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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비날론섬유공장에서 고난도 로켓연료 생산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10/10 12:30
  • 수정일
    2017/10/10 12:3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북, 비날론섬유공장에서 고난도 로켓연료 생산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10/10 [11:1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북의 화성-14형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 북이 지난 14일 평안북도 구성일대에서 진행한‘화성-12형'발사모습.<사진-인터넷> 

 

9월 2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북 함흥의 비날론 화학섬유 공장에서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액체 연료인 '비대칭디메틸 하이드라진'(UDMH, 약칭 하이드라진 혹은 히드라진)을 자체 생산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UDMH는 로켓연료로 2012년과 201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금수 품목에 포함됐으며 북의 기술로 생산이 어려워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이를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저명한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북한의 공식 과학 저널인 '화학과 화학공학'에서 UDMH 개발 정황을 의심케 하는 논문을 찾아냈다며 북한이 이미 UDMH를 자체 생산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2013~2016년 작성된 이 논문은 언뜻 보기에는 독성이 있는 폐수를 관리하는 방법을 다룬 원론적인 내용으로 보이는데 자세히 분석해보면 로켓연료와 관련되어 있으며 그런 로켓연료 연구가 오래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루이스 연구원은 논문 저자의 이름을 북의 화학 관련 연구 목록과 일일이 대조해 저자 중 한 명인 차석봉이 함흥에 있는 한 비날론 화학섬유 공장에서 일반적인 사항에 관한 논문을 쓴 것을 확인했다며 북이 '주체 섬유'라고 부르는 비날론이라는 싸구려 화학섬유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고도의 교육을 받은 핵연료 전문가가 근무한다는 것은 이상하다며 이 공장에서 UDMH가 비밀리에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북에서는 아마 핵연료 연구자가 미사일연료 연구도 함께 하는 것 같다.

 

북의 기존 화성미사일(스커드미사일)은 UDMH라는 로켓연료와 적연질산이라는 산화제를 적절히 배합하여 로켓엔진을 가동해온 것으로 추정되었다. 

비대칭디메틸하이드라진도 그렇지만 이와 함께 사용하는 산화제 적연질산도 상대적으로 보관이 용이한 장점이 있는 반면에 하이드라진이 맹독성 발암물질이라는 단점도 함께 가지고 있어 북이 이 연료 독성중화에 대한 연구를 오랜 동안 해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본지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북에서 비날론 공장의 유해물질 정화기술 관련 연구 도중 상온핵융합과 관련된 중요한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너무 엄청난 기술이라 공개를 금지시키고 북의 군사과학분야에서만 극비리에 활용하게 했다는 정보를 모 탈북과학자에게 확인한 적이 있는데 이번 루이스 연구원의 분석이 그와 맥을 함께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북이 지난 3월 18일 시험에 성공하여 화성-12형, 화성-14형 신형 로켓에 적용한 신형 로켓엔진은 이전의 로켓 화염과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어 연료를 바꾼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미 한 물 간 기술이어서 북이 잡지에 그것을 공개하지 않았나 추정된다. 즉, 북의 미사일 기술 개발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그 수준을 결코 얕볼 수 없다는 것을 은근히 외부에 알리자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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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만 바뀌었나 달라진 게 뭐지?

대통령만 바뀌었나 달라진 게 뭐지?
 
 
 
김용택 | 2017-10-10 09:00:2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성과급 폐지, 법외노조 철회될 줄 알았는데…’

전교조가 발행하는 교육희망지에 나온 기사 주제다. 전교조로서는 교육위기의 책임을 교사에게 묻는 성과급문제나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문제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다. 정권이 바뀌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시간만 지나고 있으니까 답답해 할 수밖에 없다.

<사진 출처 : 보배드림>

오마이뉴스 10월 7일자 “북한법으로도 ‘동결’된 개성공단, 누구도 손 못 대”라는 기사에서도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개성공단 재가동문제에 대한 문제를 말하면서 “지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차이를 못 느끼겠다.”며 문재인정부의 개성공단문제에 대해 해법도 없이 시간만 보내는 현실을 답답해했다.

생각이 다르면 적대시 하고 마치 군사작전 하듯 이적단체나 불법단체로 만든 이명박, 박근혜정부의 정책들이 하나같이 그랬다. 9년간 쌓였던 적폐를 하루아침에 원상회복해 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바뀌면 우리 문제는 바로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그래서 열과하며 지지했다. 그런데 취임 5개월을 맞고 있지만, 아직도 깜깜 무소식이니 왜 아니 답답하겠는가?

숨 가쁘게 달려온 문재인정부… 답답한 쪽도 있겠지만 문재인정부는 나라를 완전히 적대시하고 짓밟던 지난 9년간 저질러 놓은 국정농단을 청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오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특히 권위주의 청산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문대통령의 행보는 국민들의 80%를 웃도는 지지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민주주의가 이런 거구나 하며 이게 나라다’라며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보냈던 게 사실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걸 다 청산하기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가 한일이라고 모두가 잘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문제들이니까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다. 특히 적폐청산 저항세력은 예상보다 강고하다. 적폐청산이 곧 사망선고가 될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조중동이야 오죽하겠는가? 죽기 살기로 저항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5천만이 넘는 국민들이 사는 대한민국. 이들의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하나같이 다른데 하루아침에 쌓인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일에는 선후가 있고 경중이 있기 마련이다. 정치란 이렇게 이해관계나 대립과 갈등을 조정해 통합을 이루어 내는 과정이다. 당사자의 입장에서야 당장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백가지를 다 잘해도 이 한 가지 문제만은 양보해서는 안 될 문제가 있다. 외교와 안보문제가 그렇다. 자칫 잘못 풀었다가는 우리 민족구성원이 피땀 흘려 지키고 쌓아올린 공든탑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는 남북문제와 국방문제가 그렇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 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민족성원의 대헌장이요, 원칙이요, 가장 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가 그것이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한반도 전쟁을 남의나라 얘기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방이라고 이해관계와 무관할 리 없다. 한반도 전쟁은 더없이 좋아할 무리들이 있다. 군수 마피아들이 그렇고 한반도 전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일본이 그렇다. 지금 종편을 비롯한 전파매체들은 마치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논조로 전쟁을 부추기는 자들이 그렇다. 야 3당이 그렇고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세력들이 그렇다. 여기다 문재인정부조차 후보시절의 공약도 한반도 평화원칙도 저버리고 사드를 배치하고 미국이 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외교문제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풀 수 있느냐고…

조중동을 비롯한 야 3당과 수구세력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창이나 칼로 하는 전쟁 혹은 보병들이 벌이는 영토 수호전쟁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정은 제거 작전이란 마술사가 벌이는 쇼처럼 김정은만 제거하고 끝나는 게임인가? 한반도에서 국지전이란 바로 핵전쟁으로, 남북과 미중 그리고 세계대전으로 비화 될게 뻔하다.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에 앞서 조건 없는 남북대화에 나서라. 무기로 어떻게 평화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30&table=yt_kim&uid=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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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추석 민심 '동상이몽'

 
"적폐 청산이 민심" vs. "정치 보복 반대가 민심"
2017.10.09 17:51:23
 

 

 

 

길었던 추석 연휴 이후, 여야는 각자 '추석 민심'을 듣고 왔다며 자신들이 파악한 민심이 어떻다고 목소리를 높여 설파했다. 그러나 주장하는 정당에 따라 그 '민심'의 내용은 천차만별이었다. 

추미애 "적폐 청산이 민심" vs. 홍준표 "정치 보복에만 집중"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심의 핵심은 역시 '적폐를 제대로 청산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같이 말하며 한국당 등 보수 세력의 반발을 겨냥, "적폐 청산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시도하고 있지만, 국가 운영과 통치 행위에서 상실된 공적 정의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적폐청산의 목표"라고 했다.  

추 대표는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이명박-박근혜 정권 비리 엄단을 강조하며 "정치 보복이라는 개인적 감정에서의 낡은 프레임으로 아무리 호도한다 한들 피해갈 수 없는 시대의 요구"라고 했다. 추 대표는 또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취소 청원을 부추겼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이명박 정부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지 개탄스럽게 그지없다"며 "야당이 이런 문제들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을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반발하고 있는데, 국민은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이 사건을 언급하며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평생을 대한민국 민주화와 평화통일에 앞장선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욕되게 했을 뿐 아니라 동시에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세계 속에 우뚝 솟았던 것을 부정하려고 한 일종의 반역행위에 가까운 짓을 저지르려 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파악한 민심은 이와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같은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긴 연휴였다. 연휴 기간 동안 민심을 두루 들어봤는데, 정부 출범 5개월 동안 이렇게 실정을 하고 있는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며 문재인 정부가 "13가지 실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가 든 문재인 정부의 실정 '13가지'는 이런 것들이었다.  

"첫째, 원전 졸속 중단, 영화 한 편을 보고 원전을 중단했다는 것이 과연 대통령으로서 제대로 된 정책 판단이냐? 두 번째, 최저임금을 경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급속히 인상하면서 세금으로 보전해 줌으로써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지금 한계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세 번째, 비정규직 정규직화. 이것은 시장 질서에 맡겨야 할 일을 대통령의 명령 하나로 강제로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이 전부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채용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네 번째, 평화 구걸로 북핵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다섯 번째, 공정위를 통해 기업을 압박함으로써 기업들이 전부 해외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여섯 번째, 노사정위원장, 노동부 장관을 모두 노조 출신으로 하면서 '노조 공화국'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곱 번째,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사회주의 배급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여덟 번째, 나라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국정원·검찰을 동원해서 정치 보복에만 집중하고 있다. 아홉 번째, 홍위병 언론노조를 동원해 방송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열 번째, 인사 참사 문제다. 코드 인사로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열한 번째, 퍼주기 복지로 SOC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성장이 제로가 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 열두 번째, 연말에 다가올 일자리 대란, 청년실업 대란이 눈앞에 와 있다. 열세 번째, 한미 FTA 재협상으로 나라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다. 이 열세 가지가 추석을 민심을 들어 본 이 정부의 실정이다."

홍 대표는 이어 "지금 전 대통령(박근혜)에 이어 전 전 대통령(이명박)까지 정치 보복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저희 당에서는 정치보복대책특위를 만들어서 정부가 하고 있는 정치 보복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민의당도 손금주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민들의 추석 민심은 민생과 개혁, 그리고 외교안보였다"라는 진단을 내놓으며 "국민이 원하는 개혁은 과거로 돌아간 듯한 '적폐 논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잘못된 과거를 털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희망을 보고 싶다는 국민들의 바람은 정치권이 그 어느 것보다 귀담아 들어야 하는 목소리"라며 "권력구조 개편, 권력형 비리 척결, 권력기관 권한 분산 등 집중되어 있는 권력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없애기 위한 대통령과 정치권의 노력"을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적폐 청산 문제에 대해 "노벨상 수상 (철회) 공작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실로 밝혀진다면 전 세계에서 웃음거리가 될 내용으로, 진상을 밝혀야 된다"고 이전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은 필요하지만, 당장 위기에 처한 경제나 외교안보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조치들"이 더 필요하다고 양면적 태도를 보였다.  

바른정당은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탈핵이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가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겸 당 대표 대행은 "제가 다녀본 경로당 대표 어르신들은 나라가 어려운데 이렇게 막 퍼줘도 되느냐는 걱정이 많았다"고도 했다. 또 주 원내대표는 "적폐 청산을 앞세워 지난, 지지난 정부를 뒤지고 있는데 이렇게 싸우면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언제 앞을 보고 나가겠느냐 걱정도 있었고 '그 이전 적폐는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도 많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 지역구는 대구 수성구다. 

반면 정의당에서는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적폐 청산과 중단 없는 개혁을 실현하라는 확고한 민심을 확인했다"며 "박근혜·이명박,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그 누구라도 법을 어기고 죄를 저질렀다면 처벌받아야 하고 헌정질서 농단과 부패·부정의 뿌리를 완전히 끊어버릴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추석 밥상은 반성과 변화는커녕, 적폐 세력의 부활을 도모하며 대한민국을 촛불 이전으로 돌리려는 한국당의 퇴행적 행태에 대한 성토장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이른바 '보수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추석 민심을 빌려 언급이 나왔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안으로는 '혁신우혁신'하고 밖으로는 보수우파 대통합으로 탄핵 이전의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민심이었다"고 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80~90%가까운 분들이 '보수정당이 빠른 시간 안에 통합해서 단일대오를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주문이 있었고, 반면 10~20% 되는 분들은 '그래도 긴 호흡을 가지고 제대로 된 보수를 해야만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당장 급하다고 아무 변화 없이 통합하면 도로 새누리당 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조금 어렵더라도 중심을 잘 잡고 내년 6월 지방선거만 잘 겪고 나면 될 테니까 용기를 가지고 자강해라' 하는 주문도 있었다"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박근혜·홍준표식 낡은 보수의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 한국당은 수구, 극우, 철새의 가짜 보수 잡탕 정당"이라며 "국민들이 지난 겨울 탄핵한 것은 보수의 수권 능력이다. 부패한 데다가 무능하기까지 한데 나라를 왜 맡기겠느냐"고 "보수 혁신 초심"을 강조했다.  

민주·정의 "한반도 평화" vs. 한국·바른 "안보 불안"…FTA 재개정 논란 가열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민주당은 "추석 민심에서 확인된 것은 한반도의 평화였다"(추 대표, 9일 최고위)라며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해 국민들께서는 '그 어떤 경우에도 이 땅에서 전쟁만은 안 된다'고 한 목소리로 당부하셨다"고 했다. 추 대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단 한 가지 방법'은 반드시 평화적인 해법이어야 한다"며 "최근 소설가 한강 씨도 <뉴욕타임즈> 기고에서 '평화적 해법이 아닌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무엇보다 엄중한 안보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많이 접했다"며 "중차대한 위기 국면을 맞아 현장에서 만난 국민들께서는 한목소리로 '정치권이 일치단결해서 현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특히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회동에서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위해 초당적 대처를 해달라는 것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계셨다"고 했다.  

반면 한국당에서는 "평화 구걸로 북핵 위기를 초래한 것"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라는 주장(홍준표 대표, 9일)을 내놓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추석연휴 기간 중에 국민들의 가장 큰 우려와 걱정은 단연 북한의 핵무장 위협이었다"며 "정부는 무대응, 무반응,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의 핵 공포를 실감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탈춤 장에 가서 어깨춤을 추고 있으니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을 분이 과연 누가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가동 보도를 언급하며 "한 마디 항의조차, 또 대응 조치조차 내놓지 않고 있는 이 정부가 과연 무엇을 하는 정부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당도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과 외교가 제대로 되는 것인지 의문을 가졌다. 경제는 여전히 어려워 추석을 느낄 여유도 없을만큼 취업걱정, 소득걱정이 가시지 않고 있는데 외교안보 라인의 무능력함과 잡음은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는 진단(손금주 수석대변인 논평)을 내놓으며 "한미 FTA, 사드 보복,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 등 민생과 직결된 대외 요소에 대한 미흡한 정부 대응에 아쉬움을 표하는 국민들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은 "안보 문제에 관해서 국민들이 믿을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좌파 정부 곳곳에 주사파 출신들이 들어가서 그런 사고로 북한 보기 때문 아니냐, 바른정당이 앞장서서 국민들이 안보 걱정 않도록 철저히 대비책 세워주고 정부를 촉구해 달라는 요청이 가장 많았다"(주호영 원내대표)라며 '주사파'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진보 정당인 정의당은 "(민심은) 한반도를 둘러싼 불안과 공포를 끝내기 위해 정부가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 방식으로 대국적 해결을 할 것을 요청한 것"이라며 "정부는 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한번도 전쟁 위기의 제거를 위해 대타협을 도모하는 적극적인 대담한 외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 FTA 문제에 대해서도 야당의 비판은 이어졌다.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FTA 문제를 '13실정'의 하나로 들었고, 정 원내대표는 "FTA 개정을 둘러싸고 미국의 통상 압력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는데 이 정부는 'FTA 재개정은 없다'고 그 동안 국민들을 속여 왔다"며 "문재인 정부는 무능하고 아마추어 수준의 정부"라고 맹비난했다. 

FTA 문제와 관련해서는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정부·여당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정부·여당이 'FTA 재협상은 없다'고 했지만 다시 (재협상을)하겠다고 했다"며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든지, 재협상이 없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능력이 부족해서였든지 둘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능력이 없어서 못 막았는지, 아니면 알고도 이면합의를 하고 국민을 속였는지 그것을 밝혀야 한다"며 전날 자신이 같은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여당에서 '정치 공세'라고 비판한 것을 "당연한 요구를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안 대표는 지난 6일 "우선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FTA 재개정 협상 처리 과정에서 최대로 국익을 지키는 잘 된 협상을 하기 바라고, 우리 바른정당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대승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나 여당인 민주당은 과거 한미 FTA가 을사늑약에 버금가는 매국행위라고 비판을 직접 했던 사람들"이라며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한미 FTA 재개정 공약까지 했다. 지금으로서는 한국에 많은 도움이 되고 그대로 지키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상황에서 그대로 지키자고 하면 앞의 말을 부정하는 셈이 되고, 개정 쪽으로 입장을 잡으면 국익에 지장이 되니까 진퇴양난인 상황"이라고 비꼬는 말을 덧붙였다.  

진보 야당인 정의당에서도 FTA 관련 비판이 나왔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달 당 지도부 회의에서 "정부가 미국 정부의 일방적 무역 협박에 굴복해 FTA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며 "정부는 협상 개정 절차 추진에 합의한 것일 뿐 본격적 개정 협상이 시작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우리 정부가 'FTA의 효과부터 분석하자'는 입장을 고수해 온 것에 비하면 명백한 후퇴이며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원내대표는 "FTA에 대한 면밀하고 다양한 검토는 추후에 수행하더라도 미국의 일방적 태도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행태에 대해 분명히 지적하고 이후 논의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정의당은 "'개정 협상은 없다던 정부가 입장을 바꿨다'는 보수 야당 측의 '말 바꾸기' 논란은 핵심을 비껴난 것"(이정미 대표)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기존 협상을 쥐어짜 자국에게 유리한 협상으로 바꾸려 한다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투자자국가제소제(ISD) 등 기존 독소 조항을 포함해 여러 불리한 요소들을 바꾸기 위해 여차하면 우리도 FTA가 필요 없다고 대담하게 맞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정미 대표는 그러면서 "문제는 통상 전쟁 사령관을 맡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라며 "그간 행보를 볼 때 그는 우리의 국익이 아니라 FTA의 존속 그 자체를 우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철저히 우리 국익에 맞게 전면전을 펼칠 수 있는 사령탑으로 교체하고 협상에 임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는 전날 "FTA 개정 협상을 하려면 국내 통상법에 따른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는) 첫 단계도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 단계는 개정협상이 시작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리는 동시에, 개정 협상이 시작되면 관련 부처, 이해 관계자 등으로부터 광범위하게 의견을 들어 우리측 관심 이슈를 도출해 이를 반영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에서도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최고위에서 "한미 양국 정부가 FTA 개정 절차에 들어가기로 합의한 데 대해 야당의 부당한 정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FTA 개정 문제는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기조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부터 일정 부분 예견됐던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미동맹 약화, 대통령 사과를 운운하는 것은 전형적인 침소봉대이고 견강부회의 극치"라고 반박했다.  

다만 우 원내대표는 "정부에도 한 말씀 드리겠다"며 "FTA 재협상을 시작하게 된다면 두 가지는 꼭 지켜야 한다. 첫째는 투명하고 균형 잡힌 태도로 협상에 임해줄 것, 둘째 양국 간 이익의 균형 없이는 타결도 없다는 결연한 자세로 임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국제팀에서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 사태를 겪었고, 후쿠시마 사태 당시 동일본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통일부 출입기자 시절 연평도 사태가 터졌고,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2012년 총선 때부터는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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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지진에 주목하는 연구자들 "동해안 원전에 쓰나미 덮칠 수도"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④] 핵발전소 지진 위험은?

17.10.09 19:44l최종 업데이트 17.10.09 19:44l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오염, 그리고 후쿠시마 참사가 보여 준 원전재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다'는 깨달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본격화한 탈핵 논쟁은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에너지체제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 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변화와 원전사고의 재앙을 막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 지 모색하는 심층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어린이날 공휴일이었던 지난 5월 5일 오후 4시쯤, 하얀색 중형 승용차 한 대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경주 시내 첨성대 부근에서 약 10킬로미터(km) 떨어진 현곡면 가정리 구미산 계곡으로 달렸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48) 교수. 그는 학부생인 두 제자와 함께 공터에서 내린 뒤 차 트렁크에서 삽, 호미 등 연장과 방수비닐을 꺼내 들고 군데군데 잡초가 무릎까지 올라오는 풀밭으로 들어갔다.

