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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22일; 하루의 절망과 희망.

12월22일, 금요일.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 다시 한번 절망과  어떤 희망.

 

09:30

 

은행연합회관 앞에서는 대우센터빌딩 비정규직노동자 동지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건물 안에서 원청인 대우건설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정식으로 인수하고 사장을 선임하는 이사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모인 연대단체들과 조합원들은 대우건설을 규탄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강력한 경고를 전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말 그대로 '자본가'들의 집단인 은행연합회 앞에서, 정말 가진 것 하나없는(이젠 심지어 일자리조차 빼앗긴) 노동자들의 외침이란!

 

 

11:00

 

다시 대우센터빌딩 앞으로 이동, 연대집회를 진행했다. 대우센터빌딩 투쟁의 중요한 특징이라면, 집회를 매회 할 때마다 연대대오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한번도 줄어든 적이 없고, 매번 늘어나고 있다. 함께하는 조직도, 사람들도 말이다. 그래서 조합원동지들은 이 투쟁이 승리한다면 그건 연대의 힘 덕분일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포스트에서도 쓴 것처럼, 도시에서 서비스부문에 종사하는 불안정노동자들이 가진 것은 '연합적 힘' 뿐이다.

 

 

건너편 서울역 광장에서는 서울지하철노조의 집회가 같은 시간에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지하철노조 집행부는 현장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고 주5일제를 도입하는 요구안을 갖고 서울의 노사정기구인 '서울모델'의 사적 조정을 받았다가, 이 마저 서울시가 거부하자 파업을 경고하는 이상한 '투쟁' 중을 진행하는 중이다. 여튼, 지하철노조 집회에 들렸던 박준 동지가 (아마 우리는 섭외도 하지 않았던 것같은데도) 곧바로 달려와서 공연을 해주었다. 이 공연을 하곤 기륭투쟁으로 달려가신다. 정말 힘나고 고마운 공연.

 

이번 집회는 특히 서울경인공공서비스노조 동지들이 전국공공서비스노조(공공산별노조) 가입처리 된 이후에 열리는 것으로, 산별노조 황민호 위원장도 참석하는 등 더 힘이 났다. 많이 늦었지만, 공식적인 지원과 결합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투쟁에서는 오랜만에 몸싸움이 없었다. 진입투쟁을 보류했기 때문인데, 사측이 다음주 26일 교섭을 하자고 요청했기 때문에 이번엔 넘어가기로 했다. 방금전에 열린 이사회에도 진입투쟁을 하려는 계획도 있었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보류했다. (그런데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계속 읽어보시면 밑에 나온다.) 대신, 연대온 동지들의 염원을 모아서 풍선을 매다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15:00

 

여의도 민주노총 집회. 수도권 간부 집중집회였다. 노사관계로드맵이 통과되는 날.

민주노총 집회는 예정시간보다 늦은 15:25분이나 되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16:10에 국회모형을 불태우는 상징의식으로 마쳤다. 시종일관 맥빠진 집회. 전날 투본대표자회의에서는 이미 끝난 판이니 마무리 정리집회 의미로 진행하기로 결정된 것으로 들었다. 집회를 진행하는 동안 로드맵은 국회 안에서 평화롭게 처리되었다.

참세상 기사 : 노사관계로드맵, 국회 본회의 통과

 

어이 없게도 집회를 진행한 40여분은 로드맵이 상정된 시간과 통과된 시간 사이에 정확하게 일치한다. 집회 사회자는 로드맵이 상정되었는지, 통과되었는지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냥 집회는 그렇게 끝났다. 해산하려가다 뒤늦게 처리 소식을 들은 도대체 이게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말, 아무리 투쟁을 정리한다고 해도, 이렇게 할 수가 있는가, 그럼 아예아예 집회조차 하지 말든가!

 

너무나 무기력하게 민주노총의 2006년 하반기 투쟁, 노동자의 명운을 건 투쟁이라던 이 투쟁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률과 노동권을 제약하는 법률을 나란히 통과시키고 바람빠진 풍선처럼 이렇게 마무리되고 말았다. 아마 내년 민주노총 선거에서 이 투쟁에 대한 평가가 주요한 쟁점이 되겠지만, 과연 그러한 평가-논쟁의 진정성을 대중들이 믿어줄 것인가조차 의문이다.

 

 

16:30

 

공공연맹과 화물, 택시, 버스 등 공공-운수 4연맹 통합논의 진행상황을 들었다.

26일 통합 대의원대회를 예정한 상태에서,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택시연맹은 기존의 (통합준비위에서 진행된) 모든 합의를 뒤짚는 입장을 제출하여 논란이 거듭되고 있었다. '공공운수연맹'이 아니라 '운수공공연맹'으로 해야한다부터 시작해서, 공공연맹 수준의 의무금은 많으니 의무금을 인하하자, 그래서 재정이 부족하면 상근자 임금 수준을 삭감하자, 내년까지 함께 추진하기로 대표자회의에서 합의했던 '공공산별', '운수산별' 통합 합의는 없던 걸로 하자는 등  읽을 수록 눈을 의심하게 하는 내용들.

 

그런데 이날 10시부터 다시 진행된 통준위 논의에서는 26일 통합은 확정하되 내용은 계속 논의한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했던 것이다. 어떻게 통합 3일전까지(그 3일은 모두 크리스마스 연휴이다) 날짜를 박고 내용이 없을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통합될 조직의 명칭까지도 없는데 말이다. '날짜박기식' 통합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이번엔 정말 너무들 했다. 통합 방식, 내용에 대한 대중적 논의, 공유는 고사하고라도 간부들, 심지어 통합되는 조직인 연맹 간부들도 거의 알지 못하는 내용이 '묻지마' 상태에서 진행되는 상황.

 

대중조직의 통합이라는 것이 최소한의 대중에 대한 책임마저 방기하고 마치 정치공학이 되어 버린 현실을 보고 있자니, 한없이 무기력해진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내가 만나는 간부들, 조합원들에게 26일 대의원대회에 무어라고 말하고 오라고 조직해야하나?

(이 글을 쓰는 중간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 4연맹 통합이 무산되어 연맹 임시대대를 개최한다는 내용. 예정했던 날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최종적인 판단이 이루어지다니..)

 

 

19:00

 

긴급하게 문자 메시지가 왔다.

[대우:긴급] 용역깡패천막농성장침탈/7시30분 긴급규탄집회/연대부탁드립니다.

