 형태’로는 안할 거다. ‘중국한테 지원을 받고 미국과 다리를 놔달라고 요청’할 수는 있다. 그래서 한국 정부로서는 제재와 압박을 밀고 나가기는 하되 그렇게 아픈 수단은 없다.

그런데 우리 한국에 제일 약한 고리는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거론하면서 위협을 가할 때 대응 수단과 대응 의지이다. 해외자금의 북한 유입을 통제한다든지 해상검색을 한다든지 국제공역에서의 통제를 할 경우 한국이 미국에게 기여할 일도 별로 없다. 다시 말해서 그만큼 변수가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계속 핵무기에 의존해서 우리에게 부분적인 국지도발을 할 수 있다는 카드로 해서 한반도의 안정을 흔들어놓는 것은 계속할 거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의 수단은 별로 없고 북한도 박근혜 정부하고 대화를 조기에 틀 생각도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북한의 핵무기 사용 운운에 대해 겁을 먹어선 안 된다. 북한은 결코 핵무기를 쓸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대립구도에서 한국이 고약한 상황에 빠져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침로는 결국 미국이다. 미국이 키를 쥐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조언을 받아들일 거다. 중국은 미국이 요청하는 것을 다 받아들여줬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중국도 미국의 심부름꾼에 머물러 있진 않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서 양자접촉을 요구하고 그 양자접촉에서 미국은 이미 다 깨진 것이지만 2.29합의를 존중하겠다고 천명하고, 물론 제재기간 중에 식량공급은 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북한이 2.29합의 이행 의사를 재확인해주면 고위급 접촉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요청할 수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요청 혹은 제안에 미국이 응할 것인가? 나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 지명자가 응할 거라고 본다. 존 케리와 웬디 셔먼은 NPT(핵무기비확산조약) 체제의 공고화를 위해 대화 틀 안에 이란과 북한을 묶어놓을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오바마를 설득, 중국과 협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거다.

웬디 셔먼은 커트 컴벨 차관보라든지 이런 친구들 때문에 자기의 발언을 행사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부시 1기보다 2기가 대화에 적극적이었던 것처럼 이제 이 문제를 협상을 통해서 틀고 갈 수 밖에 없다.

미국으로서는 그 정당화 논리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능력만은 허용해서는 안 된다’에 맞출 것이다. 핵은 전 세계 비확산 질서에 해당하는 것이고 ICBM은 북한의 대미 위협이라는 측면에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한의 대미위협이 커져 나가는 것은 절대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협상 접점은 투발수단과 운반체의 틈새

□ 인공위성 발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로켓발사 모라토리움(유예선언)이나 인공위성 발사대행 방식도 가능한가?

■ 지극히 역설적이며 동시에 논쟁적인 주장이 되겠지만 ‘매직 솔루션’(해결책)은 북한이 위성발사에 성공해주는 거다. 그러면 핵문제도 평화적 핵이용 권리는 허용하는 쪽으로, 로켓이나 미사일 부분도 평화적인 우주공간의 이용은 허용하고 나머지 무기부분은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그래서 평화적 부분과 군사적 부분을 분리해서 대처하는 쪽으로 서로 체면치레를 할 수 있는 ‘창조적인 모호성’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내가 북한의 위성발사 성공을 바란다는 뜻은 아니다.

북한으로서는 오히려 현재의 긴장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서도 로켓 발사를 빨리해서 성공하려하고, 그래서 그걸 들고 워싱턴 가는 문을 두드리려 하지 않겠느냐 관측한다.

핵은 미국한테 위협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하고 일본한테 위협이 되지만. 북한이 핵의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했다면 투발수단(launching vehicle)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고 운반체(delivery means) 문제가 핵심이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지점에 떨어뜨려야 되기 때문이다. 그냥 던져놓고 아무데나 터지면 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지금 투발수단은 가지고 있는데, 아직 정확하게 미국 본토에서 원하는 타겟을 때릴 정밀한 공격용 운반수단까지는 안 가지고 있는 것이다.

□ 미국 본토가 사거리에는 들지만 정확한 타격력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뜻인가?

■ 그렇다. 1만km 투발수단은 다 된 것이기 때문에 미국 동부 뉴욕이라도 도달할 수 있다.그런데 어떤 면에서 핵무기가 사실 별거 아닐 수 있다. 미국 같이 큰 나라에서 사람이 안 사는데 떨어지면 아무 문제가 없다. 네바다 사막에 떨어지거나 텍사스 사막 위에 떨어지면 어디다 쓰겠느냐.

미국이 보복할 때 핵무기 두세기 만 동원해서 때리겠나? 라이스가 2006년 10월 하순에 청와대에 와서 그랬다. “지도에서 없애버리겠다”고 했다. 진짜 그렇게 할 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국의 안보위협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미팅 포인트’(접점)가 생기는 거다. 미국이 보기에는 투발수단은 있는데 정확한 운반수단은 없다고 보는 거다. 그러니까 발사용 로켓(launching vehicle)은 있는데 전달기술(delivery means)은 없고, 그 사이에 정밀도와 기술력의 벽이 있다. 위성을 쏜다는 것은 투발수단이다. 궤도까지 위성을 던져놓고 로켓은 사라지는 거다. 그러면 미국에 대해 위협이 안 된다.

그러니까 북한은 자신들이 미국을 공격할 수단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면서 대화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고, 미국은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는 있으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지점은 절대 못 때린다고 보고 대화에 들어갈 수 있다.

발사대에 최소 며칠씩 걸어둬야 하고 액체연료를 쓰는 발사체로 미국을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것은 미국에 위협이 안 된다. 미국은 북한의 투발수단도 불안정하고, 운반수단은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 그렇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기술진보가 이루어지는 것에는 우려가 되는 거다.

그래서 투발수단인 상태에서 상황을 조속히 종료시켜야 한다는 하는 쪽으로 미국과 중국, 북한 사이에는 컨센서스가 이뤄질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은 동의를 못할 것이다. 지금 수준으로 보면 소형화가 1,500-2,000kg 사이라고 치면 노동과 대포동에는 탑재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나가사키에 떨어뜨린게 4.1톤이었는데, 항공투하이기 때문에 방향조절용 날개 등이 붙어 무게가 많이 나갔지만 미사일 탑재시에는 무게가 확 줄어든다. 가장 단순하게 날개가 없다.

한국과 미국에게는 이런 협상이 북한의 핵위협 아래서 진행되고, 미국은 핵위협이 진행되지만 아직 태평양을 건너지 않은 단계이기 때문에 미팅 포인트가 있다. 김계관이 그 정도는 봤을 것이다.

□ 이번 3차 핵실험으로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고 동결과 비확산을 현실적 목표로 삼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나는 북한에 경수로와 인공위성 권리를 부여해 핵무기 폐기 후에도 다시 핵무기 보유국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가역적 핵포기국’을 협상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물론 여전히 북한의 핵폐기만이 유일한 목표라는 주장도 있다. 이번 3차 핵실험으로 북핵 전략에 변화된 지점이 있다고 보나?

미국, ‘진짜(real) 핵국가’와 평화체제 협상은 불가능

■ 김 기자가 이야기한 가역적 핵포기국가는 상당히 재미있는 아이디어고, 지금은 그 정도만 되도 좋겠다고 미국에서 판단하지 않을까 싶다. ‘되돌릴 수 없는’(비가역적, irreversible)비핵화는 불가능한 상태로 와버렸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책으로 채택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다.

‘동결과 비확산’이면 그건 핵보유국을 인정해야 하는데, 인도나 파키스탄이나 다 제재 받다가 인정해준 것은 사실이다. 인도 같은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인정이 된 거고, 파키스탄 같은 경우에는 미국의 반테러전쟁에 협조함으로써 묵인이 된 거다.

그러나 북한은 그 자체 핵능력만 가지고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것인데, 미국 스스로가 벽을 허무는 것 같다. 사실상의(de facto) 핵무기국가에서 실질적인(real) 핵무기국가로 표현이 옮겨졌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 지명자가 그런 표현을 썼다.

NPT 체제에서 법률적 국가, 조성국으로서의 핵국가(nuclear power)는 아니지만 사실상의(de facto) 핵국가를 한 단계 더 현실화 시켜준 것이다. 그러나 핵국가로서 합법적 지위는 영원히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주장하는 단계에서 평화적인 핵이용을 실행하는 단계로 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고민은 이런 북한과 어디까지 협상할 수 있느냐, 미국은 그게 문제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북한을 평화협정과 평화체제 협상 대상자로 보질 않을 것이다.

□ 미국이 북한을 평화체제 협상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은 의외의 전망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책이 가능하나?

■ 미국의 논리(logic) 상 절대 불가하다. 국제제재를 받으며 잘못된 행동을 통해서 계속 저항을 뚫고 들어와 ‘진짜 핵국가’(real nuclear power)가 됐는데 그들을 평화협정과 평화체제 협상 대상으로 인정해버리면 앞으로의 미국의 비확산 질서라든지 대외관계는 다 깨진다.

미국이 북한을 어디까지 협상할 대상자로 볼 것인가? 영원히 이대로 간다. 정전상태이고 북한은 미국의 적으로 남아있는 거다. 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꼭 이런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경우에 다른 압박을 할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거다. 그쪽으로 남아 있어야 된다.

미국이 북한을 관계정상화 대상으로 볼 것인가? 핵문제가 있는 한은 관계정상화도 못한다. 다만 위협감소를 위한 협상의 대상자로만 된다. 이건 미국의 입장을 이야기한 거다.

북한이 핵무기를 제3국에 넘기지 않는다고 했고 현재 미국의 대북 정책 목표가 ‘동결과 비확산’에 묶어두고 ICBM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여 위협을 감소시키는 정도로 제한되는 만큼, 거기 상응하여 미국과 북한의 관계도 극적인 진전은 있을 수 없다.

관계정상화도 못 간다. 최고로 발전해봐야 영사급 외교관계 정도 밖에 못 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걸로 북한한테 충분할 것 같다. 지금 미국이 평화체제와 관계정상화를 대가로 핵무기를 외부로 반출시키거나 폐기시키는 생각을 전혀 안한다. 북한도 안한다. 지금은 북한이 미국과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치는 정치적 제도적 방식이 아닌 물리적 균형에 의한 평화공존(peaceful coexistence) 밖에 없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투발수단까지 확보함으로써 체제안전에 더 이상 위협이 없는 상태에서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것이다. 미국은 자신의 직접적 핵위협이 없는 상태에서 미북관계의 현상동결이다. 거기까지 밖에 목표로 못한다. 오바마가 4년 임기에 더 이상은 할 수 없다.

□ 최근 <38North>에서 북한의 무수단리 동해발사장에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동창리 발사장은 남쪽을 향해 발사하게 돼 있고, 중국 본토와 가까워 미국이 함부로 공격할 수 없는 장점이 있는 곳이다. 무수단 발사장은 동해 쪽으로 날아가고, 아마 이번에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하와이를 넘어 중남미 해역에 도달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노회찬 유죄 파문과 박근혜 '법원 장악' 음모

노회찬 유죄 파문과 박근혜 '법원 장악' 음모
(서프라이즈 / 두루객 / 2013-02-17)


삼성 'X파일'속의 검사 명단을 공개한 노회찬 의원이 유죄로 선고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는가하면, X파일 사건을 덮는데 공헌을 했던 황교안 전 검사가 박근혜의 법무장관에 지명돼 최고위직 벼슬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엇갈림이란 말인가

떡값 검사 문제가 8년 전의 대화 내용이어서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변명도 그렇거니와 통신비밀보호법을 꺼내어 노회찬 의원에게 유죄를 선고, 본말이 전도된 대법원 판사의 궤변도 해괴망측함 그 자체라 할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국가 정보기관의 불법도청을 막기위한 것임에도 불구 이 나라는 어찌된 것인지 양심에 따른 고발자나 언론인을 향해 옥죄려는 권력 기득권층들의 도구로 이용되는 등 거꾸로만 가고 있다.

과거의 독재 정권들이나 보수 기득권층 주류들이 자신들을 향한 비판적 목소리들을 가둬놓을 도구로 국가보안법을 이용했다면, 오늘날에 그들이 악용하는 도구는 통신비밀보호법이 된 듯 하다.

MBC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으로 '박근혜 선거운동' 및 민영화한다는 최필립- 이진숙의 비밀대화를 공개한 한겨레 신문 기자를 상대로 김재철 MBC 사장이 고소한 명목도 통신비밀보호법이었고, 'X파일 보도' 이상호 기자에게 유죄를 선고한 대법원의 사유도 통신비밀보호법이었다.

국가기관의 불법 도청 및 사찰을 막기 위한 취지와 전혀 다른, 양심에 따른 고발자들에게 적용하는 도구로 전락한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적어도 대법원의 판사라면 이런 입법 취지를 숙지해야는 것이 기본임에도 삼성X파일의 떡값검사 명단을 공개한 노회찬 의원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유무 판단이 'X파일'에서 드러난 혐의를 밝히려는 공익적 행위보다 우선된 것은 어이가 없다못해 허탈할 지경이다.

물론 기계적 논리로 봤을때 '안기부 X파일'의 본질은 도청이었다. 그것이 삼성과 관련이 있든 없든 안기부라는 국가기관이 도청해 감시를 했다는 것은 진영 논리를 떠나 불법임이 틀림없다.

그러한 도청 내용을 공개한 것에 대한 처벌도 부당함이 없지 않는 바, 개정되어야하는 과제가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더라도 판사가 굳이 공개자를 단죄해야할 것도 없다.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판사의 재량권이 발휘되는 것이 상식이 아니던가

더욱이 'X파일'이 세상에 드러난 이상, 공직자 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상의 문제였으므로 그것은 그것대로 밝혀내야 하는 것은 공익을 위한 것으므로 우선되어야할 판단이다. 그런데도 도청 행위와 전혀 관련이 없고 도청 조직의 일원도 아닌데도, 드러난 자료를 공개한 것을 두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을 꺼내들어 '검찰과 재벌,정치인'들의 유착관계 거래 내용보다 우선되는 것은 천만부당한 일이다.

대법원 판사가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취지나 사건의 본질을 모를리가 없다. 헌법재판소 판관 나리들이 인권 침해의 악용 사례가 넘쳐난 '국가보안법'에 합헌이라고 결정을 내렸던 것과 전혀 다를게 없는 '기득권적 카르텔'의 행태가 아니라면 법원 내부에도 또한 '삼성 떡값'의 판사들이 즐비했음을 말해주는 것 밖에 더 무슨 해석을 할 수 있겠나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X파일 사건을 덮었던 검사가 박근혜 내각의 법무장관이 되고, X파일을 공개한 진보정의당 의원이 유죄를 선고 받은 것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 및 유기적 관계 없음으로 과연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박근혜 인수위가 인선한 조각 명단이 지금 '3공 5공'으로 돌아가는 '육법당' 인사로 불리워지고 있다. 경호실 책임자를 육사출신으로 임명하는가하면,국무총리를 비롯한 각부에 정권의 매파성이 뚜렷한 사법부 출신들이 다수 지명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는 90년대 봐주기 검찰수사의 장본인이었다고 한다. 황교안 내정자도 X파일 사건에 연루되다못해 야당에 대한 '종북 마녀사냥'에 앞장서는 등 뉴라이트 인사라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다. 낙마한 김용준 총리후보도 "5.18 특별법이 위헌" 의견과 형제복지원 판결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렇듯 박근혜가 인선하고 있는 인재풀들이 도덕성 문제로 끊이지 않는 것은 부패해서 수구보수 행위가 될 수 밖에 없는 새누리당 정권의 태생적 한계와 맞물려 있는, 기득권층 사회의 카르텔적 특성에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박근혜의 기득권적 카르텔 특성은 재벌가들과의 혼맥으로 얽혀진 MB와 다를 바가 없어 절대 '개과천선' 할 일은 없다. 그런 특성이 있기에 박근혜 집권의 첫 음모 획책은 방송사에 대한 사유화와 더불어 '법원 장악'이 될 것임을 경계해야 한다.

MB와 함께 인선한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의 개인비리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청문회 무력화' 발언에서 드러난 박근혜의 '이동흡 김용준' 감싸기는 사법부 장악 시나리오와 무관하지 않음을 보게했다.

이는 아버지 박정희의 권력행태를 따라가려는 것과 같다. 사법부 인사들을 꼭두각시로 두고 제 입맛대로 판결을 해왔던, 그 중에 사법살인을 저질렀던 '인혁당 판결 사건'도 사법부 장악이었으니 가능했던 것이다. 인혁당 판결의 잔인함으로 가지 않더라도 박근혜 집권 동안의 황당한 판결은 노회찬 유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될 것임을 암시한다.