비 오는 날 구미산 계곡으로 달린 이유는

작업복 소매를 걷어붙인 두 남학생이 장갑을 끼고 민첩하게 움직였다. 최동형(23·부산대 지질환경과학3)씨는 풀밭 한쪽에서 파란 방수용 덮개에 싸인 채 땅에 고정돼 있던 큰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아이스박스처럼 보이는 이 상자 속에 들어있는 것은 지진계측기 배터리와 기록계. 최씨는 기록계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이찬서(26·부산대 지질환경과학4)씨는 박스 왼쪽으로 연결된 고무 튜브를 따라 "감자 캐듯 이렇게 해야 한다"며 호미로 땅을 파헤쳐나갔다. 잠시 후 투명 방수비닐에 싸인 지진계측기가 모습을 드러내자 조심스럽게 땅에 올려놨다. 일행은 지진계측기를 연구실로 옮기기 위해 차에 싣고, 유쾌한 분위기로 현장을 복구했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최동형(왼쪽) 씨와 이찬서 씨가 땅에 묻혀있던 지진계측기를 꺼내 방수비닐을 풀고, 해당 지점에 위성항법시스템(GPS) 신호수신용 안테나를 꽂고 있다.
▲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최동형(왼쪽) 씨와 이찬서 씨가 땅에 묻혀있던 지진계측기를 꺼내 방수비닐을 풀고, 해당 지점에 위성항법시스템(GPS) 신호수신용 안테나를 꽂고 있다.
ⓒ 윤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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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진 후 여러 차례 발생한 여진을 측정하기 위해 경주 지역 39곳에 지진계측기를 설치했습니다. 여기서 주기적으로 나온 데이터들을 모아 땅의 움직임을 보려고 하는 것이죠."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기계로 지진을 관측한 기간이 100년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빈약한) 자료를 토대로 한반도에 큰 지진이 안 일어난다고 단정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의 지진활동 자료는 1905년 인천에 지진계가 설치되기 전까지의 '역사지진자료'와 그 이후의 '계기지진자료'로 구분된다. 역사지진자료는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의 사료에서 찾을 수 있다. 사료에 따르면 한반도에는 서기(AD) 2년부터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규모의 지진이 약 1800회 발생했다. 특히 신라 혜공왕 때인 서기 779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00여 명이 숨졌다는 기록이 있다.

김 교수는 "역사지진을 고려해 과거 2000년 동안 우리나라에 발생했던 지진이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추론"이라며 "앞으로 이 지역에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해양에서 발생하는 지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주 지진이 나기 전 우리나라는 바다에서 지진이 자주 났어요. 2004년도에 경북 동해 울진 앞바다에서 규모 5.2 지진이 발생했어요. 2014년도에는 서해에서 규모 4.9, 5.1 정도 규모의 지진이 여러 개 났었죠. 한두 해 사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작은 지진들이 엄청 많이 났어요."

김 교수는 "(해양지진을 함께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지진 규모는 6.5~6.8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후쿠시마처럼 해양에서 발생한 지진이 쓰나미를 일으켜 동해안 원전을 덮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다만 현재 기술로서는 그게 언제가 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단비뉴스] 부산대학교 경주 여진 관측망 연구 김광희 교수가 진행하는 연구는 경주 지진이 발생한 내남면 부지1리 주변 반경 30km내 지하구조를 자세히 보는 작업이다. 내남면 부지1리는 월성원전 30km 반경에 들어간다.
ⓒ 윤연정, 강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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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적 특성 때문에 더 무서운 경주 지진

전문가들은 경주 지역의 지반이 '연약층'이어서 지진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경주와 같은 평야지대는 큰 강과 하천이 오랫동안 흐르면서 날라 온 흙이 강 주변에 쌓여서 형성된다. 부유물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평야의 지반은 대부분 연약층이다. 김 교수는 "경주처럼 사람이 많이 사는 평야 지역일수록 지진 피해를 크게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앙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지반 조건이 취약하면 작은 여파에도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동경주에 위치한 월성 1~4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등 6기의 핵발전소 반경 30km 내에는 경주, 울산, 포항 일부 지역 등의 주민 110만 여명이 살고 있다.
 

 1978년에서 2016년 사이 국내 지진 발생 추이. 시간이 흐를수록 지진의 빈도와 규모가 커지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  1978년에서 2016년 사이 국내 지진 발생 추이. 시간이 흐를수록 지진의 빈도와 규모가 커지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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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지역에 어느 정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데는 북한 지역의 지진 자료도 참고가 된다. 지난 7월 13일 함경북도 나진 남동쪽 194km 해역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질조사업체인 ㈜지아이 부설 지반정보연구소 김성욱(50) 소장은 "신고리나 신월성 원전 설계 당시에는 계기지진으로 최대 잠재 지진 규모를 예측했을 때 5.0정도가 산출됐다"며 최근 발생한 5.8 규모 경주 지진과 6.3 규모 나진 지진은 원전 설계 당시 예측되지 않은 것임을 환기했다.
 

 지난 해 9월 12일 경주 내남면 부지리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지 열 달 후인 지난 7월 13일 함경북도 나진 남동쪽 해역에서 규모 6.3 지진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지도.
▲  지난 해 9월 12일 경주 내남면 부지리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지 열 달 후인 지난 7월 13일 함경북도 나진 남동쪽 해역에서 규모 6.3 지진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지도.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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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장은 "2009년 시행된 지진화산재해대책법은 계기지진 등을 토대로 최대 잠재 지진을 예측해 원전을 설계하도록 했는데, 단순히 이번에 발생한 (경주) 지진이 내진 설계 당시 기준이 된 설계지진(최대 규모 6.5)을 넘지 않았으니 안전하다는 것은 안이한 대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에 발생한 5.8 규모 경주 지진이나 6.3 규모 나진 지진을 반영해서 최대 잠재 지진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리원전과 월성원전 인근에 한반도 동남부의 주요 활성단층이 모여 있음을 보여주는 지도.
▲  고리원전과 월성원전 인근에 한반도 동남부의 주요 활성단층이 모여 있음을 보여주는 지도.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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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도 '중규모 이상 지진 가능성 상존'   

국책연구기관도 우리나라에서 추가적으로 '중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정부출연연구소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선창국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지난 7일 경주 힐튼호텔 우영미술관에서 열린 지진방재대책 국제세미나에서 "경주 지진은 점진적으로 안정화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한반도 지진환경을 고려할 때 규모 중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 강현철 선임행정원은 지난달 19일 <단비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역사지진은 '큰 지진으로 사람이 많이 죽었다'고 서술할 뿐, 진도와 규모 등 정확한 자료가 있는 것이 아니다"며 연구원에서 향후 지진 전망을 명확히 밝히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976년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지진연구센터는 2006년에 생겼으니 (지진연구를 한 지) 얼마 안 됐다"며 "지진 자료가 최근 10년 치밖에 없기 때문에 분명한 얘기를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진연구를 위한 자료와 관련, 김광희 교수는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단층이 (원전 아래에) 있는지 먼저 봐야 하는데, 그런 지반 정보는 대외비로 처리돼 공개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강현철 선임행정원은 "경주 원전을 짓기 전에 미리 지진 단층 조사부터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지진 단층에 관한 면밀한 조사 없이) 먼저 지역 주민 동의를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부지를 선정 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5일 경주시 구미산 계곡 지진계측기 설치 현장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광희 교수.
▲  지난 5월 5일 경주시 구미산 계곡 지진계측기 설치 현장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광희 교수.
ⓒ 윤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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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지진 당시 월성원전 자유장계측기 작동 안 해"

원전 일대의 지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수력원자력과 일부 방재전문가들은 '지진에 대한 대비가 잘 돼 있다'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주 월성2, 3, 4호기와 영광 한빛 원자력 발전소 전체 내진설계 심의를 봤던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김준경(62) 교수는 "우리나라 원자력 엔지니어들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며 원전 안전성을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내진 설계 등 기술적으로 한층 더 안전성을 강화했다"며 "후쿠시마 사고 같은 경우 (원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지진에 잘못 대처해서 벌어진 인위적 재난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독립기관이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감시하는 제도는 꼭 필요하지만 <판도라> 영화도 그렇고 사람들이 원전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걱정한다"고 지적했다. 원전의 신뢰도가 떨어진 이유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서이지, 기술력에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우리나라 원전이 높은 수준의 지진대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진해일로부터 원자로를 지키는 방어체계 개념도.
▲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우리나라 원전이 높은 수준의 지진대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진해일로부터 원자로를 지키는 방어체계 개념도.
ⓒ 한국원자력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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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국회와 시민단체 등이 제기하고 있는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9일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9.12 경주 지진 당시 월성 1호기의 자유장계측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자유장계측기는 원자로 바깥에 설치한 지진계측기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원자로 가동중지 등에 필요한 경보를 내리는 데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전태훈 한국수력원자력 홍보실 언론홍보2팀 차장은 지난 8월 30일 <단비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2014년 월성 1호기 자유장계측기의 위치가 부적합하다고 지적해서 이를 옮기는 사이에 지진이 발생했다"며 보조건물기초지진계측기를 대신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심 의원은 국정감사 당시 "지진이 났을 때 자유장계측기가 작동되지 않아 월성 1,2,3,4호기를 수동 정지시키는데 4시간이나 걸렸다"며 원전 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비판했다.

노후 원전, 내진 설비 보강하면 안전한가

경주에 있는 원전 중에서도 30년의 설계수명을 넘긴 채 연장 가동되고 있는 월성 1호기에 대해서는 특히 우려가 많다. 월성 1호기는 1982년 가동을 시작해 35년째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설계수명 30년이 끝나 가동 중단됐다가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가동연한을 2022년까지로 늘려줬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안전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수명연장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은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한수원은 항소했고, 월성 1호기는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

박종운(53)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 8월 30일 <단비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당시원안위는 '안전도를 최신 원전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원천기술국(캐나다)의 수명연장 규정을 반영한 국내 원자력법 시행령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신 안전기준은 거의 적용하지 않았고 심지어 원천기술국이 폐기한 기준을 계속 인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핵연료봉 노출 등 중대 사고가 났을 때 격납건물 밖으로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격리요건 6가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대외협력팀은 지난달 11일 <단비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는) 월성1호기 계속 운전 소송과 관련돼 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답변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설명을 거부했다.
 

 지난 2월 7일 서울행정법원이 '월성1호기 계속운전 허가 처분 취소' 판결을 내리자 원고인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 가동 즉각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
▲  지난 2월 7일 서울행정법원이 '월성1호기 계속운전 허가 처분 취소' 판결을 내리자 원고인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 가동 즉각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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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은 월성1호기 공사 당시 내진설계가 철저히 이뤄졌고, 수명 연장 과정에서 내진설비가 보강되었으므로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계 당시 부지반경 320km 이내 지역의 지진기록 및 지질 특성을 조사해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력을 산정했고, 여기 안전여유를 두어 규모 6.5 지진까지 견딜 수 있는 0.2g(지: 지반가속도)로 내진설계가 됐다는 설명이다. 한수원 전태훈 차장은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월성 1호기는 안전정지, 노심냉각 등 주요설비의 내진성능을 0.3g(규모 약 7.0 지진에 대응) 수준으로 최근에 보강 완료했다"고 답했다.

한수원은 또 수명연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설비인 압력관(중수로 내 핵연료를 장전하고 있는 관)과 제어전산기(발전소 주요기기를 자동제어하는 설비)를 포함한 노후설비를 교체했다고 밝혔다. 전 차장은 "월성 1호기는 국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계속 운전에 대한 점검을 받아 안전성에 문제없음을 확인했고, 최종적으로 원안위의 계속 운전 승인을 받아 안전 운전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과 원전 관련 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 원전이 완벽한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원자로의 5중 방호구조.
▲  한수원과 원전 관련 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 원전이 완벽한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원자로의 5중 방호구조.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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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아이지반연구소 김성욱 소장은 "1970년대 당시에는 컴퓨터도 없었으니 지반 조사가 지금의 수준으로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부지반경 320km 이내의 지진기록을 조사하려면 동해와 남해는 물론 일본 규슈 지역까지 들어가는데, 최대 지진을 평가할 때 동해나 남해의 해양 지질이라든가 일본 활성단층, 역사지진 등은 포함하지 않았고 육상만 고려했다"고 말했다. 내진설계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수원이 월성1호기의 내진설비를 보강했다고 하지만 이는 부속품 등의 내진 성능을 강화한 것일 뿐, 지반과 격납구조를 강화한 게 아니므로 완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 원전은 지진이 잘 나지 않는 미국 동부 지역의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했다"며 "이후 (지진 발생 상황이) 달라졌다면 대응도 달라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1980년에서 1990년 사이 지각의 판구조(노란선)위에 규모 5이상 지진 진앙을 표시한 세계 지도. 김성욱 소장은 우리나라 원전은 지진이 드문 미국 동부의 내진설계 기준에 따라 건설됐기 때문에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  1980년에서 1990년 사이 지각의 판구조(노란선)위에 규모 5이상 지진 진앙을 표시한 세계 지도. 김성욱 소장은 우리나라 원전은 지진이 드문 미국 동부의 내진설계 기준에 따라 건설됐기 때문에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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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제작·시공결함 등으로 사고도 잦은 원전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43) 사무국장은 "정부가 월성 원전과 주변의 단층이 어떻게 분포돼있고 어떤 위험성이 있으며, 위험성 대비 원전의 안전성은 어떤지 설명해야 하는데, 단층 분포에 대한 조사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성이 파악될 때까지 월성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이 지난 1일 한수원에서 받아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2년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국내 원전 25기에서 제작결함, 시공결함, 부품결함, 설계결함 등으로 일어난 45건의 사고 중 월성 1호기 사고가 6건으로 가장 많았다. 월성 1호기는 사고로 인해 가동 정지된 날이 149일나 됐다. 한수원의 공언과 달리 우리나라 원전 관리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 낡은 원전일수록 사고가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자료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경주지진#경주#내진설계#나진지진#월성1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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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홍에 빠진 백악관, 시들어가는 발광전략, 막바지에 이른 조미핵대결

[개벽예감269] 내홍에 빠진 백악관, 시들어가는 발광전략, 막바지에 이른 조미핵대결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7/10/09 [12:50]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닉슨의 미치광이전략 능가하는 트럼프의 발광전략

2. 내홍에 빠진 백악관, 심각해진 파벌대립

3. 트럼프가 말한 ‘폭풍 전의 정적’은 무슨 뜻인가?

4. 발광전략을 파탄시켜 조미핵대결 끝내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

 

1. 닉슨의 미치광이전략 능가하는 트럼프의 발광전략

 

나는 2017년 9월 25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닉슨의 미치광이전략 따라가는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이 40여 년 전에 파산된 리처드 닉슨(Richard M. Nixon)의 미치광이전략을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5794). 나는 그 글에서 언론매체들이 사용하는 미치광이전략(madman strategy)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작강도와 발작범위가 닉슨 대통령의 발작강도와 발작범위를 능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을 닉슨의 미치광이전략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미치광이전략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래서 발광전략(derangement strategy)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쓰기로 했다.    

 

요즈음 백악관의 소란스러운 행태가 보여주는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대외활동을 자기의 발광전략과 결부시키고 있다. 그가 발광전략을 들이대는 여러 가지 국제현안들을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발광전략을 들이대는 국제군사현안들은 대조선 핵대결, 대러시아 무력대치, 대중국 해양주도권 갈등, 아프가니스탄전쟁 무력증파 등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발광전략을 들이대는 국제정치현안들은 대이란 핵합의 파기위협, 대쿠바 외교압박, 베네수엘라 내정간섭, 북대서양조약기구 가맹국들의 부담금 증액요구 등이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이 발광전략을 들이대는 국제통상현안들은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대중국 무역전쟁,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이다. 

 

▲ <사진 1>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착하고 있는 발광전략은 발작강도와 발작범위에서 리처드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을 능가한다. 발광전략은 국제사회를 불안과 공포, 대립과 충돌로 몰아가는 재앙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그가 2017년 9월 19일에 진행한 유엔총회 연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그의 조악한 협박은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가장 난폭하게 자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와 기자회견을 통해 자기의 적대세력들을 향한 난폭한 협박발언을 계속 늘어놓고 있지만,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도는 땅바닥에 떨어졌으며, 국제사회도 그의 발광전략을 위험하게 보면서 외면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은 국제사회를 불안과 공포, 대립과 충돌로 몰아가는 재앙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사진 1>  

 

트럼프 대통령이 발광전략을 밀고 나가는 추진방법은 2017년 10월 1일 미국의 온라인매체 <액시오스(Axios)>에 실린 보도기사에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초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 쏘니 퍼두(George Ervin Sonny Perdue) 농무장관, 로벗 라잇하이저(Robert E. Lighthizer) 무역대표부 통상교섭대표를 참석시킨 가운데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라잇하이저 통상교섭대표 사이에 이런 말이 오갔다고 한다. 

 

트럼프 - (라잇하이저에게) “당신에게 30일 기간이 주어졌는데, 만일 당신이 (한국측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지 못하면 나는 (미국을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탈퇴시킬 것이오.”

라잇하이저 - “알았습니다. 우리는 한국측 협상대표들에게 30일 기간이 주어졌다고 말하겠습니다.”

트럼프 -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오. 협상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오. 그들에게 30일 기간이 주어졌다고 말하지 마시오. ‘이 사람이 아주 미쳐버려서 아무 때라도 탈퇴할 수 있다(this guy's so crazy he could pull out any minute)’고 그들에게 말해주시오. 그들에게 아무 때라고 말해주시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난 그렇게 할 수도 있지 뭐. 당신들 모두는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오. 하지만 그들에게 30일 기간이 주어졌다는 건 말하지 마시오. 만일 그들이 30일 기간을 갖게 되면, (협상에서) 그걸 이용할 것이오.” 

 

미치광이처럼 발광하면서 임의의 시각에 한미자유무역협정을 파기해버릴 것처럼 한국측 협상대표들을 협박하여 재협상을 미국에게 유리하게 끌어가라는 것, 바로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교섭대표에게 가르쳐준 협상방법이다. 

2017년 8월 22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자유무역협정 제1차 공동위원회 회의에서 미국 통상교섭대표단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하였으나, 한국 통상교섭대표단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자 미국 무역대표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라잇하이저 통상교섭대표에게 가르쳐준 각본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게 발광전략을 들이대며 압박하기 시작했는데, 그 추진방법이 제법 교묘하였다. 이를테면, 그 추진방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문제를 논의하지 않으려는 문재인 정부에게 격노하여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탈퇴해버리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미쳐 날뛰었다는 식으로 조작된 ‘정보’를 미국 언론매체에 흘려준 것이다. 2017년 9월 2일 <워싱턴포스트>가 그 ‘정보’를 기사화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방어선은 미국의 말을 듣지 않으면 한미자유무역협정을 깨버리겠다는 발광전략공세 앞에서 불과 며칠밖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4일 한미자유무역협정 제2차 공동위원회 회의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재협상을 시작하자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결국 굴복하고 말았던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10월 4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장면이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라잇하이저 통상교섭대표에게 가르쳐준 각본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게 발광전략을 들이대며 강하게 압박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문제를 논의하지 않으려는 문재인 정부에게 격노하여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탈퇴해버리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미쳐 날뛰었다는 식으로 조작된 '정보'를 미국 언론매체에 흘려주면서 압박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방어선은 그런 발광전략 앞에서 불과 며칠밖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에 인용한 대화록을 읽어보면, 오두발광으로 협상상대를 윽박질러 협상목적을 달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여 돈을 뜯어내는 조직폭력배 두목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착하는 발광전략의 실체는 상대에게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조악한 협박 이외에 다른 게 아니며, 지금 전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악한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가 9월 19일에 진행한 유엔총회 연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그의 조악한 협박은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가장 난폭하게 자행되고 있다.  

하지만 방어력이 약한 약소국들에게 통할지 모르는 협박으로 조미핵대결에 대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지와 오판에 빠진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처해도 패할 수밖에 없는 조미핵대결을 그처럼 무지와 오판으로 대처하고 있으니 미국의 참담한 패배를 앞당기는 것 이외에 다른 결말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그 결말이 예상한 것보다 일찍 다가오고 있음을 말해주는 사실들을 서술하면 아래와 같다. 

 

 

2. 내홍에 빠진 백악관, 심각해진 파벌대립

 

2017년 9월 30일 중국을 방문 중이던 틸러슨 국무장관이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그가 베이징을 방문한 목적은 오는 11월 초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예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요즈음 언론매체들의 관심은 극도로 격화된 조미관계에 집중되었으므로, 취재기자들은 기자회견장에 나온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과 대화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캐물었다. 그는 이 민감한 질문을 받고 뜻밖의 답변을 꺼내놓았다.  

 

“우리는 탐색하는 중이며, 그런 태도를 유지할 것이다. 우리는 (조선에게) 대화하겠는지를 묻고 있다. 우리에게는 평양과 소통하는 연락통로들이 있다. 현 상황은 어둡거나 캄캄하지 않다. 우리는 평양과 직접 소통하는 몇 개의 통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과 소통할 수 있고, 소통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우리의 통로를 통하여...” 

