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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27
    이것이 인간인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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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1/01/09
    새해를 함께 시작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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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0/12/21
    [불청객]에서 [문명의 붕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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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0/11/18
    램과 갈레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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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0/10/11
    영화 메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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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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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1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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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10/09/04
    책 - 노동자 이야기, 경제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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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10/08/14
    공명을 주는 책들
    hongsili
  10. 2010/08/08
    보네거트, 버거
    hongsili

이것이 인간인가...

벌써 1월하고도 막바지에 접어든다.

아주 버라이어티하게 한 해를 시작했다.

 

원고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고,

강릉에 강의 겸 나들이도 다녀왔고,

오랜만에(?) 선배 찾아가서 맛난 것도 얻어먹고,

폭설에 길상사의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광과 북악스카이웨이 눈길 투어 (?)도 했고

또, 연구소 식구들과 [쿠바의 연인] 함께 보고 맛난 저녁도 먹었다.

그 와중에 집에 도둑이 들어 아직까지 PTSD 유사증상 경험... ㅡ.ㅡ

엊그제는 오래된 친구 장대리의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면서 

나도 마음이 무겁고, 딱히 거드는 일도 없으면서 덩달아 분주했다.   

그리고 오늘은 연구소의 활동가 교육프로그램을 무사히 마쳤다.

 

정신줄은 반쯤 놓고 살았지만,

출퇴근 길은 책읽기 말고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용케 자리를 차지하면 잠이라도 자겠건만

1월 내내 강추위에 폭설로 지하철 이용자가 폭주하여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ㅜ.ㅜ

 

인권운동가 오창익의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은 많이 아쉬웠다.

한국사회의 많은 습속들이

얼마나 예외적이고 기괴한 것인지 충분히 표현이 되지 못한 것 같았다.

너무 온건하고 점잖게 쓰여졌다고나 할까...

이 책만 읽어서는 그러한 행태가 얼마나 해괴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듯!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 인권 운동가 오창익의 거침없는 한국 사회 리포트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 인권 운동가 오창익의 거침없는 한국 사회 리포트
오창익
삼인, 2008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를 오래 전부터 (화장실에서) 찔끔찔끔 읽다가

우선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돌베개, 2007

 

이 제목만큼, 글쓴이가 하고 싶은 말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도 없을 것이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정말 무엇일까....

글쓴이의 차분한 글쓰기는

그토록 말도 안되는 상황들과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만일 격정과 울분으로 이 글들이 쓰여졌다면

나는 지금과 같은 짓눌림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이란 참으로 취약한 존재다.

그 취약함을 증언한 글들은 무수히 많았지만,

프리모 레비의 글은 내가 읽은 그 어느 것과도 같지 않다. 

 

요약하고, 발췌할 수 있는 문장들은 오히려 에필로그에 등장한다.

사실, 본문은 그 도저함 때문에 감히 옮겨올 수가 없다. 

최근 드라마에서 '이태리 장인이 한땀한땀..." 어쩌구 하는 대사가 인기를 끌었다지만

야만과 비통의 아수라에서 기록된 한 단어 한 단어를 감히 옮겨올 자신이 없다.

 

"...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다양하게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모른 척 하고 싶었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암흑과 같은 시간에도

내 동료들과 나 자신에게서

사물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보겠다는 의지,

그럼으로써 수용소에 널리 퍼져

많은 수인들을 정신적 조난자로 만들었던 굴욕과 부도덕에서

나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고집스럽게 지켜낸 것이 도움이 되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믿기 어려운 이성의 실종 속에서 고통을 받았던 유대인들이

역시나 믿기 어려운 박해의 가해자가 되어 역사의 무대에 재등장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엄청 짧은 시간 안에...

 

희생자로서의 과거가 만능 면허증이라도 되는 양

막가파로 행세하는 그들의 행태는

정말 인간 이성의 취약함에 대해 회의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든다.

이스라엘 국민 한명한명이 모두 시온주의자는 아니겠지만,

독일 국민들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 개개인에게 책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휴머니스트는 이럴 때 참 괴롭다.

초월적 존재가 아닌 인간의 인간다움을 믿고 싶건만

도대체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레지스탕스 활동과 그 엄청난 고난의 시기를 견뎌낸 이가

결국은 스스로 생을 종결지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에게는 (장 아메리와 마찬가지로) 그럴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후속작인 [휴전] 을 읽으려고 도서관에 구입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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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함께 시작한 책들

돌아보면, 작년에 했던 결심 중 가장 잘 지켜진 것이 "책을 안 산다"였다.

돈벌이가 확 줄어들면서, 가장 크게 줄일 수 있는 지출을 생각해보니

다른 이들 밥사주는 것과 책/음반 사는 것...

일자리 바뀌면서 내가 밥을 사는 일보다는 얻어먹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아졌고 ㅋㅋ

책은 확인해보니 딱 다섯권 샀다!!! 심지어 그 중 한권은 선물...

알라딘 플래티넘 회원에서 일반회원으로 강등 ㅎㅎ

 

이러다 구립도서관 모범회원으로 표창장 받을 거 같다!

 

지난해를 마무리하고 올해를 시작할 때 함께 한 책들을 적어두자

 

#. 거트 보네거트 [타임 퀘이크]

 

타임퀘이크
타임퀘이크
커트 보네거트
아이필드, 2006

 

제일 깨는 장면은 2차대전 후 화학원소 대표자들이 트라팔마도어 행성에 모여

"일부 원소들이 이제까지 잔인하고 어리석은 인간같이 지저분하고 냄새 고약한 대형 유기체의 몸을 이루고 있는 문제를 논의" 한 것.... 폴로늄이나 이테르븀처럼 인간의 필수요소가 되어 본 적 없는 원소들조차 격분...ㅋㅋ

정작 중죄인인 탄소는 딴청부리고, 질소는 2차대전 죽음의 수용소에서 나치 경비대원과 의사의 구성성분으로서 부역한 것에 눈물 흘리며 참회......

"모든 인간이 죽게 되리라. 모든 원소가 우주 탄생 당시처럼 죄 없이 순결해지리라."

 

이 소설은 매우 자전적인 경험에 기초하고 있는지라 (제 5도살장처럼!!!)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보네거트는 소문난 휴머니스트이자 회의주의자인데,

작중 화자는 사람들에게는 교회에 나가라고 권해줄 때가 많다.

이유인 즉슨..

"휴머니스트들은 대체로 교육 수준이 높고, 나처럼 유복하고 안락한 삶을 사는 중산층 사람들이라 세속적인 지식과 희망에서 충분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가....???

 

주변에,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괴로워하는 자들이 창궐하여 나도 좀 괴로웠다.

본문에 버나드쇼 이야기가 나온다.

"사회주의자요 영리하고 익살맞은 극작가인 나의 영웅 조지 버나드 쇼는 80대에 말하기를, 자신이 똑똑한 사람으로 통한다면 멍청하다고 평이 난 사람들이 정말 불쌍하다고 했다. 살 만큼 산 그가 말하기를, 자기는 이제야 꽤 유능한 사무실 심부름꾼 소년으로 일할 수 있을 만큼 현명해졌다고 했다."

