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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지난 7월은 어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신문도 못 챙겨보구, 그나마 텔레비전 뉴스도 제대로 못 봤더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지난 주에 AFL-CIO 분열 뉴스는 건져서 봤는데... 지난 달 Monthly Review에 실렸던 미국 노동운동사 관련 기사들을 출력해놓구 그냥 쳐박아놓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손님들도 모두 떠나고,
내일부터 새로운 사무실로 발걸음 가비얍게 출근하여...
전투 모드 돌입!!!
1. 보고서
1) 미국 healthy people 2010 - 연방 자료 추가 (이번 주 1차 완료)
2) 여성 비정규 - 학술 논문 추가 (피드백 이후)
2. 논문
1) 어린이 손상 완료 - 내일까지 CY 샘 손에.
2) 스트레스 문헌 리뷰 + 추가 분석 - 1차 원고 작성
3) 여성 노동보건 - 뻐꾸기에게 초안을!!!
3. 세미나 - 나바로 책 마지막 발제 준비 (ㅜ.ㅜ)
4. 기타
1) 참세상 글... (어떡해... ㅠ.ㅠ)
2) 앰네스티 번역 8/8
3) 신광영, 이원보 책 시작....
* 신문 챙겨보기....
지난 열흘이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ㅜ.ㅜ
오늘 오전 내내 살아있는 시체로 지냈건만 피곤함이 가시질 않는다.
별로 크게 대접한 것은 없지만 나름 신경을 쓰느라 피곤했던게 틀림 없다.
후배 방문단의 경우.
이 비싼 시즌에 해수욕장 숙박 예약해서 바닷가 물놀이도 가 주고...
아마도 생전 처음 먹어보는 랍스터 요리를 해 바치고...
나이트 라이프를 소개해준다고 오밤중까지 술집에서 맥주도 마셔주고...
심지어 교훈적인(?) 이야기들까지 짜내느라 진짜 고생많았다.
허나, 후배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겠지?
미국 땅에까지 와서 실컷 밥하고 설겆이하고,
청소 안 한다고 잔소리 듣고,
초딩 보호자 노릇하며 구경 시켜주고....
반찬이랑 양념 축낸다고 욕이나 실컷 먹구... ㅎㅎㅎ
그럼 선배 방문단은?
나름 보람찬 방문을 만들어주려고 견학 코스 마련...
다채로운 관광 프로그램 소개 -- 고래 관찰, 오리 관광버스 등등
뉴잉글랜드 특산 해물 요리 접대 - 연어와 황새치 스테이크 + 홍합 찜 (요리 영재!!!)
역시 나이트 라이프 소개를 위한 음주 행사..
선배들의 예상 반응은...
가이드도 안 해주고 노친네들끼리만 돌아댕기게 하다니 고얀 것...
거기다 초딩까지 혹으로 붙여서...
홍합을 한 봉지 사서 반 봉지만 내놓았다니, 이럴 수가...
그나저나 신기한 것은...
1년만에 만났는데도 다들 마치 어제 봤던 사람들처럼 아무렇지도 않더라는....ㅎㅎㅎ
권, 용, 해미, 날총!
남은 여행 즐겁게, 그리고 한국에서 지금처럼 건강하게 지내십쇼.
* 권의 앞니와 용의 콧구멍 구조를 분석한 연정이가, 이 두사람을 각각 '토끼 아저씨'와 '콧구멍 아저씨'라 지칭하였음. 한편 해미와 날총을 첫 대면한 자리에서 "이 언니들 떡대 장난 아니네" 하여 충격에 빠뜨림 ㅡ.ㅡ
각종 게시판과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을 본 즉슨...
한국이 정말 덥기는 더운가보다.
허나......
여기도 정말 죽을 맛이다. 평년보다 이상고온이란다.
아까, 도서관까지 15분 정도 걸어갔는데... 등짝이 타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빠지직 빠지직......
오후에 7월의 마지막 손님 접대를 하고자 장을 봐서 집에 돌아왔다.
얼굴이 완전 불타는 고구마 형상이다.
다음 주부터는 좀 나아진다니.... 기둘려보자.