이런, 젠장!

 

급하게 달려간 대우센터빌딩 앞에는 아직 현장에 남아있는 용역깡패들과 함께 완전히 박살난 천막농성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천막 안에 사람이 들어있는 상태에서 무자비하게 천막을 박살냈다. 나중에 들으니, 이 과정에서 구권서 위원장은 몸에 휘발유를 끼엊고 불을 그으려고해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긴급하게 말렸지만 정말 큰 일 날뻔 했다. 몇몇 조합원들은 찰과상을 입는 등 다쳤다.

 

금요일 밤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급하게 달려왔다. 특히 당장 달려온 학생동지들 무척 고맙다. 조합원 동지들, 특히 아주머님들은 분이 풀리지 않아 용역들과 몸싸움을 하고, 항의하고, 계란을 던지시면서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사측이 교섭을 하자고 해서 별다른 몸싸움도 없이 오전에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던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불과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폭력침탈이라니! 저 자본가놈들에게 양심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파렴치한 것들이다.

 

연대집회를 진행하면서 곧바로 다시 새 천막을 설치했다.

 

천막농성장을 용역깡패들이 철거하고 두 시간만에, 조합원들과 연대대오는 천막을 다시 완전하게 복구했다. 이런게 연대의 힘이다. 이런 게 희망이다.

 

농성장을 다시 설치하고 구권서 위원장은 발언을 통해서 사과하고, 살아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투쟁하자고 결의를 밝힌다. 하지만, 구권서 위원장님, 사과하실 건 전혀 없어요. 무척 위험했지만, 당신의 마음은 그 자리의 모두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답니다.

 

(구권서 위원장은 노동운동판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훌륭한 활동가다. (나는 진정으로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는, 존경할만한 노동운동 활동가를 아직까지 구권서 위원장을 포함해서 너냇명밖에 만나지 못했다.) 매번 집회가 끝난 후에 구권서 위원장은 학생들까지 연대단위를 모두 모아서 현재의 정황과 투쟁의 맥락, 이후 방향 등에 대해서 꼼꼼하게 설명한다. 연대단위가 모인 공대위 회의에서도 '지원'요구가 아니라 투쟁을 함께 논의한다. 물론, 노조 안에서도 조합원 동지들과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투쟁에 연대하는 단위들도 그냥 몸만 대는 것이 아니라 투쟁의 의미를 공유하는 가운데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작은 배려다. 나는 많은 사업장을 가보았지만 이렇게 연대단위들에게도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함께 논의하는 투쟁현장은 이제까지 만나보지 못했다. 이런 자세가 있기 때문에 연대의 힘이 모이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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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몇몇 간부들과 소주 한 잔을 하고, 이렇게 하루가 지났다. 이렇게 저들에게 속고 얻어맞고 다쳐도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이런 연대의 힘이 있기 때문에 곧 승리할 것이라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확신했다. 

집에 도착해서 메일 하나를 쓰고 잠자리에 들었다.

 

22일 하루, 맥빠진 민주노총의 국회 앞 마무리, 원칙이 사라진 조직통합 논의, 사측의 기만과 용역깡패의 탄압이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은 연대의 힘을 확인했고, 그 연대의 힘이 우리를 승리하게 할 것이라는 걸 서로 확인하면서 마무리했다. 절망들이 판을 치지만, 작지만 가장 강력한 어떤 희망들은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다. 신자유주의 시대, 노동자운동이 어디에서 취약하고 어디에서 강력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 새로 복구한 천막 농성장은 원래 자리에서 좀 떨어져서 남대문서 방향에 설치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연휴이지만 조합원은 상주한다. 지나시는 분들은 음료수라고 하나 사들고 잠시라도 연대방문을 해보시는 것은 어떻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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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그게 과연 "정규직화"일까?

우리은행이 노사합의로 31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난리다. 오늘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집회 가서도 조합원들이 물어본다. "우리은행은 비정규직을 정규직도 시켜준다는데, 우리는..." 이런 반응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 만난 한 민주노동당 활동가도 '좋은 거 아닌가요?'라고 물었던 것이 생각났다. 이런이런, 언론의 선전대로 우리 조합원들도 이걸 '비정규직 정규직화라고 생각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차, 비정규직 운동단위들의 명확한 입장이 필요한데!

 

이번 합의는 언론에 발표된 것처럼 요런 내용이다.  

△ 언론에 보도된 우리은행의 이번 조치 요약 (한국경제)

 언론에서는 특히 △ 정규직노조가 합의한 가운데 정규직 급여를 동결해서 복리후생 차별을 철폐하는 재원을 마련했다는 내용 △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이 (주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식의 반응이다.  (말하자면 "비정규법안 반대투쟁한 민주노총, 뻘짓하느라 수고했다, 이제 임금이나 양보해라", 대략 이런 스토리다.)

 

물론 금융권과 경영계의 '우려'가 심각하다는, 예의 그 짜고 치는 고스톱은 여전히 이번에도 등장한다. 은행은 나름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업종에 있어서는 적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도 친절하게 덧붙여준다.

 

우리은행의 이런 흐름은 이미 작년부터 준비되고 도입된 '직군분리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만 여기에서 정부의 비정규법안 내용에 따라 당연히 손봐야할 내용을 먼저 손본 것뿐이다. 어차피 2년 이상 고용된 경우에는 무기계약으로 전환해야하거나 해고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은행창구 업무 등은 복잡하고 숙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고하고 다시 훈련하는 것이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이번 조치는 이런 상황에 처한 은행자본의 지극히 '합리적 선택'일 뿐이다. 물론 '자본의 논리'에 따른 '합리'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일일히 이야기하는 그렇고 아래 링크를 참조하면 되겠다.

‘반정규직’은 말장난, 고용보장도 못해(일다)

‘금융권 신인사제도, 차별시정의 대상인가?’ 토론회(단병호 의원실)

 

위의 링크를 따라가보면 알겠지만, 이번 조치는 이미 상당부분이 준비되고 있던 것들이다. 상시업무 비정규직에 대해서 차별적인 직군을 신설하는 조치를 통해서 저임금과 차별을 고착화한 새로운 분할선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정규직과는 다른 별도의 저임금을 받고 승진의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된 새로운 직군의 도입이다. 따라서 기존의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의미의 '정규직화'보다는 (정부가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을 내면서 '정규직화' 대신 제시하여 지탄을 받았던) '무기계약화'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기간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임금은 은행측 주장에 따르면 현재 정규직의 70~80%이며 이 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미 임금수준은 실제로는 40% 수준이라는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 따라서 기존의 저임금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비정규법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저임금과 차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편이다.

