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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의 돌벽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렸다. 꼭 마추삐추에만 해당하는 설명은 아닌데, 아무튼 이 돌벽들이 오래도록 생존할 수 있었던 건, 14도 경사와 돌과 돌 사이의 틈이라고 했다. 지진이 나면 땅이 흔들리는대로 돌들도 틈 사이에서 흔들리며 원형 그대로 남을 수 있었다는 그런 얘긴데....
그게 좋았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들, 그리고 틈.
완벽하지 않은 것들의 조화, 그것이 그들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것.
삐삭은 마을 뒷산 꼭대기에 남아 있는 유적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오얀따이땀보만큼이나 훌륭하다던데... 글쎄, 끝까지 올라가보지 않아 모르겠다. 대개 성스러운 계곡 투어 시, 생기없는 민예품 시장에 1시간 들르는 게 전부인데, 가이드는 삐삭의 유적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 않는다.
오얀따이땀보에 기차 타러 가기 전, 시간이 많이 남아 삐삭에 들렀었다. 다음날 산행을 위해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는 핑계로, 그냥 중턱까지만 올라가서 쉬다 왔다. 그래도 너무 좋더라는...
물루의 인테리어는 훌륭하다. 그리고 커피값은 비싸다.
나는 점심을 먹는 대신 이 곳 커피를 선택했다.
그리고는 또 다시 편치 않은 생각으로...
에꽈도르에서는 꾸스꼬나 마추삐추만한 스타 관광지가 없어서 못 느꼈는지 모르겠는데.... 페루 남부로 내려오니, 이 곳이 정확히 두 세계로 나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꾸스꼬나 마추삐추 마을인 아구아 깔리엔떼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성스러운 계곡에 속한 허름한 마을들 사이사이에도 관광객들의 투어 코스인 곳에는 어김없이 고급 - 서구식 메뉴로 빼곡한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트렌디한 까페들도 참 많다. 내가 좋아라 하는 홍대 분위기의 까페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문득, 지금의 여행은, 너무도 잘 닦여진 관습적인 길을 따라 끝없이 소비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미에 오는 것이 여행이 아니라 탐험이었던 시절은 어땠을까. 물론 난 탐험을 할만한 인간은 못 된다. 꼭 그래야 한다고 생각지도 않고. 하지만 첨예하게 나뉘어 있는 두 세계를 나 편할 대로 오가면서, 하긴 오가는 것도 아니다. 시장에서 현지인들에 섞여 2.5솔 짜리 점심을 먹는다고 내가 그들의 삶을 알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무슨 얘길 하려 했더라... 아마 어딜 가도 이렇게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들 거라는 건 확실하다..
가끔 배낭여행자 까페에 들른다. 싼 숙소 정보를 알아보려는 의도가 제일 큰데, 남미여행을 계획하며 루트를 봐달라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물론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그렇기도 하겠지만, 에콰도르는 적도탑만 가면 그만, 페루는 나스까에서 경비행기 투어, 마추삐추 투어 아니면 잉까 트레일, 와까치나에서 샌딩보드, 띠띠까까 투어, 볼리비아는 우유니 사막 투어, 뽀또시 광산 투어, 루레나바께 정글 투어, 다 이런 식이다.
나라고 다를까? 다르지 않다. 남미에 여행을 간다고 하면, 아직은 낯선 곳이니까 우와.. 하지만, 여기 여행하는 사람들 대개는 이동, 투어, 이동, 투어, 이동, 투어, 이게 다다. 다만 그걸 개별적으로 하기 때문에 배낭여행이라 하며, 뭔가 ´여행´을 한다는 감상에 빠져 있는 것일 뿐.
정말 배낭을 메고, 길을 찾아서 여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 이거 봤어 저거 봤어, 나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갔는데 여기는 이것만 보면 되고 저기는 저것만 보면 돼, 거기 갔으면서 그걸 안 봤어? 왜? 하는 식으로 얘기하는 이들을 보면, 아무리 여행을 많이 했든 오래 했든 다양한 곳을 섭렵했든, 별로 부럽지 않다.
지금까지 해 온 모든 여행이 그런 여행이었다. 남들이 뭔가 볼거리라고 하는 것을 따라 가는. 하지만 이상하게 이번 여행에서는 자꾸, 여행이 뭘까.. 난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 걸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여행도 크게 보면 다를 바 없이 끝나겠지만.... 작지만 빛나는 순간들에 고마워하기... 너무 크거나 많은 것을 바라지 말기...
요즘 슬럼프인가 보다. 이런 생각만 자꾸 드는 걸 보면.
꾸스꼬에 가면 대략 세 가지 투어상품이 흔한데, 하나는 시티 투어, 하나는 바예 사그라도 즉, 성스러운 계곡 투어, 그리고 마추삐추 투어가 그것이다.
