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분류 전체보기

8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2/21
    버스를 타면 나는 시인이 된다(2)
    별똥별
  2. 2007/02/21
    낯선 여행
    별똥별
  3. 2007/02/06
    바람의 눈을 보려면...
    별똥별
  4. 2007/02/04
    욕 심
    별똥별
  5. 2007/02/04
    일곱살 아이와의 데이트(4)
    별똥별
  6. 2007/01/30
    짝사랑
    별똥별
  7. 2007/01/29
    정호승의 詩 모음(2)
    별똥별
  8. 2007/01/28
    새벽에 일어나 봄을 부른다
    별똥별
  9. 2007/01/23
    나는 부품(2)
    별똥별
  10. 2007/01/22
    먼저 떠난 친구를 기억해
    별똥별

버스를 타면 나는 시인이 된다

 

맛깔난 언어가 매력인 어느 시인이 쓴

버스이야기를 읽고 난후 부터

나도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시인흉내를 내본다

 

이른 아침 또는 늦은 밤

집과 사무실을 오고가면서

때로는 선 채로, 운 좋은 날은 앉아서

정류장마다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 보면서

그네들 삶의 이력을 상상하면서

시를 쓴다

 

한껏 멋을 부려도 결국 교복에 갇힌

아이들을 보면서 내 어린시절 떠올리고

얼굴 가득 주름 패인 어르신들의

고단한 몸뚱이에서 나 역시 늙어질 것을 알고

맨뒷자리 몸을 붙여 앉아 제 짝의 손을 꼭 쥔

미혼의 한쌍을 훔쳐보며 나 또한 만들어 왔을 

사랑의 흔적을 더듬어보기 수줍어 미소짓는다

 

그러나 결국 돌아서 곱씹는 것은 

심장과 폐속 깊은 곳에서 두드리는

자신과의 대화와 반성 그리고 연민이다

 

포장된 길을 가면서도 울렁증이 생기고

만원버스 매캐한 기름내에 뿌연 매연 먼지가

코끝을 간지르면 멀미를 토해내듯  

머리속 뒹굴던 낱말들을 조립했다 부수기 여러번

 

목적지에 도착해 빨간 벨을 누르는 순간

나프탈렌 향처럼 흔적없이 사라져도

사춘기 문학소년시절 습작노트를 꺼내듯이 

오늘도 버스에 올라 얼치기 시인이라도 되본다



그 작고 하찮은 것들 / 안도현



버스를 기다려 본 사람은
주변의 아주 보잘 것 없는 것들을 기억한다

그런 사람들은 시골 차부의
유리창에 붙어 있는 세월의 빗물에 젖어
누렇게 빛이 바랜 버스 운행 시간표를 안다

때가 꼬질꼬질한 버스 좌석 덮개에다
자기의 호출번호를 적어놓고
애인을 구하고 싶어하는 소년들의 풋내나는 마음도 안다

그런 사람은 저물 무렵 주변의 나무들이 밤을 맞기 위해
어떤 빛깔의 옷으로 갈아 입는지도
낮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밥 짓는
저녁 연기가 어떻게 마을을 감싸는지도 안다

그리고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버스는
천천히 오거나 늦는다는 것도 안다

작고 하찮은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가슴이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열심히 산다는 것 / 안도현



산서에서 오수까지 어른 군내버스비는
400원입니다

운전사가 모르겠지, 하고
백원짜리 동전 세 개하고
십원짜리 동전 일곱 개만 회수권 함에다 차르륵
슬쩍, 넣은 쭈그렁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걸 알고 귀때기 새파랗게 젊은 운전사가
있는 욕 없는 욕 다 모아
할머니를 향해 쏟아 붓기 시작합니다
무슨 큰 일 난 것 같습니다
30원 때문에

미리 타고 있는 손님들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운전사의 훈계 준엄합니다 그러면,
전에는 370원이었다고
할머니의 응수도 만만찮습니다
그건 육이오 때 요금이야 할망구야, 하면
육이오 때 나기나 했냐, 소리 치고
오수에 도착할 때까지
훈계하면, 응수하고
훈계하면, 응수하고