근데, 복날 삼계탕을 못 먹어 이리 기운이 없는 걸까?
1. 인터넷 신문들이 난리가 났더라.
텔레비전에, 라디오에, 종이 신문... 거기다 밥먹고 술마시면서 오고가는 카더라 통신까지 보탠다면 정말 한국 전체가 들썩일만큼 난리가 벌어진 듯...
역시 생생한 카더라 통신을 접할 수 없는 관계로 내막을 정확히 알기야 어려우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보면 봉숭아 학당 분위기가....
죽쒀서 개 준 엠비씨, 누군지 다 아는데 실명/육성 방송은 안 된다는 법원, 가처분 신청을 해버림으로써 스스로 커밍아웃한 모 재벌그룹과 모 언론사 고위 간부 (나도 실명거론을 자제 ㅎㅎ)...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들이냐구....
2. 두산 그룹은 아주 점입가경이다.
자본가라면 응당 갖춰야 할(???) 최소한의 세련됨도 갖추지 못한 이들 가족의 추태 앞에서 참으로 할 말을 잃었다.
3. "동부위원회"가 결성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헉? "동부..."라는 말만 들어도 그냥 혈압이 오르는데... 무슨?
중앙당의 결정에 따라 지난 5월 말에 미국 동부위원회가 결성되었단다.
중앙위원회 회의록을 찾아보니... 묘한 기운이.....
○ 안건1 : 해외조직 인준의 건
<결정사항> 미주동부위원회(위원장 한호석) 인준안 통과.
° 수정안 : 최고위원회에서 해외조직과 관련한 당규를 마련한 후 다음 중앙위원회에서 처리한다.
- 제안자 : 박용진 중앙위원
- 재석 273명 중 찬성 80 명으로 부결됨.
° 원안 : 미주 동부위원회 인준안
- 재석 273명 중 찬성 184명으로 통과.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사과나무님한테 전화를 날렸다. 사과나무는 나를 위로했다. "대중적 영향력이 거의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ㅜ.ㅜ 이게 뭐람....
연정이가 동네 YMCA 주간 캠프에 등록해서 다니고 있는 중이다.
아침에 데려다주고 싸인, 저녁에 데려오면서 싸인...
아이가 혼자 등하교 하거나 보호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임시로 데리고 가는 경우 특별한 서식에 맞춰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연정이는 6학년.
이미 2-3학년 때부터 혼자 버스타고 교보문고에 책을 읽으러 다니던 아이 눈에는,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건물에 아침저녁 데려다주고 데려오는게 진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니, 미국은 아이들을 엄청 위하는 사회라며? 근데 왜 애들이 길에 혼자 다니면 안 돼?"
그러게나 말이다. 내 말이 그 말이여....
그 뿐이랴.. 14세 미만의 아이들을 혼자 집에 두어도 안 된단다. 누가 발견하면 신고해야 한다던데... 혹시나 쇠고랑차는 일 생길까봐 (ㅜ.ㅜ) 지난 주에는 연정이를 사무실에 데리고 출근했다.
중요한 세미나 중에도 애들 데리러 갈 시간이라고 교수들이 중간에 벌떡 일어나서 나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미국으로 연수를 다녀온 대한민국 교수님(!)들은 이 사회의 가정 중심주의를 찬양해마지 않는다. 얼마나 사회가, 일터가 가정을 배려하는지 모른다고...
과연?
빈곤지역, 특히 흑인 가정에 대한 신문기사나 논문들을 보면 아이끼리 방치되어 있거나 혹은 장녀가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경우는 그리 특별한 사례들이 아니다.
육아 휴가? 미국에는 최근까지 고용주들이 (병가를 비롯해) 어떤 종류의 휴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연방법이 없었고, 이를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고용주도 드물었다고 한다. 1993년에 클린턴이 서명한 ‘가족 병가법the Family and Medical Leave Act’은 50인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대다수 미국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소규모 사업장에는 해당이 안 되고, 그나마 무급휴가를 감당할 수 없는 부모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더구나 미국사회, 한 사람이 두 세가지 일을 하는 경우도 흔하고 또 워낙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이 높은데... 이럴 경우 아이를 맡길 만한 마땅한 공보육 시설을 찾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홀어머니들이 일자리 갖기를 포기한다고....
