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이 결국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을 했네요. 미국도 못해본 ‘스포츠 그랜드슬램’이라느니, ‘득표기록도 새지평’이라느니, 난리도 아닙니다. 뭐, 두 번이나 실패한 끝에 이룬 것이니 호들갑이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겠다, 싶었지만.

 
4대강 삽질 이어 치적 자랑할 거리 하나 더 만들러 더반까지 날아간 2MB. 새구두를 사 놓고도 끝내 그 구두를 신을 수 없었던 한 노동자와 반드시 살아서 그 노동자의 영혼을 안고 내려오겠다는 또 한 노동자를 크레인에 꽁꽁 묶어놓은 재벌그룹 회장. 각종 편법과 탈법으로 상상도 못할 부를 쌓으면서도 죗값을 치르기는커녕 되레 ‘사면’이라는 이름으로 법 위에 올라 서 있는 재벌그룹 회장. 늙은 노동자에게 수십억 원의 손배.가압류를 제기해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던 재벌그룹 회장. 희희낙락((喜喜樂樂), 신문이며 텔레비전을 장악한 꼴들을 모고 있자니 울화통이 치밉니다.
 
이번 참에 낙후된 강원도가 발전할 기회를 맞았다느니, 외국인 투자 유치에 관광 수입이 얼마가 될 거라느니. 몇 조 원에서 수십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떠벌리며 경제유발 효과를 얘기하는데요. G20 정상회의가 420조원이었다고 떠벌리는 판이니 수십조 원은 그냥 막 나오나 봅니다만.
 
평창과 경쟁했던 프랑스 안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고 합니다. 애초에 반대위원회까지 만들어 격렬히 반대했던 그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이유로 그랬던 걸까요. 하기야 4년 전 감자밭이었던 곳을 밀어내고 이자만 하루에도 몇 억 원에 이르는 적자 덩어리를 만들어 놓는 짓거리를 자랑스러워하는 곳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울 터일 것입니다.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면, 낙후된 곳이 발전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덮어놓고 찬성하고. 반대도 아니, 그저 ‘못마땅’만 해도 차관이라는 사람까지 나서서 ‘우리 국민 아니다’라며 집단 따돌림을 하는데 어데 귀에나 들어오겠습니까.
 
유치 이전서부터 들썩였던 부동산 얘기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습니다. 또 주식시장도 호혜주가 어디니, 하며 급 관심이구요. 겪어봐서 알겠지만 단물은 이미 다 빠졌을 터인데 막차라도 타보라고 호객질인 셈이지요. 아니 떡고물이라도 떨어질까 밤새 기다리다 끝내 환호작약한 사람들이 있기에 더 그럴 수 있겠습니다.
 
고속전철에 복선전철, 고속도로가 2개. 산림유전자보호구역에도 스키장을. 강원도 재정상황은 제쳐놓고 국가채무만 봐도 2020년엔 1천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하는데 대체 무슨 돈이 있어 이 생난리일까요. 뭐, 온난화를 부추기는 이런 짓거리들 때문에 다행히 2018년에도 눈은 펑펑 오겠습니다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오롯이 보고 느낄 수 있겠다 싶어 강원도로 가자, 했던 4년 전 생각이 틀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또 노동탄압 올림픽이나 인권탄압 올림픽, 뭐 이런 게 있다면 5관왕, 8관왕 정도는 우습게 차지할 위인들이 잔뜩 인상 구기는 걸 보고 싶었던 마음이. 밤늦은 시간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보게 한 이유이건만, 참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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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3 11:59 2011/07/13 11:59

1.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몇 편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2편이던가요, 3편이던가요. ‘심판의 날’이라고 불리는 핵전쟁을 일으킨 ‘스카이넷’을 보면서 전율했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합니다. 물론 영화 내내 인간을 꼭 닮은 로봇에,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시각효과에 놀랐지만요.

 

모든 것을 통제하고자 만든 인공지능 시스템이 되레 통제 불가능 상태가 돼 인간을 파멸로 몰아넣는 것을 보며 놀라움과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물론 그 후에 나온 많은 영화들이 이런 미래의 모습을 더욱 사실적으로 그려냈지만. 기억으론 ‘스카이넷’이 보여준 그 가공할만한 통제력. 그리고 그 통제력이 세상을 혼돈과 파멸 속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 그야말로 소름끼치는 일이었습니다.

 

2.

어쩌자고 그런 말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가봐야 별 뾰족한 수가 있을 거라 생각지도 않았는데도 관리사무소를 찾아간 게 잘못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벌써 2대째입니다. 이사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2년 동안 타던 자전거를 잃어버렸고. 급한 마음에 동네 자전거포에서 산 중고 자전거를 1년 남짓 잘 썼는데. 며칠 전에 자물쇠가 깨끗이 절단된 채 없어졌더군요. 머 거기까진 그냥저냥. 얼마나 급했으면 그 후진, 페달도 다 닳아 바꿔야 하고, 짐받이엔 농산물상자까지 매달린 걸 가져갔을까 했는데.

 

새로 자전거를 주문했지만 당장은 버스를 타고 밭에 가야 하기에 이른 아침 호미며, 물병, 낫 등을 가방에 주섬주섬 넣고는 집을 나서는데. 아, 글쎄 없어진 그 헌 자전거 옆, 앞 동에 사는 어떤 분이 세워둔, 분명 산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자전거가 없더라구요. 물론 없어진 자리엔 또 깨끗이 잘린 자물쇠만 나뒹굴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3.