박근혜의 대선약속이나 복지공약이 선거가 끝나자 헌신짝처럼 내버려지는 것도 애초부터 그럴 의지도 없는 사기성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러한 사기성은 박근혜 주변을 둘러싼 새누리당 정권의 태생적 한계와 맞물려 있다.

부자감세 철회 및 부유층 증세라도 해서 공약 현실화하는 것이 맞는 것인데도 국민연금에서 빼와 재원을 마련한다는, 서민들이 피땀 흘려 국가에 내놓은 돈으로 장난을 치는 것은 국민연금 무력화가 예상되는 우려와 함께 기득권층 카르텔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박근혜임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이렇듯 박근혜 인수위의 인사 파동은 단순히 인사파동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민생과 복지의 후퇴,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가는 사회 부조리 현상과 연결됨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의 인사 문제나 법원 장악 여부에 대해 무겁게 바라봐야 할 것임을 주장하는 바이다.

이 번 노회찬 유죄 판결 파문에서 또한 어이가 없던 것은 종편에서 그나마 낫다는 MBN 방송의 방송 태도이다. 정상적인 방송사라면 '노회찬 - 황교안'의 희비를 풍자하는 것이 정도인데도 돌발영상을 통해 '노회찬 말바꾸기'로 억지 편집하는 행태는 그들이 얼마나 기득권층의 카르텔에 빠져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와 다르게 경향신문과 프레시안이 노회찬 유죄 판결 파문을 비중있게 다루어 준 것은 매우 당연한 처사이자 그들 본연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어찌된 것인지 이들 언론들에겐 아직까지도 국정원 선거개입 기사를 찾아볼 수가 없다. 경향신문에 비해 프레시안은 아예 모르쇠다.

대선 투표 결과에 대해 과정상의 부당함이나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보수화의 구조적 문제로 보기 보다는 오로지 '문재인 탓'으로만 부각한 보도 행태가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대선 부정개표 의혹이나 국정원 의혹을 부각하면 친노의 정치 부활이 될까봐 계산하는 것이 기득권층 카르텔의 본질을 밝히는 것보다 중요하단 말인가.

노회찬 유죄 - 국정원 선거개입- 국정원 선거개입에도 침묵하는 선관위- 대선 부정개표 의혹 등의 모든 것이 어느 쪽으로 가고 있음을 모른다면, 이 모든 것을 유기적 판단으로 바라보지 않고 개별 사안에만 관심을 가지는 한, 무능한 야당에 무능한 야권언론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두루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단독]국정원 직원 대선 개입, 추가 조력자 정황 포착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2/18 09:21
  • 수정일
    2013/02/18 09:2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단독]국정원 직원 대선 개입, 추가 조력자 정황 포착

1초 만에 다른 IP 접속… “최소 3~4명 필요”
‘1차 공조자’ 이씨와 ID 공유 없이는 불가능

 

경향신문|이효상 기자|입력2013.02.18 06:02|수정2013.02.18 08:28

 

18대 대선결과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 김모씨(29)가 복수의 인물 또는 조직과 인터넷상에서 활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김씨를 도와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오유) 등에서 활동해 온 인물은 이모씨(38)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씨의 ID를 또 다른 인물이 공유하며 활동한 흔적이 포착됐다.

17일 현재 이씨가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ID는 모두 30여개이다. 이 중 5개는 김씨의 ID를 공유한 것이고 나머지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새로 드러난 이씨의 ID들이다. 경향신문은 이씨의 ID 활동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김씨나 이씨 외에 또 다른 인물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발견됐다.

지난해 8월29일 오후4시2분20초, 이씨의 ID '탁*****'은 박원순 시장을 비판하는 글에 추천을 표시했다. 1초 뒤인 오후4시2분21초, 이씨는 또 다른 ID '오*****'를 사용해 < 나꼼수 > 를 비판하는 글에 추천을 표시했다. 14초 뒤에는 앞서 박원순 시장 비판 글에 추천을 표시한 '탁*****'을 따라 똑같이 그 글에 추천을 눌렀다. '탁*****'이 인터넷에 접속(로그인) 한 IP(인터넷주소)는 124.198.***.***이고, '오*****'가 접속한 IP는 211.246.***.**이다.
 

이씨 혼자 여러 ID를 사용했다면 그가 박원순 시장을 비판하는 글에 추천을 누른 후 1초 만에 IP를 바꿔 다른 ID로 접속해 < 나꼼수 > 를 비판하는 글에 추천을 표시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초 만에 IP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IP를 가장 손쉽게 변조할 수 있는 방법은 스마트폰으로 무선 인터넷에 연결하는 방식인 '테더링'이다. 스마트폰의 '에어플레인 모드'를 껐다가 다시 켜면 새로운 IP를 부여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아무리 빨라도 최소 10초 이상은 시간이 걸린다.

과학수사 전문가인 한양대학교 김인성 교수는 "한 사람이 2대의 컴퓨터를 이용해 서로 다른 IP로 동시에 접속했을 가능성은 있다"며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한 사람이 두 대의 기기로 1초 만에 서로 다른 글에 추천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씨가 30여개 ID 중 일부를 또 다른 인물과 공유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정황이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자체 조사 결과 국정원 김씨를 포함한 11개의 ID들이 2012년 8월31일 오후4시32분부터 33분까지 1분 동안 14개의 글을 집중적으로 게재했다"며 "미리 작성해 둔 글을 복사해 붙여넣기를 한다 하더라도 1분 만에 14개의 글을 올리려면 최소 3~4명의 인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씨와 이씨뿐 아니라 다수 인원의 조직적인 개입 가능성에 중심을 두고 수사 범위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추가 인물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
 

경향신문 관련기사

|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핵협상 무용? 위험천만한 얘기!"

[긴급 기고] 핵협상 무용론과 핵무장론의 위험성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2-17 오후 2:49:10

 

2월 15일,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약속이나 한 듯이 쌍벽을 이루는 획기적 발언을 했다. 대통령은 원로자문회의 석상에서 '핵협상 무용론'을 설파하고, 여당 대표는 KBS 라디오 방송에서 '핵무장론'을 제기했다. 핵협상 무용론의 핵심 논거는 북한이 붕괴하기 전에는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핵무장론의 논거는 북한이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위반했으니까 우리도 비핵화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두 분 다 국내 정치는 9단인지 모르지만, 국제 정치의 냉혹한 현실이나 한미관계의 서글픈 한계는 잘 모르는 것 같다.

'핵협상 무용론'은 미국 군산복합체들이 반기는 이론

우선 '핵협상 무용론'부터 보자. '핵협상 무용론'은 국산이 아니다. 미제다. 미국에서 나온 이론인데 결과적으로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키워주게 되는 이론이다. 자연현상에 대한 이론은 이념성이나 당파성이 있을 수 없지만, 정치·경제·사회현상에 대한 이론은 기본적으로 이념성이나 당파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국제 정치나 외교 관련 이론들은 자기 나라의 국익을 보호하거나 증진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객관성을 갖춘 것처럼 절묘하게 화장을 한다.

이렇게 국제 정치 관련 이론의 이데올로기성을 감안하면서 따져보자. 핵협상 무용론에 동조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비핵화'는 포기하고 대신 '비확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의 핵문제가 '비핵화' 대신 '비확산'으로 낙착이 되면 우리는 완전히 북한에게 멱살 잡히는 형국이 된다. 멱살 잡힌 채로나마 근근이 경제라도 끌어나가려면 한국은 안보 면에서 미국에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선 미사일방어(MD)체제부터 도입해야 한다. 북핵실험 직후 오바마 대통령 입에서 MD강화 얘기가 이미 나왔다.

장차 '비확산', 'MD도입' 쪽으로 우리 안보 정책 방향이 정해지면 미제 신형 무기 획득 비용이 엄청나게 불어나면서 국가 예산 구조 자체가 바뀌게 된다. 복지 증진? 중소기업 살리기? 현실적으로 어렵게 된다.

협상이 무용지물이면 군사적 해결? 현실적으로 불가능

'핵협상 무용론'에는 '군사적 해결론'의 그림자도 있다. 그러나 말처럼 군사적 해결이 가능하면, 북핵문제는 1994년 6월에 해결되었을 것이다. 1993년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자 미국 클린턴 정부는 바로 북한과 양자협상을 시작했다. 당시 한국 김영삼 정부는 미·북 핵협상을 반대하면서 북한을 '거칠게' 다룰 것을 주문했다. 북한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지친 미국이 1994년 6월 초 영변 핵기지 폭격 방식으로 북핵문제의 뿌리를 뽑아버리려고 계획했었다.

그러나 북폭은 제2의 한반도 전쟁으로 번질 것이고 전쟁 비용이 엄청나게 들 뿐 아니라, 미·중 간 군사적 충돌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현실 앞에서 미국도 북폭 계획을 슬그머니 거둬들인 적이 있다. 이게 '협상무용론', '군사적 해결론'의 한계다. 지금은 20년 전과 사정이 또 다르다. 그동안 중국의 군사 역량이 엄청나게 커졌고 국제 사회에서 위상도 높아졌다. 미·중 역학관계도 그때에 비해 크게 바뀌었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미국이 중국과 협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의 정치·군사적 선택지가 줄었다. 그런 점에서 '핵협상 무용론'과 그 연장선상에 있는 '군사적 해결론'은 비현실적이다.
 

▲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12일 제3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협상 무용론의 뿌리가 북한붕괴론이라면, 상상력이 대단하다

대통령은 북한이 붕괴하기 전에는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핵협상 무용론'을 설파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북한 붕괴를 기다렸던 것 같다.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중계방송 하듯이 했는데, 속내를 알고 보니 구체적인 정보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밑으로부터 혁명'이 일어나 북한 정권이 붕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적 관측이었던 같다.

그런데 대통령 임기 중에 김정일이 사망했는데도 북한에서는 민란이나 폭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금강산으로 달러도 안 들어가고 쌀 한 톨, 밀가루포대 못 보내게 했는데도 어디서 돈이 나왔는지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장거리 로켓을 쏘고 핵실험도 현 정부 임기 중에만 두 차례나 했다.

북한 체제의 특성, 북한의 정치문화, 북한 경제의 운영 원리를 모르면 북한붕괴론 같은 얘기를 쉽게 할 수 있다. 북한붕괴론은 김영삼 정부 때도 유행을 했었다. 그러나 희망적 관측은 꿈으로 끝났다. 그때도 "김일성만 사망하면 북한은 붕괴할 것이고 북한이 붕괴하면 그건 곧 통일이다", "대북 지원은 붕괴할 수밖에 없는 북한 정권의 명맥을 연장해주는 것이다", "대북 지원은 공산독재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일이다. 인도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비인도적인 일이다", 이런 말들이 유행했었다. 그럴듯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모두 다 이론과 주장의 이데올로기성을 반영하는 것들일 뿐이었다. 북한붕괴론이 나온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북한은 아직 붕괴하지 않았다. 이제는 이런 상상력의 소산인 비현실적 주장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핵문제 해결책은 결국 협상밖에 없다

1993년 3월 NPT 탈퇴를 기점으로 치면 북핵 문제는 올해로 21년째로 접어든다. 그동안 협상 형태도 갖가지였고, 해법도 갖가지로 나왔었다. 그런데 아직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더 난해한 문제가 되었다. 그러니 협상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북한의 도발->제재->일정기간 경과 후 협상->해법 합의->(어느 일방의) 합의 불이행->(북한의 불이행 시) 제재->북한의 재도발->제재->협상, 이런 식으로 몇 차례 반복한 건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악순환을 북한의 약속 불이행 탓으로만 돌리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물론 많다. 북한은 약속을 안 지키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고, 남북관계에서도 숱하게 체험했기 때문에 필자도 북한을 편들어 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북한만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약속을 어겼는가? 그건 아니다. 국제 정치의 세계에서 심판관처럼 행세하고 있는 미국도 합의 사항 불이행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1994년 10월 미국 클린턴 정부는 북한과 '제네바 기본합의'를 채택했다. 북한이 핵활동을 중지하는 대가로 미북수교를 해주고 200만Kw짜리 경수로 원자력발전소를 지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클린턴 정부 임기 내 수교 협상도 시작되지 않았다. 다만 경수로 공사는 이런저런 핑계로 느릿느릿 계속되다가 부시 정부 때인 2003년 초 중단되었다. 미국에서 정권이 교체되면 전 정부의 대북 합의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같은 정부 기간 중에도 합의 다음 날부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도 있다. 부시 정부는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 로드맵이라고 평가 받았던 '9.19공동성명'을 채택해놓고 바로 그다음 날 대북 경제제재를 시작했다. 북한이 위조지폐를 만들고 그걸 돈세탁했다는 죄목으로 마카오에 있는 BDA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시켜버렸다. BDA 제재를 1년여 어렵사리 견디던 북한이 마침내 2006년 10월 9일 제1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할 테면 해보자'는 북한식 셈법이다.

물론 미국의 합의 불이행보다 북한의 핵실험이 더 나쁜 일이니까 국제 여론은 북한에 불리했고,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도 결의되었다. 그러나 대북 제재가 시작돼도 북한이 계속 초강수를 두니까 핵비확산 책임이 있는 부시 정부도 결국은 다섯 달을 못 버티고 북한과 양자협상을 시작했다. 그 결과로 2007년 2월 13일, '9.19공동성명'을 이행해나가기 위한 '2.13합의'라는 것이 나왔다. 이후 '10.3합의'라는 것도 만들면서 협상으로 문제를 풀려고 했다.

미국 같은 지도급 국가가 국제적 합의를 했으면 지킬 일이지, 합의한 다음 날부터 합의 이행은 고사하고 다른 문제를 구실로 제재를 시작하는 것은 무엇인가? 제재를 시작했으면 영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끝장을 보든지 할 일이지 협상은 왜 하고 각서는 왜 또 써준단 말인가? 그러고 나서 다시 흐지부지하다가 문제가 커지면 북한의 약속 불이행 비난 여론이나 조성하는 것은 또 뭔가? 그런데도 그 와중에 미국에서는 '핵협상 무용론'이 나오면 우리나라에서는 그것도 미제라고 금과옥조처럼 인용하면서 글을 쓰고 주장을 펴는 전문가들이 나오곤 했다.

북핵 문제가 쳇바퀴를 돌게 된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고 그럴듯하다고 생각해서 '협상 무용론'을 얘기하다가 보면 결과적으로 국가가 어떤 손해를 입고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국가 지도급 인사들도 정치인이건 언론인이건 마찬가지다. 특히 명색이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어떤 이론이 나오면 '내 나라'의 입장에서 그것의 유불리를 따져보는 자세가 아쉽다. 미제 이론뿐 아니라 북한제 이론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보아야야 한다.

핵무장론은 한미관계 현실 모르는 얘기

북한이 핵실험을 3차까지 거듭하다보니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왕에도 그런 얘기들을 왕왕 했었지만, 비중 있는 정치 지도자까지 그런 얘기를 하고 나선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한국의 핵무장? 아마 핵관련 한미관계의 냉혹하고 서글픈 현실을 알고 나면 '아차!' 할 것이다. 이거야말로 미국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핵무장론은 한국이 안보 면에서 미국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고가의 미국 무기를 안 사겠다는 얘기가 된다.
 

▲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여당 대표는 북한이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위반한 걸 구실로 한국의 핵무장을 주장했지만,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북한의 핵 개발만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당초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1991년 여름 미국의 권유로 협상을 시작해서 그해 말 체결된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미국의 그러한 권유 이면에는 북한을 묶으면서 동시에 한국의 핵개발도 막자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선언'에 담긴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 배비(配備)·사용 금지" 조항은 기본적으로 북한을 겨냥한 것이지만, "핵재처리 시설 및 우라늄 농축시설 보유 금지"는 한국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1956년 2월 체결된 '한·미원자력협력협정'은 그 후 1958년, 1965년, 1972년, 1974년, 네 차례 개정되었다. 1974년 5월 개정되어 6월 16일부터 발효한 지금의 원자력협력협정은 효력이 무려 41년이나 된다. 41년 동안 딴소리하지 말라는 거고, 또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앞으로 4년 4개월 더 효력을 발휘할 원자력협력협정에서 우리에게 독소조항은 재처리와 농축 금지 조항이다.