그러니, 평범한 우리들이 자신의 무능력함을 시시때때 깨닫는 건 정상이다.

괴로워할 일이 아니라는 말씀!!!

 

미국에 대한 근거없는 (?) 희망을 품었던 시절에 대한 회고담도 등장한다.

".. 나는 지금도 독일에서 우리가 풀려난 뒤 오헤어와 내가 독일 병사들에게 했던 말을 좋아한다. 미국은 더 사회주의적이 될 것이고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최소한 우리 아이들이 굶주리거나 추위에 떨거나 까막눈으로 살거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거요.     

내 복에 무슨!"

 

그래서 서글프다.

대중 강연을 할 때면 사회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유진뎁스의 이야기를 언급한단다.

"하층 계급이 존재하는 한, 나는 거기에 속합니다. 범죄 집단이 존재하는 한, 나는 그 구성원입니다. 감옥에 한 사람이라도 있는 한, 나는 자유의 몸이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나는 뎁스의 말을 인용하기 전에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주문하는 것이 지각 있는 태도임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청중 가운데 많은 사람이 웃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은 야비한 행동이 아니라 친절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내가 재미있는 사람이 되길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서."

 

 

# 커트 보네거트 [마더 나이트]

 

마더 나이트
마더 나이트
커트 보네거트
문학동네, 2009

 

나치스 시절 궤벨스 휘하 선전부장으로 명성을 날린 미국인 하워드 캠벨의 자서전..

그는, 사실 미국의 지령을 받고 선전에 교묘하게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스파이 - 하지만 그는 맡은 바 역할 (나치스의 선전부장)을 너무너무 잘 해서 많은 이들이 그를 통해 나치스에 빠지게 되었는디, 스스로는 한번도 미국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종전이 되고 나서 문제는, 그가 미국의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려웠다는 점!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짜임새 있는 플롯과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이 이렇게 조화를 이루기도 쉽지 않을 듯...

성실하고 재능있는 사람들의 자기분열과 기만 (심지어 스스로에 대한)에 대해

이보다 더 신랄하게 그리기도 어려울 것이다.

할배 멋지삼!!!

 

# 버트란트 러셀. [게으름에 대한 찬양]

 

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게으름에 대한 찬양 - 개정판
버트란드 러셀
사회평론, 2005

 

기억해두어야 할 구절들...

 

* 게으름에 대한 찬양*

 

"... 잘못하면 내가 지주들을 찬양하는 것으로 비춰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의 게으름은 불행하게도 타인들의 근면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사실, 안락하게 게으름을 피우고자 하는 그들의 욕망이야말로 역사적으로 볼 때 일해야 한다는 모든 신조가 생겨난 뿌리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본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일 것이다."

 

" 러시아에서 프롤레타리아의 승리는 일부 다른 나라들에서의 페메니스트의 승리와 몇 가지 일치하는 면이 있다. 오랜 세월 남자들은 여성의 숭고함이 우위에 있다고 인정해왔고 권력보다도 더 바람직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여성들의 열세를 위로해왔다.......  오랜 세월 부자들과 그 추종자들은 '정직한 노동'을 칭찬하는 글을 써왔다. 소박한 생활을 예찬했고, 부자들보다 가난한 자들이 천국에 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가르치는 종교를 공언해왔으며, 물질의 공간적 위치를 변화시키는 일에는 특별한 고귀함이 있다고 육체노동자들로 하여금 믿게 만들려고 애썼다."

 

"이익을 가져오는 것만이 바람직한 행위라는 관념이 모든 것을 뒤바꿔버렸다. 당신에게 고기를 제공해주는 정육점이나 빵을 제공하는 빵집 주인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제공해준 음식을 즐길 때의 당신은, 일하는 데 필요한 힘을 내기 위해 먹지 않는 한 불성실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생산에 관해선 너무 많이 생각하고 소비에 대해선 너무 적게 생각한다..."

아마도 러셀은 그 시절에, 오늘날 같은 극단적 소비자본주의가 득세하리라고는 상상치 못했던 것 같다. '소비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인간'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나보다.

 

"... 이 계층은 이른 바 문명이란 것을 담당하는 공헌을 했다. 예술을 발전시키고 과학적 발견들을 이루었다. 책을 쓰고, 철학을 탄생시키고, 사회적 관계들을 세련시켰다. 억압받는 자들의 해방 운동조차도 흔히 위로부터 일어난 것이었다. 유한계층이 없었더라면 인류는 결코 야만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도덕적 자질 가운데서도 선한 본성은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질이며 이는 힘들게 분투하며 살아가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게.....

 

* 무용한 지식과 유용한 지식 *

 

"아이들에게만 놀이가 필요한 게 아니다. 어른에게도 현재의 즐거움 이외엔 아무 목적도 없는 행위에 빠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놀이가 제 구실을 다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일과 관계 없는 부분에서도 기쁨과 흥미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 '무용한' 지식의 가장 중요한 이점은 아마도 숙고하는 습관을 조성해준다는 점일 것이다." - 이 대목에서 러셀은 그 유명한 메피스토펠레스의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히 푸르른 것은 오직 생명의 나무'라는 대사가 얼마나 오해되고 있는지 비판한다.  한국에서도 이론과 실천 출판사 책머리에 항상 이 구절이 쓰여있어서, 마치 현실에서의 실천이나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상징문구처럼 인용되고는 했는데, 나도 파우스트 읽고는 깜딱 놀랐었다. 악마가 열심히 공부하는 어린 학생 꼬드겨내려고 한 말이었는데, 좋은 건 줄 알고 써먹었다니 ㅋㅋ

 

"개인적인 불행이든 공적인 불행이든, 의지와 지성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극복될 수 있다. 의지에는 악을 피하고 비현실적인 해결책을 방아들이지 않는 자세가 포함된다. 지성에는 그 악을 이해하고, 치유가 가능하다면 치유책을 찾아내고, 만일 불가능하다면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되 그것을 벗어난 다른 영역, 다른 시대, 행성간의 공간에 놓인 심연들에는 무엇이 놓여있나를 되돌아봄으로써 그 악을 참고 살만한 것으로 만드는 일이 포함된다."

 

* 건축에 대한 몇 가지 생각 *

 

".. 인간에게 보통 이상의 자질을 요구하는 제도라면 예외적인 몇몇 경우에서만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해악이 드러나지 않는 몇 가지 드문 경우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 제도의 불량함이 은폐되는 것은 아니다."

 

러셀은 사회주의를 진정한 인간해방, 미관상의 추악함에서부터 젠더/계급 불평등까지 해결할 수 있는 궁극의 답안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건축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역시 사회주의가 답 ㅋㅋ

별도의 한 장이 "사회주의를 위한 변명"이라고 있을 정도...

