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from 나홀로 가족 2005/04/07 17:36

휴대폰에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의 총무 이름이 떴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갑자기 이 친구가 전화하면 친구들 중 상을 당했거나 칠순 행사 같은게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일 거다...)

 

"오랜만이야... 잘 지내지?"

"그래,... 별일없다. 너 이번달에 결혼기념일이 있는데...."

"허거... 그런가?"

"지난번 모임때 얘기한 것처럼 넌 화분 안받는다 했으니까 돈으로 보내줄께."

"그 돈으로 받기 거시기하다, 문화상품권이라도 사서 보내주면 안될까?"

"야, 그것도 또 일인데, 그렇게는 못하겠고, 그냥 돈 부쳐줄게."

"올들어 석달간 회비도 안냈으니까 그 돈으로 회비를 대신하면 안될까?"

"주는 건 주는 거고, 받는 건 받는 거니까 분명하게 해야지, 통장번호 불러봐."

" 알았어, 293-24-*********, 00은행"

"돈 보내줄테니까 확인해 보고 결혼기념일 잘보내라!"

"고맙다....엄청...."

 

해마다 꽃이나 나무를 심은 화분을 보내줘서 그게 결혼기념일인줄 알았는데, 그것도 자꾸 죽기도 하고, 물주고 키우기도 귀찮아서 아예 돈이나 상품권으로 달라 했더니, 돈으로 주겠단다.

 

통장을 확인해 보니 돈은 들어와 있다.

고스란히 다시 회비로 송금해야지 뭐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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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7 17:36 2005/04/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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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다소녀 2005/04/08 01: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님은 빈 틈이 많아서 인간미가 느껴지는 걸까요? 저는 언제나 누군가에게서 빈 틈을 느낄때 비로소 인간답게 느끼고 비소로 편안함을 느끼는 거 같거든요. 하하 산오리님 빈 틈이 많다는 말을 돌려 말했네요. ^^;;

  2. kanjang_gongjang 2005/04/08 01: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래된 친구를 갖고 있다는 것이 못내 부럽네요.
    저는 이 바닥에 들어서면서 친구들과 절연을 하여서... 친구와 만나는 계기가 없는데... 하여간 부럽습니다.

  3. sanori 2005/04/08 08: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바다소녀/꽃을 보내줘도, 돈을 보내줘도 아무것도 못하는게 빈틈인가요? 기념일, 생일 아예 챙길줄 모르는(애써 안챙기는?) 바보죠..ㅋ
    오타맨/좋든 싫든 만나면 옛날 추억에 빠져 보는 재미도 있죠..
    젊은모기/오늘 동생 만날 약속을 잊어버렸네... 어쩌지?

  4. 한가해 2005/04/08 10: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은행만 수수료 떼먹는 특혜를 누리는군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