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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정호승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것은 외로움을 견디는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것도 외로움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있는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연금술사>였던가, 정확한 책 제목이나 구절은 기억이 안난다. 지금 쓰면서도 생각해보니, 나르시즘에 대한 이야기 중 새롭다고 생각했던 그 내용이 소설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이래서 독서감상문이 짤막하게나마 필요한거다.

 

  각설하고, 자신의 모습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호수에 빠져 죽었다는 소년 나르시소스에 관한 이야기를 그의 모습을 비추게 한 호수에게 물었다. 그를 저주에 빠지게 한 에코를 비롯해 모든 요정들도, 자연마저도 사랑했던 그의 외모를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보던 호수.   자신도 역시 나르시스의 외모를 사랑했지만, 자신에게 손을 대면 안타까워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게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결국 그의 얼굴을 비추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어 자신의 가장 깊은 곳 까지 이르게 한 것. 가장 비극적인 건 메아리가 되어버린 에코의 목소리도, 죽어서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 나르시소스도 아닌 호수라고 생각했다.

 

수선화의 꽃말을 찾아보니, 자기자랑, 자존심, 고결이란다.  정호승의 시를 읽다가 외로움 때문에 물가에 앉았다는 너(수선화)를 생각했다. 늘 만족할 수 없는 '자기애'의 운명을 지고 태어난 것 같다. 하긴, '자기애'만 늘 만족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느끼는 외로움이란게, 존재의 고절함까지 이르게 만들때도 있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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