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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니들이 노동을 알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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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이 되도록, 알수 없었던 진실들
 
2007년 05월 17일 (목) 11:27:50 김남균 spartakooks@hanmail.net
 

 

제목을 ‘니들이 노동자를 알어? 이렇게 예의없게, 싸가지라곤 밴댕이 소갈딱지 만큼으로 정했습니다. ‘니들이 게맛을 알어’ 라는 광고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참 그 카피가 친근하게 다가왔던 적이 있습니다. 그 광고카피처럼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자들의 기본권이 친근하게 다가갔음 해서 흉내를 내 봤습니다.
요즘같은 세상, 개발과 기업의 이익이 지고지선의 선이 되어버리 세상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 고통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런 시기일수록 노동자들의 권리, 노동자들의 기본권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헌신짝처럼 버려지기 쉽상입니다.
아무쪼록, 저의 미천한 글이 노동자들의 권리, 노동자들의 실천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데 조그만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으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황금성을 짓는 사람들 : 노동자

나는 열한살이 될 때까지 가난이란 말을 몰랐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으로 사회가 구분되었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세상에 이층집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 내 고향은 강원도의 아주 산골마을. 누구나 똑같이 고무신을 신었고, 누구나 감자, 옥수수가 들어간 밥을 먹었다. 뒷동산 나무가 푸른 빛깔에서 누르스르하게 변할때즘, 그래서 개울물이 차서 더 이상 물에 들어가 노는 것이 중단될쯤부터 다음해 개울가 물놀이가 재개되기 전까지 씻는것도 함께 중단됐다. 모두가 그랬다. 그래서 새학기가 시작되면 선생님들은 물 양동이 교실에 갖다 놓고 양말을 벗기고 때검사를 했다. 겨울내내 씻지를 않아 갈라질대로 갈라진 그 발을 시린 양동이물에 불러터질때지 담그면서도 창피하지도 않았다. 모두가 그랬으니까! 청주로 이사오기 바로 전해에 전기가 들어왔다. 그래도 변화는 없었다. 집에 텔레비전이 있는 집이 없었으니까!

청주로 이사 오던 날! 비가 왔다. 모두가 침통해 했다. 중학교 2학년에서 배운다는 것을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중단해야 했던 작은누나, 어머니는 울었다. 난 그 울음이 뭔지를 몰랐다. 나만 웃었다. 도시로 간다는거 그 하나만으로 난 즐거웠다. 도시로 오면서, 이층집, 삼층집이라고 하는 신기한 건축양식이 있다는 걸 보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

한 삼사년 전이었을 거다. 청주의 한 대학교에서 청소일을 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우리가 그들이 일하는 곳을 찾아갔을 때, 우리는 경악했다. 일끝나서 옷갈아 입고 오겠다던 아주머니들은 죄다 화장실로 간다. 화장실로 가서 옷 갈아입고 나온 아주머니들에게 탈의실이 없냐고 했더니 한쪽을 가리킨다. 화장실 입구 구석에 속이 유리문으로 되어 훤히 디다보이는 채 한평도 안되는 곳, 창고로나 쓰여질 바로 그 공간. 자식뻘 되는 아이들이 옷갈아 입는 것을 훤히 볼수 있는 공간! 하지만 똥종이 치우고 머스마들 조준 잘못해 튀어버린 오줌을 닦아내는 하찮은 일을 하는 이 늙은 여성노동자들이 남들이 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으매 어떤 수치심도 느끼지 못할것이라고 해서 만들어준 그 공간.

청주라는 도시로 이사오기전까지 난 나의 부모와 형제들이 부끄러운 존재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난 나의 부모와 형제들이 부끄럽고 가난하고 못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데에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농사만 짓다 청주로 나온 아버지는 일거리를 찾지 못해 헤매다 사십대 중반에 지금은 카지노로 유명한 고한으로 가서 탄광노동자가 되었다. 열다섯살 작은 누이는, 당시 같은 동네에 살던 대농이란 회사에서 반장직급을 가진 아줌마에게 뒷돈 삼만원을 주고 대농에 들어갔고, 월급 2만원을 받는 공순이가 되었다. 세째형은 조그만 공업사의 월급 삼만원짜리 공돌이가 되었고, 이제 막 스물을 넘긴 둘째형은 건설현장의 막노가다쟁이가 되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대농 정문앞에 리어카를 개조해 꾸민 포장마차에서 오뎅과 핫도그를 파는 포장마차 주인이 되었다.

열한살 그 어린 나이에, 나는 그새 눈치를 챌수 있었다. 공돌이 공순이가 얼마나 천한 존재인지를! 하루종일 연탄보일러를 놓는 일을 하는 셋째형은 정작 연탄보일러가 있는 집에 살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하루종일 실을뽑아 원단을 만드는 일을 하는 작은 누이의 월급으론 그 원단으로 만든 옷 한 벌 제대로 살수 없다는 것을. 그 어린 공돌이 공순이에게 쏟아지는 멸시와 조롱, 천대가 쏟아지는 걸 볼수 있었다.

매년 새학기가 시작되면 써서 내야 하는 가정환경조사서에 어므이, 아버지의 학력과 직업. 내 형제의 학력과 직업, 가족의 재산을 써내야 하는 의무, 이것은 너무나 큰 곤욕이었다. 아버지의 직업란에 탄광노동자라고 쓰고, 나의 누이와 형들의 직업과 학력란에 중퇴, 중졸, 공순이 공돌이라고 적는게 얼매나 창피한것인지..... 그래서 난 나의 아버지의 직업란에 곧 죽어도 ‘상업’이라는 고상한 직업을 찾아내 적어냈다.

