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표준연에서 3개연구회 연구관리과장 협의회 첫회의가 있었다.

그래서 출장을 끊어서 대전으로 향하고 있는데,

기차간에서 조 수석의  전화를 받았다.

"어디 있는 거냐? 건기연 지부는 상집 수련회 가고 대의원대회도 안온다는데..."

"엥? 대대가 오늘이여? 난출장 가는데... 대대는 몇시에 어디?"

"2시 원자력 앞의 ..."

 

회의 끝나고, 점심 먹고 대대로 갔다.

 



2시 반이나 되어 회의는 겨우 시작되었는데,

산오리는 잠들기 시작해서 두어시간 잘 잤다.

바로 뒤에 앉았던 박효정이 '앞에서 코를 골고 자고 있어서 누군가 했다' 면서

나중에 쉬는 시간에 인사했다.

 

졸거나 자는 동안에 사업평가, 회계결산, 가예산 등은 처리되었고,

남아 있는 안건은 과기-연전 통합 조합원 총투표와 비정규직특별요구안 등이었다.

공공노조로 가지 않고, 우선 과기와 연전이 통합하기로 중앙위원회에서 결의했고,

이를 조합원 투표를 거쳐서 통합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안건을 올리자마자 대의원들의 질문과 의견과 비난까지 쏟아졌다.

시간은 6시가 가까워 오자 의장은 표결을 위해서 성원을 확인해 보라 했는데,

의결정족수에서 한명이 모자란다는 것.

가까운 곳에 전화해서 대의원 오라고 하고, 비정규직 특별요구안 설명하고, 질의응답하고

그러고 기다려도 대의원은 늘어나지 않고, 결국은 7시 쯤에 유회를 선언했다.

 

통합과 관련해서 한마디도 질문이나 의견을 내지 않은 산오리지만,

그렇게 중앙위원들이 통합을 하기로 결정했으면 제대로 진행되기를 바랐는데,

그마저도 안되는 걸 보니 씁쓸했다.

당초 연맹과 함께 공공노조로 가는 것을 추진하지 않고,

굳이 연전과 통합하고, 그리고 세를 불려서 본부장 한자리라도 차지해야 겠다는

심산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거였다.

그렇게 하면 과기에서 떨어져 나간 전자통신연구소나 과학기술원하고 뭐 다를 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 쪼잔한 이기주의와 기득권 지키기 말고 무슨 명분이 있겠느냐는 느낌이었지..

어쨌거나 통합을 위한 조합원 투표야 다시 대의원 대회를 열어서 하면 되니까 한두달 늦어 진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도 없지만, 이참에 처리못한 비정규직특별요구안은 오히려 이번에 꼭 처리했어야 할 사안이었다. 실무자는 허탈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고, 실제로 비정규직에 관한 교섭을 진행시키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지나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영주 전 위원장에게는 약간의 아쉬음이 남았다.

지난해 어느 대대에선가 복직하게 되면 임기 마치지 않고 복귀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을때, 고영주는 당당하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 지난 1월 22일부터 화학연구원에 재입사 형태로 복직했다. 그리고 과기노조 위원장을 사퇴했다.

복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산오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기노조야 당분간 직무대행체제로 가다가 연전과 통합해서 통합위원장을 선출하면 되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별다른 설명없이 위원장 사퇴하고 쓱 들어갔으면 대의원대회가 열리는 데 와서 대의원들한테 인사라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저간의 사정이라도 몇마디 설명해 주면서....

 

그기에 덧붙여, 고영주가 입을 열기만 하면 '6기 집행부가 다 망가 뜨린(이건 산오리의 표현이다) 과기노조를'  7기 집행부가 일으켜 세웠다고 해 왔는데, 실제로도 그 말은 맞다. 이 말이 나올때 마다 6기 집행부의 일원이었던 산오리는 어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회의에서도 누구 하나 시비를 거는 지부장이 없었을테고, 고영주라는 이름만으로도 지부장들은 일사불란하게  따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조직력은 배가 되었고, 조합원은 많이 늘었다는 걸 인정한다.

그 와중에 광주 과기원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서도 과기노조는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

그런 조직력과 일사불란함으로 이번 대대까지 깨끗하게 마무리해서 과기와 연전의 통합투표를 정리해놓고 들어갔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투표에 들어가면 압도적인 지지로 마무리야 되지 않겠는가....

 

또 하나 남은게 있구나..

6기집행부 끝나고, 상근자의 돈 문제가 드러났는데, 그런대로 잘 정리되어 가다가 이즈음에 막혔다는 게 대대 자료에 올라왔다. 어느 대의원이(이 양반도 아마 지부장도 했었지.) 그랬다.

"그 친구가 제대로 변상하지 못하면, 6기 임원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솔직히 나도 책임지고 싶다. 6기 집행부의 일원으로...

그치만 도대체 조직이란걸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어느 회사(기관)에서 회사원(직원)이 돈 떼어 먹으면 그 돈 사장(원장, 기관장)이 책임지고 물어내나? 책임질 만한 책임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지겠지만,  그런 책임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되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또 있구나...

대의원 8명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지부에서는 겨우 산오리 한명만이 참석하여, 대의원대회 유회의 가장 큰 역할을 한 지부가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산오리도 대의원대회 있어서 간 게 아니라 다른 회의 갔다가 참석한 것이니, 말해서 무엇하랴..

우리 지부는 미리 잡아 놓은 상집간부 수련회  때문에 모두 안(못)갔다는 것인데, 사실 산오리도 그날자가 대의원 대회인지도 몰랐다...

하여튼 그런 대의원 대회였다. 우리나라 최초로 산별노조를 만들었다는, 그래서 '자랑스런 과기노조'라고 일삼아 늘어놓는 과기노조의 모양새가 이렇다.

내얼굴에 침을 뱉고 있지만, 함께 반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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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6 15:32 2007/02/0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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