처음 미국에 와본게 2000년 여름이었는데, 당시 어린이들이 포르노 사이트에 무차별 폭로되어 있다는 기사가 연일 언론을 도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길을 잃어 우연히 들르게 된 디트로이트, 워싱턴, 시카고 슬럼 (그러고보니 슬럼을 빼놓지 않고 들어갔군) 들에 붙어있는 각종 술집 광고며 포르노그라피 수준의 포스터들... 일상적으로 어린이들이 노출되는 환경이라고 보기에는 믿기지 않는...
그러면서 동성애를 미화하는 PBS 만화에 반대하고, 스폰지밥을 동성애자들 행사 판촉에 쓰지 못하게 캠페인 벌이고, 어린이를 위해 특수 필터가 장착된 셋톱박스를 설치하여 음란/폭력성 장면을 걸러주고....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 사회는 어린이를, 아니 미국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만 너무 사랑하는 거 같애...
요며칠 하도 피곤했었던지라, 저녁 먹구 났더니 손 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설겆이는 연정이한테 부탁하고 (부탁?).... 같이 마루에 퍼져서 비디오를 하나...
팀버튼 감독과 그의 잘생긴 분신, 조니 뎁이 주연한 가위손을 보았다. 벌써 몇 번째 보는거냐. 허나, 통역(ㅜ.ㅜ)도 할 겸 그냥 앉아서 보게 되었는데...
영화 후반부에 조니뎁(에드워드)이 마을 주민들에게 오해를 사고, 위노나 라이더에게 애틋한 감정이 싹트고, 그 때문에 더욱 난감한 상황들에 부딪히게 된다.
그런데... 옆에서 뭔가 훌쩍훌쩍?
오잉?
연정이가 아예 안경까지 벗고 막 흐느끼고 있는게 아닌가..
에드워드가 너무 불쌍하단다.... ㅜ.ㅜ
문득 수 십년(?) 전 아팠던 과거가 떠올랐다.
텔레비젼에서 도대체 몇 번째일지도 모를 정도로 우리고 또 우려먹던 "미워도 다시 한 번"이 방송중이었는데.... 엄마가 막 울다가 나한테 엄청 뭐라 그랬었다.
"저런 슬픈 영화 보면서도 안 우는 애는 세상에 너밖에 없을 거다. 어쩜 저렇게 피도 눈물도 없어서야...."
도저히 유치해서 봐 줄 수가 없는데 어디 감정이입이 되냐구... 동물의 왕국 보듯 멀뚱멀뚱... 그러고보니 울 오빠도 안 울었는데?
어쨌든 동네 애들한테 물어보니, 정말 그 영화 보구 다 울었단다.
그래서 스스로의 "몰인정함"에 좌절하려던 찰나....
나의 친구 장양 (초딩 2학년 때부터 알았으니 지금 몇 년째냐.. 지겹다)이 그 당시 울지 않았고, 나와 거의 단어까지 똑같은 구박을 엄마한테 받았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이후로 더욱 절친해졌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고 보니 20년을 넘게 냉랭함을 매개로 우정(?)을 유지해왔었군.
영화 보면서 우는 일은 진짜로 진짜로 드문 일이다. 특히 픽션은... (아, 만화영화 짱가가 있었군). 심지어 "은행나무 침대" 볼 때 옆에서 친구가 우는 거 보구 낄낄 대다가 엄청 욕을 먹기도 했더랬다.
글쎄... 낮은 목소리, 송환 말고는 그리 울어본 기억이 없는 거 같은데..
오늘, 연정이가 감정에 북받쳐 흐느끼는 걸 보고, 다시 헌 번 나의 메마름에 대해 각성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건 유전자 문제다. (결국 엄마 아빠 책임이라는 소리)
이라고 하면 웃기지만....
왜냐.. 낮에 밭을 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쨌든 낮에는 초딩과 놀아주고 (수족관에 박물관에......)
밤마다 논문, 보고서 작업하려니 죽을 맛이다.