언제나 투어를 통할 것인지, 혼자 갈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데, 장단점은 뚜렷하다. 투어를 통하면 정보를 얻는 대신,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은 다른 관광객들과 하루를 부대껴야 하고, 또 한 장소에 원하는 만큼 머무를 수가 없다. 어딜 가도 천천히 움직이는 나의 경우, 투어를 한 번 다녀오면 넋이 나가고 진이 빠진다.
혼자 가면 복잡한 교통편 찾아서, 매연 들어마시면서 기다려서, 꽉 찬 꼴렉띠보에 끼어타는 것까지 다 좋은데,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고 돌은 돌일 뿐이어서 그게 문제다. 아, 물론 그게 좋기도 하다. ㅎ 좋기만 하지. 쩝.
가까운 시티투어(시내의 주요 유적과 삭사이와망, 껜꼬, 땀보마차이 등 근교 유적을 포함)는 동네에서 엽서 팔던 소년들과 다녀왔고, 마추삐추도 뭔가 설명을 들으며 바삐 돌아다니기 보다는 느린 시간을 즐기는 게 나을 것 같아 혼자 가기로 결정했고, 결국 성스러운 계곡 투어만 여행사를 통하기로 했다.
삐삭, 친체로, 우루밤바, 오얀따이땀보 등 잉까 유적이 남아 있는 곳과 주변의 안데스 마을들을 포함하는 성스러운 계곡은, 어느 순간 정말 성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곳이었다.
험준한 산맥 사이로 흐르는 강과 자그만 마을들과 그들의 농경지가 마치 처음부터 그러했던 것처럼 잘 어우러지는 공간들. 어쩌다 저 먼 계곡으로 태양빛이 흘러들면, 저기가 바로 신화가 태어나는 곳이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투어가 있는 일주일에 3일, 투어버스들이 지나가는 길엔 민예품 장사꾼들과 전통복장에 아기양을 안은 아이들이 잔뜩 나와 있다. 그러면 지나는 투어버스들은 적당히 사이좋게 그들 앞에 나누어 멈춘다.
철없는 동생들이 놀이에 집중하는 동안,
큰형인 이 녀석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관광객을 부르고, 포즈를 취하고...
오얀따이땀보에 다시 갔다.
가이드였던 배불뚝이 사무엘 아저씨의 설명에 따르면, 건축술 축면에서 볼 때 오얀따이땀보가 마추삐추보다 우월하다고. 건축엔 문외한인 내가 봐도, 대체 변변한 도구 하나 없던 시절 어떻게 저리 돌을 다듬을 수 있었고, 조합해 냈는지, 놀라울 따름. 심지어는 접힌 돌도 있었다! (뭐, 실제 돌을 접은 건 아니었을테고, 그만큼 도려내고 다듬었다는 얘긴데, 그 완만한 곡선이란!)
오얀따이땀보는 꾸스꼬에서 마추삐추의 중간지점에 있는 마을이다.
마추삐추에 혼자 가기로 마음 먹고 이리저리 알아보니, 꾸스꼬에서 아구아 깔리엔떼스(마추삐추 아랫마을로 여기서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마추삐추까지 올라가야 한다)까지 가는 기차는 대략 이른 아침 출발이고 당일치기가 가능한데, 왕복 표가 엄청 비싸다. 그나마 저렴한 백패커 티켓은 오얀따이땀보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하여, 그냥 소풍 가는 기분으로 오얀따이땀보에 기차표를 사러 다녀온 것이다.
(매년 마추삐추행 기차표값이 치솟고 있는데, 페루 레일 민영화 이후 심해졌다고 한다. 지금은 칠레인가 유럽의 어느 나라가 운영하고 있다고. 성수기인 5월에서 9월엔 마추삐추 하루 입장객이 1000명을 웃돈다고 한다. 기막힌 노릇이다.)
오얀따이땀보는 잉까의 도시계획을 잘 알 수 있는 샘플이 되는 동네라는데, 700년 이상 사람들이 살아왔단다. 좁고 긴 길들은 마치 미로 안에 들어온 느낌이지만, 실은 잘 구획되고 연결되어 있어 그닥 헷갈리지는 않다.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작고 아기자기한 마을. 그렇다고 나처럼 세 번 가기엔 무리가 좀... ㅡ.ㅡ 뭐, 나는 좋았지만...
저 길의 끝까지 들어갔다가 집 지키는 개 한 마리가 어찌나 성질내며 짖어대는지 되돌아 나오는 내내 녀석한테 물릴까봐 잔뜩 쫄았다. 그게 바로 소위 말하는 개들의 충성심인 거겠지? 쳇.
잉카의 돌문에 나무문짝을 달아서 대문으로 사용하는...
너희들 사진 좀 찍어도 되니? 하고 묻자 아이들은
응! 하고 동시에 대답했다.