그러다, 열다섯살때쯤인가! 아버지가 준 고사리, 삼엽충 화석을 자랑하다 그만, 그것이 계기가 되어 수업시간에 아버지가 탄광에 다닌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혀졌을 때, 갑자기 알몸으로 혼자 서있는 것처럼 부끄럽고 창피함에 교실을 뛰쳐나갔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는 선생님의 말씀은 거의 그랬다. 야 너 김남균이 니 공부 그리해서 공장가서 공돌이 될래, 아님 열심히 할래!

열두살, 전두환 대통령 각하가 청주에 온다해서 청주시내 모든 학생들은 두세시간쯤 태극기를 들고 도로에 나와 각하를 환영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다가 대통령각하가 헬기를 타고 지나가셨다는 말 한마디와 더불어 교실로 들어온적이 있다. 교실로 들어오니, 갑자기 삼립빵 두 개, 초코우유 하나씩 배분되고.... 이 빵과 우유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사랑과 애정이라고 친철히 설명하는 선생님.

그러나, 어떤 선생님도 노동자, 공돌이 공순이에 대해서 가르쳐 주진 않았다. 노가다쟁이가 아파트를 짓고 수십층 고층건물을 올린다는 것을! 실뽑는 어린 여공의 손에서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옷감이 나온다는 것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없으면 세상이 똥오줌으로 범벅이 돼 살수가 없다는 것을! 공돌이 공순이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는 아니 우리 나라 국민의 삼분의 이가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노동자로 살아가면 가난한데, 그 가난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가를!

노동자들의 손끝에서 땀방울이 모여서 황금성을 짓는 다는 것을! 그러면서도 그 황금성의 어떠한 것도 노동자는 가질수 없다는 것을!

난 스무살이 될 때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어느 청년노동자의 죽음, 전태일의 죽음을 알때까지 그것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쉽게 알았으면 한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우리는 모두 노동자인데도, 참 무지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고, 언론에서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김남균회원님은 민주노총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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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이면 되풀이되는 그녀들의 전쟁 (청주대학교 청소용역노동자들의 투쟁)

오월이면 되풀이되는 그녀들의 전쟁 (청주대학교 청소용역노동자들의 투쟁)

 

 

한 삼사년 전이었을까.  한강이남지역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청주의 한 대학교에서 해고예고를 받은 청소일을 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나와 몇사람이 그들이 일하는 곳을 찾아갔을 때, 우리는 경악했다. 일끝나서 옷갈아 입고 오겠다던 아주머니들은 죄다 화장실로 간다. 화장실로 가서 옷 갈아입고 나온 아주머니들에게 탈의실이 없냐고 했더니 한쪽을 가리킨다. 화장실 입구 구석에 속이 유리문으로 되어 훤히 디다보이는 채 한평도 안되는 곳, 창고로나 쓰여질 바로 그 공간. 자식뻘 되는 아이들이 옷갈아 입는 것을 훤히 볼수 있는 공간! 하지만 똥종이 치우고 머스마들 조준 잘못해 튀어버린 오줌을 닦아내는 하찮은 일을 하는 이 늙은 여성노동자들이 남들이 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으매 감히 무슨 수치심이냐 해서 열린 공간으로 제공해준 개방형  그 공간. 

 

그녀들은 그렇게 살고 있었다.  그녀들과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노동조합 애긴 별로 하지 못했다. 한번 터진 애기는, 지금까지 살아온 그 시린 인생의 설움을 털어내듯 그녀들은 숨 내쉬듯 이야기 눈물꽃이 줄줄이 피었기  때문에......

 

 

우리는 당시, 월 오십몇만원 하는 그 최저임금마저도 용역회사가 떼어먹은 사실을 알았다. 그녀들이 얼기설기 글을 쓰고 간신히 형식을 갗춰,  혹시라도 나랏팀 한테 도움을 받을까  노동부를 찾아간 날! 그러나 그녀에게 돌아온 나라님 말씀은 '아지매요. 회사 망하면 어찔할려고 그려요'

 

며칠후,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과 그녀들이 자식뻘 되는 전경들과 멱살을 잡고 밀쳐지고 나뒹굴고, 노동부 앞마당에 주저않았다가 드러누웠다가 그러기를 몇시간한 후에  그 굳게 닫힌 노동부 문이 열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자리 들어간 나랏님 처음 보았다는 그녀들. 그녀들은 나랏님에게 용역회사 사장이 떼어먹은 체불임금 애기는 하지 않았다.  '니 눈에, 우리가 사람으로 보이나! 똥치우고 똥종이 치우니 사람으로 안보이더나!  니도 똥싸는 사람이고, 나도 똥 싸는 사람인데, 다 똑같은 사람인데...'  그녀들은 이렇게 울부짖었다.

 

그날, 저녁을 먹을 때, 나랏님을 상대로 그렇게 행동할 힘과 배포가 어디서 났는지, 오늘 미치지 않고선 그리하지 못했을거라고 그녀들은 말했다. 그리고 몇 달후 그녀들은 체불임금을 받았다. 1년 계약을 연장하기로도 했다. 민주노조 만들어, 처음으로 사람 흉내 내봤다고 너무 좋아했던 그녀들!