 

(* 언론의 평가 중에서는 그나마 거의 유일하게 한겨레 신문의 아래 사설이 문제를 지적한다. 이번 조치를 '2류정규직', '반쪽 정규직' 등으로 평가한다. 우리은행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남긴 과제 / 한겨레 12/21 사설

* 특히 이러한 조치는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합법적인' 차별을 반영구적으로 고착할 것이다. 이번에 대상이 된 창구담당이나 사무지원, 콜센터 등은 거의 100% 여성노동자로 이루어져있다. 이런 조건에서 주류여성운동진영에서 이번 우리은행의 조치에 대해서 찬성의견을 낸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설사 일부 비정규직 관련단위, 노동단체에서 찬성의견을 내더라도 이런 점에서 여성운동단체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야하는 것 아닌가? 신자유주의에 편입된 NGO와 주류여성운동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은행 정규직화, 여성계 환경(프로메테우스 기사))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도 일맥상통하는데, 기간제 직접고용에 대해서는 일부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되, 차별을 고착화하고, 나머지는 외주화하는 계획과 닮아 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이 일관성을 가진다는 것, 정부가 말 그대로 공공부문비정규직대책을 통해 민간부분의 대응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발표에는 자세하게 나오지 않아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애초 초안에는 업무 부적합 경고 3번이면 해고, C, D 등급을 2년 이상 받으면 해고 등의 내용으로 매우 유연하게 해고할 수 있는 조치를 담고 있었다.(아마 상당부문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굳이 매년 계약을 갱신하면서 떨어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인력을 정리할 수 있다.

 

이번 우리은행의 조치는 자본의 성격에 따라서 차별적인 방식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응할 것임을 보여준다. 은행업무와 같이 일정한 숙련이 필요한 업무에 대해서는 '무기계약화'의 방법으로 완전한 정규직화는 피하면서도 저임금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시장분할 전략이 사용될 것임을 보여준다. 한편, 경총의 '우려'와 같이 제조업에서는 이러한 방식은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숙련도가 낮고 더 유연한 노동시장을 원하기 때문에 외주화가 계속 더 확산될 것이다. (공공부문은 업무특성에 따라 두가지가 혼재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은행이나 몇몇 공공기관에서 '무기계약'전환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번 법안의 통과 이후 △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2년 직전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할 것이라는 점,△ 파견 업종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 △ 파견용역이 확산될 것이라는 점 등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그럼 이렇게 매우 제한된 영역에서 적용될 수 있을 뿐인 이번 합의를 이렇게 부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번 건은 정부와 자본이 비정규법안을 선전하기 위해서 판을 짰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정규법안 통과 직후 이루어진 합의라는 점과, 이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언론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점, 청와대 등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내고 있다는 점, 사실상 '무기계약화'와 유사한 내용을 '정규직화'라고 선언하고 최대한의 언론효과를 노린다는 점 등등을 볼 때 그렇다. 이를 통해서 '정규직 노동조합의 양보를 통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는 낯익은 도식을 한국노총을 이용해 훨씬 구체적으로 대중에게 제시한다. 이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자본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가 양보해야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이번 우리은행의 합의에서도 복리후생 차별 해소를 위한 재원은 사측의 양보('추가비용부담'이라고 불리는)은 전혀 없이 정규직 임금인상을 양보한 결과로 자랑스럽게 선전되고 있지 않은가! 자본의 추가 부담이 없어 더 좋은 처방이라는 것이 그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따라서, 당사자들에게 일정하게 (기간제보다는) 고용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이것은 전체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방법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을 혼동하게 만들고, 해결의 방법을 왜곡한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리은행의 사례를 보면서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위험한 희망일 수 있다는 것이다.(이 글을 쓰게 된 것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우리은행 비정규직''이 수백계단을 급상승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의 투쟁으로 해결해야한다는 의지보다는, 정규직들의 양보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이러한 '요구'는 보수정치꾼들과 자본에 쉽게 활용될 수 있다. 그 양보가 요구되는 대상은 민주노총의 주요 사업장들이 될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민주노총의 정규직 대공장 사업장 노조들이 이러한 비판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있음은 분명하다는 점을 인정해야한다. 그 원인을 여기서 진단할 건 아니지만.)

 

따라서 우리은행의 이른바 '정규직 전환'이 가지는 문제와 환상에 대한 정확한 지적과 대중적 비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방식이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진정한 희망이 될 수 없다면 무엇이 희망인지를 노동자운동, 사회운동이 분명하게 실천으로 제시해야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헛된 희망'을 비판할 자격도 없다. 이미 너무 늦고 있지만 말이다.) 그것은 우리가 누누히 지적하는 노동자 운동 혁신의 과제들과, 이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계획들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의 투쟁과 기존의 노조운동을 포함한 노동자운동, 사회운동의 이에 대한 연대와 엄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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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전염병의 세계사 (Plagues and Peoples)


전염병의 세계사
윌리엄 맥닐 지음, 김우영 옮김 / 이산
 
인간에게 기생하는 두 가지 기생체, 감염성 질병을 유발하는 미시기생체(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와 거시기생체들(군대, 국가권력 등) 각각의 동학과 서로의 관계라는,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는 책이다. 저자인 윌리엄 맥닐은 <전쟁의 세계사>라는 책을 통해서, 군대체계, 무기 등으로 구성되는 군사력이 역사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바 있다.


(<전쟁의 세계사>에 대한 소개는 '월간 사회운동'에 류주형이 이미 쓴 글을보면 될 것같다. 한편, 백승욱 선생은 <역사적 자본주의 강의>에서 아리기가 군사력의 발전과 자본주의라는 측면에서 맥닐을 참고한다고 말한다. 이래저래 역사적 자본주의 분석과 연관되어 있는 셈인데, 과천연구실 세미나26권인 <보건의료:사회`생태적 분석을 위하여>에서도 맥닐의 이 책을 인용한다. 이러한 역사적 질병 분석이 역사적 자본주의 분석과 어떻게 연관될 수 있을 지는 궁금한 주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감염성 질병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공한다는 점과, 미시 기생체, 거시 기생체라는 개념을 통해서 감염성 질병과 정치의 관계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거시 기생체'라는 개념은 정치-군사권력이 인류에게 또 하나의 '기생체'라는 흥미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지주, 국가 등의 거시기생도 인간들에게는 미시기생체와 마찬가지로 물질 순환에 개입하여 에너지를 빼앗아간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이다. 대사할 수 있는 물질이 제한되어 있다면, 따라서 거시기생과 미시기생이 '착취''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제한되어 있다면 이 둘의 관계는 하나가 우세하면 다른 하나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미시 기생체는 자연환경에 따라 훨씬 빨리 적응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회에서 미시기생이 우세하다.
 