사진을 찍고 나서 보여주자 잠시 재밌어하더니
또다시 동시에 외치길, ¨propina! (팁)¨
저 작은 손마다 민트껌 ¨팁¨을 들려주었다.
그런데 돌아서서 생각해 보니, 잘못 했다 싶었다.
일단, 그렇게 무언가를 들려주는 게 옳은 것인지,
치과 하나 없는 마을의 아이들에게 달콤한 걸 주다니...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는 무력감도 든다..
하지만 저 아이들은, 정말 사랑스러웠다는....
카메라라도 들이대며 아이들과 말을 섞고 싶었다는.....
원래는 boleto turístico (꾸스꼬 주변 16개 유적 및 박물관에 입장할 수 있는 티켓. 우리돈 2만원 조금 넘는다)를 살 생각이 없었다. 꾸스꼬의 거리 곳곳을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이 곳에 온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몇 군데 체크해 둔 곳을 따져 보니, 그냥 구입하는 게 낫겠다 싶어 거액을 투자했고, 체크한 곳 중 하나가 꼬리깐차였다.
그런데 이런 망할. 알고 보니 꼬리깐차 안으로 들어가는 입장권(즉 산또 도밍고 교회)은 따로 끊어야 하고, 투어티켓에 포함된 것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꼬리깐차 이름을 빌어왔을 뿐인 박물관이었다.
그러니까 이 놈의 시스템이란, 이 곳에 평생 한 번 올까말까 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교묘하게, 최대한의 소비를 이끌어 내면서, 그로 인해 얻어지는 부를 이 땅을 딛고 사는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쓰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거다. (뭐, 표현이 좀 웃기긴 하지만.)
정작 잉카의 후예들은, 주로 1세계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거나, 그런 일자리마저 갖지 못한 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모멸찬 외면을 감수해 가면서 그들에게 의지하여 살아 가고 있다. 투어 버스 오르는 계단에 몸을 붙이고 거의 울다시피 물건을 사달라고 하는 아이들을 보면, 인간의 존엄성이고 평등이고 뭐고 다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도대체 그 엄청난 관광수익은 어디로 들어가는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관광객의 안전을 위한 공권력 배치에 상당한 예산이 쓰일 거라는 점이다. 그래야 관광객들이 맘껏 돈을 쓰고 갈테니 아주 당연한 귀결인데, 이 대목에서 나의 딜레마가 생겨난다.
그 위험하다는 남미에서 ´혼자 여행하는 동양 여성´인 나는, 스타 관광지 주변이면 거의 광장의 돌기둥 서너개 마다 배치된 경찰들을 보며, 일견 안심하게 되는 것이다. 때로 경찰이 범죄와 결탁되어 있다는 사실은 둘째치고, 공권력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가져야 할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 그 많은 경찰들을 반길 이유는 없는 것이었다. 자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남미가 좋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위험하다고 느껴진다.(경찰 덕? ㅡ.ㅡ) 하지만 사기치는 사람 많고, 좀도둑 많은 것도 사실이다. 악조건 속에서도 매일매일의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볼 때, 사기꾼이나 소매치기를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소매치기의 손과 내 손이 닿아 흠칫 놀라던 순간에도 내가 느낀 것은 서글픔이었다. 관광객에 대한 범죄에 강력대응하는 법을 통과시키고 경찰력을 증강시키는 게 다 무슨 소용일까.
꼬리깐차 QORIKANCHA는 께추아어로 golden courtyard, 실제로 잉카 시대 때는 금으로 둘러싸인 태양 신전이었다고 한다. 1650년과 1950년, 꾸스꼬의 기록적인 지진에도 거의 금 하나 가지 않고 살아 남았다는 꼬리깐차의 기저부 잉카벽은 매끈하고 아름답다. 이 사진은 거의 아무 것도 알아볼 수 없게 엉망이지만.. ㅡ.ㅡ
(잉카의 돌벽은, 건물의 쓰임새에 따라 꼬리깐차처럼 매끈하고 반듯한 벽이 있는가 하면,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돌들이 어울린 벽, 농경지 테라스의 벽에서 보듯 다듬지 않은 돌을 쌓아놓은 거친 벽 등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다.)
그러나 지금 볼 수 있듯 꼬리깐차는 기저부와 일부 벽만 남아 있고, 그 위엔 iglesia de santo domingo가 세워져 있다. 그 교회의 건축에 쓰인 것이 바로 잉카 태양 신전의 돌. 그보다 기가 막힌 건, 프란시스꼬 삐사로가 동생인 후안 삐사로에게 꼬리깐차를 주었고(무슨 권리로?), 후안이 죽을 때가 되어 도미니크 수도회에 기부했다는 사실이다.(이 역시 무슨 권리로?)