 

* 우리시대 청년들의 냉소주의 *

 

"지식인들이 볼 때 자신들에게 일을 지시하고 대가를 주는 정부나 부자들의 목적이 해롭기까진 않다 하더라도 불합리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약간만 냉소적으로 되면 그 상황에 자신의 양심을 맞출 수가 있다."

 

냉소의 엄청난 유용성!!!

 

* 이성의 몰락, 니체와 히틀러 *

 

"정치 참여층이 점점 확대되고 이질화되면서 이성에의호소도 점점 어려워진다. 논쟁의 출발점이 되는,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가설들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한 보편적인 가설들이 존재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에 의존하게 된다. 이질적인 집단들의 직관들은 당연히 서로 다를 것이므로 직관에의 의존은 결국 충돌과 힘의 정치로 이어지게 된다."

 

"정치에서 이성이 몰락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세상이 자신들에게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임금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주의에서도 희망을 찾지 못하는 계층 및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능력 있고 힘있는 사람들 가운데 공동체의 이해와 반하는 이해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다양한 집단 히스테리들을 조장함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안전하게 유지하려 한다."

이 글들이 대략 1930년대 즈음에 쓰였다고 하는데,

새삼 놀라운 것은,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치스가 (부분적이긴 하지만)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 어느날, 사람들 모르게 전체주의가 야금야금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 뚜렷한 징후 때문에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이면 그 위험성을 엄청나게 지적했는데.... 결국 통하지 않았쓰....ㅡ.ㅡ

조지오웰 같은 이는 펄펄 뛰면서 생난리를 치고, 러셀도 엄청 쎄게 이야기...

저런 경고들이 도대체 어떻게 묻혀버렸는지 참 상상하기 어려우면서도, 오늘날의 모습도 훗날 돌아보면 이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 짐작되어 씁쓸...... ㅜ.ㅜ

 

# 수잔 손택 [타인의 고통]

 

타인의 고통 - 이후 오퍼스 10
타인의 고통 -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이후, 2004

 

"나이가 얼마나 됐든지 간에, 무릇 사람이라면 이럴 정도로 무지할 뿐만 아니라 세상만사를 망각할 만큼 순수하고 천박해질 수 있을 권리가 전혀 없다."

 

'우리'가 아닌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고 숙고하고 대처하는 방식에 대한 엄청난 성찰.... ㅡ.ㅡ

나는 이제 그녀의 '빠'가 되기로 결심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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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에서 [문명의 붕괴]까지..?

11월 중반까지 각종 원고, 계간지 편집에 번역 알바 등등 글쓰기 쓰나미가 몰아치고 나서

요즘은 폭풍 전야라고나 할까...

연말에 다시 닥쳐올 글쓰기 폭풍 전까지 자료 읽기 폭풍 모드...

그래서, 퇴근하면 노트북을 잘 안 켜게 되는데다 최근 장만한 스마트폰 덕분에 더더욱 불질이 뜸했다.

 

서론도 참 길었다.....  결국 이런저런 핑게로 오랜만에 포스팅한다는 뜻이다... ㅡ.ㅡ

 

오늘 하루종일 논문 읽는다고 집중했더니 눈이 빠질 것만 같아서

그동안 밀린 책들이랑 영화 좀 정리하고 넘어갈 생각....

 

#. 이응일 감독 [ 불청객] (2010)

 

 

사용자 삽입 이미지

 

후후후..... 나는 보았네... 그리고 들었네.

범 우주적인 아나키들의 기이한 저항과

안드로메다 너머까지 울려퍼지던 "울밑에선 봉선화"의 애달픈 선율을!!!

 

영화를 보면서 숨넘어가 돌아가실 뻔 했다네...

이 영화는 '하하하' 호방한 웃음은 나오지 않아... 다만 키득키득... 낄낄낄....

무려 '포인트맨'은 영어로 사회적 잉여들의 수명을 강탈해가려고 꼬드기고 협박하며

이 루저들은 마지막 투쟁을 결연하게 준비하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가방에 챙기고

대한민국 국회는 속절없이 블랙홀로 사라져간다. 

 

이 기괴하고도 발랄한 상상력이라니!!!!!!!!!

몇 명 안 되는 관객들 중에서도 유독 좋아라하는 내모습이 살짝 부끄럽기도 했지만

예고편에 보았던 복학생 영화 '진달래' 등장인물들에 비하면 나는 이 사회 초(!) 정상인!

(진달래는 유튜브에도 ~~ http://www.youtube.com/watch?v=HpSDJjZ-vYQ)

 

혹시나 이 영화가 다시 대중 앞에 걸릴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신촌 필름포럼에서 보길강추.... 예고편까지 맞춤형이니까!!!

 

#. 마이클 무어  [Capitalism, A Love Story]( 2009).

 

 

사용자 삽입 이미지

 

러브스토리라 이름붙은 막장 자본주의 스토리...

마이클 무어의 억지스럽고 과장된 접근방식 - 이를테면 월스트리트에 다짜고짜 찾아가

인터뷰하겠다고 우기고, 주변에 범죄현장 접근금지 띠 두르는 거 같은 -이

싫기는 하지만, 딱히 또 다른 방법도 찾기 힘든 걸 어쩌겠쓰... ㅡ.ㅡ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저나라 정말 저래도 되나 싶다가도

화면에서 웬지 "너나 잘 하세요" 이런 비아냥이 들리는 듯도...

그들은 최소한 자기네 땅 안에서 전쟁놀이한다고 난리치지는 않잖아... ㅜ.ㅜ

 

 

#. 제레미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

문명의 붕괴
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김영사, 2005

 

미국에 있을 때 보았던 페이퍼백 버전만 생각하고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완전 식겁했음.

하드커버에 무려 780여페이지....

이거 지하철에 '운반'하고 다니며 읽느라 너무 힘들었음.

나중에는 재미보다 기한 내에 읽어치우고 반납해야 한다는 정체모를 책임감에 읽은 책...

 

예전에, Human Ecology 시간에 부분 발췌본만 읽고 깜딱 놀랐더랬다.

이스터섬의 문명붕괴가 환경과 인간생태계의 훼손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이야기에,

이스터섬 거대석상이 외계인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에 우선 실망(?)했고

이리 되도록 도대체 그곳 사람들은 뭘 했을까 하는 의문!

 

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례로 언급된 문명붕괴의 사례들도

어쩌다 이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을 낳고,

다이아몬드 교수의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이 이걸 젤 궁금해했단다.
막바지를 향해 치달아가고 있지만

일상 속에서 그 꾸준한 파국으로의 질주를 간파해내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주변에 크고작은 버퍼들에 의해 완충되면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지라

나중에 거시적 평가를 통해서는 알 수 있을지라도 현재에서 눈치채기란 어려운 법...

 

그동안 간과된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문명사 기술이 흥미로우면서도

정치경제학적 힘들이 과소평가된 것 같아 매우 아쉬움

이를테면 르완다 투치-후투 족의 갈등에서 역사적/정치적 맥락보다는

생태적 경쟁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그린 것은 쫌.....

기업들도 자연보전이 결국 이윤획득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또한 동의하기 어려움.