예를 들어 고온 다습한 환경으로 전염성 질병이 발생하기 쉬운 아프리카 중부에서는 대규모 거시기생의 발달이 제한되었다. 거시기생이 발전하는 경우에도, 전염성 질병이 적은 냉대, 온대 지방과 아열대 지방에서는 문명의 양상에 차이가 발생한다. (적어도 중국인들이 양쯔강 유역으로 진출하는데 500~600년의 시간이 걸린 것과 같이 시간적 지연이 발생한다. 춤고 건조한 북부에서 이주한 농민들이 얕은 물에서 감염되는 기생충과 질병 때문에 너무 빨리 죽었던 것이다.)
 


저자는 다소 대담하게(스스로도 대담하고, 혹은 거의 근거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문명의 특성에 대해서 이런 설명을 도입한다. 예를 들어 미시기생이 더 우세한 인도에서 대중에게 끊임없는 질병과 갑작스런 죽음은 불교와 같은 허무주의적 종교를 낳았으며, 거시기생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수준이었던 중국에서는 권력에 대한 통제가 중심이 되는 유교가 발전했다는 것이다. 정말 믿거나 말거나 일 수도 있지만, 인도에서 카스트 제도의 발전과 같은 설명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고온다습한 환경은 북쪽에서 침략한 아리안족 지배자가 이 지역 토착민인 피지배자에게 접근할 경우 질병을 옮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고, 이 것이 엄격한 분리('불가촉')를 촉진했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북쪽에서온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려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토착민은 그 지역의 풍토병에 이미 적응하여 항체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고온다습한 환경에 있는 토착민이라면 더 많은 질병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온 거시 기생체에 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질병은 다른 지역에서온 침략자들에게 하나의 장벽이 되었다.

그런데, 정반대의 경우가 극적으로 존재하는데, 아메리카가 이러한 경우다. '고립된 거대한 섬'과 같던 아메리카는 유라시아 대륙의 질병으로부터 격리되어 있었다. 유라시아 대륙은 수천년 동안의 질병의 교환을 통해서 많은 전염병 사망을 겪으면서 많은 질병과 안정적인 미시기생균형을 이룰 수 있었다. 문제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전혀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 따라서 스페인 군대가 침략했을 때, 정작 전쟁으로 죽은 사람들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질병으로 숨지게 된다. 통계에 의하면 아메리카 원주민은 겨우 10%정도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문명의 유지란 불가능하고, 자신들을 더 이상 지켜죽길 포기한 것같은 자신들의 종교와 신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급격하게 몰락한 이유이자 기독교를 그렇게 빨리 받아들인 이유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아메리카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어서, 유라시아에서도 이런 일은 부분적으로 계속되었다. 정치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로마제국의 몰락, 동로마제국이 몰락에는 페스트의 창궐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량의 사망으로 인해 제국의 행정적 기반이 붕괴한 것이다. 중국의 경우에도 몽골 지배 하에 인구가 1/2수준까지 격감하는 대량 사망이 발생하는 데, 페스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은 역시 몽골의 지배가 유지될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가 된다. 근대에도 동유럽에서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유라시아는 많은 감염성 질병을 교환해가고 항체를 보유할 수 있었다.

감염성 질병의 교환은 몽골의 침략과 같은 군사적 행동에 의해서나 실크로드, 근대무역의 발전과 같은 상업행위 등에 의해서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몽골제국은 원난-버마원정을 통해 오지에 갇혔던 페스트를 스텝지역으로 확산시켰으며, 페스트가 확산할 수 있는 조건을 창출했다. 그리고 유럽에서 교역의 확대는 페스트를 전지역으로 확산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질병과 관계된 몽골의 몰락은 또한 이 질병과 관계된 유럽 중세의 몰락과 근대세계체계의 형성을 촉진하는 등 역사적 효과를 창출했다.) 많은 경우 전혀 새로운 질병의 출현은 해당 문명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었는데, 중세말기 페스트의 창궐은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있다.

책은 우리의 상식을 허무는 사실들을 많이 제시한다. 대표적인 질문. 세계 인류는 점전적으로라도 증가해왔는가? 천만에, 앞서 중국의 인구가 1/2까지 줄어든 경우가 있다고 한 것처럼, 1/3~1/2의 인구가 전염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문명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었다. (그밖에도 AIDS가 원숭이로부터 전이된 것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같은 것은 어쩌면 우리의 '상식'에는 어긋나지만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매독이 아메리카에서 유입되었다는 것도 부적절한 상식인데, 이전부터 유라시아에 존재하고 피부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이 점막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전이된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

이러한 감염성 질병의 확대는 근대 보건의료체제의 정비와 함께 많은 부분 축소되었다. 예를 들어 크림 전쟁 당시에, 전투에서 죽은 영국군보다 이질로 사망한 영국군이 10배는 될 정도였다. 군대에서 시작된 집단적 방역은 체계적인 의료행정이 확산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감염성 질병이 전적으로 소멸될 수는 없다. 박테리아, 바이러스가 사라질 수 없을 뿐 아니라, 기생체와 숙주는 공진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에게 적합한 형태로 함께 진화하는 이상 감염성 질병의 완전한 박멸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인간은 동물과, 특히 가축과 미시기생체를 공유하고, 새로운 질병이 끊임없이 유입된다. 최근 조류독감AI, 구제역 파동과 같은 것은 이러한 역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이러한 새로운 질병들은 유전공학의 위험한 실험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여기서 감염성 질병의 새로운 양상도 자본주의의 발전과 관계된다. (<나쁜과학>에 대한 독서일기 참고)

따라서 이들 감염성 질병을 완전박멸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위험하지 않은 방식으로' 공진화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마치 홍역과 같은 질병이 치명적인 사망 원인에서 소아병으로 전환되고, 인간도 홍역균도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과거의 많은 질병은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적응하거나 아니면 현재는 존재하지 않게되었다. 숙주인 사람에게도 덜 치명적이고 기생생물에게도 더 안전한 관계가 형성되어온 것이다.

