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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눈물 떨쳐버리고 우리 같이 갑시다.”

 

“동백눈물 떨쳐버리고 우리 같이 갑시다.”


손미아 


저는 형의 이름을 외우지 못했습니다. 설사 외웠어도 지우려고 노력했을 것입니다. 혹시 어디선가 이름을 이야기하다가 형의 신상에 위태로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형은 블랙리스트와 항상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제가 자동차공장 교대제 연구조사라는 명목으로 형을 만나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만해도 이렇게 가슴이 저리지는 않았었는데......제가 형과 이야기를 하고 올라오는 차속에서 생각했던 것은 오직 하나 “형, 동백눈물 떨쳐버리고 우리 같이 갑시다.”


형은 실업의 아픔과 함께 한 공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구분으로 인하여, 노동형제들이 결코 갈라질수 없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갈라져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속에서 서 있기에 더욱 서럽습니다. 형이 일하시는 그 자동차 공장은 전체 노동자가 약 4만명에 비정규직이 만오천명...... 형의 가슴속에서 흘리는 붉은 눈물은 마치 작업장 곳곳에서 붉게 떨어져있는 동백꽃잎처럼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형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불안정노동 및 실업의 증가가 만들어낸 사회적 결과는 실로 엄청난 것이더군요.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 노동자화되었는데, 임금수준이 정규직의 50%로 감소되었으니, 결국 불과 몇 년사이에 전체 노동자의 임금이 결국 75%수준으로 감소된 것입니다. 형은 두달간 오직 하루 놀면서, 나머지 모든 시간을 철야, 특근을 하면서 12시간 주야맞교대를 했을 때 받는 한달 임금이 120-150만원이라고 했지요. 최근 건강의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그 불평등의 정도가 심화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형은 일을 시작한지 몸무게가 10kg이 빠지고, 6개월만에 5kg이 빠졌다면서 혹시 내몸에 병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의아해하셨지요? 다른 의학적인 소견이 없다면 제 생각에는 노동강도가 그 원인일것입니다. 하루에 12시간 주야간을 일하며 두달동안 하루를 쉬고 일하는데 체중이 안빠지는게 이상하지요......그런데 형은 공장에서 다른 노동자보다도 120%정도 더 많이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노동강도란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낼 엄두도 못내고 계시지요...... 오직 고용문제와 저임금문제가 가슴을 옥죄듯이 다가오는 나날들......


형, 제가 왜 정규직시험을 안쳤었냐고 물었을 때 형은 그것을 질문이라고 하냐면서 27세이하에서 1년경력이상, 27-32세사이에서 3년경력, 이 사이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이 그나마 정규직에 지원을 해 볼 수 있는 유일한 노동자들이라고 할 때 저는 형의 눈에 눈물이 핑도는 것을 보았습니다. 형의 친구들과 함께 형도 지원을 했었는데, 형은 떨어지고, 나중에 알고보니 이전에 재해로 산재보상을 받은 것이 죄인이 된 것 같다고 말씀하셨죠.


형, 형의 공장의 자본가가 세계화 때문에 경쟁을 해야되니까 임금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했다면서요? “형 더 이상 참지 말고 같이 일어섭시다. 형의 어깨에 제 어깨를 같이 걸고 나갑시다.” 인간의 정도를 벗어나 자본가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뽄대를 보여줍시다. 형이 나서야만 ‘자본주의 생산과정에서 산업예비군의 양성과 실업과 반실업의 반복’ 고리가 끊길 것 같습니다. 형이 그렇게 배우고싶고, 하고싶어하던 것들...... 지금 당장은 못하더라도 우리 반드시 할 수 있는 날들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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