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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군, DMZ서 北 측으로 ‘기관총 오발’ 아찔

남측군, DMZ서 北 측으로 ‘기관총 오발’ 아찔
 
북측에 “총기 정비 중 실수”3번 방송 통해 전달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6/04/07 [07:4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국군이 북측을 향해 기관총 오발 사고를 내 자칫 큰 사건으로 비화 될 수 있었으나 남북 양측군의 신속하고 인내력 있는 대응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이정섭 기자

 

 

남측의 국군이 군사분계선(DMG)에서 총기 수리를 하던 중 북측으로 오발 사격을 해 아찔한 상황을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토 통신은 지난 6일 저녁 국방부 관계자가 “지난 3일 한국과 조선의 군사 분계선에 위치한 비무장지대(DMZ)에서 한국군이 감시 소초에서 총기 정비 중 실수로 기관총 2발을 조선 측을 향해 발사했다”고 밝힌 사실을 보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군 병사는 기관총을 정비 중이었다.”며 “한국군은 오발 직후, 북조선 측에 ‘총기 정비 중 발생한 오발’이라는 방송을 3회 실시해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선인민군은 반응하지 않아 더 이상의 총격전은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총기 정비 안전 수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예민한 군사분계선에서 정비 중 북측을 향해 오발을 냈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부분으로 만일 총기 앞에 동료 병사가 있었다면 큰 사고로도 이어 질 수 있어 정확한 사고 규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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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래첨단 건축과 관광 둘러보기

 
자연 에너지 이용한 운송 수단과 비행기 주택 등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6/04/05 [21:13]  최종편집: ⓒ 자주시보
 
 

 

조선은 현 시기를 건축의 최전성기라 부른다. 김정은 제1위원장 시대가 개막되면서 건축에서 조형화 예술화, 편리성을 강조했다.

 

조선에서는 건축에 있어 선편리성 후 미학성을 강조했지만 최근 년에는 선편리성 선미학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생활의 편리성은 물론 동시에 미학성을 강조해 건축의 조화로움과 예술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건설 된 미래과학자 거리와 과학기술 전당, 은하 과학자 거리는 풍력, 태양열, 태양광, 지열 등 자연에너지를 이용한 녹색 건축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3일 착공한 려명거리는 완벽한 자연에너지를 이용한 친환경 거리로 일어설 예정이다.

 

본지는 조선의 건축가들이 미래를 구상한 건축물과 관광 숙박시설, 기차와 비행기 등 운송 수단들의 조감도를 입수했다.

 

북의 건축가들의 조감도를 통해 미래관광과 건축을 들여다 본다.

 

▲ 원뿔형 호텔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 소통형 콘도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 비단 생산협동공장 우리민족 전통인 물레방아를 형성한 것으로 태양열과 풍력 등을 기본으로 한 친환경적 건축물이다.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 나무를 형상화한 호텔     © 이정섭 기자

 

▲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호텔 객실 고전적 전화기도 보인다.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 산과 산을 이은 현수교(들림다리)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설계된 듯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 북의 건축가들이 구상한 비행기 주택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 관광지에 건설 될 관광객을 위한 숙소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 산골 마을의 냇가를 달리는 여객용 기차. 전선이 보이지 않고 연기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자연 에너지를 이용한 최첨단 여객열차로 보인다.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 남포 갑문 부근에 자리잡을 호텔 설계도 민족 정서가 느껴지는 건축물이다.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 금강산 계곡을 안고 들어 설 건축 조감도.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방법으로 설계된 모습임을 알수 있게 한다.     © 자주시보 이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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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 5년, 원전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후쿠시마 사고 5년, 원전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윤순진 2016. 04. 05
조회수 834 추천수 0
 

원전 국민의식, 41%가 “안전하지 않다”면서 85%는 “필요”
위험 감수하는 원자력 대신할 재생에너지 등 대안 제시해야

 

05522893_R_0.jpg» 황량한 벚꽃길. 벚나무 2천여 그루가 꽃길을 이루고 있는 후쿠시마현 도미오카 벚꽂길이 기괴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도로 오른편 가드레일 뒤편은 귀환곤란구역이다. 사진 후쿠오카/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2011년 3월11일 규모 9의 강진과 쓰나미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5년이 지났다. 오는 4월26일이면 옛 소련, 지금의 우크라이나에서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만 30년이 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물론이고 체르노빌 원전사고도 여전히 온전하게 수습되지 않은 상태다. 30년이 된 체르노빌 원전은 가까스로 덧씌운 석관에 금이 가면서 방사능 물질이 새어 나오고 있어 100년 정도 유지될 새로운 덮개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베틀라나 블랙시예비치가 쓴 <체르노빌의 목소리>에서는 원전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거나 삶이 송두리째 흔들려 버린 사람들의 사연이 생생하게 쏟아져 나온다. 거짓으로 가릴 수 없는 목소리다.
 
후쿠시마에선 시설물 잔해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녹아내린 핵연료 처리나 발전소 해체가 언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알 수도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여전히 태평양으로 흘러들거나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05522239_R_0.jpg» 유령도시로 변한 후쿠오카 도미오카 역 주변의 풍경. 사진=후쿠오카 / 김진수 기자

 
17만 명에 이르는 후쿠시마 이재민 가운데 10만여 명은 지금도 대피소에서 생활하며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 사람들이 피난을 가지 않고 머무는 후쿠시마현의 도시에서는 제염처리로 생긴핵폐기물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 곳곳에 야적되어 있다. 어린이 갑상선암 환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고 시름시름 앓다 죽어가는 사람과 가축이 끊이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남긴 상흔은 더 깊어가고 있지만 일본에선 2030년 원전 제로 방침을 택했던 민주당 대신 원전 재가동을 공약으로 내건 자민당이 압승했다. 공약대로 자민당 아베 정부는 원전 재가동에 들어갔다. 아베 정부는 후쿠시마현 일부에 대해 이미 대피령을 해제했고 2017년 3월까지 원전 인접 지역을 제외하고 피난 지시령을 해제한다는 방침을 공표한 상태다.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했던 도쿄전력은 그런 엄청난 사고를 냈는데도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 원전으로부터 30㎞ 이내에 살던 이재민에게 매달 1인당 10만엔을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비용을 도쿄전력 소비자들이 내는 전력요금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엄청난 사고에도 도쿄전력 경영진은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이 ‘후쿠시마 원전 고소인단’을 결성해서 도쿄전력 전 경영진 3인을 고소한 뒤에도 일본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이에 후쿠시마 원전 고소인단이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검찰심사원에 이의를 제기해 검찰심사원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맞서 두 차례의 기소 결의를 한 뒤에야 강제 기소가 결정되었을 따름이다. 이렇듯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금도 여전히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진행 중이다. 
 

05522683_R_0.jpg» 도미오카 해변 주변에 방사성 폐기물이 담긴 용기가 야적돼 있다. 사고 이후 5년이 되었지만 사고는 현재 진행 중이다. 사진=후쿠시마/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우리 사회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또 일반시민이 원자력발전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우리나라 일반 시민의 일본 원전사고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은 관광객 수를 통해 일정 부분 살펴볼 수 있다. 시민 모두가 일본 여행을 갈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관광객 수의 변동은 일반시민 반응의 경향성을 보여주는 대리 지표로 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누리집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본 관광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전인 2011년 2월 23만 1640명이다가 2011년 3월 8만 9121명으로, 4월엔 6만 3790명으로 떨어졌다가 5월부터는 증가해 오고 있다. 연도별로는 2010년 243만 9816명에서 2011년 165만 8073명으로 떨어졌다가 2012년 204만 2775명, 2013년 245만 6165명, 2014년 275만 5313명, 2015년 400만 2052명으로 늘어났다. 

 

<그림 > 일본을 찾는 관광객 수의 연도별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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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2010년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해서 2015년에는 2010년의 1.64배나 되는 사람들이 일본을 다녀온 것이다. 후쿠시마현 인근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겠지만 일본 내에서 후쿠시마산 농산물이나 축산물, 수산물 등이 유통되고 있기에 안심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다음이나 구글 등 포털 사이트에는 일본으로 여행을 가기 전 자신의 행선지는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아보기 위해 정보를 찾아보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일본 방사능 안전지역이 어딘지, 그래서 여행을 가도 괜찮은 곳은 어딘지를 게시하는 블로그도 여럿 있다. 
 
그런데도 전반적으로 일본 관광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시간이 흐르면서 방사능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다소 느슨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03881122_R_0.JPG» 후쿠시마 사고가 난 다음달인 2011년 4월10일 오전 서울 중구 봉래동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품질관리사가 동해와 남해산 수산물 6개 품목(생물참치, 아귀, 가자미, 갈치, 고등어, 오징어)등에 대해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이용해 점검하고 있다. 류우종기자 wjryu@hani.co.kr 
 
다른 한 가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우려는 일본산 식품에 대한 부정적 반응에 잘 드러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꾸준히 줄어들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이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해양수산부의 수산 정보 포털을 보면, 일본산 수산물(소금 제외) 수입 중량이 2010년 8만 4018톤에서 2011년 5만 6043톤, 2012년 3만 9614톤, 2013년 3만 7271톤, 2014년 3만 2844톤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15년에는 3만 8724톤으로 다소 늘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부는 후쿠시마 주변에서 생산하는 50개 수산물에 대해 수입 금지 조처를 내렸다가 2013년 여름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대량 유출된 것이 확인되자 9월9일부터 후쿠시마, 이바라키, 미야기, 이와테, 도치기, 지바, 아오모리 등 8개 현에서 생산하는 모든 수산물에 대해 수입 금지 조처를 했다. 
 
그 결과 일본산 수산물 수입이 지속적으로 줄었으나 2015년부터 반등 조짐이 보이고 있으며 일부 품목은 사고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예가 갈치다. 일본산 갈치 수입량은 2010년에 비해 2012년까지 수입물량이 줄었다가 2013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서 2015년 수입량은 2010년 수입량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보도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원산지 표시를 정확하게 하지 않거나 국내산으로 거짓 표기하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때는 일본산을 고르지 않지만 외식산업이 발달한 상황에서 외식업소에서 일본산 수산물을 사용하는 일이 많지 않을까 짐작해 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방사능 국민 인식도 조사 위탁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4년 10~11월 사이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5.9%가 “일본과의 무역마찰을 감수하더라도 현 수준과 같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를 계속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수준을 넘어 현재보다 더 엄격하게 일본산 수산물을 관리해야 한다는 응답도 69.9%로 높았는데,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엄격하게 관리할 것을 요구하는 응답도 31.3%에 달했다. 심지어  절반이 넘는 58.8%의 응답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수산물 구매 자체를 꺼리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5.6%의 응답자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아예 수산물을 구입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능 정보와 관련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상당히 낮았는데 정부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13.3%(매우 신뢰 1.1%, 다소 신뢰 12.2%)인 반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2.6%(신뢰하지 않는 편 31.2%, 전혀 신뢰하지 않음 11.4%)로 나타났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검사 결과 방사능이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해도 일본산 수산물은 사지 않겠다는 응답이 68.8%로 높았다. 사겠다는 응답자들은 10.3%로 낮았다. 따라서 일반 시민들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05319806_R_0.jpg» 지난해.5월22일 여성환경연대, 한살림연합, 환경운동 연합 등 시민사회단체회원들이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위험이 있는 수산물의 수입을 강요하는 일본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방사능 위험은 사고국 일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원전 대국으로서 잠재적인 방사능 위험 국가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일반시민들은 이러한 방사능 위험을 야기하는 원자력 발전 그 자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서는 두세 달 또는 서너 달에 한 번씩 원자력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한다. 원자력문화재단이 직접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리서치나 한국 갤럽, 메트릭스 등 외부 여론조사 기관에 위탁하는데 매번 19살 이상 성인 인구 1000명 정도(때에 따라 1500여 명)를 대상으로 전화조사나 방문조사로 실시한다. 
 
원자력문화재단의 조사 결과를 보면, <그림 2>처럼 원자력발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전 가장 마지막에 실시했던 2010년 10월 조사에서 응답자의 89.4%가 동의하던 데서 사고가 난 2011년 조사에서는 78.2%로 낮아졌지만 가장 최근에 실시한 2015년 12월 조사에서는 다시 85.1%로 높아졌다(2011년 조사 결과는 정식으로 발표하지 않아 2012년 조사에서 전년 조사 결과와 대비해서 기술한 부분에서 역산한 수치이다). 
 
하지만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2010년 53.3%에서 2011년 40.1%로 낮아졌다가 2015년 12월에도 41.0%로 2011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그림 2> 참조). 원전의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한 두 결과를 함께 생각해보면 2015년 12월 조사에서 응답자의 41.0%만이 원전이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85.1%는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들은 원전이 안전하지 않지만 필요하다, 즉 ‘필요악’으로 보는 것으로 추론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원자력발전을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고 있을까? 앞서 언급한 시기의 조사들을 보면 2010년 10월 조사에서는 원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 45.9%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43.0%의 현 수준 유지였으며 9.3%만이 줄여나가야 한다고 답했다(<그림 2> 오른쪽 참조).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2011년의 11월 조사에서는 현 수준 유지가 42.3%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증설로 30.0%였으며 줄여나가야 한다는 응답이 21.6%였다. 2010년과 비교할 때 증설해야 한다는 입장이 15.0% 포인트나 줄어든 반면 감소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12.3% 포인트 늘어난 것이었다. 
 
가장 최근 조사에서는 원전 유지가 42.3%로 가장 높으면서 33.7%가 증설에 찬성하고 있고 감소를 원하는 응답자들이 21.1%로 나타났다. 여전히 감소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비중 상 가장 낮지만 사고 전에 비해서는 11.8% 포인트나 늘어난 것으로 원전을 줄여가야 한다는 여론의 추세를 보여준다. 이 조사의 결론을 일반화하는 데 무리가 없다면, 이제 국민의 5분의 1 이상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줄여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 원자력발전의 필요성과 안전성(왼쪽) 및 원전 건설 방향에 대한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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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원자력 발전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시민이 적지 않지만, 시민 다섯에 한 명은 이제 원자력 발전을 줄여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필요악이라 보는 입장에서는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온실 가스 감축(61.8%), 안정적 전력 수급(78.3%), 경제발전(78.7%)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원자력 발전이 상당한 효용성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응답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원자력 발전이 아니더라도 대안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일깨운다. 사실, 원자력문화재단의 조사에서 향후 가장 많이 이용할 발전 방식에 대해 응답자들의 62.7%가 신·재생에너지(수력 제외, 수력만은 14.1%)라고 보고 있다.

 

05416981_R_0.jpg» 2015년 10월13일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배를 타고 고리원자력발전소 신고리 3·4호기 앞에 상륙, 신고리 5·6호기 추가 건설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2개 원전이 추가되는 것을 반대하는 의미로 '인자 원전 고마 지라, 쫌!'이라고 쓰여진 펼침막을 펼쳐보였다. 울주/ 김봉규 선인기자 bong9@hani.co.kr
 
우리나라 전력의 55.5%를 소비하는 전력집약적인 산업부문의 구조를 바꾸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러한 산업구조는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시민사회로부터의 압력, 이를 바탕으로 한 전력 요금 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변화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스스로 전력을 생산하면서 에너지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민, 자신의 에너지 소비가 야기할 환경적 사회적 영향을 성찰하는 시민이 더 많아져야 한다. 
 
윤순진/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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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활동가 박성수 “선관위, ‘권력의 개’ 말고 ‘감시견’ 돼라”…개사료 투척

시민활동가 박성수 “선관위, ‘권력의 개’ 말고 ‘감시견’ 돼라”…개사료 투척“TV조선 ‘객관성 결여’ 보도엔 침묵…뉴스타파 나경원 보도엔 경고조치?”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시민활동가 박성수 씨가 <뉴스타파>의 ‘나경원 딸 부정입학 의혹’ 보도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항의 표시로 개사료를 투척했다.

박성수 씨는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 오후 3시경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개사료를 뿌렸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박씨는 “(뉴스타파) 방송은 당시 심사에 참여했던 교수의 양심 선언성 발언을 다뤘던 것”이라며 “이에 대해 ‘공정하게’ 나경원 의원에게 해명을 요구했으나 이에 인터뷰를 거절했던 것은 나경원 의원 본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함에도 선관위가 뉴스타파의 보도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객관성이 결여된 방식의 보도’라며 무턱대고 경고조치를 하며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선관위가 박근혜 정부의 선거운동을 돕는 것 이외의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TV조선의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객관성이 결여된 방식의 보도’에는 침묵하는 선관위가 유독 정부 비판적 색채를 띤 뉴스타파에 대해 이렇게 경고조치를 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또 “뉴스타파에 대한 경고 조치는 나경원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선거지원 이외의 무엇으로 해석해야 하는가”라며 “특히나 이는 여당 후보들을 검증하러 나선 언론은 물론 시민들을 선관위가 앞장서서 재갈을 물리겠다는 처사로 보이기에 국민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권력의 개’가 아닌, 국민의 권리 침해를 감시하는 ‘감시견’으로서의 활동을 독려하고자 선관위에 개사료를 살포한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박씨는 박근혜 정부 비판 전단을 제작, 살포한 혐의로 검경이 수사를 진행하자 경찰서와 검찰청에 개사료를 살포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된 박씨는 그해 12월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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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드리겠다, 광주가 문재인에게 등돌린 이유

 
[주장] 몰표로 지지했다 돌아선 광주 민심의 참뜻
16.04.05 14:40l최종 업데이트 16.04.05 18:13l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호남 방문' 과 관련해 논란이 뜨겁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담긴 여러분의 글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기사 관련 사진
▲ 광주 조선대 찾은 문재인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해 11월 18일 광주 동구 조선대에서 특강하기 위해 강연장에 들어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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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광주 방문이 더민주 광주 후보들에게는 득이 될까, 실이 될까. 방문의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있고 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득이 될 수 없다고 보는 후보도 있다. 

예컨대 북구갑의 정준호 후보는 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를 촉구하면서 지난 3일부터 망월동에서 옛 전남도청까지 3보1배를 시작했다. 결코 득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해 그러했을 것이다. 3보1배는 아직 진행중이다.  

정 후보의 행동에 대한 지역민의 시각은 좋지 않다. 문 전 대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가장 젊은 '전략공천' 후보가 자기 비전은 내놓지 않고 탈당파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문 전 대표를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 전 대표의 광주 방문에 대한 생각은 캠프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판을 크게 흔들지 않고서는 반등이 어려운 열세 지역구의 경우 "한 번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에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박빙 열세(우세) 지역구에서는 "도박이나 다름없다, 판단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는 "당과 협의가 있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적절한가 생각하고 있다"(정장선 선거대책본부장)면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문 전 대표의 입장에서 광주방문은 피할 수 없다. 가장 유력한 제1야당의 대선 주자가 야권의 심장부라는 광주를 회피하는 건 대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쉽게 발을 떼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광주에서 뛰고 있는 더민주 후보들에게 미칠 정치적 대차대조표가 명확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종합하면, 문 전 대표는 호남선 열차에 몸을 싣고 싶어 하고, 당 지도부는 말리는 형국이다. 열쇠는 광주(호남) 후보들이 쥐고 있는데 유불리 판단이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그가 자신을 비토하는 분들을 만나 허리띠를 풀고 오해를 풀기 위한 실질적인 시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다. 그가 특전사 출신 경상도 사나이답게 오해를 풀고, 사과할 일이 있으면 시원하게 사과하여 대인배의 풍모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바람의 방향이 크게 바뀔 것으로 믿는다. 광주 사람들은 아마 그것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공부하고 광주에 직장을 두고 있는 한 장년층 아무개씨의 페이스북 글을 요약한 것이다. 나는 이 글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진단과 제안이 광주사람들의 일반적인 입장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다는 이야기다.