과거의 현재의 질병은 그만큼 다르며 인류가 문명을 건설한 후 문명화된 질병들은 불과 수천년 동안에도 진화를 거듭해왔다. (숙주가 너무 빨리 사망하면 기생체도 존재할 수 없다. 페스트와 같은 질병이 한번의 큰 유행 후에 오랜 동안 자취를 감추는 것은 이러한 이유인데, 이는 기생체에게도 별로 유익하지 못한 방식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비감염성 질병이 확산된다는 문제가 있다.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노동강도 증가, 유해물질의 증가는 다양한 산업적 질병과 암과 같은 비감염성 질병을 확산시킨다. 이러한 질병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변화만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가 필수적이다.(다양한 정신질환도 포함될 것이다.) 게다가 저자가 책을 쓴 이후에 우리는 프리온 단백질로 인한 질병을 만나게 되었다.(광우병) 프리온 단백질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생명체가 아니며, 파괴되지 않는 유해한 단백질로서, 일종의 오염물질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생명활동 속에서 배태되었고 훨씬 치명적이다. 이러한 질병의 변화는 자본주의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특히 이러한 질병이 출현하는 새로운 조건은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본 것처럼 미시 기생체의 활동이 주요문명의 운명을 좌우할만큼 중요한 정세적 계기들이었다면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저자의 지적처럼 역사가들은 '질병의 세계사'에는 관심을 많이 갖지 않는데, 그것은 인간이 거의 통제-인식불가능했으며, 따라서 역사 속에서 순수한 우연적인 요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거가 부실한 부분이 많고 추론이 과도하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보여주는 것처럼 질병의 동학은 역사적 요인들과 분명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그러나 이는 인과관계이기는 하지만, 단지 기계적 인과관계일지 구조적 인과관계일지에 대해서는 더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각각의 층위에 어느 정도씩 편재할 수도 있다.) 이를 어떻게 더 명확한 관계로 인식하고, 역사적 질병학(?)을 구성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미시기생체의 역사는 자본주의 하에서 보건의료라는 쟁점을 중심으로 현재의 문제로 다시 인식할 수 있다. 아래의 책이 도움이 된다.


보건의료 : 사회 생태적 분석을 위하여
비센트 나바로 외 지음 /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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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승리', 천막쳤습니다!

 
** 수요일(20일)에는 18:30에 서울역 앞에서 촛불 문화제가 진행됩니다.
 
사실 이런 걸 아무리 '작다'고 표현해도 '승리'라고 할 수 있을진 고민되긴 하지만, 오랜만에 웃었습니다.  지난 주 용역깡패의 침탈로 인해서 많은 조합원들이 다치면서도 설치하지 못했던 대우센터빌딩 앞 농성천막을 오늘 드디어 설치했습니다. 가장 많은 연대대오 동지들이 모여주었고, 지난 주 경찰서에 대한 강력한 항의투쟁도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 오늘 천막 설치 과정
   

물론 이 과정에서도 전투경찰들은 여전히 진입투쟁을 막기 위해서 건물을 지키고 있고, 건물 안에는 용역깡패들이 밖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다시 천막을 부수러 나오겠다는 듯이 노려보고 있습니다. 병역을 왔다가 졸지에 대우자본의 용역하청이 되어버린 전경들도 불쌍하긴 합니다.
 
△ 대우센터 건물 밖 전경과 건물 안 용역깡패들 
 
천막을 치고 노조 깃발을 달았습니다. 연대온 전국학생행진 깃발도 보이는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늘 투쟁에는 많은 동지들이 연대를 했고, 연대의 힘을 다시 확인하는 날이었습니다. 이 연대의 힘이 '연합적 힘'으로 나가기 위해서 더 필요한 것이 있을 겁니다. 비정규직 착취와 신자유주의를 끝장내기 위해서는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되겠죠. 
 
 
오늘 투쟁에서 많은 여성 조합원 아주머니들의 웃는 모습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작은' 승리에 너무나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반드시 승리해야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 번 글에서 용역과, 전경과 싸우다 울다가 혼절하신 조합원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그 아주머니 조합원께서 투쟁사를 하십니다. 투쟁 속에서 강인해지는 조합원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같아서 감동했습니다. 이제는 울지 말고 투쟁하자던 지난 집회 때 김학철 동지의 절규가 귓가에 다시 울리는 것같습니다.
 
정말 작은 승리이지만 값집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용역들이 기습적으로 침탈할 수 있는 매우 취약한 거점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걱정도 됩니다.) 조합원동지들이 항상 농성장을 지키겠지만, 이것을 정말로 지키는 힘은 연대한 동지들의 투쟁일 겁니다. 언제든지 침탈하면 더 큰 투쟁, 더 결연한 투쟁이 기다린다는 것을 보여줄 때 저들이 더 이상 함부로 나서지 못하겠죠.
 
이 투쟁을 진행하면서 '연합적 힘'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아직은 우리의 상황이 그에는 미달하는 '연대의 힘'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조직적 실천를 강화해가면서, 발전해가면서 진정으로 노동자-민중 '연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대'가 없는 곳에 '연합'이 하늘에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니까 말이죠.
 
다음 집중 투쟁은 22일(금) 진행될 예정입니다.(시간과 장소는 논의 결과에 따라 별도로 공지될 예정이고, 공지되면 제 블로그에도 올리는 것으로 하죠.) 전에 쓴 것처럼 이번 주는 대우건설의 주주총회가 예정되어 있는 등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동지들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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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어떤 결과일까

개토님의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에 관련된 글.

 

노동운동은 개판 오분전이지만, 그래도 테스트는 테스트. 피할 수 없다.ㅎ

테스트를 해보니, 목성에서 왔단다.

목성에서 온 사람
목성에서 온 사람
당신은 호기심이 왕성하여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매사에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당신은 열띤 토론을 즐깁니다.
당신은 외국의 문화와 언어에 매력을 느낍니다. 당신은 외출을 좋아하고 동물과 자유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과대포장할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하세요.
그렇게만하면 당신은 자신감과 관대함,공평함으로 유명해질것입니다.
너 어느 별에서 왔니?

좀 안맞는 것도 있는 것같지만, 암튼 재밋군.