 

 

이제 시간이 몇 년 흘렀고, 그녀들의 임금도 오십몇만원에서 칠십몇만원으로 올랐다. 그녀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러나 그녀들은 지금도 전쟁중이다. 칠십몇만원 월급 1년연봉 다 합해도, 그 학교 1년치 수업료도 안되는 그 돈 계속 받자고 전쟁을 한다.  1년마다 '최저입찰제'다 머시기다 해서 돌아오는 용역업체 재계약, 거기서 끈질기게 줄이라도 잡고 있어야 밥줄 끊어지질 않는다고 1년을 가슴 조리는 그녀들!

 

 

그녀들은 참 바보스럽다. 어찌보면 그녀들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청주에서 아파트 하나만 잘 찍어도 1년이면 '억'을 벌수 있다하는 세상인데... 노동부 재취업 교육 짱장하게 돌아가고, 초강대국 미국시장이 우리 먹이감으로 눈앞에 열리는 시대인데... 조금만 있으면 3만불 시대가 열리는데... 시대가 어느땐데 겨우 칠십몇만원에 인생을 걸고 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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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교협충북지회에 바란다

민교협충북지회, 창립20주년 기념 :  "민교협에 바란다"

김남균 (민주노총충북지역본부 비정규사업부장)

 

 

창립20주년, 이 스물이란 숫자가 얼마나 대단하지에 대해서 미력하나마 알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노동운동에 발을 내 딛었을 때, 속으로 '함 10년은 어티게든 나가보자. 10년을 넘긴다면 내 선택이 옳았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하고 채근해본적이 있습니다.

그 시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어티게든 도망갈 궁리만 찾았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 간신히 그 10년이란 시간을 겨우 채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회 민주화의 깃발 하나로 민교협충북지회는 자그만치 20년을 내달려 왔다 하니 그 시간의 깊이 만큼 민교협의 역사와 정신에 대해서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사실 저희들은 민교협의 제자입니다. 그러나  민교협의 제자로서 제대로 살고 있는 가 할때, 많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사실 학교를 다닐때도 민교협 선생님에게 F학점을 받았으니 이미 그때부터 전 불량제자 였던 것 같습니다.

 

김승환 선생님으로부터 '민교협에 바란다'는 소리를 해달라는 소리를 듣고선 좀체 감이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러함에도 이 자리에서 감히 하찮은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민교협의 불량제자였긴 하지만, 어쨌든 제자이건 분명하니까 그 애정으로 들어봐 주십시오.


< 배터진 민주주의, 배고픈 민주주의 >

 

'민주화이후의 민주주의' 라는 화두를 들어본적이 있습니다. 87년 체제는 분명, 이땅의 민주주의의 성숙을 가져왔고 많은 부분들을 변화시켰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계가 명확한 한쪽만의 민주주의에 불과했습니다. 분명 형식과 절차적 민주주의는 질적, 양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그 한계는 너무나 명확히 나타납니다. 바로 경제의 민주주의, 분배와 평등의 문제는 사실상 배척당했습니다. 이 경제의 영역에선 87년 이전이나 이후, 그리고 오늘날 차이가 없습니다.

 

정권의 수장이 군복입고 선글라스 쓰던 사람에서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구속되고 사형선고 받았던 사람들로 바뀌었습니다. 각하로 통칭되던 무소불위의 권력과 권위주의, 엄숙주의는 사라졌습니다.  정권의 권위주의, 엄숙주의는 사라졌지만 아쉽게도 자본의 그늘아래로 편입되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을 누가 통치, 지배하는가란 질문을 던져봅니다.
군복과 각하의 자리를 이젠 자본이 대신해 권력 정점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현 노무현 대통령의 시스템과 룰이라고 애기합니다. 그 훌륭한 시스템은 바로 자본의 시스템에 불과합니다.

이제 자본이 통치하는 민주주의는 한쪽에선 배터지는 민주주의이고 한쪽에선 배고파지는 민주주의입니다. 빈부의 격차는 더욱더 심해집니다. 기업의 이윤은 나날이 늘어가는데, 국민들의 삶은 결코 나아지지 않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교협과 선생님들께 바라는 첫 번째 희망사항이 있습니다. 87년 민주화의 미완성 과제인 경제의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것에 대한 제2의 민주화 대투쟁을 선도해주십시오.
완성된 절차민주주의에 안주해, 87년 체제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고 연장시키는 대투쟁을 선도해 주십시오.

 

<사회정의로서의 노동(운동)의 가치를 재조명해야...>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원가공개'를 반대하며 했던 말이 "열배 남는 장사도 있더라!"라는 말입니다. 사실 맞는 말입니다.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활동한다는 것은 유치원다니는 우리 아들놈아도 알고 있습니다. 좋은 말로 이윤추구지, 속되게 표현하면 기업이 돈에 환장에 인격도 눈물도 없이 운영한다 해도 이를 비난하지 않는 분위깁니다. 자본주의하에서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라는 있다는 것은 너무나 상식입니다.

그러나, 한편에선 요즘 노동자들의 고임금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귀족노조란 애기도 나옵니다. 대기업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면 비난이 쏟아집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보자면 비난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왜냐면 이윤추구가 기업의 존재 목적이듯이 노동조합의 노동자들의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실현하는 것 자체가 존재의 이유입니다. 존재에 충실한 것은 비난이 대상이 될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쪽은 그 이유로 비난의 대상입니다.

 

노동기본권, 노동법체계는 사회법의 핵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기본권의 헌법적 권리로 자리매김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권리가 기본권이고 본질적으로 침해될수 없는 상식선의 권리라는 것은 부정되고 있습니다.