광주가 목빠지게 기다리는 것

통상적인 전통시장 순방과 '정권 교체', '새누리 심판', '진짜 야당'이 문재인 방문의 내용이라면 오지 않는 게 좋다. 광주사람들은 단 한 번도 '정권 교체', '새누리 심판'의 숙명을 포기한 적이 없고,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정치적 판단이 우매하지도 않다. 가르치려 들지 말고, 빤한 소리 말라는 것이 '중앙 정치인'에 대한 광주사람들의 요구다.

광주를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를 들여다 보면 세대 구간에 따라 지지정당이 확연하게 바뀌는 걸 확인할 수 있다. 20~40대까지는 더민주가 강세다. 50대 이상부터는 국민의당이 강세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세력이었던 광주의 노장층이 더민주로부터 돌아선 것이다. 왜 그랬을까.

광주의 노장층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 야당 지도자에서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온 몸으로 겪은 이들이다. 호랑이를 잡으려고 호랑이굴로 들어간 김영삼. 1987년 대통령 선거 대구 유세에서 수많은 돌세례를 피하지 않고 끝까지 연설한 김대중. 종로 국회의원을 버리고 부산으로 뛰어 들어 온갖 곤욕을 치르면서도 당당했던 노무현.

광주의 노장층이 경험한 '대통령이 된 야당 지도자들'의 정치행위는 화려하고 탁월했으며 분명했다. 거기에는 늘 고난이 따랐고, 그 고난을 정면돌파함으로써 야당 지도자들은 마침내 대통령이 되었다. 문 전 대표가 이러한 정치적 결기를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문 전 대표 스스로도, 지지자들도 "보여주었다"고 간단히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광주의 노장층들이 이구동성으로 "문재인은 대통령감이 아니다"고 단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에게 몰표를 준 호남 유권자들을 만나는 것조차 머뭇거리는 지금 이 모습에서 "대통령감이 안되는 문재인"을 거듭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문재인의 호남차별'이 만약 오해라면  "허리띠를 풀고 오해를 풀기 위한 실질적인 시도"를 하면 된다. 그러한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사람만 좋은' 지금의 문재인이 광주의 노장층은 못마땅한 것이다. 노장층의 생각이 광주 보통사람의 생각이기도 하다. 다만 총선에 임하는 전략이 다를 뿐이다.

광주의 노장층들이 '싫어하는 문재인'을 뒤집으면 '좋아할 수 있는 문재인' 모습이 나온다. 호남을 고립시킨 3당합당의 주역인 탓에 그렇게 싫어했지만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개혁적 조치를 시작하자 김영삼 대통령에게 8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도시가 광주다. 문 전 대표라고 해서 다를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남은 기간은 1주일이다.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와 며칠이라도 묵으면서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오해를 풀 일이 있으면 풀고, 막걸리도 마시다 취해 쓰러지기도 하고, 벚꽃 나무 아래서 보릿대 춤도 추고, 금남로나 상무지구 어디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큰 절도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면 바람의 방향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저에게 돌을 던지면 맞겠습니다. 저를 내쳐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더불어민주당의 젊고 참신한 광주 후보들이, 호남의 후보들이 나랏일 할 기회를 꼭 주십시오. 이 부탁을 드리려고 제가 왔습니다."

정면돌파 하지 않으면 대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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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조선대 방문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해 11월 18일 광주 동구 조선대를 방문해 특강에 앞서 대학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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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합리성에 기반한 선택이 아니다. 열망과 요구, 소통에 근거한 선택이 선거이고, 그 선택 이후에 합목적성을 추구하는 것이 대의제 민주주의이다. 광주시민의 열망과 요구, 소통의 갈증을 푸는 데서 바람은 시작될 것이다. 문재인이기 때문에 실패할 수 있지만, 문재인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곳이 광주이고 호남이다.

광주의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통령감이 되는 문재인"을 만나고 싶어 한다. 와신상담, 일취월장한 문재인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가 당신을 대권후보로 지지할 수 있다는 모스 부호를 '더민주 반대'의 형식으로 계속해서 타전하고 있다. 무조건 지지하는 '빠'와는 수준이 다른 유권자 행동이다.

문제는 문 전 대표도 그 주변도 이 모스 부호를 해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알려 드린다. 광주가 원하는 문재인의 모습으로 광주에 오면 된다. 당신들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았던가. 광주 유권자의 수준이 대한민국 최고라고. 최고의 유권자가 최고가 되려는 이에게 '최고의 포지셔닝'을 주문하고 있는 게 지금의 총선 국면이다.

포장하고 연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기본을 갖추라는 주문이다. 대권에 도전하려면 문재인은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고, 실제로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 주문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면 대권은커녕, 대권에 도전할 자격도 없다는 것이 광주 노장층의 냉철한 인식이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의원직 제명(김영삼)도 아니고 사형선고(김대중)를 내리는 것도 아니다. 어제의 지지자들이 내놓은 어려운 문제 하나도 정면돌파하지 않는 유력 대선후보를 도대체 광주가 지지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광주의 주문대로 오면 바람이 불 것이고, 그렇게 못하겠다면 바람은 역풍으로 바뀔 수 있으니, 아예 오지 않는 것이 낫다. 이것이 '국민의당'을 모스 부호로 삼아 광주의 노장층이 유력대선 후보 문재인에게 타전하는 러브콜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정우 기자는 광주에 있는 더좋은자치연구소 연구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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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4.3항쟁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2천여 노동자, 제주서 '한반도 평화' 외치다민주노총, ‘4.3항쟁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제주=엄미경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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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05  17: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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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엄미경 통신원 (민주노총 통일국장)

 

   
▲ 2016년 4.3항쟁의 정신은 ‘평화협정 체결! 정권심판 전쟁심판 4.13 총선승리’로 모아졌다. ‘4.3항쟁 정신계승! 평화기행’은 주말인 2일, 4.3 평화공원에서 민주노총의 자체 위령제와 헌화로 시작됐다. [사진 - 통일뉴스 엄미경 통신원]

‘4.3항쟁 정신을 계승하자!’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군사적 대결과 긴장이 높아지고 있으며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파탄지경에 이르러 있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제주공항과 제주항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민주노총 조합원은 1,400여명에 달했다. 금속노조, 보건의료, 건설산업, 공무원, 공공운수, 사무금융, 민주연합, 대학노조, 서비스연맹, 전교조, 화학섬유, 정보경제 연맹 등 거의 대부분의 산업 업종별 노동조합의 대표자와 조합원들이 참가했다.

4월2일 토요일, 4.3 평화공원에서 민주노총의 자체 위령제와 헌화로 시작된 ‘4.3항쟁 정신계승! 평화기행’은 평화공원 답사, 섯알오름, 알뜨르 비행장, 송악산 진지 동굴로 이어졌고 강정마을의 미 해군기지 건설장 앞에서 마무리되었다.

   
▲  2일 ‘4.3항쟁 정신계승! 평화기행’이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엄미경 통신원]
   
▲ ‘4.3항쟁 정신계승! 평화기행’은 강정마을의 미 해군기지 건설장 앞에서 마무리되었다. [사진 - 통일뉴스 엄미경 통신원]

4.3항쟁은 인간의 존엄이 저항의식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준 역사적인 투쟁이었다. 그러나 분단을 반대하고 미군정을 거부하며 투쟁했던 노동자 민중들의 한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음을 평화기행을 통해서 노동자들은 확인했고 분노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제주를 결코 평화의 섬이라고 부르지 못한다.

미 해군기지가 버젓이 들어 와 있는 강정포구 앞에서 눈앞에 보이는 군함을 등지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평화협정체결투쟁’을 힘차게 결의하였다.

4월3일 일요일 오전, 어제와 다르게 흐려진 날씨가 조합원들의 마음을 더욱 비장하게 만들었다. 노동, 민주, 민생, 경제, 외교, 남북관계 등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잘 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권 덕분에 노동자들의 투쟁 의제가 넘쳐나고 있다.

4.3항쟁 정신계승에 뒤따르는 투쟁 구호가 숱하게 나열될 수 밖에 없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2016년 4.3항쟁의 정신은 ‘평화협정 체결! 정권심판 전쟁심판 4.13 총선승리’로 모아졌다.

‘4.3항쟁 정신계승! 4.13 총선투쟁 승리! 한반도 평화협정체결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4.3항쟁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힘차게 이어졌다.

   
▲ 3일, ‘4.3항쟁 정신계승! 4.13 총선투쟁 승리! 한반도 평화협정체결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4.3항쟁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힘차게 이어졌다. [사진 - 통일뉴스 엄미경 통신원]
   
▲ 3일 기자회견은 제주시청 앞에서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엄미경 통신원]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권은 입만 열면 경제위기의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쉬운 해고를 강행하는 2대 불법 행정지침과 성과퇴출제로 노동자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고 있다”며 “노동자 민중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면서 밖으로는 굴욕적인 무능 외교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박근혜 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한 “일제 식민지 치욕의 역사를 헐값에 팔아먹고 미국의 군사적 패권 유지를 위해 들러리 역할을 자임하면서 한반도를 심각한 전쟁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랜 군사적 대결과 반복적 전쟁위기를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길 뿐”이라며 “4.3항쟁 정신계승으로 ‘한반도 평화협정체결 투쟁을 전면화할 것’을 선언했다.

그리고 “이번 총선은 단순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전쟁광들을 심판하고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노동자 민중들의 평화투쟁”이라며 “반노동, 반민주, 굴종 외교로 주권을 팔아먹는 이 땅의 정치 위정자들을 심판하고 군사독재 시절의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는 정권심판 투쟁이다”고 이번 총선 의미를 규정하고 4.13 총선 투쟁 승리를 결의했다.

   
▲ 2,000여명의 참가자들이 제주시청에서 관덕정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사진 - 통일뉴스 엄미경 통신원]
   
▲ 제주도민들이 노동자들의 행진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엄미경 통신원]
   
▲ 거세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노동자들의 투쟁 함성은 더 크게 울려퍼졌다. [사진 - 통일뉴스 엄미경 통신원]

민주노총은 “4.3항쟁의 저항정신을 계승하고 투쟁하는 노동자 대오로써 이 땅의 민중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협정체결 투쟁의 전면화! 전쟁심판, 정권심판 4.13 총선 승리 투쟁을 힘차게 전개할 것을 선언하며 2,000여명의 참가자들이 제주시청에서 관덕정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거세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노동자들의 투쟁 함성은 더 크게 울려퍼졌다.

우산을 받쳐 든 제주도민이 차도 위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4.3항쟁정신은 결코 제주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그 투쟁정신의 계승자들이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청년 학생들이다. 그렇기에 분단을 반대하고 한반도 평화협정체결 요구로 더 크게 단결하고 투쟁하는 것이 4.3항쟁정신을 이어가는 길이며 노동자들의 투쟁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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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청와대.정부청사 등 타격 경고영상 공개

北, 청와대.정부청사 등 타격 경고영상 공개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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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04  23: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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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사이트가 청와대를 타격하는 영상을 4일 공개했다. [캡처-조선의오늘]

북한이 4일 청와대와 서울.세종 정부청사, 국방부, 국정원 등 정부시설을 타격하는 경고영상을 공개했다.

북한 웹 사이트 <조선의오늘>은 이날 리정혁 방사포병이 만든 '최후통첩에 불응한다면'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실었다. 해당 영상은 '즐겨보는 한 장면 UCC' 코너에 올라와 있다.

영상은 지난달 26일 북한 군 전선대연합부대 장거리포병대의 최후통첩장을 시작으로 다양한 마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어 해당 미사일들이 '서울해방'이라는 이름으로 청와대, 서울정부종합청사, 세종정부종합청사, 주한미군사령부, 국방부, 국정원 등을 타격하는 영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잿더미로 될 것이다'라고 경고문구로 마무리했다.

   
▲ 서울정부청사를 공격하는 영상. [캡처-조선의오늘]

사이트는 앞서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을 조준하는 영화 '명령만 내리시라' 후속편 예고영상과 각종 미사일로 미국 워싱턴DC 등을 타격하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한편, 북한 장거리포병대는 최후통첩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불응할 경우 청와대와 정부기관을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전선대연합부대 장거리포병대 집중화력 타격연습을 참관하면서 "서울시 안의 반동통치기관들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리며 진군하여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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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제주강정마을 주민 등에 34억 손배.. “이게 대통합이고 상생?”

 

강동균 전 마을회장 “불법 공사로 인한 피해 주민에 전가…갈등 봉합에 찬물”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해군이 강정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34억여 원의 구상권을 청구, 주민들은 물론 정치권 등에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강동균 전 강정마을 회장은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적으로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한 나라가 있었나”면서 해군의 구상권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28일 해군은 제주해군기지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에 대해 강정마을회와 주민들, 평화활동가와 단체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강 전 회장은 공사 지연으로 275억 원의 손실금이 발생한 것은 맞지만 이는 주민들 책임이 아닌 해군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사 기간 10년 동안에 (공사를) 편법, 불법적으로 한다고 제주도로부터 공사중지 명령을 9차례나 받았다”며 또 “제주도 강정 바다의 속성을 모른 결과, 지난 볼라벤 태풍 때 케이블선이 7개나 파손돼 엄청난 손실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들이 (공사장)앞에서 농성 천막을 쳤던 반대를 했던 아시다시피 경찰들은 저희들을 전부 연행하면서 계속 공사를 했다”며 “그 275억 세금은 이 사람들의 편법, 불법적인 공사에 의한 손실금”이라고 강조했다.

강 전 회장은 “지금 벌금만 해도 거의 2000만원 이상 냈다. 단지 우리 강정마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문제점을 제기한 것밖에 없는데 벌써 그렇게 냈다”며, 여기에 “6000만원까지 물면 1억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 지난달 30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서귀포 강정마을회가 해군의 제주해군기지(제주민군복합항) 공사 지연 손해배상 청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29일 해군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강정마을 주민 등의 반대 운동으로 공사가 지연돼 추가비용 275억원이 발생했다며 구상권을 청구했다. <사진제공=뉴시스>

해군은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 등 116명에게 34억5000만원의 구상권을 청구했다. 1인당 3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또 다른 시공사인 대림건설도 230여억 원의 배상을 요구해 중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회장은 “(이건) 죽으라는 것”이라며 ‘어쨌든 반대를 했지만 해군기지가 준공이 됐고 해서 이제는 우리 주민들끼리 찬반을 떠나서 마을 갈등을 좀 봉합해 보자는 그런 분위기를 이끌려는 시점에서 (해군의 구상권 청구는) 이런 분위기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격’이라고 호소했다.

그런가하면 강 전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100% 국민대통합이란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 아니면 당신 말만 믿는 사람들만 포용해서 끌어안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대해서는 “협조와 상생을 얘기하면서 도지사 되신 분”이라며 “기자회견 하는 날 단 10분만 만나달라고 해도 만나주지도 않았다. 이게 협조와 상생의 길인지, 과연 도지사로서 도민들에 대한 자질이 있는 분인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한편, 앞서 4일 제주도의회도 성명을 내고 해군의 구상권 청구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법적인 소송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애초부터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용납될 수 없다”며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지난날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국가안보와 제주평화번영의 길에서 민과 군이 아름다운 동행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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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국 평화협정 체결 원하면 평양 초청"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6/04/05 10:12
  • 수정일
    2016/04/05 10:1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북, "미국 평화협정 체결 원하면 평양 초청"
 
“비핵화 평화협정 체결 병행 추진도 거리”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6/04/05 [09:22]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유엔주재 조선 외교 당국자는 미국이 평화협정을 원한다면 성 김 특사를 평양에 초청 할 수 도 있다고 밝혔지만 선 북핵 포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뉴욕 주재 조선 외교 당국자가 평화협정 체결과 한미군사연습 중단 없이 선핵 폐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소리 방송은 5일 조선 외교 당국자가 “비핵화는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에나 고려해 볼 사안”이라고 밝힌 사실을 보도했다.

 

뉴욕의 유엔주재 조선대표부에 주재하는 이 관리는 지난 2일 VOA’ 기자와 만나 비핵화는 “조선에 가해지는 위협이 다 사라진 뒤 평양의 결심에 달린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 추진하자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며, 두 목표의 선후관계를 분명히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당국자는 이어 지난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게 북한 당국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비핵화 목표를 담은 9.19 공동성명은 이미 “지나간 합의”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비핵화를 목적으로 한 6자회담은 앞으로 절대 열리지 않을 것이며, 평화협정 체결을 의제로 다룰 때만 회담 참가를 고려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4일 북한 외교 당국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미국의 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고 답해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우선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9.19 공동성명의 모든 당사국이 도달한 합의에 기초해 진정성 있고 신뢰할 만한 협상에 열려있다는 점을 조선 당국에 거듭 전달해왔다는 설명이다.

 

앞서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달 31일 6자회담 절차를 재개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지속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는 것과 한반도 긴장을 극적으로 낮추는 것이야말로 미국 정부의 일관된 기조라고 강조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조선이 도발적 행동을 멈추고,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6자회담에 복귀해 주길 바란다는 입장도 전했다.

 

유엔주재 조선 외교관은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 6자회담은 물론 지난해 제기된 조건 없는 ‘탐색적 대화’에도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또 추가 핵실험을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 핵무기를 계속 발전시키겠다는 조선 당국의 의지를 확인하면서, 이는 미국의 태도에 달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의 정책은 평화협정 체결과 미-한 연합 군사훈련의 중지라며, 이 두 가지 의제를 토론할 의사가 있다면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평양에 초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관리는 지난해 말 ‘뉴욕채널’을 통해 미 국무부에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를 제안했었다고 확인했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10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제기한 문제를 공식 전달하는 차원이었지만, 미국이 비핵화 협상이 우선이란 점을 강조해 없던 일로 됐다는 설명이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미국 정부가 조선 핵실험 수 일 전에 6·25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조선과 은밀히 합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국제정세 전문가들은 조-미 양국이 극단적 무력 위협으로 맞서다 대화분위기로 나가는 것을 두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대결이 아닌 평화적 방법에 의해 문제가 풀릴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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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트럼프보다 힐러리가 더 위험하다!"

 
[유라시아 견문] 트럼프 : 미국의 시대정신
 
| 2016.04.05 08:05:57


 

오바마 독트린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사의 풍경 하나가 떠오른다. 아웅산 수치의 사진이 전면을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사진이 조그맣게 붙어 있었다. 2008년 젊고 싱싱한 모습이었다. 그새 희끗희끗 머리칼이 많이 새었다. 한 나라의 집권당을 목전에 둔 정당 사무실에 미국 대통령 사진이라. 마땅치 않았지만 너그러워지기로 했다.