근데 목성은 너무 뚱뚱한 별인데.. ^^;

 

요즘에 정치적 성향 알아보기가 또 유행이던데, 예전에 했던 결과를 보면,

Your political compass : Economic Left/Right: -9.63, Social Libertarian/Authoritarian: -7.08

(10점이 최고이고, 좌파쪽으로 9.63, 자유주의쪽으로 7.08)  나름 뿌듯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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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여의도에서 이런 일들이..

지난 주 단식농성이다, 집회다, 총파업이다 하면서 여의도에서 사는 동안, 정작 여의도에선 이런 황당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군요. 단편적으로 얘기만 듣다가 주말이 되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정말, 여의도에서 투쟁이라고 하던 일들이 모두 바보같고 속은 것같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습니다.

 

먼저, 매일노동뉴스 기사.

누가 전선을 교란했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로드맵 타협안이 나오기까지

 

내용은 보시면 알겠지만, 노사관계로드맵을 사실상 민주노동당이 합의해주었다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국회로 진격'하는 투쟁을 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쑈를 한 거네요. 저들이 보기에 얼마나 우스워보였을까 생각하면 정말!

 

이 '진격'투쟁 과정에서 모두 연행되자는 택이었다는 것도 나중에야 들었는데, 현장에는 제대로 통보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럴 거면 저도 그냥 연행되었을 겁니다. 하긴, 허영구 부위원장 연행되는 자리 옆에서 조준호 위원장도 연행을 피하는 상황이었다니, 어떤 조합원들이 '모두 연행되자'라고 한다고 자리를 지켰을까 싶기는 합니다만.

 

관련해서는 필수공익사업장들에 대해서 합의를 종용하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정에 대해서는 참세상 아래 기사 참고.

 "민주노총·민주노동당, '개악'에 단호하지 않았다"  
  '로드맵' 환노위 통과 둘러싸고 민주노총·민주노동당 비판 제기돼

 

특히 이 기사에 맨 아래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달린 댓글을 보시면, 관련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더 소개하고 있습니다. 결국, 앞에서 집회 때는 '투쟁!'이고 뒤에서는 온갖 거래를, 그것도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도 없이 자의적으로 협상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하고도 '총파업'하자고 선동할 수 있나 싶습니다. 현장에서는 무노동무임금에 징계, 해고, 구속 위험까지 무릅쓰고 조직해야하는 총파업인데 이런 뒷거래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 다 알게된 마당에 누가 총파업을 조직하려고 하겠습니까. 통탄할 노릇입니다.

 

이런 와중에 민주노동당에서는 이런 일도 진행되었다는군요. 집회 중간중간 회의하러 많이 드나들던 시간에 말이죠. 레디앙 기사입니다. 
‘일심회’ 공소장 내용 '충격'
“경악 - 참담” 반응 … “사상 투철하지만 출세주의자” 표현까지

 

"일심회"가 북에 넘긴 자료 중에 당내 인사들에 대한 성향분석 자료가 있었다고 하는데, 내용이 가관이라는 것이죠. 서울시당은 어떻게 장악하고, 북핵관련 성명은 어떻게 저지하며, 심지어 '전진'에 프락션을 하려는 계획까지 있다는데 황당할 따름입니다. 저는 민주노동당 당원도 아닙니다만 주체주의자들 하는 행동에 또 한번 실망할 수밖에 없군요. 이래서 뭐 공안조작일 뿐이라고 주장한 입장은 도대체 뭐가 됩니까.

 

밑에 대우센터빌딩 투쟁과 관련된 얘기를 하면서 노조운동이 현실에 대해서 답답하고 한심한 일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었지만 이건 정말 너무들 하는군요. 게다가 지난 주 농성장에선 더 들은 이야기들은 또 이런 거였습니다.

 

1월 재계약 시점을 앞두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가입하려고 하자 해당 사업장의 정규직 지부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받네 못받네 하고 시간을 끄는 산별노조가 있었는가하면, 비정규직에 대한 잠정합의안이 비정규직 주체들에게서 부결되자 '책임질 수 없으니 재투표로 가결시키라'고 하는 노조도 있었습니다. 어제는 저 노조, 오늘은 이 노조, 이런 식의 얘기들을 듣다가도 '투쟁은 투쟁'이라고 조직하고 구호외치고 하던 게 다 바보같았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위에서부터 밑에까지 노동운동이 다 왜들 이런가 싶습니다. 참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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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빌딩 투쟁에 연대합시다! (19일,화)

* 19일(화) 11시, 대우센터빌딩 앞 연대집회에 함께 해주세요! *
  
투쟁에 함께 해주시고 주변에도 적극적으로 알려주세요! 
 
대우센터빌딩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로비농성장에서 밀려난 이후에도 계속된 진입투쟁과 천막농성장 설치 투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오늘(15일)에도 연대대오들과 함께 투쟁이 있었습니다.
 
이번 투쟁의 의미는 참세상 기사라든가 이 블로그에도 많이 썼기 때문에 굳이 부연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고용불안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 dw project라고 명명된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노골적이고 구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점, ▲ 지역연대 투쟁을 통해서 투쟁동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 등이 중요한 의미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수십년 일한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깡패들에게 밀려난 우리 조합원들의 억울한 상황과 분노입니다.
 
지난 12일 천막설치 투쟁, 남대문서 항의방문
 
지난 12일(화) 진행된 연대집회에서는 천막농성장 설치를 시도했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용역깡패들이 천막을 부수고 집회 참가자를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건물에 진입하는 것도 아니고 인도에 천막을 치려한 것일 뿐인데도 용역깡패들이 들이닥친 겁니다. 이 과정에서 연대온 동지 한명은 코뼈가 내려앉고 조합원들은 손목에 금이 가고 갈비뼈가 두개나 부러지는 등 부상을 당했습니다. 가벼운 부상도 많고, 저도 용역들과 싸우다가 좀 얻어맞기도 했습니다. 핸드폰 액정도 금가고. (맞으니 열 좀 받더군요.─_━+;)
 
그러나 경찰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런 상황을 수수방관하는 것은 물론이고, 범인으로 지목한 깡패놈조차 건물안으로 '안전하게' 들여보내 주는 등, 해도 너무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래도 경찰복 입었으면 최소한 중립적인 '척'이라도 해야하는 것아닙니까.
 
그래서 지난 화요일 투쟁에서는 남대문서 항의방문 투쟁을 진행하고, 서너시간 동안 남대문서 앞에서 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앉았습니다. 경찰놈들 역시 자기집 지키는 데는 철저하군요. ("믿음주고 사랑받는"이라는 구호가 보이네요, 그렇죠, 자본에게 믿음주고 사랑에 더해서 돈도 쳐먹겠죠.)
 