북핵 문제가 불거진 후 김영삼 정부 때부터 사용 후 핵연료봉 재처리라도 허용해달라고 간청을 했었지만, 그때마다 돌아온 대답은 "NO! 다만, 븍한의 핵위협에 대해서는 핵우산을 확실하게 보장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북한의 사용 후 핵연료봉 재처리를 통한 핵무기 개발을 막는 문제로 골치 아파하는 미국과 동맹을 유지해야만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런 일을 당하고도 "아야!" 소리도 낼 수 없었다.

2010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원자력협력협정' 관련 협상에 진전이 전혀 없고, 미국 쪽에서는 논의 자체를 2년 뒤에 하자고 한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1일 박근혜 당선인이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 일행의 예방을 받고 '원자력협력협정'의 개정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핵심은 사용 후 핵연료봉을 재처리해서 다시 연료봉으로 쓸 수 있게 하는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ung) 기술을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은 이 기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2016년이 되면 핵폐기물이 포화 상태가 되어 폐연료봉을 재처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싸늘하다. 금년 2월초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발행한 '한미관계보고서(U.S.-South Korea Relations)'에는 "한국 정부는 핵연료봉 재처리 허용을 원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핵비확산 정책에 대한 도전을 의미한다."고 적혀 있다. 이것이 핵문제 관련 한미관계의 현실이다. 여당 대표가 미국 의회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있는 줄을 까맣게 몰랐다면 또 몰라도, 알고도 핵무장론을 제기했다면 미국식 해석으로는 '도전'이 된다. "재처리 요구도 '도전'인데 '핵무장'까지 주장해?"라고 하면서 코웃음 치는 미국 관계자들의 거만한 모습이 어른거린다. 이것이 한미관계의 냉혹하고 서글픈 현실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필자의 다른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인사동 식당 건물 큰불... 수차례 폭발음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2/18 08:43
  • 수정일
    2013/02/18 08:4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명피해는 화재 진압 뒤 파악 가능... 가스폭발 추정

13.02.17 22:13l최종 업데이트 13.02.18 01:37l

 

[최종신 : 17일 오후 11시 30분]

서울 종로구 인사동 '먹자골목'에서 발생한 화재는 불이 난 지 3시간만에 불길이 잡혔다.
이날 오후 11시 현재 소방관들은 화재현장으로 진입해 잔불을 진화 중이다. 그러나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화재현장 인근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 중이던 일본인 관광객 1명 포함 7명은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해 서울 백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서울 종로소방서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1층 '육미', 2층 '보헤미안', 3층 '마당쇠' 술집이 있는 건물로 추정되나 정확한 원인은 화재진압 후 조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2신 : 17일 오후 11시]

17일 오후 10시 31분께 서울 인사동 화재 현장에서 건물이 붕괴되는 순간이다. 소방관 여러 명이 진화작업을 벌이던 중 갑자기 건물이 무너져내렸다. 소방관들이 간발의 차이로 붕괴현장을 탈출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서울 종로구 인사동 먹자골목에서 발생한 화재가 오후 10시 40분 현재까지도 진화되지 않고 있다. 화재 초반 다소 높게 치솟았던 불길은 잡혔지만 곳곳에서 다시 불꽃이 튀어오르는 등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방관들조차도 화재현장 내부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총 6개동 23채의 건물들이 불타면서 붕괴위험이 있는 현장에는 접근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다.

오후 10시 25분경에는 화재 발원지로 추정되는 3층짜리 식당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내려서 현장 가까이에서 진압하던 소방관들도 가까스로 자리를 피했다.

그 식당 건물 주변에는 대개 1층~2층짜리 건물들이 많고, 대부분 불에 완전히 소실된 채 무너져내린 게 확인되고 있다.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1층 식당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고, 잠시 뒤에는 LPG 가스가 폭발하는 듯한 폭발음이 연속으로 들렸다고 한다. 삽시간에 불길이 치솟아 인근 상인들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높게 치솟았다.

이날 오후 10시 45분 현재 화재현장 주변에는 상가 주인들과 종업원들이 나와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일부 상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20년 넘게 장사를 해온 곳인데 억장이 무너져내린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주변 화재현장에서 연기를 마신 7명은 서울 백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신 : 17일 오후 10시 10분]

17일 서울 인사동 식당 밀집지역에 큰불이 나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17일 오후 8시 48분 현재 서울 인사동 종로타운 뒤편 식당가 건물에서 가스폭발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는 3층짜리 건물 중 3층에 있는 한 식당에서 발생했고, 수차례 폭발음과 함께 큰 불길이 치솟았다. 폭발음으로 보아 식당에서 이용하는 프로판 가스로 인한 폭발로 추정된다.

서울 종로소방서에 따르면 정확한 화재 지점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255번지이며, 화재 발생시간은 오후 8시 26분이다. 이날 오후 9시 45분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이 불로 이 일대 총 23개 점포가 완전 소실됐으며 화재진압을 위해 소방차 62대, 소방관 141명, 9개의 인명구조대가 출동한 상태다.

오후 9시 55분 현재 불길은 잦아들고 있지만 완전히 꺼지지 않고 계속 검은 불기둥이 치솟고 있다. 주변 건물 주민들은 전원 대피조치가 이뤄진 상태다.

현재 이 지역 골목길이 워낙 협소해 대형 소방차의 접근이 어려워 소방관들이 대로변에서 사다리차를 이용해 물을 뿌리고 있다.

화재현장 주변에는 매캐한 연기가 가득 찼고 건물 사이로 화재현장의 불꽃이 튀어오르는 게 관찰된다. 화재가 발생한 지역은 작은 식당 건물들이 좁은 간격으로 붙어 있는 일명 '먹자골목'이다.

이날 화재로 인해 일부 차선의 통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주변 통행에는 문제가 없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아무개(50)씨는 "두 번의 폭발음이 들려 밖으로 나와보니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며 "불이 난 건물 1층 식당에서 손님들이 폭발음을 듣고 긴급히 대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불이야' 소리를 듣고 나가보니 폭발음이 들렸다"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물고기들에게 약 먹였습니까?

물고기들에게 약 먹였습니까?

 
조홍섭 2013. 02. 15
조회수 2112추천수 0
 

미량 불안장애 약 성분도 민물 농어 큰 행동변화 불러, <사이언스> 논문

폐의약품, 화장품 등 화학물질 수천종 일상적으로 하천 유입…PCPPs 새로운 오염문제 떠올라

 

Danielle Duhe_Fish_pharmaceutical_illustration.png » 우리가 먹은 약물 또는 내버린 약 성분은 결국 수생태계로 들어간다. 그림=다니엘 두헤, 위키미디어 코먼스

  
상쾌한 아침 샤워가 심각한 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샴푸의 세제 성분이나 물 낭비를 말하는 게 아니다. 몸을 단장하는 데 쓴 화장품이 강으로 씻겨 들어가 새로운 환경오염을 부른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사향노루는 멸종위기여서 보기도 힘들지만 합성 사향은 화장품과 세제, 비누 등에 널리 쓰여 세계적으로 해마다 수천톤이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사향 성분은 물에 녹아 수생생물의 지방조직에 축적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사향 자체야 유독물질도 오염물질도 아니다. 하지만 합성 사향을 장기간 몸속에 축적한 물고기를 먹어도 괜찮을까? 그 사람이 임신부라면? 또 합성 사향과 함께 물속에 들어간 수많은 다른 화학물질이 예상치 못한 상승효과를 일으킨다면?
 

‘약물과 개인용품(PCPPs)’에 의한 새로운 환경오염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큰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이 건강을 위해 먹는 약이나 몸을 단장하려고 쓰는 화장품 등에 들어 있던 화학물질은 결국 환경으로 들어간다.

pic.jpg » 약물 및 개인용품(PPcPs)의 화학물질이 어떤 경로를 통해 토양과 수생태계로 가는지를 보여준다. 그림=알리스테어 복살 외,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 volume 120 number 9, September 2012

 

우리가 쓰는 약만 해도 4000종이 넘는다. 약은 우리 몸에서 모두 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배설되고 또 생물활성이 늘어난 대사물질로 바뀌기도 한다.

 

약 성분은 하수처리장에서도 잘 분해되지 않아 한강에서도 10여종의 약 성분이 검출되고 있다. 2010년 신종플루가 대유행했을 때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의 성분이 전국의 모든 주요하천에서 검출된 것은 우리 몸에 들어간 약 성분이 결국 환경으로 향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약물 말고도 향수, 샴푸, 햇빛차단제, 살충제, 식품첨가물, 커피의 카페인, 니코틴 등 우리가 내보내는 화학물질은 수천가지가 넘는다. 여기에 축산농장에서 다량의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쓰고 제약회사 공장에서도 배출물이 나온다.
 

물론, 환경에서 이들 물질의 농도는 매우 낮다. 그렇지만 워낙 환경에 유입되는 양이 많고 하수처리장에서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하는데다 환경과 인체에 장기적으로 끼칠 영향이 불확실해 세계적으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항생제 성분이 내성균을 부르고 경구피임약 성분이 수컷 물고기에게 암컷 성징이 나타나게 하는 알려진 문제 말고도 불길한 조짐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항우울제 성분이 조개의 산란행동을 교란하고, 어떤 심장병 약 성분은 수생동물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능을 가로막는다.
 

perch.jpg » 스웨덴 우메아 대학 연구진이 옥사제팜 성분에 의한 행동변화를 연구한 민물 농어. 적은 양의 약 성분에도 큰 행동변화가 나타났다. 사진=브로딘 외, <사이언스>

 

특히, 평생 물속에서 살아야 하고 화학물질 세례를 피할 수 없는 물속 동물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큰 관심거리이다. 최근 스웨덴 연구진은 긴장과 불안장애 처방약 성분인 옥사제팜이 미량이라도 물고기의 행동에 큰 변화를 부른다는 실험 결과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민물 농어를 길러 행동변화를 관찰했는데, 보통 조심스럽고 무리지어 먹이활동을 하는 이 물고기가 도심 하천 수준의 약물이 포함된 물속에서는 대담해지고 먹이를 빨리 먹으며 사회성이 떨어져 홀로 사냥하는 행동을 보였다. 옥사제팜은 농어에게 사람과 비슷한 효과를 냈던 것이다.
 

이런 행동변화는 하천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 먹이 섭취량이 늘어나면 동물플랑크톤이 줄어들어 식물플랑크톤이 번창하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고, 반대로 조심성이 떨어지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늘어난다. 게다가 옥사제팜 말고 다른 미량 화학물질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우리의 하천은 점점 ‘화학물질 수프’처럼 바뀌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하천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에 끼칠 영향이다. 하지만 현재 전문가들의 일치된 답변은 ‘모른다’는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Dilute Concentrations of a Psychiatric Drug Alter Behavior of Fish from Natural Populations
T. Brodin, J. Fick, M. Jonsson, J. Klaminder
10.1126/science.1226850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미 핵대결 정세에서 박그네의 운명은?

북-미 대결 정세에서 박그네의 운명은?
세계인? 역사? 아이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서프라이즈 / 시다의검 / 2013-02-16)

 

1.프롤로그

방학이라고 뒹굴뒹굴 TV만 보는 아이들이 영 못마땅해서 리모콘을 숨긴지 오늘로 보름이 지났다.
어제 마신 술을 핑계로 아침도 거르고 늦잠을 즐기려는데 갑자기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
“으아아앙~ 아아~ 나빠써어~ 저~엉 마~알~ 으아! 으아아~!”
큰아이다. 무슨 일이지? 용수철 튕기듯 몸을 일으켜 아이 방으로 달려갔다.
초등학교 2학년, 만혼에 그것도 4년이나 지나서 태어난, 첫 딸애가 온방을 떼굴떼굴 울고 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저~ㄴ 두우~ 화니 나빴어~ 주거야 돼~”
뭐라고? 누구?
“전두환! 광주! 살인자! 나쁜 놈! 쏴 주겨야 되는 데에~ 으앙~”
내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잠시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볼을 꼬집었다. 얼얼하다. 그렇다면?
아이의 책상을 보았다. 아! 역시..
책상에는 강풀의 ‘26년’ 제 3권이 놓여있다.
더 이상 볼게 없다고 책 좀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가 엄마 아빠의 책장을 넘봤구나.
그 중에서 만화인 책을 골라 읽었구나. 그게 하필 강풀의 26년이라니??
우선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그리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그리고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했다.
달래고 달래주었다.
아이는 책을 좋아한다. 아니 집에서 책 읽는 거 외에는 달리 놀게 없다
그런데 첨으로 아이는 악인이 떵떵거리고 잘 사는 스토리를 알게 된 거다.
작년 당연히 문재인의 승리를 장담하며 반 아이들도 다 문재인 팀이라고 자랑하던 아이다.
박그네의 당선 결과를 아직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아이의 의문을 달래주고 있던 중에 더 큰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하는가?

이 어리고 착한 딸래미에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어두움과 그 속에 숨겨진 삶의 처절함을 어찌 말해야 하는 가? 장미와 무지개로 가득한 아이의 세상에 그것은 폭풍보다 무섭고 지진과 해일보다 끔찍한 것인데...온갖 괴물과 좀비로 가득한 리얼한 현실의 상자가 이렇게 열렸다.


2.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작년 12.12 광명성 극궤도 위성 발사에 대한 유엔의 대북규탄결의에 대한 북의 공세적 대응이다.

할 테면 해보라. 우리는 간다. 북의 선언은 미국만을 겨냥한 게 아니다. 이로써..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이자 5대강국인 미, 러, 중, 영, 불의 핵 독점 체제가 깨졌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전후 체제의 패권적 질서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누구도 그 어떤 강국도 전쟁을 각오하지 않고선 북에 그 어떤 실질적인 제제 조치를 가할 수 없다.

북한을 선봉장으로 이란도 핵무장을 선포했다. 북과 이란은 사실상 반서구 반제 동맹국이다. 어느 한쪽이 공격을 당하면 다른 쪽이 응징하기로 이미 맹세한 상황이다. 만일 북이 미러, 중, 일의 합동 공격을 받는다면 이란의 사막에서 유럽으로 미사일이 날아갈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북의 백두대간 능선 따라 미사일 사일로가 미, 일, 중, 러의 전략거점을 향해 포문을 열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쿠바의 밀림에서도 무언가가 용트림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17세기 신대륙 침략으로 시작된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 지배전략은, 양차 대전을 통해 독일과 일본을 패전국으로 밀어내고 신식민지 간접지배전략으로 외피를 뒤집어 쓴지 2세대 만에 그 토대가 뒤흔들리고 있다. 이제 세계체제자본주의는 내재적 축적의 한계에 도달하여 전쟁이냐 내부 식민화(수탈 강화)냐의 기로에 서 있다. 전쟁은 이제 불가능하다. 제국주의간의 전쟁은 이미 오래전에 불능이고 식민지 수탈전쟁도 이제 불능이다. 그렇다면 자기 진영 내부의 수탈체제 강화가 불가피한 해결책이다. 그러나 그것의 한계는 너무나 명확하다.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자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를 위협할 자해행위다. 그러나 법칙처럼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스스로 환골탈퇴? 불능이다. 왜? 전두환과 이명박그네들을 보라. 그들이 그들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처지도 12.19 개표 쿠데타로 미국의 하위 수탈체계에 더욱 더 포섭되어 버렸다. 미국의 하청 국가인 일본의 하청 국가! 그것이 이명박 집권 5년 동안 추진되고 박그네가 쫓겨나기 전까지 강제될 이 나라의 저주받은 운명이다.

이명박을 지지한 걸 후회한다면서도 박그네는 달라! 세뇌당한 줄도 모르고 박그네를 찍은 이 땅의 순진한 필부들에게 이러한 정세의 전개가 가져다 줄 충격은 내 딸아이의 그것과는 질을 달리할 것이다. 그제서야 땅을 치고 통곡한들 소용이 없으리니 부디 삶의 끈을 놓지 않기를..


3. 그러나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김대중이 제시하고 노무현이 개척했으며 문재인이 약속했던 그 길이 유일한 우리의 生路였다. 아니 미국과 국내의 지배세력에게도 대북 화해와 협력의 길만이 유일한 연명의 출로였다.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은 바로 그것이었다.