경제의 민주주의 분배의 평등문제의 가장 기초는 노동과 자본입니다. 자본주의에서 노동과 자본이 이익을 분배함에 있어 노동자들의 임금몫, 그 비율이 어느정도로 가는 가가 그 사회의 분배지수의 첫 번째입니다.

이념으로서의 노동자들의 실천운동이었던 사회주의는 몰락했지만, 노동자들의 실천운동-노동과 자본의 대립과 투쟁이 몰락한 것은 아닙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전한 것은 노동과 자본의 대립이고 이 속에 노동자, 노동자들의 실천의 사회적 의미가 제대로 찾아질수 있다고 봅니다.

 

군복입은 대통령 시절로 돌아가 불쌍한 노동자들을 은혜적, 동정적 시각에서 보자하면 노동의 그 사회적 의미가 찾아 질수 없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측면으로 한걸음 한걸음 진보시켜 내는 노동의 힘에 대해서 다시한번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일곱 살난 아이에게 여기계신 선생님들부터 배운 것을 가르칩니다. "네,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으면 '노동자'라고 대답해라. 노동자가 누구냐구 물으면 '역사의 주인이시다'라고 대답해라"하고 말입니다.

현재, 노동은 매우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자본과의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패배한 노동은 결과적으로 노동기본권이라는 헌법적 권리마저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민교헙에 바라는 지점이 바로 이대목입니다. 노동의 가치, 노동의 꿈, 노동의 권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연대해주십시오. 그럴려면, 노동자들과 친구 먹어야 합니다. 직업란에 교수라고만 쓰지 마시고 노동자라 당당히 쓰시고 그옆에 가로치고 '대학교수'라 써주십시오.

 

 

<연대를 가르치는 스승, 연대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 주십시오>

 

 

낮은 곳에 있는 자에게, 나의 눈높이로 올라 와라 하면 이것은 연대가 아닙니다. 낮은 곳으로 몸을 낮추는 것이 연대라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낮아져야 평평해지고 평평해져야 넓어진다는 말도 기억이 납니다.

민주화의 등불이 되었던 것처럼, 이제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위한 연대의 등불을 밝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인문학의 위기라 합니다. 오늘 대학에서 폐과된 강좌의 60%가 인문학이라는 애길 들었을 때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이 없으면, 사회적 연대가 될리 만무합니다. 우리의 젊은 이들에게 사회적 연대, 인문학적 소양을 불어 넣어 주십시오. 재밌는 인문학, 가슴 따뜻한 인문학으로 위기를 극복해주십시오. 


 
<사회쟁점의 한가운데에 있는 민교협을 부탁드립니다>

 

선생님들을 보면서, 많은 가르침과 감화를 받지만 가끔 드는 생각이 너무 '점잖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이러면 재미가 없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우리 선생님들이 많이 튀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톡톡튀는 김승환 선생님을 좋아합니다. 사회문제, 지역현안문제, 정치영역 등에 대한 적극적인 튀는 행동이 많았음 합니다.    


마치면서

 

주제넘는 말이 많았습니다. 노동운동에 있는 사람으로 더 많이 반성하고 자책해야 하는데, 어줍잔케시리 말씀드렸습니다. 그래도 불량제자이긴 했으나 선생님들의 제자였다는 사실하나만으로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민교협 20년, 그 세월의 깊이를 저 자신도 살면서 따라갈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존경의 마음을 전하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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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이데올로기의 슬픈 자화상

 하이닉스, 이데올로기의 슬픈 자화상

 

 

요즘 큰아이를 보면서, 내 스스로 무력감에 빠진다. 이제 일곱 살인 첫째 아이는 자신이 즐겨 보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캐릭터 장난감만 보면, 무작정 사달라 한다. 나는 아이의 요구대로 무작정 다 사줄능력도 없고, 그렇다고 장난감보단 구매행위 자체에 빠져버린  아이의 소비만능적 태도를 훈계할 설득능력도 없다. 에그! 이도 저도 못하면서 '가보타크' 캐릭터 로봇은 종류도 왜이리 많은지, 소심하게 원망하는 무기력한 내 자신.

그러나, 정작 불행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나의 아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다름아닌 부모인 나라는 것도 안다. 들과 산, 개울 크게 자연이라는 놀이터도 제공해주지 못하고 애정의 놀이터인 부모의 품조차 제대로 주지 못해, 결국 텔레비전이 아이의 가장 친근한 놀이터가 되고...... 아무리 '변신' 구호를 소리질러 봤자, 변신하지 못하고 손에서 로켓미사일이 나갈수 없는 아이.이제, 그 로봇을 구매하는 것만이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가 되어버린 아이. 끊임없이 소비할 것을 유혹하고, 소비를 통해 인격과 품위가 실현된다고 현혹하는 자본주의 상품이데올로기에 이 일곱 살난 아이가 벌써 그 중심에 있게 했으니....

 

 

하이닉스, 매그나칩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이 한 단락 종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하는 노동자들이 있기에 여기서 일단락 됐다고는 결코 할수 없다. 그러니, 일단 전체를 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평가 정도로 한번 짚어보자!

 

다른 사람들은 이 사태를 통해 무엇을 보았는지 처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너무나 지독한, 너무나 지긋지긋한 비상식과 비이성의 광기를 보았다.

 

보자!