 

원래 취재기자의 질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과 대화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를 물어본 것이었는데, 틸러슨 국무장관은 한 술 더 떠서 미국이 조선과의 연락통로를 차단하지 않았으며, 그 연락통로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조선이 비핵화를 위한 ‘전향적인 태도’를 먼저 보이기 전에는 조선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입장인데, 틸러슨 국무장관의 기자회견 발언은 그런 공식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뜻밖의 답변을 들은 취재기자들은 그러면 트럼프 행정부가 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려고 하는지를 물었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답변이 이어졌다. 

 

“우리는 회담을 통하여 이 문제(조미핵대결을 뜻함-옮긴이)를 해결하기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가장 시급한 행동은 현 상황을 진정시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상황은 좀 과열되었는데, 나는 우리가 상황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사진 3> 이 사진은 2017년 9월 30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이던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조선과 대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조미핵대결의 위험한 상황을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하였다. 이것은 조선이 비핵화를 위한 '전향적인 태도'를 먼저 보이기 전에는 조선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며, 군사적 선택방안을 포함한 모든 선택방안들이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 탁자 위에 놓였다는 대조선 협박발언을 입버릇처럼 늘어놓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틸러슨 국무장관과 취재기자들 사이에 질의응답이 계속되었다. 취재기자가 상황을 진정시킨다는 말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을 향해 쏟아내는 극단적인 발언들을 삼간다는 뜻도 들어있는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였을 때,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렇게 답변하였다. <사진 3>

 

“현재 상황은 좀 과열되었다. 나는 모두들 상황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본다. 명백하게도, 북조선이 미사일발사를 중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은 현 상황을 크게 진정시킬 것이다.”   

 

지금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 탁자 위에 군사적 선택방안을 포함한 모든 선택방안들이 놓여있다는 대조선 협박발언을 입버릇처럼 늘어놓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입장과 배치되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답변,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이 조미핵대결에서 더 이상 통할 수 없음을 인정한 솔직한 답변이었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었던 2017년 10월 1일 일요일 새벽(미국 동부시간), 여느 주말처럼 골프를 즐기려고 뉴저지주 벳민스터(Bedminster)에 있는 골프클럽에 전날 밤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나 틸러슨 국무장관의 베이징 기자회견소식을 들었다. 그 순간, 그는 뒤통수를 한 방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국무장관이 자기의 발광전략과 배치되는 발언을 거침없이 꺼내놓았으니 어찌 그렇지 않았겠는가. 화가 치민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국무장관을 노골적으로 면박하였다. 바로 이것이 그가 당일 오전 7시 30분에 아래와 같은 글을 트위터로 날려보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국무장관을 노골적으로 면박한 트위터 전문은 아래와 같다. 

 

“나는 우리의 훌륭한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에게 로켓 쏘는 사람(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모욕하는 말-옮긴이)과 협상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말해주었다. 렉스, 당신의 정력을 좀 아끼시오.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그런 면박을 준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골프를 친 뒤 점심식사를 하기 직전 또 다시 아래와 같은 문장을 트위터로 날려보냈다.

 

“지난 25년 동안 로켓 쏘는 사람을 친절하게 대해주었으나 실패하였는데, 이제 왜 그 일을 다시 하려는가? 클린턴도 실패했고, 부쉬도 실패했고, 오바마도 실패했다.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미국의 역대 행정부들이 조선의 최고영도자를 친절하게 대했다고 착각하는 그의 인식능력은 미국의 고질적인 대조선적대정책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어린애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저급한 인식능력밖에 없는 사람이 전임 대통령들은 조미핵대결에서 패했으나 자신은 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으니, 벳민스터 골프장 옆을 지나는 젖소가 듣고 웃음보를 터뜨릴 노릇이다.   

 

국무장관은 조선과 대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였으나, 대통령은 그런 그를 노골적으로 면박하면서 그의 대화의지를 완전히 부정해버린 괴이한 장면은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았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이 괴이한 장면의 뒤에 과연 어떤 내막이 깔려있는가 하는 문제를 두고 미국 언론계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들이 꼬리를 물고 나왔다. 이를테면, 트럼프와 틸러슨의 불화가 격화되었다는 불화격화설, 트럼프가 틸러슨을 곧 쫓아낼 것이라는 경질임박설, 틸러슨을 마익 팜페오(Mike R. Pompeo) 중앙정보국장으로 교체할 것이라는 국무장관 교체설 등이다.  

그런데 2017년 10월 3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뜻밖의 사건이 또 한 차례 벌어졌다. 청문회에 출석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미국 국방부는 “외교적 해결책을 찾으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지속적인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언명한 것이다. 이 발언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틸러슨 국무장관과 손잡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에 반기를 든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주었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그런 발언을 꺼내놓은 다음날, 그가 틸러슨 국무장관과 손잡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에 반기를 든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이 정말 사실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충격적인 언론보도가 나왔다. 백악관 고위관리 세 사람의 말을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7년 10월 4일 보도에 따르면, 2017년 7월 20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아프가니스탄전쟁과 관련한 고위관리들의 회의가 진행된 뒤 틸러슨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moron)”라고 부르며 그를 비난하였고, 7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소년단(Boy Scout) 전국대회 연설에서 자기 정적들인 미국 언론,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를 싸잡아 조롱하는 막말을 쏟아냈을 때 그의 한심한 작태에 절망한 나머지 국무장관직을 내놓으려고 하였다는 것이다. 

이 폭로기사로 사태가 일파만파 번져가자,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은 각각 수습발언을 꺼내놓으며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런 수습발언으로는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른 백악관의 내부균열을 덮을 수 없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미국 언론매체가 폭로한 바에 따르면,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7월 하순 아프가니스탄전쟁에 대해 오판하여 무력증파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부르며 비난하였다고 한다. 어떤 다른 미국 언론매체들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우라질놈의 멍청이"라고 부르며 비난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 사실을 알았다고 보도하였다. 미국 언론매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백악관 3인방인 틸러슨, 매티스,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장 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을 따르지 않는 반대파로 분류되고, 국가안보보좌관 맥매스터와 중앙정보국장 팜페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을 따르는 지지파로 분류된다고 한다. 지금 내홍에 빠진 백악관은 발광전략을 둘러싸고 지지파와 반대파 사이에서 심각한 파벌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 폭로기사는 백악관의 내부균열이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아래와 같이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내주었다. 폭로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에 실망하여 국무장관직을 사임하려던 틸러슨을 설득하여 다시 눌러앉게 만든 사람은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John F. Kelly) 대통령 비서실장인데, 그 두 사람은 틸러슨을 지지하는 “가장 강력한 동맹자들(strongest allies)”이라고 한다. 이것은 사태가 트럼프와 틸러슨의 개인적 불화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파벌대립으로 확대, 심화되었음을 말해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백악관의 내부균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을 따르는 지지파와 그것을 따르지 않는 반대파로 갈라진 파벌대립으로 번진 것이다. 백악관의 파벌대립과 관련한 미국 언론보도내용을 살펴보면, 허벗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 국가안보보좌관과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은 발광전략을 따르는 지지파로 분류되고, 틸러슨 국무장관, 매티스 국방장관, 켈리 비서실장은 발광전략을 따르지 않는 반대파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을 보좌하는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을 늘 끼고돌면서 발광전략에 계속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3. 트럼프가 말한 ‘폭풍 전의 정적’은 무슨 뜻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0월 5일에도 적국들을 향해 조악한 협박발언을 늘어놓았는데, 이번에는 미국군 수뇌부와 그 아내들을 백악관에 초청하여 만찬을 베풀면서 조선과 이란을 상대로 상투적인 협박발언을 또 다시 늘어놓았다. 만찬을 시작하기에 앞서 제1부인 멜라니아를 대동하고 취재진 앞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은 아내를 동반한 군수뇌부 성원들과 함께 취재기자들에게 사진촬영을 하라고 하면서 아래와 같이 알쏭달쏭한 소리를 꺼내놓았다. 

 

트럼프 - “여러분은 폭풍 전의 정적(calm before the storm)이 뭔지 아시오?”  

취재기자 - “폭풍이라니 그건 무슨 뜻입니까?”

트럼프 - “그건...정적일 거요, 폭풍 전의 정적 말이요.”

취재기자 - “대통령님, 폭풍이라면 이란입니까? 이슬람국가(ISIS)입니까?”

트럼프 - “내가 당신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군인들이 지금 여기에 와 있다는 것이오. 그리고 우리는 멋들어진 저녁시간을 보낼 것이오. 참석해준 분들에게 감사하오.”

취재기자 - “대통령님, 무슨 폭풍입니까?”

트럼프 - “곧 알게 될 거요.”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뜻인지 모를 알쏭달쏭한 말을 취재진에게 던져놓고 만찬장으로 훌쩍 들어가 버렸는데, 이 장면은 협박의 창끝이 누구를 겨냥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들어놓고 협박효과를 증폭시켜보려는 즉흥적인 정치촌극을 직접 연출한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7년 10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군 수뇌부 성원들과 그 아내들을 백악관에 초청하여 성대한 만찬을 베풀기 직전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폭풍 전의 정적'이 뭔지 아느냐고 취재기자들에게 묻는 알쏭달쏭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이것은 발광전략의 창끝이 누구를 겨냥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들어 협박효과를 증폭시켜보려는 즉흥적인 정치촌극을 직접 연출한 것이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도 그는 역대 미국 행정부들은 대조선정책에서 실패하였으나 자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한 가지만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글을 트위터로 날려보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만찬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군수뇌부 성원들만 데리고 각료실로 자리를 옮겼다. <로이터통신> 2017년 10월 5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북조선에게 있어서 우리의 목표는 비핵화다. 우리는 이 독재정권이 우리나라와 동맹국들을 상상을 초월한 인명손실로 위협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우리는 그런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만일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니, 나를 믿어라”고 군수뇌부에게 말했다고 한다. 수다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은 군수뇌부를 자기 앞에 앉혀놓고 그들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만 떠들어댔는데, 익명의 백악관 고위관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낸 수많은 말들 중에서 유독 조선에 대한 협박발언만 채집하여 미국 언론에 흘려준 것은 전형적인 발광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0월 7일에도 트위터에서 조선을 향한 협박발언을 늘어놓았는데, 그 전문을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전임 대통령들과 역대 행정부들은 지난 25년 동안 북조선과 대화하였고, 합의에 도달하였으며, 많은 돈을 지불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조선은) 합의문 잉크가 채 마르기 전에 위반하여, 미국측 협상대표들을 우롱하였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한 가지만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Sorry, but only one thing will work!)”

 

위의 인용문에 나온 “한 가지만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문장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들이 미국 언론보도에 나돌았지만, 그가 그런 알쏭달쏭한 협박발언을 너무 자주 꺼내놓는 바람에 이제 사람들은 “저 늙은이가 입만 열면 또 저런 소리를 하네”라고 하면서 시큰둥하게 여기기 시작하였다. 자기들 입맛에 맞춰 정보를 가공처리하는 한국의 친미언론매체들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선 협박발언이 유통기간을 넘긴 폐기처분대상이라는 사실을 은폐하면서 크게 보도해주는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심각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협박발언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군 수뇌부를 앞에 앉혀놓고 “이란은 강대국들이 그 나라의 핵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 만들어놓은 합의정신을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협박발언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보도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합의를 깨버리는 파기결정을 곧 발표할 것이라는 백악관 고위관리의 발언을 인용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위반이라는 생트집을 잡아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버리면, 미국과 이란의 적대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될 것이고, 그에 따라 무력충돌위험이 극도로 고조될 것이다. ‘폭풍 전의 정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알쏭달쏭한 어법은 그가 이란 핵합의를 깨버리고 중동정세를 고의적으로 격화시켜 이란을 공격하려는 흉심을 품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발광전략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몇 가지 움직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7년 9월 22일 테헤란에서 진행된 열병식에 등장한 이란의 코람샤흐르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이 주석단 앞을 지나는 장면이다. 만일 이란이 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중동지역에 전진배치된 미국의 군사전략거점들과 이스라엘의 군사전략거점들을 타격할 수 있다. 만일 이란이 그 중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할 핵탄두까지 만들어내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억제력에 걸려 더 이상 이란을 공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들을 기습공격으로 파괴할 작전계획을 이미 만들어놓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려고 한다. 이란에 대한 공격위험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첫째, 이란은 사거리가 2,000km이며, 각개발사식 재돌입체(MIRVs)를 장착할 수 있는 코람샤흐르(호람샤르, Khoramshahr) 중거리탄도미사일을 2017년 9월 22일 테헤란에서 진행된 열병식에서 공개하였고, 그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장면을 텔레비전방송을 통해 세상에 공개하였다. 이것은 바레인(Bahrain)에 주둔하는 미국 해군 중부사령부와 미국 해군 제5함대는 말할 것도 없고, 터키 남부지역 인씨를릭공군기지(Incirlik AFB)에 주둔하는 미국 제3공군 산하 제39공군기지비행단, 그리고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Tel Aviv)와 이스라엘군 전략기지들이 모조리 코람샤흐르 탄도미사일 사정권 안으로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만일 이란이 그 중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할 핵탄두까지 만들어내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억제력에 걸려 더 이상 이란을 공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둘째, 핵강국인 미국과 비공인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격위험에 처한 이란은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핵억제력을 갖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다.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려고 온갖 술책과 협박을 동원해온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개발사업이 완성단계에 들어섰다고 판단하면, 이란의 핵시설들을 기습공격으로 파괴할 것으로 예견된다. 서방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군과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핵시설들을 공습으로 파괴할 기습타격계획을 이미 만들어놓았다고 한다. 2015년 7월 14일 오스트리아 비에너(Vienna)에서 채택된 ‘통합적 포괄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이라는 이름의 이란 핵합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타격시각을 뒤로 늦춰놓았을 뿐, 공격위험을 해소시킨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란이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하였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버리고 미국-이스라엘 합동작전으로 이란의 핵시설들을 기습타격하려고 할 것으로 예견된다.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각료실에서 군수뇌부 성원들과 담화하는 중에 그들에게 이렇게 당부하였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 폭넓은 군사적 선택방안들이 요구될 때, 아주 신속하게 그것을 나에게 제출해주기를 나는 바라고 있소. 나는 정부기구의 관료체제가 느리게 움직인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런 관료체제의 장애를 넘어서는 문제는 귀관들에게 달려 있소.”

 

익명의 백악관 고위관리가 <로이터통신> 취재기자에게 전해준 위의 인용문에서는 생략되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담화 중에 군수뇌부에게 이란을 공격하는 군사적 선택방안을 임의의 시각에 사용할 수 있게 미리 준비해놓으라고 지시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력침공위험에 대비하여 핵억제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나, 아직 핵억제력을 갖지 못한 이란에게 전쟁위험이 다가오고 있다. 

 

 

4. 발광전략을 파탄시켜 조미핵대결 끝내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

 

2017년 9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성명을 발표하였다. 조선의 최고영도자가 직접 성명을 발표한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면서 그의 발광전략을 격멸하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하였다. 아래와 같은 문장을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세계의 면전에서 나와 국가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며 우리 공화국을 없애겠다는 력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우리도 그에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에게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다.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명예 그리고 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우리 공화국의 절멸을 줴친 미국 통수권자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다....트럼프가 그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미국의 늙다리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위의 인용문에서 주목되는 내용은,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을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확언한 문장이다. 2017년 9월 25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 머물고 있었던 리용호 조선 외무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성명에서 언급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물어본 취재기자의 질문에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답변하였다. 리용호 외무상의 답변은 즉흥적인 답변이 아니라, 그런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견하고 준비한 답변이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아래와 같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2017년 9월 25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 머물고 있었던 리용호 조선 외무상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성명에서 언급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물어본 취재기자의 질문에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답변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첫째, 2017년 9월 3일 조선은 열핵탄두기폭시험에 성공하였다. 그러므로 조선은 앞으로 핵탄두기폭시험은 더 이상 하지 않고, 열핵탄두기폭시험만 하면 된다. 리용호 외무상은 답변에서 그런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둘째, 지난 9월 3일 조선의 열핵탄두기폭시험의 폭발위력은 1메가톤에 이르렀는데, 이에 대해 나는 2017년 9월 11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해발고 2,205m 화강암산 통째로 뒤흔든 거대한 폭발진동(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5583)’에서 자세히 논하였으므로, 여기서 재론하지 않는다. 그런데 리용호 외무상이 언급한 ‘역대급 수소탄 시험’이라는 말은 폭발위력이 역사상 가장 큰 수소탄을 기폭시키는 시험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폭발위력이 가장 큰 수소탄은 1961년 10월 30일 소련이 기폭시킨 ‘짜르 밤바(Tsar Bomba)’라고 부르는 수소탄이었는데, 그 폭발위력은 50메가톤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그 수소탄이 터졌을 때 하늘로 솟구쳐 오른 거대한 버섯구름은 56km 고도에 이르렀다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리용호 외무상이 조선이 50메가톤급 수소탄보다 폭발위력이 더 강한 수소탄을 시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하였다는 점이다. 수소탄을 소형화, 경량화하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조선이 수소탄 폭발위력을 50배 이상 증폭시키는 것은 핵공학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9월 2일 조선핵무기연구소의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면서 “분렬 및 열핵장약을 비롯한 수소탄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100% 국산화되고 무기급 핵물질생산공정으로부터 부분품정밀가공 및 조립에 이르기까지 핵무기제작에 필요한 모든 공정들이 주체화됨으로써 우리는 앞으로 강위력한 핵무기들을 마음 먹은대로 꽝꽝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폭발위력이 50메가톤 이상인 초강력 수소탄을 터뜨리는 기폭시험은 조선 영토 안에서 진행할 수 없다. 엄청난 인공지진으로 조선의 북부지대와 중국의 동북지역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초강력 수소탄은 태평양 한복판에서만 할 수 있다.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하였던 리용호 외무상의 답변은 그런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셋째, 조선이 사상 최강의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에서 하려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그것을 장착하여 태평양 상공으로 날려보낼 수 없다. 비행 중 안전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조선이 사상 최강의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에서 할 수 있는 방도는 수소탄을 실은 전략잠수함을 태평양으로 보내는 것이다. 선박들이 오가는 북태평양 해상교통로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외딴 해상으로 나간 조선의 전략잠수함이 수소탄을 해수면에 띄워놓고 안전수역으로 빠져나온 뒤에 원격조종으로 기폭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은 장거리작전능력을 가진 3,000톤급 전략잠수함들을 보유하였으므로, 운반수단도 이미 준비된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성명에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언명하였는데, 위에 서술한 리용호 외무상의 기자회견 발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구상하는 대미보복조치와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조선이 미국 서부 해안 앞바다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위협발사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러시아 통신사 <리아 노보스찌(RIA Novosti)> 2017년 10월 6일부에 주목할 만한 보도기사가 실렸다. 2017년 10월 2일부터 6일까지 러시아 자유민주당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연방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소속 성원인 안똔 모로조브(Anton Morozov)의 발언이 실린 러시아와 미국의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그가 전한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사진 8>

 

▲ <사진 8> 이 사진은 2017년 10월 2일부터 6일까지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자유민주당 고위급 대표단을 촬영한 것이다. 왼쪽부터 알렉싼드르 마쩨고라 주조러시아대사, 한성렬 조선 외무성 부상, 안똔 모로조브 자유민주당 조선방문대표단 단장의 모습이 보인다. 조선방문을 마치고 모스크바로 돌아간 모로조브는 러시아와 미국 언론에 조선이 미국 서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2,000km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위협발사하려고 준비하고 있으며, 곧 발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을 격멸하고 조미핵대결을 끝내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에 따른 전략적 핵압박공세의 종결판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들(러시아 자유민주당 고위급 대표담이 평양에서 만난 조선의 고위인사들-옮긴이)은 우리들에게 그들이 미국 서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더욱 강력한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 미사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미사일인지는 말하지 않았으나, 곧 발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미국과의) 대결을 진지하게 준비하였음을 보여주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하였다. 조선의 관리들은 그 미사일의 사거리가 12,000km라고 말했다. 그들은 그 미사일이 미국 서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학적 계산까지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그 미사일이 미국에 도달하려면, 러시아 상공을 지나가게 될 것인데, 만일 미국이 그 미사일을 요격하면 러시아에 위험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지금 조선에는 전반적으로 호전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그들은 단호한 결의와 호전적인 언사를 보여주었다.” 

 

한국 정보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7년 9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은 9월 14일 오전부터 평양 인근과 평안북도 어느 지역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를 실은 발사대차와 군용차량이 이동을 준비하는 모습을 포착하였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2017년 9월 19일 유엔총회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중에 조선을 전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극악한 폭언을 토해내어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기 며칠 전부터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위협발사준비가 진행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동시다발로 쏘는 대미위협발사를 단행하려는 것일까? 

 

트럼프의 발광전략을 파탄시켜 조미핵대결을 끝내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은 확고하고,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려는 조선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쓰는 어법을 빌리면, “곧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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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불개미는 지구의 경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붉은불개미는 지구의 경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이강운 2017. 10. 08
조회수 308 추천수 1
 
생물학자 이강운의 24절기 생물 노트-한로
기후변화로 6년 새 20일이나 일러진 호랑나비 우화 시기
식상한 경제논리가 위기 불러…생태와 환경이 경제
 
h1.jpg»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의 작은 논에서도 벼를 수확했다.
 