사진으로 담을까 하다가 셔터를 누르지도 않았다. 자칫 침소봉대가 될 수 있었다. 'HOPE', 'CHANGE', 'Yes, We can' 등 당시의 희망찬 구호들은 민주화 시대로 진입하는 NLD의 다짐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실제로 오바마는 2012년 미얀마를 방문하여 수치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미국의 소프트파워, 매력 공세를 펼쳤다. 

잊고 있던 그 사진을 다시 떠올린 것은 미국의 시사지 <애틀랜틱(The Atlantic)>에 실린 '오바마 독트린(The Obama Doctrine)'을 읽으면서다. 3월 중순, 온라인 판이 공개되었다. 퇴임을 앞두고 그의 외교 정책을 회고하는 인터뷰였다. 분량이 매우 길다. 이 잡지의 지난 10년 기사 가운데 가장 길지 싶다. 정리가 잘된 것 같지도 않다. 다소 산만하다.

편집자도 그렇게 느낀 모양이다. 기사 말미에 핵심을 요약하는 친절을 베풀었다. 내가 더 줄이면 이러하다. '중동은 더 이상 미국에 가장 중요한 지역이 아니다. (동)아시아가 가장 중요하다. 중동에 관여를 계속해도 사태가 개선되기는 힘들다. 미국의 패권을 감소시킬 뿐이다. 세계는 미국의 패권 저하를 바라지 않는다.' 고로 미국은 중동에서 발을 빼야한다는 뜻이렸다. 

이 기사가 공개된 직후,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시리아에 파병한 러시아군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9.11 이후 군사 개입에 거듭 실패한 미국과 견주어 러시아는 불과 반년 만에 시리아의 (일시적인) 안정을 이루었다. 21세기 첫 15년간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쏟아 부은 비용이 1.6조 달러(비공식 통계로는 6조 달러)이다. 

그럼에도 이라크는 IS(이슬람국가)가,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이 장악해가고 있다. 반면 러시아의 시리아 진출은 5억 달러에 그쳤다. 3000배, 혹은 8000배의 차이이다.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 해결을 발판으로 이란, 이라크, 레바논, 이집트 등 중동 전역에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관여 축소와 러시아의 개입 확대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유라시아에 새판이 짜여간다. 

인터뷰를 다른 식으로 독해할 수도 있다. 오바마는 지난 7년간 군산 복합체와 얼마나 치열하게 각투(혹은 암투)해왔는지를 은근하게 드러낸다. 군산 복합체는 군부와 군수 산업계 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정보 기관, 첩보 기관, 금융 기관에 언론계와 학술계, 시민 단체까지 망라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군산학 복합체'이다. 미국의 호전적 정책에 편승하여 실리를 취하는 이익 집단이다. 오바마는 워싱턴의 '외교 안보 전문가'들이 거듭 잘못된 훈수를 두었다고 역정을 낸다. 군산학 복합체의 이익에 복무하며 대통령의 의지를 꺾으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은 베트남 전쟁부터 그러했다. 존 F. 케네디와 힌든 존슨은 동남아의 정글에 개입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그릇된 판단을 유도하는 이들이 백악관 안팎에 포진하고 있었다. 제2차 세계 대전으로 굴기하여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통해 성장하고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항구적인 전시 체제를 기획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이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미국의 신뢰성(credibility)이다. 당장 이익이 아니더라도, 혹은 그 기회비용이 높다 하더라도, 미국의 위신에 손상이 가는 일에는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동맹국과 적대국 및 전 세계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국의 책무'라고 말할 것이다. 

오바마는 이의를 제기한다. '제국의 고충'을 덜어내자고 한다. '세계의 경찰' 노릇과 일정한 거리를 두자는 것이다. 그래서 시리아 사태에 무력행사를 거부하고, 남중국해에서도 실질적인 군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랜 적성국이었던 이란과는 화해하고, 쿠바는 직접 방문했다. 그의 진지한 고뇌에 일정하게 공감한다. 문제는 그가 곧 퇴임한다는 것이다. 후임자는 어떠할 것인가? 

내부자와 외부자 

하나의 유령이 미국을 떠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유령이. 11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이 말에는 다소간 어폐가 있다. 그가 유력한 후보가 되었다는 말은 그만큼 미국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우려하고 있는지를 깐깐하게 따져볼 필요성이 생긴다. 

올해 미국 대선은 9.11 이후 16년, 뉴욕발 금융 위기 이후 8년, 21세기 초 미국의 중간 결산 격이다. 가장 큰 특징은 미국 정치를 규정했던 양당 과점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가,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내 주류 세력을 위협한다. 20세기형 정당 정치, 보수 대 진보라는 구도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엘리트 대 풀뿌리, 내부자 대 외부자의 새 구도로 재편되었다. 

여전히 20세기의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자칭 민주 개혁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동일한 현상도 다르게 해석한다. 샌더스의 활약에서는 미국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추키고, 트럼프의 약진에서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짚는다. 제 눈에 안경이고, 제 논에 물대기이다. 정파적 사고의 병폐가 몹시 깊다. 

오히려 트럼프 현상이야말로 '참여 민주주의', '풀뿌리 민주주의'에 가깝다. 기층의 바람몰이로 엘리트 정당 정치를 뒤흔들고 있다. 공화당-민주당의 양당 과두제에 도전하는 '민주적 열정의 표출'이다. 신자유주의(민주당)와 신보수주의(공화당)의 적대적 공존에 균열을 내는 '신민주주의'의 물결이다. 

이 '새 정치'로 말미암아 거대 양당 구조의 실상 또한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공화당 주류파에서 트럼프보다는 차라리 힐러리를 지지하겠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들린다. 억만장자 트럼프는 군수 기업과 금융계의 지원이 필요 없다. 자본의 입김에서 홀연 자유롭다. 민주당 및 공화당과 유착되어 상징 자본을 누려왔던 주류 언론과 주류 지식인들도 힐러리 지지로 합세하는 모양새다. 그들이 펜대를 굴리고 세치 혀를 놀림으로써 관리할 수 있는 인물이 힐러리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들과 '말이 통하는 사람', 이른바 내부자이다.

따라서 샌더스를 지지했던 표가 힐러리로 옮아갈 지 미지수이다. 공화당 대 민주당, 보수 대 진보라는 20세기형 구도가 지속된다면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내부자 대 외부자, 엘리트 대 풀뿌리의 구도라면 어찌될 것인가.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힐러리를 '극혐'한다. 그녀가 진보적이라서가 아니다. 주류 엘리트이기 때문이다. 균열선은 좌/우가 아니라 내/외로 그어졌다. 그래서 '사회주의자'라는 아웃사이더 샌더스에 더 호감을 가지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네오콘과 월가가 힐러리를 더 선호한다는 사실이 확연해질수록 샌더스를 지지했던 표심도 흔들릴 공산이 크다. 힐러리보다는 트럼프로 갈아탈 수도 있지 않을까? 힐러리의 당선은 미국의 현상 유지에 그친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명예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남편과 현직 대통령과 양당의 전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20세기의 연장선, 쇼는 계속될 것이다. 반면 트럼프의 당선은 긍/부정을 아울러 미국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이념적 지향에서 양 극단을 달리는 샌더스와 트럼프가 외교 정책에서는 수렴되고 있음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둘 다 오바마가 지적했던 워싱턴의 파워 엘리트들과 단절되어 있다. 주요 싱크 탱크의 유명 인사들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는다. 더 중요하게는 두 사람 모두 적극적인 대외정책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모자에 새겨진 "Make America Great Again"을 오독하지 말아야 한다. 

그(와 지지자)가 꿈꾸는 위대한 미국은 순전히 아메리카 안에서의 일이다. 남 나라 사정에는 관심이 없다. 이들에게 위대한 미국이란 워싱턴과 뉴욕과 할리우드의 글로벌 엘리트가 좌지우지하는 미국화된 세계가 아니다. 보통 사람들도 열심히 일하면 더 나은 삶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19세기와 20세기의 미국을 향수한다. 토박이들, 토착파들, 전통파들, 반세계화주의자들이다. 미국(만)을 사랑하는 백인 청교도들이다.

트럼프는 오바마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동맹국에 대한 관여마저 뜨악하다. 미국의 동맹국을 보호하는 것이 미국의 핵심 이익이라는 '교조'에서 벗어났다. 대신에 미국의 보호에 대한 비용을 더 지불하라고 한다. 지불할 수 없다면 떠나겠다고 으름장이다. 즉, 트럼프가 미국의 안과 밖으로 발신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미국을 내버려둬라, 우리도 너희를 내버려두겠다.(Leave America alone, and We will leave you alone.) 마침내 미국서도 국가 간 체제의 제1원칙에 충실한 정치인이 등장한 것이다. 상호 내정 불간섭이다. 그래서 냉전기 제국과 속국의 비대칭적 교환으로 작동했던 '미국식 조공체제'를 파기하려 든다. 늦은 탈냉전의 조짐이다. 

오늘의 미국은 더 이상 20세기의 미국이 아니다. 우리도 고달프고, 너네도 불만인 '가치 동맹'(=십자군적 세계관의 근대화)일랑 마침표를 찍자는 것이다. 트럼프는 민주주의를 유일 사상으로 섬기는 이데올로그가 아니다. 전 세계를 민주화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근대의 선교사도 아니다. 사업가이다. 손익을 따진다. 수지가 맞지 않으면 접는 편이 득이라고 생각한다. 기업가적 합리성으로 미국의 현재를 꽤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분수와 처지를 제대로 꿰고 있다. 

국제주의와 제국주의 

트럼프를 가리켜 '고립주의'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 반대편에는 '국제주의'를 세운다. 노련하고 노회한 프레임 짜기이다. 폐쇄적인 고립주의보다는 국제주의가 한결 진취적으로 보인다. 기만적인 말장난이다. 9.11 이후 16년, 줄곧 '국제주의'가 가동되었다. 아프가니스탄부터 리비아까지, 중동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국제주의보다는 호전주의가 正名(정명)에 더 가까울 것이다. 혹은 제국주의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성 싶다.

국제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 힐러리이다. 한때는 영부인으로, 한창 때는 국무부 장관으로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민주주의와 자유와 평등, 인권을 매우 중시하는 진보파이기도 하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독재 정권을 타도하고자 하는 열렬한 호전주의자이기도 하다. 이라크와 이란에 가장 적대적인 인물이 힐러리였다. 장관으로 실적도 거두었다. 리비아의 카다피를 제거했다. 북아프리카의 독재자를 사살함으로써 IS가 창궐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민주주의 근본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의 악순환을 한층 악화시킨 장본인이 그녀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했다. 서늘한 진실을 담고 있는 격언이다. 자유민주주의 이외의 어떠한 이념과 체제도 승인하지 않는 이들이 현대 세계의 가장 과격한 근본주의자들이다. 사회주의와의 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자기 교정과 자기 성찰 능력도 상실했다. 그 안하무인으로 탈냉전 이후의 세계를 테러와 난민의 세기로 만든 것이다.

힐러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 세력은 (좌/우를 막론하고) 실망할 것이다. 군산 복합체는 환영할 것이다. 그녀의 신념을 발판삼아 재차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국제주의'의 다음 불장난은 중동보다는 동아시아가 될 공산이 크다.

파시스트와 리얼리스트 

'트럼프 대통령' 저지를 선도하고 있는 공화당 주류 인사들이 파시즘을 우려한다. 부시 정부 아래서 활개 쳤던 인사들이 뻔뻔하게 그런 주장을 편다. 듣자니 민망하다. 정보 조작과 대중 선동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불구의 나라로 만든 주역들이다. 트럼프가 그들의 기득권을 흔들자 돌연 파시즘을 걱정하는 시늉을 내는 것이다. 후안무치하다. 현대 정치인의 기본 자질을 갖추었다. 

트럼프야말로 아프간과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고 있다. 금기였던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시비조다. 중동 평화에 기여하지 않고 호전적 태도를 일삼는다며 비난을 퍼붓는다. 오바마처럼 돌려 말하지 않고 돌직구를 던진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기상이 용맹하다. 물론 무슬림과 히스패닉과 여성과 소수자들에 대한 그의 발언은 끔찍하다. 도가 지나치다. 

하지만 덜 세련되고 덜 정련되었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했을 때, 힐러리는 흑인 청년들을 약탈자(super-predators)라고 경멸하여 곤욕을 치른바 있다. 힐러리가 더 빼어난 것은 미디어 앞에서의 연출과 연기에 능수능란하다는 점이다. 세련되고 모던한 정치인이다. 가면극에 탁월하다. 

트럼프는 일견 인종 차별주의자로 보이지만, 그가 제출하고 있는 국제 전략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미국에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한다며 남의 나라에서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라크의 후세인과 리비아의 카다피가 있는 편이 중동 안정에 더 이로웠다고도 한다. 외국의 독재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개방시켜 경제 발전을 유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도 한다. '정경분리', '先經後政'(선견후정)에 가깝다. 그는 담대한 아이디얼리스트가 아니다. 철저하게 계산적인 리얼리스트이다. 

리얼리스트는 미국 외교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민주화'를 표방하며 실패를 반복하는 호전파의 대척점에 자리한다. 가장 유명한 이로는 닉슨 대통령의 안보 보좌관 헨리 키신저를 꼽을 수 있다. 베트남전쟁의 수렁에서 미국을 구해내기 위하여 중국과의 화해를 도모했다. 공산주의 확산 저지를 명분으로 전쟁을 지속하기보다는 중국공산당과 손을 잡음으로써 탈냉전을 견인했다. 

트럼프도 엇비슷하다. 그는 강력한 지도자가 이끄는 국가는 비록 민주적이지 않더라도 필요악으로 인정한다. 유독 푸틴을 높이 사는 이유이다. 미국이 푸틴을 적대시할수록 중국과 러시아가 결속하여 미국에 대항한다며, 러시아와의 화해가 필요하다는 실용적인 판단도 내린다. 응당 우크라이나에서 '민주화'를 선동하기보다는 유럽의 문제는 유럽에 맡기자고 한다. 냉전의 유산인 NATO에도 부정적이다. 이 모든 현실주의자로서의 면모는 죄다 외면하고 돌출발언만을 부각시켜 파시스트로 낙인찍는 것 또한 민주 개혁 진영의 커다란 편견이며 편향일 것이다. 

<1984> 

나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유명한 사람보다는 유능한 인물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유능한 이보다는 유덕한 사람이 최고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德(덕)을 쌓은 사람이 福(복)을 베풀 수 있다. 인간은 논리로 설득되지 않는다. 솔선수범하여 감화시키고 감득시켜야 한다. 이성적 토론을 통한 합리적인 의사 결정? 민주주의의 이상은 근대의 신화이다.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계몽주의적 오해 위해 세워진 모래성 같은 제도이다.

트럼프 현상 또한 민주주의가 쇠퇴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가면 아래 민낯이다. 100년도 안 된 이 새파란 제도는 20세기 후반 줄곧 오작동 했다. 당장 세계 지도를 펼치고 민주주의 국가들을 살펴보기를 바란다. 그 중 훌륭한 거버넌스를 갖춘 국가가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기 바란다. 열손가락 꼽기도 쉽지 않다.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주어도 1할이 채 안 된다. 공시적으로도, 통시적으로도 미심쩍은 제도이다. 그럼에도 외면하고 간과했을 뿐이다. 고도성장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경제발전의 풍요가 민주주의의 실상을 가렸던 것이다. 

나는 1인 1표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가 화석 연료 시대의 예외적인 정치 제도였다는 생각을 점점 굳혀가고 있다. 아테네에서 반짝했다가 2000년이 넘도록 부정당하고 기각되었던 제도가 (일시적으로) 부활한 마법의 비결에도 지하자원의 남용이 있었다고 여긴다. 인간 사회에 과도한 에너지가 일시에 투입되면서 그 무질서(자유 상태)를 제도적으로 흡수하는 정치형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민주주의의 성립 과정과 석탄과 석유의 발견 과정, 그리고 민주주의를 유일 신앙으로 삼는 학문과 사상의 확립 과정은 중동과 유럽으로 서진하면서 차차 살펴갈 작정이다. 

즉 20세기의 번영은 석탄과 석유를 때우며 이룬 것이지, '각성한 노동자', '깨어있는 시민'들의 집합적 의지로 성취한 것이 아니었던 듯하다. 민주주의는 인민들의 붉은 피가 아니라 땅 밑의 검은 기름을 먹고 피어났던 것이다. 헌데 그 지하자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저성장 혹은 성장 없는 살림살이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아버지만큼 잘 사는 아들이 나오기 힘든 시대로 진입한다. 20세기만큼 풍요로운 세기 또한 도래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연 상태'로 되돌아간다. 

그럴수록 민주주의의 오작동은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다. '인간 해방'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자원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욕망의 절제를 미덕으로 삼고, '자유인'을 동경하기보다는 聖人(성인)을 존경했던 정치문화가 재차 기지개를 펼 것이다. 인권(Human Right)을 내세우기보다는 人性(인성) 도야가 강조될 것이다. 

독일의 유력지 <슈피겔>은 트럼프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지목했다. 옳은 말씀이다. 근대의 마지막 신화, '민주주의 근본주의'를 근저에서 허물고 있는 이단이기 때문이다. 서둘러 봉합하려 든다. <뉴욕타임스>, <르몽드>, <가디언>, <슈피겔>, <아사히신문>, <한겨레> 등 각국의 민주와 진보를 상징하는 언론들도 대동소이하다. 혹시 이들이야말로 '민주주의 근본주의'를 사수하는 최후의 프로파간다 기구는 아닐까. '새 정치'의 출현을 가로막고 있는 <1984>의 빅브라더(Big Brother)일 수 있다.

미얀마에서 식민 경찰로 한 때를 보내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가 조지 오웰이었다. 미얀마에서는 농반진반으로 '1984년의 미얀마'를 예측한 예언서라며 <1984>를 높이 산다. 그런 구석이 크다. 그런데 그뿐일까. 오웰은 미얀마에서 영국의 '문명화 사업'에 환멸과 염증을 느꼈다. 기만적인 '백인의 책무'에 구역질을 했다. 그래서 제국의 옷을 벗고 펜을 들었던 것이다. 제국주의의 본질을 직시한 조지 오웰은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스페인 내전에도 투신했다. 

따라서 <1984>를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은유만으로 읽어내는 것도 '냉전적 독해'에 그친다. 그 반대편 민주주의 사회는 얼마나 달랐던 것일까? 그런 의심과 회의 자체가 원천 봉쇄되어 있다는 점에서 '1984'의 가공할 상태와 유사하지 않은가. 19세기 영국의 문명화 사업과 20세기 미국의 민주화 사업은 연속적인 것이다. 빅브라더가 진화한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밖을 상상하지 못한다. 고작 다시 민주주의, 더더 민주주의이다.