신자유주의적 탈취의 백미가 전지구적 돌려막기인데, 즉, 여전히 빼먹을 곳간이 많은데

이런 거시적 관점에서 투자를 하라고 기업들에게 '충고'하는게 씨알이나 먹힐까...

 

책 자체도 흥미롭기는 했지만, 가장 큰 교훈이라면,

앞으로 도서관에서 지하철 출퇴근용 책을 빌릴 때에는

페이지 수를 꼭 확인해야한다는.....

 

#. 프레시안 [한국의 워킹푸어]

한국의 워킹푸어 - 무엇이 우리를 일할수록 가난하게 만드는가
한국의 워킹푸어 - 무엇이 우리를 일할수록 가난하게 만드는가
프레시안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2010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냈다.

사례들을 모아놓음으로써 갖는 새로운 힘이 있다.

이런 책은 좀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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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과 갈레아노

'램'이라고 쓰니까 양고기 같아... ㅡ.ㅡ

 

원래 지난 주에 반납했어야 하는데, 쥐20 때문에 책단비 서비스 (지하철역 무인반납기)를 중단해서

반납 연기를 했더랬다. 평일 저녁에 그 산꼭대기 도서관까지 가서 직접 반납하기란 불가능... ㅡ.ㅡ

우리 동네서 쥐20 행사장까지는 천리길... 도대체 왜 책단비서비스까지 중단해야 하는 건지 원...

테러범이 정신이 있다면, 굳이 이 동네 와서 도서반납함에 폭탄 넣고 갈리는 만무한데 말여....

 

#1. 우주비행사 피륵스 (오멜라스)

우주비행사 피륵스
우주비행사 피륵스
스타니스와프 렘
오멜라스(웅진), 2009

 

아이쿠나 유쾌하고 심오하기도 하여라...

아시모프의 I, Robot과 비슷한 발전적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심지어 코믹하고 엉뚱한 상황들 속에서 말도 못할 엄청난 고민거리들을 던져준다.

기억이라는 것, 인식이라는 것, 인간이라는 것, 열망이라는 것...

이 모든 것이 다 무엇이란 말여....

어떻게 한 작가가 [솔라리스]와 [사이버리아드] 같은 극단적으로 다른 두 소설을 쓸 수 있나 했더니만,

그 사이에 피륵스가 있었어... 그랬어....

램의 다른 책들도 얼릉 번역해서 나오면 좋겠구먼.....

 

솔라리스 (반양장)
솔라리스 (반양장)
스타니스와프 렘
오멜라스(웅진), 2008
사이버리아드 (반양장)
사이버리아드 (반양장)
스타니스와프 렘
오멜라스(웅진), 2008

 

 

 

 

 

 

 

 

 

 

 

 

 

 

 

 

 

 

#2.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르네상스, 2004

기억해둘 구절이 참 많다...

  • 20년 혹은 30년 전만 하더라도 가난은 불의의 산물이었다. 좌파는 그것을 고발했고, 중도파는 인정했으며, 우파는 아주 드물게 부정했다. 세월은 너무도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지금 가난은 무능력에 대한 정당한 벌이다. 가난한 자에겐 연민이 일어나지만, 더 이상 가난이 의분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이건 알랭 드 보통이 나중에 '불안'에서 지적한 부분이기도 함)
  • ... 늘 그렇듯이 가난한 사람 대 가난한 사람들의 투쟁이다. 가난은 너무도 작은 담요라서, 각자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기에 바쁘다. (그래서, 사회적 자본 운운 하는 논의들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 다니엘 드루가 증명했듯이, 법은 거미줄과 같아서 파리 같은 작은 곤충은 잡지만, 커다란 짐승의 진로를 방해하지는 못한다. (탁월한 비유로세)
  • 요즘과 같은 민주주의 시대에는 국제적 전문 기술관료들이 원정군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 (이제 공여국의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고 선언한 참이니, 한국의 기술관료들과 전문가들도 때로는 불타는 사명감에, 때로는 개념없음을 통해 가난한 나라 시민들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일이 좀더 빈번해질 것이다.)
  • 소득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된다. (이토록 간명하게 요약할 수 있다니!!!)
  • (우루과이의 경우) 대학교수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1995년 중반, 신문에서 몬테비데오 심리학 대학이 낸 모집 공고를 본 적이 있다. 윤리학과 교수 한 명이 필요했는데, 100달러의 월급을 준다고 했다. 그 정도 돈으로 부패하지 않으려면 몸과 마음이 부서져라 윤리학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도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구조적 저투자는 부정부패와 질의 하락을 낳는다. 이것이 공교육을 망하게 하는 악순환의 지름길)
  • "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그들은 나를 성인이라 부릅니다." 브라질의 주교 엘데르 카마라가 말했다. "그런데 왜 먹을 게 없냐고 물어보면, 날 빨갱이라고 해요"  (이 구절은 예전에 보스턴 빈민활동 차량에서 본 적이 있다. 원조가 여기였구나...)

갈레아노처럼 날카롭고, 그리고 재밌게 글을 쓸 수 있으면 참 좋겠구나...

그는 사회비평가이자 문학인 같아... ㅡ.ㅡ

가르시아 마르케스까지 언급하며, 이건 남미 글쓰기의 놀라운 전통이야 라고 이야기하면 지나친 단순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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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모

지난 추석 즈음부터 보았던 영화들 단상...

원래 어제 밤에 포스팅하다가 홀라당 날아가서 급 좌절했었음 ㅡ.ㅡ

 

#1. El Sistema (200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구석이 없지는 않았으나

   시종 엄마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던 영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했을 때 삶은 더 아름답다는 것과

   진흙 속에서도 연꽃은 아름답게 피어오른다는 것을 보여줌.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세상이 변화하지는 않지만

   그 한 사람으로부터

   요원의 들불처럼 꿈들이 전염되었을 때 세상은 변하기 시작!

 

   사실, 다시금 점증하는 폭력 때문에 상황이 그닥 좋지 않다는

   베네수엘라의 현실과 겹치면서,

   저것만으로 되겠느냐 하는 회의가 들면서도,

   그 속에서 저런 움직임이 얼마나 소중할까 하는 생각이 더 들더라....

  

 

귀가 저질이라 어떤 연주가 훌륭한 연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주자들 스스로가 저토록 즐거워하고 몰입할 수 있는 연주라면 듣는 사람도 무척이나 행복...

그리고, 미처 몰랐는데 두다멜 잘 생겼더라는 ㅋㅋ

 

근데 올해 서울 평화상 수상자가 엘 시스테마 창립자 호세 안토니오 박사라는 소식은 매우 뜬금없었음!!!

 

 

#2. 하얀 리본 (미카엘 하네케, 200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때아닌 공포 영화.... ㅜ.ㅜ

 

점증하는 미움과 미묘한(!) 폭력, 곧 터질것 같은 긴장 때문에 후덜덜...

