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치기 전 사전답사코스로 한번 가 보자고

얼마전부터 얘기가 있어서 가겠다고 했다.

번개를 100km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니까 그리 힘들지

않은 코스가 될 것이라기에 그런줄 알고...

 

토욜, 아침 6시에 백마역에 6명이 모였다.

자전거 타고 화정시외버스 터미널로,

4대는 자전거가방에 넣고, 두대는 그냥 짐칸에 넣기로..

김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버스에 몸을 싣고 홍천으로, 7시 20분 출발

외곽순환도로, 구리, 서울-춘천고속도로, 춘천-홍천 고속도로

이렇게 달려가니까 두시간도 안걸려서 홍천 터미널 도착

 

자전거 조립하고, 출발한건 9시 20분쯤.

철정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상남으로

큰길을 벗어나니까 차도 별로 없고, 구불구불하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을 여유롭게(?) 달렸다.

간간이 작은 업힐은 그러려니 하고 달렸고,

 

언제나 저제나 나올까 하는 아홈싸리재가 나타났나 보다.

한굽이 돌면 또 한굽이, 또 한굽이 돌면 또 한굽이,

자전거 속도계는5~6km를 오락 가락 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는데 끝은 보이지 않고,

엉덩이가 아파 오고, 허벅지와 무릎도 아프고...

허리까지 땡기기도 해서 엉덩이를 좀 들고 허리를 앞으로 내밀고 싶은데,

엉덩이를 드는 순간 자전거는 서 버리니까 그러지도 못하고,

조금만 더 가면 되겠지, 조금만 더가면 되겠지 하면서 가는데,

영 고개마루가 안나온다.

저기다.... 하면서 소리치고 한 친구가 섰는데, 그기도 아니었다.

조금 더 갔는데, 영 끝이 안보여서 결국은 섰다.

잠시 쉬어서 한구비 더 돌았더니, 드디어 고개가 보인다.

아홉싸리재...4~5km업힐만 계속했다. 해발 755m

 

잠시 퍼지고 앉아서 물도 마시고, 쉬었다가 다시 출발

4~5km를 올라 갔으니 내려가는 길은 말할 필요도 없이 신났다.

마구 달려서 내려갔고, 다시 굽이굽이 시골마을과 논과 밭길...

큰 다리를 만나서 잠시 쉬었고, 다시 업힐

길지는 않았지만, 경사가 급해서 고생꽤나 하고...

 

얼마나 더 갔더니, 드디어 상남.

이제부터는 미산 계곡으로 들어와 내린천을 따라 가는길.

내린천을 따라 가니까 큰 오르막은 없었다.

물이 흘러 내려가는 방향으로 길이 있었기에

길도 따라서 내려간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페달을 계속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는 거였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상류쪽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계속 하류로 내려간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거다.

 

점심은 미산식당.

두부가 엄청 맛났다. 배터지도록 먹고선, 계곡에 발이라도 담글까 했는데,

햇살도 따가운데, 그늘이 없어서 포기하고, 음식점 수돗가에서 지하수로

먹고, 등목도 하고, 발에도 물 뿌리고...지하수 엄청 차고 시원했다.

 

점심먹고 출발한 게 3시 반.

시간은 늦어질 대로 늦어져서 벌써부터 속초까지 가는 건 무리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다시 내린천을 따라 계속 달렸고,

구룡령으로 들어가는 삼거리 매점에서 휴식.

캔맥주 3개를 샀는데, 5100원이란다. 5천원짜리를 주고

100원짜리 잔돈을 찾고 있는데, 안줘도 된단다.

그래도 억지로 찾아서 백원을 줬는데,

젊은 아주머니가 친절하기도 하고, 계속 말을 붙인다.

일본서 10년 살다가 2개월 전에 와서 남편과 같이 민박과 가게를 하고

있다는데, 요즘은 성수기도 지나서 지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심심하신가...

집에서 먹는다는 약초로 끓인 시원한 물도 한 통주시고..

다시 출발 5시 20분.

 

본격적인 구룡령 업힐이다. 20키로는 된다는데...

완만한 구간을 시속20km 정도로 계속 달렸고,

오대산으로 갈라지는 길을 지나자 마자 본격적인 업힐...

가도 가도 끝없는 오르막이었다.

엣길을 넓혀서 올라가는 길은 두차선이나 되서

지나가는 차를 걱정하지 않고 갈수 있었지만

(지나가는 차도 몇대 없었다)

구룡령까지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나와있지 않았다.

양양 45km 속초 65km

 

이렇게 이정표는 계속 나타났다.

1km 줄어드는게 얼마나 걸리는지 알수도 없었고,

속도계는 5~7km를 오락가락.

엉덩이도 계속 아픈데, 이제는 어딘가 껍질이 벗겨진건 아닌지 쓰라리기도 하다.