11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사상 해방'은 폭발할 것이다. 20세기 전반의 파시즘과 20세기 후반의 공산주의를 '전체주의'로 묶고, 그 맞은편에 민주주의를 세웠던 20세기형 프레임이 붕괴할 것이다. 그러나 당선이 안된다하더라도 미국은 장기적으로 트럼프의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세계를 향해 활짝 열렸던 문은 차츰 닫혀갈 것이다. 벽을 치고 담을 쌓을 것이다. 제국의 활력 또한 현저히 줄어들어갈 것이다. 자연스레 대서양과 태평양과도 멀어져갈 것이다. 미국의 위상 저하와 함께 민주주의 또한 쇠락해 갈 것이다.

한 시대의 지배 이념은 패권국의 이념이라 했다. 2076년이면 미국 건국 300주년이 된다. 세 번의 100년을 온전히 나는 나라가 거의 없음이 역사의 증언이다. 신대륙도 예외는 아니지 싶다. 미국의 쇠락과 더불어 '진보'라는 근대의 신화 또한 퇴화해갈 것이다. 아메리카의 새 문명이 회군하면서, 유라시아의 옛 문명들이 回生(회생)할 것이다.

200년 전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나폴레옹을 가리켜 '시대정신'이라 했다. '문제적 개인'이라고도 했다. 그를 흉내 내어 트럼프를 21세기 미국의 시대정신을 담지한 문제적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헤겔이 나폴레옹에게서 '시대정신'을 보았을 때, 미국을 직접 견문하며 민주주의를 살핀 이가 프랑스의 청년 귀족 토크빌이었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출간한 것이 1835년이다. 건국 70여년, 파릇파릇한 미국을 관찰했다. 그럼에도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선동하지는 않았다. 그는 반신반의했다. 득과 실을 고루 따졌다. 밝음과 어둠을 함께 살폈다. 특유의 균형감각으로 고전의 반열에 오를 책을 썼다.

토크빌이 21세기를 산다면 어디로 갈 것인가? 나는 인도라고 생각한다. 건국(1947년) 70주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가 인도이다. 미국부터 40개 민주주의 국가들을 합해야 인도의 규모에 이르게 된다. 민주주의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21세기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인가? 인도에서 결판날 것이다. 북아메리카보다는 남유라시아를 주목해야 한다. <인도의 민주주의>를 써야할 시점이다. 과연 거대한 변화가 진행 중이었다. 인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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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 압착 사고로 사망한 남현섭 동지, 당신의 삶을 기억하겠습니다

스티로폼 파쇄기로 빨려들어간 그의 삶

[기고] 프레스 압착 사고로 사망한 남현섭 동지, 당신의 삶을 기억하겠습니다

16.04.04 21:18l최종 업데이트 16.04.04 21:18l

 

 

지난 3월 29일 오전, 경기도 시흥의 스티로폼 파쇄 업체에서 파쇄기에 상반신이 압착되는 사고로 한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20대에 산재를 겪고 이후 15년 동안 산재노동자를 위한 활동가로 살았던 남현섭(49)씨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그와 함께 활동했던 전지인 건강한노동세상 사무국장의 추모글을 싣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황망한 소식이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사고였습니다. 

그는 20대에 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 네 개가 잘린 산재노동자였고, 그 후 15년 동안 산재상담을 하던 활동가였습니다. 그랬던 그가 다시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2016년에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2016년에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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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둘째아이 돌잔치 때 부인과 두 아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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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섭 동지는 47세에 결혼한 늦깎이 신랑이었습니다. 그는 산재노동자이기 때문에 결혼에 소극적이고 위축되면서도 늘 행복한 결혼을 꿈꾸던 평범한 활동가였습니다.

"나에게 결혼은 단순하다. 먹고 살 만큼만 일해서 벌고 내 반쪽이랑 신나게 여행도 다니고 욕심 없이 살면서 평생 옥신각신 싸우기도 하며 즐겁게 사는 것이 나의 조그만 소망이요, 내가 그리는 청사진이다." (건강한노동세상 소식지 30호, 남현섭)

그는 소박한 꿈을 꾸었고, 어렵게 반쪽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가정을 이룬 지 단 4년 만에 일어난 사고입니다. 3살, 5살의 두 아들과 소박하게 가정을 꾸려나가려 했지만 활동비가 부족했고, 일을 다시 시작했을 때는 산재로 인한 장애 때문에 저임금 사업장으로 내몰리고 말았습니다. 

남현섭 동지가 일한 공장은 폐스티로폼을 파쇄하는 경기도 시흥의 한 영세사업장이었습니다. 공장장과 남현섭 동지 단 두 명이 일하던 사업장이었습니다. 이곳의 실제 사장은 신용불량으로 26살 아들의 명의를 빌려 사업을 시작한 지 두 달째라고 합니다. 남현섭 동지도 이 사업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반 만에 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영세사업장의 사장은 그저 돈을 적게 들여 사업을 시작할 생각만 했지 사업장의 안전이나 일하는 사람의 건강은 안중에 없는 듯했습니다. 실제 만나본 사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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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의 생전 활동사진 인천산재노협 총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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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 33조 2항에 따라 파쇄기 접촉을 예방하는 덮개와 비상 정지 센서만 있었더라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였습니다. 안전장치가 전무한 기계가 사업장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음에도 노동부는 어떠한 감독도, 규제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사고 이전부터 파쇄기 앞쪽에 몸을 지탱할 수 있는 가슴 높이의 안전난간을 설치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위험에 대한 그 어떠한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업체는 15일 영업정지를 당했고, 사장은 폐업을 할 것입니다. 아마도 공장과 기계는 헐값에 또다른 사장에게 넘어가겠죠. 그 사장은 사고가 났던 기계로 다시 일을 시작할 겁니다. 

고작 얼마의 이윤 때문에 영세 사업장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은 이곳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살아생전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산재 노동자의 벗으로 헌신했던 남현섭 동지의 마지막 길이 안타깝기만 한 이유입니다. 

남현섭 동지는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에서 산재상담을 하면서 힘에 부칠 때마다 홀로 갈등하면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한길을 걸었습니다. 사무실보다는 병원으로, 공단으로 뛰어다니면서 지키고자 했던 남현섭 동지. 그와 그로 인해 행복했을 수많은 산재노동자의 삶을 기억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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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의 치열한 해안상륙 대결전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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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6/04/04 09:55
  • 수정일
    2016/04/04 09:5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개벽예감199] 북미의 치열한 해안상륙 대결전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6/04/04 [09:39]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평양진격’ 가상한 31번째 상륙연습
2. 도구해변에서 상륙연습, 산서리까지 내륙진공연습
3. ‘쌍룡훈련’은 이래서 말짱 헛수고였다
4. 공병정찰조가 해안침투연습에 들고 간 뜻밖의 물건
5. 조선인민군에는 저격수가 없고 저격병이 있다
6. 상륙정에서 내린 전차와 화염방사장갑차

 

▲ <사진 3> '쌍룡훈련'에 참가한 미국군과 한국군의 상륙함선들이 경상북도 동쪽에 있는 해상작전구역에서 2016년 3월 9일 방대한 규모의 해상무력시위를 벌였다. 그 날 해상무력시위에는 미국 해군 본험리처드호 상륙준비단 함선들과 박서호 상륙준비단 함선들, 그리고 한국 해군 제5성분전단 함선들이 동원되었다. 그 함선들은 해상작전구역을 5열 종대로 항진하였다.     ©자주시보

 

 

1. ‘평양진격’ 가상한 31번째 상륙연습

 

상륙전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작전이다. 특히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 작전환경에서 상륙전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미국군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때로부터 1년 3개월이 지난 1954년 10월 거제도에서 상륙연습을 처음 시작한 이후 2년마다 한 차례씩 대규모 상륙연습을 빠짐없이 계속해오고 있다.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2016년 3월 7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쌍룡훈련 2016’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강행한 31번째 상륙연습이었다. 올해 ‘쌍룡훈련’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아보면, 한반도에 조성된 일촉즉발의 전쟁재발위험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감지할 수 있다.


미국군은 상륙준비단(Amphibious Ready Group)을 상륙전에 동원하는데, 상륙준비단에는 40,000t급 상륙강습함 1척, 25,000t급 상륙수송함 1척, 16,000t급 상륙수송함 2척, 1,400t급 소해함 3척, 185t급 공기부양정 6척, 5t급 쾌속정 5척이 배속된다. <사진 1>


상륙준비단 중에 해안에 실제로 상륙하는 상륙무력은 해상원정대(Maritime Expeditionary Unit)인데, 해상원정대에는 상륙보병대대 병력 2,200명, 전차 4대, 장갑차 7~16대, 상륙장갑차 15대, 공격헬기 4~6대, 수송헬기 7대, 수직이착륙기 12대, 지상공격기 6대, 수송기 2대, 전투차량 63대, 수송차량 30대, 155mm 곡사포 15문, 81mm 박격포 8문, 대전차미사일 16발 등이 배속된다.

  
상륙준비단, 항모타격단, 잠수함대, 해상항공대를 모두 포괄하는 가장 큰 범위의 미국 해군 무력단위가 원정타격단(Expeditionary Strike Group)인데, 미국은 9개의 원정타격단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9개 원정타격단 가운데 2개 원정타격단이 조선을 공격할 준비를 갖추고 일본과 그 주변해역에 대기하는 중이다. 
미국이 일본에 전진배치한 원정타격단은 제76기동부대(Task Force 76)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제7원정타격단이다. 이 원정타격단은 미국의 9개 원정타격단들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에 상시배치된 상륙부대다.

 

▲ <사진 2> 이번 '쌍룡훈련'에서 조선상륙을 가상한 상륙연습을 감행한 본험리처드호 상륙준비단 본대는 경상남도 부산에서 남쪽으로 230km 떨어진 일본 나가사끼현 사세보에 주둔한다. 26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사세보는 미국군 상륙무력의 발진거점인 것으로 하여, 전시에 조선인민군의 기습선제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사세보항에는 미국 해군 제7함대 소속 군함들이 즐비하게 정박되어 있다.     ©자주시보


조선상륙을 가상한 상륙연습을 감행한 본험리처드호 상륙준비단(USS Bon Homme Richard Ready Group) 본대는 경상남도 부산에서 남쪽으로 230km 떨어진 일본 나가사끼현 사세보(佐世保)에 주둔하고, 그 상륙준비단 산하 헬기소해중대(Helicopter Mine Countermeasures Squadron) 분견대는 경상북도 포항에 전진배치되었다. <사진 2> 


미국은 올해 ‘쌍룡훈련’에 사상 처음으로 2개의 상륙준비단을 동원하였다. 일본 사세보에 주둔하는 본험리처드호 상륙준비단과  그 중추전력인 제31해상원정대(Maritime Expeditionary Unit), 그리고 미국 본토 태평양연안 최남단에 있는 쌘디에고(San Diego)에 주둔하는 박서호 상륙준비단(USS Boxer Amphibious Ready Group)과 그 중추전력인 제13해상원정대를 모두 동원한 것이다.


본험리처드호 상륙준비단과 함께 올해 ‘쌍룡훈련’에 참가한 박서호 상륙준비단은 조선이 제2차 핵시험을 진행한 2009년 5월 이후부터 제7함대 해상작전구역에 수시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만일 미국이 조선을 공격하게 되면, 2개의 상륙준비단을 동시에 동해로 출동시킬 것임을 예고한다. 
미국은 올해 ‘쌍룡훈련’에 한국 해군 제5성분전단을 참가시켰다. 3,000명 병력으로 구성된 제5성분전단은 상륙전대, 기뢰전대, 군수지원대, 해난구조대로 편성되었는데, 이 전단에 18,000t급 독도함이 배속되었다.


미국군은 올해 ‘쌍룡훈련’에 4,500명 병력으로 구성된 상륙준비단을 2개나 출동시켰으므로, 상륙연습에 동원된 미국군 총병력은 9,200명이고, 그들의 뒤를 따라 출동한 한국군 병력은 제5성분전단 소속 3,000명이다. 미국은 31번째로 진행한, 조선상륙을 가상한 올해 ‘쌍룡훈련’에 한국군보다 3배 이상 많은 미국군을 동원한 것이다.  

 

▲ <사진 3> '쌍룡훈련'에 참가한 미국군과 한국군의 상륙함선들이 경상북도 동쪽에 있는 해상작전구역에서 2016년 3월 9일 방대한 규모의 해상무력시위를 벌였다. 그 날 해상무력시위에는 미국 해군 본험리처드호 상륙준비단 함선들과 박서호 상륙준비단 함선들, 그리고 한국 해군 제5성분전단 함선들이 동원되었다. 그 함선들은 해상작전구역을 5열 종대로 항진하였다.     ©자주시보

 

 

2. 도구해변에서 상륙연습, 산서리까지 내륙진공연습


미국군이 올해 ‘쌍룡훈련’에 동원한 중추적인 상륙수단은 40,000t급 상륙강습함인 본험리처드호다. 상륙연습을 총지휘하는 기함(flagship)의 역할을 수행한 본험리처드호가 부산에 입항한 날은 2016년 3월 3일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3월 6일 ‘쌍룡훈련’에 참가한 미국군과 한국군의 상륙함선들이 경상북도 동쪽에 있는 해상작전구역에 집결하기 시작하였다. 그로부터 또 다시 사흘이 지난 3월 9일 해상무력시위가 진행되었다. ‘쌍룡훈련’에 참가한 거대함선들이 총출동한 방대한 규모의 해상무력시위에서 미국 해군 본험리처드호 상륙준비단 함선들과 박서호 상륙준비단 함선들, 그리고 한국 해군 제5성분전단 함선들이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경상북도 동쪽에 있는 해상작전구역을 항진하였다.

 

▲ <사진 4> 2016년 3월 13일 일본 요꼬스까에 주둔하는 100,000t급 초대형 핵추진항공모함 존스테니스호가 부산에 입항하였다. 미국은 이번 '쌍룡훈련'에 항모타격단 1개와 상륙준비단 2개를 동시에 출동시켰던 것이다. 이런 규모의 해상무력은 전면전을 벌이고도 남을 만한 방대한 무력다.     ©자주시보


그로부터 7일이 지난 3월 13일 100,000t급 초대형 핵추진항공모함 존스테니스호(USS John C. Stennis)가 부산에 입항하였고, 3월 16일에는 경상북도 포항시 남쪽에 있는 도구해변에서 대규모 상륙연습이 진행되었다. 이로써 미국은 항모타격단 1개와 상륙준비단 2개를 동해의 해상작전구역에 동시에 출동시킨 것이다. <사진 4>


미국이 그처럼 전례 없이 방대한 규모로 편성된 항모타격단과 상륙준비단들을 동시에 동해로 출동시켜 조선상륙을 가상한 전쟁연습을 감행하였으니, 조선이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사진 5> 2016년 3월 16일 '쌍룡훈련'에 참가한 상륙부대들이 경상북도 포항에 있는 도구해변으로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위의 사진은 당시 상륙장갑차들이 바다에서 연막탄을 터뜨리며 상륙구역인 도구해변으로 밀려드는 장면이다.     ©자주시보


2016년 3월 16일 ‘쌍룡훈련’에 참가한 상륙부대들은 <사진 5>에서 보는 것처럼 도구해변으로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상륙부대들은 상륙구역에서 정남향에 있는 포항시 남구 장기면 산서리까지 약 15km 구간을 이동하면서 내륙진공연습을 벌였다. <사진 6>은 산서리에 도착한 미국군 해병대 포병들이 155mm 곡사포를 바다쪽으로 사격하는 장면이다. 그들이 상륙구역으로부터 내륙 깊숙이 이동하여 실탄사격을 연습한 것은 올해 상륙연습이 실전분위기 속에서 강도 높게 진행되었음을 말해준다. 상륙부대들은 상륙 및 내륙진공연습을 마친 뒤 원래 상륙한 지점인 도구해변으로 되돌아갔으며, 거기서 바다로 빠져나가 해상에 떠 있는 상륙함선들로 복귀하였다.

 

▲ <사진 6> 도구해변에 상륙한 상륙부대들은 상륙지점에서 정남향에 있는 포항시 남구 장기면 산서리까지 약 15km 구간을 이동하면서 내륙진공연습을 벌였다. 위의 사진은 산서리에 도착한 미국군 해병대 포병들이 155mm 곡사포를 바다쪽으로 사격하는 장면이다. 그들이 상륙구역으로부터 내륙 깊숙이 이동하여 실탄사격을 연습한 것은 상륙연습과 함께 내륙진공연습을 벌였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그들이 이른바 '원산상륙'과 '평양진격'을 가상한 전면전을 연습하였음을 말해준다.     ©자주시보


미국군 상륙준비단이 한국군 상륙부대를 참가시킨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로 상륙연습과 내륙진공연습을 진행한 것은, 이른바 ‘원산상륙’과 ‘평양진격’을 가상한 전면전을 연습하였음을 의미한다. 


그러지 않아도 올해 들어 대조선제재조치로 조선에 대한 자극도수를 높여오던 미국은 결국 ‘원산상륙’과 ‘평양진격’을 가상한 전면전연습까지 강행함으로써 조선을 극도로 격분시켰다. 평양-원산 동서횡단축을 따라 내륙으로 진공하는 전면전연습을 강행한 미국에게 조선이 얼마나 격분을 느꼈는지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지난 3월 16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알 수 있다. 미국군 상륙준비단과 한국군 상륙부대가 포항지역에서 대규모 상륙연습과 내륙진공연습을 강행하던 때에 맞춰 발표된 그 성명에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우리 군대는 적들의 <평양진격>을 노린 반공화국상륙훈련에는 서울을 비롯한 남조선 전지역해방작전으로, <족집게식 타격>전술에는 우리 식의 전격적인 초정밀기습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 7> 방대한 병력, 육해공의 대형 전투수단들, 상륙에 필요한 중장비들을 동원하는 미국군의 상륙연습은 드넓은 해변에 상륙해서 곧바로 해안도로를 따라 내륙으로 진공하는 작전연습이다. 가파르거나 암석이 많은 바닷가 또는 해안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서는 그런 방대한 규모의 상륙연습을 벌이지 못한다. 미국군 상륙부대가 해변, 해안도로, 항구도시를 두루 갖춘 포항지역을 상륙구역으로 택하여 상륙연습을 벌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위의 사진은 넓은 도구해변인데, 이 해변은 해안도로로 연결되며, 항구도시를 끼고 있다.     ©자주시보

 

 

3. ‘쌍룡훈련’의 취약점


위에서 언급한 ‘쌍룡훈련’이 말해주는 것처럼, 12,200명에 이르는 방대한 병력, 육해공의 대형 전투수단들, 상륙에 필요한 중장비들을 동원하는 미국군의 상륙연습은 드넓은 해변에 상륙해서 곧바로 해안도로를 따라 내륙으로 진공하는 작전연습이므로, 그들은 가파르거나 암석이 많은 바닷가 또는 해안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서는 상륙연습을 하지 못한다. 미국군 상륙부대가 해변, 해안도로, 항구도시를 두루 갖춘 포항지역을 상륙구역으로 택하여 상륙연습을 벌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사진 7>


그런데 포항의 영일만과 비슷한 작전환경을 갖춘 지역이 조선에 있으니, 그 곳이 원산만이다. 원산만의 갈마반도와 호도반도에 평평하고 넓은 해안지대가 펼쳐져 있을 뿐 아니라, 원산과 다른 도시들을 연결하는 도로망도 발달되어 있으므로, 전시에 미국군은 원산만을 상륙구역으로 택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 동해안의 자연지리적 조건을 보면, 방대한 규모의 미국군 병력, 전투수단들, 상륙장비들이 상륙할 만한 곳은 원산만 이외에 없다. 