도미니크 수도회는 꼬리깐차의 입장료로 이 역사적인 유적의 관리도 하고 연구도 하고 지역 커뮤니티 지원 사업도 하고 문화행사도 한다고 선전하지만, 내 눈엔 너무 얄팍해 보일 뿐이었다. 제국의 정복자들과 동행해 하나의 문명을 파괴하는데 앞장섰을 뿐이면서 착한 주인 행세 하기는...
bar plaza dorrego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사랑했던 건, 오래된 까페들..
그 중에서도 첫 숙소가 있던 san telmo 지구의
bar plaza dorrego를 무척 좋아했다.
triunfo 길로 접어들어 plaza san blas로 향하는 길,
한 소년이 엽서를 들이밀었다.
물이나 엽서, 민트껌, 티슈 같이 어차피 사야할 것들이라면 가능하면 거리에서 사는 편이다. 여행을 시작하면 모든 것이 소비일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소비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실은 웃기는 고민을 하게 된다......
여행 초기 에콰도르 어딘가에서 만난 꼬까다 장수한테서 꼬까다(전통약식처럼 생긴 달콤한 코코넛 과자)를 산 후부터, - 에스메랄다 출신으로 보이는 그는 흑인이었는데, 안 그래도 검은 피부가 따가운 태양빛 아래 더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 날따라 피곤했던 나와, 어쩌면 사는 일이 피곤했을 그는, 서로 한 마디 말도 없이 꼬까다와 동전 하나를 교환했다. - 거리에서 소모품들을 사기 시작했는데... 때로는 인디헤나 할머니로부터 바가지를 쓰기도 하고, 때로는 오히려 짜증내는 소녀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게 하고 있다.
소년에게서 세 장인가 엽서를 사고 나자, 함께 있던 좀더 어려보이는 다른 소년이, 이번엔 자기 차례라며 자기 것도 사란다. 물리치려다가 너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하고서 세 장을 또 집어들었다. 그렇게 18살 난 후안과 11살 난 세르히오를 알게 됐다.
광장에 앉아 있는데, 어느 덧 이 녀석들이 내 옆에 다가와 앉더니 말을 건다.
한국에서는 한 달에 얼마나 벌어?
내 사정을 얘기해 주니, 세르히오는 한 마디 툭 내뱉는다.
꾸스꼬에서는 한 달에 100솔 벌어.
잠깐 냉소를 짓는 듯 하더니, 다시 귀여운 소년의 표정으로 돌아와 내 여행루트를 물었다. 여기, 저기, 거기, 그리고 한국. 세르히오는 부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난 꾸스꼬 밖에 몰라.
한국은 예뻐?
무지 작은 나라인데, 예쁜 곳이 많아.
힘도 세고?
글쎄, 그런가? 몰라.
페루는 큰 나라지만 아무 것도 없어. 대통령도 나빠. 돈을 훔치거든. 그리고 모든 게 비싸지고 있어.
곁에 있던 후안이 문득, 넌 참 친절하구나. 서양애들은 돈을 안 써. 라고 말했다.
난 애매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소년에게 친절함의 기준은 엽서를 사느냐 마느냐에 있었고,
소비만이 관계맺음을 가져오는 관광지의 논리가 참 슬펐다.
소년들과 얘기하는 도중 내게 다가온 한 언니로부터, 조카에게 줄 작은 손가락 인형을 몇 개 샀다. 야마랑 새랑 달팽이였던가.
몇 분 후, 같은 물건을 파는 아주머니가 내게 다가왔다.
곁에 있던 소년들이 나서서, 그거 이미 샀다고 얘기하자,
한 걸음 물러선 아주머니는 mierda(shit)라고 말했다. 왠지 가슴이 철렁했다.
p.s 아이들을 만난 그 주 토요일, 그 애들과 함께 근처 유적지 몇 군데를 다녀왔다. 양떼가 지나가고 유칼립투스 숲이 아름다운 길을 자전거로 스쳐 지나는 기분이란... 뭐라 말할 수 없을만큼 상쾌하고, 행복...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은 즐거웠지만, 헤어지기 직전 우리는 서로를 원망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명확히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내가 준 사례비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었고, 내가 생각하기에 아이들은 내게 너무 많은 걸 바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럴 것임을 예상치 못 했던 것은 아니나, 알고 있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것은 늘 다르다. 아이들의 반응을 예상했었고, 거기에 마음 다치지 않으리라 다짐까지 하고 나선 길이었는데, 결국은 우울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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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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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성하셨구려.. 감축드리오. ^^부가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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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나삑추 올라갔었어? 흐미... 좋더라..비가 와서 좀 쫄았는데, 9시 5분에 입산한 내가 150번째였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나마 날이 궂어서 적었던 거라는...
오피스에서 마추삑추 도장 받았당!! 흐흐.
유치하게스리 난 이런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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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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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사진 아름답다. DSLR 사갈껄 그랬나?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