돌아보면 미국은 1994년 북한과의 제네바 합의를 준수했어야 했다. 두 개의 경수로 발전소와 중유와 식량의 제공 그리고 추가적인 경제협력의 약속은 손쉬운 해결책이었다. 6.15 남북정상의 공동성명으로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정착하려는 그 역사적 기회는 그러나 클린턴의 우유부단과 플로리다 개표부정으로 고어를 떨어뜨린 미국의 지배세력이 어리석은 부시를 내세우면서 흔들렸다.. 그리고 벌어진 9.11 사태,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침략, 그리고 부시의만용이 빚은 악의 축 선포와 이란과 북한에 대한 압살 책동... 그걸로 평화적 질서의 구축은 끝났다. 그때가 좋았겠지. 수퍼 파워 미국의 강철 근육질이 사실은 녹슬고 있었는데, 러시아와 중국도 절절 매던 그 살벌한 단일 패권국 미국의 전성기는 그 걸로 끝났다.

김대중의 처절한 노력으로 간신히 유지되던 북미 협상국면은 부시의 제네바 합의 파기와 적대 발언으로 인한 북의 2002년 NPT 탈퇴로 파국을 맞았다. 이후 북의 지하 핵실험, 연이어진 위성로켓 발사로 본격적인 북-미간 핵 대결의 시대가 열렸다.

북의 연이은 공세에 밀리고 중국과 연계해 6자 회담을 주도한 노무현 정부의 노력으로 잠시 미국의 비둘기파들이 나서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이 어쩌면 미국으로선 마지막 기회였을지 모른다. 이 성명에서 합의한 대로 미,일이 북과 수교하고 에너지등 경제협력을 추구하고 주한미군의 지위 문제를 포함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가 진전을 보았더라면 작금의 미국이 패권을 상실할 정도의 핵확산 위기는 맞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부시정권은 전혀 9.19 성명의 합의 사항을 이행할 의지가 없었다. 심지어 방코 델타 은행을 통한 북에 대한 금융제재를 단행하고 테러지원국 해제도 해태하여 북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온다. 급기야 9.19 성명은 물론 노무현의 10.4 선언도 이후 이명박의 先 핵포기 정책이 본질인 비핵평화 3000을 빌미로 무산시키기에 이른다.

혹자는 오바마와 국무장관 클린턴의 불개입정책은 이명박의 정책과는 달라서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화를 추동하면 충분히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고.. 그러나 이명박그네 정권은 독자적 정책의 수립과 집행의 권한 자체가 없는 꼭두각시 정부가 맞다. 이명박은 태생부터 그렇거니와 BBK로 발목이 잡혀서 미국과 다른 이견을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고로 이명박 집권 기간에 벌어진 모든 대북 정책과 대북 관련 사건들은 미국과 한 통속으로 기획하고 연동된 것들이다. 2010년의 천안함 침몰사건도 연평도 포격사건도 단순한 남북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미간의 국제적인 성격의 사건인 것이다.

이렇게 북미간에 평화로운 협상을 통한 한반도 평화의 길은 더욱 요원해 졌다. 이렇게 사태가 악화된 책임의 90% 이상이 미국의 패권유지에 목맨 우둔함이 초래한 약속위반, 합의파기에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된 것이다. 미국과 그에 빌붙은 국내 미일 추종세력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박그네를 내세워 무엇을 하려는 가? 한반도에 국한된 국지전이 가능하다 보는가? 공멸의 범위는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을 건너 캘리포니아를 거쳐 네바다. 시카고, 텍사스, 뉴욕에 까지 이를 것이 이제 명확해 졌거늘 무슨 꼼수를 피우려 하는가?

처음 북-미간 핵협상의 수위는 한반도 북쪽의 비핵화였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내용이다.

미국이 이 합의를 깨고 한반도 전쟁의 위기를 겪고 재합의한 2006년 9.19 공동성명의 수위는 한반도 권역의 비핵화였다. 그런데 그 놈의 주한미군 지위변경에 걸려 미국이 이 합의 이행을 지연시킨 결과 이제는 해결의 수위가 한반도 범위를 넘어서 버렸다. 이제 북의 요구사항은 세계적 차원의 동시적 비핵화와 이를 위한 미러중과의 군축회담이다. 6자회담은 영구히 폐기되었고 세계 군사 강국간의 4자회담을 축으로 한 세계 정치질서의 재편을 요구하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의 폐지 또는 재편은 이 과정에서 필연적인 실행 절차가 된 것이다.

이렇게 300년 역사의 신생국이자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패권국이자 자유와 민주적 가치를 수호해온 자본주의 수호자 미국이 동북아의 초라한 변방 스탈린 독재국가의 저돌적인 도전과 협박에 무너져 내리는 역사적 순간을 목도하고 있다. 1991년 소련의 붕괴에 버금가는 대사변이 일어나는 것인가?


4. 미국의 지배세력에게 어떤 선택의 길이 남아 있을까?

 

김대중과 노무현의 길이 결국 자기들에게도 유일한 출로임을 이제라도 알아야 한다.

한반도의 운명은 한민족에게 맡겨두어야 한다. 1987년 전두환, 노태우에게 직선제 개헌을 받으라고 강권한 미국이다. 양김 분열을 유도하고 엄청난 사건을 일으켜서 노태우 당선의 국민적 수용의 명분을 제공한 것 또한 미국이다. 당시 구로구청에서 발각된 부정 개표함을 사수하려던 수천의 학생, 시민들을 강제진압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음에도 신문, 방송이 침묵하고 양김도 침묵하고, 온 국민이 좌절과 한탄에 빠져 시름에 앓을 수 밖에 없었던 그 절망의 벽도 madeinUSA.

그 후로 35년 후 유사한 과정으로 내세운 2013년 박그네를 통해 위에 상기한 현재 한반도 정세의 난국을 타개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저 현상 유지? 무엇을 위한 현상유지인가? 얼마나 지속가능한 현상유지?

문재인은 선거기간 도라산에서 역대 통일부 장관들과 함께 남북이 상생협력하는 경제 공동체 구상을 발표하였다. 평화체제 구축을 넘어서 공동 번영하는 동북아 경제공동체인 것이다. 이곳의 자원과 인력 과학기술 그리고 자본의 결합으로 세계적인 경제무역의 생산, 유통, 소비지가 될 수 있다. 세계의 미래는 이 곳에 있다. 여기에 미국도 참여할 수 있다. 단 미국이 무력적 패권을 버리고 정상국가가 된다는 전제에서.. 지금까지처럼 지배자로 막후의 실력자로 한반도에 지속적인 개입을 하려한다면 물론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자꾸 U.S.A는 몰려가고 있다. 필요하다면 쥐와 닭을 팽해서라도 말이다.


5. 에필로그

 

딸아이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한마디 한다. 전두환은 악마야 악마. 인간의 탈을 쓴 악마!

위로의 뜻으로 동조하는 말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이 아이가 곧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전두환을 구국의 영웅으로 떠받드는 적지 않은 무리들을 발견할 때 받을 2차 충격을 생각해서 보다 적절한 답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박그네를 통해 위대한 보수혁명을 떠벌이고 있는 한 때는 진보를 말하던 저 변0재와 같은 무리들을 어찌 상대해야 할 지도 함께 고민해야 하겠다. 그리고 이 巨惡의 체계를 어찌하지 못하는 아비의 삶에 대해서도 변명 꺼리도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오후엔 덕수궁 대한문 앞에도 나가야겠다.

 

시다의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10대도 일하다 죽는 나라! 제발 배우자!

10대도 일하다 죽는 나라! 제발 배우자!

[프레시안 books] 차남호의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

은수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2-15 오후 6:21:11

 

 

노동에 관한 책이 좀 더 많이 읽히고 시민들이 노동 문제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 탓에, 제목이나 주제가 노동인 책이면 의무적으로 무조건 사서 읽는 습관 때문에, "어려울 것 없겠지"라며 서평을 덜컥 쓰겠다고 해놓고는 상당히 후회를 했다. 서평이 칼럼이나 논문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쓰는 과정에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차남호 지음, 홍윤표 그림, 이수정 감수, 철수와영희 펴냄)의 내용에 동의하고, 책의 갈피 갈피 저자의 노고가 느껴지는 탓에 무엇을 써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우선 '사서 보시라!'는 제안으로 시작한다. 제목에 노동이 들어가면 일단 팔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일하는 사람의 70퍼센트가 노동자인데 정작 노동자는 노동에 관한 책에 관심이 없다는 말도 있다. 거기다 최근 더 심각해진 출판계의 불황 때문에 노동 관련 서적의 타격은 매우 크다. 프랑스에서는 연말연시 선물 1위가 책이라고 한다. 10년 가까이 프랑스에서 살다 온 친구 부부가 가장 신기했던 경험으로 들려준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연말연시 선물 1위는 뭘까, 아마도 상품권이나 건강 식품?

이 책은 노동자는 물론 임금 노동의 출현과 같은 노동의 역사에서부터 노동 기본권과 청소년 노동자가 알아야할 노동법 상식까지 망라하고 있다. 노동 교과서를 쓰고 싶다는 저자의 의도에 맞게 내용도 충실하고 교재로 활용할 만하다. 특히 제 3부 '청소년 노동, 우리의 권리'에는 근로계약, 최저임금, 노동시간 등의 용어 설명과 더불어 청소년 노동자가 자주 겪는 문제들, 예를 들어 임금체불, 변상요구, 산재보상, 폭행과 성희롱 등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준다. 부록으로 '청소년 노동 관련 서식'도 있다. 그림, 질문, 예시 등이 적절하게 섞여 있어서 327쪽에 달하는 두툼한 책이라도 훨씬 쉽게 다가설 수 있게 된다.
 

▲ <10대와 통하는 노동 인권 이야기>(차남호 지음, 홍윤표 그림, 이수정 감수, 철수와영희 펴냄). ⓒ철수와영희
btn

다만 이 책을 10대가 혼자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나만 그런 착각을 했을 수도 있지만 "10대와 통하는"이라는 제목 때문에 좀 더 쉬운 책을 기대했다. 하지만 어려운 단어가 꽤 많이 나오고 사회사에 대한 종합적 상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10대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교재로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21쪽의 서술, "사람의 노동은 이렇듯 원재료를 변형해 새로운 쓰임새를 만들 뿐 아니라 미리 생각해 둔 목적을 이루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할 일을 머릿속에 그려 본(구상) 뒤 손과 도구를 써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실행)거죠. 인간의 노동이 동물의 노동보다 뛰어난 것은 '구상과 실행의 통일'이라는 목적의식적 활동이기 때문입니다"라는 구절은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방식이다. 게다가 구상과 실행이라니. 충분한 설명 없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다.

자본주의 발생사 혹은 노동의 변천사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1부 3절 이하의 내용도 꽤 어렵다. 신자유주의, 보이지 않는 손, 자유 시장 경제, 노동착취, 유효수요론, 주주가치, 스톡옵션, 노동 유연화 등의 내용은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10대에게는 더 많은 사례와 역사적 맥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방대한 내용의 사회 교과서를 요약한 느낌이라 아예 별도의 책으로 떼어내 '10대를 위한 노동 사회사'를 기획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면 내가 10대가 혼자 읽을 수 있는 노동 책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눈치 챘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한 가지 질문, "청소년에게 노동이란 무엇일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10대와 통하는"이라는 제목에 눈이 간 것도 이 때문이며 이 책 덕분에 청소년과 노동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친김에 제안해본다면 저자가 향후 '10대에게 노동을 물어봐'라는 제목이나 주제의 책을 별도로 기획하면 어떨까 싶다. 얼마 전 노동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청년에게 왜냐고 물었더니 언론묘사된 노동자를 보면 '루저'라는 느낌이 든다는 답변이었다. 그래서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솔직히 놀랐지만 시간도 없어 더 이상 이야기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다만 노동에 대한 바로 그런 부정적 생각이나 이미지에서부터 시작하여 10대와 노동 세계 간의 긍정적 교감을 이루면 어떨까 한다.

혹은 최저임금과 같은 한두 가지의 소주제나 구체적인 문제를 가지고 10대와 노동의 세계를 함께 고민하는 책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0대 아르바이트생이 일을 하면서 가장 궁금한 것 10가지를 '10대의 노동 고민 10가지 해법'으로 기획하여 실제 어떤 일이 있고 왜 문제이며 여기서 청소년들은 무엇을 고민하고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를 함께 이야기하듯 나눠 볼 수 있는 책은 어떨까 싶어서 말이다.

다음으로 이 책을 읽는 동안, '청소년기에 알아야할 노동 인권의 핵심 내용은 무엇이어야 할까?'가 더 궁금해졌다. 많이 알려준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을 알아야만 청소년들이 자신의 노동과 다른 사람의 노동 모두를 존중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당당하게 노동을 받아들일까? 이 책을 덮을 때까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정확히 찾지 못했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답을 찾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좀 더 분명히 드러났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저자의 생각이 궁금했다. 만약 이 책에 소개된 내용 모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그래서 한두 가지만을 뽑기 어렵다면, 장이나 절 별로 핵심 내용을 정리해주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 학교 특히 고등학교대학교마다 노동 관련 기본 교과목이 있어 이와 같은 책을 강의하고 함께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이 책을 비치해둔 노동 상담 센터라도 만들었으면 싶다. 고등학교나 대학교에는 취업 알선 기구가 있다. 하지만 청소년 노동자들의 노동 인권을 보호할 상담 센터는 없다. 기업에 보내 일을 시키면서 일을 하는 청소년을 보호할 의무는 방기하는 셈이다. 학생을 기업에 보낼 때 청소년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알려주지도 않는다. 고교 실습생이 일하다 사망하고, 대학 재학생이 아르바이트 하다 산재를 당하는데 학교는 관심이 없다. 지난 2월 7일 사내 하청 노동자로 일하던 청소년이 사망한 사건도 있지 않은가. 도대체 이 학생들은 어디서 노동 인권의 소중함을 경험하고 부당한 대우를 호소한다는 말인가. 책을 덮으며 안타까움이 더 커졌다.

어려운 서평은 다 썼다. 이것이 서평인지 아니면 '청소년과 노동'에 대한 고민인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덧붙이자면 10대에게 읽어주고 싶은 노동 책을 쓰고 싶다는 저자의 서문이 무척 와 닿았고 그 마음이 저자의 다른 책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이런 방대한 내용의 책을 쓴 분이라 이후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비싼 수업료를 내고 졸업한 후 노동자로 첫발을 내딛는다.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든 100인 미만의 작은 기업이든 안정적인 직장을 얻으려는 목적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노동을 모르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이 사실을 나보다 더 잘 아는 분이겠다 싶어 감히 부탁을 드린다. 심각한 양극화와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을 넘어서는 것은 지금 청년 세대의 몫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알고 시작할 수 있도록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부끄러운(?) 기성세대의 몫이 아닐까. 각자가 서있는 그곳에서 권리가 춤추는 미래 사회를 향해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필자의 다른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빈집서 쫓겨난 스님, 내성천에 텐트 친 사연

[인터뷰-지율 스님] 수몰위기 강의 변화 카메라에 담아

13.02.16 21:48l최종 업데이트 13.02.16 23:05l

 

 

낙동강의 제1지류이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추천될 만큼 보존 가치가 높고,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모래강인 내성천. 영주댐 건설을 위한 준설작업이 한창이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영주댐 건설로 수몰위기에 처한 내성천을 지키기 위해 지난 2012년 7월부터 경북 영주시 평은면 내성천변 '텐트'에서 생활하는 지율 스님.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집'이란다. 내성천 모래 위에서 '텐트'를 바라보던 지율(知律) 스님은 "우리집 참 예쁘네"라 말했다.

경상북도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강둑. 지율 스님이 이곳에 살기 시작한 때는 2012년 7월부터다. 영주댐 건설공사로 수몰 위기에 놓인 내성천을 지키기 위해 2011년부터 이곳에 들어온 것이다. 마을의 한 빈집에 살다가 강둑으로 옮겼다. 여름부터 살기 시작했는데 가을과 겨울을 나고 지금은 봄을 기다리고 있다.

내성천은 낙동강의 제1지류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추천될 만큼 보존 가치가 높고,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모래강이다. 지율 스님은 낙동강의 젖줄인 내성천이 댐 건설로 변화돼 가는 모습을 관찰하며 기록하고 있다.

지율 스님은 지난 1월말 홈페이지(초록의 공명)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눈으로 뒤덮인 텐트였다. 기자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무너지지나 않았을까, 밤새 눈을 쓸어내리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걱정하면서도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보지 못했다. 설날(2월 10일)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내고 경남 김해에서 영주까지 달렸다. 점심 무렵에야 도착했다. 지율 스님이 마을 입구까지 마중을 나오셨다.