 

▲ <사진 8> 전시에 미국군이 원산만으로 상륙하리라고 예상하는 조선인민군은 원산만 일대에 강력한 해안방어선을 구축하였고, 반상륙무력을 그 방어선에 집결시켰다. 위의 사진은 조선인민군 지대함미사일 금성-1호가 발사되는 장면인데, 그 미사일도 원산만과 그 주변 섬들에 3중으로 구축된 육해공 해안방어선의 주력무기들 가운데 하나다. 그처럼 견고하게 3중으로 구축된 난공불락 방어선을 미국군 상륙준비단이 무슨 수로 뚫을 수 있을까.     ©자주시보


위와 같은 사정을 보면, 미국군의 상륙예정구역이 일찌감치 정해져 조선인민군에게 노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상륙예정구역이 노출되었다는 말은 불의의 상륙시각에, 불의의 상륙지점으로 돌입하는 기습상륙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시에 미국군이 원산만으로 상륙하리라고 예상하는 조선인민군은 원산만 일대에 강력한 해안방어선을 구축하였고, 반상륙무력을 그 방어선에 집결시켰다. 이를테면 지대함미사일, 지대공미사일, 장거리 해안포, 대구경 방사포, 잠수함과 잠수정, 스텔스 고속전투함, 고속어뢰정, 추격기 같은 위력적인 전투수단들을 동원하여 원산만과 주변 섬들에 3중으로 육해공 해안방어선을 구축한 것이다. 그처럼 견고하게 3중으로 구축된 난공불락 방어선을 미국군 상륙준비단이 무슨 수로 뚫을 수 있을까. <사진 8>


그런데도 미국군은 방대한 규모의 병력, 전투수단, 상륙장비를 거대함선들에 가득 싣고 ‘원산상륙연습’을 2년마다 한 번씩 계속해왔다. 하지만 그처럼 방대한 상륙함선집단을 3~4일에 걸쳐 동해에 집결시켜 상륙을 준비하는 것은, 상륙기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상륙징후를 조선인민군에게 노출하는 행동으로 된다. 미국군이 구상하는 상륙전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보인다.  


작전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 공격징후를 교전상대에게 노출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죽음을 자초하는 자멸행동으로 된다. 만일 미국이 상륙연습을 예고하지 않고 방대한 상륙무력을 동해에 집결시키는 기동징후가 보이면, 조선인민군은 주저 없이 선제공격을 퍼붓게 될 것이다.

 

▲ <사진 9> 미국군과 한국군의 거대함선들이 '원산상륙'과 '평양진격'을 가상한 '쌍룡훈련'을 시작한 그 시각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1차 연합타격부대들이 모든 전선에서 선제보복타격을 개시하겠다고 위협하는 대미성명을 발표하였다. 위의 사진은 조선인민군의 스텔스 고속전투함에서 최첨단수준에서 개발된 신형 함대함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이다. 이 스텔스 고속전투함과 신형 함대함미사일도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대미성명에서 언급한 선제보복타격수단들 가운데 하나다.     ©자주시보


미국군과 한국군의 거대함선들이 ‘원산상륙’과 ‘평양진격’을 가상한 ‘쌍룡훈련’을 시작한 지난 3월 16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성명에서 “지금 이 시각부터 전선동부, 중부, 서부에 위치한 1차 련합타격부대들은 <쌍룡>훈련에 투입된 적집단들에 대한 선제적인 보복타격작전수행에로 이행할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의 자주권이 행사되는 신성한 령토, 령공, 령해에 대한 침략기도가 판단되는 즉시 작전에 투입된 병력들과 수단들이 기동하기 전에 군사적으로 단호히 제압소탕해버리”겠다는 선제공격위협을 하였다. <사진 9>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방대한 규모의 병력, 전투수단, 상륙장비를 거대함선들에 가득 싣고 동해에서 집결하는 기동징후를 적나라하게 노출한 올해 ‘쌍룡훈련’은 조선을 위협하는 무력시위효과를 기대하기는커녕 되레 조선인민군으로부터 선제공격위협을 받는 바람에 말짱 헛수고로 되고 말았음을 알 수 있다. 

 

 

4. 공병정찰조가 해안침투연습에 들고 간 뜻밖의 물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원산상륙’과 ‘평양진격’을 가상한 미국군의 전면전연습에 맞서 ‘남조선해방작전’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성명이 나온 날로부터 사흘이 지난 2016년 3월 19일 조선민군은 원산만에서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상륙 및 반상륙방어연습에 돌입하였다. 일촉즉발의 전쟁재발위험이 조성된 2016년 3월 중에 한반도에서 미국군의 상륙 및 내륙진공연습과 조선인민군의 상륙 및 반상륙방어연습이 불과 3일의 시차를 두고 ‘격돌’하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의 길이가 제한되어서, 조선인민군의 반상륙방어연습에 대해서는 논하지 못하고 상륙연습에 대해서만 논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6년 3월 19일에 진행된 상륙연습에는 “조선인민군 해군 동해함대의 수상함선들과 저격병들,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2항공사단 아래 추격기들, 조선인민군 제7군단 포병부대들, 조선인민군 제108기계화보병사단의 일부 력량들이 참가하였다”고 한다. 이 인용문을 읽어보면, 상륙부대, 항공부대, 포병부대, 기계화부대, 특수부대가 상륙연습에 참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 군대의 상륙연습에도 상륙부대, 항공부대, 포병부대, 기계화부대가 참가한다.


2016년 3월 20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조선인민군의 상륙연습 전개양상을 분석하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이 보인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병정찰조가 상륙구역정찰과 파괴를 위해 은밀히 침투하여 상륙구역에 설비한 각종 차단물을 폭파하는 전투행동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공병정찰조가 가장 먼저 상륙하여 돌격로를 열어놓았다는 뜻이다. 상륙돌격로를 열어놓아야 상륙부대가 상륙할 수 있다.

 

▲ <사진 10> 조선인민군은 미국군의 '쌍룡훈련'이 끝난 날로부터 3일 뒤인 2016년 3월 19일 원산만에서 상륙 및 반상륙방어연습을 진행하였다. 위의 사진은 고속공기부양정을 타고 가상적진의 상륙구역에 돌입한 조선인민군 공병정찰조가 바닷가에 내리는 장면이다. 그런데 작전구역으로 달려가는 그들은 손에 삽을 한 자루씩 들었다. 공병정찰조의 손에 삽이 들려있는 것을 보면, 그들은 고성능폭약으로 차단물과 장애물을 폭파한 뒤에 주변에 쌓인 폭파잔해들까지 삽으로 치우며 상륙부대의 돌격로를 열어놓은 것으로 생각된다.     ©자주시보


<사진 10>은 고속공기부양정을 타고 가상적진의 상륙구역에 돌입한 조선인민군 공병정찰조가 바닷가에 내리는 장면이다. 공병정찰조는 이번 상륙연습에서 고속공기부양정을 타고 가상적진에 돌입하였지만, 실전상황에서는 고속공기부양정이 아니라 잠수정을 타고 적진에 은밀히 침투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조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잠수정을 보유하는 까닭을 알 수 있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공병정찰조는 위장색 얼룩무니 군복을 입고 어깨에 자동보총(경기관총)과 전투배낭을 메었다. 전투배낭 속에는 차단물과 장애물을 폭파할 고성능폭약이 들어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고속공기부양정에서 내려 작전구역으로 달려가는 그들이 손에 움켜쥔 뜻밖의 물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들은 삽을 한 자루씩 들고 있었다. 삽을 들고 상륙전에 나서는 군대가 조선인민군 이외에 또 있을까? 공사장이나 농장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작업도구인 삽이 조선인민군 공병정찰조의 손에 쥐어지면 특별한 군사장비로 변신하는 것이다.

 

▲ <사진 11> 위의 사진은 고속공기부양정을 타고 상륙지점에 돌입한 공병정찰조가 가상의 해안차단물을 폭파하는 장면이다. 폭발력이 매우 강한 고성능폭약을 터뜨렸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전시에 조선인민군 상륙부대가 해안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교전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불의의 지점에 기습적으로 상륙하게 될 것임을 말해준다. 조선인민군의 상륙전은 미국군의 상륙전과 정반대의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자주시보


공병정찰조의 손에 삽이 들려있는 것을 보면, 그들은 고성능폭약으로 차단물과 장애물을 폭파한 뒤에 주변에 쌓인 폭파잔해들까지 삽으로 치우며 상륙부대의 돌격로를 열어놓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해안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 상륙한 조선인민군 공병정찰조가 철책이나 콘크리트구조물 같은 인공차단물 또는 바위나 절벽 같은 자연장애물을 폭파하여 상륙부대의 돌격로를 열어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전시에 조선인민군 상륙부대는 해안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교전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불의의 지점에 기습적으로 상륙하는 것이다. <사진 11> 


그 날 조선인민군의 상륙연습은 미국군의 ‘쌍룡훈련’과 정반대의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조선인민군의 상륙연습은 동해안 어느 바닷가에 상륙할지 예측할 수도 없고, 상륙기동징후도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기습상륙을 연습한 것이었다. 이것은 전시에 그들이 상륙지점으로 예측할 수 없는 바닷가에 기습적으로 상륙하게 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조선일보> 2015년 4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은 강원도 관광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동해안 41개 지역들에 있는, 총연장 26.4km 구간의 해안철책을 철거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한국군이 동해안에 설치해놓은 해안철책은 총길이가 210km인데, 그 가운데서 이미 49km의 구간이 철거되었고, 추가로 26.4km의 구간을 철거하는 것이다. 물론 해안철책으로는 조선인민군의 기습상륙을 막을 수 없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철거되었으니, 전시에 조선인민군 공병정찰조는 해안차단물을 폭파하려고 준비해간 고성능 폭약을 다른 곳에서 사용하게 될 것이다.

 

 

5. 조선인민군에는 저격수가 없고 저격병이 있다


전시에 무징후 기습상륙에 돌입하게 될 조선인민군 상륙부대는 기습상륙이 요구하는 기동성, 민첩성, 은밀성을 보장하는 작전원칙에 따라 매우 간결하게 편성될 것으로 예견된다. 실제로 이번 상륙연습에 등장한 조선인민군 상륙부대들이 간결하게 편성되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이 이번에 진행한 상륙연습은 “해군과의 협동작전 밑에 남반부작전지대에서 활동하게 될 적후전선부대들과 기계화보병부대들의 신속한 남반부작전수역에로의 해상기동과 기습적인 상륙작전전투조직 및 지휘의 현실성을 검토”하는 상륙연습이라고 한다. 이 인용문은 전시에 적후전선부대와 기계화보병부대로 간결하게 편성된 조선인민군 상륙부대들이 출동하게 되리라는 점을 말해준다. 

 

▲ <사진 12> 김정은 조선인민군 총사령관이 조준경이 달린 저격총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저격총은 고강도 특수훈련으로 단련된 조선인민군 저격병들이 사용하는 저격무기다. 조선인민군에는 해병대가 없고, 침투, 습격, 저격, 폭파를 전문으로 하는 저격병부대가 있다. 조선인민군 해상저격여단의 작전임무는 기습상륙으로 적진에 깊숙이 침투하여 야전지휘관을 저격, 사살하고, 해군기지를 습격, 파괴하고, 항구도시를 습격, 점령하는 것이다. 미국군 저격수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 몸을 숨기고 저격총을 쏘는 전투행동밖에 모르지만, 조선인민군 저격병들은 특수전이 요구하는 모든 유형의 전투조법들에 능하다.     ©자주시보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조선인민군의 상륙연습이 다른 나라 군대의 상륙연습과 구분되는 특징이다. 다른 나라의 상륙부대는 해병대로 편성되지만, 조선인민군 상륙부대는 침투, 습격, 저격, 폭파를 전문으로 하는 특공대로 편성된다. 조선인민군에는 원래 해병대(Marines)가 없다. 고강도 특수훈련으로 단련되어 해병대보다 전투력이 훨씬 더 강한 특공대가 상륙전에 참가하는 것은 조선인민군 상륙부대가 지닌 특징이며 우월성이다. <사진 12>


물론 조선에서는 특공대(commando)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위의 인용문에는 적후전선부대라고 하였는데, 그 부대가 침투, 습격, 저격, 폭파를 전문으로 하는 특공대와 같은 것이다. 인용문에서 언급된 것처럼, 이번 상륙연습에 참가한 적후전선부대는 “조선인민군 해군 동해함대 관하 저격병구분대들”이다. 김정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 2013년 5월 26일 현지지도한 제291군부대가 동해함대 관하 제13전대인데, 이번 상륙연습에 참가한 저격병구분대들이 바로 그 제13전대 소속 구분대들인 것으로 보인다.


저격술을 매우 중시하는 조선인민군에는 각 군종별, 각 병종별로 여단급 저격병부대가 배치되었다. 이번 상륙연습에 참가한 동해함대에도 여단급 저격병부대가 있는데, 그 부대가 바로 해상저격여단이다. 그러므로 이번 상륙연습에 참가한 동해함대 관하 저격병구분대는 해상저격여단에 속한 부대인 것이 분명하다.


조선인민군 해상저격여단의 작전임무는 기습상륙으로 적진에 깊숙이 침투하여 야전지휘관을 저격, 사살하고, 해군기지를 습격, 파괴하고, 항구도시를 습격, 점령하는 것이다. 미국군 저격수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 몸을 숨기고 저격총을 쏘는 전투행동밖에 모르지만, 조선인민군 저격병들은 특수전이 요구하는 모든 유형의 전투조법들에 능하다. 그래서 조선에서는 저격수라고 부르지 않고 전문병종에 해당하는 저격병이라고 부른다. 

 

▲ <사진 13> 조선인민군 저격병들은 해상으로 적진에 침투할 때 고속공기부양정을 타고 간다. 조선에서는 공기방석정이라고 한다. 맨위쪽 사진은 저격병들을 태운 고속공기부양정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가상적진의 상륙구역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이고, 가운데 사진은 그 고속공기부양정의 모습을 확대한 것이고, 맨아래쪽 사진은 상륙구역에 도착하여 바닷가 모래밭으로 올라간 고속공기부양정들의 모습이다. 그 고속공기부양정 7척에는 약 420명에 이르는 저격병들이 타고 있었다. 미국군 상륙부대는 전차나 장갑차 같은 전투장비를 해안으로 옮기는데 고속공기부양정을 몇 척 사용하지만, 조선인민군 상륙부대는 저격병들을 해안으로 옮기는데 수많은 고속공기부양정을 사용한다.     ©자주시보


<사진 13>에서 보는 것처럼, 조선인민군 저격병들은 해상으로 적진에 침투할 때 고속으로 항해하는 공기부양정을 타고 간다. 이번 상륙연습에는 고속공기부양정 7척이 참가하였는데, 약 420명에 이르는 저격병들이 거기에 타고 있었다.

 

▲ <사진 14> 이 사진은 상륙지점을 향해 물보라를 일으키며 고속으로 항해하는 고속공기부양정에서 두 줄기 로켓배기흔적이 하늘로 치오른 장면이다. 그것은 고속공기부양정에 장착된 저고도 지대공미사일 2발이 발사되면서 남긴 배기흔적이다. 고속공기부양정에게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공격헬기의 로켓포공격이므로, 조선인민군 고속공기부양정에는 공격헬기를 격추할 저고도 지대공미사일이 장착되었다.     ©자주시보


그런데 <사진 14>를 보면, 상륙지점을 향해 물보라를 일으키며 고속으로 항해하는 고속공기부양정에서 두 줄기 로켓배기흔적이 하늘로 치오른 현상을 식별할 수 있다. 그것은 고속공기부양정에 장착된 저고도 지대공미사일 2발이 발사되면서 남긴 배기흔적이다. 고속공기부양정에게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공격헬기의 로켓포공격이므로, 조선인민군 고속공기부양정에는 공격헬기를 격추할 저고도 지대공미사일이 장착된 것이다. 


<조선일보> 2011년 8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저격병 60명을 태우고 함정보다 2배 정도 더 빠른 시속 110km로 바다 위를 나는 듯이 항해하는 신형 고속공기부양정을 개발했다고 한다. 신형 고속공기부양정이 강원도 원산을 출발하여 고속으로 남하하면 3시간 11분 만에 경상북도 울진까지 내려갈 수 있다. 고속공기부양정은 항해속도가 매우 빠른 대신, 항속거리가 제한되어, 울진 아래쪽으로는 내려가지 못한다.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고속공기부양정이 140척에 이른다는 한국군 당국의 추산이 언론에 보도된 때로부터 11년 세월이 흘렀다. 지난 11년 동안 조선에서 고속공기부양정을 계속 생산하였으므로, 오늘은 고속공기부양정 보유량이 200척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시에 고속공기부양정 200척이 동해와 서해에서 각각 출동하면 저격병 약 12,000명을 해상으로 침투시킬 수 있다. <조선일보> 2013년 12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전시에 고속공기부양정을 비롯한 각종 병력수송수단을 타고 동서해로 침투할 조선인민군 특수부대 병력은 약 20,000명인데, 그들은 “한국 중요시설의 90% 이상에 침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한다. 

 

▲ <사진 15> 고속공기부양정을 타고 해안에 기습상륙한 조선인민군 저격병들이 공화국기와 최고사령관기를 휘날리며 가상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장면이다. 전투대오를 앞장에서 이끄는 야전지휘관이 "나를 따라 앞으로!"라고 돌격구령을 치면 앞서 달리면, 모든 전투원들이 "와!"하는 돌격함성을 내지르며 공화국기와 최고사령관기를 앞세운 육탄돌격으로 적진을 들이치는데, 이것은 조선인민군에게 전통화된 육전방식이다.     ©자주시보


<사진 15>는 고속공기부양정을 타고 해안에 기습상륙한 조선인민군 저격병들이 공화국기와 최고사령관기를 휘날리며 가상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장면이다. 조선에서는 ‘인공기’라고 하지 않고 공화국기라고 한다. 전투대오를 앞장에서 이끄는 야전지휘관이 “나를 따라 앞으로!”라고 돌격구령을 치며 앞서 달리면, 모든 전투원들이 “와!” 하는 돌격함성을 내지르며 공화국기와 최고사령관기를 앞세운 육탄돌격으로 적진을 들이치는데, 이것은 조선인민군에게 전통화된 육전방식이다.


<CNN>방송 2016년 2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자기의 보고서에서 조선인민군 특수부대에 대해 “최고도로 훈련받았고, 튼튼히 무장되었으며, 잘 먹었고, 전투의지도 매우 높은” 전투단위로서 “정찰, 공중침투, 해상침투, 특공작전과 같은 다양한 특수작전들에서 전문부대로 활동하게 될 것”이며, “신속공격작전에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였다. 