됐습니다
오수까지 다 왔으니
운전사도, 할머니도, 나도, 다 왔으니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낯선 여행

 

짧은 연휴 마지막 길은

KTX 환승 열차

 

벌 서는 아이 뻗은 팔처럼

일렬로 늘어 선 철길대로

정해진 수순인가, 빈틈없이 덜컹

덜컹대며 서울을 빠져나가면

 

늙어가는 소도시

허름한 역사를 지날 때마다

난 요절한 시인들의

짧은 시 한편씩 펼쳐 외웠다

 

때론 거친 잎도 마다못할

애벌레몸으로 꿈틀대며 견디다 못해

엉킨 실타래 풀듯

모질게 뽑혀져 나온 꼴이 서글퍼

 

내릴 곳 잊고 흔들리던 나그네는

저녁 어스름에 가려진 풍경을 위안삼고

 

시퍼런 멍보다 더 푸르렀던 젊은 날

붉은 깃발의 기억은 조각천으로 잘게 부서져

차장 밖 늘어선 가로등 따라 

주홍빛 꽃잎되어 하나 둘 피어날 즈음

 

기적소리  없는 KTX 환승열차

산허리 돌 때마다

뼈마디 부수는 비명으로 덜컹

덜컹대며 정해진 철길위로 흘러간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바람의 눈을 보려면...

[바람의 눈을 보려면]
 
 
 

하늘을 나는 짐승은

제 몸이 가벼워

바람에 실리는 거라 착각한다

 

그러나

무거운 몸뚱이가

파란 그림자로 뜨려면

견딜 수 있는 만큼

뜀박질을 해야한다

 

그제서야

마지막 숨은 그림 찾듯

바람의 눈을 보게 된다

 

날지못하는 들짐승은

가질 수 없는

날개를 그리워 한다.

 

쉼없이 달려도

가슴 양쪽

폐가 모두 너덜해져도

지친 땅이 발목 붙잡은 걸 모른다.

 

외다리 박힌

수아비처럼 양팔 뻗으며

그저 없는 날개만 탓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욕 심

담배연기처럼

헝클어져 날아오르다

하늘의 끝자락도

건드리지 못한 채 흩어져버린

청춘을 욕해 무엇하랴

 

순결한 종이는

덧칠된 붓자국 따라

흠뻑 먹색깔로 변하더니

금이 가고 하얀 살을 드러내더라

 

바닥에 꽂힌 깃대는

날개 짓으로 퍼덕여도

깊게 얽혀진 욕심때문에

잔뿌리가 움겨쥔 흙덩이만큼

무겁게 흔들리지

 

그래

바닥만 보고 걸어도 

잡아채는 돌뿌리를

피하지 못해 

서럽다 눈물 흘린들

떠나갈 사람 매달지 못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일곱살 아이와의 데이트

영화표를 끊고나서

백화점 광장을 달려나가는

아이의 모습을 본다

 

세상 가장 맑은 미소로

뛰놀다가도 아빠 있는 곳을

한번씩 확인하는 해바라기 웃음

 

눈가에 걸린 순수한 결정

저녁햇살로 모이더니

가지런한 옥수수 알갱이처럼 박혀온다

 

태어난 달이 늦어서   

또래들의 놀림받는 날

작은 몸뚱이로 울면서 들어오길 몇번

 

'네 몸엔 아름다운 씨앗이 있어

그게 자라면 씩씩한 어른이 된단다'

일러주자 그때서야 고개 끄덕였던 아이

 

이 여린 영혼이

큰 탈없이 커온 것에 감사하고

성년 되어 내 품을 벗어날 때까지

변함없이 평온하기를

 

혼돈의 세상

시기와 질투 그리고 경쟁이

거미줄로 엮이는 수많은 갈래에서

제 길 잃지 않고 커가기를

 

반나절을 단 둘이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안

잠든 아이를 보듬고 서로의 심장박동을

맞추며 기도했다

 

사랑하는 아이야

네가 앞으로 겪을 시련과 아픔도

나 같지 않기를

아니 조금 더 현명하기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짝사랑

 

 [ 짝 사 랑 ]

 

 

 별빛도 흔들려 눈감는
 깊은 밤에는 소리내어
 외쳐도 좋으련만

 