마을에는 빈집이 더러 보였다. 조상대대로 터를 잡고 살아오던 사람들이 수몰 대상지가 되면서 떠난 것이다. 논밭에는 지난해 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흔적이 보였다. 대신 곳곳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산허리까지 깎아 길을 내고 강모래를 파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빈집 빌려준 주인들 수공 압력 때문에 힘들어해"

설날 찾아온 기자들을 위해 지율스님이 차 끓일 준비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강둑에 텐트가 보였다. '지퍼'로 된 문을 열고 허리를 굽혀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집 주인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침대 모양의 온돌 바닥이 있고, 그 위에 이불이 깔려 있다. 어디서 주워 온 건지 아니면 누가 갖다 준 건지 작은 탁자와 의자가 있고, 가장자리에는 여러 물품이 놓여 있다. 한 켠에는 촛불도 켜놓았다. "우리가 강이 되어 주자"라고 쓴 옷도 걸려 있다.

"천막에는 언제부터 계셨는지"라고 묻자 지율 스님은 "'천막'이란 말은 너무 투쟁적"이라는 반응부터 보였다.

"갈 데가 없어 왔다. 작년 7월부터다. 마을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였다. 2009년 봄부터 낙동강 답사를 했고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에 대해 2011년부터 관심을 가졌다. 처음에는 걷거나 자전거로 다니다가 겨울이 왔을 때 상주에서 1년 정도 지냈다. 작년 여름 장마가 오기 전 둑에 텐트를 쳤다."

"상주도 그랬고, 이 마을에서도 그랬다. 빈집을 빌려준 주인이 힘들어 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수공(수자원공사)이 집주인한테 직접 내보내라고 압력을 가했다. 집주인이 직접 이야기를 하더라. 결국 갈 데가 없어 여기에 왔다. 지금은 마을 사람들이 더 걱정한다. 태풍과 폭설에 무너지지 않았을까 더 걱정한다."

지율 스님은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수몰될 내성천에서는 모래를 파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지율 스님은 "덤프트럭 기사들이 한번이라도 더 퍼다 나르기 위해 새벽 일찍 와서 줄을 서는데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그만큼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분들 덕분에 여기 머무를 수 있게 됐다. 마실 물이 없으니까 갖다 주는 사람, 전기가 안 들어온다니까 발전기를 설치해 주는 사람, 나무를 해주는 사람도 있다. 도자기 굽는 사람이 흙을 가져와 구들방처럼 만들어 주었다. 또 환풍이 잘되도록 텐트 지붕을 뚫어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바뀌어 가는 내성천 영상에 담아... 조만간 다큐멘터리 발표

준설작업으로 상처 투성이가 된 내성천을 둘러보며 촬영중인 지율 스님.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지율 스님 "지금 내성천은 피부 찰과상 정도다. 강은 복원될 수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지율 스님은 내성천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을 찍거나 캠코더로 영상을 담는다. 지율 스님은 "내성천 공사가 벌어지기 전부터 사진을 찍어 놓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서로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다큐멘터리 영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제일 아쉬운 건 변화다. 변화된 강을 보고 있으면 앞으로 올 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 거칠고 황량하고 파괴적인 방법으로 진행하는 개발시스템을 건강하고 자연과 공존하면서 교육과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같은 세대를 살았으니까 그 책임의 몫이 저한테도 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특히 사려 깊게 행동하지 않으면,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지금은 작은 것이지만, 그런 목소리가 울려 나오는 곳에 제가 있고, 그 울림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곳에 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끝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내성천 파괴가 현재진행형이지만 지율 스님은 '그래도 희망'을 강조했다.

"여기 와서 보는 사람들은 자연파괴가 심하다고 한다. 그러나 내 눈에는 아름다움도 보인다. 망가진 건 산 언덕밖에 없다. 새 길을 내는 공사를 하는데 산 표피만 거둬낸 것이다. 들도 산도 그대로 있다. 우리는 한 부분이 망가진 것을 다 망가진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는 포기가 빠르다. 지금 영주댐 공정률이 많이 됐다고 하지만 물이 차기 전에는 그렇다고 볼 수 없다. 지금 '그대로 다 살아 있네'라고 보고 같이했으면 한다. 그런 차원에서 아이들과 답사도 다니고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지율 스님은 몇몇 사람들과 함께 세계습지의 날인 지난 2일 내성천 발원지인 '생달샘'에서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 발족식을 했다. 내성천을 보전·복원하기 위한 간절한 발원을 담은 것이다. 지율 스님은 지난 1월부터 아이들과 함께 내성천 관찰을 위한 '강 길 순례'에 나서기도 했다.

"조그마한 상처에 피가 나면 다쳤다고 하는 심리와 마찬가지다. 지금 내성천은 피부 찰과상 정도다. 강은 복원될 수 있다. 이곳 주변 논에는 작년부터 농사를 짓지 않았다. 수몰 대상지기 때문이다. 논에 농약을 치지 않으니까 습지가 된 것이다. 새들이 날아오고 고라니와 노루가 온다. 반딧불이도 봤다. 발상의 전환이다."

지율 스님은 "이곳 사람들도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다"면서 "그러다가 제가 계속해서 관찰하고 기록하고 자료집을 만들어 내니까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50쪽 분량의 <내성천 강 모래 길>이라는 책과 <우리가 강이 되어 주자>는 홍보물을 만들었다.

지율 스님은 2009년 4월부터 낙동강 답사를 시작했다. 4대강사업으로 변하는 낙동강의 모습을 직접 걸으면서 기록한 것이다. 그는 "4대강사업으로 인한 낙동강 주변의 사막화"를 걱정했다. 준설로 강바닥이 낮아지면 지천을 비롯한 주변의 물이 큰 강으로 쏠리면서 주변 물은 모자라게 된다는 것.

"천성산 소송 왜 하느냐고 묻던데..."

지율 스님 "다른 사람들은 왜 소송하느냐고 묻는다.… 할 수 없어 법원까지 간 것이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천성산 터널과 관련한 소송 이야기를 꺼냈다. 일부 언론과 4대강사업을 추진한 이명박정부 관계자들은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 및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일명 도롱뇽소송) 등과 관련해 '도롱뇽소송 = 2조 5000억 손실'이라고 보도하거나 주장했다.

지율 스님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변호사 없이 진행한 '나홀로 소송'에서 2009년 승소했다. '도롱뇽소송=2조5000억 손실'은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반론·정정보도를 했음에도 <조선일보>는 천성산터널과 관련해 계속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9월 "(민주당 대선후보 문재인) 도롱뇽 탓에 늦춘 천성산 터널…6조 원 넘는 손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사회·경제적 손실이 2조 5000억 원"이라 보도했다. 이밖에도 지율 스님은 지난해 <동아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최근 법정에서 조정 합의했다.

"다른 사람들은 왜 소송하느냐고 묻는다. 처음부터 한 게 아니다. 조선일보와 거기에 글을 쓴 사람한테 편지와 자료를 보내서 잘못된 것이라고 알렸다. 그 뒤 한 교수는 '잘못됐다'며 사과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는데, <조선>은 네 번이나 편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다. 할 수 없어 법원까지 간 것이다. 소송에서 이기고 나서 언론사가 와서 인터뷰하자고 하더라. 그런데 하지 않았다. 같이 싸운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터뷰하려면 소송에서 진 사람한테 해야 한다고 봤다. 그런데 <조선>과 <동아>는 법정판결에 따라 반론보도도 실었는데 또 잘못된 보도를 했다. 한번이 아니고 여러 차례다. 그들은 필요하다고 하면 만들어서라도 쓴다. 최근에 <동아>와 법정에서 조정합의했다. 결론적으로 이겼지만 공개하지 않았다."

지율 스님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을 상대로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지율 스님은 문 의원이 낸 책 <운명>에서 천성산터널과 관련해 잘못 기술된 부분이 있다고 보고 관련 부분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 소송은 아직 재판 진행 중이다.

"조선일보도 그랬고, 법정에 서거나 언론중재위원회에 갈 때도 막막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전에 싸웠던 변호사를 또 만나기도 한다. 상황 반복이라 힘들다. 판사는 구체적으로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는데, 저는 한번 들어갔다가 나온 터널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심정이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했는데, 알고도 또 들어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힘들다. 자료를 다시 찾고, 정리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료를 다시 들춰 보아야 한다는 게 두렵기도 한다."

"소중하다는 생각하지 못한다면 싸움하지 못해"

지율 스님한테 힘들게 싸우고 있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과 한진중공업 노동자, 쌍용자동차 노동자,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게 해주고 싶은 '설날 덕담'을 부탁했다. 지율 스님도 힘들게 살지만 해주고 싶은 말이 없느냐고 했더니 '사랑'을 강조했다.

"천성산(도롱뇽) 소송 끝나고 나서 느꼈다. 패소했지만 아픈 만큼 소중했다고 생각했다. 나한테 소중한 것만큼 움직이는 것이다.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면 그런 싸움을 하지 못한다. 연대하는 것도 내가 그것이 소중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기에, 그 아픔 속에 들어간 것들을 이해해야 한다. 마을에 혼자 사는 할머니가 계신데, 그 할머니도 누우면 저를 걱정하신다고 했다. 저는 그 할머니를 보며 명절이 다가오는데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사람은 다 이해할 것이다."

지율스님은 이어 '언어의 폭력성'을 지적했다.

"얼마 전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 행사를 하는데, 현수막 내용에 대해 고민했다. '자연과 우정을 회복하기 위한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썼다. 그런 방식으로 언어 순화부터 해야 한다. 우리는 사회적 언어 폭력성에 길들여져 있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언어를 더 거칠게 쓴다. 진보나 사회변혁을 해나가려는 사람들이 더 거친 언어를 쓰는 것이다. 자기 식구들이 잘못하면 더 잘 보이듯이, 우리쪽 사람들이 그런 언어를 쓰면 더 화가 난다. 그런 지적을 하면 우익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와서 내성천을 걷기도 했고,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도 다녀갔다. 그들이 내성천에 와서 걷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아픔이 아픔한테 말을 걸고 위로를 하는 것 같았다. 노동자 죽음은 마음이 아프다. 사회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만약에 어떤 일을 하게 되면 피해나 파괴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피해를 막기 위해 반대하고 저항하는 것인데, 그런 저항조차 보이지 않거나 못하게 한다면 사회가 무섭지 않나."

지율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텐트 안에서 떡국도 먹었다. '지율 스님의 집'을 나와 내성천 모래 위를 걸었다. 파냈던 모래가 다시 퇴적되고 있었는데 단단하지 않아 발이 쑥 빠지기도 했다.

지율 스님은 모래와 자갈 사이에서 무엇인가를 줍고 있었다. 도자기 파편들이었다. 물에 휩쓸려 굴러 내려오면서 무뎌진 파편들이었다. 텐트 안쪽 가장자리에는 도자기 파편들을 진열해 놓았는데 지율 스님은 그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것이 사람들이 강과 함께 산다는 증거다."

내성천 물에 쓸려 내려온 도자기 파편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내성천 모래밭에 꽂혀 있는 공사장 붉은 깃발.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조국통일. 자주화 위업 기어이 성취

 

북 ‘미국에 무서운 보복과 철추 안길 것’
 
조국통일. 자주화 위업 기어이 성취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2/17 [00:16] 최종편집: ⓒ 자주민보
 
 

▲ 김영남 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 탄생 71돐을 맞아 중앙보고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정섭 기자
조선이 정의의 위업을 가로 막는 자들에게 무서운 보복과 철추를 안기고 역사적 위업인 조국통일과 세계 자주화위업을 기어이 성취 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광명성절을 기념하여 열린 김정일 위원장 탄생 71돐 기념 보고대회에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김영남 위원장은 ‘위대한 김 정 일동지를 혁명의 영원한 수령으로 높이 모시고 주체혁명위업을 빛나게 완성해나가자’라는 보고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전당, 전군, 전민이 당중앙위원회의 두리에 굳게 뭉쳐 필승의 신심 드높이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 위한 총진군을 힘차게 다그치고 있는 격동적인 시기에 위대한 김 정 일동지의 탄생 71돐을 성대히 경축하고있다.”고 말햇다.

김영남 위원장은 “민족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인 뜻 깊은 광명성절을 맞이한 지금 온 나라 방방곡곡에서는 위대한 김 정 일대원수님에 대한 다함없는 그리움과 충정의 대하가 세차게 굽이치고 장군님을 우러러 천만군민이 심장으로 부르는 영생축원의 송가가 하늘땅을 진감하고있다.”고 강조했다.

김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업적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회고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일심단결을 우리 혁명의 천하지대본으로 내세우시고 인덕정치, 광폭정치로 광범한 군중을 당의 두리에 철통같이 묶어 세우셨으며 선군혁명의 불길 속에서 군민대단결을 실현하시여 혁명의 주체를 비상히 강화하시였다.”며 김정일 위원장의 위대성을 칭송했다.

그는 “당과 수령의 두리에 천만군민이 위대한 사상과 뜨거운 사랑과 정으로 굳게 뭉친 우리의 일심단결은 김 정 일동지께서 물려주신 고귀한 혁명유산이며 주체혁명위업계승의 확고부동성을 담보하는 제일가는 국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김영남 위원장은 “한 세기전 총대가 약한탓에 국권을 무참히 빼앗겼던 우리 조국이 천하무적의 군력을 갖춘 세계적인 군사강국으로, 당당한 핵보유국, 인공지구위성제작 및 발사국으로 위용 떨치고 한차례의 세계대전과 맞먹는 사회주의수호전에서 승리에 승리를 이룩한 것은 김정일 대원수님께서 만이 안아 오실 수 있는 역사의 기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위대한 김정일동지는 나라의 통일과 세계의 자주화를 위하여 온갖 로고와 심혈을 다 바쳐 오신 조국통일의 구성이시고 인류의 태양”이라고 말하고 “열렬한 민족애를 지니신 김정일동지께서 조국통일3대헌장을 정립하시고 한없이 넓은 도량과 포옹력으로 6.15 북남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마련하시어 우리민족끼리의 이념밑에 전진하는 조국통일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으신 것은 역사에 길이 빛날 공적”으로 꼽았다.

이어 “경애하는 원수님의 정력적인 지도밑에 진행된 인공지구위성 광명성-3호 2호기의 성과적 발사는 어버이장군님의 유훈을 빛나게 관철하고 나라의 우주과학기술과 종합적국력을 과시한 특대사변이였으며 김정일애국주의가 안아온 민족사적인 대승리였다.”고 김정은 원수의 치적을 내세웠다.

아울러 “오늘 조선반도는 자주와 예속, 정의와 부정의간의 역사상 가장 첨예한 대결장으로 되고 있다.”며 “인공지구위성 광명성-3호 2호기의 성공적인 발사에 당황망조한 미국과 남조선괴뢰패당을 비롯한 온갖 적대세력들은 불법무법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라는 것을 조작해냄으로써 우리의 존엄과 자주권을 엄중히 유린하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습 할 수 없는 지경에로 몰아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영남 위원장은 “이것은 우리 공화국의 불패의 위상과 질풍 같은 전진에 질겁한 자들의 단말마적 발악이고 대조선적대시정책과 대결책동의 최극단으로서 오직 총대로 미국과 기어이 최종결판을 내고야말 천만군민의 분노와 적개심을 총 폭발 시키고 있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진행된 제3차 핵시험은 우리 공화국의 합법적인 평화적 위성발사 권리를 난폭하게 침해한 미국의 포악무도한 적대행위에 대처한 정정당당한 대응조치”라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이미 천명한대로 나라의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전면대결전을 더욱 강도높이 벌려나갈 것이며 온 겨레와 진보적 인류의 운명을 건 이 장엄한 투쟁에서 정의의 위업에 감히 맞서는 자들에게 무서운 보복과 철추를 안기고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기어이 성취하며 온 세계의 자주화위업을 앞장서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세계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을 받들어 자주와 선군의 길을 백승으로 수놓아온 우리 군대와 인민이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영도따라 반제반미대결전을 어떻게 총결산하고 최후의 승리자가 되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영남 위원장은 “모두다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의 두리에 굳게 뭉쳐 불멸의 태양기를 높이 휘날리며 내 나라, 내 조국의 부강번영과 조국통일을 위하여, 주체혁명위업의 완성과 세계자주화위업의 승리를 위하여 억세게 싸워 나아가자”고 천명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지못미 '노회찬'…"민주당, 4월 재보선에 후보 내지 마!"