어제(가 아니라 오늘) 세 시 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palpitation & arrhythmia 가...
panic attack 이란게 이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말똥말똥....
그래서 한 동안 잠을 못 이뤘더니...졸려 죽겠다.
그리고 palpitation 은 지금도 지속되는 듯...
낼부터 연정이가 캠프에 가면 규칙적인 생활 시작... 그러면 좋아지겠지?
8시 출근, 4시 퇴근...
커피나 한 잔 마셔야겠다.
근데 palpitation 더 심해질텐데...
쓰고 있던 논문의 마무리가 예상보다 늘어지고 있다.
남들 보면 논문들도 쉽게 잘 쓰는 거 같더만, 어째 이리 지지부진한지....
이런 소리 하면 보나마나 읽는 사람들이 재수없다고 그러겠지만 (ㅜ.ㅜ).. 공부가 정말 적성에 맞나 하는 의심이 끊임없이 든다.
뾰족히 다른 걸 잘 하는게 없기도 했지만, 어영부영하다 학계에 발을 들여놓은게 과연 맞는건지 모르겠다. 개인적 + 사회적 손실 아닐까????
내가 잘 할 수 있으면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바람직한 일이라면 뭐가 있을까?
요리? 초딩 괴롭히기?
지금 뭐 하는 짓이냐...
이거 빨리 완성해서 연구진 회람을 한 번 더 하고, 그 틈에 보고서 두 개 진도 확 뽑고, 다음 주말까지 문헌리뷰할 것도 있는데....
아참, 이번 주말까지 보내야하는 보고서 수정 (지겨워!!!) 은 낼/모레 몰아서 해야지... 그러려면 낼 오전까지 지금 하던거 완료.
벌써 밤 열 두 신데..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연정이가 오늘 보스턴에 도착했다.
초딩 6학년이 혼자 지구 반대편에서 14시간을 넘게 날아온 걸 생각하면 신통방통이다.
일하는데 옆에서 자꾸 꽁시랑꽁시랑 거리다가 이제 잠이 들었다.
저녁 먹고 나서는 퀴즈를 낼테니 맞춰 보란다.
내용인 즉슨...
언니가 잡곡밥만 먹는 이유는?
첫째, 어려서 쌀밥만 먹고 자랐기 때문이다.
둘째, 쌀밥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셋째, 쌀밥에 관한 아픈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넷째, 쌀밥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우하하... 초딩 입에서 "아픈 사연"이라니.....
그냥 콩이랑 팥이랑, 검은 쌀 뭐 이런 거 여러가지가 들어간게 맛있어서 먹는 건데... 흰 쌀밥은 건강에도 그다지 안 좋구... (아는게 병). 집에서는 엄마 아빠 건강을 걱정한답시고 꼭 잡곡밥을 권하고는 했다.
하지만....
울 아빠는 어려운 시절 드시던 보리밥 콩밥이 지긋지긋하다고 항상 쌀밥만 찾으셨는데, 내가 집에서 저녁을 먹는 날이면 엄마가 내 눈치를 보느라 꼭 잡곡밥을 내놓으시고는 했다. 그래서 연정이는, 울 엄마가 쌀 씻는 것을 보고 내가 대전에서 오는지 안 오는지 알았다고 한다.
혼분식 장려운동이 몸에 배어 그렇지 (범생이~~), 쌀밥을 할 줄 모르거나 쌀밥에 관한 아픈 사연이 있는 건 아니다. 엉뚱한 초딩 같으니라구...
번호 5114 작성자 유니 작성일 2005-07-04 14:39:36 조회수 190
제목 박민규, 개판 5분 후 추천수 0
소설가 박민규의 글을 한 편 올립니다.
어떤 책에 들어간 원고이긴 한데, 그게 워낙에 팔리는 책도 아니고
솔직히 별로 팔 생각도 없는 책인지라..-O-;;
아까운 원고가 사장되는게 영 필자에게 미안해서 민지네에 올려봅니다.
책에 들어있는 원고를 인터넷으로 돌리는 건 여러모로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뭐..필자에게 허락을 받은 것도 아니고..
발행인이 알면 화낼지도 모르지만...-O-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하는게 또한 제 본분인 듯하야 ..