 꾹 눌러 담아낸 인심 후한
 아낙네의 밥공기만큼
 쌓아놓으면 무엇하나
 모락 피어나는 김이 서려서
 눈물로 맺는구나

 

 흔한 단어 서투른 손짓으로
 교차로 늘어 선 이정표마다
 곧은 글씨 새겨놓아도
 눈에 안차는 바겐세일 옷가지처럼
 널려져서 바래는 그리움

 

 변덕스런 삭풍에
 귓속말 건네 본들 흔적없고
 품으로 기어드는 봄바람은
 담장에 달라붙어서도  메마른 넝쿨

 꽃피워 낼 재간없다

 


-  070130 어리석은 사람의 가여운 사랑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정호승의 詩 모음

 

 

 

 

별똥별 

 

- 정 호 승 -


밤의 몽유도원도 속으로 별똥별 하나 진다
몽유도원도 속에 쭈그리고 앉아 울던 사내
천천히 일어나 별똥별을 줍는다
사내여, 그 별을 나를 향해 던져다오
나는 그 별에 맞아 죽고 싶다

 

 

별똥별 

 

- 정 호 승 -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에
내가 너를 생각하는 줄
넌 모르지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는 순간에
내가 너의 눈물을 생각하는 줄
넌 모르지

내가 너의 눈물이 되어 떨어지는 줄
넌 모르지

 

 

 

미안하다

- 정 호 승 -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누더기


- 정 호 승 -



당신도 속초 바닷가를 혼자 헤맨 적이 있을 것이다
바다로 가지 않고
노천횟집 지붕 위를 맴도는 갈매기들과 하염없이 놀다가
저녁이 찾아오기도 전에 여관에 들어
벽에 옷을 걸어놓은 적이 있을 것이다
잠은 이루지 못하고
휴대폰은 꺼놓고
우두커니 벽에 결어놓은 옷을 한없이 바라본 적이 있을 것이다
창 너머로 보이는 무인등대의 연분홍 불빛이 되어
한번쯤 오징어잡이배를 뜨겁게 껴안아본 적이 잇을 것이다
그러다가 먼동이 트고
설악이 걸어와 똑똑 여관의 창을 두드릴 때
당신도 설악의 품에 안겨 어깨를 들썩이며 울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버지같이 묵묵히 등을 쓸어주는
설악의 말 없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것은
바다가 보이는 여관방에 누더기 한 벌 걸어놓은 일이라고
누더기도 입으면 따뜻하다고

 

+_+_+_+_+_+_+_+_+_+_+_ +_+_+_+_+_+_+_+_+_+_+_ +_+_+_+_+_+_+_+_+_+_+_ 

 

맨 처음 정호승이란 시인을 알게된 것은 별똥별때문이었다.

PC통신 참세상 시절 친구 푸른노트가 내 아이디를 보고는

국문과답게 몇개의 시를 골라서는 가르쳐 준 것이

바로 정호승의 '별똥별'

 


그 친구의 푸른 마음이 좋았고 내게 권해 준

정호승의 날것처럼 치명적인 시어들도 맘에 들었다

그래서 솔직히 정호승을 흉내낸 습작도 몇개 있다

 

등단한지 35년이 되가는 정호승시인은

동년배의 것들과는 다른 젊은 치기가 있다

마치 일탈을 시작하는 중년

그 눈가에 덧칠하는 진한 화장보다도 더 자극적이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한풀 죽은 모습이다

조금 더 깊이가 있어졌다고 누구는 말할지 몰라도

내겐 실패한 사랑의 쓴맛이 느껴진다

 

그가 젊은이가 아니기 때문에

그의 젊은 날의 시보다 나이 먹어 녹여낸 말들이 더 가슴에 와닿기에

정호승이란 시인이 고급 품격을 갖춘 것도

또 치열한 시대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어서

더 많이 흉내내려 했는지 모르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새벽에 일어나 봄을 부른다

 

 

 


[새벽에 일어나 봄을 부른다]

 

제 갈길 잃은 계절이

쏟아낸 바람에는

 

마디마디 쇠못이 박혀

스치는 길 따라 피멍이 든다

 