어설피 내린 가을비 한 번에 기온이 뚝뚝 떨어지고 바람 한 번 휙 불면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가을 바람 소리 스산하고 공기가 차다. 한 뼘 한 뼘 하늘이 높아져 하늘 끝까지 간 것 같고,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서 가을 첫서리가 살짝 내린다는 오늘은 한로(寒露). 그러나 아직 한낮 햇빛은 쨍쨍하고 온도도 높아 벼가 잘 익었다. 올 초봄에 조성한 ‘논’에서 가뭄과 장마를 잘 버틴 황금빛 벼를 수확했다. 
 
꽃만큼 아름다운 노랗고 빨간 단풍이 짙어지기 시작하고 마른 낙엽이 숲 바닥을 뒹굴며 서걱거릴 이때쯤 양지바른 곳에 샛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산국과 산비탈의 희고 연한 보랏빛의 구절초, 길가에 보라 꽃 무리 지어 흔들리는 쑥부쟁이에서 가장 깊은 가을 정취를 느낀다. 계절이 바뀌고 있다. 
 
h2.jpg» 산국 꽃에 앉은 중국별뚱보기생파리.
 
한가위로 연구원이 뭉텅 빠져나가 연구소가 텅 비었다. 어릴 적 살던 집 앞마당과 장독대 근처 돌 화단에 피워있던 꽃과 아버지! 명절이 되면 이상하게 나 살던 데, 고향으로 가고 싶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은데... 뵙지도 못하고 가보지도 못한 채 가장 긴 추석이 지나간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모든 생물이 움츠러들지만 이제 막 번데기에서 우화한 큰멋쟁이나비, 작은멋쟁이나비 날갯짓은 사그라지는 계절과는 반대로 오히려 힘차다. 얼마나 힘이 넘치는지 손으로 잡고 있어도 날개를 격하게 퍼덕여 혼자 힘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만큼 강하고 가만히 가슴을 만져보면 힘찬 심장 소리가 전해오는 듯 진동을 느낄 수 있다. 이 정도의 힘이 있어야 겨울을 날 수 있겠지.
 
h3.jpg» 쑥부쟁이 꽃에 앉은 큰멋쟁이나비.
 
이처럼 어른벌레로 겨울을 나는 큰멋쟁이나비, 작은멋쟁이나비는 가을에 날개를 달고 나와 그 상태로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봄까지 버티다 알을 낳고 죽으니 어른벌레 수명이 약 여섯 달은 되는 셈이다. 자주 받는 질문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나비는 얼마나 살아요?”인데, 종류마다, 또 같은 종 안에서도 어느 계절에 나오느냐에 따라 수명이 달라질 수 있으니 간단하게 답할 수는 없다. 
 
h5.jpg» 작은멋쟁이나비.
 
이제 가을이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대부분 곤충도 서둘러 겨울 준비를 한다. 몸을 홀가분하게 털어버리고 단단한 고치를 만드는 노랑쐐기나방도 있고, 애벌레 몸 색깔을 바꿔 팽나무 줄기에 스며들 준비를 하는 왕오색나비와 수노랑나비도 있고 산호랑나비 애벌레들은 이미 마지막 껍질을 벗고 튼튼한 실로 몸을 묶어 번데기를 만들어 겨울 날 준비를 마쳤다. 곤충의 월동은 알, 애벌레, 번데기, 어른벌레처럼 형태적 차이도 있고 낙엽 밑, 돌 아래, 땅속, 나무껍질 속 혹은 자기 스스로 안식처로 만든 고치까지 장소도 다양하다. 
 
h4.jpg» 왕오색나비애벌레.
 
마지막 번데기를 만들어야 하는 때인 지금, 발육할 시간도 없는데 산제비나비가 알을 낳고 있다. 개나리도 꽃을 피우고. 어떻게 이런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는 거지? 이런 나비도 있고 저런 나무도 있어, 살아가고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때는 맞춰야 하는데 철모르는 놈들이 있다. 사람으로 붐비면서 더 많은 개발 욕구가 팽창하고 그래서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걱정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끊임없는 걱정과 이때까지의 절기와 맞지 않는 돌발적 변수로 지구가 더워짐을 실감하고 있다. 따뜻한 겨울 그리고 어정쩡한 봄과 가을. 세상이 아프고 힘들다.
 
h6.jpg» 산제비나비 산란(2017.10.4)
 
h7.jpg» 개나리 개화(2017.10.3).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생태계가 작동하고 있으므로 자연의 시간보다 빨리 혹은 늦게 가는 현상이 우리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얼마나 세상이 바뀔지 곤충을 재료로 실험하였다. 그 땅에 사는 식물은, 곤충은, 인간은 모두 땅을 닮게 되어 있으므로 기후변화에 따라 변화할 나비 이야기가 사실은 우리 이야기다. 
 
변온동물인 곤충은 기후변화, 특히 온도에 민감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구조 변화의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분류군이다. 특히 번데기로 월동하는 호랑나비과 곤충은 크기도 크고 움직임을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어 분석과 예측이 가능한 가장 좋은 재료다. 
 
2008년부터 호랑나비과의 산호랑나비, 호랑나비, 꼬리명주나비 월동형 번데기를 대상으로 인큐베이터를 이용한 실내 온도 발육 실험과 야외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관찰 비교하는 기후변화 연구를 수행했다. 온도 발육 실험을 근거로 우화 실험을 시작한 이래 10년 차. 산호랑나비, 호랑나비, 꼬리명주나비 3 종 모두 2014년 이후 2008년보다 무려 평균 20일이나 빨리 날개를 달고 나오고 있다. 따뜻해지면서 봄이 조금씩 빨라지고 점점 더 우화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아마 이런 식이면 3종 나비들은 일 년에 한 번씩 더 발생할(Voltinism: 화성)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h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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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를 연차별로 원주지방환경청,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3권의 보고서를 냈고, 실험 시작 8년 만인 2014년에 1차 결과를 에스시아이(Sci) 논문인 <아시아 태평양 곤충학 저널>(JAPE)에 논문으로 게재했다.1) 벌써 10년에 걸친 자료가 누적되고 있으므로 계속 좋은 논문으로 쓰일 것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본다. 
 
이러한 환경적 변화를 나비에 국한하지 않고 곤충의 범위를 확대하면 심각한 사태를 가늠할 수 있다. 사람에게 말라리아,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등 다양한 병원체를 옮길 수 있는 위생 해충인 모기가 더 빨리 번식을 시작하고 겨울 초까지 더 많이 번식함으로써 우리의 삶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수를 포함한 농작물의 병해충도 직접적이고 파괴적으로 연관돼 이들을 없애기 위한 살충제를 과다하게 사용할 것이고 살충제 잔류 농산물은 또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추석 연휴에 국무조정실장 주재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하면서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주인공은 침입 외래종 붉은불개미(Red Imported Fire Ant)였다. 경계색인 붉은색과 시뻘건 불을 합쳐 만든 붉은불개미니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가? 외래종이 우리의 삶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전역에서 생산된 꿀 4분의 3 이상에 살충제 및 농약 잔류량이 검출 돼 안전하지 않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살충제 달걀에 이어 꿀까지 더는 해결을 위해 손을 써볼 틈도 없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데도 식상한 경제논리만 주장하고 있다. 이미 생태나 환경이 가장 큰 경제인데. 
 
지금 있는 모든 것을 다 써도 부족해 늘 경제 살리기를 외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고단한 삶을 사는 다른 생명을 고려하여 ‘조금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자’ 라고 이야기하면 한가로이 생태환경 운운하느냐고 비아냥대거나 혀를 차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같이 살자고 ‘벌’을 통해서, ‘개미’를 빗대어 자꾸 말하는데 듣지 않고 있다. 
 
하늘을 이기는 식물도, 곤충도, 사람도 없다. 
 
글·사진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1) ‘Temperature-dependent development of overwintering Sericinus montela Gray (Lepidoptera: Papilionidae) pupae and its vali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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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국이 새 제재 가하면 사실상 선전포고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7/10/09 12:47
  • 수정일
    2017/10/09 12:4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란, 미국이 새 제재 가하면 사실상 선전포고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10/09 [01:20]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이란혁명수비대 장병들이 걸프 해역에서 취역한 고속 쌍동선을 지켜보고 있다.

 

9일 미국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에 새 제재를 가하면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이란 혁명수비대가 밝혔다.

 

이란 관영 언론은 모함마드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을 인용해 “대이란 제재 법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된다며, 중동 내 미군 기지를 이란의 탄도미사일 사거리인 2천km 밖으로 옮겨야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미국의소리는 이를 공격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사실 미사일 공격을 가하지 않고서는 현재 이란 국경 500KM 안에 있는 바레인과 이라크, 오만,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미군기지를 축출할 방법이 없기는 하다.

 

▲ 이란혁명수비대  모함마드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 

 

특히 이란혁명수비대 모함마드 알리 자파리 사령관이 지역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협상을 거부하고, 만약 미국이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규정하면, 이란도 미군을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인 ISIS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새 제재는 미국과 이란 간 관여나 협상의 기회를 없애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새 제재를 사실상 선전포고, 전쟁선언으로 해석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5일까지 이란과의 협정 준수에 대한 인증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동안 지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를 최악의 합의라며 비판해왔기에 인증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은 상황이다.

이란 핵 협상은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며 유럽은 이미 이란에 대한 제재를 풀고 경제협력사업과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이란 핵 합의에 따라 미국 정부도 이란의 합의 준수 여부를 90일마다 점검해 의회에 보고하게 돼 있어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합의 준수를 인증하지 않을 경우, 의회는 60일 안에 제재를 다시 부과할지 결정하게 된다. 이란 핵합의서가 휴지장이 되는 것이다.

이란은 그런 최악의 상황으로 가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핵합의 준수 인증을 해야한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미국 대이란 제재 재개에 대해 이란이 이렇게 미사일 공격까지 경고하고 나선 것은 의외다. 국제정세전문가들 속에서도 정말 그렇게 하겠는가라는 의문의 여지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이란의 경고는 외교적 수가가 아니라 현 국제정세를 치밀하게 분석한 데 기초해서 나온 실전 경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북과 전쟁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란은 아직 핵개발까지는 하지 않고 있으며 미사일도 신형을 끊임없이 개발을 하면서도 사거리를 2,000KM는 넘기지 않고 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을 자극하지 않고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동지역의 전쟁의 불길을 확장시키지 않으려는 정치적 결단 측면이 크다.

따라서 미국에게는 이미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착착 성공시켜가고 있는 북이 더욱 더 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2017년 9월 22일 이란이 시험발사에 성공한 코람샤흐르(호람샤르) 신형 다탄두 미사일, 북의 화성-12형이나 화성-14형과 같은 최근 북이 개발한 3.18엔진을 사용하는 미사일로 추정된다. 즉, 사거리를 북처럼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느데 굳이 2,000KM까지만 쏜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에게 북과 이란 두 곳에서 동시에 전쟁을 할 수 있는 여력도 없다. 따라서 이란이 초강경으로 나가더라도 미국은 감히 이란과의 전쟁에 선뜻 나설 수 없을 것이라는 치밀한 판단에서 나온 경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미국이 북과의 대결전 때문에 핵심 군사력을 태평양으로 집중시키고 있으며 쌍둥이 적자 즉, 재정적자, 무역적자의 심화로 전쟁 군비 충당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과 전쟁이 결코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어쨌든 이란 혁명수비대의 이런 초강경 경고는 패권국 미국의 힘이 그만큼 약화되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수뇌부에게 또하나 고심거리가 생긴 것이다. 추종국을 총동원하여 북을 봉쇄 압박하려던 미국이 되려 이란과 북 양쪽에서 협공을 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합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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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비하 공작 배후도 MB국정원

 

[아침신문 솎아보기]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 청원에도 개입… 보수단체 논평에도 개입 정황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2017년 10월 09일 월요일

연휴가 마무리되는 오는 10일부터 ‘이명박 정부 국정원 적폐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MB의 총애를 받으며 국정원의 수장을 지낸 원세훈 전 원장이 지난달 26일부터 다시 피의자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며 “거기서 딱 '한 칸'만 올라가면 MB”라고 지적했다. 국정원장은 대통령에게 배석자 없이 ‘독대 보고’를 한다.

9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엔 MB 국정원의 정치 공작 행위가 추가로 확인된 사실이 실렸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하하는 논평을 내도록 보수단체에 청부한 정황”을 포착했다. 2009년 4월 경 국정원 심리전단이 보수단체 ‘대한민국 선진화개혁추진회의’ ‘뉴라이트 전국연합’ 간부들과 상의해 노 전 대통령 및 민주당을 폄훼하는 논평을 내게 했다는 것이다.

 

▲ 9일 한국일보 1면
▲ 9일 한국일보 1면
 
 

 

논의 시점은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노 전 대통령 측의 금품수수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권양숙 여사와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씨를 소환할 무렵이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당시 “노무현이라는 ‘불량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며 “무능하고 독선적이고 부패하고 치사하기까지 한 ‘불량 대통령’을 내놓아 5년 내내 국민들을 고통 받게 하더니, 이제는 부패스캔들로 국민들이 외국인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게 만들었다”고 논평했다.

한국일보는 “이 단체들 배후에는 국정원이 있었다”며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이들 단체와 국정원 심리전단 측이 해당 내용을 논의한 내용이 담긴 이메일 등을 확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MB 국정원은 보수단체를 앞세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취소해달라는 청원을 모의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ㄱ씨와 보수단체 간부 ㄴ씨가 주고받은 e메일을 압수해 분석한 결과 이들이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노벨상 취소를 위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청원서를 보내는 방안을 상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보수단체는 김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논평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역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반헌법적 6·15공동선언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2010년 3월 김 전 대통령 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로 사단법인 ‘행동하는 양심’이 출범했을 때 “김 전 대통령은 6·15공동선언을 통해 헌법 정신에 반하는 연방제 통일에 합의했던 사람”이라며 “노벨 평화상을 받기 위해 부정한 공작과 거래를 자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람”이라고 매도했다.

한편 검찰은 우파단체를 동원해 선거·정치에 개입한 국정원의 ‘오프라인 여론조작’과 관련해 구체적인 활동비 내역 자료를 국정원에 요청했다. 한겨레는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2011년 국정원이 우파 단체를 움직여 중앙 일간지에 여당과 정부를 지지하고 야당을 비판하는 광고를 내고 관련 집회를 벌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최근 국정원에 총 자금집행 규모 관련 자료 등을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국정원이 2010년 11월부터 두 달여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국민일보 등 5개 신문사에 우파단체 명의로 시국광고를 게재하며 쓴 돈이 5600만원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검찰 내부적으로는 이는 일부일 뿐 국정원이 온라인 활동보다 오프라인에 투입한 활동비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고 국정원에 관련 자료 전부를 요청한 것”이라 평가했다.  

 

▲ 9일 삼계탕
▲ 9일 경향신문 1면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은 지난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및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민 전 단장은 2010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를 받아 ‘민간인 댓글부대’로 알려진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면서 불법 선거운동과 정치관여 활동을 하도록 하고 수백 차례 모두 52억5600만원을 지급해 국고에 손실을 입힌 혐의를 사고 있다. 2013년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외곽팀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한 것에 대해선 위증 혐의가 적용됐다.  

경향신문은 “30년 ‘국정원맨’ 민병주의 몰락”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민 전 단장의 기소 사실을 다뤘다. 민 전 단장은 1984년 1월 안전기획부(현 국정원) 소속 특정직 7급 공무원으로 임용돼 30년 넘게 국정원에서 일했다.  

한미 FTA 개정 국면에 “한국, 독자적 통상 모델 구축” 목소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개정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언론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국 측 통상교섭본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한·미 FTA 2차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고 FTA 개정 절차를 밟기로 합의했다. 본격적인 협상은 이르면 올해 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개정 국면을 맞으면서 자동차와 철강 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추후 개정 협상의 ‘1차 타깃’이 될 것으로 알려지자 난감한 표정”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협상 테이블에서 ‘관세 부과’와 ‘비관세 장벽 폐지’라는 두 가지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무관세가 적용된 자동차 분야에게 “관세 부활은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잃는 것”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철강 산업은 이미 미국의 강도 높은 수입 규제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후판에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 11.7%, 한 달 뒤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최대 24.9%의 관세를 물렸다”며 “철강 업계는 개정 협상에서 미국의 적자를 이유로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 9일 중앙일보 3면
▲ 9일 중앙일보 3면
 
 

 

중앙일보는 ‘세이프가드(긴급무역제한) 절차’ 돌입 등을 종합해 “트럼프 행정부의 ‘코리안 배싱(bashing: 때리기)’”을 지적했다. 미국은 1월 한국산 가소제(플라스틱 첨가물)에, 2월에는 합성고무에 반덤핑 관세를 예비 판정했다. 한국 제품이 헐값에 수출됐다고 보고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는 취지다.  

4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 등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 명령을, 5월에는 태양전지, 6월에는 폴리에스테르 단섬유에 대한 반덤핑 조사 명령을 내리는 등 매달 새로운 무역 제재 이슈가 나왔다. 이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LG전자 등 한국 세탁기 수입으로 미국 세탁기 업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하며 세이프가드(긴급무역제한)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중앙일보는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면서 “늦었지만 수세를 공세로 전환할 카드를 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전했다. 안세영 교수는 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차피 전자상거래 등 바뀐 무역 여건을 반영하기 위해 협정 개정은 필요했다”며 “개정을 두려워하기보다 협상에서 우리의 요구사항을 미국에 역제안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보에 편승하는 한 통상의 독자적 논리 전개는 어렵다”며 “트럼프 탓만 하지 말고 경제민주화를 뒷받침할 통상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여정 초고속 승진, 北 노동당 세대교체 명확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7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인사 발표를 두고 ‘세대교체’ ‘김정은 당으로의 개편’ 등의 평가가 제기된다.

 

▲ 9일 조선일보 4면
▲ 9일 조선일보 4면
 
 

 

김 위원장은 자신의 여동생이자 ‘백두혈통 2인자’인 김여정을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파격 발탁했다.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으로 재선출되며 8개의 보직을 꿰차 당·정·군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실세로 부상했다. 북한은 이어 노동당 최고 정책결정기관인 정치국 위원 5명과 후보위원 4명을 새로 뽑았고, 이전에 노동당 비서 역할을 한 당 중앙위 부위원장에 6명을 새로 선출했다.

김여정은 2016년 5월 7차 당대회에서 당 중앙위원이 된 지 1년 5개월 만에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다. 한겨레는 “김여정은 7차 당대회 때 김정은 곁에서 축하 꽃다발을 직접 받아 챙기는 등 김정은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에 등장해 존재감을 과시해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대적 인사와 함께 경제·핵개발 병진노선 추진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이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틀어쥐고 주체의 사회주의 한길을 따라 힘차게 전진하여 온 것이 천만번 옳았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자신의 핵 폭주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견디기 위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노동당을 명실공히 ‘김정은 당’으로 개편하기 위한 체제 정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아래는 9일 조간 전국단위 주요종합일간지 1면 머릿기사다.

경향신문 “[트럼프발 통상압력]미 통상전략에 밀려 ‘한·미 FTA’ 수술”

국민일보 “수입 늘어난 개인, 해외서 펑펑… ‘소득주도 성장’ 복병되나”

동아일보 “일제가 왜곡한 한글 맞춤법” 

서울신문 “[단독] 공문서 외국어 범벅…한글 홀대하는 정부”

세계일보 “사드 이어 통상쓰나미…한국 경제 ‘사면초가’” 

조선일보 “트럼프 "北엔 단 한가지 수단뿐" 

중앙일보 “[단독] 93세 카터 방북 추진 … 김정은과 면담 희망”한겨레 “간첩 누명이 갈라놓은 50년 꿈에 그리던 첫사랑을 만나다” 

한국일보 “[단독] MB국정원 '노무현 비하' 공작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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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창제·반포 과정은 영화보다도 더 극적"

 

[인터뷰] ‘훈민정음 전문가' 김슬옹 한글학회 연구위원 "한겨레 모두 보는 영화로 만들자"

17.10.09 11:17l최종 업데이트 17.10.09 11:17l

 

서울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왼손에는 책이 한 권 들려 있다. 어떤 책일까.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국보 70호이고 1997년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마침 올해는 세계기록유산 등재 20돌이기도 하다.

훈민정음 연구가 김슬옹 박사(56, 한글학회 연구위원, 연세대 외래교수)는 "한글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면서 "훈민정음 창제과정은 영화처럼 극적이기 때문에 영화로 각색해도 훌륭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대왕이 비밀리에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2년 6개월만에 해례본이 나오고, 이것이 역사에서 사라졌다 다시 등장하는 과정이 극적입니다. 비밀리에 연구하게 한 것도 극적이고, 15세기에 하층민인 노비 집단이 이 글자를 배울 수 있게 된 것도 기적이고, 해설한 책을 펴낸 것도 기적입니다. 1천만 관객이 아니라 남북한 한겨레 7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영화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훈민정음 언해본 목걸이를 착용한 김슬옹 박사.
▲  훈민정음 언해본 목걸이를 착용한 김슬옹 박사.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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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옹 박사는 "훈민정음 28자만 배우면 누구나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지혜를 발휘할 수 있고, 특히 해례본에는 엄청나게 많이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면서 "훈민정음 창제와 반포 과정을 영화로 만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새 문자 훈민정음을 알기 쉽게 풀이한 책이다. 세종대왕은 비밀리에 연구하여 1443년에 훈민정음 28자를 만들어 신하들에게만 알렸다. 이후 실험과 연구를 거듭한 끝에 1446년 음력 9월 상순에 <훈민정음> 해례본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새 문자 훈민정음과 그것을 만든 원리, 운용 방법을 알렸다. 이 책에는 창제의 취지와 원리, 역사적 의미 등을 비롯하여 문자의 다양한 예시 등이 실려 있다.