[이철희의 이쑤시개]<5> "박근혜, 안보보수와의 초반 게임에 밀렸다"

이명선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2-15 오후 3:51:26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나라의 기강과 법치를 흔들었던 삼성 이건희 회장은 사면됐고, 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황교안 전 부산고검장은 장관으로 영전됐고,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만 억울해졌다.

2003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부르짖었던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한다'는 것을 거꾸로 하고 있다. '옳은 일을 한 사람이 억울해지고 나쁜 일을 한 사람은 잊히고, 그것에 협조한 사람은 영전되는 역사가 반복된 한 장면이다'라는 말씀 꼭 드리고 싶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14시간 전,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민주노동당 활동을 하던 2006년부터 노회찬 대표를 봐왔다며 "꼭 필요한 사회적 고발을 했다고 공감했는데 여기까지 온 것을 보니 어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자정께 한 자리에 모인 <이쑤시개> 출연자들은 노회찬 대표의 법원 판결에 대해 긍정적으로 기대하진 않았다. 허위사실 유포 등 핵심 공소 내용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벌금형이 없는 통신비밀보호법 상 지난해 10월 선고된 징역형이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결국, 14일 오후 노회찬 대표는 대법원의 유죄 판결과 함께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문재인·이재오 의원 등 국회의원 159명의 탄원서도 소용없었다.

<이쑤시개> 진행자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결국 대선에서 져서 이렇게 된 것 아닌가"라며 민주당에 화살을 돌렸다. 박용진 대변인은 "만일 집권했으면 통신법 개정 의지를 밝혔을 것"이라며 무거운 마음을 전했다.
 

 

▲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1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 하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민주당, '노원병'에 후보 내지 마라"

이날 언론은 공석이 된 노회찬 대표의 지역구(서울 노원병)를 놓고, 일제히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거론했다. 4월 재보궐 선거와 안 전 원장의 '2말 3초(2월 말·3월 초) 귀국설'이 맞물린 것이다.

<이쑤시개> 역시 안 전 원장의 출마를 조심스레 점쳤다. 이철희 소장은 박용진 대변인에게 "민주당은 4월 재보궐 선거 준비 하는가"라고 물으며, 민주당에 "(대선 패배를) 반성하는 의미로 이번에는 후보를 내지 말" 것을 권유했다. 이 소장은 "민주당이 대범하게 가는 것도 방법"이라며, "차라리 '안철수 정치할 거면 (4월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라'라고 하는 게 더 좋아 보인다"고 제안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도 "국민들은 '민주당이 안철수 전 원장을 주저앉혔다'는 여론이 많고, 그게 (이번 대선) 패배의 한 요인으로 이야기되고 있다"며 "민주당이 그렇게 제안하면 멋있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기회를 통해 '안 전 원장과 그 세력이 선거에 출마했을 때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철희 소장은 최근 선거에서 지지부진한 민주당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이라며, 김 교수의 의견에 동조했다. 이 소장은 미국 클린턴 대통령 시절 힐러리 여사의 사례를 들어 "만약 민주당이 과도하게 '안철수 현상'에 거품이 있다,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그 기회를 왕창 주라"고 주문했다. "국민들이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박근혜 대북정책, 스멀스멀 후퇴하고 있다"

<이쑤시개>는 북한 3차 핵실험 문제로 더욱 강화된 박근혜 당선인의 안보 중심 국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윤철 교수는 김장수 청와대 국방안보실장 내정자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로 이어진 박근혜 당선인의 인선이 '군의 특정 집단에 소속된 외교·안보 라인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철희 소장도 김장수 내정자가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언급하며 "걱정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안보 예산 깎아서 복지 예산 늘리냐'는 안보 세력의 접근법을 지적하며 "(이번 인선은) 거기에 충실한 사람이 발탁됐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마디로 "그렇다면 남북관계도 썩 좋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정리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안보보수·반공보수(또는 애국보수)의 목소리를 얼마나 제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정권의 승패나 향배가 걸렸다고 보는데, 초반 게임에서 박 당선인이 조금 밀리는 것 같다. 의도와 달리 밀리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 생각과 일치하니까 같이 가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선거 때 내걸었던 노선에 비하면 많이 좀 후퇴했다. 스멀스멀 후퇴하고 있다."

대북 문제 주도권 놓친 민주당, "이게 뭥미?"

문제의식은 '이 상태를 제어해야 하는 민주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로 모아졌다. 서양호 실장은 "평화·통일 문제만큼은 민주당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새누리당에 내줬다며, "그러다 보니 정몽준 의원 같은 여당 내 강경파 의원들이 '무력으로 자체 핵무장하자'라는 얘기가 들어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진 대변인은 대선 당시 'NLL 논쟁'을 말하며, "민주당이 안보에 무능하거나 무관심하다는 이미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박 대변인은 '이런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안보에 대해 강하게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핵 실험 발표 후 '(정부는) 전쟁과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것을 아예 버려라'"라고 논평했다며 "민주당은 한반도 안정을 위해 햇볕 정책과 평화 기조를 깨트릴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철희 소장은 민주당이 안 좋아진 대북 관계 이미지를 "엉뚱하게 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 정책에 끌려갈 게 아니라 "차라리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북한) 인권 문제에 할 말 없으면 그냥 가만 있고, 북한과 가깝게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정당이랑 선을 긋지도 못"해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윤철 교수는 "(국민은)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요구가 더 크다"며 '핵을 쐈다 안 쐈다, 인권을 탄압했다 안 했다가 아니라 (북한 문제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이냐'하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부터 민주당의 독자적인 대북정책이 무엇이 있고, 북핵문제와 안보 상황에 대한 무슨 묘책이 있으며, 대북라인을 복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그런 중에 가서 박 당선인과 '그냥 협력하겠다'라고 하니까 민주당 지지자들이 보기에는 '이게 뭥미?'라고 하는 것이다."
 

 

"민주당 내홍, 인류학적 연구 대상"

이철희 : 새누리당이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고, 12월에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홍준표 대표가 물러나고 비대위를 꾸렸다. 당시 당권파는 절대 다수를 자랑하는 친이(이명박 계)였다. 대통령이 자기편이었다. 그런데도 공천권까지 똘똘 말아서 박근혜 (당선인)에게 줬다. 그렇다면 공천에서 친이가 박살 날 것은 충분히 예견됐다. 그래도 아무 소리도 안 하고 전권을 줬다. 그래서 당을 살려냈다. 그게 공당의 자세 아닌가. 예를 들 당이 없어 새누리당을 들었지만….

그런데 민주당은 그런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도 권한을 안 주고 제한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 못 하겠다.

서양호 : 정권을 맡은 여당이 역할을 못 하면 야당이 정권을 맡는 것처럼 당도 책임 정치를 하다가 총·대선에 실패하면 당권 교체를 통해서 새로운 대체 세력이 나타나야 한다. 상호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긴장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런 것을 용인 못 하는 것이다.

김윤철 : 민주당의 그런 모습은 정치학적 분석 대상이 아니라, 인류학적 분석 대상이다. (일동 웃음) 가서 '왜 정치를 그렇게 하는가' 필드 업(현장 경험)을 하면서 봐야 한다.

민주당 비대위면 강한 야권-수권 가능성이 있는 제1야당을 만들기 위한 야권 재편의 가능성을 열겠다고 하면서, 전대를 통해 강한 야당을 만들 수 있는 권한까지 줘야 한다는 문제로 다퉈야 한다. (그런데) 지금 얘기하는 것을 보면,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은) 정말 인류학적 연구 대상이다.


▲ <이철희의 이쑤시개> 출연진들, 왼쪽부터 김윤철 교수-이철희 소장-서양호 실장-박용진 대변인 ⓒ김대현

 


* 보다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지못미 '노회찬'…"민주당, 4월 재보선에 후보 내지 마!""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이명선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풍으로 점철된 한국 공직선거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2/16 08:54
  • 수정일
    2013/02/16 08:5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북풍으로 점철된 한국 공직선거

 
이동훈 상임연구원
 

- trackback : http://urisociety.kr/sub.php?board=A1&id=319
지난 대선에서 관권선거 논란, 부정개표 논란 등 한국 공직선거에 대한 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에서만 있는 분단 상황을 이용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세력들이 선거 국면에서 사용하는 색깔론을 포함한 북풍도 이번 선거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북풍은 이른바 항상 있는 것, 상수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북풍은 일반적인 선거부정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민의를 왜곡시키고, 민의를 대변하는 선거의 기본 취지를 어긋나게 만드는 요소이며 반드시 근절시켜야 할 부분이다.

18대 대선에서 제기된 북풍 의혹

북풍이란 기득권 세력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북한관련 소재를 악용하여 벌이는 공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18대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북풍으로 의심할 수 있는 사건들이 있었다.

먼저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북풍의 일환이라는 의혹이 있다. 국정원 여직원이 단 댓글을 분석한 131일자 한겨레 기사([단독] 국정원 김씨 종북 혐의자 추적 업무만결국 거짓진술’)에 따르면 오늘의 유머사이트에 올린 91개의 글 중 36개의 내용이 북한을 비판하는 것이었고 9건의 기사가 국가보안법과 종북교육을 옹호하는 내용으로써 절반정도가 북한과 관련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25일자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서 오늘의 유머 이용자 차익거래와 인터뷰한 것에 따르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를 리정희라고 표현하는 등 종북 색깔을 씌우기 위해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경찰조사결과 국정원 여직원외에 제2의 인물이 활동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국정원 여직원이 5개의 아이디를 공유하였는데, 26일자 한겨레 보도(수상한 , 국정원 김 씨보다 오유에 글 도배)에 따르면 이 제2의 인물은 국정원 여직원과 공유한 아이디 5개를 포함, 무려 30여 개의 아이디를 이용하여 200건이 넘는 글을 작성하고 2,000회가 넘는 추천, 반대활동을 무차별적으로 벌였다고 한다. 이 자는 경찰의 소환에도 불응하고 잠적하여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거기에 213일에는 제 3의 인물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까지 나와 국정원 댓글과 관련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국정원에서 20년 동안 근무했던 모 인사는 24일자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70여 명이 소속돼 있는 심리정보국 제2단에서 인터넷 댓글 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하였다. 만약 이 70여 명의 직원들이 여직원과 같은 일을 하고 여기에 민간인들도 연계되어 활동을 진행했다면 종북 색깔론 여론조작을 위한 활동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대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쟁점 가운데에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이른바 ‘NLL(Northen Limit Line, 북방한계선) 대화록사건도 있었다. 18대 대선을 두 달 앞둔 2012108, 정문헌 의원은 통일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두 사람만 참석한 단독회담이 있었고 이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사실상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고, 이것을 북한의 통전부에서 녹음하여 한국정부와 비밀리에 공유한 비밀대화록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10.4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서해상 충돌의 원인이 되는 NLL 논란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상호존중의 원칙에 따라 민족 공동의 이익과 통일의 실천을 모색한 방안이었다.

국정원장 원세훈은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배석자 없는 비밀 단독회담은 없었다. 비밀 회담이 없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비밀 녹취록도 없다고 답변하고 심지어 북한이 정상회담 내용을 녹음해 전달해 준 것도 없다고 확인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비밀대화록 이야기는 슬쩍 빼고 정상회담 대화록과 국정원 회담록을 공개하라며 계속 정치공세를 퍼부었다. 또한 새누리당은 ‘NLL은 영토선이라는 논리로 과거 민주당 정권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영토주권과 안보주권을 다 내준 것 마냥 민주당을 공격하였다.

▲새누리당의 NLL포기 규탄 결의문 채택 장면  ⓒ경향

새누리당의 NLL포기 규탄 결의문 채택 장면 경향

결국 이 문제는 일파만파로 퍼져 대선 선거기간 내내 이슈가 되었고, 선거기간 막바지까지 이용되었다. 국정원은 투표 이틀 전인 1217200710.4 정상회담 당시 북방한계선(NLL) 발언이 담긴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여 새누리당의 북풍공세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여 또 다른 관권선거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북풍에 가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018일 연평도를 방문하여 전쟁위기 고조를 의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연평도 주민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우리 어선도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가 조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충격적 발언을 하였다. 이는 어선북상 남북충돌 천배 백배 보복 확전, 전면전이라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었다. 뿐만 아니라 연평도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이 다음에 포격을 해오면 백배 천배 보복을 한다고 한 장교가 말했는데 그런 정신을 갖고 있으면”, “여러분이통일이 될 때까지는 우리 NLL을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는 발언을 이어가며 서해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하였다.

청와대에서는 당시 방문에 대해 연평도 포격전 2주기를 앞두고 안보 의식 고취를 위해 연평도에 방문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연평도 포격전 1주기 때에는 연평도에 가지 않았고, 2주기도 한 달이나 남은 시점인 1018일에 방문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이 연평도 포격전 때문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었다. 오히려 108일 정문헌의 발언으로 시작된 새누리당의 NLL 북풍공세를 지원하기 위해 간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행동이었다.

국방부 역시 색깔론을 펼치며 이른바 종북논란에 가세, 북풍선거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대선을 두 달여 남겨둔 20121010, 국방부는 종북세력은 국군의 적이라는 내용의 표준교안을 작성하고 장병 정신교육에 활용하도록 하였다.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면 종북세력이라고 규정하는 등 국방부가 색깔론을 퍼트린 것이다. 심지어 처음 각급 부대가 자체 제작했던 자료에는 반유신, 반독재 민주화운동까지 종북으로 규정하여 민주진보진영 전체를 색깔론으로 매도하였다. 이런 행위들은 부재자투표의 다수를 차지하는 장병들에게 정치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방부의 이런 행위는 특정 후보에게 투표를 강요하는 행위와 다름없는 선거개입 행위라는 여론의 지적까지 있었다.

여기에 탈북자 단체까지 반북 전단지를 살포하겠다고 나섰다. 1022, 반북단체들이 임진각으로 출발, 반북전단 살포를 시도했다. 북한은 전단 살포 장소인 임진각과 그 주변을 타격할 것이라고 전단 살포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였고, 인근 민간인들에게 대피하라는 경고까지 했다. 국방부 역시 도발 원점을 타격하겠다고 하여 심각한 전쟁위기 상황이 조성되기까지 하였다.

공교롭게도 선거를 2달 남겨둔 10월에 들어서 NLL 공세를 시작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 국방부의 표준교안 논란, 반북단체의 반북전단 살포시도 등 4가지 일이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당과 군, 그리고 청와대와 관변단체까지 총동원되어 이 시기 북풍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에 대해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종북몰이 역시 전형적인 색깔론 선거의 행태였다.

역사적으로 드러난 북풍선거 1 : 1987KAL858기 사건 조작 의혹

한국 공직선거에서 북풍논란은 비단 이번 18대 대선에 국한되지 않는다. 북풍공작은 분단을 이용한 기득권 세력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예전부터 선거철마다 자주 이용해왔다. 독재정권 시절이었던 이승만, 박정희 정권에서는 기본적으로 반북, 반공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과 더불어 광범위한 관권, 금권선거와 투개표부정을 통해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였고, 박정희의 경우 유신을 통해 아예 선거를 없애버리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876월 항쟁 이후 전두환 정권은 국민들의 뜨거운 민주화 열기에 어쩔 수 없이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이승만, 박정희와 같이 폭압적인 형태로 부정선거를 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전두환 정권은 편법을 동원하여 공무원 조직을 이용한 관권선거를 진행하는 동시에 기득권세력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북풍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풍의 대표적 사례는 198713대 대선 직전의 대한항공(KAL)858기 사건이다. 대선을 18일 앞둔 1129, 대한항공(KAL)858기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하여 운행하던 중 인도양 상공에서 실종되었다. 블랙박스, 유품, 유해 등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안기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1987122일경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 공작(무지개 공작)’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 계획은 안기부는 물론 범정부적 차원에서 대한항공(KAL)858기 폭파사건을 대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활용하는 계획이었다.