해발 700m, 800m, 900m

100미터 올라가려면 몇구비를 돌아야 하는 것인지...

 

한번에 올라가기는 도저히 안될 거 같았다.

앞에 간 한친구는 보이지 않고,

뒤에 따라오는 4명도 보이지 않고,

용규네집이라는 길가의 간이 휴게소 같은데서 내렸다.

허리가 아프고, 몸뚱이가 공중에 붕 떠있는거 같다.

갑자기 배가 고프다.

배낭을 뒤져서, 초코파이, 자유시간, 짤떡파이...

있는대로 먹어치우고, 물도 마구 마셨다.

그리고 한 10분이나 지나서 다시 갈까 하는데,

뒤에 한친구가 따라왔다.

"쉬어서 가죠..."

"아니요, 내리면 못갈거 같아요."

그친구를 따라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차 운전자들은

크략숀을 울려서 고개돌려 보면

엄지손가락을 내밀어 주기도 하고,

차창 열고, '화이팅!' 이라고 외쳐 주기도 하고,

힘내라고 소리쳐 주기도 했다.

대답한마디 할 틈이나 여유도 없었다.

 

해발 900m...

곧 고갯마루에 도착하겠지...

그리고 두세구비를 돌았더니 U자로 뚫린 산마루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고도 한참을 헉헉거리고 나서야 구룡령에 도착.

업힐만 7.5km란다.

7시가 넘었다. 이미 해는 넘어가고,

어둠이 어둑어둑 내리고, 순식간에 밤이 되었다.

 

갑자기 추워서 옷을 꺼내 입고..

사진도 찍고...

기다려고 기다려서 마지막 온 친구들 까지 다 오고..

 

속초까지는 도저히 못간다, 양양까지만 가기로 하고,

고속터미널에 전화해서 양양에서 타겠다고 바꾸고..

 

완전히 어두운 밤 양양으로 내려가는 다운힐.

군데군데 공사중에다가 물도 도로로 흘러내려서

살살 달려 내려오는데, 다운도 끝이 없다.

하늘엔 보름달이 둥실 떠있는데,

내려오는 동안 추워서 몸이 후덜후덜 떨린다.

이 길고 먼 길을 반대쪽에서 어떻게 올라 갔는지,

내려오면서 끔찍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 내려와서도 양양 들어가기까지

두세번의 업힐을 더 해야 했고,

10시가 가까워져서야 어느 음식점에 앉아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속초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심야버스를

양양에서 11시 45분에 탔고, 잠들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건 새벽 3시 전.

당초에는 자전거를 타고 일산으로 들어오려 했는데,

다들 치쳐서 지하철 타고 가자고 해서,

터미널 앞 길바닥에서 두어시간을 노숙자 신세로 보내고

5시 36분 첫차를 탔다. 다시 잠들었다가..

집에 들어오니 7시.

 

내 속도계에 150km가 찍혔다.

주행시간은 8시간,

최고속도는 64km(이건 완전 미친 짓이다..ㅎㅎ)

 

오후 4시까지 세상 모르게 퍼져 잤다.

 

그 무서운 고개를 사람들은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오르느냐고,

나도 차 타고 지나면서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올라가게는 되더라..

오르막 오르는게 무서운 것이었는데,

조금은 적응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번짱이 올린 후기는..

http://cafe.naver.com/lifeandbike.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22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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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6 22:41 2009/09/0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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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두기 2009/09/07 11:3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불과 석달전에 제주도 갈 때도 그 정도는 아니지않나 싶었는데..지독한 노력을 하셨네요. 차를 몰아도 후덜덜 거리는 길을..세상에!!암튼 오가며 차 조심..안전에 조심하시길..!!

    •  address  modify / delete 2009/09/07 13:59 산오리

      노력한 거는 별로 없는데, 아마도 상처때메 술을 안마셨더니 힘이 좀 남았나 싶더군요..ㅋㅋ

  2. 연부네 집 2009/09/07 15:4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맨날 먹을 때마다 배터지게 먹었다고 하는데....산오리 배는 아직도 안터졌네요.

  3. 두바퀴 2009/09/08 23: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힘도 좋으세요. 힘들게 올라가서 잔차까지 번쩍드시고, 상처는 다 낫으셨나요.
    전 오늘 행주산성 옆 국수집 들려서 국수 한그릇 비우고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손바닥이 아프고, 엉덩이가 짓무른 상태이지만, 힘겹게 허벅지에 붙은 기운을 그냥 놓치기 싫어서 ㅋㅋㅋ

    •  address  modify / delete 2009/09/09 11:18 산오리

      ㅋ 힘들게 가면 자전거 드는게 유행이더군요..ㅎㅎ
      상처 거의 나아가고 있는중임다.
      내친김에 일산으로 함 들어오시죠.. 얼굴이라도 함 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