김슬옹 박사는 "한글을 배우면 성리학이든 어떤 학문이든 풀어낼 수 있으니 한문으로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던 양반들은 훈민정음을 무서워했을 것"이라며 "기득권이 사라지므로 한글을 2류 문자로 취급한 걸로 추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26일 저녁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인근 전통찻집에서 훈민정음 연구가 김슬옹 박사를 만나 구술 대담을 했다. 김 박사는 2016년 3월부터 2017년 10월 현재까지 훈민정음 해례본 특강을 한글문화연대에서 8주 과정으로 진행 중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별’ 글자가 있는 정음해례 26ㄴ(간송본) ‘별’ 글자가 있는 정음해례 26ㄴ(간송본).
▲ ‘별’ 글자가 있는 정음해례 26ㄴ(간송본) ‘별’ 글자가 있는 정음해례 26ㄴ(간송본).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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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민정음> 해례본'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인류 최고의 문자 해설서답게 당대 최고의 철학, 수준 높은 언어학, 문자학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더욱이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지식과 정보를 나누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해례본은 모두 66쪽으로, 이 가운데 8쪽까지는 세종대왕이 직접 저술한 '정음편'입니다. 이 정음편의 서문에 '유통(流通)'이란 말이 나오는데, 15세기 말(우리말)과 글(한문)이 유통이 안 되니 한문을 아는 이와 모르는 이가 유통(소통)하지 못하고 그래서 모두 유통할 수 있는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 왜 해례본 교육에 몰입하고 계신지요?
"이런 해례본이 우리 학계와 교육계에서 홀대를 받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현재 해례본만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니 전문가가 많이 나올 리 없습니다. 이 책은 다양한 학문이 녹아 있는 융복합서이고 한문본이다 보니 학제적 연구와 교육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쉽지는 않지만요." 

-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배워할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지요?
"이 강의를 위해 누구나 쉽게 해례본을 연구하고 배울 수 있게 여러 방식의 교육용 자료를 구성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실 며칠 뒤면 이 자료가 책으로 나옵니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과학의 합리성, 지식과 생각의 자유로운 소통의 평등성 등이 담긴 훈민정음 정신을 함께 새겼으면 합니다. 

"훈민정음에는 누구나 평등하게 배울 수 있는 '문자 민주주의' 담겨"
 

훈민정음 해례본 둘째 장  『훈민정음』 해례본 둘째 장 복원본.
▲ 훈민정음 해례본 둘째 장 『훈민정음』 해례본 둘째 장 복원본.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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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민정음> 해례본은 왜 중요한가요?
"해례본이 중요한 이유를 두 가지로 짚어보겠습니다. 첫째로는 한글 창제 원리가 정확히 기술된 것은 이 책밖에 없습니다. 18세기, 19세기 훈민정음을 연구했거나 언급한 학자들이 꽤 있지만 이들 모두 이 책을 보았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책 수집광이었던 이덕무(1741~1793)조차 이렇게 써 놓았을 정도입니다(관련 자료를 갖고 나와 보여 주며). 

'훈민정음에 초성(初聲)·종성(終聲)이 통용되는 8자는 다 고전(古篆)의 형상이다. ㄱ 옛글자의 급(及)자에서 나온 것인데, 물건들이 서로 어울림을 형상한 것이다. ㆍㄴ 익(匿)자에서 나온 것인데, 은(隱)과 같이 읽는다. (가운데 줄임) 세속에 전하기를 '장헌대왕이 일찍이 변소에서 문살을 배열(排列)하다가 문득 깨닫고 성삼문 등에게 명하여 창제하였다'한다.<이덕무, <청장관전서> 54권 양엽기 1, 현대어번역(고전번역원)> 임금은 변소에 가지 않고 변기틀인 '매화틀'을 침소에서 이용했음에도 이런 잘못된 제자 원리가 어지럽게 유포된 것은 해례본을 보지 않고 썼기 때문입니다. 이런 오해가 완전히 풀리게 된 사건이 1940년에 <훈민정음> 원본 발견입니다. 왜냐하면 이 책의 해례 부분, 특히 '제자해'에 창제 원리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그 다음에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둘째는 누구나 평등하게 배울 수 있는 문자 보편주의, 문자 민주주의를 담고  있기에 중요합니다. 쉬운 문자, 누구에게나 과학적이고 간결한 문자가 아니고서는 이런 꿈과 이상을 담을 수 없지요."

- '<훈민정음> 해례본'의 인류 보편주의를 설명해 주세요.
"해례본은 하층민을 배려해 새 문자를 만든 세종의 인류 보편의 문자 꿈이 담겨 있어 위대합니다. 훈민정음 창제 동기와 목표, 취지 등이 담긴 세종 서문과 정인지 서를 함께 보면 그 점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어려운 한자 때문에 기본적인 소통조차 못하는 하층민을 배려하여 훈민정음을 만들었습니다. 하층민과 더불어 양반을 포함한 모든 백성들이 편안하게 쓸 수 있는, 하루아침에 배우는 쉬운 문자를 만든 것입니다." 

- 해외 학자들도 한글을 높게 평가하는데….
"영국의 역사가 존맨은 한글을 '인류 문자의 꿈'이라고 했고, 이런 문자를 만든 세종을 기려 일본의 천문학자 와타나베는 자신이 발견한 별 이름을 '7365 Sejong'이라 하여 이른바 '세종별'이라 지었지요. 놀랍게도 해례본에서 예를 든 훈민정음 마지막 글자는 '별'입니다. 누구나 쉬운 문자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나눠 별이 되라는 의미는 아닐까요."

-'<훈민정음> 해례본'의 융합적 가치는 무엇인지요?
"해례본에는 인류 최고 수준의 학문과 사상이 두루 반영되어 있습니다.  지금 수준으로 보아도 최고의 문자로, 과학에다 천지인 삼재 사상, 자음에는 오행 철학과 음악까지, 모음에는 수리철학까지 적용하여 만고불변의 소리 문자를 굳게 세운 것입니다."

- 해례본에 가치를 매긴다면 얼마나 될까요?
"해례본은 흔히 '무가지보'라고고 부릅니다. 가격으로 매길 수 없을 만큼 비싸고 존귀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실제 공정한 값을 따져 대략의 가격을 추정해볼 수는 있는데,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동대문디자인센터에서 전시할 때  그 가격이 매겨진 적이 있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 셋째 장 훈민정음 해례본 셋째 장 사진본.
▲ 『훈민정음』 해례본 셋째 장 훈민정음 해례본 셋째 장 사진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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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전시를 위해서는 보험에 들어야 하는데 보험사에서 추정한 돈은 최소 1조 원이었습니다. 국제 고가품 사례에 비추어 그렇게 추산한 것인데 세계기록유산인데다가 종이 책으로서의 가치, 인류 최고 문자로서의 가치 등이 고려되었습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1940년에 매입한 가격은 정확한 기록도 없고 증언도 남기지 않았지만, 그 당시 일본돈 만 원, 중개료까지 합치면 만천 원으로 서울 최고 비싼 기와집 열 채 값이었다고 합니다."

- 한글은 왜 '과학적인 문자'라고 불리나요?
"한글을 과학적인 문자라고 하는 것은 핵심 제자 원리가 과학적이고 문자를 확장하는 방식이 체계적이기 때문입니다. 15세기에는 기본자가 지금보다 네 자가 더 쓰여 기본자가 28자였는데 이는 상형기본자 8자, 자음자 5자와 모음자 3자를 통해 확장된 것입니다. 그냥 더한 것이 아니라 자음은 획을 더하는 방식으로, 모음은 기본 세 자를 합치는 방식으로 규칙적으로 확장자나 응용자를 만들었습니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자음은 발음 기관 어딘가에 닿아 나는 소리이므로 발음기관을 본뜨고, 모음은 입술, 혀, 목구멍 등 여러 복합적인 작용으로 나므로 발음기관을 본뜨지 않고 하늘(·), 땅(ㅡ), 사람(ㅣ) 등의 삼재를 상형한 뒤, 이를 합성하여 우리말에 담겨 있는 음양의 기운을 살려 '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 등의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자음과 모음, 초성자, 중성자, 종성자를 합쳐 만드는 방식도 '호하후허'에서 보듯 간결하고 체계적입니다."

한글날이 '10월 9일'인 이유
 

『훈민정음』 언해본 첫째 장 교정본 『훈민정음』 언해본 첫째 장 교정본.
▲ 『훈민정음』 언해본 첫째 장 교정본 『훈민정음』 언해본 첫째 장 교정본.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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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있으면 10월 9일 한글날입니다. 한글날은 왜 '10월 9일'인가요?
"세종은 임금이 된 지 25년째인 47살 때, 1443년 12월(음력)에 훈민정음 창제를 알리고 50살 때인 1446년 9월 상한(음력)에 반포했습니다. 이로부터 4년간 <훈민정음> 보급에 주력한 뒤 1450년에 운명하셨습니다. 그럼 1446년에 실제 훈민정음 반포식을 했을까요? 1446년에 반포했다는 것은 반포식을 열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훈민정음'이란 새 문자를 해설한 책 <訓民正音>을 간행, 출판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상한은 1일부터 10일 사이이므로 정확한 날짜는 모릅니다. 상한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이 오늘날 한글날인 10월 9일입니다.

- 기적의 문자 해설서 <훈민정음> 해례본 간행 571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훈민정음 해례본에 얽힌 몇 가지 궁금증을 질문 드리겠습니다. 우선 <훈민정음> 해례본은 왜 '해례본'이라 부르나요?
"<훈민정음> 해례본은 세종대왕을 비롯해 집현전 학사 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이개, 이선로, 강희안 등 여덟 명이 함께 지었습니다. 세종대왕이 직접 쓴 부분을 '정음편' 또는 '본문'이라 부르고, 신하들이 풀어 쓴 부분을 '정음해례편' 또는 '해례편'이라고 부릅니다. '정음편'은 세종의 서문과 '예의'로, '정음해례편'은 '정인지 서'와 '해례'로 구성됩니다. 세종 서문을 자세히 풀어쓴 것이 '정인지 서'이고 '예의' 부분을 자세히 풀어쓴 것이 '해례'입니다. '해례'는 "제자해, 초성해, 중성해, 종성해, 합자해" 의 다섯 '-해'와 용자례의 '-례'를 합쳐 이르는 말입니다. 책 제목과 문자 이름이 '훈민정음'으로 같다 보니, 책 제목에는 '훈민정음'에 흔히 '해례본'을 더 보태 '훈민정음 해례본'이라 부릅니다. 

- 해례본은 왜 '간송본'이라 부르고 또 '상주본'은 무엇인가요?
"<훈민정음> 해례본은 글자를 나무판에 붓으로 쓴 것을 새겨 찍어낸 목판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정교한 활자본이 아닌 목판본으로 찍어낸 것은 빠른 시간에 많은 책을 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세종대왕이 직접 펴낸 초간본은 오랜 세월 알려지지 않다가, 1940년에 경상북도 안동에서 이용준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그 책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사들여 지금은 간송미술관(서울 성북구 소재)에서 소장하고 있어 '간송본'이라 부릅니다. 다만 간송미술관이 1938년에 건립된 것이라 낡고 협소해 현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최첨단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한편, 2008년에 경상북도 상주에서 또 다른 원본이 배익기 선생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이 원본을 '상주본'이라고 합니다. 상주본은 소유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소장자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 간송본의 앞 두 장 네 쪽이 가짜라고 하는 것은 왜 그렇습니까? 지금 있는 것은 어떻게 보사한 것인지요?
"간송본은 발견 당시 세종이 직접 쓴 네 장 가운데 두 장, 총 네 쪽이 없었습니다. 발견자 이용준 선생이 해례본의 조맹부체에 능해 직접 보사한 것으로 추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복원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부분은 세종실록에 실려 있고 또 정음편만 언해한 이른바 '언해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 간송본은 세상에 어떻게 알려지게 되었나요?
"이용준 선생이 앞표지와 두 장을 보사한 보사 원본을 전형필 선생에게 판 뒤 해방 직전 월북하여, 그 어디에도 관련 기록을 남기지 않아 발견 경위와 정확한 보사 과정 등은 미스터리로 남았습니다. 다행히 간송 전형필 선생은 당시 최고의 서지학자였던 송석하 선생을 통해 모사하게 하였고 그것이 훈민정음 최고 전문가였던 홍기문 선생에게 전달되어 그 가치를 드러나게 했습니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우리말글 학자였던 외솔 최현배 선생은 1942년에 출판된 <한글갈>에서 이 책이 세종시대 원본임을 입증했고, 해방 후 조선어학회와 통문관에서 영인본을 펴내 연구와 교육으로 널리 알려지게 했습니다. 2015년에는 간송미술재단이 직접 교보문고와 함께 소장본과 똑같은 복간본을 펴내 그 가치를 더욱 빛나게 했습니다."
 

훈민정음 언해본 세종대왕 서문 『훈민정음』 언해본 세종대왕 서문의 끝부분
▲ 훈민정음 언해본 세종대왕 서문 『훈민정음』 언해본 세종대왕 서문의 끝부분
ⓒ 신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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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민정음> 언해본은 무엇인가요?
"<훈민정음> 언해본은 <훈민정음> 해례본 가운데 세종대왕이 직접 쓴 서문과 예의 부분을 한글로 번역하여 간행한 것입니다.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자료로는 세조가 펴낸 것으로 정확한 제목은 <세종어제훈민정음(世宗御製訓民正音)>입니다.

- 언해본을 국어사학회에서 복원했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언해본은 1459년 세조 5년에 월인석보라는 불경 책 앞머리에 실려 있는 것인데 이 언해본은 세종 때부터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학계 중론입니다. 그래서 세종 때 것으로 복원해 본 것이죠."

덧붙이는 글 | 서양 고전만 읽지 말고 우리 고전인 '훈민정음 해례본'도 읽어보고, 이것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이 나타나면 좋겠습니다.

 

태그:#훈민정음#세종대왕#해례본#김슬옹#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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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정밀타격 능력, 中에서 건너갔다?

[밀리터리 차이나-윤석준의 ‘차밀’]
 
윤석준  | 등록:2017-10-08 10:06:53 | 최종:2017-10-08 10:09:2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기자: 서울을 중대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북한에 취할 수 있는 군사옵션이 있냐?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있다!

지난달 18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기자들과 나눈 짤막한 대화다.

지난 4월 26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대북 브리핑’에 참석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왼쪽)과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오른쪽)이 기자회견에 나서고 있다. [출처: 중앙포토]

그만큼 현재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역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군은 매티스 국방장관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북한에 대한 위협을 자제해야 하며,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내에서 ‘북한 보호론’이 아직 팽배하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 미사일 발사 일지 [출처: 중앙포토]

북한 핵미사일이 그렇게 위협적일까. 전문가들은 *PNT 능력이 떨어져 ‘전략적 가치’가 없다고 본다. 그래도 북한이 연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면서 PNT 능력을 키우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능력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은 미국 GPS 체계를 탄도 미사일 적용했다. 하지만 미국은 GPS 코드를 바꿔 교란시켰다. 90년대 후반부터 북한은 러시아 그로나스(GLONASS) 체계를 적용시킨다.  

글로나스(GLONASS, 러시아어: ГЛОНАСС)는 러시아의 범지구 위성 항법 시스템이다. 소비에트 연방이 개발했고, 현재는 러시아 우주군이 운영하고 있다. 글로나스의 개발은 1976년에 시작됐다. [출처: 위키피디아]

*PNT 능력: 좌표(Positioning)-항법(Navigation)-시간(Timing), 미사일 정밀타격 능력을 개발할 때 필수 고려 사항이다. 사실상 미사일이 목표물을 찾아가는 첨단 항법체계라고 보면 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목표물까지 날아가기 위해선 군사위성의 도움을 받아 위치를 정밀하게 표시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적대국의 각종 GPS 장비를 교란시켜 작전 수행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북한이 전략화 중인 화성-12·14형 중거리 탄도 미사일은 중국 ‘베이두-3’ 인공위성의 PNT 기능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 기능 중국군과 파키스탄군만이 사용 중이다. 벌써 북한산 장비에 적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유가 있다. 우선 북한이 독자적인 GPS로 PNT 기능을 보여준 적이 없다. 다음으로 북한이 시험발사한 각종 탄도 미사일의 부품들이 대부분 중국산이다. 2012년, 2016년 은하 로켓 1단계 발사체를 수고해 나온 조사 결과다. 다수 군사전문가들도 탄두 이외에 PNT 부품 역시 중국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베이두-3’ 인공위성을 로켓에 탑재 중인 연구원들 [출처: 신화망]

‘베이두-3’ 인공위성의 PNT 기능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 이유다. 만약 북한 탄도 미사일에 중국산 PNT 기능이 확실히 접목돼 있다면 심각한 문제다. 미‧중, 한‧중 군사협력 체제에서 반드시 주요 현안으로 다뤄져야 할 과제다. 중국이 북한에 주는 원유에만 관심을 두다가 이면(裏面)으로 중국군 PNT 능력이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중앙포토]

이보다 앞선 2010년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서해 그리고 동해에서 한국군 장비의 GPS 교란을 시도했다. 지난해 3월에도 수도권과 강원 지역 GPS 교란도 북한 소행이다. 이마저도 중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군 정보전의 최고 전문가인 따이칭민(戴淸民) 육군소장은 “미국과 역내 동맹국의 GPS 교란을 위한 정보전(Information warfare) 교리를 마련했다”며 “각종 장비와 체계를 개발 중에 있다”고 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시해 2015년 12월 31일부터 전략지원사령부 예하 사이버 부대가 주도로 관련 장비를 운용 중이다. 북한이 보유한 GPS 교란 장비와 체계 그리고 탄도미사일의 PNT 능력도 중국의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았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다.  

지난해 4월 3일 북한의 GPS 신호교란이 있었다. 그날 오후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어업정보통신본부 상황실 어선안전관리시스템에 GPS 교란 전파 발사 추정지와 영향권이 표시되고 있다. 빨간 원 안은 GPS 교란으로 주문진항 인근에 있어야 할 부영호가 경북 의성군에 있는 것으로 표시되고 있는 모습. [출처: 중앙포토]

중국 베이두 시스템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현대전은 한마디로 ‘적보다 먼저 빨리 보고(ISR), 먼저 실시간 결정하며(C4I), 먼저 원거리에서 정밀타격(PGM)’하는 전쟁이다. 적 지도부와 핵심시설만 선별적으로 공격해 전쟁의지를 무력화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선 위성위치정보(GPS)가 필수다. 미국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유럽 갈리레오(Galileo) 체계, 러시아 그로나스(GLONASS) 그리도 중국의 베이두(Beidou: 北斗)다. 

중국은 앞서 본 ‘베이두-3’ 시스템 계획에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쏟아붓고 있다. 사이버 공간을 활용해 자국 보안체계 강화는 물론 상대방 PNT 체계와 능력을 무력화시키려는 목적에서다. 지금도 미국과 중국은 경쟁적으로 1.3㎏ 대 최소형 첩보 군사위성을 쏘아올리고 있다. 상대 미사일 공격을 사전에 파악하고, 식별해 해상과 공중에서 통신 교란에 나서기 위함이다. 2015년 기준으로 미국은 36개, 중국은 15개의 PNT 소형 인공위성을 날려보냈다.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中國航天科技集團公司)가 내놓은 인공위성 모형 [출처: 신화망]

이제 중국은 시진핑 주석 지시에 따라 2015년 12월 31일부터 '전략지원사령부'를 창설했다. 첨단 첩보군사위성 개발에 대규모 투자와 개발을 주도하는 곳이다. 현재 PNT 능력을 키우기 위한 미중 경쟁은 치열하다. 민영기업과 연구기관이 달라붙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中國航天科技集團公司), 고덕투자유한공사(高德控盼有限公司) 그리고 중국병기공업집단공사(中國兵器工業集團公司) 등 국영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유럽 Galileo 위성개발업체와의 기술협력을 기반으로 해 미국보다 개발 속도나 성과는 더딘 편이다. 