전두환 정부는 이른바 무지개 공작에 따라 전국적인 ‘KAL기 폭파 사건 관련 북괴 만행 규탄 궐기 행사 개최 계획을 세웠는가 하면 122일에는 긴급국무회의를 통해 이 사건을 북한의 테러에 의한 공중폭발 사건으로 규정하였다. ‘무지개 공작의 핵심은 대선 하루 전인 1215일까지 김현희를 압송해 와서 주요뉴스에 김현희를 노출시키는 것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대선 하루 전날인 1215, 범인으로 지목된 하치야 마유미(김현희)가 한국으로 압송되어 마스크를 낀 채로 비행기에서 내리는 장면이 전국에 방송되었고, 투표당일 신문에는 김현희가 비행장에 내리는 장면으로 도배되었다. 결국 1216일 대선에서는 집권당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가 36.6%의 득표율로 청와대에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 김현희 입국장면  ⓒ중앙포토

김현희 입국장면 중앙포토

한국정부는 지금도 KAL858기 사건을 김현희가 북한의 사주를 받아 저지른 테러에 의한 공중폭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회와 시민대책위원회에서는 블랙박스가 발견되지 않았고 대한항공 858편 폭파사고 사망자의 시체와 유품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며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이 매우 빠른 속도로 수사를 종결 처리하였고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김현희의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고 정부발표에도 의문점이 있는 등의 이유로 조작 사건이 아니냐며 강력하게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200681전두환 정권이 KAL기 폭파사건을 대통령 선거에 활용했다면서 “13대 대선 하루 전인 19871215일까지 김현희를 압송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북풍이 선거에 이용됐음을 공식적으로 명시했다. 이처럼 대한항공(KAL)858기 폭파사건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도 전에 전두환 정부와 여당인 노태우 후보에 의해 철저히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다.

역사적으로 드러난 북풍선거 2 :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조작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은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106일 안기부가 "남로당 이후 최대 간첩단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95여명을 간첩 혐의로 적발한 사건이다. 당시 안기부는 " '남한 조선노동당' 가담자 95명을 적발해 이 가운데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총책 황인오씨 등 62명을 구속하고 300여명을 추적중이다"라고 발표하였다. 동시에 안기부는 간첩단과 정치인 관련설’, ‘북한의 민주당 지지지령의 정보를 공개하였다. 당시 여당이었던 노태우 정권은 북한의 민주당 지지지령을 언급하며 민주당에 대한 색깔공세를 폈고, 여당인 민자당도 민주당이 간첩단과 관련이 있다는 공세를 폈다.

그런데 2007년 발행된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중부지역당 사건은 개별조직사건으로서 용의자들이 남한 조선노동당이라는 단일한 조직을 결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또한 무전간첩망의 조직원 수를 400여명이라고 발표한 것은 구체적 진술이나 증거를 가지고 판단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안기부는 대선을 두 달 앞둔 상황에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사건을 공개하면서 북한의 일방적인 의사표현인 북한의 민주당지지 지령같은 내용을 발표문에 포함시킴으로써 북한과 민주당이 연결된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보고서에서는 대통령선거라는 중대한 시기에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공안사건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려 하였다는 점에서 엄정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음이라고 하여 이 사건을 안기부에서 북풍에 이용하였음을 시인하였다.

역사적으로 드러난 북풍선거 3 : “판문점 북풍사건

1996년 총선에는 이른바 판문점 무력시위라고 이름 붙여진 북풍 조작 사건이 일어났다. 총선을 일주일 남짓 남겨놓은 46일 즈음 국방부가 나서 판문점 부근 북한군의 군사적 움직임을 왜곡 과장하여 이른바 판문점 무력시위라고 이름을 붙여 언론에 대대적으로 유포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은 김영삼 정부 수석비서관실에서 작성한 ‘96415대 총선 직전 발생한 판문점 북풍사건 관련 보고가 밝혀지면서 진상이 드러났다.

보고서에서는 당시 청와대와 국방부, 합참은 사건 내용과 상황을 알지 못하는 일반 국민들에게 북한이 당장 전쟁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과장·왜곡해 공포와 불안 및 긴장을 조성해 15대 총선에 이용했다는 명백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은 판문점 지역을 제외한 모든 전선에서 북한군의 특이한 군사동향이 없어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상황을 과장하여 정부가 군사적으로 엄격히 통제돼 기밀이 유지돼야 하는 합참의 핵심시설인 지휘통제실을 언론에 공개하는가 하면 전투복 차림을 한 합참의 장군들이 판문점뿐만 아니라 서해5도와 군사분계선(DMZ) 등 다른 지역에서 도발이 일어날 듯 예단하며 국민에게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확산시켜 여당에 유리한 득표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신동아에 따르면, 보고서 작성자는 당시 군 수뇌부가 북풍조작을 통해 조직적으로 총선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유권자들의 안보의식을 자극해 여론을 15% 이상 반등시켜 특히 수도권과 강원도 지역에서 당시 집권당인 신한국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15대 총선에서 득표율 10% 이내 표차로 국민회의 후보가 2위로 낙선한 선거구는 38개에 이르렀다. 이를 두고 보고자는 판문점에서 일어난 북한군의 사소한 무력시위 동향을 빌미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위반한 행위가 명백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역사적으로 드러난 북풍선거 4 - 천안함 사건을 악용한 5.24 조치

민주정부 10년 동안 정부차원에서 남북관계를 악용하여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2000, 2007년 남북정상회담과 이어진 남북교류로 남북관계가 비교적 좋은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나빠질 수 있는 북풍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남북관계가 악화되자 다시 북풍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0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었던 5.24 조치가 그러했다.

20106.2 지방선거를 앞두고 10개 부처 정책보좌관들이 매주 수요일 청와대에 모여 대통령의 정무적 관심사를 논의한 모임인 묵우회에서 20103월 초순 놀라운 내용이 논의되었다. 20129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묵우회 참석자 중 한 명은 "그 사소한 국지적인 충돌이나 이런 것도 나는 오히려 보수성향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는 발언을 하며 북풍 의도를 드러내었다. 공교롭게도 이 발언 직후인 2010326,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다.

천안함 사건은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한국 해군의 초계함인 PCC-772 천안이 침몰된 사건이다. 한국정부는 사건이 일어나고 보름가량 지난 411, 천안함 침몰 원인을 규명할 민간·군인 합동조사단을 구성하였다. 한국을 포함한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스웨덴, 영국 등 5개국에서 24여 명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515일 사고해역 근방에서 수거된 것으로 알려진 ‘1어뢰 파편을 핵심적인 증거로 하여 2010520일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한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였다. 이후 지방선거를 1주일 남긴 524,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담화문을 발표하며 중단상태였던 대북 심리전 재개 서해상 대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 실시 개성공단 재제 6자회담 재개 불가라는 내용의 5.24 조치를 발표하였다.

▲ 전쟁기념관에서 '5.24 조치'를 발표하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전쟁기념관에서 '5.24 조치'를 발표하는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그러나 러시아의 경우 어뢰가 아닌 기뢰에 의한 폭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국내외 언론 및 전문가에 의해 국방부의 공식발표에 대한 반박이 이루어지는가 하면, 국방부의 실험, 최종 보고서의 내용 중 틀린 부분이 후속 실험에 의해 밝혀지는 등 조사단의 결과 발표에 대한 의문점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어뢰공격설이 아닌 좌초설, 좌초 후 충돌설 등 이견이 있었고, 사건 초기 국방부의 진술이 번복되고, 정보를 은폐한 정황이 나타나는 등 국방부의 공식발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꾸준히 있어왔다. 현재도 이 문제는 재판을 통해 공방 중에 있다.

정리해보면 정부와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사건의 여러 가지 의문점과 오류에도 불구하고 조사기간 불과 40일 여일 만에 북한의 소행이라는 최종결론을 내리고 4일 만에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인 5.24 조치를 취했다. 공식발표 이후 있었던 여러 공방과 오류를 감안하면 북한이 어뢰를 이용하여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결론은 성급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하고 북한을 제재한 것이 62일 있었던 지방선거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천안함 사건과 5.24 조치에도 불구하고 선거 결과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강원도, 충청도, 경남에서 개혁진영이 당선되는 등 야권이 약진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두 번의 정상회담과 다양한 남북교류를 거치면서 북풍의 영향력이 감소한 것이다. 정부에서 5.24 조치를 통해 북풍을 시도하였으나 진보개혁진영에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쟁이냐 평화냐는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당시 여권이었던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작용한 측면도 있었다.

남북관계 전면개선으로 북풍선거를 끝장내자

18대 대선에 출마했던 강지원 변호사는 24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국정원 여직원 관권선거와 관련하여 만일 국정원이나 경찰이 이런 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건 4·19 혁명이 일어났던 상황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고 주장했다. 북풍 공작은 국정원과 경찰의 선거개입을 넘어 당, , 청와대가 총동원되어 벌어진 것으로 일반적인 관권선거보다 더 심각한 부정이다. 게다가 분단모순을 격화시키는 것으로 하여 더욱 악질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남북관계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는 분단을 이용한 북풍을 막기 어렵다. 북풍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지난 민주정부 10년이 그러했던 것처럼 남북이 화해를 통해 관계가 개선되어야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국정원 댓글알바 의혹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의 관권선거 뿐 아니라 북풍공작까지 밝혀내고 북풍공작을 끝장낼 수 있도록 감시와 더불어 남북관계 전면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서야 할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우리는 화학물질 시한폭탄 속에 살고 있다

[화학물질, 당신은 안전합니까 ②] 한해 취급량 덤프트럭 953만대로도 부족

13.02.15 19:54l최종 업데이트 13.02.16 01:48l

 

 

경북 구미에서 불산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한 이후 상주와 청주에 이어 화성 삼성공장에서도 화학물질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이처럼 전국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또 다른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체계적인 화학물질 관리·사고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일을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마이뉴스>는 ‘화학물질로부터 우리는 안전할까’라는 문제의식으로 4회에 걸쳐 기획보도를 진행한다. [편집자말]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화학)물질이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속에 살고 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삼성전자·구미 화학물질 누출사고의 문제점과 지역주민의 알 권리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의 방향' 토론회에서 박석운 원진재단 상임이사가 한 말이다. 연이은 화학물질 안전사고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진 만큼 정부가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경고였다. 시한폭탄? 과연 그의 말대로 우리는 시한폭탄 속에서 살고 있을까?

유독물 취급 업체 6874곳, 서울-경기에 가장 많아... 배출량 1위는 경남
 

2011년 기준으로 전국에 있는 화학업체는 약 6800곳. 이가운데 일부가 공개한 화학물질 배출량은 2010년 한해에만 5만여 톤이었다.
ⓒ 봉주영

관련사진보기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기엔 화학물질 취급업체 수가 심상치 않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2월 현재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정한 유독물 628종을 취급하는 업체들은 모두 6874곳이다. 경기도에 가장 많은 1810개 업체가 있다. 그 다음으로는 서울시(1056개), 부산시(510개), 울산시(472개), 인천시(465개) 순이다. 업종별로는 판매업체 3967곳, 사용업체 1956곳, 제조업체 536곳, 운반업체 295곳, 보관·저장업체 120곳이다.

그러면 그 업체들이 다루는 화학물질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환경부는 매년 화학물질의 배출·이동량을 조사한다. 유독물 가운데 연구목적 등으로 쓰이는 것을 제외한 415종이 그 대상이다. 이 가운데 213종을 쓰는 2985개 업체가 2010년 한 해 동안 화학물질을 취급한 양은 1억4301만4000톤이었다. 이는 15톤 덤프트럭 953만여 대 분량이다.

여기서 일부는 대기·수질·토양으로 직접 배출되거나 위탁처리시설로 옮겨진다. 2010년 화학물질 배출량은 5만34톤, 이동량은 55만2702톤이었다. 지역별로 가장 많은 화학물질을 배출한 곳은 배출량의 23.1%가 나온 경남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울산, 경기, 충북, 전남으로, 상위 5개 지역에서 나온 화학물질 배출량이 전체 71.3%를 차지했다.

하지만 화학물질 배출량은 전체 취급량의 0.035%, 이동량은 0.39%에 불과하다. 게다가 환경부 조사대상에는 전국의 화학물질 취급업체 4000여 곳이 빠져 있다.

환경부가 조사하는 배출량은 전체 취급량의 0.035%, 이동량은 0.39%

그 까닭은 조사 기준에 있다. 환경부는 조사대상 물질을 크게 1그룹 16종, 2그룹 399종으로 나누고 있다. 조사대상 물질이 특정 농도로 들어있는 제품을 연간 1톤(1그룹) 또는 10톤(2그룹) 이상 제조·사용하는 30인 이상 사업장들이 매년 조사표를 제출하면, 정부는 이 내용을 환경부 화학물질 배출·이동량(PRTR) 정보시스템에 공개한다.

그런데 불산을 사용하는 곳만 해도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545곳 있지만, PRTR 정보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는 업체는 70개뿐이다. 불산은 2그룹 화학물질로, 농도 1% 이상짜리를 연간 10톤 넘게 취급하는 곳만 조사대상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연간 불산 취급량이 45kg 이상인 사업장부터 정보공개 대상이다.

환경부 화학물질과 관계자는 "전체 업체 수와 유독물 종류에 비해 조사대상이 적지만, 조사대상업체의 화학물질 취급량은 전체 80~85%정도"라며 "(조사대상이 아닌) 나머지 업체들은 대부분 소량을 다루거나 사업장 규모가 작은 곳인데 2014년쯤부터는 모두 조사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꾸준한 사고... 2008~2011년 화학물질 피해자 1452명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국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8~2011년 화학물질 사고로 다치거나 숨진 사람만 1452명이었다.
ⓒ 봉주영

관련사진보기


취급양도 업체도 워낙 많다보니 화학물질 사고 발생도 꾸준하다. 환경부 환경통계포털에서 확인한 2008년~2011년 화학물질 관련 사고는 총 60건으로 연평균 15건 꼴이었다. 종류별로는 사업장내 유출이 27건, 운반차량 사고가 26건, 폭발 등에 의한 유출이 7건이었다.

같은 기간 작업 도중 화학물질 누출사고로 피해 입은 사람은 모두 1452명이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의 지난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2011년간 화학물질 누출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1378명, 사망자는 74명이다.

사업장 규모별로 살펴보면, 부상·사망자는 대부분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 나왔다.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지난 4년간 다친 사람은 1224명, 숨진 사람은 56명으로 각각 전체 부상자의 88.9%, 사망자의 75.7%를 차지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부상자(361명)와 사망자(18명)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부상자가 많은 곳은 5~9인 사업장(237명), 사망자가 많은 곳은 30~49인 사업장이었다. 한편 2012년 불산사고로 5명이 사망한 경북 구미의 (주)휴브글로벌은 상시 근무 직원이 7명이었다.

최경호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에서 조금씩 PRTR 조사 대상을 늘려 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소규모 영세사업장이 남아 있고, 특히 화학물질 배출량은 너무 적게 잡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기 중으로 나가는 것은 굴뚝 등에서 실시간 측정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토양으로 배출되는 것은 폐기 개념으로 여겨져 거의 0으로 나온다"며 "실제로 조사해보면 중금속 등이 검출되는데 그 출처나 물질 등을 조사하는 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화학물질 특성상 장기간에 걸쳐 피해가 쌓이는 사고들도 있지만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최 교수는 "환경통계에 나오는 화학물질 관련 사고는 눈에 보이는 누출사고나 탱크로리 전복 같은 것이고 오랫동안 화학물질에 노출된 탓에 피해사실조차 알기 어려운 것들은 현재 시스템에선 확인하기 힘들다"며 "(화학물질의) 양뿐만 아니라 독성정보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세계가 아직 모르는 무서운 타격수단”은?

 

 

 

북에 비공개 극강 미사일 있다
 
[한호석의 개벽예감](50) “세계가 아직 모르는 무서운 타격수단”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3/02/15 [22:19] 최종편집: ⓒ 자주민보
 
 

탄두 없는 이상한 모습으로 전시된 화성-13

평양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을 관람한 방문자들이 전한 말에 따르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 모형은 탄두가 없는 이상한 모습으로 전시되었다고 한다. 미사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탄두인데, 왜 탄두를 떼어내고 동체만 전시하였을까? 무장장비관 해설원의 말에 따르면, 반구형 덮개지붕(dome) 전시관의 천장높이보다 화성-13 길이가 더 길어서 탄두를 떼어내고 동체만 전시했다는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반구형 덮개지붕 전시관이 무장장비관 옆에 붙어있는 별관처럼 건설된 까닭은, 각종 미사일을 전시관에 곧추 세워 전시할 때 길이가 긴 대형 미사일은 웬만큼 높은 천장 아래에는 전시할 수 없어서 천장을 높이 올린 반구형 덮개지붕 전시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원래 전시관 설계는 전시공간에 들여놓을 전시물들의 규모를 미리 측정하고 그에 맞춰 설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북측 설계사들이 북에서 최상의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무장장비관을 설계할 때, 화성-13 모형이 들어갈 천장높이를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무장장비관 관람자들이 전해준 해설원의 해설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무장장비관 건설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히 지도하였는데, 김정은 제1위원장이 무장장비관 설계도면을 직접 검토하였을 뿐 아니라 거기에 전시할 각종 미사일들 가운데 화성-13 모형도 포함시키도록 지시하였다고 보는 것은 전혀 무리한 추측이 아니다.