 

하이닉스라고 하는 이 거대기업은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봉쇄하기 위한 용역경비업무에만 150억이라는 돈을 쏟아 부었단다. 연본2천만원의 하청 노동자 100명을 7년 5개월간 고용하고도 남을 금액이다. 이 사실을 어떤 경제학의 기본 상식으로 설명할수 있을까! 최소비용의 최대효율이라는 기본과는 애시당초 떨어져 있다. 뭘로 설명할수 있을까! 노동조합 혹은 비정규노동자들이라는 새로운 노예들의 저항자체를 근본적으로 혐오한 '비이성의 광기' 이외에는 결코 설명할수 없다. 

 

보자!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활동에 대해서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것이 문제라 한다면 우리사회는 미친사람 취급할거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또하나의 당연한 상식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조직을 결성할 권리, 그리고 자신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행동 즉 노동기본권 또한 헌법적 권리라는 것이다. (내 생각이 아니다, 대한민국 공화국 헌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여기,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지 이 헌법적 권리를 행사했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괴상한 직장폐업이라는 구실에 의해서 쫓겨났다.

 

 톺아보자! 이윤을 추구했다는 이유로 한 기업이 기업활동을 정지당했다면, 우리 사회는 어찌했을까!

 

 

모스크바의 지하철에서 젊은이들이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을 본 한국인이 그 이유에 질문을 했다 한다. 그 젊은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다. '이 지하철은 바로 이분들(노인) 세대가 만든 것이니까요!'

우리와 틀려도 너무 틀린다.

 

하이닉스 하청노동자를 둘러싼 불평등한 '비이성의 광기'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어릴적부터, 자본주의 상품논리에 갇혀버린 나의 아이를 보면서 실마리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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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 죽음 부른, 하루 70원의 유혹

아파트 경비원 죽음 부른, 하루 70원의 유혹

 

지난, 주말 육아휴직중인 나에게 모처럼 나들이를 나갈 시간이 생겼고, 지체없이 개나리 봇짐을 꾸려서 변산면 운산리에 있는 공동체 마을로 향했다.
각설이 옷차림 모양새 그대로의 옷차림을 한 농사꾼이 밭에서 쑥을 뜯고 있다. 이 농사꾼은 10여년 전에, 우리지역 한 국립대학의 정교수 자리를 버리고 농촌공동체 마을을 일구기 위해 떠났던 윤구병교수.

흙집 짓는 일을 돕다 새참으로 막걸리 한주전자 두고 공동체 식구들과 빙 둘러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문턱없는 밥집' 건립계획을 열심히 설명하는 윤구병 선생님. '문턱없는 밥집'이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점심한끼지만 단돈, 천원에 유기농으로 잘 가꾸어진 우리농산물 재료만으로 만든 점심을 제공한다는 사업이라 하신다. 그리고 노동운동도 가난한 이웃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나눔의 연대정신을 갖지 못하면 안되다며 윤구병 선생은 계속 나눔을 강조하신다.

공동체 마을의 구성원은 식사를 같이 해야한다. 그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공동체 식당에 어떤 이가 비뚤비뚤하게 써 놓은 글이 있다. " 하늘을 한두사람이 가질수 없듯이, 밥도 그렇습니다. 하늘처럼 나눠갖는 것이 바로 밥입니다."

변산 공동체 마을을 뒤로 하고, 청주로 올라오던 날, 어느 아파트 경비원의 자살소식이 전해졌다.

스무명의 아파트 경비원중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6명을 해고한데 대해서 앙심을 품고 시너를 뿌리고 자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는 뉴스 앵커.

그리고 모자이크 처리된 화면으로, '1인당 인건비가 약 20만원 정도 오르게 되니, 입주민 입장에선 관리비 절감차원에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짤막하게 대답하는 어떤 입주민의 인터뷰.

그리고 다시, 최저임금제 적용으로 오히려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용이 불안정하게 될거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다고 걱정하는 뉴스앵커.

이 팽팽한 대립의 본질에 들어가기 위한 수학계산을 해본다. 15층 혹은 21층 하는 아파트 한동의 가구수는 보통, 최소 90가구에서 최대 168가구. 이 상향된 인건비 20만원 가구당으로 환산하면 월 천이백원에서 이천이백원. 하루로 환산하면 가구당 40원에서 70원. 겨우 이돈이 이 팽뱅한 대립의 본질이다.

작년말이였던가! 민주노총이 비정규관련 법안의 부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영상물에 나온 나이든 경비원의 인터뷰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나는 경비원입니다.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하루 16시간을 일합니다. 오늘 기다리던 월급을 받았습니다. 한 달 539시간을 일하고 68만원을 받았습니다. 다음달에도 그럴 겁니다."

최저임금이란, 우리 사회 구성원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강제적 '나눔장치' 다. 짐승처럼 살지 않도록, 굶지않고 영양실조는 걸리지 않도록 살수있도록 하기 위한 물질적 강제장치다.
그런데, 하루 40원에서 70원과 최저임금의 결합을 두고 우리 주변에서 대립하고 갈등한다.