나는 너무도 깍뜻한, 깡마른 백인 아이들의 모습에서

[몬스터]의 "요한"을 떠올렸고,

주먹도끼는

대담무쌍하게 선생님과 마주한 아이들이

돌연  "쳐키"로 돌변할까봐 전전긍긍..

 

전쟁은 어느 날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이런 억압과 폭력, 미워하는 마음들이 쌓여 폭발한 것...

 

마치 치과 드릴 소리마냥 갈등이 '쌩으로' 충돌하고

서로 잡아먹히지 않으려 악다구니 쓰는 한국사회를 보면

일촉즉발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전혀 어색할 것 같지 않다....

 

영화는 정말 수작이고... 아쉬운 점이라기보다 분노를 자아낸 것은

겨울 설원을 배경으로 하는 흑백 영화에 흰색 자막.....심지어 영어도 아닌 독일어 영화였는데 말이지...

영화 보다가 관객들이 다 목을 빼고 이리저리 혹시나 자막 한자 더 볼 수 있을까 애쓰던 장면은 진지한 영화몰입을 방해하는 왕 걸림돌이었음.... 영화사는 각성해야 함!!!

 

 

#3. V for Vendetta (제임스 맥티그, 200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처음 개봉했을 때 그닥 평이 좋지 않았던 것 같은데

  추석 연휴에 보니 상당히 짜임새 있는 영화...

  그래서 찾아보니 워쇼스키 남매(!)가 극본을 썼고,

   IMDB 평점도 8.1이나 된다.

  심지어 Sci-Fi 부문 랭킹 25위 (현재 1위는 인셉션!!!)

 

  요즘 한국의 상황과 겹쳐지면서 심하게 몰입할 수 있는 영화...

  한편으로는 밝고 맑은 프로퍼갠더,

  다른 한편으로는 극도의 공포를 조장하는

  한국의 TV 를 보고 있는 듯...

  YTN 뉴스를 아침 저녁으로 보는데, 광고들이 아주 가관이다.

  무슨 국정홍보채널도 아니고...

  저렇게 많은 공익 광고들은 머리털나고 처음인것 같다.

 

 

 

마지막에 생뚱맞은 로맨스가 옥의 티이기는 했으나,

알고도 속아주던 시민들에서, 가면을 쓰고 광장으로 나아가는 시민에서, 결국은 가면을 벗어던지는  시민으로 거듭나는 모습은 나름 뭉클...

 

배우 목소리가 낯익다 해서 찾아보니 휴고 위빙이다....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이자,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 왕... 심지어 [트랜스포머]에서 메가트론을 맡아주셨으니, 인간계와 요정계, 가상현실세계, 로봇계 두루두루 심하게 선악을 오가느라 바쁘시다. ㅋㅋ

 

어쨌든, 영화든 소설이든...

진공 속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현실의 맥락에서 해석되고 반추될 때 뜻하지 아니한 의미를 (원작자가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찾게 되는 것 같다.

 

#4. 방가? 방가! (육상효, 201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좀 어설픈 듯하고, 코미디 특유의 과장된 상황이 있지만

마구 재밌게 본 영화...

 

정말,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표현을 쓸밖에....

 

정치적 현실을 외면한 채

상황을 너무 낭만적으로 그렸다는 비판도 있으나

나는 이런 접근이 오히려 좋아 보인다.

이주 노동자들의 소소한 일상이 있고,

그와 별로 다르지 않은 영세사업장 한국인 노동자들의 삶이 있고...

또 못된 마음과 착한 마음이 서로 싸우기도 하고,

심지어 그 못된 마음들이 가끔은 이해되기도 하고...

 

현실이 언제나 슬픈 것만도 아니고,

또 현실이 슬프다고 영화도 슬프게만 그려야 진실인건 아니다.

웃음을 통해 우리 주변을 진지하게 돌아보도록 만드는 것도 내공이다...

 

영화보고 나오면서

학생 때 필리핀 꽃미남으로 인정받던 한 후배의 근황이 잠깐 궁금해졌더랬다. ㅋㅋ

 

 

#5. 계몽영화 (박동훈, 200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음.........

  "과연 우리는 잘 살고 있습니까?"

  과연..... 과연......

 

  정말, 고민 던져주기로는 블록버스터 급...

  플롯과 연기, 심지어 카메라워크와 편집까지 '딱 맞는 ' 영화...

 

  한국사회 주류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그리고 그들을 지탱해온 힘,

  그들의 삶의 동력은 무엇인가를 보여줌

 

 

 

 

 

사실, 이 혼란의 시대,

 나부터, 내 가족부터 살고봐야겠다는 생존의 논리와

 주변부로 밀려나는 순간 나락이 기다리고 있다는

 위기와 공포감은  주류, 혹은 우파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이해는 했지만,  그들도 나름 아픔이 있구나라며 연민이 들지는 않았고

그러한 모습들이 비단 우파 주류를 넘어 온 사회에 넘실댄다는 사실이 그저 무겁게 느껴질 뿐...

'너네들의' 이야기라고 쉽게 비웃어줄 수 없다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비극...

 

이 영화는 공동체 상영도 한다니 많이들 보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나서 머리속이 한없이 복잡해지는 상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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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책 이야기

이 블로그는 책읽기 기록으로만 쓰는 듯...

물론 사건사고나 쓸만한 일들이 없어서는 아니지만,  목에 걸린 가시마냥 밀려있는 몇 가지 원고 때문에 맘편하게 글쓰기가 어렵다는 (아프지만) 소소한 진실... ㅡ.ㅡ

 

#1. 존 버거 [G]

G
G
존 버거
열화당, 2008

 

도서관에서 빌릴 때 이미 겉표지가 없어진 상태였는데, 아무런 장식없는 새빨간 표지에 엄청 크게 새겨진 G 라는 제목 때문에 들고 다니는 내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책이다. 누구는 이념적 색채가 농후한 불온 서적으로, 누구는 야릇한 상상력을 촉발하는 그야말로 '빨간 책'으로 오해를 하곤 했다.

사실,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운 책이라는 게 맞을 듯하다.

주인공 G가 경험하는 다종다양한 (로맨스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즉자적이고 맥락없는 ㅡ.ㅡ) 성애의 경험담들이 주요 소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간에 (굳이 그렇게까지 안해도 될법한) 삽화까지 실려 있어, 지하철에서 읽다가 식겁하기도 했다.  뒤통수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기에 ㅋㅋ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과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떠올렸다.

 

마담 보바리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민음사, 2000

 

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문학사상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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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시대, 지주와 부르주아 계급의 이해가 충돌하고,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노동자 계급과 명시적 혹은 암묵적 피식민 주민이 봉기하는 19세기 말~20세기 초의 그 시기에, 점증하는 전쟁의 위기만큼이나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냉소적인 G의 삶은 참 어쩌나 싶다. 등장하는 수많은 여성들은 각 시기, 변화하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내부적 균열을 그대로 드러낸다.