화성-13 탄두는 길이가 약 3m밖에 되지 않는데, 반구형 덮개지붕 높이를 현재 높이보다 3m 더 높이지 못해서 탄두를 떼어놓은 이상한 모습으로 전시해야 하였다는 말인가? 만일 북측 설계사들이 화성-13 전시문제를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전시관 설계도면을 작성하였다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화성-13 모형을 전시할 수 있게 설계를 변경하라고 지시하였을 것이다.

위와 같은 점을 생각하면, 화성-13 모형을 전시할 때 탄두를 떼어놓은 이유는 전시관 설계착오가 아니라 다른 데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시 말해서, 북은 화성-13 탄두모형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북이 화성-13 탄두모형을 전시할 경우 북의 전략미사일 기술수준이 너무 많이 외부에 노출되기 때문에 탄두모형을 떼어놓은 이상한 모습으로 전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예컨대, 기존 5대 핵강국들도 자기들의 최신 군사기술수준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군사전략적 가치가 큰 무기는 절대로 전시하지 않는다.

그런데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경축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은 분명히 탄두가 제자리에 장착된 정상적인 모습이었고, 세계 각국은 텔레비전 방영화면을 통해 화성-13 탄두부를 당시에 목격한 바 있다. 화성-13 탄두부가 그처럼 전 세계에 이미 공개되었는데, 북은 왜 탄두를 떼어놓은 화성-13 모형을 무장장비관에 전시한 것일까?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이 물음에 답을 찾으려면, 화성-13 탄두부가 촬영된 인민군 열병행진 보도사진을 다시 고찰할 필요가 있다.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의 탄두부 외형은 길이가 3m이고 매우 길쭉한 원뿔형이며, 탄두부 꼭지점 부위를 흰색으로 조금 칠해놓은 것이었다. 또한 다른 추진체 표면은 매끄럽게 보이는데 비해, 탄두부 표면은 매끄럽게 보이지 않고, 세로 평행선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약간 도드라지게 그어놓은 것 같이 보였다.

화성-13의 탄두부 외형을 중국이 실전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東風)-31의 탄두부 외형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차이가 보인다. 둥펑-31의 탄두부는 두툼한 원뿔형인데 비해, 화성-13의 탄두부는 홀쭉한 원뿔형이다. 둥펑-31 탄두부가 두툼한 원뿔형으로 된 까닭은, 핵탄두 3기가 탄두부에 들어가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둥펑-31은 폭발력이 최저 20킬로톤에서 최고 150킬로톤까지 이르는 핵탄두 3기를 탑재하고 11,200km를 날아가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multi-warhead ICBM)이다. 그에 비해,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의 홀쭉한 원뿔형 탄두부에는 40킬로톤급 핵탄두가 1기밖에 들어가지 못한다.

2012년 4월 26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화성 13호의 존재를 부인하려는 궤변들’에서 나는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 탄두부에 대해 논한 바 있다. 원래 그 글은 화성-13이 실존하지 않는 ‘가짜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궤변가들을 논박하기 위해 쓴 것인데, 궤변가들은 북이 화성-13이라는 ‘가짜 미사일’을 만들 때, 긴 나무보(stringer)를 일정한 간격으로 여러 개 붙여 원뿔형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얇은 철판을 덧씌우는 식으로 탄두부를 만들었기 때문에 탄두부 표면에 세로 평행선이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나는 그 글에서 그들의 그런 주장을 논박하면서, 화성-13의 탄두부 표면에 세로 평행선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약간 도드라지게 만들어놓은 것을 가리켜 견인계수(drag coefficient)를 높여주기 위한 탄두부 표면처리기술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북이 탄두를 떼어놓은 화성-13 모형을 무장장비관에 전시한 것을 보면, 위와 같은 나의 추정은 빗나간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에 실물탄두부와 전혀 다르게 생긴 모형탄두부가 장착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북은 실물탄두부를 떼어내고 그것과 전혀 다르게 생긴 모형탄두부로 교체한 화성-13을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시켰던 것이다. 그렇게 탄두부를 교체한 까닭은, 화성-13이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외부에 자기의 전력을 지나치게 노출할 수 없는 북은 인민군 열병행진에 화성-13을 등장시킬 때 다탄두 실물탄두부를 단탄두 모형탄두부로 교체하였고, 또한 무장장비관에 화성-13 모형을 전시할 때는 아예 탄두를 떼어놓았던 것이다.

둥펑-31은 무게가 46t이고 길이가 13m인데, 화성-13은 무게가 80t(추정치)이고 길이는 26m다. 이처럼 북이 둥펑-31보다 거의 두 배가 큰 화성-13을 만들면서, 그것을 다탄두 미사일로 만들지 않고 단탄두 미사일로 만들었을 리는 만무하다.

화성-13의 실물탄두부에는 3기의 핵탄두가 들어있으므로, 탄두부 외형이 홀쭉한 원뿔형이 아니라 두툼한 원뿔형으로 생겼을 것이다. 또한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의 모형탄두부 꼭지점 부위에는 흰색이 조금 칠해져 있었지만, 공개되지 않은 실물탄두부 꼭지점 부위에는 화성-10 탄두부처럼 핵탄두임을 표시하는 붉은 색이 크게 칠해져 있을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다탄두를 탑재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적에게 섬멸적 타격을 가할 강력한 미사일이다. 탄두가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최상급 극강 미사일이 북에 있는 것이다.

화성-11과 화성-12는 어디 있을까?

2012년 4월 15일에 진행된 인민군 열병행진 중에 6축12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등장한, 탄두부가 우유병 꼭지처럼 뭉툭하게 생긴 화성-10은 사거리가 4,000km로 추정되는 잠수함 발사 중거리미사일이다. 화성-10 탄두부가 우유병 꼭지처럼 뭉툭하게 생긴 까닭은, 그 중거리미사일이 다탄두 중거리미사일이기 때문이다. 중거리미사일인 화성-10이 이처럼 다탄두를 탑재했는데, 그보다 한 급 높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3에 다탄두가 아니라 핵탄두 1기만 탑재하였다고 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그런데 북은 화성-10과 화성-13을 열병행진에서 공개하였으면서도, 일련번호로 보면 화성-13보다 먼저 공개했을 것 같은 화성-11과 화성-12는 공개하지 않았다. 왜 화성-11과 화성-12를 공개하지 않고, 공개순서를 화성-13으로 뛰어넘은 것일까?

북이 잠수함 발사 중거리미사일 화성-10과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을 공개한 뒤에도 아직 공개하지 않은 미사일이 있다면, 그것은 잠수함 발사 중거리미사일보다 군사전략적 가치가 더 크고,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군사전략적 가치가 더 큰 또 다른 극강 미사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화성-13보다 더 큰 군사전략적 가치를 지닌 극강의 전략무기는 무엇일까? 오늘날 5대 핵강국들이 운용하는 최상급 전략무기는 두 종류인데,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이 그것이다. 수직갱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한 세대 전의 전략무기다.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외부에 공개한 북이 미국에게 전력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공개하지 않는 비장의 전략무기가 있다면, 그것은 사거리가 5,500km 이상이 되는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밖에 없다.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이 특히 중시되는 까닭은, 장거리미사일을 수중에서 발사하는 전략잠수함까지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나라가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을 보유하였다면, 그것을 탑재한 전략잠수함도 당연히 보유한 것이다.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북에게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이 필요한 까닭은, 미국이 말하는 ‘즉시적인 지구적 타격(Prompt Global Strike)’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즉시적인 지구적 타격’에 따르면, 미국군이 전략미사일을 발사하여 타격목표를 파괴하기까지 타격시간은 25분 이내로 정해졌으므로, 그에 맞선 인민군도 미국의 타격목표를 파괴하는 타격시간을 25분 이내로 줄여야 하는데, 함경북도 수림지대에서 화성-13을 미국 본토를 향해 쏘면 워싱턴 디씨까지 날아가는데 32분이 걸린다. 파괴시간이 7분 이상 더 걸리는 것이다. 1초 사이에 운명이 엇갈릴 수 있는 ‘최후 결전’에서 7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긴 시간이다. 그래서 북은 타격시간을 25분 이내로 줄인 새로운 종류의 신속타격수단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과 그것을 탑재한 전략잠수함이다. 미국 본토에 접근한 전략잠수함이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신속히 발사하는 타격방식만이 타격시간을 25분 이내로 줄일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제작하는 것보다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을 탑재한 전략잠수함을 제작하는 것이 기술공학적으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어렵다. 그러므로 장거리미사일을 탑재한 전략잠수함을 운용하는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운용하는 것보다 군사기술적 측면에서 더 우월한 무기체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북이 공개하지 않은 화성-11과 화성-12는 인민군 열병행진 중에 공개한 화성-10보다 군사기술적으로 더 우월한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정이 너무 확대해석한 게 아니냐고 반문할 독자도 있겠지만, 아래 정보를 살펴보면 그런 반문은 무색해질 것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은 1단 추진체 지름과 2단 추진체의 지름이 똑같기 때문에, 외견상 그 두 추진체의 연결부(inter-stage)가 보이지 않는다. 그와 달리, 위성운반로켓 은하-3 추진체 외형은 전혀 다르게 생겼다. 은하-3의 1단 추진체 지름은 길고, 2단 추진체 지름은 그보다 훨씬 짧아서 외견상 그 두 추진체의 굵기가 서로 다른 것을 금방 알 수 있고, 따라서 두 추진체의 연결부도 분명히 드러나 보인다.

그렇다면, 북이 화성-13의 1단 추진체 지름과 2단 추진체 지름을 똑같이 만든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그것은 1단 추진체 지름과 2단 추진체 지름이 똑같이 설계된 어떤 미사일을 개발한 뒤에 거기에 고체연료를 쓰는 3단 추진체를 추가로 장착함으로써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였음을 말해준다.

1단 추진체 지름과 2단 추진체 지름이 똑같이 설계된 어떤 미사일은 무엇일까? 독일의 우주공학전문가 노베르트 브뤼게(Norbert Brűgge)는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을 촬영한 사진자료를 분석하고, 화성-13의 1단 및 2단 추진체가 러시아군의 장거리미사일 R-29와 흡사하다고 보았다. 러시아군의 장거리미사일 R-29는 델타(Delta)급 전략잠수함에 탑재하는 2단형 잠수함 발사 미사일이다.

R-29는 무게 32.8t, 길이 13.2m, 지름 1.8m, 사거리 7,700km, 탄두무게 1.1t이고, 서방세계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화성-10은 무게 12t, 길이 12m, 지름 1.5m, 사거리 4,000km, 탄두무게 1t이다. 화성-10이 R-29보다 작으므로, 화성 10보다 성능이 개량된 화성-11은 R-29보다 성능이 개량된 R-29L과 유사한 급의 잠수함 발사 미사일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군의 R-29L은 450킬로톤급 핵탄두 1기를 싣고 9,000km를 날아가는 잠수함 발사 단탄두 장거리미사일이므로, 화성-11도 그에 버금가는 성능을 지녔을 것으로 보인다.

화성-11이 R-29L과 유사한 급의 잠수함 발사 장거리미사일이라면, 화성-12는 R-29L보다 한 급 높은 R-29RMU와 유사한 급의 잠수함 발사 다탄두 장거리미사일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종류의 다탄두 장거리미사일에는 탄두와 교란탄두(decoy)가 함께 탑재되므로,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든다. 북이 이번에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미국 군부는 핵실험 이튿날인 2013년 2월 13일 태평양에서 중거리미사일을 공중에서 파괴하는 요격미사일 발사시험을 부랴부랴 실시하였지만, 그런 발사시험으로는 북의 다탄두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으므로 ‘헛발질’이나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가 아직 모르는 무서운 타격수단이 북에 있다

화성-11이나 화성-12를 탑재하고 바다 속 깊이 잠항하려면, 북은 당연히 전략잠수함을 보유하여야 한다. 물론 그런 전략잠수함은 예외 없이 소형 우라늄 원자로를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이다. 2012년 9월 16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제4핵강국의 조용한 등장 알려주는 사진’에서 나는 북이 실전배치한 핵추진 잠수함에 대해 논한 바 있다. 미국의 대북 군사정보는 정찰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 판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데, 미국군 정찰위성은 지하해군기지에서 바다 속으로 드나드는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을 촬영하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미국은 인민군이 화성-11과 화성-12를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북이 공개하지 않은 화성-11과 화성-12를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은, <로동신문> 2013년 2월 14일 기사에 나온 표현을 빌리면 “세계가 아직 모르고 있는 무서운 타격수단”인 것이다.

화성-11이나 화성-12를 탑재하고 태평양 바다 속을 은밀히 잠항하는 핵추진 잠수함은, 화성-13을 탑재하고 한반도 북부 수림지대를 은밀히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보다 더 압도적이고 위력적인 무기체계다.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이 연습해온 ‘단숨에 타격방식’은 신속타격, 기습타격, 정밀타격, 집중타격, 섬멸타격이다.

2012년 12월 10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북이 미사일을 초고속으로 만들어낸 비결’에서 나는 1993년 5월 30일 북이 사거리 2,000km의 준중거리미사일 화성-8과 사거리 4,000km의 중거리미사일 화성-9를 연속 발사하였을 때, 미국은 경악과 충격에 휩싸여 사상 처음으로 북미양자회담에 끌려나갔다고 썼다. 그런데 화성-8이나 화성-9보다 훨씬 더 위력적인 잠수함 발사 미사일들인 화성-11과 화성-12가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에 실려 있는 것이다. 만일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이 화성-11과 화성-12를 미국의 심장부에 발사한다면, 그것은 <로동신문> 2013년 2월 14일 기사에 나온 표현을 빌리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물리적 타격”이 될 것이다.

북이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한 2013년 2월 12일 북측 외무성이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 이런 구절이 있다. “원래 우리에게는 핵시험을 꼭 해야 할 필요도 계획도 없었다. 우리의 핵억제력은 이미부터 지구상 그 어느 곳에 있든 침략의 본거지를 정밀타격하여 일거에 소멸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 동안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들에서 여러 차례 논한 것처럼, 북의 핵무장력이 세계 정상급에 도달하였으므로, 위의 인용문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한 화성-11과 화성-12를 탑재한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이 바다 속에서 미국의 심장부를 24시간 상시적으로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군 핵추진 잠수함이 무게가 1t에 이르는 탄두를 장착한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2,500km 떨어진 거리에서 발사하여 15분 만에 타격목표를 파괴하는 타격시나리오를 연습하고 있으므로, 그에 맞선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도 화성-11과 화성-12를 발사하여 15분 안에 타격목표를 파괴하는 타격시나리오를 당연히 연습하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김정은 제1위원장이 미국과 ‘최후 결전’을 벌여 미국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결심을 표명하였으므로, 그에 따라 전투동원태세에 돌입한 인민군 핵추진 잠수함도 지하해군기지에서 출동하여 미국 본토로부터 2,500km 정도 떨어진 태평양 바다 속에서 공격명령을 대기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북이 실시한 핵실험의 목적을 생각하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개발하려고 핵실험을 실시한 게 아니라는 점이 자명해진다. 이미 다탄두 미사일까지 실전배치한 북에게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아직 없어서 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핵실험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면, 북에게는 웃기지도 않는 헛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과 추종국들은 그런 헛소리를 마치 진실인양 서로 주고받으며 유엔안보리를 앞세워 북에게 더 강한 추가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북측 인민군으로부터 ‘최후 일격’을 받으면 항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데도, 북의 비공개 극강 미사일에 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그처럼 목청을 높이는 것이다. 아마도 미국과 추종국들은 북이 말하는 신속타격, 기습타격, 정밀타격, 집중타격, 섬멸타격을 받을 ‘응징대상’에 자기들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대북 추가제재에 목청을 높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르는 게 치명적 독약’이라는 말은 그런 그들에게 잘 어울린다.(2013년 2월 15일)


관련기사
 
화성-13은 왜 흰옷으로 갈아입었을까?
 
500배 더 큰 강적과 맞붙을 ‘최후 결전’
 
잔해에서 무엇을 발견하였을까?
 
붉은 연기는 보이지 않았다
 
최전방서 눈물의 ‘야전식사’ 함께 한 소년
 
‘친솔악단’의 경축공연과 평양의 새해맞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