 
뒤에서 지휘자인 총경이라는 XX놈은 우리 쪽이 불법행위 어쩌구하는 망발을 해서 욕을 많이 먹었죠. 이름은 잊어버렸는데 그 놈은 대우건설로부터 쳐먹어도 엄청 쳐먹은 것같더군요. 요즘 참세상 블로그에 누군가 글을 올리는 '부패경찰'은 이런 놈들을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
 
 
급기야 경찰은 항의방문온 참가자들을 포위하고 대치했습니다. 연행위협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연행하면 더 문제가 될 것을 알았는지 연행은 자제하더군요. 우리는 차라리 연행해서 너희들의 본질을 더 명확히 보여줘보라고 요구했었습니다. (여기서 전경이 사방을 둘러싼 가운데서 피에로님도 얼굴도 첨 봤네요.)
 
깡패들이 처음 침탈한 후부터 진입투쟁, 천막설치 투쟁 과정에서 부상자(그것도 뼈가 부러지고, 폐에 소화기 분말이 들어가는 등 큰 부상)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골적인 폭력이 백주대낮에 서울시내 한복판, 서울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대우센터빌딩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15일 연대투쟁 집회, 진입투쟁
 
오늘(15일,화)도 11시 연대집회를 진행하고 현장진입투쟁을 시도했습니다.
국회일정 따라가는 투쟁이, 보수정당들의 정략놀음에 국회 본회의가 연기되면서 맥없이 여의도에서 진행되는 오늘도, 바로 현장의 비정규직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이런 투쟁이 깨지고 맞아가면서, 분노에 눈물을 터뜨리면서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  "청춘바쳐 일한 늙은 노동자 해고가 왠말이냐, 불량기업 악질자본 대우건설 각오하라!", 이제 각오 정도가 아니고 아주 박살을 내야합니다.
 
정문 쪽은 아주머니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후문쪽은 남성동지들을 중심으로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어머니 할머니뻘의 여성조합원들을 전투경찰들과 용역들이 한패가 되어서 밀어내고 있습니다.
 
 
전경이 지켜주는 가운데 용역들은 '안전한' 건물 안에서 우리 조합원들을 비웃고 있습니다. 공권력이 자신들을 지켜주는 데 무슨 걱정이 있냐는 듯말입니다.

 
실제로 후문쪽에서는 처음에 용역들이 막다가 용역 지휘자로 보이는 놈이 이러더군요, "야! 경찰들어오고 애들 빠져!" 이러자 곧바로 전경투입. 경찰놈들이 용역깡패의 지휘를 받는 황당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정도 되면 공권력이라는 것들이 자본의 노골적인 용역깡패임을 현실에서 '당당하게' 증명해주고 있는 겁니다.
   
다음주 19일(화) 투쟁에 연대의 힘을 모아주세요!
 
대우센터빌딩 투쟁은 매일 11시 건물 앞에서 계속됩니다. 다음 주에는 특히 우선 19일(화) 11시에 집중됩니다. 서울지역의 많은 분들이 연대해주셔야합니다. 용역과 전경의 압도적인 물리력을 물리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조합원들은 이미 결의가 되어 있는 만큼 연대의 힘이 투쟁을 지속할 수 있는 관건입니다.  특히 다음주는 대우건설 주총이 예정되어 있는 등 중요한 국면입니다. 총력연대, 집중투쟁이 필요합니다. 대우센터 집회에 동지들 손을 잡고 연대해주십시오!
 

 
이 투쟁은 눈물이 많은 싸움입니다. 지난 집회에서 류금신 동지는 노래를 하다가 중간에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지난 집회에서도, 오늘 집회에서도 아주머니 조합원들은 서럽게 우십니다. 그 모습만 보면 저도 구호를 외치고, 싸우다가도 울컥 눈물이 나오고 맙니다. 오늘은 조합원 한분이 울다가 울다가 그만 기진해서 혼절해 쓰러지고 마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지휘자놈이 실실 쪼개면서 나타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참을 수가 없더군요. 집회 마무리하면서 '비정규직 철폐연대가'를 부르는데, "나서라 하청 노동자, 탄압착취를 뚧고서"이 대목에서 또 눈물이 나고 말았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코 끝이 찡하네요.
 
정말 억울하고, 분합니다. 옆에서 연대할 뿐인 저도 그런데 당사자인 조합원들은 어떻겠습니까, 30년을 일하고 청춘을 묻은 건물에서 쫒겨나는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눈물이 안나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겠죠. 하지만, 조합원들, 꿋꿋하게 결의하고 싸우고 있습니다. 반드시 투쟁하고 승리할 것으로 믿습니다.
 

  
도시의 서비스산업 불안정노동자의 힘 ; "연합적 힘" 
 
이번 투쟁의 중요한 힘이 연대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것은 도시의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불안정노동자들이 가질 수 있는 역량으로서 '연합적 힘'으로 규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동의 힘>에서 실버가 인용한 라이트의 개념을 빌어 '연합적 힘'과 '구조적 힘'을 구분한다면 말이죠.)
 
이들은 현장 안에서 구조적 힘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합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방식의 투쟁을 전개하는 데나, 다른 투쟁방식의 힘을 얻는 것은 지역의 노동자(그것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자--전비연이 헌신적으로 연대하고 있고 같은 노조에 속한 고려대 청소용역조합원들이 계속 결합합니다.--, 해고노동자--전해투와 코오롱,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동지들-- 등)가 연대해주는 힘입니다. (구조적 힘을 가진 노동자들은 좀처럼 연대가 되지 않더군요.) 또한 노동자운동 뿐 아니라 학생운동, 사회운동이 활발하게 연대하는데 이것은 이 투쟁의 주요한 힘이 연합적 힘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만큼, 이 투쟁은 우리 노동자운동의 연합적 힘을 확인하는 계기이자 사회운동의 연합적 힘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연대집회 참석만이 아니라 이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부각하기 위한 노력이 사회운동으로부터 함께 진행되어야하고, 이 과정에서 이 투쟁이 단지 한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광범위한 불안정노동자들의 상황을 드러내기 위한 투쟁이 되어야합니다. 훨씬 정치적인 의미로 확장되어야 투쟁자체도 승리할 수 있고 투쟁의 의미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노조 운동이 넘어야할 한계로 평가되어온 개별 사업장 단위만의 전투적 투쟁을 넘어서는 신자유주의 반대-불안정노동 반대투쟁으로 확장되어 갈 것입니다.
 