가장 사회적인 것을, 가장 개인적인 것에서 찾고, 이 두가지를 그 누구보다 독특한 방식으로 연결지었던 존 버거의 이미 40년 전 소설이다. 놀라운 것은, 작가는 결코 분명한 결론과 해석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연과 모험들은 그저 무관한 사건들처럼 흩뿌려져 있고, 이를 연결해서 마음 속에 지도를 그리고 뭔가 결론을 내리며 해석해야 하는 건 독자들의 몫이다.

한편으로는 지루할만큼 꼼꼼했던 플로베르의 사실주의적 작품을 연상시키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가득찬 마르케스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은 과연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존 버거의 글쓰기 스타일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나는 버거 빠.... ㅡ.ㅡ

 

#2. 안영민 [지도 위에서 지워진 이름, 팔레스타인에 물들다]

 

팔레스타인에 물들다 - 지도 위에서 지워진 이름
팔레스타인에 물들다 - 지도 위에서 지워진 이름
안영민
책으로여는세상, 2010

 

팔레스타인 평화연대에서 활동하던 미니님이 작년 팔레스타인 체류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내셨다.

심지어 미천한 소생에게 '증정'까지 해주셔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ㅋㅋ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네....

그곳의 사람들이라고 24시간 내내 투쟁만 하는 것도 아니고,

또 모두가 이스라엘이나 미국에 반대하며 투사로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남녀 차별도 있고, 부정부패도 있고, 친미적 정치집단도 있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는 으례 밝은 면과 어두운 면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평범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커져만 가는 '연민과 연대'의 마음, 소소한 삶의 고통과 불편으로 나타나는 엄청난 구조적 폭력의 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미화도 없고, 이상화도 없고, 그리고 '사람'이, '삶'이 거대한 담론에 묻혀버리지도 않고... 

 

하지만... 읽고 있자면, 어쩔 수 없는 답답함과 암울함.... 과연 이 문제는 어쩐단 말이냐... ㅜ.ㅜ

오늘날 지구촌의 엄청난 불공정을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아마도 '팔레스타인'이 아닐까 싶다.

뭐 그래도 다른 희망을 품어볼 수도 있기는 하다.

일제 점령 하... 정말로 많은 사람들 (특히 부역자들)이 '해방'이 올 거라 생각하지 않았단다. 2차 대전 당시 런던이 폭격당했을 때, 런던 시민들은 지구가 멸망하는 줄 알았고, 다시는 살아 생전에 런던의 하늘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단다. 정말 그랬을 것 같다...

60년을 넘은 지배와 강제 점령의 역사이지만, 지구 역사 40억년에 비하면 찰나같은 순간.... (뭔 소리?)

 

근데, 어떤 변화가 저절로 올 리는 절대 만무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무심하게 몰랐거나 혹은 외면했던 '진실'을 대면할 수 있음 좋겠다.

요즘 부쩍 느끼는 건데, 무식도 가끔은 죄가 된다...

 

참, 책에 실린 사진 중에 홀딱 깨는게 하나 있었는디...

"America Don't worry - Israel is behind you"  가 프린트된 이스라엘 방문 기념 티셔츠...

첨에는 반 시오니즘 단체의 '풍자' 문구인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어... 너무 노골적이고 너무 솔직해!!!

이스라엘 지구 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면 나는 너무 유치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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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몇 권 단상

밀린 일은 다급하지만 잠시 여유부리며, 단상들 정리...

 

#1. 홍두승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한국사회의 계층을 말한다]

 

높은 사람 낮은 사람 - 한국사회의 계층을 말한다
높은 사람 낮은 사람 - 한국사회의 계층을 말한다
홍두승
동아시아, 2010

 

아즈라엘이 생일선물해준 책인데, 기대에 비해 너무 싱거웠다. 

'일반일을 위한 사회학 이야기'라고 했지만, 일반인(?)이 읽기에는 너무나 무미건조했고

그렇다고 전공자가 읽기에는 지나친 주마간산......

이 어딘가에 눈을 맞추기가 정말 어려운 일...

조금 어렵더라도 차라리 구해근 교수의 [한국노동계급의 형성]이나 신광영 교수의 [한국사회의 계급론적 이해]  추천... 사실 난이도는 별 차이도 없을 듯....

 

 

#2. 무라카미 하루키 [1Q84]

 

1Q84 1 - 4月-6月
1Q84 1 - 4月-6月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
1Q84 2 - 7月-9月
1Q84 2 - 7月-9月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

 

주먹도끼네 밥먹으러 갔다가 책상위에 굴러다니고 있길래 가져다 읽었는데...

다소 깜놀....

열풍에 비해 그닥 볼만한 작품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ㅡ.ㅡ

parallel universe 이야기가 아니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parallel universe 모티브를 약간 뒤튼 것에다가,

별개로 보이는 두 개의 스토리가 점차 가운데로 수렴하는 것은

작가의 전작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비롯하여 많은 소설들이 이미 보여주었던 것이고,

이단적 종교의 기이한 의식을 성적 매개를 통해 묘사한 것도 식상...

그리고 두개의 달이라니.... 스타워즈의  타투인 행성에서는 뭐 태양도 두개인데... ㅜ.ㅜ

 

이 폭력적 스토리의 모티브가 '첫사랑'의 설레임이라니 어째 가도 너무 갔다는 생각만....

물론 그의 도회적 감성과 흡입력 있는 문체를 사랑하는 독자라면야

나의 이러한 감상이 터무니없는 평가절하로 받아들여지겠지만

어차피 문학작품이라는 것은 독자의 수만큼이나 많은 해석이 존재하는 터....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 중에 "죽은지 30년 이상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은 읽지 않는다"는 작자가 있었다.

나도 그리 생각한다...

 

#3. Goorge Orwell [Why I write] Penguin books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한겨레출판, 2010

 

근데 번역서를 읽은 것은 아니고 펭귄북스 시리즈...

 

기억해둘 구절들..

 

"the more one is conscious of one's political bias, the more chance one has of acting politically without sacrificing one's aesthetic and intellectual integrity"

 

"What is above all needed is to let the meaning choose the word, and not the other way about."

 

"Political language is designed to make lies sound truthful and murder respectable, and to give an appearance of solidity to pure wind.'

 

아름다음을 희생하지 않고도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야기를 얼마든지 전달할 수 있으며,

기계적/형식적 중립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올바로 자각하는 것이 오히려 '객관적인' 글을 가능케 한다는 이야기는 두고두고 기억해두어야 한다.

이는 비단 정치적 글쓰기뿐 아니라 학문적 글쓰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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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노동자 이야기, 경제 이야기

구립도서관 책 반납 공지가 날아왔다.

내일인데... 어익후.... 반납할 시간이 없다. 낼 아침 일찍 춘천에 강의하러 가야하는디.. ㅜ.ㅜ

 

일단 밀린 기록글 먼저 남기고, 반납 방법은 내일 (이 아이고 벌써 오늘이네!) 고민하자...

 

#1. 존 버거, 장 모르 지음, 차미례 옮김 [제 7의 인간] 눈빛 2004

 

제7의 인간 -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제7의 인간 -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존 버거
눈빛, 2004

 

세상에나 신기해라... 알라딘 플러그인 설치했더니 그림 삽입이 이리도 간단해졌구나.