군사위성을 20개나 탑재해 쏘아올린 중국 CZ-6(長征-6) 로켓 [출처: 인민망]

하지만 조금씩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2015년 12월 29일 위성탑재로켓 CZ-3B(長征三號乙)에 탑재시켜 군사위성 ‘까오번-4호(高分四號)’가 있다. 이 밖에도 톈관(天鍵), 라오간(遙感) 등 다른 군사위성도 개발 중이다. 까오번-4호의 경우 랴오닝(遼寧) 항공모함 운용에 필요한 해양정보 수집용 첩보군사위성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9월 20일엔 시창(西昌) 로켓발사장에서 CZ-6(長征-6) 로켓이 발사돼 20개 이상의 최소형 첩보위성을 한 번에 궤도에 진입시켰다.

2015년 12월 29일 위성탑재로켓 CZ-3B(長征三號乙)에 탑재시켜 군사위성 ‘까오번-4호(高分四號)’을 띄웠다. [출처: 신화망]

그만큼 북한은 중국이 가진 PNT 능력이 탐이 난다. 미사일,GPS 교란 등 자신들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자산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이 중국 기술이 북한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중국이 가진 PNT 능력을 정확하게 연구하는 일도 시급해 보인다.

글=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311&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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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가 먹는 건가? 식약처 조사가 어이없는 이유"

 
[인터뷰]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2017.10.08 10:45:36
 
 

 

 

 

'남성이 월경(생리)를 한다면?'

생리대 위해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정부가 "세계 어디에도 생리대 위해성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외부 생식기에 접촉하는 물질인데 '경구'를 통한 독성 실험을 해놓고 '안전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10대 때부터 40년 동안 1만 개 이상 써야 하는 물건에 대해 '별것도 아닌 문제로 시끄럽게 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의 건강권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이렇게 안이한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지난 3월 시민단체인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에서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 등 위해 물질이 검출됐다며 안전성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이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논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기준을 바탕으로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밖에 안 된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난 9월 28일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비판했다. 

이안 처장은 "인체에서 흡수율이 가장 높은 곳은 구강 점막과 질 점막인데, 구강 점막은 약이나 물질은 삼킬 때 같이 먹는 물 또는 소화액 때문에 영향력이 줄어든다"며 "질 점막의 경우, 구강 점막과 달리 미량이라도 인체에 끼치는 영향력이 다른데 식약처는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파우더 성분인 탈크는 피부가 아닌 여성 외음부를 통해 체내에 들어가 난소암을 일으켰고, 해외에서는 이에 대해 배상 판결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궁극적으로는 면 생리대 사용을 권하"지만 일회용 생리대 논란에 대해 '면 생리대를 쓰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위해성 문제를 희석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고시원에 살고 있다면 면 생리대를 세탁해 통풍이 잘되는 곳에 말릴 수 있을까? 아침 7시에 나가 밤 12시에 들어오는 노동 조건에서 가능한 일일까? (중략) 주거권 및 노동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면 생리대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사회적 변화 없이 개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된다."

그는 국내의 일회용 생리대 위해성 논란이 불거지자 외국의 유기농 생리대가 동이 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을 지적하며 "필수품의 안전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계급 간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이는 건강의 양극화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부)가 제 역할을 못 할 때 부유층은 돈으로 문제를 극복하고 결국 돈이 없는 이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감당해야만 한다.  

생리대 위해성 논란은 비단 생리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살아가야만 하는 현대인들에게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어떻게 담보해야 할 것인가는 '생존'과 직결된 과제다.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물건은 유통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환경보건의 제일 중요한 원칙이 사전예방의 원칙이다. 어떤 물질이 어떤 병을 일으켰다는 인과 관계가 있어야만 규제하는 게 아니라, 안전하다는 증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아예 유통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안 처장은 정부가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우선적인 잣대로 놓고 화학물질 관리를 해야 하며, 현재 산업자원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식약처 등으로 나뉘어 있는 화학물질 관리도 일원화해 통합 관리하는 '화학물질중독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이라는 질문은 미국의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쓴 책 제목이기도 하다. '생리'를 '생리'라 부르지 못하고 '마술'이라고 불러야 했던, 개인적인 문제로 숨기고 은폐해야 했던, 여성의 몸과 건강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은 여성환경연대의 생리대 위해성 문제 제기가 가져온 부수적인 성과다. 

다음은 지난 9월 28일 있었던 이안 처장 인터뷰 전문이다.

 

▲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프레시안(최형락)


식품의약품안전처, '불신처'를 자초하다  

프레시안 :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생리대 및 기저귀 인체 위해성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생리대를 "하루 7.5개씩 한 달에 7일간 평생 써도 안전하다"고 했는데, 과연 불안감이 잦아들까?  

이안소영 : 불안감이 잦아들 리 없다. 식약처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666개의 생리대 전 제품에 대해 10종의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을 조사해 인체에 영향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여성들이 호소하는 생리대 부작용을 밝히기에는 부족하다.  

해외 보고서에 따르면,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과 퓨란, 잔류 농약, 내분비계 교란물질인 프탈레이트(DEHP), 향료의 유해물질 등이 검출될 수 있다. 올해 중국에서는 생리대에서 내분비계 교란물질이자 발암물질인 프탈레이트(DEHP)가 검출됐다는 논문도 나왔다. 

식약처는 접착제, 부직포 등 생리대의 원료나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휘발성 유기 화합물이 비의도적으로 생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생리 부작용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다른 유해성분에 대한 조사가 꼭 필요하다. 식약처가 적절하지 않은 전제를 바탕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프레시안 : 식약처가 생리대의 휘발성 유기 화합물이 입을 통해 인체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전제로 조사했다는 보도 또한 논란이다. 실제로 식약처는 일부 휘발성 유기 화합물에 대해 생식기와 관계없는 간 등 장기에 관한 독성 참고치를 기준으로 평가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안소영 : 생리대가 경구(經口)에 착용하는 건가?(웃음) 알코올처럼 장기에 영향을 끼치는 독성 참고치를 기준으로 조사해놓고 '휘발성 유기 화합물이 미량이어서 안전하다'라고 말한 것 아닌가. 식약처가 질 점막의 흡수율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불안과 불신만 높였다.  

인체에서 흡수율이 가장 높은 곳은 구강 점막과 질 점막이다. 하지만 구강 점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약이나 물질은 삼킬 때 같이 먹는 물 또는 소화액 때문에 영향력이 줄어든다. 따라서 질 점막의 경우, 구강 점막과 달리 미량이라도 인체에 끼치는 영향력이 다르다. 그런데 식약처는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실제로 파우더 성분인 탈크는 피부가 아닌 여성 외음부를 통해 체내에 들어가 난소암을 일으켰고, 해외에서는 이에 대해 배상 판결을 받았다. 

미국의 시민단체인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WVE)가 생리대 위해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자, 생리대 제조업체인 피앤지(P&G)는 2015년 '올웨이즈(Always)'를 자체적으로 조사해 안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체는 여성 외음부와 질 조직이라는 특수한 노출 경로, 여성들의 실제 생리대 착용 실태 등이 세심하게 고려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은 지난 9월 5일 정부에 생리대 모든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를 촉구하는 '내 몸이 증거다, 나를 조사하라'는 기자회견을 하며 퍼포먼스를 벌였다. ⓒ연합뉴스


정부, 화학물질 문제 언제까지 회피할 건가  

프레시안 : 식약처가 생리대의 위해성 여부를 꼼꼼하게 조사하기보다는 축소하고 회피하려는 것 같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국정감사가 시작되는데, '살충제 달걀'에 '위해성 생리대'까지 식약처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문제 해결에 얼마나 의지를 가졌는지도 의문이다. 

이안소영 : 일회용 생리대의 경우 1960년대 중반부터 생산돼 50년 이상 사용됐다. 하지만 식약처를 포함해 정부가 나서서 생리대의 위해성을 조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강원대 교수와 함께 지난 3월 생리대 총 휘발성 유기 화합물(TVOC) 방출 실험 결과를 발표한 게 사실상 처음이다. 당시 결과를 식약처와 생리대 생산 기업에 제공했고, 관련 토론회에는 식품의약외품 정책과장도 참여했다. 하지만 현재는 관련 기준이 없다며 대응하지 않았다.  

8월 초 '릴리안' 생리대 사용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파문은 커졌고, 여성환경연대가 사흘간(8월 21~23일) 부작용 피해 사례를 접수한 결과 3009명이 신고했다. 릴리안 생리대 집단 소송에 참여한 이들은 현재 5000여 명이 넘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실험 결과 외에도 스스로 일회용 생리대에 따른 부작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벗어나려고만 한다. 생리대 위해성 문제는 식약처뿐 아니라, 질병관리본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의 합동대책기구가 나서야 하지만 정부의 의지가 강하지 않은 것 같다. 독립된 민간합동조사기구를 만들어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

프레시안 : 처음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정부의 태도는 같았다. 화학물질에 대한 문제 제기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희석해 없애려고 했다. 

이안소영 : '해프닝'으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정부는 세계 어디에도 생리대 위해성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소극적이고 수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가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기준을 바탕으로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밖에 안 된다. '기준이 없으니 제대로 조사해 안전한 기준을 만들겠다'고 해야 한다. 

면 생리대와 생리컵도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면 생리대가 일회용 생리대 대체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면 생리대 사용에 제약이 많다.  

이안소영 : 궁극적으로는 면 생리대 사용을 권한다. 면 생리대를 처음 구입하는 경우, 반드시 삶은 뒤에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여성환경연대 실험군에 면 생리대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휘발성 유기 화학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삶는 소독법을 통해 90% 이상 제거됐다. 

일상에서 면 생리대를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아니라, 세탁과 소독을 거쳐야 하는 일이기에 주거권 및 노동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고시원에 살고 있다면 면 생리대를 세탁해 통풍이 잘되는 곳에 말릴 수 있을까? 아침 7시에 나가 밤 12시에 들어오는 노동 조건에서 가능한 일일까? 이런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면 생리대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사회적 변화 없이 개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된다. 

또 다른 대체품인 생리컵은 현재로서는 비용 문제가 가장 크다.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재질이 의료용 실리콘이기 때문에 초기 구매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실록세인이라는 발암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용출(湧出)되는 게 아닌 생리컵 일부에 포함되어 있지만,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된 바 없다. 올 초부터 생리컵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점이 모니터링되어야 한다. 

프레시안 : 면 생리대와 생리컵 안전성 역시 조사해 기준을 만드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이안소영 :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WVE)가 올해 초 '생리용품 알 권리'라는 것을 발의했다. 일회용 생리대, 탐폰, 생리컵의 전(全) 성분을 기재하는 것이다. 여성환경연대에서도 생리대에 대한 전 성분 표시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 '생리대 파문' 이후 주요 유통업체들은 유해물질 검출 및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생리대 '릴리안' 판매를 중단했다. ⓒ연합뉴스


생리대가 남성이 쓰는 물건이었다면? 

프레시안 : '생리대 파문'으로 드러난 문제 중 하나가 남성들이 생리 또는 월경에 대해 정말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책 입안자나 결정자 대부분이 남성이기 때문에 문제를 사소하게 여기는 것 같다.  

이안소영 : 그렇다. '생리통이 남성의 고통이었다면, 생리대가 남성이 쓰는 물건이었다면?'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한쪽에서는 생리대를 안전하게 만들고 제대로 된 여성건강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의혹 공방을 벌이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여성이 쓰는 생리대 문제고, 문제 제기를 한 주체가 여성단체이기 때문은 아닐까? 

프레시안 : 여성이 위해성 생리대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이해를 못 한다. 여성 입장에서는 10대 중후반부터 쓰는 생리대가 실제로 자신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셈인데

이안소영 : 남성들에게 40년 동안 생리대를 써본 뒤 말하라고 얘기하고 싶다.(웃음)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준다. '생리대 파문' 이후 벌어진 사회적 논쟁은 '월경 혐오' 또는 '여성 혐오'와도 통하는 문제다.  

앞서 발생한 기저귀 문제는 아기나 어린이에게만 국한된 이슈라고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생리대 문제는 여성'만'의 이슈라고 생각한다. 인류의 절반에게 해당하는 문제고, 누군가의 인생 40년에 걸쳐 영향을 끼치는 문제인데 말이다. 생리대 문제는 여성 문제로 치부한 채 ‘모르겠다’라고 한다. 모르면 공부를 해야 하는 문제인데 

'문제가 된 생리대를 썼더니 가렵고 질염이 생겼다'라는 글에 이런 댓글이 있었다. '면 생리대를 쓰면 그런 문제가 없다고 하던데, 네가 불편하다고 귀찮아서 안 쓰니까 그런 것이다.' 문제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 여성 개인의 잘못된 생활 방식과 물건 선택으로 발생한 일이라는 식이다.  

프레시안 : 한 여중생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운동화 깔창을 대신 사용했다는, 일명 '깔창 생리대' 사건으로 생리대를 둘러싼 사회적 격차가 논란이 됐다. 

이안소영 : '깔창 생리대' 이후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의 생리대 지원이 늘었는데, 위해성 문제를 일으킨 ‘릴리안’이었다. 그래서 저소득층에 생리대 지원이 끊겼다는 뉴스를 봤다. '릴리안'보다 안전한 생리대를 구입할 만한 예산은 없었던 모양이다. 

해외에서 직접 구입해야 하는 생리컵의 경우, 보통 4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그런데 10대 청소년 중 1달러짜리 중국산 생리컵을 쓰는 경우가 있다. 정확한 조사가 필요한 일이지만, 의료용 실리콘이 아닌 공업용 실리콘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일회용 생리대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외국의 유기농 생리대는 품절되는 일이 발생했다. 필수품의 안전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계급 간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는 곧, 건강의 양극화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 여성환경연대가 만든 면 생리대. 인도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온 유기농 면에 천연염색을 했다.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생리대는 왜 하얀색이어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빨간색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여성도 월경하지 않는 남성처럼 일한다?  

프레시안 : 일회용 생리대가 발명되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더욱 활발해졌지만, 지금은 여성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물건이 되어 버렸다. 

이안소영 : 일회용 생리대는 사적 영역에 갇혀 있던 여성을 공적 영역으로 나갈 수 있게 했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하루 8시간 이상 임금노동시장에 일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남성, 즉 월경하지 않는 몸을 전제로 짜인 시스템이 월경하는 여성에게도 괜찮은 걸까? 월경이 없는 남성처럼 일하기 위해서 편리성과 일회성 확보된 생리대는 필연적인 선택 아닐까? 

생리휴가나 생리공결제 같은 제도가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낙인이다. 더는 낙인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하지만, 노동 환경도 월경하지 않는 남성이 아닌 월경하는 여성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일회용 생리대 문제는 사실 이런 사회 저변의 변화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다.  

프레시안 : 성교육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남녀 관계에 집중되어 있지, 남성과 여성의 몸에 대한 교육은 부족한 것 같다.  

이안소영 : 그렇다. 특히 여성의 몸에 대한 교육과 정보가 부족하다. 생리대 광고를 보면, 월경 기간에 요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왜 그래야 할까?  

생리용품도 일회용 생리대만 소개하는 식이다. 생리컵이나 면 생리대 등 다양한 정보를 주고 개인의 몸이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생리컵이 아직 낯설긴 하지만 사용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글을 보면, 질에 대한 정보 자체가 잘못되어 있는 경우다. 질은 뒤쪽(엉덩이 쪽)으로 휘어져 있는데, 수직이라고 생각해 생리컵을 장착하다 보니 불편한 것이다. 

'생리대 파문'이 일회용 생리대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질 세정제(청결제), 여성용 물티슈, 네일 용품 등 여성 용품 전반에 대한 안전성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또 월경 문화에 대한 인식 전환과 여성의 몸(건강)에 대한 정보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화학물질에 대한 사회적 각성이 필요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화학물질이 없는 생활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케모포비아(Chemophobia, 화학물질 공포증)'도 높아지는 것 같다.

이안소영 : 우리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베이비파우더를 바르고 샴푸와 로션을 사용한다. 또 화학 첨가물이 들어간 먹을거리에, 오염된 실내공기와 미세먼지에 늘 노출되어 있다. 사람이 건강하게 사는 게 기적 같은 일 아닐까?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물건은 유통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환경보건의 제일 중요한 원칙이 사전예방의 원칙이다. 어떤 물질이 어떤 병을 일으켰다는 인과 관계가 있어야만 규제하는 게 아니라, 안전하다는 증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아예 유통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런 원칙을 가지고 화학물질을 관리해야 한다. 현재 화학물질 관리는 산업자원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식약처 등으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우리 몸이 받는 영향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화학물질을 통합 관리하는 ‘인아웃시스템’을 도입해 일원화하고, 유럽처럼 화학물질로 유발된 질환을 통합적으로 규명하는 ‘화학물질중독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 : 법을 통한 규제, 다음으로는 삶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안소영 : 가습기살균제 사건이나 세월호 참사를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돈보다 생명’이라는 가치다. 정부는 이윤만 좇는 기업을 법으로 규제해야 하며, 소비자 역시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  

미세먼지 대안이 비싼 공기청정기 구매로, 국내 위해성 생리대가 해외 유기농 생리대로 대체되는 것은 훨씬 더 많은 자원을 들이는 소비주의일 뿐이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행위가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돈으로 안전성을 사기 위해 일하다 보면 편리성과 일회성을 확보해야 하고, 결국 화학물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돌고 도는 출구가 없는 문제가 된다. 적정한 수준으로 소비를 낮추고 소유를 줄이는 것 또한 해법 중 하나다.

 

기사를 끝까지 읽으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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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첨단을 걷는 수소수제조기​

북, 첨단을 걷는 수소수제조기​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7/10/08 [10:26]  최종편집: ⓒ 자주시보
 
 

     

얼마 전 북에서 진행된 제13차 평양가을철국제상품전람회장에는 유달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제품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의오늘은 8일 바로 련못기술개발회사에서 개발한 수소수제조기였다고 전했다.

 

북 매체는 사람의 몸 안에서는 언제나 인체를 산화시키는 활성산소가 생기게 된다. 그것은 호흡기를 통해 몸안에 들어온 산소 중에서 98%가 에너지 대사에 참가하고 나머지 2%는 인체의 여러 가지 생화학반응에 의하여 활성산소로 넘어가기 때문이다또한 대기오염자외선과 방사선 쪼임약물의 리용흡연과 과식육체적 및 심리적스트레스 등에 의해서도 활성산소들이 생성된다고 전했다.

 

자료에 의하면 암의 발생 및 전이감염증관절염백내장동맥경화고혈압 등 각종 만성질병들의 90%이상이 활성산소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은 물론 노화의 기본지표인 노인반점과 주름이 생기는 원인도 활성산소에 있다고 한다고 적었다

 

수소수는 물속에 분자수소가 많이 풀려있는 물로서 페하(pH)는 7~7. 6, 물분자회합도는 5~6인 전형적인 소분자수라며 수소수는 인체가 산화되는 것을 막는 건강에 가장 적합한 산화환원균형인 pH 7. 4수준을 유지하도록 몸안에서 산화력이 가장 큰 활성산소들만 효과적으로 선택제거하면서 그 어떤 잔여물도 남기지 않고 배설물이나 땀을 통하여 물로 내보내는 것을 기본원리로 하면서도 사용시 금기증이 전혀 없는 가장 리상적인 항산화제라고 소개했다.

 

이어 수소의 활성 산소제거 능력은 세계적인 5대 건강식품의 하나인 띄운 콩의 150레몬의 176도마도의 213배이라며 이번에 련못기술개발회사에서는 임의의 음료수를 가장 이상적인 항산화제인 소분자물-수소수로 만드는 여러 종류의 수소수제조기를 연구제작하여 전람회에 내놓았다고 밝혔다.

 

▲ 가을펄 국제 상품 전람회에서 큰 인기를 끈 제품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이 제품은 우리 식의 특허기술이 적용된 첨단기술제품으로서 용도에 따라 음료용수소수미안용수소수소독수를 임의의 장소와 시간에 제조할 수 있게 되어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소수제조기로 만든 음료는 마실 때 입맛이 아주 좋고 피부세포에 대한 침투력이 매우 빠르다 그것은 또한 손 접촉식 단추를 한번 눌러 여러 가지 기능의 조작을 간편하게 할 수 있으며 가정에서는 물론 밖에서 이동할 때에 휴대가 간편하여 물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렸다.

 

또한 이 제조기는 손전화기충전기로 충전이 가능하며 한번 충전으로 20회 사용할수 있다.

 

 

▲ 제품 설명을 하는 관계자     © 이정섭 기자

 

보도는 전람회에서 만난 련못기술개발회사 김길선 과장의 말에 의하면 이 수소수제조기술은 수소건강음료수소건강식품체육기능성음료수소기능성화장품농작물 및 묘목의 종자세척 등 여러가지 응용범위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고 알렸다.