청주에 와서 공동체마을 식구들에게 속으로 물어본다. '도대체 나눔이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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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른 '같기도'

너무 다른 '같기도'

'같기도'란 개그프로그램이 인기다. "이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좋은 것 같기도 혀". 매번 이런식이다. 인기가 널리 퍼저, 주변에 '같기도 놀이'를 하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띈다. '같기도놀이'를 하는 사람들은 연실 유쾌한 웃음을 쏟아 낸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이다. 개그로선 최상인데, 현실의 '같기도'는 엄청난 짜증과 인내를 유발한다. 이런 짜증난 '같기도' 중 왕짜증을 골라내라면, 나는 노무현정부를 꼽겠다. "진보인 것 같기도 허나, 절대 진보가 아녀. 좌파인 것 같으면서도 한번도 분배를 중시한 정책을 펴본적 없는 골수 우파여. DJ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것 같으면서도, 고것도 아니여. 농촌을 살리겠담 하면서도, 한미FTA로 아주 농촌을 작살내버렸어. 친노동정권같기도 헌데, 김영삼 정부도 함부로 못한 노동법을 아예 송두리째 바꿧어. 지지율 10%로 식물정권 같으면서도 개헌이슈등 항상 정국주도권을 주도하고 있어"

노무현정부의 통치기간 전체가 개그콘서트 보다 더 개콘같은 '같기도'라고 나는 단언한다.
그 기간에 한나라당은 정말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를 친북좌파로 몰아붙여, 엄청 남는 장사를 했다. 그리하여 당내 두명의 대통령후보의 지지율을 합하면 70%가 넘는 지구상에서 존재할수 없는 기적까지도 만들어냈다. 그 사이에 노동자, 농민등 서민만 쪽박차게 되어부렸다. 참 통탄할 노릇이다.

하이닉스와 매그나칩의 비정규노동자들이 다시 밥을 끊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스스로 끊었다. 그 이유는 순이익 몇조를 올리는 거대기업 하이닉스와 충청북도가 '같기도' 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노화욱부지사의 말을 들어보자면, 하청노조 문제가 금방 풀릴 것 같은데 실제로는 전혀 그런 것이 없다. '하이닉스 관계자의 말을 빌려보면'하고 나오는 신문기사를 보자면, 문제를 풀 적극적인 의사와 방안이 있는 것 같은데, 하이닉스 기업의 공식입장은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하이닉스 새사장이 '윤리경영'을 선포했지만, 현실에선 아니다. 하이닉스를 위해 몸바친 하청노동자를 길거리에 방치해놓고 무슨 윤리니, 도덕이니 거들먹 거릴수 있단 말인가!

그들이 이렇게 '같기도놀이'를 하는 와중에, 하청노조 지회장이 스스로 밥을 끊고 굶고 있다. 그가 그러기를 벌써 세 번째다.

이제, 하이닉스와 충청북도의 이런 '같기도'는 중단돼야 한다. 탈법적으로 하이닉스에 퍼주기할 아량만큼, 청주시와 충청북도는 실체없는 '같기도' 대신 차라리 이들에게 인도적 생계지원이라도 하는걸 어떤까.

신규노조가 생기면 사용자들은 공통적으로 '같기도' 전법을 들고 나온다. 노조를 인정하고 요구조건을 수용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 뭔가 뒤에 음모가 있는 것 같기도하고.
순진한 노동자들이 이런 착각에 빠져 아니, 회사에 대한 신뢰의 끈을 놓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노동자을 맞이하는건 엄청난 뒤통수가 대부분이다.

개콘의 '같기도'는 즐겁지만, 노무현정부나 하이닉스, 충청북도의 '같기도'는 너무나 흉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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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택시노동자의 마지막 유서.

어느 택시노동자의 마지막 유서.

아파트 입구, 조그만 삼거리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길 건너편에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택시가 보였고, 나는 힘차게 '아저씨'를 부르며 손을 들었다. 나와 택시와의 거리는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약 5M 남짓쯤. 택시기사 아저씨는 빨간신호를 앞에두고 슬금 슬금 차량을 몰고 내게 왔다. 택시 문을 열고 타려는 순간, 이런 택시뒤에 있던 경찰관의 오토바이가 택시를 가로막는다. '경찰관이 바로 옆에 있는 데 무시하는 건가요. 신호위반입니다. 면허증을 제시해주세요.' 경찰관의 말이 끝나자 마자, 택시기사 아저씨의 얼굴은 노래지고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래도 본능적으로 새어 나오는 택시기사아저씨의 답변. '못 봤어요. 봐주세요'. 한번만 봐 달라는 택시기사 아저씨와 끝까지 면허증을 제시해달라는 경찰관 사이에 실갱이가 계속되는데, 괜시리 나 때문에 이런 것 같은 자책감이 밀려들었다.

뭔가 택시기사 아저씨를 거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고, 경찰관에게 나도 부탁을 했다. '딱지 한번 떼고 나면, 이 (택시기사)아저씨 하루 벌은거 다 들어가는건데요. 한번 봐주세요. 요즘 택시영업이 너무 힘들잖아요. 한번 봐주세요'. 그러나 내말이 나 끝나기도 전에, 아저씨는 아무 상관 없으니 상관하지 말라는 경찰관.

택시기사아저씨와 나, 둘이서 열심히 빌었건만 경찰관은 고집을 꺽지 않았다. 졸지에 패배자가 된 택시기사아저씨는 담배를 입에 물고, 깊은 한숨만 내쉰다. '에이, 오늘 완전히 헛방이네요'라고 말 하는 택시기사 아저씨. 그냥 할말이 없어, '미안해요. 아저씨'라고 말하는 나(사실 내가 잘못한건 없는데).

나는 안다. 택시기사 아저씨들의 처지를. 이들이 죽어라 일해도, 한달 백만원 벌어가기도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이 신호위반 딱지 하나가 택시노동자들에게 얼마나 바윗덩이 보다 더 큰 무게로 다가온다는 것을. 그래서 미안했나 보다.