진보네 고마워요.!!!

 

이 책은, 찰떡 궁합  존 버거와 장 모르가 70년대 초반에 함께 쓴 글과 사진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유럽에는 벌써 이주 노동자 문제가 부각되고 있었다.

여러 종류의 다양한 이주 노동이 있을테지만, 저자들은 유럽 내에서의 이동 - 이를테면 동부, 남부 유럽에서

좀더 잘 사는 서부유럽으로의 이주, 그리고 남성 노동자 문제에 한정해서 그리겠다고 밝혔다.

워낙에 다른 세계이자 매우 복잡한 역사적 맥락이 자리해있는 구 식민국가에서 식민모국으로의 이주,  혹은 그  복잡성이 훨씬 더해질 여성 이주 노동자를 일단 빼놓은 상태에서 (이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전혀 아니다!), 어쩌면 '그나마' 낫다고 생각되는 유럽내, 남성 노동자 문제를 우선 집중한 것이다.

 

"이 책은 꿈/악몽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무슨 권리로 남들의 삶의 체험을 꿈/악몽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들의 현실이 너무나도 가혹해서 악몽이란 이름도 너무 약한 것은 아닌가.

 그들의 희망이 너무도 높아서 꿈이라는 이름도 너무 약한 것은 아닌가."

 

이 콤비의 전작들에서도 그랬지만, 나는 정말로, 이토록 사사롭고 구체적인 삶의 단면들로부터 거대한 사회적 실체를 그려내는 그런 책들을 접한 적이 없다. 많은 책들이 때로는 공허한 고도의 추상, 혹은 끝도 없는 디테일의 나열들, 그 어디에서간 길을 잃고 있을 때, 이 콤비는 아주 침착하게 자신들의 길을 차근차근 만들어나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은 자기들의 노동력을 제공하러 온다. 그들의 노동력은 기성품이다. 이제부터 그 노동력 덕분에 생산에 이익을 얻게 될 공업화된 국가들은 그 노동력을 생성시키는 비용을 전혀 부담해본적이 없다. 그뿐 아니라 중병에 걸린 이민노동자나 너무 늙어서 일할수 없게 된 이민 노동자를 부양하는 경비 또한 부담하지 않는다. 도시화된 국가의 경제에 관한 한 이민 노동자들은 불사(不死)의 존재, 끊임없이 대체 가능하므로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태어나지도 않으며, 양육되지도 않으며, 나이 먹지도 않으며, 지치지도 않으며, 죽지도 않는다. 그들은 단 하나의 기능 - 일하는 것-을 가질 뿐이다. 그들의 삶의 다른 모든 기능들은 그들의 출신 국가의 책임이다."

 

이야말로, 세계 노동시장 착취의 본질이자, 불공정의 순환고리를 가장 잘 드러내는 문장 아닐까?

아니다. 적재적소에서 작은 충격과 여운과, 어쩌면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있는 사진들이 없었다면, 이 또한 어쩌면 건조한 하나의 문단으로 끝났을지도 모르겠다.

 

요새 한참 유명세를 타고 있는 무슨 기능식품 광고처럼, 참 좋은데 직접 말할 수는 없고 (남자한테만 좋은 건 절대 아님 ㅋㅋ), 지인들께서는 머리와 가슴으로 동시에 글과 사진을 직접 감상하시기를 강추.!

 

 

#2.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지음. 안진환 옮김. 괴짜경제학. 웅진 지식하우스 2007

 

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2007

 

미국에 있을 때 이 책 (Freakonomics) 엄청 유행했더랬다.

경제학자들은 보건학 연구자들의 소심함으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대담함을 가지고 있다.

잘 모르는 분야도, 몇 가지 기본 가설에 근거해서  '용감하게' 결론 내리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 책이 황당무계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통념이나 관행적 사고에 한번쯤 의문을 가지고 진짜 그런지, 무슨 근거에서 그런 오해 혹은 이해가 비롯되었는지 생각해보자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 싶다.

이는 비단 경제학자뿐 아니라, 학문 하는 자라면 누구나 (라고 확신은 못하겠음) 갖고 있는 문제의식일 터...

 

하지만,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이 책이 엄청 팔린 걸로 알고 있는데

사람들의 생각이 과연 얼마나 근거 중심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ㅋㅋ

미국은 뭐 이런 사람 엄청 떠들고, 칼 세이건 할배가 목에 피를 토해도

진화론들 철썩같이 믿고, 이라크가 알카에다 관련되었다고 믿는 사람들 널려있음....

한국도 더 나을 것 없음.

나는 왜 교육학자들이 강남 혹은 특목고의 대학 진학률이 맥락적 (contextual) 효과에 의한 것인지, 구성적 (compositional) 효과에 의한 건지 밝히는 논문을 안 쓰는지 궁금해죽겠다.  특히 강남 효과라는 것이 학교 효과인지, 학원 효과인지, 아니면 부모의 배경 탓인지... 이런 거야말로 한국에서 중요한 주제 아님???

누가 좀 꼭 해보고 알려주면 좋겠음...

 

새삼스레,

친근하기는 했지만 더 진지하고, 덜 발랄했던 정운영 선생님의 경제학 대중서들이 떠오르는 건 무슨 연유...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말고 (우리 실장님이 제일 싫어하는 책. 본인이 가난한 아빠라 그런 거 같음 ㅋㅋ), [88만원 세대]같은 거 말고, 좋은 생활경제학 책들이 좀 많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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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을 주는 책들

요새 기이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상상도 못할 지경은 아닌, 그런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매너없는 '갑'들에 의한 테러 시리즈라고나 할까...

책임자가 아닌지라 내가 나서서 발끈 화낼만한 일은 아니지만서도

적지 않은 시간 투자와 고민들이 그따구로 취급받는 것에 속이 터져... ㅡ.ㅡ

우리는 그 노동을 돈 때문에 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마도 '갑'들은 돈을 줬으니 절차상의 문제가 없을거라 생각할 것이다. 

 

오염된 마음을 씻어내고프다...아이고........

 

#. 존 버거, 장 모르 지음, 김현우 옮김. [행운아 - 어느 시골 의사 이야기]  눈빛 2004

 

 

"무슨 권리로 나는 이렇게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샬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자기가 추구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끔씩은 부담과 실망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그것은 자신만의 어떤 만족을 가져다준다. 예술가처럼 혹은 자신의 작품이 자신의 인생을 정당화시켜 준다고 믿는 사람들처럼 사샬은 - 우리 사회의 끔찍한 현실에 비추어볼 때 - 행운아이다."