 

한편 이번 전람회에서 사람들의 높은 평가를 받은 수소수제조기는 앞으로 우리 인민들의 건강하고 문명한 생활에 적극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며 큰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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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 찾고, 엄마와 보낸 '다른 명절'

'페미니스트답게 명절나기', 엄마를 집에 초대했다

[2017 추석 열전] '하고싶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 찾고, 엄마와 보낸 '다른 명절'

17.10.08 11:09l최종 업데이트 17.10.08 11:09l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번 추석에는 '좋아하는 사람' 목록에 엄마를 넣고, 엄마를 집에 초대해서 추석을 보냈다. 엄마와 내 관계는 절대로 그냥 단절될 순 없었다.
▲  이번 추석에는 '좋아하는 사람' 목록에 엄마를 넣고, 엄마를 집에 초대해서 추석을 보냈다. 엄마와 내 관계는 절대로 그냥 단절될 순 없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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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첫 추석의 기억이다. 그 지난해까지 나는 수능이 필생의 과업으로 부여된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자로서, 집중을 하든 하지 않든 어영부영 책상 위에서 아침 8시에서 밤 11시까지의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일과였다. 우리 집은 가난했지만, 인문계 고등학생이라면 어쨌든 필생의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리하여 나의 아르바이트 인생은 수능이 끝난 후에야 시작된 것이다.

고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맞았던 스무 살 첫 설날과는 달리, 첫 추석엔 등록한 대학을 따라 주거지를 옮긴 상황이었다. 그때 나는 남들이 노는 어느 날에도 꾸준히 일을 해야만 하는 수많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그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 무렵엔 케이크 파는 일을 하고 있었다. 

추석에도 아르바이트, 집에 갈 수 없었다
 
내가 일하던 가게엔 체인점이 많은 다른 빵집과 우리 가게가 비교당하는 걸 자존심 상해하는, 프라이드가 강한 '사모님'이 계셨다(사실 사장님이었는데, 다른 직장에 다니는 남편이 있다는 이유로 한사코 자신을 '사장님'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다). 나는 케이크 상자 하나하나를 포장할 때 손으로 예쁘게 리본을 묶어 내놓으면서 묘한 뿌듯함을 느꼈다. 

집에서는 만 원짜리 몇 장의 행방을 가지고 엄마와 아빠 사이에 끼어 비참한 전투를 벌여야 할 때가 많았으므로, 어쨌든 최저시급 삼천 얼마나마 내 손으로 직접 돈을 버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스무 살의 나에게 큰 자부심이었던 것 같다.

일하던 추석 당일 자취방에는 형광등이 나갔다. 문 닫은 편의점들 사이를 헤매며 '당연한 것'이 없을 때 느껴지는 설움을 새삼 느꼈다. 겨우 먼 곳에 있는 편의점까지 가서 형광등을 하나 샀다. 그때나 지금이나 키가 작은 나는 천장에 손이 닿으려면 의자 위에 올라가야 했는데, 그때 집에 있는 건 회전의자뿐이었다. 그 위에 올라가 식은땀을 흘리며 난생처음 형광등을 갈아보았다. 

형광등을 돌려야만 갈아 끼울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고, 이게 왜 잘 안 빠지는지 몇 번이나 고개를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면서 혹여나 의자가 돌아가서 추락사하진 않을까, '형광등 갈아 끼우다 그만...자취생의 쓸쓸한 죽음' 같은 헤드라인으로 뉴스에 나오진 않을까 걱정했다.

그 첫 추석을 기점으로 이렇게 명절에도 일을 해야 하는 5인 이하 사업장의 서비스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는 동안 나는 '명절맞이 귀향길'의 행렬에 동참할 수가 없었다. 나는 집에, 그러니까 '본가'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집'은 이상한 개념이다. 보통 부모가 살아있는 동안 부모의 집을 '집', 또는 '본가'라고 부르고 그 외의 공간에 미·비혼의 자녀들이 살고 있으면 그곳은 '집'이 아니다. 먹고 자고 한 사람 몫의 집안일을 해내며 그곳에서 각자의 일상이 흘러가고 있어도 좀처럼 거길 '집'이라고 부르는 일은 없다. 

'집'에서 빠져나가는 개념들은 기숙사, 자취방, 고시원 같은 '유사 주거공간'들이다. 아마도 언중(言衆)의 무의식 속에 '집'의 원형이미지는 "귀여운 새들이 노래하고 집 앞뜰 나뭇잎 춤추"는 곳에, 반드시 혼인 관계로부터 파생된, 적어도 두 세대 이상의 식구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인 것 같다.

그러니까 명절이란, 바다에서 태어나 강에서 자란 연어들이 바다로 회귀하듯이 '유사 주거공간'에 사는 인간들이 대규모로 '집'에 돌아가야 마땅한 시기인 것이다. 내 경우엔, 명절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사정이 있어 '집'에 가지 못하는 것은 남들이 보기에 충분히 딱하고 그럴듯한 사유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리저리 아르바이트를 조정하면서라도 '집'에 갈 수 있게 되고 난 이후에 발생했다.

가족 대신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명절을 택했다
 
 결혼이주여성의 명절 스트레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  더 이상 가족과 친척을 만남으로써 오는 스트레스를 참을 수가 없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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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러 올라가서 짚어 보자면, 우리 부모 대의 명절나기는 사정이 조금 복잡하다. 아버지 쪽의 친가는 모두 6남매인데, 아버지의 아버지, 즉 친할아버지 쪽은 일찍 돌아가셔서 사실상 '우리 남매들이 여기에 모여야만 한다'는 기준이 없어, 구심점 없이 흩어진 상태다. 그렇기에 삼 대 이상이 모여 북적북적하게 지내는 명절은 물 건너간 셈이다. 

외가 쪽은 차 타고만 네다섯 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먼 지방으로, 거기까지 한번 가기가 쉽지 않으며 또한 구심점이 되어줄 만한 외조부모 역시 부재한 상태다. 그리하여 명절이라 하여 우리 다섯 남매와 엄마아빠가 '집'에 모이면 이런 코스를 거쳤다. 우선 우리와 아주 데면데면한 사이인 첫째 큰어머니(설상가상으로 큰아버지가 안 계신다)댁에 한 번 들러 밥 한 끼 얻어 먹고, 아버지의 생가에 한 번 들러 얼굴 도장 찍기. 이것이 부모 세대에게 묻어가는 나의 명절나기였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도대체 거기에 왜 있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막연히 3촌 정도의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던 큰어머니는 사실 나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며, 그녀라고 도통 애를 주렁주렁 달고 오는 가난한 '도련님'의 방문이 기꺼울 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일 년에 두 번쯤 보는 아버지 '생가'에 사는 친척들 역시 나와 거리가 한참 멀어 사실상 남에 가까운 사람들이란 것도 알았다.

그건 이상한 방식으로 자란 눈치였다. 친구들 사이에서 받은 세뱃돈을 셈하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받은 돈이 친구들 평균에 비해 아주 적거나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각자 세뱃돈을 주머니에 넣고 눈치 싸움을 벌이는 명절, 팔자에도 없던 '도련님' 쪽 아이들이 여럿 들이닥치는데 저쪽 일찌감치 결혼한 사촌 오빠네 아이는 한둘일 때, 우리 집 쪽에선 그 아이들에게 선뜻 만 원짜리가 아니라 천 원, 오천 원짜리를 쥐여줄 때, 우리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의 밥상머리 앞에서, 그 '눈치'란 게 늘어갔다. 우리가, 내가 그 '친척집'들에 전혀 반가운 존재가 아니란 걸 알게 된 이후로 나는 그곳들로부터 발길을 끊기 시작했다.

이후의 난관은 부모의 집도 내게 '명절' 때나 돌아가게 되는 곳이 되었을 때 펼쳐졌다. 한해 두해 원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기가 길어지며, 나는 중요한 사실을 알아버렸다. 부모의 집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벌어지는 소란들이 당연한 일상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가끔 주어지는 휴식 시간이면 조용한 내 자취방이나 기숙사 책상에 앉아 좋아하는 책을 펴들고 창으로 떨어지는 햇볕을 맞으면서 꾸벅꾸벅 졸았다. 아무도 그 평화를 깨지 않았다.

'집'이란, 서로 잘 맞물리지 못하고 삐걱대는 소음에 가까운 언어들이 부유하는 곳. 좁은 공간에 여러 식구가 몰려 사는 탓에 잦은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그로부터 비롯된 소음이 끊이지 않는 공간. 절대로 끝나지도 않고 해결되지도 않는 만성적인 갈등으로 가득 찬 곳이 나의 '집'이었다. 평온한 나의 현재가 그런 '집'에서 겪은 시절의 기억과 대비될 때마다 그 고요는 내게 정말로 이질적이고도 이상하고도 소중한 것이었다.

나는 스물여섯이 되던 해 설날에 그 '집'에서 발작을 했다. 발단은 부모 사이의 흔한 말다툼이었다. 중간에서 눈치를 보며 내가 이 공간에 발붙이고 있는 단 하룻밤만이라도 이 갈등을 어떻게든 무마시켜보려고 애를 쓰던 끝이었다. 나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나의 공간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통장에 단 십만 원이라도 있으면 당장 택시를 탔을 거라고, 내가 이번에 여길 떠나면 나는 다신 여기 오지 않겠다고 했다. 내가 쓰러져서 발작을 하자 갈등은 어물어물 없던 일이 되었다. 다음날이 되자, 그 모든 일이 없던 일인 것처럼 '가족'들은 한 냄비에 숟가락을 넣었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명절에 더 이상은 집에 가지 않기로 했다. 그 후로 2015년 추석이 되기까지, 명절은 내게 좀비가 휩쓸고 간 도시에 홀로 남겨지는 것 같은 체험을 하는 때였다. 나는 아무리 바빠도 명절이 들이닥치기 전에 미리 장을 봐 두거나, 미처 장을 보지 못해 냉장고가 텅텅 비었을 때는 주변의 맥도날드를 이용해 끼니를 때우는 요령을 익히게 되었다. 

주변에서 자꾸 "명절에 집에 안 내려가느냐"고 물으면, 바빠서 못 내려가게 되어서 아쉽다고 말하든지, 아니면 내려간다고 거짓말을 하든지 하고 자취방에서 미드나 몰아서 보면서 몇 해를 보냈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나서야, 이제 더 이상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 '화목한 정상가족'이 있는 것처럼 연기하면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상술할 수 없을 만큼 여러 사건과 조건이 겹치며 내리게 된 결정이긴 했지만, 중요한 건, 나는 어느 순간부터 명절을 '가족'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으로 보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번 추석, 엄마를 '집'에 초대했다 
 
 나는 엄마에게 대접하기 위해 만두를 빚어, 떡만둣국을 해드렸다.
▲  나는 엄마에게 대접하기 위해 만두를 빚어, 떡만둣국을 해드렸다.
ⓒ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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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추석부터 "페미니스트답게" 나기로 했을 때, 이런저런 사정으로 원가족에게서 탈출해 모인 사람들은 요리와 설거지와 청소를 분담했고, 밤새도록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때부터였다. 내 '명절나기'가 '페미니스트다워'진 것은 말이다. 나는 지난 몇 해 간 우리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친구들의 집에 초대받아 가거나 해서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했다. 그게 나의 명절나기였다.

올해 명절은 조금 사정이 달라졌다. 사실 이 글이 쉽게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한 것도 갑자기 발생한 특이사항 때문이다. 나는 올해 명절에, 사실상 처음으로 엄마를 내 집에 초대하기로 했다. 여기서 나의 '집'이란 통념적인 의미와는 다르게, 오래 함께 살아온 나와 셋째 여동생, 둘을 중심으로 해서 함께 생활해 나가는 몇 명의 사람들이 단단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공유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엄마와의 관계로부터 무조건 '단절'되는 것만이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믿고 어떻게든 분리되어 나오려고 애를 쓰던 시절이 있었다면, 지금의 내가 '페미니즘'적으로 그녀의 삶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는 엄마와 내 관계가 절대로 그냥 단절될 수는 없단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녀에게 임신과 출산과 육아를 겪게 하면서 여러 가지로 빚이 있고, 그녀는 서투르고 엉망이었을지언정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온 사람이다.

한편 그녀는 조실부모하고 '어른'의 돌봄 없이 자라났으며 결혼 이후로는 가정폭력에 오래 노출되면서 생활의 요령을 쌓을 길이 없었다. 그래서 커리어와 가정생활이 양쪽으로 엉망이고, 맹목적 신앙의 이름으로 내게 이런저런 가해를 하기도 했다.

우리 사이의 이런 복잡한 사정이 하루아침에 정리될 거로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좋아서 내 집에 초대하는 사람'의 목록에 엄마를 넣어 보고 같이 명절을 나 보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추석 당일, 엄마가 다녀갔다. 요약을 하자면 오면서도, 있으면서도, 가면서도 순탄하지가 않았다. 애초에 내가 원하지 않는 다른 가족을 내게 말도 없이 데려오려 했는가 하면, 내가 그 점을 따지고 드니까 그럼 아예 안 가겠다고 툭 던져버리기도 했다. 그러더니 당일엔 또 말도 없이 "지금 가고 있다"고 통보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미 펑크가 난 스케줄을 계산해서 다른 친구들을 집에 불러 놓은 상태였는데, 사람이 복작복작한 우리 집에 도착해 "좀 피곤해서 자야겠다"더니 늦은 저녁에 일어나서 아무 설명도 없이 "이제 간다" 해버렸다.

나와 내 동생은 엄마의 향후 생활과 우리들의 관계에 대해서 논의할 거리를 미리 정해 놓고 같이 나눠 먹을 것, 같이 보고 즐길 것들을 기껏 고민해 두었는데, 엄마는 이런 얘기를 꺼낼 새도 주지 않았다. 어느덧 나이 먹은, 작고 사랑스럽고 고집스러운 이 친족 여성과 잘 지내는 일은 왜 이렇게 힘이 드는 일이란 말인가. 탄식했다. 결국 친구들은 모두 귀가하고, 한밤중에 동생들과 쪼르륵 달려가서 돌아가며 엄마와 싸우고 어르고 달래고 나서야 겨우 집에 다시 '모셔'올 수 있었다.

우리집 명절 음식은 만두다. 내가 어릴 때부터 송편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그래서 송편은 데면데면한 큰어머니 댁에나 가야 구경하는 음식이었다. 엄마아빠는 명색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제사를 지내지 않고, 그래서 딱히 틀에 박힌 명절 요리를 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만두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다. 잘 익은 김치를 꼭 짜서 썰어 넣고, 두부, 당면, 간 돼지고기 볶은 것을 섞어서 빚는 만두다. 

나는 친구들을 초대해서 명절 요리를 만들 때도 반드시 이걸 만들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늦은 밤이지만 엄마가 오기 전에 미리 빚어 둔 만두를 가지고 엄마가 좋아하는 가래떡을 넣어서 떡만둣국을 끓여드렸다. 엄마는 맛있다고 했다.

결국 그렇게 다들 모여 앉아서 하려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 얘기들은 잘 끝난 편이기는 하다. 그리고 엄마는 또 다음 날 일을 하러 나가려면 길 안 밀리는 지금 가야 한다며 새벽 세 시 반에 휙 가버리긴 했다. 나와 동생들은 슬리퍼를 꿰어 신고는 쪼르륵 따라 내려가면서 엄마에게 이것저것 챙겨 주고 안아 주고 차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털레털레 귀가했다.

아아, 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아직 추석이다. 한 해 중에서 내가 제일 맘에 들어하는 기온과 풍속과 습도의 가을 무렵. 나는 이렇게 엄마가 나의 소중한 '일상'을 잠시 휘저어 놓은 가운데, 우리가 간밤에 이야기 나눈 회의 내용을 글로 정리해서 가족 텔레그램방에 공유도 하고, 이 글도 적어 내려가며 정신을 가다듬는 중이다. 아직 며칠 남은 추석 연휴 동안에는 밀린 일도 정리하고,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등산도 하면서 내 페이스를 찾아 다시 잘 보낼 예정이다.

이것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를 찾고, 그 다음에는 '해야 할 것을 해 나가는 용기' 를 내는 중인 나의 페미니즘 실천기다. 자신의 주소지로 돌아가 버린 엄마도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고, 다음 명절 즈음엔 그녀의 삶도, 나의 삶도, 우리들의 관계도 조금 더 좋아져 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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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외에’ 한글을 빛낸 5명

 

등록 :2017-10-08 09:19수정 :2017-10-08 10:26

 

한글 점자 만든 ‘박두성’부터 대표 글꼴 만들어낸 ‘최정호’까지

 

아직도 ‘한글’하면 세종대왕만 떠올리시나요?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의 뜻을 이어 한글을 지키고 가꾼 사람들이 있습니다. 571돌을 한글날을 맞아 누구보다 한글을 사랑하고 아낀, 한글대표선수 5명을 소개합니다. 한글날 주인공은 나야 나!

 

 

 

■ ‘기역, 니은, 디귿, 리을’ 한글의 이름을 만든 동시 통역사 ‘최세진’

 

최세진.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최세진.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안녕하세요. 조선과 명나라를 오가며 동시 통역사를 한 최세진입니다. 대대로 역관을 지낸 집안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통역 일을 하게 됐죠. 2017년 한국에도 중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요? ‘중국어 번역과 통역’하면 한때 제가 조선에선 최고로 꼽혔는데요∼∧∧ (흠흠) 중국어 실력 덕분에 중인 출신임에도 양반들도 하기 힘들다는 정2품 벼슬까지 지내기도 했죠∼

 

 

전 후배 통역사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곤 했어요∼‘노걸대’란 교재를 썼는데요. 고려 상인이 특산물을 중국에 가져가서 팔고, 또 중국의 특산물을 사서 귀국할 때까지 이야기를 담은 중국어 회화책이었습니다. ‘역관들을 위한 실용 중국어 회화’인 셈이죠. 근데 후배들이 발음을 잘 따라 읽지 못하더라고요. 아시죠? 중국어는 성조도 있고 많이 복잡하잖아요∼

 

 

‘어떻게 하면 쉽게 배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중국어 교재에 한글로 음을 달면 어떨까?’ 결국 몇 달 동안 ‘노걸대’ 번역판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반응은 어땠느냐고요? 당연히 좋았죠∼∧∧ 이 번역판 덕에 아들도 쉽게 중국어를 배우더군요. 덕분에 전 승진도 하고요.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그런데 또 다른 고민이 생겼어요. 이웃에 사는 통역사가 하루는 절 찾아와 “‘ㄱ,ㄴ,ㄷ,ㅏ,ㅑ’와 같은 초성과 중성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그러고 보니 ‘훈민정음 해례본’에도 한글 기본 글자의 이름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자료마다 자음을 부르는 이름은 가지각색이었죠. ‘자음과 모음의 표준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날부터 글자 모양도 살피고, 소리를 내 발음도 해봤죠. 결국 가장 간편하게 발음할 수 있는 모음 ‘이’와 ‘으’를 넣어 자음의 이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기윽’(기역), ‘니은’, ‘디읃’(디귿), ‘리을’, ‘미음’, ‘비읍’, ‘시읏’(시옷) 이런 식으로요∼자음과 모음의 차례도 다시 정리했습니다. 첫소리와 끝소리에 모두 쓰이는 사용빈도가 높은 자음부터 앞세워 놓는 방식으로 배열했죠. 모음은 입을 벌리는 순서에 따라, 수직 글자를 먼저 배열하기로 했어요.

 

 

“가나다라마바사 아자차카타파하∼♬” 이런 노래도 있다면서요? 다 제 덕 아닌지 모르겠어요. 하하∧∧

 

한자에 한글로 음과 뜻을 단 ’훈몽자회’ 영인본. 창비교육 제공
한자에 한글로 음과 뜻을 단 ’훈몽자회’ 영인본. 창비교육 제공

 

■ 최초의 한글 백과사전으로 여성들을 도운 만물박사 ‘빙허각 이씨’

 

빙허각 이씨.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빙허각 이씨.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안녕∼나는 빙허각 이씨에요∼여성들을 위한 한글 백과사전 ‘규합총서’를 만들었죠. 시동생 서유구가 한문으로 백과사전을 만드는 걸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같은 아낙들이 꼭 알아야 할 지식도 많은데 어려운 한문으로 돼 있으니 쉽게 읽을 수가 없겠구나” 싶었죠. 저야 한문을 아니까 그럭저럭 읽을 수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한문을 배우는 여성들이 많이 없었거든요.

 

 

결국 한글로 된 ‘생활 백과사전’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침 딸과 며느리들한테 전하려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써놓기도 했거든요. 남편 서유본도 적극 돕겠다고 나섰어요 ∧∧ 같이 자료를 찾고, 책을 읽고, 글을 썼죠. 사전을 펴내는 데만 힘을 쓰도록 남편은 집안일도 종종 거들어주곤 했어요∼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그렇게 1809년 생활 백과사전 ‘규합총서’가 탄생했습니다! 최초의 한글 백과사전입니다. 소식을 듣고 동네 아낙들이 집 마당에 가득 모였어요∼옆 마을에서도, 뒷마을에서도 소문을 듣고 달려와 ‘규합총서’를 살펴봤죠.

 

 

“남성 양반님들이 쓴 책들은 모두 한문이라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해도 우리 같은 사람들한텐 말짱 도루묵이죠.” “빙허각 마님이야말로 남성 양반님 천만 명 몫을 하셨구먼요∼이 언문 생활 백과사전으로 우리 민초들도 살리고 우리 글자도 살리고요.”

 

 

아낙들이 너도나도 기뻐하고 좋아해 주니 그동안 고생한 것도 다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지식을 남성들만 읽는 한문책에 가둘 이유가 있나요?

