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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2-과학소녀 꿈꾸기

그리고는 과학자가 되고 싶어했던 시절도 있었다.얼마전에 선배에게 과학소녀였던 적이 있다고 고백했는데.ㅋㅋㅋ 지금의 내 모습을 아는 사람들은 전혀 연관지을 수 없는 모습.

 

중학교 때 과학실험상자가 너무 가지고 싶어서 엄마에게 매일 졸랐던 기억이 났다.

당시엔 좀 비싸서 엄마에게 협박까지 해서 얻어냈다. 내가 언제 인형사달라고 한 적 있었나며

짐짓 지금 투자하란 식으로 말이다. 결국 우리 엄마는 내 농간에 속아 비싼 과학실험세트와

과학도서50권을 구입했다.

 

뭐, 결국 과학도서는 동생과 집만들기 놀이할 때 썼던 용도이다가 헌책방으로 팔려갔고,

과학실험세트는 비커에 물 몇번 담고 스포이드를 만지작하다가 어느 순간 집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나름대로 과학적 사고의 근원이었다고 엄마에겐 절대 속지 않았으니 걱정 말라고 말했다. 중학교2,3학년 때 방학과제로 냈던 보고서가 학교에선 상으로 돌아왔으니 손해는 아니라고 말하면서.

 

2학년 때에는 광물에 관심이 많았는데, 보고서의 연구동기에도 이렇게 적어놨다.

 

 "가족과 함께 강으로 갔던 적이 있는데, 그 곳에서 여러가지 색과 알갱이를 가진 돌을 보았다.

(어느 강으로 뭐하러 갔는지도 없는 이상한 문장이다.내 기억엔 보석인줄 알고 돌을 주웠다가 보석이 아님을 알고는 보석 비슷한 돌들에 관심을 가졌다고나 할까.^^;;) 중간생략...돌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는데 구성원소 등 더욱 자세히 알고 싶고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도 비교해 보고 싶었다.

 

 아...얼마나 훌륭한 연구동기인지. 보고서 예시문 그대로 연구동기를 적어놓은 것 같다. 뭐, 돌을 깨고 알갱이를 분석하고 사진찍고 해서는 아직도 이 보고서 때문에 책상에는 돌 알갱이가 어디선가 항상 나온다.

 

 




그리고는 중3때는 저울까지 만들어가며 식구들을 괴롭혔던 기억도 난다.

주제는 부력이다.


 

이걸 사진까지 찍어가며 난리를 쳤던 실험의 연구동기는 내겐 너무 처절한 내용이었다.

 

"수영을 배우고 싶지만 몸이 물에 뜨지 못하는 관계로 튜브 신세를 지고 있다. 나보나 몇 십배나 크고 무거운 배도 유유히 바다에서 떠 항해를 하는데, 왜 나는 안될까?"

자괴감까지 엿보인 연구동기이다.차라리 이 연구동기이면 배가 뜨는 원리나 책에서 찾아 대충써내면 될 것을 물에 뜨는 원리를 알겠다니...기암할만 하다.

 

  먹고 남은 닭꼬치와 우유빨대. 빈 패트평

 펜으로 눈금을 그려놓은 균형잡힌 삼각형 모양의 빈 박스.

그리고 어머니의 협조로 빨래집게후원받아 대충 저울을 만들었다.ㅋㅋ

신뢰성은 전혀 없고, 대충 무게가 비슷해 보이는 물체들을 실로 묶어 닥치는대로 사진을 찍었다.

 

가끔 이 사진들을 볼 때 동생은 얼마나 기암하던지.

뒤의 깨끗한 배경을 위해 동생에게 흰 도화지를 하루종일 들고 서 있게 했던 기억이 나보다 이 실험을 더 끔찍하게 기억하는 까닭이다.

 

아무튼 가족들의 협력으로 과학소녀로 거듭날 뻔 했으나, 이후 전혀 과학과는 상관없는 삶을 살게된 여우비.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상관없으니, 밀도에 허우적거리는 개념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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