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 사무실도 아니고 투쟁본부 개소식이다.

일이 꼬이고 밀려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대치동 어느 즈음에 오피스텔을 하나 구하고, 그걸 지부 사무실로 쓰게 되었다.

어용노조가 들어 서는 바람에 노조원들이 모일 곳조차 빼앗겼고,

결국은 회사 밖에 사무실을 내게 된 것이다.

 

* 이 글은 산오리님의 [산기평을 어찌해야 하나..] 에 관련된 글입니다.


 



이래 저래 인사겸 한마디씩 했는데,

지부장은 준비해온 글을 읽는데, 비장함이 느껴졌다.

 

세명이 해고 되었다가 복직되었고,

반부패연대인가 하는 곳에서 해고자 두명에게는 투명한사회기여상인가 뭔가 하는 상도 주기로 했단다.

연구사업 평가비리, 학위 취득 등 온갖 문제를 해고를 무릅쓰고 제기하고,

그 문제가 있다는 것이 다 밝혀 졌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져야 할 당사자들은 떳떳하게 기관 경영을 하고 있고,

어용노조를 만들어서 내부고발을 한 사람들을 못살게 굴고 있다.

이게 이나라의 현실이라면 그냥 받아 들일수도 있다... 어쩌랴...

오랜 세월을 또 싸우고, 싸워서 바꿔내도록 노력하는 수밖에는...

 

지부장과 사무국장을 생각해 보면,

한 공간에서 본부의 임원으로 활동해 온 내 낯짝이 정말 뜨겁게 느껴진다.

그들이 사업장에서 몸으로 부닥치며 싸우고, 밤새워 고민하고,

주말도 버려 가면서 각종 소장과 자료를 만들며 투쟁해 온 것에 비하면,

본부 임원으로서 너무 편하게, 지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싸우고도,

이제는 어용노조에 밀려서 회사밖에까지 나와서 사무실 만들고,

또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밝히는 게 어찌 쉬운 일이랴..

 

해고까지 당했던 동지들,

그리고 그어려움 속에서 지겹도록 싸워온

지부장과 사무국장동지에게 가슴속에서 나온 찐한 박수라도 보낸다.

 

2년 임기 마무리해 가면서

가슴 무거움 느끼지만,

좁은 사무실에 갇히면 점차 잊어가면서 살아가지 않을까?

 

그래서 나도 내가 싫다.... 이런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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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7 23:59 2004/12/0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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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산기평지부 임시투쟁본부 개소식 사진 2장

    Tracked from 2004/12/08 10:20  delete

    * 이 글은 산오리님의 [산기평 지부 투쟁본부 개소식...] 에 관련된 글입니다. 안형수 지부장, 그의 생애에서 가장 파란만장 한 시기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안하고 고맙고 존경스럽고 안

  1. rivermi 2004/12/08 00: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님~ 무조건 홧팅임돠! 아자아자 홧팅!!

  2. azrael 2004/12/08 21: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읽자마자 저도모르게 한숨이...갈수록 더욱 우리 투쟁의 조건들이 어려워져만 갑니다. 같은 노동자가 적으로 느껴질 때는 진짜 끔찍하죠...지부장과 사무국장 동지가 힘빠지지 않고 끝까지 투쟁 할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3. 자일리톨 2004/12/09 00: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 당사자라는 놈들... 참 어이가 없네요. 어떻게 하늘아래에서 그런 낯짝을 들고 다닐 생각을 하는지... 산오리님 힘내세요~~~!!!

  4. sanori 2004/12/09 16:0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최근에는 사내메일로 노조관련 메일 뿌렸다고 지부장에게 경고를 때렸다네요.
    그래도 우리 지부장님 얼마나 꾿꾿하고 잘 개기는데요... 멋져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