 

 

‘규합총서’ 모습. 창비교육 제공
‘규합총서’ 모습. 창비교육 제공
‘규합총서’ 표지와 차례. 국립중앙도서관·창비교육 제공
‘규합총서’ 표지와 차례. 국립중앙도서관·창비교육 제공

 

■ 한글 요리책으로 사람을 살린 살림의 고수 ‘장계향’

 

장계향.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장계향.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난 경북 안동에 사는 장계향이라고 해요∼보통 ‘장씨 부인’이라고도 불러. 최초의 한글 요리책 ‘음식 디미방’을 펴냈지. 아이고∼일흔이 넘은 나이에 매일 촛불을 밝히고 글을 쓰느라 고생 좀 했어∼1600년대 경상도 양반집에서 만들어 먹던 음식 요리법, 발효식품을 만드는 법, 식품 보관법 등을 자세히 적어놨지. 주로 양반집 요리긴 하지만 국수, 만두, 떡 등 우리 토속 재료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음식 146가지를 소개해놨어. 2017년엔 ‘백선생’이 그렇게 유명하다며? 여기선 ‘장선생’으로 통해∼∧∧

 

 

요리책을 만든 이유는 별거 아니야. 아니 하루는 이웃집 아낙이 숭어 한 마리를 들고 찾아오더라고. “이걸 어찌 먹어야 할깝쇼?”물었지. 좋은 음식 재료가 생겨도 제대로 요리를 하지 못해서 재료를 버리는 게 안타깝더라고. 그래서 요리법을 알려줬더니 그 아낙이 아주 고마워했어.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또 어떤 날엔 동네 젊은 새댁이 글쎄 시어머니에게 왜 반찬 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냐고 된통 구박을 당하고 있는 거야∼안쓰럽더라고. 그때 생각이 났지. “한글로 요리책을 펴내면 한글을 아는 여성이 책만 봐도 쉽게 음식을 만들 수 있겠구나” 싶었어. 딸과 며느리가 ‘음식 디미방’의 잡채 만드는 법을 보고 요긴하게 활용하는 것을 보니 뿌듯하더라고. ’찰랑찰랑’, ’질벅질벅’ 같은 생생한 한글을 사용해 설명하니 실생활에서 보고 써먹기 쉬울 수밖에 ∧∧ 원본을 잘 간직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람은 베껴서 서로 돌려보도록 했지∼수많은 요리책의 원조랄까?

 

’음식 디미방’에 나온 요리법. ‘만두법’ 등이 적혀있다. 창비교육 제공
’음식 디미방’에 나온 요리법. ‘만두법’ 등이 적혀있다. 창비교육 제공

 

■ 한글을 여섯 개의 점으로 표현한 길잡이 ‘박두성’

 

박두성.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박두성.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안녕하시오. 나는 박두성이라고 하오. 1913년부터 조선총독부가 설립한 제생원에서 맹아부 교사로 일했소. 앞이 안 보이는 아이들에게 일본 점자를 가르치면서 틈틈이 주산과 우리말, 수저 잡는 법 등을 알려줬소. 근데 쉽지 않더군. 학생들이 일본 점자책으로 배우면서 일본어 수업을 들으니 말이오. 쉬운 용어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걸 보니 안타까웠소. 한글 점자가 있으면 쉽게 배울 수 있을 텐데 싶었지.

 

 

그땐 3·1 운동이 일어나고 일본의 탄압이 점점 심해지던 시기였소. 어느 날 일본인 교사가 “앞으로는 우리 학교에서도 조선어를 가르칠 수 없소!”라는 거요. 그래서 내가 말했지.

 

 

“눈이 멀쩡한 사람이 그렇게 마음이 어두워서 되겠소? 단지 눈이 멀었다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소? 눈 밝은 사람은 노력하면 얼마든지 글을 읽고 쓰겠지만 눈먼 사람에게 조선말까지 빼앗으면 저 아이들은 부모와 형제자매와 어떻게 이야기를 나눈답니까? 저 아이들에게 장님에 벙어리까지 되라는 말이오?”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그 사람은 끽소리도 못하더군. 결심했소. 한글 점자를 만들어 눈먼 사람들도 새로운 세상을 살 수 있게 해주겠노라고 말이오. 결국 1923년 맹아부 제자들과 함께 ‘조선어 점자 연구위원회’를 비밀리에 만들고 한글 점자 연구에 몰두했지. 3년을 꼬박 연구한 끝에 여섯개의 점으로 이뤄진 한글 점자 ‘훈맹정음’이 탄생했소.

 

 

“누구든지 배워야 하지만 눈이 먼 사람은 멀쩡한 사람보다 더 배워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었소. 배우고 싶어도 앞이 보이지 않아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점자책을 보내줬지. 종이 구하는 게 어려웠던 시절이라 관공서나 은행에서 누렇게 바랜 문서들을 얻어왔소.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귀여운 우리 딸도 날 도와주더군∼∧∧ 그렇게 점자로 된 교육책이나 소설, 교양책도 펴냈지. 성경도 점자로 옮겼다오. 2017년에도 내가 만든 점자를 잘 쓰고 있나 궁금하오∼!

 

 

‘훈맹정음’의 모습. 창비교육 제공
‘훈맹정음’의 모습. 창비교육 제공

 

■ 글씨에 한땀 한땀 혼을 넣은 글꼴 장인 ‘최정호’

 

최정호.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최정호.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안녕하세요. 최정호입니다. 이렇게 인사를 드리니 쑥스럽네요. 2017년에 사는 분들이 ‘굴림체’를 쓴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진지하게 이야기할 땐 ‘궁서체’를 쓰신다고도 들었습니다. 하하. 사실 그 두 글꼴을 만든 사람이 바로 접니다. ∧∧ 굴림체와 궁서체를 포함해 공작체, 그래픽체, MS명조 등 30여가지 한글 글꼴을 만들었습니다.

 

 

전 어렸을 때부터 글씨 쓰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글씨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답니다. 보통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 따귀를 맞았어요. 글씨 숙제를 검사하는 날이었는데, 제가 쓴 글씨를 보고 부모님이 대신 써주었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결국 전 선생님과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글씨를 써서 보여주고 나서야 억울함을 풀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하면서 한글 글꼴에 관심을 깊게 가지게 됐어요. 낮에는 인쇄소 일을 하고 밤에는 미술학원에 다녔죠. 가끔 일본에 사는 한국인을 위해 영화광고나 포스터, 간판 등에 들어가는 ‘선전 글씨’를 써주기도 했어요. 인쇄기술을 배우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인쇄기술이 뛰어나더라도 글꼴이 아름답지 않으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없구나’라고 말이죠.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그림 이수진. 창비교육 제공

 

혹시 일본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라고 아시나요? 글쎄, 하루는 길을 걷다가 ‘시세이도’ 광고에 나오는 글자가 아름다워서 멈춰 섰어요. 글자도 예술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전 세계인이 감탄할 수 있는 한글 글꼴을 만드는 걸 목표로 꿈을 키웠습니다. 처음엔 일본 글꼴을 바탕으로 한글 글꼴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우리 고유의 글꼴이 없는 점이 아쉽더라고요. 고민 끝에 탄생한 게 바로 궁서체입니다. 1988년엔 제 이름을 딴 ‘최정호체’도 나왔습니다. ∧∧

 

 

한글 글꼴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어찌나 막막하던지요. 처음엔 ‘훈민정음’의 글자 형태를 꼼꼼히 살폈죠. 어렵게 만들고도 마음에 들지 않는 활자는 용광로에 던져버리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왜 이렇게 글꼴에 매달렸냐고요? 전 글자가 사상이나 뜻을 전달하는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들이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읽기 쉬운 모양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굴림체와 궁서체 모두 유용하게 써주세요∼

 

 

균형미와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최정호체. 창비교육 제공
균형미와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최정호체. 창비교육 제공

 

*위 내용은 한글학자 김슬옹과 시인 김응이 쓴 ‘한글 대표 선수 10+9’ (창비교육)를 토대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한글 대표 선수 10+9> 창비교육 제공
<한글 대표 선수 10+9> 창비교육 제공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813581.html?_fr=mt1#csidxbed9573fb369373ad03680651a97b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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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한반도 근해에서 학살한 고래만 8천여 마리

 

[고래의 섬, 흑산도 ⑥] 흑산도에 ‘포경근거지’ 설치한 까닭

17.10.07 12:01l최종 업데이트 17.10.07 12:01l

 

사람들은 '고래'하면 동해나 울산, 장생포만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홍어로 유명한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고래공원'이 있습니다. 흑산도와 고래는 어떤 특별한 인연이 있을까요? 왜 흑산도에 고래공원이 생긴 것일까요? 대체 흑산도에선 고래와 관련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 연재는 흑산도와 고래의 연관성을 좇는 '해양문화 탐사기'입니다. - 기자 말
 

 한반도 근해에서 일본 포경회사가 포획한 귀신고래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조선인들.
▲  한반도 근해에서 일본 포경회사가 포획한 귀신고래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조선인들.
ⓒ 고래박물관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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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한반도 근해에서 대형 고래 약 8천 마리 이상 학살

새로운 세기, 20세기가 시작됐다. 하지만 조선(대한제국)과 한반도 근해의 고래들에겐 참혹한 세기의 시작일 뿐이었다.

 

1904년 한반도 지배권을 두고 충돌을 일삼던 일본과 러시아는 끝내 전쟁을 시작하고 만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는 1905년 9월 체결한 '포츠머스조약'에 따라 조선(대한제국)에 대한 독점적 지배권을 확인한다. 이때부터 한반도 근해에서의 고래를 포획하는 '포경 독점권'은 실질적으로 일제가 행사하게 된다. 

그리고 1910년, 일제가 강제로 병합한 것은 대한제국만이 아니었다. 대한제국을 강제 병합한 일제는 1911년 6월 3일 어업령(제령 제6호)과 어업령시행규칙 및 어업취체규칙(조선총독부령 제67, 68호)을 공포한다. 이때부터 한반도 근해에서의 포경은 조선총독의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는 '허가어업'이 되었다. 물론 '조선총독의 허가'를 받을 수 있는 포경회사는 일본 포경회사들뿐이었다. 

조선 총독의 허가를 받은 일본 포경회사들의 한반도 근해에서 고래잡이는 포획(捕獲)을 넘어선 '학살(虐殺)'이었다. 1903년부터 1944년까지 한반도 근해에서 일본 포경회사에 의해 학살당한 대형 고래는 기록된 것으로만 약 8259마리에 이른다. 무려 1만여 마리의 대형 고래가 일제에 한반도 근해에서 무참하게 학살당한 것이다. 

1908년 대한제국 농상공부 수산국이 편찬한 <한국수산지>에 따르면, 러일 전쟁 전후인 1903년부터 1907년까지 5년 동안 한반도 근해에서 포획당한 고래는 약 1612마리에 이른다. 모두 일본 포경회사에 의해서였다. 1900년대 초 한반도 근해에서 포경업을 했던 일본 3대 포경회사는 동양어업주식회사, 나가사키포경합자회사, 일한포경합자회사였다. 

세 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포획고를 올린 회사는 동양어업주식회사로 이들은 5년 동안 1200마리의 고래를 포획했다. 1904년부터 한반도 근해에서 고래를 포획한 나가사키포경합자회사는 4년 동안 377마리의 고래를 포획했다. 1906년에 세 회사 중 가장 늦게 한반도 근해 포경에 뛰어든 일한포경합자회사도 2년 동안 35마리의 고래를 포획했다.

일본포경협회가 1911년부터 1944년까지 자체 집계해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한반도 근해에서 포획된 고래는 무려 약 6647마리에 이른다. 특히 대형 고래에 대한 포획이 심각했다. 이 기간 동안 일본 포경회사는 참고래(긴수염고래) 5166마리, 귀신고래 1313마리, 대왕고래(흰긴수염고래) 29마리, 보리고래 5마리, 향유고래 3마리, 북방긴수염고래 1마리를 포획했다. 돌고래 역시 이 기간 동안 130마리가 일본 포경선에 의해 포획되었다. 이 돌고래는 혹등고래를 가리킨다. 당시엔 혹등고래를 돌고래로 불렀다.

물론 이 수치는 기록으로 확인된 것이다. 기록으로 확인할 수 없는 1908년부터 1910년 이 기간에도 일본 포경회사들은 쉬지 않고 고래를 포획했을 것이다. 또한 일본 포경회사들이 까지 남기지 않은 불법 포획은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아 일제의 고래 학살은 더욱 극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 강점기 동안 한반도 근해에서 고래 포획을 주도적으로 한 일본 포경회사는 동양포경주식회사였다. 러일전쟁 직후 한반도 근해에서 가장 많은 고래 포획고를 올렸던 동양어업주식회사가 1909년 5월 일제의 이른바 '전국 포경회사 합동운동'으로 동양포경주식회사로 거듭난 것이다. 

오사카에 본점을 둔 동양포경주식회사는 1910년 1월 거제도에 포경지 허가를 받아 한반도 근해 포경을 시작한다. 그리고 1913년에는 울산, 거제도, 통천 근해, 1914년에는 울산, 거제, 강원도 통천군, 함경도 북청군으로, 1916년에는 전라도 대흑산도 근해로까지 포경 조업 영역을 확대시켜 나갔다.

이후 동양포경주식회사는 1934년 7월 1일 일본수산주식회사에 합병되어 해산되고, 일체의 자산과 사업은 일본수산주식회사의 자회사인 일본포경주식회사에 승계되었다. 일본수산주식회사는 다시 자회사인 1936년 9월 일본포경주식회사 등과 합병하고 1937년 3월에는 일본식료공업주식회사를 합병하여 4월 1일 회사 이름을 일본수산주식회사로 변경하였다. 
 

 장생포는 일본 포경회사들의 대표적인 포경근거지였다. 일제 강점기 일본 포경선들 모습.
▲  장생포는 일본 포경회사들의 대표적인 포경근거지였다. 일제 강점기 일본 포경선들 모습.
ⓒ 고래박물관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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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동해에서 포경 쇠퇴하자 서해와 남해로 사업장 확대

한편 1939년 현재 일본수산주식회사의 포경 근거지는 모두 33곳이었고, 이 가운데 한반도에 설치된 포경근거지는 울산 장생포, 제주도 서귀포, 전남 대흑산도, 황해도 대청도 등 네 곳에 있었다.

한반도 근해 포경사에서 마침내 흑산도(대흑산도)가 등장한다. 일본 포경회사인 동양포경주식회사가 포경 조업 영역을 1916년에 전라도 대흑산도까지 넓혔다는 기록과 동양포경주식회사를 승계한 일본수산주식회사가 1939년 현재 대흑산도에 포경근거지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기록을 통해서다. 

일제 강점기 한반도 근해에서의 포경은 동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대흑산도 포경근거지가 설치됐다는 것은 일제의 포경 영역이 그 무게 중심을 동해에서 대흑산도 근해 등으로 포경 중심지를 이동했거나 포경의 영역을 확대했다는 것을 뜻한다.

한반도 포경기지 변천사를 연구해온 김백영 박사는  일제가 '대흑산도 포경근거지'를 설치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1910년대부터 1930년대 전반기까지 동해에서의 포경이 쇠퇴하는 추세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일제는 1900년 초부터 한반도 근해에서 포경을 독점했고, 그 주 사업장은 동해였다. 하지만 10년 넘게 지속된 동해에서의 고래 남획은 동해 포경의 쇠퇴로 이어졌고, 그 활로는 포경 영역을 남해와 서해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대흑산도 포경근거지'는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즉 동해에서의 포경 실적 쇠퇴는 1914년부터 일제로 하여금 포경사업장을 서해와 남해로 확장하게 만들었다. 특히 1916년부터는 포경 대상지를 대흑산도 근해로까지 확장하게 만들었고, 고래 해체 작업 등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반 시설인 '포경근거지'를 대흑산도에 설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박구병 교수가 정리한 '1917년부터 1934년까지 각 도별 포경선 수와 포획 두수'는 이를 명확하게 입증한다. 동해에서만 활동하던 포경선들이 서해 (황해도 52척, 전라남도 95척)와 남해(경상남도 150척)로 이 시기에 급격하게 진출한다. 동해(경상북도 36척, 강원도 54척, 함경북도 50척)에서 활동하는 포경선의 수를 크게 앞지른 것이다. 

고래 포획고 역시 이 시기에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일본 포경회사가 1917∼1934년까지 경상북도, 황해도, 함경북도 등 동해에서 올린 전체 포획 두수는 151두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황해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등 서해와 남해에서 포획 두수는 무려 2854두였다. 동해의 포획고보다 약 18배나 많은 포획고다. 
 

 한반도 근해에서 가장 많이 대형 고래를 포획한 일본 포경회사는 동양포경주식회사였다. 동양포경주식회사는 대형 고래 해체 장면을 담은 기념 우편엽서를 만들 정도였다.
▲  한반도 근해에서 가장 많이 대형 고래를 포획한 일본 포경회사는 동양포경주식회사였다. 동양포경주식회사는 대형 고래 해체 장면을 담은 기념 우편엽서를 만들 정도였다.
ⓒ 일본포경협회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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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바다는 따뜻하고 먹잇감 풍부한 고래들의 고향이었다

대상지를 더 좁혀보면 이 기간 동안 경상북도 근해에서 활동한 포경선은 모두 36척으로, 47두의 고래를 잡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전라남도 근해에서는 95척의 포경선이, 고래 1095마리를 포획했다. 전라남도 근해에는 이 시기 '대흑산도 포경근거지'가 설치되어 있었다. 일본 포경선에 의해 흑산도 근해에서 포획당한 고래의 수는 흑산바다에 동해 못지않게 많은 고래가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슬프게 증빙한다.  

조선수산회가 집계한 '1930년 동양포경주식회사의 한국 근해 포경 실적' 역시 이를 증빙한다. 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30년 한 해 동안 울산 사업장에선 긴수염고래 55두와 귀신고래 10두 등 모두 65두를 포획했다. 하지만 남해와 서해에 걸쳐진 제주도 사업장(31두)과 대흑산도 사업장(46두), 대청도 사업장(85두)에선 대왕고래, 긴수염고래(참고래), 혹등고래 등 모두 162두를 포획했다. 동해보다 서해와 남해에서 약 2.5배 이상 더 포획한 것이다. 이 시기 한반도 동해에서의 포경이 쇠퇴하고 서해와 남해에서의 고래 포획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포경회사들이 포경근거지를 동해에서 흑산도로까지 확장할 만큼 대형고래가 많이 살고 있었던 흑산바다. 흑산바다에 큰 고래들이 많이 살고 있었던 까닭은 흑산바다가 고래들이 살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흑산도 근해는 수심 100m 안팎으로, 겨울철에도 평균수온이 섭씨 7도∼8도로 유지한다. 이 온도는 귀신고래의 회유 동선에 있는 사할린해나 오오츠크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따뜻한 온도다. 봄이 되면 수온은 더 올라가니 고래들에겐 새끼를 낳거나 어린 새끼를 키우기엔 더없이 아늑한 바다였던 셈이다.

또한 흑산바다에는 고래의 먹이가 풍부했다. 흑산도는 조기들의 산란장과 월동장으로 이동하는 길목 한가운데 있다. 조기는 서해에서 산란해 가을에 월동장인 제주도 남방 동중국해로 회귀하는 회유성 어종이다. 조기가 이동하는 곳엔 멸치와 새우, 청어, 꽁치 등이 풍부하다. 이들은 고래가 매우 좋아하는 먹잇감들이다. 

일제가 포경근거지를 동해에서 서해와 남해로 확장했던 곳이 흑산도와 제주도 서귀포, 황해도 대청도였다. 이곳들은 모두 조기 회유 동선과 일치한다. 이런 까닭에 더글라스 칼튼 아브람스(Douglas Carlton Abrams)는 <고래의 눈 Eye of the Whale>에서 "북서태평양 귀신고래 등은 동중국해 하이난의 얕은 바다에서 새끼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한국 포경사를 탐구해온 일부 연구자들은 더글라스의 주장을 이어받아 "흑산바다 역시 하이난 바다와 마찬가지로 조기 회유 길목에 있는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귀신고래가 새끼를 낳았던 곳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랜 기간 동안 생태 추적 조사가 꼼꼼하게 진행되지 못한 상태에서 "흑산바다가 귀신고래의 고향"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록된 사실만으로도 흑산바다는, 참고래·대왕고래·혹등고래·귀신고래 등 대형 고래들이 평화롭게 살았던 '생명의 고향, 유랑의 거처'였음은 분명하다.  
 

 흑산도 근해는 큰 고래들이 좋아하는 먹잇감이 풍성했다. 이를 확인해주는 조기 회유도.
▲  흑산도 근해는 큰 고래들이 좋아하는 먹잇감이 풍성했다. 이를 확인해주는 조기 회유도.
ⓒ 나증만, 조경만, 김준 등 공저 <서해와 조기> 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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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기사 '조선총독부가 직접 흑산도에 직원 파견한 까닭' 곧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제 논문 ‘일제강점기 대흑산도 포경근거지 연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태그:#고래#장생포#흑산도#포경#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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