 

 

6. 상륙정에서 내린 전차와 화염방사장갑차


요즈음 조선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비장의 무기’들을 연속 공개하는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상륙연습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상륙정도 그런 ‘비장의 무기’들 가운데 하나다. 
외부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3종의 상륙정은 82t급 상륙정, 145t급 상륙정, 350t급 상륙정이다. 미국군이 보유한 40,000t급 초대형 상륙강습함에 비하면,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상륙정들은 극소형 상륙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작전장비를 크게 만들 것인가 작게 만들 것인가 하는 선택은 그것을 사용하는 작전주체의 전법과 그것이 쓰이는 작전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법이다. 조선인민군은 기동속도가 빠르고 민첩하며, 공격징후를 보이지 않고 습격하는 ‘주체전법’을 훈련해왔는데, 그런 전법에 맞는 그들의 작전장비는 어느 것이나 작고, 빠르고, 민첩하고, 은밀하며, 화력이 강한 5대 특징을 지니게 된다. 조선인민군의 상륙정도 그런 특징을 지닌 작전장비들 가운데 하나다.  

 

▲ <사진 16> 상륙연습 중에 조선인민군 상륙정 3척이 상륙지점을 향해 항진하는 장면이다. 조선인민군은 3종의 상륙정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상륙연습에 동원된 상륙정은 350t급 상륙정이다. 이 상륙정은 전차 3대를 싣고 시속 50km로 항해하며, 25mm 2련장 기관포 4문을 장착하였다.     ©자주시보


<사진 16>에서 보는 3척의 함선은 이번 상륙연습에 참가한 350t급 상륙정이다. 외부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 상륙정은 전차 3대를 싣고 시속 50km로 항해하며, 25mm 2련장 기관포 4문을 장착하였다.

 

▲ <사진 17> 이 사진은 상륙연습현장에서 350t급 상륙정 3척이 항해하는 중에 조선인민군 항공군 추격기 2대가 저공기습비행으로 인접해안을 포격하는 장면이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상륙정들이 동서해안을 따라 남하할 때, 한국군 해안진지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는 상황을 예상하여 추격기 2대가 저공기습비행으로 가상해안진지를 폭격하는 연습을 벌인 것이다.     ©자주시보


<사진 17>은 350t급 상륙정들이 항해하는 중에 조선인민군 항공군 추격기 2대가 저공기습비행으로 인접해안을 폭격하는 장면이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상륙정들이 동서해안을 따라 남하할 때 한국군 해안진지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는 상황을 예상하여 추격기 2대가 저공기습비행으로 가상해안진지를 폭격하는 연습을 벌인 것이다.

 

▲ <사진 18> 이것은 러시아군이 2010년부터 실전배비한 280t급 신형 상륙정인데, 뱃머리가 널판처럼 생겼다. 다른 나라의 상륙정들은 상륙지점에 도착하면 널판형 뱃머리를 밖으로 내리고 그 널판 위로 적재방비를 부린다.     ©자주시보


<사진 18>에서 보는 또 다른 상륙정은 러시아군이 2010년부터 실전배비한 280t급 신형 상륙정인데, 뱃머리가 널판처럼 생겼다. 다른 나라의 상륙정들은 상륙지점에 도착하면 그처럼 널판형 뱃머리를 밖으로 내리고 그 널판 위로 적재장비를 부리게 되는데, <사진 19>에서 보는 것처럼 조선인민군 상륙정은 화물선 뱃머리처럼 생긴 유선형 뱃머리를 위로 들어올리고 그 밑으로 적재장비를 부린다.  
널판형 상륙정은 접안하여 바닷가에 뱃머리를 대놓고 그 위로 적재장비를 내릴 수 있지만, 유선형 상륙정은 접안할 수 없으므로 해안에서 약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뱃머리를 들어올리고 물 위로 적재장비를 내리게 된다. 

 

▲ <사진 19> 이 사진은 상륙지점에 도착한 조선인민군 상륙정이 화물선 뱃머리처럼 생긴 유선형 뱃머리를 위로 들어올리고 그 밑으로 적재장비를 부리는 장면이다. 이런 유선형 상륙정은 접안할 수 없으므로, 해안에서 약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뱃머리를 들어올리고 물 위로 적재장비를 내리게 된다.     ©자주시보


조선에서는 왜 상륙정 뱃머리를 그처럼 유선형으로 만들었을까? 만일 그 상륙정에 장착된 25mm 2련장 기관포 4문을 위장막으로 덮어씌우면, 겉모습이 화물선과 구분되지 않을 만큼 비슷하게 보이는 위장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

 

▲ <사진 20> 이 사진은 상륙지점에 도착한 350t급 상륙정에서 내린 적재장비들이 해변으로 올라서는 장면인데, 전차 3대가 내린 줄 알았더니, 전차 1대와 장갑차 2대가 내렸다. 이 전차와 장갑차들은 조선인민군 제108기계화보병부대에 배속된 전투장비들이다.     ©자주시보


<사진 20>은 상륙지점에 도착한 350t급 상륙정에서 내린 적재장비들이 해변으로 올라서는 장면인데, 전차 3대가 내린 줄 알았더니, 전차 1대와 장갑차 2대가 내렸다. 상륙정에서 내린 전차와 장갑차는 위에 인용한 보도기사에 나온 것처럼, “해군과의 협동작전 밑에 남반부작전지대에서 활동하게 될” 제108기계화보병부대에 배속된 전투장비들이다.

 

▲ <사진 21> 상륙정에서 내린 전차는 천마 계열 전차이고, 상륙정에서 내린 장갑차들은 신흥 계열 장갑차들이다. 신흥 계열 장갑차는 무장병력 13명을 태우고 도로에서 시속 80km로 내달리며, 운행거리는 450km에 이른다. 위의 사진은 2015년 1월 겨울철 도하작전에 참가한 장갑차가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 장면이다.     ©자주시보


상륙정에서 내린 전차는 천마 계열 전차이고, 상륙정에서 내린 장갑차들은 <사진 21>에서 보는 신흥 계열 장갑차들이다. 외부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신흥 계열 장갑차는 무장병력 13명을 태우고 도로에서 시속 80km로 내달리고, 운행거리는 450km에 이른다. 이번 상륙연습 중에 상륙정에서 내린 2대의 장갑차는 포탑에 2련장 화염방사기를 장착한 화염방사장갑차들이다. <사진 22>에서 보는 것처럼,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화염방사장갑차는 방사거리가 70m나 되는 화염을 내뿜으며 돌격한다.

 

 

▲ <사진 22> 이번 상륙연습에 참가한 2대의 장갑차는 포탑에 2련장 화염방사기를 장착한 화염방사장갑차들이다.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화염방사장갑차는 방사거리가 70m나 되는 화염을 내뿜으며 돌격한다.     © 자주시보


원래 화염방사장갑차는 진지나 엄폐물에 섭씨 약 2,000도의 화염을 내뿜어 그 뒤에 숨은 교전상대를 소멸할 수 있으므로, 밀림전이나 시가전에서 주로 사용된다. 한반도에는 밀림이 없으므로, 조선인민군 화염방사장갑차는 시가전에서 사용되는 근거리 전투수단이다.

 

▲ <사진 23> 조선의 언론보도사진들에 나오지 않은 상륙함 1척에서는 별도의 전투장비들이 내린 것으로 생각된다. 그 전투장비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장갑차로 추정된다. 이 장갑차는 122mm 방사포 1문과 기관포 1정을 장착하였다. 위의 사진은 2015년 1월 겨울철 도하작전에 참가한 장갑차가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 장면이다.     © 자주시보


그런데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현장사진들에는 상륙함 2척에서 전차 3대와 화염방사장갑차 3대가 내리는 장면만 보이고, 다른 상륙함 1척에서 전투장비들이 내리는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보도사진에 나오지 않은 상륙함 1척에서는 <사진 23>에서 보는 122mm 방사포와 기관포를 장착한 장갑차 3대가 내린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해안에 기습상륙한 저격병들이 전차 3대, 화염방사장갑차 4대, 방사포장갑차 3대로 구성된 기갑무력을 앞세우고 해군기지나 항구도시를 공격하는 전투를 가상한 상륙연습을 벌였음을 알 수 있다. 전시에 동서해안 불의의 지점에 기습상륙한 조선인민군 저격병 20,000명은 한국군 해군기지들과 항구도시들을 점령하기 위해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기갑무력을 앞세우고 진격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런데 해안철책마저 철거하는 한국군의 해안방어선은 어디에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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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한반도…'제4세대 전쟁' 시작됐다"

 
[인터뷰]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 2016.04.04 06:56:57



 

남북의 '강 대 강' 대치가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출구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직전과 같은 저강도 전쟁 국면을 연상하는 이들이 많다. 남한과 북한, 미국과 중국이 뒤엉킨 대결과 대립의 구도. 한반도는 열점이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을 만났다. 정의당의 비례대표 후보 2번이다. 큰 정당들이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배척하는 '기이한' 선거가 진행되는 와중에 진보정당이 안보전문가를 당선 안정권에 배치했다. 거시와 디테일을 갖춘 그의 전문성은 최근 낸 책 <안보전쟁>에 녹아있다. 

  

'제4세대 전쟁'이란 개념이 눈에 띈다. 과거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표적인 매파 각료 도널드 럼스펠드가 원류다. 안보 정책을 방어 개념에서 적극적인 선제 공격으로 전환시켰다. 이라크에서 '선제적으로' 전쟁을 일으켰다. 그 전쟁은 실패했다.

  

클린턴, 오바마 정부를 거치며 미국 네오콘의 공격적 안보전략은 유턴했다. 한국은 거꾸로 갔다. '럼스펠드 독트린'이 '김관진 독트린'으로 직수입 돼 박근혜 정부의 확고부동한 '노선'으로 자리잡았다. 

  

'김정은 참수 작전' 같은 박근혜 정부의 호전성은 그래서 나왔다. 북한은 청와대 섬멸 작전으로 응수한다. 김종대 단장은 남북 모두 군을 앞세우는 '선군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선군정치를 내세운 남북의 치킨게임은 파국의 전조인가?


인터뷰는 지난 3월 3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정의당사에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프레시안(이재호)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이어진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했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참수하는 작전을 미국과 같이 연습했다. 여기에 대응해 북한은 청와대 섬멸 작전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당장 전쟁이 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남북 간 설전이 오가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극단의 대립으로 치닫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김종대 : 국가 이익을 무엇으로 보느냐의 문제를 먼저 짚어야 하는데, 남북 정권은 공히 자신의 정치권력의 위신을 지키는 것에 극도로 집착하고 있다. 그게 대외적으로 이러한 담대함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또 상대방을 굴복시킬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위신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위신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누구 주먹이 더 센지 한 번 해보자는 식이다.

남북이 이런 성향을 띄고 있기 때문에 준비가 되지 않은 전략이라도 내놓아야 하는 실정이다. 저쪽에서 한주먹 하고 있는데 우리는 뭐하고 있냐는 문제의식이다. 이게 오늘날 보수세력이 가지고 있는 핵심 정서다. 핵 무장을 이야기하고 사드 배치를 이야기하는 것도 그것이 심리적인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라도 해야 자존감이 확인되는 것이다. 

북한은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는데 우리는 협박을 받기만 하고 있다는 식이다. 이미 자존감에 굉장한 상처를 입었고, 한 번 위신이 추락하기 시작하면 상처 입은 자존감을 다시 세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존감을 세워야만 비로소 위로가 되는 구조에서 핵 무장과 사드는 이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되고 있는 셈이다. 

프레시안 : 남한의 군사 전략이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한 이유가 북한의 호전성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실제 북한의 남침 야욕은 좀 과장된 것 아닌가?

김종대 : 그건 남북이 마찬가지다. 전쟁을 일으킬 만큼 체제가 내구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쟁을 선택할 수 있는 강대국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즉, 남북한은 전면전을 도발할 만한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국가다.  

그런데 이건 합리적인 이성의 영역에서 논리적으로 접근한 것이고, 지금 남북한의 심리전 양상은 내가 얼마나 비이성적일 수 있는가를 상대방에게 납득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치명적인 피해도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는 상당히 비이성적인 태도다. 그리고 남북은 이러한 자신들의 의지를 상대방에게 믿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전술을 쓰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국내 정치에서 얼마든지 민주주의를 부인하면서 비상식적인 일을 자행할 수 있고, 그러면서 군이나 정보기관을 통치의 전면에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비이성적인 행태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공포를 줄 수 있다. 물론 북한도 이런 측면들을 스스럼없이 과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군사전략이 기본적으로 비이성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상대방이 이성적이라는 전제하에서 억제와 방어 이론이 성립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70% 정도는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하면, 나머지 30%는 비이성적인 판단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도박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군사 전략은 100% 합리성으로 이뤄지는 것만은 아니다. 예전 프로이센의 군인이자 군사 이론가였던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첫 번째 원인은 '원초적 적대감'이라고 했다. 적대감이라는 집단정서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연과 도박을 감수할 수 있는 담대함을 꼽았다. 세 번째가 전쟁 목표의 합리성이다. 이 세 번째 원인만 합리적인 측면이고, 나머지는 비이성의 영역이다.  

프레시안 : 그렇다고 해도 북한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북한에 대한 위기의식은 '만들어진 공포'라는 측면이 커 보인다.

김종대 : 사실 북한에 위기의식을 느끼는데는 몇 가지 합리적 근거가 있다. 일단 북한이 항상 군사정세를 주도해왔다는 점이다. 핵이든 미사일이든 전략적인 단위에서는 북한이 판을 벌이면 우리는 적응하기 바빴다. 우리 군이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위기의식은 왜 항상 북한이 주도하고 우리는 거기에 적응하는 형태로만 군사 정책이 나오냐는 부분이다. 그래서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는 것이 김관진 독트린이고, '제4세대 전쟁'이 나온 것이다.  

또 하나는 무기 운용이다. 그런데 이 무기 운용 측면은 북한이 우리보다 월등히 뛰어난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기의식을 느낀다기 보다는, 운용을 제대로 못해서 북한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를 첨단무기처럼 쓰는데 우리는 첨단무기를 재래식처럼 쓴다. 북한은 포와 미사일을 갖고 있지만 정밀하지 않다. 그런데 북한은 구태여 화력 무기의 정밀도 높이기에 연연하지 않으면서도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는 첨단 무기를 깔아놨다. 여기에 엄청나게 많은 무기 운영 유지 비용, 성능 개량에 돈을 쏟아붓긴 하는데 그래 봤자 용도는 재래식이다. 예를 들어 육군 자주대공포 '비호'라는 것이 있는데, 여기에 3조 원을 들였지만 이건 결국 기관총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것의 100분의 1 예산으로 장사정포를 펑펑 쏴댄다. 이런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전략 목표를 달성할 수가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핵도 터뜨리고 미사일도 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김정은 집무실의 유리창을 깬다고 자랑하고 있다. 핵이 터지는데 유리창은 깨서 뭐하나? 돈을 많이 들여도 북한에 비해 전략적 우위를 달성할 수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 <안보전쟁> (김종대 지음, 인물과 사상사 펴냄)

프레시안 : 최근 출간한 <안보전쟁>에서 방금 말씀하신 '제4세대 전쟁'을 지적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인가?

김종대 : '제4세대 전쟁'을 설명하려면 역사를 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0년대만 해도 당시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나라의 국방정책은 '방어 정책'이라고 생각했다. 군인들도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선제 공격 같은 공격 우위 전술로 바뀐 것이다. 

국제정치학자 딘 에버러는 국제정세가 방어 우위 정세냐 공격 우위 정세냐를 가지고 세계 1, 2차 대전을 연구했다. 에버러는 경쟁국가에 대해 방어가 유리한 상황이었다면 세계 대전까지는 가지 않았을 텐데, 기습이나 선제 공격이 더 유리한 국면으로 바뀌면서 각 국가들이 호전성을 띄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즉 국제정세가 공격 우위 정세로 바뀐 것이 결국 세계대전을 일으킨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남한의 경우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방어 우위 전술을 펴고 있었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방어자가 유리하다는 판단이었다. 구체적으로 미국에서부터 변화의 동인이 시작됐는데, 조지 W. 부시 행정부부터 공격 우위 전술을 선호했다. 이라크 전쟁과 같이 유엔의 결의 없이 바로 선제 공격으로 시작하는 일방주의적인 정책이 풍미하면서 한반도의 작전 계획에서도 공격 우위 전술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  

작전계획 5027-98도 이런 경향이 반영됐다. 이 계획에서는 기존의 3단계 작전 계획이 5단계로 수정됐다. 과거에는 북한이 침공하면 '방어→격퇴→점령'한다는 단순화된 계획이었던 것이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에 대한 반박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대 전쟁에서 방어와 공격 단계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어떨 때는 순서가 바뀔 수도 있고, 아니면 동시에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시 행정부는 김대중 정부 말기에 우리에게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작전계획이 결국 6단계로 재구성됐는데, 반격 내지 점령 단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하고 이후에 안정화 작전을 추구하는 형태로 재편됐다. 그런데 이것도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선제 공격을 포함한 작전계획인 5026을 만들었다. 5026은 수도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북한의 핵 미사일 발사 징후가 있으면 선제 공격을 하는 별도 계획이다. 

이게 2002년 당시 미 국방장관이던 '럼스펠드 독트린'으로 한국의 작계에 유입됐다. 이때만 해도 우리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연합 방위 체제에서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입장이 뒤집혔다. 그전에는 미국이 적극적이고 한국이 방어적이었다면, 이제는 한국이 적극적이고 미국은 그냥 현상 유지하는 정책으로 바뀐 것이다. 이 때 우리가 들고나온 것이 럼스펠드의 한국판 버전인 '김관진 독트린' 이라고 할 수 있는 '제4세대 전쟁'이다.  

노무현 정부 때만 하더라도 미국이 하도 선제 공격하겠다고 하니까 우리가 "도대체 북한을 어떻게 공격하겠다는 것이냐"를 물어보기 위해 긴급히 미국에 쫓아갔다면, 요즘은 미국이 한국에 긴급히 쫓아와서 도대체 무슨 선제 공격을 한다는 거냐고 물어보는 입장이 된 것이다.  

2010년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매년 선제 공격 개념을 업그레이드하다가 최종적으로 나온 것이 '제4세대 전쟁'이다. 여기서는 선제 공격 내지 적극적인 군사 행동으로 북한의 전쟁 기도 자체를 완전히 와해시키는, 럼스펠드식 독트린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방어 이후 공격은 옛날 사고방식처럼 돼버렸다. 

김관진 당시 장관을 비롯해 이명박 정부 이후 집권한 박근혜 정부에서도 '제4세대 전쟁'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북한에 대한 억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 백미는 바로 지난해 8월 일어난 목함지뢰 사건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접촉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우리 군의 공세적인 정책 때문이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에 대한 강압적인 정책이 결실을 거뒀다고 '신념화'가 돼 있는 셈이다.  