즐...^^
PS. 음..너무 돌아다니면 필자가 화낼지도 모르니.--;;;
퍼가진 마세요..에헤헤..^^:
개판 5분 후
기호 4번 : 무소속 테리우스.
처음에 그것은 장난이었다. 개주인은 무엇보다 돈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신문에나 한 번 나볼까란 생각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다. 일은 쉬웠다. 늘 그랬듯 담당 공무원에게 적당량의 뇌물을 찔러주고선 자신의 개를 입후보시켰다. “왜 그랬나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전임자의 책임인데다, 지금은 담당자가 자릴 비웠어요”라고 담당 공무원은 자신의 입장을 공고히 했다.
확실히, 그래서 개주인은 방송을 탔다. <9시 뉴스>와 <생방송 아침마당>, <손석희의 시선집중>에까지 출연했으니 이젠 죽어도 좋아가 절로 터져 나왔다. 여한이 없습니까? 여한이 없습니다. 즉,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일이 이렇게 되리라곤 예상치 못했었다. 유권자 여러분, 우리 테리우스를 국회로 보내주셈! 마냥 기분이 삼삼하기도 해서, 오십줄의 개주인은 그런 깜찍을 떨기도 했다. 욱. 화가 치미는 일면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사람들은 박수를 쳐주었다. 정치에 관해서라면 이보다 더한 일도 숱하게 보아온 터였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과연 개판이야.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별 말씀을. 오히려 찬성을 하고 나선 건 정치인들이었다. 진보적 이미지 창출에 개를 사랑하는 유권자들의 표까지 흡수한다는 알뜰하고 다부진 계산이었다. 개에게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 당은 이 땅의 모든 권리를 수호할 것입니다. 낼름, 5분 32초 만에 집권당은 개도 입후보가 가능한 정식 법안을, 쌩으로, 날치기로 통과시켜 버렸다, 늘 그랬듯. 늘 그랬던 일이라 국민들도 하나 놀라지 않았다. 반세기 국회의 활약상을 미뤄본다 하더라도 하나 놀랄 일이 아니었다. 불가능이 없는 정치, 우리 정치 좋은 정치.
간과한 사실 하나는, 그러나 정말이지 자신의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국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움직였다. 속속, 전국 곳곳에서 기호 5번, 기호 7번, 기호 8번의 이를테면 쫑에서 갸름이, 밍키, 청산에 살으리랏다, 코, 나비, 금강산호 등이 잇달아 출마를 선언했다. 나름대로 또 그것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신선한 양념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때까지는, 그랬다. 그리고 포스터가 붙었다.
귀, 귀엽다!
사람들은 저마다 탄성을 질렀다. 테리우스를 예로 들자면, 우선 기호 1번의 집권당 후보(이대팔 포마드 가르마, 검버섯, 똥집 입술, 기름기, 범죄형), 기호 2번의 야당 후보(금테 안경, 매부리코, 포토샵 뺀질 피부, 하하 보시렵니까 환희 미소), 기호 3번의 무소속(사우나 방금 했음, 그래도 기미, 널 보면 내 마음 습도 80프로, 몽고 진간장 피부, 사시, 그렇게 보시니 쑥스럽지만 실은 저도 웃을 줄 안답니다 미소)에 이어 테리우스가, 품종이 요크셔테리어인 테리우스가 고개를 갸우뚱 얼굴을 내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귀, 귀엽다. 다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다른 지역의 선거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애당초 정치인이란 추물(醜物)에 비해, 개들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런 존재들이었다.