 
한편, 대우건설측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인 dw project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조합원 탈퇴공작 이후, 실제 투쟁에서 이탈하여 조합을 탈퇴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를 주도한 자들은 공공연맹(이제 공공노조로 전환) 전국시설관리노조에 가입하여 지회를 구성한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조합원들에게 알리는 글이라는 걸 냈습니다. 한쪽에서는 같은 조합에 가입되어 있었던지 불과 한달도 안되었고, 이제 다시 공공노조에서 만나게된 조합원들이 용역깡패들에게 맞아가면서 투쟁하고 있는데, 내용이 거참. (누군가 공공노조 홈페이지에 올렸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친절하고 상냥한 미소', '서비스 정신', '고객 마케팅 서비스'가 무슨 말입니까? 그러면서 "이제 깨끗이 잊고 다시 태어납시다"라니, 무엇을 잊으라는 것인가요. 오늘 진입투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탈퇴를 주도한 양반들이 동료들과 희희닥거리면서 밥을 먹으러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이럴 수 있나 싶었습니다. 정말, 노조운동이란게 뭐 이러냐는 생각을 매일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예, 하지만 모든 것을 체념만 해서는 안되겠죠,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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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한꺼번에 지운 파일들

피에로님의 [10년쯤후에?] 에 관련된 글.

이런 사적인 글에 트랙백 건다는 것이 좀 그렇지만.(죄송;;) 피에로 님의 글에 붙여진 뮤직 비디오는 '만약에 우리'라는 곡이군요. '연애시대', 감우성, 손예진이 주연했던 TV 드라마 테마.

정작 TV에서 할 때는 많이 보지 못해서 여기저기 뒤져서 동영상 파일들을 모두 모아두었었죠. 하지만 (왜 그랬을까) 결국은 보지 못했고, 얼마전에는 폴더 통째로 삭제해렸습니다. 바보같은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드라마OST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이란 곡이 당시에 더 알려졌던 것같습니다. 저도 그 노래가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그 노래도 듣기 쉽지 않더군요.(아마 이 포스트를 볼 일은 없겠지만 당시에 그 노래를 좋아했던 어떤 사람에게는 요즘 참 미안한 일이 많습니다만..)

드라마는, '슬프지만 진실',(이건 델리스파이스 3집의 제목이군요.) 이렇게 말하는 것같습니다. 그렇죠, 슬프지만 진실. 세상엔 그런 것들이 있고... (거기에 비하면 드라마의 결론조차 불공평한데다가, '슬프지만 진실'엔 미달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여전히 슬프지만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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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어그램 등 테스트 결과, 흠흠

아침님의 [내가 이래서 설문은 못믿어...] 에 관련된 글.

역시, 이런 건 보면 안해보곤 못참지.
http://my-happy.com/enneagram.htm 에 들어가서 테스트.

결과는,
완벽주의자     90% 
성취욕이 강한 사람     80%
관찰을 좋아하는 사람     85%
호기심이 많은 사람     75%
등등등

'완벽주의자'가 가장 높군요. 그담이 관찰을 좋아하는 사람과 성취욕 등등.
그런데 다 어느 정도 예상되는 수치같군.

한편,
'우울과 몽상'님 블로그, '성격자가진단' 에 소개된 테스트.
테스트해보기


AAABA
몸이 머리를 따라주지 못하는 타입 (으악! 역시 스포츠엔 젬병)

▷ 성격

사회의 모범생이라 할 만큼 종합적인 정신력이 높아 누구도 흠잡을 일 없는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타입입니다. 그런 생활 태도 속에서는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해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 회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생활 태도만 고수하다 보면 한숨을 돌릴 곳이 없어집니다. 낮에는 회사, 밤에는 가정, 휴일에는 사회참여 활동,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에 아무리 정력적인 타입이라 해도 어느새 지치고 피로가 쌓이기 마련입니다. 모두 조금씩 신경을 덜 쓰거나 비교적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분은 아예 과감히 버리도록 합시다.

그밖에 사항(상대방이 이런 타입이라면, 등) 더 보기

 

이것도 짜증나는 성격입니다, 그려.

하지만 이런 테스트 결과들은 너무 단순해서, 사람들의 복잡다단한 내면들을 이런 몇가지의 유형으로만 판별하려하다보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을 것같다는 생각은 드는군요.(이렇게 스테레오타입을 제시하는 것이 부당한 편견을 고착할 수 있다는 얘기.) 위의 유형들과 많은 부분은 유사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 (어쩌면 더 많은 부분이) 전혀 다를 수 있으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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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순금의 기억, 별

<김정환 시집 1980~1999>를 읽다가, 말하지 못한 구절들을 위해 싣다.


순금의 기억

온몸이 몇천만 도로 타면 시체의
기억을 태워버릴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아닌, 純金의
기억, 아 기억만을 후대도 아닌,
손닿지 않고 보이기만 하는
보이지 않고 느껴지기만 하는
느껴지지 않고 간직되기만 하는
간직되지 않고, 있는
그런 순금의 보통명사를 남겨줄 수 있을까?

-- 시집 <순금의 기억>, 1996.「 제10부 세기말의 절벽 」중
정념을 잿빛 개념으로 탈색하는 것보다는, 나의 모든 것이 내가 아닌 '純金의 기억'이 된다면 찬란할 것같다. 순금의 보통명사로.




난 요새 별을 보면
뭔가 배경이 있는 것 같아
뭔가 어긋나고 있거든
그게 맞는 것같아
그리고 진실은 항상
참담한 것 이상으로 위안이 되지
어긋난다는 것 그리고 이유가 있다는 것
그게 의미인 것같아 죽음 앞에서는
빛의 속살이 어둠의 속살이
따스한 기쁨 아닌가

-- 시집 <희망의 나이>, 1992 「제2부 사랑노래」중
시가 쓰여진 1992년, 그때 '장기80년대'는 패배로 마무리되었지만 나는 대학1학년, '희망의 나이'였다. 지금, 진실은 참담한 것(이기도 하며, 또 그) 이상으로 위안. 때로는 참담한 것들만을 진실로 대면하게 될 때, 그것은 별로 위안이 되지는 못한다.



김정환 시집 - 1980-1999
김정환 (지은이) | 이론과실천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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