그런데 당시 미국은 한국 정부의 태도에 너무 놀란 나머지 판문점 합의 이전에 유엔사가 위기관리를 관장하도록 했다. 북한이 불안해서가 아니라 한국이 불안하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박근혜 정부와 무관하게 유엔사에 장성급 회담을 먼저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정말 이례적인 흐름이다.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 것도 남측의 군사 전략이 이제는 '선(先)조치 후(後)보고', '현장에서 종결' 등으로 바뀌었고 적극적·능동적 억제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해 8월 25일 남북 고위급접촉 공동 보도문 발표에 합의한 이후 접촉 장소였던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는 김관진(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한 황병서 총정치국장 ⓒ통일부

   
프레시안 : 북한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고, 실제 북한에 대한 선제적 공격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제4세대 전쟁'이라는 개념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전시작전권을 되찾아와야 하는 것 아닌가? 말과 행동이 논리적으로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김종대 : 거기서 정신분열이 시작되는 건데, 전작권을 가져오지 않는 것이 군의 일반적인 생각인 것처럼 알고 있지만, 사실 실용주의적인 군인들의 상당수는 이런 문제 때문에 전작권을 가지고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국방대학교나 국방연구원에서 군사 전문가와 전작권 문제를 가지고 토론을 시작하면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다. 그런데 군에서는 전작권 문제를 가지고 논의의 장을 벌일 수가 없다. 전작권 환수 연기는 군 상층부와 육군의 이데올로기다. 이건 미군과도 연관돼있다.  

주한미군이 육군 대장인데, 한미 육군이 유착하기 딱 좋은 곳이 남한이다. 주한미군은 미국 국방부나 태평양사령부와는 상당히 이질적인 집단이다. 재래식 전쟁 교리가 완벽하게 보존돼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는데, 이는 미국 육군의 중요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부분이다. 재래식 교리와 기존의 연합 방위 체제가 유지돼야 지상군 위주로 방대하게 군이 운영될 수 있고, 그래야 자신들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육군 역시 마찬가지다. 전작권을 가져오는 순간 해군과 공군에 자원이 많이 투입될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전작권 환수 이야기를 안 하는 것이다.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방위 능력을 갖추면 그 순간부터 육군은 작아진다. 육군은 이런 변화가 싫은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전작권 환수가 안돼서 좀 다행스러운 측면도 있다. 만약 전작권이 한국 정부에 있었다면 지금과 같이 대북 강압 정책을 선호하는 보수정권은 날개를 달았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이정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극단적인 전략을 선호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완전히 날아다녔을 거다.  

프레시안 : 정황적으로 현재 한반도가 남북 양측의 '비이성적인' 판단으로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상황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본다면, 미국과 중국이 이 상황을 방관만 하고 있을까? 나름 관리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겠나? 

김종대 : 남북이 소모적인 동시에 강대국을 연루시키는 양상으로 대치했을 때 미국과 중국은 똑같은 이해관계를 가진다. 남북한으로 인해 자신들이 국제전에서 부담해야 할 부분, 즉 '계산서'를 먼저 튕겨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중 양국은 당연히 이 상황을 관리하게 돼 있다. 그리고 사실 지금까지 그렇게 흘러왔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 모두 남북한 문제였지만 나중에는 미중 간의 문제로 돌변했고, 이번에 한반도 내 사드 배치 문제도 이제는 한미가 아니라 미중이 흥정하는 양상이 돼버렸다.  

남북이 국제정세에서 외면받지 않으려고 강대국을 연루시키려는 게임을 벌이고 있지만, 강대국은 여기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미중 모두 각기 자기 동맹에게 떡이라도 하나 더 주면서 달래려고 할 것이다.  

박근혜 식 '선군정치'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에 군인들이 채워지고, 이들이 안보·군사·외교를 포함해 정부까지 장악했다. 이렇게 되면서 정치가 군이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군이 정치를 압도하면서 북한과 대결로 끌고가고 있다.  

김종대 : 이제는 민간인 참모도 군인의 사고 방식을 수용하는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청와대에 얼마나 많은 장군이 진출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군사적인 판단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민간인이 많아졌다는 것이 문제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이게 남한식 '선군정치'라는 점이다. 군이 국가를 보위하고 생존을 도모하는 유일한 집단이라는 믿음이 이미 공감대를 얻은 것으로 본다. 오로지 군 외에는 이걸 고민하는 다른 집단은 없다는 식이다.  
 

▲ 지난 1월 6일 북한의 '수소탄' 시험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사실 이건 고위 장교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식이다. 민간은 오염돼있고, 불안정하고, 공포에 취약한 집단이라는 것이다. 이와 비교해서 완전성을 가진 집단은 군밖에 없고, 그래서 군이 국가의 위기를 관리해야한다고 믿고 있다. 대단한 월권임에도 이 신념은 굉장히 완고하고 집단화된, 한국군의 '집단정신'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이 위기관리를 한다고 믿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이긴 한데, 원래 군은 위기관리를 할 수 없는 집단이다. 군은 위기관리의 많은 수단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수단이라는 부분이 이제는 전체가 돼버린 것이다.

군은 군인이 가지고 있는 애국심, 국가 안보에 대한 책임감 등이 민간 정치에 비해 우월한 요인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사고는 군대 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데 이제는 군대 밖으로 범람하기 시작했다. 그럼 안보 친화적인 정치권력 입장에서는 이걸 수용하게 된다.

정치인들은 기본적으로 군을 장악하고 싶어 하고 군이 자신들에게 충성하기를 원한다. 군과 정치인의 이러한 요인이 겹쳐져서 군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북한에 대한 정책은 군사 정책밖에 없고, 이것이 전부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가 소위 '선군정치'를 확립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나? 

김종대 : 조짐은 항상 있었다. 정권 전반기에는 북한이 언제 4차 핵실험을 할지가 관심사였다. 2014년 4월 초에 서울시 간첩 조작 사건으로 인한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이즈음 무인기 소동이 일었는데, 정부는 이걸 어마어마한 공포로 몰았다. 그러면서 그때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거의 기정사실화 했다.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의 간첩 증거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지자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은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조성된 엄중한 안보 상황"이라는 표현을 넣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4월 30일 이전에 큰 거 한 방 터뜨릴 것"이라며 북한 핵실험을 예고하는 분위기를 띄웠다. 

박근혜 대통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그해 5월 초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에서 "북한은 4차 핵실험 위협 등으로 끊임없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남한 정부가 그렇게 원했지만, 북한은 야속하게도 핵실험을 안 했다.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안보정국으로 가려고 했는데, 이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당시 NLL 대화록 공개의 약발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좀 더 전략적인 단위로 판을 짜고 싶어했다. 정부가 일일이 통제하기 곤란한 문제들에서 초월하여 안보의 판을 짜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응하지 않아 좌절됐다. 

그러다가 올해 초 차마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렇게 4차 핵실험을 기다렸던 박근혜 정부는 정작 이때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예기치 않은 사건이 터져서 관리할 준비가 안 됐던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2월 7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박근혜 정부 내부에서 정비했던 전략들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로켓 발사 이후에는 상황 관리 시스템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이후 개성공단 폐쇄, 사드 협의 시작 등 일련의 전략적 의제를 배치했다. 

이런 측면에서 '선군정치'는 원래 박근혜 정부의 운영체제 내에 내장돼있던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게 시기와 때를 맞추지 못하다가 이제 와서 현실화된 것이다. 그때와는 달리 이제는 변수가 줄어들고 단순화됐다는 상황적인 여건도 있다. 

프레시안 : 군사적 치킨 게임이 결국 박근혜 정부가 국내 정치 기반을 확고히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아닌가?  

김종대 : 이번 총선 전략에도 그러한 의도가 충분히 내포되어 있었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무능 때문에 선거 전략으로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여당 내부의 자중지란까지 합해지면서 프로그램이 제대로 구동되지 못했다. 

대표적 예로, 새누리당은 사드 문제 관리에 실패했다. 사드 후보지 중 하나인 대구에 사드를 갖다 놓으면 다른 정당에 투표하겠다는 시민들이 30%다. 대구 시민의 30%가 사드가 결정되는 것을 보고 지지 의향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대구 시민의 50%는 사드 배치를 절대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주호영 의원은 사드는 수도권을 방어할 무기니까 평택에 갖다놓으라고 했다. 

  

그래서 평택에 가봤다. 평택은 원유철 의원 지역구인데, 미군 기지가 있다. 새누리당은 이때부터 사드의 '사' 자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더니 월간지 <신동아>에 사드의 시뮬레이션 결과 원주가 가장 적합한 후보지라는 기사가 등장했다. 원주는 시 전체가 완전히 똘똘 뭉쳐서 반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금 새누리당은 선거에서 사드 문제가 나올까봐 전전긍긍한 상황이 됐다. 지금 새누리당 안에서는 사드가 금기어일 것이다. 자기들끼리 폭탄 돌리기가 시작됐으니까. 
 

▲ 사드의 실험 발사 장면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을 안보리 대북 제재에 끌어들이기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오바마의 목표가 바뀌었다. 핵안보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말 마지막 퍼포먼스다. 시진핑 주석이 참석해야 빛날 수 있는 행사다. 그래서 시 주석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한 왕이 외교부장은 시 주석의 참석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이에 미국은 시 주석 참여를 성사시키기 위해 중국을 불편하게 하면 안 된다는 전략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중국이 싫어하는 사드 문제는 쏙 빠졌다. 당분간 사드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공방 속에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기 힘들 것이다. 

앞으로 2년, 반성 일어날 것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 임기가 2년 남았다. 앞으로 집권 기간 중에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군사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김종대 : 남북이 서로에 대해 선제 공격을 다짐하고 있는 양상이다. 상대방에게 '난 여차하면 공격할 수 있어'라는 것을 믿게 하는 전략인데, 이걸 '위협의 신뢰성' 경쟁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는 단순히 말만 하다가 상대방이 안 믿어버리면 내 꼴만 우스워지게 된다. 그래서 쌍용훈련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실제로 방아쇠에 손가락이 얹어 있다는 것을 자꾸 보여줘야 한다. 지금 남북 공히 군사력의 가장 큰 용도는 '과시'에 있다. 

이렇게 선제공격을 다짐하면서 점점 극단적인 대립 양상이 심화되면 남북교류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우스워진다. 이런 식으로 2년이 더 지나간다면 한국 사회에 커다란 반성이 일어날 것이다.  

과거 김영삼 정부 5년 내내 남북관계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 악화되자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보수의 일부도 수용했다. 연정 파트너였던 당시 대표적 보수인사인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는 한 연설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가장 보수적인 정책이라고도 이야기했다. 남북관계 긴장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자민련은 햇볕정책에 대해 함께 집권했던 기간동안 이의를 단 적이 없다.  

박근혜 정부 집권이 2년만 더 지나면 결국 남한이 말만 번지르르하게 했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그래서 반성의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프레시안 : 그런데 지금 현실만 봐서는 더 극단적으로 대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종대 : 치킨게임의 본질은 중재자가 말려주기를 기다린다는 데 있다. 둘만 놔두면 충돌이다. 양쪽 체면을 세워줄 수 있는 에이전트를 필요로 하는 특징이 있는 게임이다. 그런데 그런 면에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있을 한중 정상회의를 보고 대북제재 스케줄을 짠 것을 보인다. 이번 핵안보 정상회의가 끝나면 박 대통령이 대북 제재에 대해 주변국들의 동의를 엄청나게 끌어낸 것처럼 포장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중국도 한국 편을 들었다면서. 이를 노린 것 같다.  

그런데 설령 그 목표가 달성된다고 해도 큰 의미는 없다. 급박하게 북한을 제재해서 결과를 얻을 것이 그다지 많지 않고 국민들도 별로 관심이 없다. 물론 여당의 무능력 때문에 초래된 일이지만, 현재까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통해 준비한 박 대통령의 프로그램은 일단 전략적으로 실패했다고 인식해도 좋을 것 같다.  

당분간 극단적 전략은 추종하되 결과는 확신할 수 없는, 아주 소모적인 방식으로 계속 대북 강화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말로만 고조되는 위기라면 강대국들은 한반도 상황에 대한 방기, 무관심, 방치 모드로 돌아설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결국 우리 정부 대북 강압정책이 지속 가능한 내구력을 갖추지 못한 채 매우 위험하게 전개될 수 있다. 

국지전의 위험 역시 상당히 높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지전이 아무 때나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국민들에게 북한 변수를 더욱 부각시켜서 이걸 하나의 자기 통치 기반으로 삼으려는 시도 자체는 계속 이어질 수 있다. 
 

▲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월 15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탄도로켓 전투부(미사일 탄두 부분) 첨두의 대기권 재진입환경 모의시험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안보와 평화, 선택할 수 있는 사항 아냐 

프레시안 : 군사·안보 분야 전문가로서 정의당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안보정책 또는 지금 필요한 안보정책은 무엇인가?  

김종대 : 정의당은 포괄적으로 국방 공약을 짜서 발표한 유일한 정당이다. '튼튼한 안보로 한반도 비핵평화'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안보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안전이다. 이게 흔들리면 평화정책도 굉장한 도전을 받게 된다. 안전한 가운데 평화정책이 추진돼야 하는데, 안보가 불안하면 평화정책을 추구할 수 있는 정치권력의 자신감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의당은 국방 분야에서 6대 과제를 선정했다. 우선 군 병력을 40만 명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추세로 가면 2022년에는 21세 남성이 지금보다 11만 명이 줄어든다. 3분의 1이 감소하는 건데 지금과 같은 병력 구조로는 메꿀 수가 없다. 

한국은 현재 안보 체제를 완전히 혁신하지 않으면 존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군 수뇌부에 대한 혁신도 필요하다. 그래서 국방장관과 국방 주요 직위에 민간인을 배치하고, 이를 '군피아 방지법'으로 의무화하려고 한다. 

이와 함께 6개월을 의무복무하고 이 중에 희망자를 모병하는 한국형 모병제 도입, 청년들이 입대 문제로 인해 손해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군 입대 예약제, 군 인권 향상을 위한 군사법원 폐지와 국회 소속 인권 감독관 설치, 군 전역자들을 대상으로 한 진로와 취업 컨설팅 정책 신설 등을 공약으로 걸었다.  

사실 정의당이 이번에 내놓은 공약은 외국의 기준으로 보면 가장 보수적인 국방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한국군의 체질을 바꿔놓지 않으면 앞으로를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에 군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 한국의 안보 체제는 정말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국민들이 이 안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는지가 헷갈릴 정도다. 또 국가를 위한 안보가 아니라 소수의 지휘부에 속한 군인들을 위한 안보가 돼버렸다. 국익과 이들의 이익이 완전히 분리돼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무기를 구입하는 문제만 보더라도 국방을 위해 무기를 사야 하는데, 지금은 무기를 사기 위해 국방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불량 방탄복, 이게 문제인 것을 알면서도 급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은 북한군 때문이 아니다. 전방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났을 때 방탄복이 없어서 과다 출혈로 죽은 장병들이 많았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 사고가 일어나니까 국방부는 예비군 훈련장 조교에게도 방탄복을 지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량 방탄복이라도 빨리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기생하는 한탕주의 세력이 있는 것은 물론이다. 

방탄복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군에 상존하고 있는 문제는 대단히 총체적이다. 군 병력과 무기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기를 소요하고 집행하는 내막을 보면 한 판 땡겨보려고 들어오는 군피아들에 무기 중개상들이 개입하고, 이걸 막겠다는 부는 실효성 없는 대책만 늘어놓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는 것에 북한이 영향을 줬나? 우리 내부 문제로 지지고 볶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만 보더라도 이미 우리 군대 유지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런 상황이 몇 년 더 지속되면 한국군은 하부로부터 붕괴하는 신호가 올 것이다. 지금 그걸 가까스로 막고 있는 실정이다. 

프레시안 : 각 당에서 안보 정책의 보수화가 일종의 집권 플랜처럼 굳어진 것 같다. 소위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프레임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물론이고, 요즘 합리적인 인물로 각광받는 유승민 의원도 안보 분야에서만큼은 철저한 보수주의자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 역시 북한 붕괴론을 언급한다. 마치 안보의 보수화가 경제적 진보를 부각시키기 위한 볼모가 된 느낌이다. 과연 정치세력 내부로부터 과거 DJ와 같은 담대한 남북관계의 방향 전환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점에 회의적이다. 

김종대 : 외교 안보 분야에서 보수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지금의 한반도 정세라면 일견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북한의 정치권력이 워낙 불확실하고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안보 자체는 좀 튼튼히 하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 정의당도 그런 관점을 수용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안보는 보수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민공동체적인 가치다. 시민과 국가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안보를 더 건강하고 내실 있게 가져가야 한다. 

그럼 안보를 튼튼히 한다고 해서 햇볕정책이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말해서는 안되는 것인가? 그것이야말로 '박근혜 식' 접근법이다. 안보는 시민공동체 바깥 경계선에서 안쪽을 보호하는 하나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잘 지켜봐야 현상 유지다. 그런데 현상을 타파해야 하는 부분,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변화시켜야 하는 부분은 안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이야기해야 한다. 평화나 공존, 이러한 것들은 새로운 시대의 비전이다. 그런 측면에서 평화공존을 떠받치는 국가의 비전으로 중견국가, 평화국가, 교량국가 개념을 꼽고 싶다.

우선 우리가 강대국의 식민지가 아니며 중견국가로서 한반도의 정세를 주도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평화국가는 안보를 통해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자는 것이지 전쟁하자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로 교량국가는 강대국들 사이, 대륙과 해양 사이에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세 가지의 개념을 지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안보를 든든한 밑천으로 삼아서 이러한 개념들을 진짜 전략으로 삼는 것이다. 

안보와 평화정책은 선택적인 관계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야당의 전문성 부족에 있다고 본다. 또 융합적이고 통합적인 사고가 부족한 것 같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하나는 오른쪽에서 빌려온 뇌, 하나는 원래 있던 뇌 이렇게 두 개의 뇌가 움직이다보니 이러한 생각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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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 경향신문·경실련 공동 공약검증]우등생은 정의당·더민주

 

ㆍ정의당, 청년·주거 등 6개 최상위…더민주 보육·노인·재벌 등서 1위
ㆍ“4당 모두 구체성은 부실” 지적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경향신문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주요 정당의 분야별 공약을 검증한 결과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새누리당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평가는 각 당이 제시한 9개 분야 총선 공약을 개혁성과 구체성, 실현가능성 등 3개 지표로 나눠 5점 척도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의당은 청년, 주거, 노동, 정치 개혁, 사법(국정원) 개혁, 통일·외교 등 6개 분야에서 4당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더민주는 보육, 노인, 재벌, 사법(국정원) 개혁 등 4개 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새누리당은 전 분야에 걸쳐 1~2점대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통일·외교(2.9), 청년(2.5), 보육(2.4), 노인(2.4)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정치 개혁(1.6), 재벌(1.3), 노동(1.0), 사법(국정원) 개혁(1.0)은 낮은 평가를 받았다.

더민주의 경우 보육(4.1)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어 노동 공약(3.8)과 노인(3.7), 청년(3.6), 사법 개혁(3.6), 주거(3.5), 재벌(3.5), 통일·외교(3.4) 등에서 고른 점수를 받았지만 정치 개혁은 상대적으로 낮은 2.7점을 받았다.