급격히, 민심은 개들에게 기울어졌다. 켈럽의 조사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 너무 귀여워요! 김영선(가명 대학생 22세)양은 인터뷰를 하면서도 깡총 뛰었고, 이성호(가명 자영업 39세)씨는 개라면 믿을 수 있어요라고 했으며, 조병호(가명 무직 82세) 옹은 그저 허허 웃으셨다. 이해합니다. 일시적인 반응이죠. 정당의 대표들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정치는 그러나, 정책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그들의 한 목소리에 일순 국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치열한 정책대결이 시작되었다. 집권당은 ‘22세기 초일류 국가 네오 한국 건설의 초석을 다지는 국책 사업과, 전국 시도 단위에 빠짐없이 동양 최대, 국내 최초의 실버 타운을 건설함은 물론, 여성 지위 명왕성까지 향상과 전 국민 100% 대학 합격 입시 제도, 사백 만에 달하는 미취업자 전원에게! 초일류 우량 기업의 정규직을 약속한다’를 골자로 한 어머나 마스터 공약을 펼쳤으며, 질세라 야당은 여당의 모든 정책에 플러스! 야당이 당선된 모든 선거구에 잭 필드 4색 3종 선택 면바지 세트를 특별! 특별 할인가에 공급하고, Top 10 연예인 누드 포탈을 3개월! 무려 3개월 간 무료 개방한다는 필승 플랜을 내걸었다.
무려 수십 조항의 세부 항목이 포함된 이들의 공약에 비해, 개들의 공약은 너무나 간단한 것이었다. 멍. 그리고 끝이었다. 시, 신선해. 또 그것이 의외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거짓이라곤 요만큼도 느껴지지가 않아. 아아, 저건 왠지 반드시 지켜질 것 같아. 그리고 그 느낌이 그만 대세로 기울어지고 말았다. 럴수 럴수. 정치인들의 피가 마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추격해도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유세현장의 막판 뒤집기 공세는 그래서 뜨겁고 가열찬 것이었다. 여러분, 저 새끼는 사실 개새낍니다! 비방(글쎄 그게 비방인지는 모르겠으나)과 책략과 음해가 줄줄이 이어졌지만, 개들은 누구 하나 맞불을 놓지 않았다. 왈. 역시나 묵묵히 할 말만 하고 단상을 내려간 것이었다. 러, 럭셔리해. 그만 또 그것이, 부동표의 표심까지 흔들어 버렸다. 결국, 전국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개들이 당선된 그해의 선거는 우리 역사의 새로운 시발점이 되었다.
대한민국이 개판 5분 전입니다. 이를테면 조갑자씨는 자신의 홈피에 울분의 혈서를 올린 후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으며, 패배한 여야 정치인 연합이 선거 자체의 무효 소송을 청구하기도 했으나, 또 아무튼 국회는 예정대로 돛을 올렸다. 새 국회의장에는 신임, 마리오군(君)이 선출되었다. 세인트버나드 품종의 마리오군은, 그저 척 보기에도 의장님 소리가 절로 나오는 충견이었다. 너무나 뜻밖의 결과였기에, 국민들도 숨죽여 새 국회의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조마조마하고 두근두근하게. 그리고 개들의 국회가 시작되었다. 째각째각. 새 역사의 시간이 바투 흐르고 있었다.
개들은 짖거나, 사랑을 나누거나, 졸거나, 배회하거나 했다. 하지만 어떤 개도 거짓말을 하거나 편을 지어 패싸움을 하진 않았다. 그리고 5분 후, 국회의장인 마리오군이 큰 몸집을 일으켜 단상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똑바로, 의사봉 바로 위에, 한 무더기의 똥을 쌌다. 세인트 버나드가 아니고선 불가능한-역대 국회의장 모두의 똥을 합쳐도 모자랄 만큼-거대한 지름의 똥이었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이지 그때부터 대한민국은 좋아졌다. 국민들은 국회가 있는지 없는지 잊어 버린지 오래였고, 개뿔 당략과 당정에 국민의 혈세가 쓰이지도 않았으며, 전국 보신탕집 연합이 우려한 어떤 정치적 보복도 없었고, 뇌물수수, 직권남용, 청탁인사, 이권개입, 투기의혹, 비리연루, 부정부패, 비자금갈취, 정치공작, 인권유린, 조삼모사, 정경유착, 로비파문, 룸살롱 파문, 골프관광, 삼삼오오, 철새정치, 면피정치, 학벌정치, 파벌정치, 날치기통과, 실력저지, 지역감정조장, 지역패권, 영남단합, 호남단합, 충청연합, 보수결집, 진보마찰, 개혁찬반 등이 일시에 사라지고,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 만세였다.