햇볕 비껴간 그늘 속

폭도되어 서성이는 그리움

 

닫힌 문 열고 들 용기는

노련한 도적들의 몫

 

밤이 깊어져서야 

그대 이름을 불러 삼키지만

 

골목 어귀 가로등 밑

채 오다만 봄이 웅크리고 있다

 

잠을 다시 청하려해도

한번 떠진 눈 쉽게 감기지 않고

 

움츠려든 몸뚱이 접어

아래목에 고이 뉘여도

뜬 눈으로 지새겠다

 

새벽으로 가는 길

참 멀기도 하구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나는 부품

 

[ 나는 부품 ]

 

 


 분주한 출근 길
 빼곡히 채워진 성냥갑
 만원버스에 오른다

 

 빈자리 생기면
 왜그리 고마운지

 

 팽팽했던 실밥이
 스르르 풀려
 하얀 솜 드러내듯
 염치없이 몸을 기댄다
 
 서서 갈 때
 거슬리던 안내방송도
 자장가삼아 눈을 감고

 

 새벽녘 알람에 끊긴
 단꿈의 줄기 엮어보려
 어설픈 최면술사처럼 애쓴다

 

 아구대가리 벌어진 입으로
 빨려가는 플랑크톤은
 제 운명 모르는 알갱이 신세

 

 녹슬지 않는 쳇바퀴 실려
 최면과 주문 섞여
 몇 만번째 굴러가는 부품

 

 - 2007.01.23. 출근길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먼저 떠난 친구를 기억해

먼저 떠난 친구를 기억해

 

며칠동안 그 날 꾸었던 꿈에 사로 잡혀 지냈다

너무 선명해서 현실과 구분이 안 갔던 시간들

어쩌면 마음 깊이 그 친구를 품고 살아왔던 게 아닐까

 

처음 만났던 때는 96년 초

파란 화면과 흰 글씨만으로도 모든 소통이 가능하다 여겼던

PC통신 참세상시절.. 같은 또래 친구들과 서로 다른 장소에서 살아가도

비슷한 꿈을 확인하고 응원해줄 수 있던 때였다

 

내 아이디는 별똥별, 그 친구의 아디는 루팡

독문과르 나왔고 대학시절에는 언론사에서 일했다

괄괄한 성격에 중성적인 느낌의 카리스마까지..

처음 만나는 유형의 여자친구였고 헤어지는 마지막까지 변함이 없었다

 

내 절친한 후배의 애인이었고 내게는 대학졸업과 함께 만난 친구인지라

똑같은 학번에 비슷한 경험들이 쉽게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감동적인 수작을 뽑아낼 만큼의 문필력은 없었다

노래를 좋아했고 노래방에서는 늘 정해진 곡을 부르며 매번 눈물을 짓곤 했다

멀지 않은 동네에 살다보니 만날 때도 근처 지하철역에서 만나

서울을 한바퀴 돌아다니다 헤어지길 여러번.. 그만큼 정도 깊어져갔다

 

그 친구가 한국을 떠날 무렵

난 방송국에서 일하게 되어 출근을 앞두고 있었다.

대학로에 카페에서 점심과 커피한잔을 사달라고 해 만난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두려움없이 살아온 20대 중반에 처음 겪는 공통의 화두들

성공을 꿈꾸지 않았는데도 막연한 압박을 느끼고 있음을 재확인할 즈음 나에게 말했다

 

'나 다음주에 떠난다'

 

그 후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뒤늦게 들려온 소식은 귀국을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는 것

하지만 그 사고가 어떤 것이며 어떤 모습으로 떠났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 물어보지 못했다 며칠 전 꿈에서도 그건 묻지 않았다

 

다만 환하게 웃는 모습

잠에서 깨어난 뒤 더 선명해지는 

지금은 그 모습을 그림으로 다 그려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진한 그리움으로 남겨졌다

 

만약 이 세상 다음이 있다면

내가 크게 자란 이후 단 한번도 믿지 않았던 그 곳이 만약 있다면

거기에서 만날 수 있겠지 아니 오히려 그러길 바라지

 

보고 싶다... 성미야 

 

 

- 2007.01.22.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