'한미FTA를 중단하라'며 분신을 했던 택시 노동자 故 허세욱씨. 빨간색 펜으로 꼼꼼히 밑줄을 쳐가며 FTA 관련 신문기사를 스크랩하고 1인 시위를 하던 그. 그는 '나를 위해 모금을 하지 마세요. (택시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니까!'라는 유서를 남긴 故 허세욱씨. 택시노동자인 허세욱씨의 인생을 이야기 할때, '막장인생'이라는 네글자가 따라다녔다.

탄광촌이 사라진 지금, 택시노동자들은 그들을 대신해 '막장인생'이라는 네글자를 물려받았다. 택시노동자들은 이중의 굴레를 떠앉고 있다. 하나는 사납금이라는 현행법상의 명확한 불법의 굴레이고, 또 하나는 최저임금법도 적용받지 못하는 방치의 굴레다.

이제, 개선되어야 한다. 최저임금 시급 3,480원이 택시노동자에게 보장되어야 한다. 4월 임시국회에서 최저임금법이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택시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감안해, 모금조차 하지 말라는 택시노동자 故 허세욱씨의 마지막 유서가 너무나 가슴을 때리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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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없는 것들

예의없는 것들

 

'소라는 먹으나 안먹으나 한자루'라고 했다. '한미FTA' 라는 소라가 한자루 가득 싸여 있는데, 이것이 다 먹고만 속이 빈 소라 한자루인지, 속이 꽉찬 소라인지에 대해선 정부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정부는 소라한자루 가져왔다고 자랑만 하고, 주류 언론은 동네잔치부터 열잔다. 참말로, 국민 노릇하기 힘들다.

 

 

오래간만에, 방송사에서 취재기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마침, 이 친구를 만나면 충고 말이 생겼다. 절대로 운동화를 신지 말라고!

 

청주에 있는 한 생활정보지 노동조합 위원장이 경영진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사유는 다름아닌 '취재기자가 운동화를 신고 출근한 것, 회사 명찰을 패용하지 않은 것’ 등의 복무규정 위반이란다.
이런 사실을, 인터넷에서 접하고선 혼자 방구석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었다.  취재기자가 운동화를 신었다고 해고 사유로 삼는 그 회사 경영진의 놀라운 창의력에 '햐'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역시 세상일을 상상하기엔 내 머리는 너무 아둔하다. 정말로 나의 상상력의 빈곤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래도, 이 노동자는 대우받은 경우다. 어느날 갑자기 '그만두세요' 말 한마디에, 아니 출근해보니 사라진 책상을 보고 고개를 떨구고 쫓겨난 노동자가 얼마나 비일비재 한가! 문자메시지로 '출근하지 마세요'란 해고통보를 받은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에 비해서 해고사유까지 친절하게 통보받은 이 노동자가 받은 대우가 얼마나 과분한가! 이제 이 해고노동자는 과연 '취재기자가 운동화를 신고 출근한 것'이 과연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더 이상 지속할수 없을 정도의 행위'인지 여부를 따지면서 부당해고 여부를 따지면 된다.

 

그러나 친절한 방식이든 아니면, 잔인한 방식이든 노동자에게 '해고'란 것은 사형선고다. 농민에게 땅이 생존의 조건이듯이 노동자에겐 '노동할 일터'는 생존의 조건이다. 아무런 생산수단을 갖지 못해, 몸뚱이에 내재한 노동력을 팔아야만 살수있는게 노동잔데, 그 노동자를 보며 살아가는 몇 명의 식구들이 있을 텐데 해고란 끔찍한 일이다.

 

얼마전, 우리들 눈시울을 적셨던 뉴스를 기억하는가!  실직한 가장을 둔 아이 엄마가, 아이 약값 3천원을 더 이상 빌릴데가 없자 아이와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한 사건 말이다. 3천원 때문에 자살을 결심한 이 여성은 자신이 살던 지하 월세방을 뒤로하고 한달새에 억억하고 올라버린 그 고층아파트를 오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운동화를 신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위원장을 해고한 곳은 청주에서 제일 큰 생활정보지 기업이다. 이 회사는 노동조합이 생긴뒤에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 전원을 해고한다는 계획을 세운적이 있다. 그냥, 노조가 싫어서, 그 노조를 깨는 선택된 방법이 결국, 해고였던 셈이다. 그러나, 너무나 궁색하다. 목숨처럼 소중한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를 이렇게 우스꽝스런 방식으로 박탈해선 안된다. 밥줄을 자를땐, 최소한의 예의라도 있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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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 설마 농담이시죠!

시장님, 설마 농담이시죠!

 

 

“김 대표가 청주로 이사올 경우 하이닉스 타운 내에 5천평 정도의 저택을 제공하겠습니다”. 남상우 청주시장이 청주시청을 방문한 하이닉스 김종갑 신임대표이사에게 던진 일성이다. 만우절 날 나왔을 말이면 좋았으련만, 아쉽게도 만우절을 하루 지나서 한 말이다.

 

'5천평 저택'이 어느정도인지 규모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신규개발로 공돕되는 주택용지 한필지가 오륙십평 될터이니, 대략 백필지가 되겠다. 그래도 잘 짐작이 안간다. 아흔아홉칸 양반 기왓집보다 넓을까. 제대로 짐작이 안간다.  영화속에서나 볼수 있는 헐리우드 대저택 만큼이나 넓을까. 아무리 굴려봐도 어림이 잡히지 않는다. 어림 안되는 내머리로 겨우 내린 결론은 "아무튼 엄청 넓다."이다.