국민의당도 보육(3.3)이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통일·외교(3.2), 청년(3.0) 분야가 3점대 평가를 받았고, 그 밖에 노인(2.7), 노동(2.4), 사법(국정원) 개혁(2.4), 정치 개혁(2.3), 주거(2.2), 재벌(2.0) 순이었다.

정의당은 주거와 노동 분야 공약이 각각 4.0점을 받았다. 이어 정치 개혁(3.9), 보육(3.8), 청년(3.7), 사법(국정원) 개혁(3.6), 통일·외교(3.5), 재벌(3.3) 순이었다. 노인 공약은 2.7점이었다.

주요 정당들의 20대 총선 공약은 전반적으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야가 공천 갈등과 분당 등 내홍을 겪으면서 향후 4년간 국정 전반에 대해 어떤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비전과 전략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분야별로 여야의 입장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중요 분야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등 많은 부분이 누락돼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19대 총선의 경우 새로운 가치와 화두가 많이 제시됐는데 이번 선거는 상당히 후진적인 풍토로 치러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청년

주요 정당의 청년 공약을 일자리, 등록금, 주거 등 3개 분야로 나누어 5점 만점 척도로 평가한 결과 정의당(3.7)과 더불어민주당(3.6)이 국민의당(3.0)과 새누리당(2.5)에 비해 공약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평가 지표로 보면 정의당은 구체성(4.0)과 실현가능성(3.5)이 다른 당에 비해 가장 높았다. 더민주는 개혁성(3.8)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국민의당은 실현가능성(3.2), 개혁성(3.0)에 비해 구체성(2.8)에서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았다. 새누리당은 개혁성(2.2), 구체성(2.7), 실현가능성(2.5) 모두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

지난 2월 청년실업률이 1999년 이후 역대 최고치인 12.5%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 청년 일자리 공약은 야 3당이 큰 차이 없이 4점대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새누리당은 개혁성(2.0), 구체성(2.0), 실현가능성(1.5) 등 모든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새누리당이 창조경제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공약의 기본 틀로 제시하기는 했지만 청년에 특화된 일자리 창출 공약이 부족하고 구직자와 일자리를 이어주는 일자리 매칭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았다.

등록금 및 학자금 공약은 정의당과 더민주가 새누리당·국민의당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새누리당은 현재 2.7%인 학자금 대출금리를 2.5%로 0.2%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더민주는 고등교육재정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1%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당은 학자금 대출금리 1.2%포인트 인하, 정의당은 국가표준등록금제 도입을 공약했다.

청년 주거 공약은 많은 허점을 노출했다. 새누리당은 기존 정부정책을 되풀이한 수준이었고, 더민주는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국민의당은 공약 내용이 추상적이었고, 정의당은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근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일자리

새누리당은 청년에 특화된 고용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미래산업’을 성장시켜 전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다양한 일자리 매칭행사로 청년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겠다는 것이 주요 정책에 담겼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발전 비전이라는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일자리 70만개 창출을 내걸고 대기업의 청년고용의무 할당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매우 높은 수준인 노동시간을 단축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현재 상황에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청년 구직자와 일자리를 이어주기 위한 구체적 정책은 없었다.

국민의당은 청년고용할당제를 중심으로 하는 일자리 창출과 후납형 청년구직수당을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다. 특히 청년고용할당제를 한시적으로 5년간 공공기관과 1000명 이상 민간 대기업에 적용해 연 5만5000명의 청년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정책은 국회와 정부가 의지를 가지면 충분히 실현될 수 있는 정책으로 평가됐다.

정의당은 청년고용할당제, 미취업 청년에게 청년디딤돌 급여 지급(연 최대 540만원) 등 다양한 청년 고용 정책들을 구체성 있게 제시했다. 공공기관부터 인턴제 폐지, 1년 미만 재직자 퇴직금 지급 등 현재 청년 고용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수저색깔’ 없는 표준이력서 사용, 채용 기준·절차·결과 투명화 등 불공정 채용 배제 등 취업 차별을 없애겠다는 정책도 의미가 있었다.
 

△등록금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80%를 넘어서 보편교육 단계에 진입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학생의 등록금 부담은 높고,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은 낮게 나타나고 있다. 당면 과제는 등록금을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고 사립대 중심의 공급 구조를 국공립대 중심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의 재정지원 및 실효적인 대학 구조조정 방안이 종합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총선 공약으로 각 당이 제시한 등록금 공약을 살펴보면 중장기 전망에 의한 종합대책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먼저 대학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4당 모두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의당만 대학균형발전 방안으로 부실한 사립대의 국공립화를 제시해 비교적 근접한 방안을 제시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에서 장학금 확대와 대출이자 인하 등을 통해 실질적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선 등록금 부담 완화에 대해 학자금 대출이자 소폭 인하를 제시했을 뿐 실질적 대책을 찾아볼 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제시한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를 통한 등록금 인하 공약은 개혁성이 높았다. 더민주의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 지원, 정의당의 부담 가능한 수준의 구체적인 등록금 제시도 눈에 띈다. 그러나 관련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양당 모두 실현가능성은 낮게 평가됐다.

국민의당은 국공립대 등록금 동결 등 소극적 대책과 학자금 대출금리 1.2%포인트 인하 등 등록금의 일부 부담 경감 방안을 제시했으나 재정소요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에 그쳤다.
 

△청년주거

각 당은 청년주거 공약을 중요하게 제시했다. 청년들이 주거비를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 공급에만 맞춰져 있는 한계가 있었다.

새누리당은 2017년까지 신혼부부 행복주택 특화단지 최대 10개 조성, 기숙사 그린 리모델링, 대학 연합기숙사 확충 등을 내걸었다. 대체로 정부에서 기존 추진하고 있는 행복주택에 의존하고 있다. 실질적 효과보다는 생색내기나 보여주기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용 셰어하우스 임대주택과 신혼부부용 소형주택 공급 등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임대주택 비율을 현재보다 높여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는 점은 의미가 있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재원 조달과 효과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의당은 국민연금 재원을 활용해 청년희망임대주택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청년희망임대주택은 재원을 명확히 제시했으나 공급 대상자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얼마나 공급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청년세대 주거 문제를 임대주택으로만 해결할 수 없기에 근본적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정의당은 주거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의 주거지원을 위해 월세보증금 안심대출(최대 2000만원)과 표준임대차계약서 의무화 등 다양한 공약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청년주거 문제의 근본적 대책으로는 미흡한 데다, 시급한 주거 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 제시도 부족했다.
 

■ 보육

4개 주요 정당의 보육정책 관련 공약은 다른 정책에 비해 각 정당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항목이 많았다. 그만큼 복지정책이 유권자들에게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주제이며 각 당의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보육 공약에서 가장 높은 점수(5점 만점에 4.1점)를 받은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보육 예산을 100% 중앙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거나, 현재 통상임금의 40%인 육아휴직 급여를 100%로 인상해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3.8점을 받은 정의당은 임산부 및 영유아 방문건강관리 제도와 출산 시 마더박스(필수 아기용품 상자) 제공 등 출산 시점부터 포함하는 포괄적인 공약을 제시했다는 점이 개혁성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다만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회복지세 신설을 제안하는 등 재원 마련 부분에서 실현가능성이 보강돼야 한다고 평가됐다.

4개 정당 모두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가 필요하다는 공약을 냈지만 온도차는 있다.

새누리당은 국가재정이나 환경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아 실천의지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더민주는 2016년 현재 약 500조원의 국민연금기금 중 일부를 금융부문에만 투자하지 않고 부족한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 제시해 개혁성과 실현가능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을 빚었던 누리과정 등에 대해선 3개 야당은 국가 책임을 강조해 보편적 보육에 대한 유권자들의 요구를 적절히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에 대한 별다른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을 제외한 3개 야당은 파파쿼터제(아빠 육아휴직 할당제)나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을 보육여건 개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국민의당은 이 같은 정책이 육아휴직을 신청하기 어려운 현실적·환경적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체인력 채용 의무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이 긍정 평가를 받았다.

△특별취재팀 | 경실련 정책검증 보육 공약 평가위원

정창률(단국대 교수·사회복지학) 남현주(가천대 교수·사회복지학) 이상은(숭실대 교수·사회복지학) 남은경(경실련 사회정책팀장)
 

■ 주거

주거 공약에서는 정당 간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4.0점과 3.5점을 받아 주거불안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 해결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신혼부부나 노인 등 일부 대상에 대한 임대주택 공급 공약 이외에 구체적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의당의 공약은 주거 불평등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를 받았다. 반값 임대 공정주택을 연간 15만호 이상 공급해 무주택 주민의 주거불안을 해소할 수 있고, 소득하위 20% 이하 무주택자 주거비 지원 확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공정임대료 등 공약도 주거약자를 위한 공약으로 꼽혔다. 다만 주택이 곧 투기수단이라는 국민 인식과 고착화된 부동산시장의 구조를 어떻게 깰 것인지, 기득권의 반발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공약 실현의 관건으로 지적됐다.

더민주도 다양한 주택 공급 방안과 세입자 권리 강화를 통해 주거복지를 강조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소득계층별 맞춤형 주거지원, 세입자 권리보장 제도 등은 유권자가 체감할 수 있는 구체성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재원조달 측면에서는 의문부호가 찍혔다. 장기공공임대주택 85만호 공급에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겠다는 공약은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되며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질 여지가 있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경우 무주택 세입자나 저소득층의 주거지원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도시 내 빈집 정비를 통한 임대주택 공급, 신혼부부·노인 대상 행복주택 확대 공급 이외의 다른 정책은 내놓지 않았다. 이마저도 어느 도시에 얼마나 공급할 것인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임대주택을 지어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제공하자는 국민의당의 컴백홈법은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종합특별법을 제정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그 내용은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당 셰어하우스 공약도 일부 주거취약계층이 대상이어서 주거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미흡했다.

△특별취재팀 |경실련 정책검증 주거 공약 평가위원

서순탁(서울시립대 교수·도시행정학) 김유찬(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 최봉문(목원대 교수·도시공학) 박경준(법무법인 인의 변호사) 윤철한(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
 

■ 노인

“노령화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다.”

주요 정당 모두 노인 관련 공약에서 박한 점수를 받았다. 다양한 노인 문제를 포괄하는 정책보다는 좁은 영역에 국한된 대동소이한 공약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5점 만점에 3.7점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이 근소하게 높은 평가를 받았고,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2.7점, 새누리당이 2.4점이었다.

새누리당을 제외한 3개 정당은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기초연금을 확대하고 국민연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민주가 낸 국민기초생활수급자에게 기초연금 연계를 없애 혜택을 강화하는 정책은 빈곤층 노인을 위한 적절한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차등 없이 지급한다는 공약도 개혁성 측면에서는 의미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추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등은 의문시됐다.

국민의당이 내놓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및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 폐지’ 공약은 노인 빈곤을 우려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실현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의당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를 폐지하고 궁극적으로는 공적연금 하나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노후소득을 보장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평가단은 “현 단계에서 추진할 수 있는 방안과 단계적 실천 방안은 미흡했다”고 짚었다.

새누리당이 제시한 의료비 정액제, 치매고위험군 원스톱 서비스 등 공약은 실현가능성이 있는 정책으로 평가됐다. 문제는 재원 조달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고 단기적인 관점에서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추가납부 허용은 수차례 나온 정책으로, 두루누리 사업(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저임금 노동자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 50% 지원) 확대 등은 효과가 크지 않은 사업을 반복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각 당의 주목할 만한 정책으로는 새누리당 치매예방 운동교실, 더민주 주택연금제(노인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 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제도) 개선, 국민의당 공공장기요양시설 확대, 정의당 실버임대주택 확대 등이 꼽혔다.

△특별취재팀 | 경실련 정책검증 노인 공약 평가위원

김진수(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정창률 남현주 남은경
 

■ 정책검증 어떻게 했나

우리 사회 9개 핵심현안별 개혁성·구체성·실현가능성 평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경향신문 공동 정책검증은 3월25일 20대 국회의원 후보등록 마감 이후 우리 사회의 핵심 현안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9개 분야에 대한 정책·공약검증을 실시키로 했다. 이를 위한 평가지표의 개발과 분야별 정책검증·평가위원의 선정을 통해 진행했다.

9개 분야는 ①희망과 미래를 위한 청년문제 해결 ②거주기간 보장을 통한 서민주거안정 ③출산율 제고를 위한 공보육 정상화 ④노령사회 대비 노후소득 보장 강화 ⑤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⑥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재벌개혁 ⑦비례성 강화와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선거제도·정치개혁 ⑧국민의 기본권 강화를 위한 국정원·사법개혁 ⑨남북 상호의존 확대를 통한 한반도 평화 등이다.

분야별 5인 내외의 검증·평가위원단은 정당들이 제시한 공약을 토대로 핵심 쟁점에 대한 각 정당 입장을 비교·분석했으며, 공약의 가치성(개혁성), 구체성(완결성), 적실성(실현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했다.

공약의 가치성(개혁성)은 환경, 성장, 국민편익 등을 고려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공약인지, 국민의 참여와 권익을 강화하고 국가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담고 있는 정책인지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공약의 구체성(완결성)은 공약이 구체적이고 완결적인가를 평가하는 것으로 제시한 공약의 목표는 적절한가, 임기 동안의 연도별 추진 계획이 잘 제시되었는가, 공약에 따른 예산 배분 계획 및 재원 확보 방법이 적절한가 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공약의 적실성(실현가능성)은 공약 목표가 국가 현황에 적정하게 설정되어 있는가, 국회의 권한과 임기 내에 달성가능(실현가능)한가 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위 3가지 평가지표별로 세부 평가기준을 고려해 5점 만점으로 5점(매우 좋음), 4점(좋음), 3점(보통), 2점(나쁨), 1점(매우 나쁨)으로 점수를 부여한 정량평가도 실시했다. 향후 4년간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매우 중차대한 의미를 지닌 4·13 총선이다. 유권자들이 객관적·합리적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검증 결과를 공개하고자 한다.

서순탁 | 경실련 정책위원장·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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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영화인들 마음은 녹색당?

 

4.13 총선 앞둔 영화인들, 범야권 지지 추세 뚜렷

16.04.03 17:39l최종 업데이트 16.04.03 17:39l

 

▲  녹색당 비례대표 1번인 다큐멘터리 <잡식 가족의 딜레마> 황윤 감독
ⓒ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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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영화인들의 선택은 녹색당?

지난 29일 영화인들이 녹색당 지지 선언을 하면서 20대 총선 영화인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계 지지 정당은 특정 정당에 쏠려 있기보다 새누리당을 제외하고 야당에 고루 분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공개적인 지지는 녹색당이 두드러진다.

영화계 인사들은 각자 선택에 따라 선거를 앞두고 몇몇 정당에 적극 결합해 선거 관련 홍보와 영상 촬영 등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일부 감독 배우들은 투표참여 운동도 시작해 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녹색당에 대한 영화인 104인의 지지 선언은 영화인들의 지지 정당이 주로 녹색당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지난 지방선거 때는 노동당 공개지지에 이름을 올린 영화인들이 많았고, 선거를 앞두고 주로 진보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다. 진보정당의 당원으로 있는 유명 영화인들도 여럿 있으나 녹색당을 제외하고는 공개적인 지지 선언 보다는 실무적인 도움을 주는 쪽으로 돕는 모습이다.

녹색당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린 영화인들은 <조선 명탐정> 제작자이기도 한 김조광수 감독,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진모영 감독, <집으로 가는 길> 방은진 감독, 한국 다큐멘터리 대부로 불리는 김동원 감독, <다이빙벨> 공동 연출자인 안해룡 감독, 오동진 평론가 등이다.  녹색당 비례대표 1번이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 가족의 딜레마>를 연출한 황윤 감독이라는 점도 영화인들의 마음을 얻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황윤 감독은 이번 총선에 출마한 유일한 영화인이다.

영화인 아니지만... 더민주 박주민 후보
 

▲  더민주 후보들을 지지하고 있는 문성근 배우와 영화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은평갑 박주민 후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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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당에도 영화인들의 역할이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문성근 배우가 대표적이다. 문성근은 목에서 출혈이 생길 정도로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들에 대한 지원 유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작사 대표와 영화 프로듀서 등 다양한 영화관계자들도 드러내놓고 활동하지는 않지만, SNS를 통해 지지 의사를 밝히거나 선거 운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

국민의당에는 영화사 봄 대표를 지낸 조광희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은 바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을 지낸 김혜준 전 부천문화재단 대표는 정책 쪽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가니>를 제작한 엄용훈 삼거리픽쳐스 대표는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위원으로 조 변호사와 함께 참여했다.

새누리당 쪽 영화인으로는 중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지상욱 후보의 부인 심은하 배우와 김을동 후보의 아들인 송일국 배우 등이 있다. 80~90년대 활동했던 원로영화인들 역시 주로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있다.

영화인은 아니지만 서울 은평갑에 출마한 박주민 후보는 영화계의 적극 지지를 받고 있는 대표적 후보자 중 한 사람이다. 표현의 자유 이슈를 뜨겁게 달구었던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제한상영가 취소소송에 나서 승소하는 등, 영화계 현안에 많은 관심과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당시 소송을 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은 박주민 후보였다"며 "2005년 수입된 <천국의 전쟁>이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을 때도 '대한민국에서 성인이 못 볼 영화가 어디 있냐'며 위헌 신청을 청구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명박 정권 때는 심사 부정 의혹으로 인해 영화계가 강하게 반발했던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의 공모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행정소송을 주도했었다. 공교롭게 당시 논란이 컸던 공모과정에서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로 결정된 단체의 대표가 지역구 경쟁자인 새누리당 최홍재 후보의 동생이다.

배우 유연석, "신중한 한표 던지고 제가 출연한 영화도..."
 

▲  동영상을 통해 4.13 총선거 투표 참여를 요청하는 유연석 배우
ⓒ 페이스북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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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계 대표적 현안인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표현의 자유 위축 문제로 커지면서 영화계는 새누리당보다는 야권 정당들에 더 마음을 두고 있다. 부산영화제 사태와 관련해서는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과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 녹색당 황윤 후보, 노동당 등이 문화예술계에 가하는 검열 압력으로 규정하고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규탄 입장을 밝혔다.

페이스북에서는 영화인들이 중심이 된 '투표버킷챌린지'라는 이름의 투표 독려 릴레이 캠페인도 시작됐다. 문성근 배우가 첫 주자로 나서 청년들의 투표 참여를 촉구했고, 다음 주자로 정지영 감독과 박원상 배우, 류승완 감독, 배우 유연석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성근은 "투표율 75% 되면 정치권이 청년 일자리를 위해 발버둥 칠 것"이라고 했고, 박원상 배우는 "헬조선이니 뭐니 이래저래 힘들고 현실은 너무 팍팍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권리마저 포기해버리면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며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유연석은 "4월 13일 신중하고 현명한 한 표 던지시고, 가족들과 영화 <해어화>와 함께 하신다면 알찬 하루가 될 것 같다"며 투표 독려와 함께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 대한 홍보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투표 참여를 강조하는 동영상을 올린 후 다음 주자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릴레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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