이럴 수가! 단지 국회가 정지했을 뿐인데 이렇게 좋아질 수가! 일각에서는 변화의 쟁점에 대해 토론이 한창이었다. 속속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 우리에게 국회는 무엇이었나?> 등의 프로가 제작되었으며, 선거의 패인에 대한 각종 학술 단체와 리서치 기관, 외국의 석학들이 참가한 대규모 분석과 토론이 개최되었다. 외국의 석학들이 내린 간단한 결론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개가 아니라 돼지였어도 결과는 같았을 겁니다. 그랬군. 국민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어쨌거나 그날도 조갑자씨의 단식은 계속되었다. 스스로 100일 단식임을 알뜰하게 주장하긴 했지만, 뭐 그러니까 직접 본 것도 아니고 해서.
Tip : 실은, <개판>은 6.25 동란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 지배적이다. 전쟁터에서 큰 가마솥에 수십 명이 먹을 수 있는 밥과 국을 끓였는데 가마솥 뚜껑을 <판>이라고 했다. 그 판을 열기 5분 전에 개(開)판 5분 전! 하고 구호를 외쳤는데 이때 모두가 술렁이고 질서가 안 잡혔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음 그렇군. 만사가 그렇듯, 진실을 알고 나면 왜 이토록 허전하고 반감이 생겨나는 걸까.
약력: 1968년生. 소설가. 디자인을 하는 여자와 결혼했다. 특별한 계획이 없으시다면 제 인생을 좀 디자인 해주세요. 그렇게, 프로프즈를 했다. 아름답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후 그녀의 디자인대로 살아왔다. 문득 회사를 관두고, 소설가가 된 것도 그녀의 디자인이었다. 출신학교나 지은 책 같은 것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않다. 디자인(Design) 저서에 사인(Sign)을 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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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
(05-07-04, 16:57) 흐흐흐... 블로그로 퍼가는 건 괜찮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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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05-07-05, 01:38) 이 사람이 혹시 "삼미 슈퍼스타스..." 쓴 소설가 인가요?
재미있군요..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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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팬
(05-07-05, 08:27) 프랑스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개가 있었다죠? 인기가 굉장했었다던데......당선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았다면서요. 불행히?? 떨어졌지만...
아주 황당한 얘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 하나...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데 난 어떻게 중심을 잡나..하는 걱정 하나......
복잡한 생각..우수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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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나
(05-07-05, 08:29) 사과/ 마즈 ㅋㅋㅋ 박민규 단편중엔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 라는것도 있어 ㅡㅡ;; 박민규소설의 전형이지 아죠. 그나마 덜 박민규다운 (?) 갑을고시원체류기 를 좋아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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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애비
(05-07-05, 09:17)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참 슬프네요.
어쩜 22대 국회보다 휠씬 빨리 올 것 같다는 예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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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
(05-07-05, 10:02) 새벽길/ 흐흐흐...인터넷에 올려놓고 '퍼가지마시오'라는 것도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ㅋㅋㅋ 퍼가셈 퍼가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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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
(05-07-05, 13:21) '개들의 공약은 너무나 간단한 것이었다. 멍. 그리고 끝이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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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도 다 떠났다니... 초등학생도 서울로 comeback 했나??좋은건가?? 시원섭섭하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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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초딩은 아직 함께 있지. 뭐 손님이라고 볼 수는 없잖여? 지난 주에 찰리와 쵸콜렛 공장 봤구만. 조니뎁 좋아 죽겠어.. ^^ 그날 ;본 예고편들이 뭔줄 알아? corpse bride, 해리포터 불의 잔, 아드만 스튜디오 신작 (제목 까먹음).. 우하하..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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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이야, 내가 초안을?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시간이 날 지 모르겠음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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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아니, 그게 아니고 문장 마지막에 "보내기"를 생략한 것임. 놀라시기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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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웃고 즐기는 사이 또 그 시간이 벌써 다가왔군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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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겠다... 초콜렛 공장은 아직 서울은 개봉전...9월 16일 개봉이라는데... 할라나.... 우얗던 미국에서라도 돈이 좀 됐다니 다행이야... 정말 훌륭한 팬 아니냐? 재정상태까지 걱정해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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