 

아무리 하이닉스가 대기업이라도, '조공(朝貢)' 치곤 너무 과하다. 그런데, 왜 60만 청주시민을 대표하는 남시장께서 하이닉스 대표에게 조공을 바쳐야 하는가! 하이닉스와 청주시라고 하는 지방정부가 군신관계이던가!

어 그런데, 언제부터 청주시의 제후국이 바뀌었나! 청주시는 엘지의 도시가 아니였던가. 언제부터 엘지를 제치고 하이닉스가 주군으로 바뀌었나. 그게 아니라면, 하이닉스 대표에게 5천평 조공이면 엘지대표이사에겐 1만평 조공을 바친단 말인가!

 

모든 것이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는게 일반적인 사례다. 우리네 같은 대다수 노동자, 서민은 평생 20평 30평 아파트 한 채 마련하느라 청춘을 허비한다. 그 아파트 한평 늘리려고, 잔업과 특근을 마다하며 살아간다. 하이닉스 신임 김대표는 정부의 고위관료로 있다가 이런 저런 연이 닿아서, 거대기업의 대표가 된 사람일 뿐이다.  만우절 다음날 터진, 남시장의 '5천평저택' 제공설은 그냥 헤프닝으로 끝나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애길 접하는 수간 노동자, 서민은 무기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얼마전, 친일 전력이 있는 어떤 화가를 '충북의 혼'으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봤었다.  애기를 해보니, 요지는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을 하자'는게 요지였다.  지난주, 서울에서 있었던 한 토론회에서 일이다. 하이닉스 문제를 꺼내자, 경기도에 있는 민주노총 간부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이천으로 공장이 유치 안되면, 경기도가 거덜 날 것처럼 난리였다고.....  그래서, 충청북도는 더 하다고 했다. 2만명이 모여서 궐기대회를 할 정도로 더 난리라고 그랬다.

 

사회적 분위기가 '지역경제발전, 기업유치'라는 맹목적 허상에 빠져서 돌아가는 순간, 생기는 함정이 있다. 바로 그것은 국민의 다수이자, 약자인 노동자, 혹은 서민들의 기본권이 묻혀버린다는 것이다. 하이닉스에 청춘을 바친 비정규노동자이 공장에서 쫓겨나 3년이다. 그 3년 사이에 전세방에서 월세방으로, 그 월세방마저 쫓겨나,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지내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그 사람들에게 단 10평의 공간만 있어도 가족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에게 제공된 지방정부의 편의는 없다. 다만 하이닉스 공장유치의 걸림돌로만 취급된다.

 

그래서, 청주시장의 말은, 설령 만우절날 나왔다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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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세상

거꾸로 가는 세상!

당직 근무를 서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은 사람이, 허가도 없이 무단으로 출산휴가 3일을 사용해 무단으로 결근을 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하고, 근무시간에 노동조합 문서를 작성하는 등의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가 있다.

이 해고노동자의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심판회의에 나는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했다.
나는 이 해고노동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당직근무를 서지 않으셨나요?". 이 해고노동자가 답한다. "저는 당직근무를 설 의무가 없습니다. 당직근무는 다른 직위의 분들이 수행하던 업무입니다.". 이 노동자를 해고한 사용자에게 물었다. 사용자는 "직원의 퇴사로 부득이하게 당직근무를 명령했는데, 이를 거부했습니다.". 다시 물었다. "근로조건을 변경하게 될 경우엔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거나 해당노동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으셨나요?". 사용자는 답을 하지 않는다. 다시 사용자에게 추궁했다. "동의를 얻지 않으셨다면, 정당한 업무상의 명령도 아니거니와 사용자께서 불법을 하신것인데요"

변호사인 다른 공익위원이 사용자에게 물었다. "보고도 하지 않고, 무단으로 출산휴가를 사용해 3일간 무단결근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노동자는 오히려 축하금으로 3만원을 보내주었다고 하는데요. 맞는 말인가요"

사용자는 이에 대해서도 대충 얼버무린다. 이 해고노동자가 무단으로 결근했다는 것도 거짓임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사용자의 비리를 폭로한 부분에 대해서 법학교수인 공익위원이 질문한다. 해고 노동자는 답변한다. "국가 보조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사람들을 대리해서 대리투표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한것이고 이는 다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이로 인해, 선거법위반으로 해당 직원이 구속되고 이 사용자는 군의원직을 박탈당하는 형량을 선고받았다. 실로 엄청난 범법행위를 사용자가 저질러 놓고도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뒤집어 씌운 것이다.

요약해서 보면, 이 노동자를 해고한 사용자의 모든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따라서, 이 해고는 정당성이 설립될 수가 절대 없다.

그러나 판결이 나오는 약 일주일 후에도 노동자나 내가 웃을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냐면, 이 노동자는 1년짜리 "계약직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노동위원회에서 심판회의가 끝나고, 이 노동자랑 소주한잔 기울이면서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그나, 나나 소주잔만 부딪히면서 이 희한한 노동법을 원망한다.

국가에서 지원되는 돈만으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온갖 불법행위를 다 저지르고도 의원님으로 평생을 봉사해온 봉사자로 추앙받는 사용자와 그 비리를 지적한 노동자는 미운털이 박혀 길거리에 나 앉게 해고도 아무런 대책없는 이상한 노동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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