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공장...

from 단순한 삶!!! 2007/06/28 15:21

우리 연구원의 한 부서가 지난해부터 경기도 화성에 실험동을 짓고 이사를 가 있는 바람에

그 지역 주민과 우리 연구원 사이에 일사일촌 농촌 돕기...

뭐 이런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포도와 버섯, 쌀 등을 연구원 직원들이 사 주기도 했고,

노동조합에서 명절 선물로 버섯을 단체구입하기도 했다.

올해는 포도나무 분양이라고 해서 한그루당 5만여원씩 내면 나무에 직원 이름표를 하나씩 달아주고,

가끔 손질도 해 주고, 나중에 포도 수확할때 직접 따도 되는 그런 내용의 교류를 한다.

 

그리고 어제 직원들이 가서 포도나무에 이름표도 달고, 종이 봉지도 싸주는 행사를 했는데,

직원들이 포도나무 분양은 받았지만, 바쁘고, 귀찮고,... 등등해서 거의 자발적인 참석을 안하고,

그러다 보니 부서장들한테 의무적으로 참석하라 했는데, 우리 부서장께서 바쁘시다면서,

한가한(?) 산오리한테 대신 좀 가 달라고 해서 갔더랬다.

사실 시골 가서 농사 일 거드는 건 좋아하지만, 떼거리로 몰려 다니면서 일도 안되고, 사진이나 찍고

농사짓는 분들 불편하게만 만드는 일에는 참여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어제 방문도 그런 행사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먹고, 견학하고, 사진찍고,

막상 포도에 종이봉지 싸려고 했더니, 아직까지 2차 고르기(솎아내기)가 안되었다고 하지도 못했다.

 

먹고 견학하고, 사진만 찍어도 방문해 주고, 이런저런 농산물을 사 주는 것만으로도

농사짓는 어르신들 고마워 하고, 또 다른 요구도 많이 하셨는데,

뭔 권력이나 돈이 있다고 연구원에서 그런 요구를 해 줄수 있으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리밥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었더니 목장 구경을 시켜 주겠다고 해서 갔는데, 첨 본 거라....

고등학교 졸업하고 소한마리 키우기 시작해서 지금 큰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친구(40이 채 안된듯)가

자신의 목장을 직접 설명을 해 주는데, 졸졸 따라 다녔다. 영농후계자인지, 새마을운동계승자인지 하튼 뭐로 선정되어 그 동네 주변에서는 가장 크게 젖소 목장을 하는 모양이었다.

 

숫소는 거세를 해서 2년 쯤 키우면 700킬로 쯤 되고 그즈음에 육우로  나간단다. 거세 당한 소가 안쓰럽기는 했지만, 보기에도 엄청 컸는데, 육질이 좋아서 꽤 비싸게 팔린단다.

 

우유 짜는 젖소는 모든게 자동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축사의 천장과 벽이 외부 기온이나 바람, 비 등에 따라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것은 별로 놀랄 만한게 아니었다. 자동으로 젖을 짜는 기계가 두대 있었는데, 이 기계에 소가 들어가는 것 부터 자동으로 처리된다. 소가 젖이 짤때가 된걸 알아서 기계 입구에 줄을 서고, 그리고 기계에 들어서서 자리를 잡으면 앞에서 젖짜는 기계가 나오고 그기서 빨대가 나와서 자동으로 소 젖꼭지를 찾아서 물고, 젖을 짠다. 그러는 동안에 소는 앞에 있는 사료를 먹으면서 편안(?)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약간의 움직임이 있는 것에  따라 젖짜는 기계도 앞뒤로 자동으로 움직였는데, 소의 무게 중심 이동에 따라 움직인다나...

 

젖을다 짜면 자동으로 젖꼭지를 물었던 빨대가 떨어지고 이 기계는 자기 자리로 들어가고 나면 출구쪽의 문이 열리고 소는 걸어서 나온다... 네덜란드인가 스웨덴인가에서 수입한 기계란다...

젖을 짜는 과정에서 자동으로 소의 몸무게도 체크되기  때문에 갑자기 10킬로 정도의 몸무게가 늘거나 줄어들면 당장 체크에 들어가고, 또 되새김질 하는 것도 7회마다 한번씩 체크해서 관리된단다. 자세히 보니까 소 귀밑에 뭔가 불빛이 깜박거리는 센서가 달려 있는데, 이게 되새김질 7회마다 한번씩 깜박 거렸다. 되새김질도 느리게 하거나 빨리 하면 당연히 점검대상이 되는 거란 말씀.... 이 것 말고도 사료를 먹는 양도 관리되고 있고,  소가 등이 가려우면 자동으로 등을 긁어주는 기계도 있었다.

축사 바닥도 고무판을 깔아서 소가 미끄러지지 않게 한다고 했고, 한마리씩 들어가 앉아서 쉬는 자리도 따로 만들어져 있었다. 물론 소똥도 자동으로 씻어내려가게 되어 있다.

 

기계가 자동으로 짠 우유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1차로는 물을 통해 식히고, 2차로는 냉장시스템으로 식혀서 보관되고 있었고, 그걸 우유차가 와서 우유공장으로 실어간다는 것이었다.

 

젖소 몇마리 키우면 사람이 일일이 들어가서 손으로 젖을 짜고, 생맥주통 같은 데다 담아서 트럭에다 실고 가던 거나 보아온 산오리에게는 이런게 충격이었다. 무엇보다도 소가 알아서 젖  짜는 기계로 들어가고 기계가 젖을 짜고 나면 또 알아서 되돌아 나오고... 여러 마리 젖소들이 기계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고...

어떤 사람은 '소가 똑똑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우직하다는 의미를 알거 같다'고 하기도 했는데...

 

우유를 이래저래 가공해서 병이 팩에 담아 내는 곳을 우유공장이라 불렀는데, 이게 온전한 우유공장이었다. 소는 그저 그 공장에 설치된 하나의 기계일 뿐이었고...

 

견학을 끝내고 내려오는데 먼 곳의 우유공장을 거쳐 포장되어온 우유 한팩씩을 주었는데, 원래 우유를 거의 마시지 않아 우유맛도 잘 모르지만, 우유공장의 소들을 보고 나니  왜 그리 우유 맛이 싱겁고 아무런 맛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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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8 15:21 2007/06/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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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뻐꾸기 2007/06/28 16: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후편은 우유공장의 직업성 질환에 대해서 써주세요^^

  2. 산오리 2007/06/28 17: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젖소들의 직업성 질환을 찾아봐야 하는데, 아프지도 못하게 만든 소들이라 어떨지 모르겠네요..ㅎㅎ

  3. 김수경 2007/07/02 13: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아... 끔찍해... 평소에 아이들에게 우유를 잘 먹이지 않아서 아이들이 안 큰다는 질책을 많이 듣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유를 먹이고 싶진 않네요. 담엔 양계장엘 다녀오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