 

"...의사는 여러 직업들 중에서 가장 이상화한 직업이지만, 그것은 추상적으로 이상화했을 뿐이다.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몇몇 젊은이들은 초기에 그 이상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많은 의사들이 환상을 깨고 냉소적으로 변하는 이유는, 그러한 이상이 엷어졌을 때, 자신이 다루는 환자의 실제 삶의 가치에 대해 확신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성격이 둔하거나 비인간적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인간의 삶의 가치를 알아볼 능력이 없는 사회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이 사회는 그런 능력이 없다. 만약 있었다면, 그런 인식을 거부하고 그와 함께 민주주의적인 위선도 버려 버리고 전체주의 사회가 되었거나, 아니면 그 인식을 차근차근 설명하려고 애쓰면서 그것을 혁명적으로 실천했어야 했다."

 

가장 사사로운 것으로부터 사회를 읽고,

이토록 따뜻하면서도 깊은 시선으로 누군가를 그려낼 수 있는 자가 또 얼마나 있을까?

함께 한 장 모르의 사진들은, 뚜렷한 내러티브 없이도 글만큼이나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일찍이, 이런 책은 본 적이 없었다.

 

# 최규석 [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출판사 2010

 

 

어여 보고 싶어서 그냥 사버릴까 망설이는 중에 (도서관에 신청하면 꽤 기다려야 함 ㅡ.ㅡ), 느닷없이 크자님이 나타나 책을 빌려주셨다.

요즘 작두타시는 듯... ㅋㅋ

 

"그게 말이지, 나도 그래서 한번 울어볼라고 했는데...

이게 참 뭐랄까...

울기에는 뭔가 애매하더라고.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고아가 된 것도 아니고..."

 

그러게나 말이다...

저들의 인생.... 어른으로서, 참,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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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네거트, 버거

의외로 구립도서관에 괜찮은 책들이 많이 있다.

언덕 꼭대기에 있는 것만 빼면 참 좋은 곳이다. ㅡ.ㅡ

그나마 책단비 서비스마저 없었으면, 마음보다 몸을 수양한뻔했다....

 

#. 커트 보네거트 지음, 김헌영 옮김  [나라없는 사람]  문학동네 2007

 

 

In These Times 라는 신문에 연재되었던 에세이 등을 모은 책..

내가 꿈꾸는 정체성, '나라 없는 사람'.....

짧은 산문들 속에 기록해둘만한 매혹적인(?) 문장들이 그득그득하다....

김영하나 진중권의 찌르기 내공은 이 할배에 비하면 아직 태부족이로세!!!

 

몇 가지만 남겨둔다.

 

화석연료 중독에 대해 비판하며 쓴다

"이와 같은 종말은 대체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어떤 사람들은 아담과 이브가 함정수사에 걸려 선악과를 따먹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프로메테우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하늘과 땅의 아들인 티탄 중 하나였는데 어느 날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갖다 주었다. 노한 신들은 그를 발가벗긴채 바위에 묶고 등을 드러내 독수리들로 하여금 간을 쪼아먹게 했다. 자식을 곱게 키우면 사고를 치는 법이다."

 

"휴머니스트란 무엇인가? ... 우리 휴머니스트들은 사후에 받을 어떤 보상이나 처벌을 고려하지 않은 채 최대한 점잖고 공정하고 올바르게 행동하고자 노력한다.... 우리 휴머니스트들은 우리가 현실적으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추상성에 최선을 다해 봉사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사회다.... 말이 난 김에 고백하자면 나는 미국 휴머니즘 협회 명예회장인데, 지금은 고인이 된 위대한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로부터 완전히 이름뿐인 그 직위를 물려받았다. 몇 년 전 아이작은 위한 추도식에서 나는 청중을 향해 '아이작은 지금 천국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휴머니스트들 앞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우스운 말이었다. 사람들은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었다.."

 

"언젠가 나는 정말로 무서운 리얼리티 프로를 만들어볼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모든 사람이 머리가 쭈뼛 설 만큼 무시무시한 프로를 구상하고 있다. 제목은 '예일대 C 학점'이다.

조지 W. 부시는 주변에 C 학점 상류계급 학생들을 끌어모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1) 역사와 지리를 전혀 모르고, (2) 백인 우월주의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3) 이른 바 기독교도이며, (4) 정말 놀랍게도 정신병자, 즉 영리하고 번듯하게 생겼지만 양심은 전혀 없는 자들이다."

 

독자가 보내온 편지도 실려있다.

"... 어떤 남자가 운동화를 이용해 비행기를 폭파하려했다는 이유로 내 신발을 벗겨 엑스레이 기계로 촬영을 하다니요. 그래서 나는 생각했습니다. 이런 세계는 커트 보네거트도 상상하지못했을 거라 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당신은 그런 세계를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까? (누군가 폭발하는 바지를 발명한다면 정말 큰일 아닙니까)?"

 

 

 

#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갈라파고스]  아이필드 2003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3kg짜리 두뇌란 치명적인 결함이 아니었을까?"

 

이 한마디로 모든 내용이 정리되는 정말 기발한 소설....

아놔... 터무니없지만 그렇다고 부정해버리기만도 어려운 앞으로 백만년 후 인류의 진화경로를 어찌한단말인가...... 이 망할 놈의 뇌, 뇌, 뇌..... ㅋㅋ

 

#. 존 버거, 장 모르 지음, 이희재 옮김. [말하기의 다른 방법] 눈빛 2004

 

 

사진이란 무엇인가?

 

"모든 바라봄 속에는 의미에 대한 기대가 숨어 있다. 이 기대는 설명하려는 욕망과 구별되어야 한다. 바라보는 사람은 '나중에' 설명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모습 그 자체가 드러낼지도 모르는 내용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어떤 설명보다도 앞서 존재한다."

 

"인용의 길이는 노출시간과는 관계가 없다......인용의 길이는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해 두자. 늘어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의미다."

 

사진이 또다른 방식의 '말하기'라는, 일견 당연한 이야기를 촬영의 대상, 찍는 자, 감상하는 자, 그리고 이 모든 것의 합이지만 한편으로 또다른 주체이기도 한 사진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고 있다.  예전에 읽었던 'Ways of seeing"보다는 훨씬 따뜻(?)하고, 또 후반부는 어렵기도 했다.

특히 글이 없이 사진만으로 말하고 있는 중간의 수십페이지는 '글자'와 '해설'에 익숙한 나에게 너무 어려웠더랬다....  ㅡ.ㅡ  이제 설명이 없으면,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연상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지경으로 퇴화했나봐.... ㅜ.ㅜ

장 모르와 존 버거가 함께 쓴 책이 몇 편 더 있다. 읽어봐야겠다!!!

 

# 김두식,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홍성사 2010

 

 

한국의 괴이한 기독교 문화의 정체를 이야기하는 책인 줄 알고 빌렸는데, 나같은 휴머니스트 말고 '진정한'  기독교인을 위한 일종의 내부 문건(?)이로세... 교회를 어떻게 교회답게, 신자를 어떻게 신자답게...

 

도대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종교를 믿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구먼....ㅡ.ㅡ

사람이 이웃과 함께 선하게 살아가는데 굳이 종교가 필요한건가?

하느님(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었다니, 이건 뭐 환청 (hallucination)?

 

하긴 믿음에 설명이 뭐가 필요하다냐...

인간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존재라는 나만의 '믿음'이나 지켜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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