행정안전부가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첨단 정보기술을 활용해 실종 아동을 신속히 찾을 수 있는 ‘실종 아동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2006년 이후 매년 8% 이상 늘어나는 아동과 지적 장애인 등의 실종 신고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요.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든 건 바로 그 다음 얘기였습니다. 행정안전부가 밝힌 이 종합정보시스템이란 게 전국 시·군·구 CCTV 통합관제센터에 지능형 영상 정보 검색 체계를 도입하는 거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실종 아동의 이미지 정보를 토대로 CCTV 영상 정보에서 실종 아동을 자동 인식·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는데요. 물론 이 정보는 경찰 순찰차에 설치된 CCTV 영상 정보 수신 단말기로 전송돼 실종 아동을 신속하게 찾도록 돕는다고 하더군요. 

 

4.

관리사무소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자꾸 자전거가 없어지는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여름철에 되면 더 분실 신고가 들어온다, 순찰을 강화하겠다, 자전거 보관대가 너무 허술하다 등등. 하지만 더 뾰족한 수는 나오질 않고 대화는 어느 순간부터 겉돌기만 하더군요. 그러다 어느 순간, 물론 아파트 단지 전체에 CCTV를 설치하잔 얘기는 아니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도 어쩌자고 그런 말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진전 없는 토론에 지쳐서였을까요. 아니면 지난 번 살던 아파트에선 한 번도 없었던 일이 여기서 벌써 두 번째라 속이 상해서였을까요. 결국 자전거를 보관하는 사람들이 잠금장치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허망해서였을까요.

 

“단지 내에 빈 공간이 있으니 그곳에 자전거 보관대를 모으고 그곳에 CCTV를 설치하는 건 어떻습니까?”

 

5. 

CCTV가 없다면 대체 절도범은 누가 잡고, 교통사고 원인은 누가 따지고, 음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범죄를 예방하고 신속한 범인 검거를 위해 CCTV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말에 딴죽을 거는 짓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구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예방을 위해 CCTV를 설치하겠다는데, 대체 어떤 위치에 설치되는지, 몇 대나 설치되는지를 물어봤다간 이상한 눈초리를 받기 십상입니다.

 

공장에도 사무실에도 갖가지 핑계로 감시의 눈은 늘어나고. 버스, 택시에도 운전노동자와 승객보호라는 미명아래 어김없이 카메라가 설치됩니다. 급기야 늘어나는 농산물 도둑에, 전기선 절도를 잡겠다고 농촌에도 CCTV 설치가 유행이 되고 있구요.

 

하지만 촘촘하게 얽힌 이 감시의 눈초리가 정말 효과가 큰지 절대 물어봐선 안 될 질문입니다. 집을 나서 학교, 직장, 밭으로 가는 길에 몇 번이나 내 모습이 찍히고 있는지는 알 수조차 없습니다. 동의는커녕 언제 설치됐는지도 모르는 카메라가 365일, 24시간, 쉬지도 않고 주위를 맴돕니다. 설치된 숫자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란 말까지 나오고.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사설업체, 개인까지 마구잡이로 CCTV를 설치되는 데도 말이지요.

 

6.

행안부가 발표한 미아찾기시스템에는 이런 내용도 있더군요. 어린이 실종에 대비해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지문 등 아동의 개인정보를 사전에 등록하는 캠페인을 1년간 하겠다고 합니다. 스스로 인적사항을 알릴 수 없는 유아와 지적 장애인 등이 실종됐을 때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는데요.

 

그래요. 지문날인, CCTV, 전자주민증, 생체인식시스템. 처음엔 다 그렇게 시작했을 거고 또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그것들은 곧 누구도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감각해졌고 또 무감각해질 거구요. 그러다, 그것들이 없으면 당장 무슨 일이라도 터질 것 같은, 그것들이야말로 이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스카이넷’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또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하게 통제된 사회.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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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3 19:00 2011/06/23 19:00

죽음의 4대강 사업

from 말을 걸다 2011/05/27 17:33

또 노동자가 죽어나갔습니다. 벌써 21명 째입니다. 하지만 아무 일 없듯 공사는 계속됩니다. 파고 또 파고, 쌓고 또 쌓고. 한쪽에선 파낸 걸 나르고 한쪽에선 나르고 메웁니다. 하루, 이틀만 비가 내려도 여기저기서 난리법석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일까요. 장마철이 코앞이니.

 

이럴 수 있는 걸까요. 후진하던 덤프트럭에 깔려 죽은 노동자는 죽은 지 이틀이나 지나서야 겨우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도로 외 교통사고이기 때문에 보도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식이라면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사망자 수가 있기는 한 겁니까. 환경단체에서는 20여 건에 21명 사망했다고 하는데.

 

참다못한 건설노동자들이 일어섰습니다. 무리한 공사 강행을 중단하라는 것입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야간근무를 없애라며 파업에 나선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사람을 기계 부속품쯤으로 여긴다고 해도 사람은 사람이지 않습니까. 눈알이 시뻘겋게 되고, 머리가 멍해질 때까지 일을 시킨다는 건. 그래요. 그건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노동자 2명이 죽어나갔는데도 자전거만 내달리고는 자화자찬을 잔뜩 늘어놨다지요. 주무장관은 속출하는 사망 사고에 대해 ‘사고다운 사고는 몇 건 없고 대부분 본인 실수’라고 잘라 말했다고 하구요. 도대체 이런 자만, 오만은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기어이 임기 내 마무리 해 그 잘난 성과로 또 남기려는 망령 탓만 할까요. 허황된 구호와 미사여구로 치장됐지만 결국 개발이익을 한 몫 단단히 챙기려는 욕심 탓만 할까요. 혹여 그들이 차린 잔칫상에 슬그머니 숟가락 하나 올려놓지는 않았나. 그거라도 해야 우리 사는 동네 돈줄 풀린다, 믿고 싶었던 건 아닐런지요.

 

강이 죽을 거라고들 했습니다. 강과 함께 수천 년을 살아왔던 꽃도 물고기도, 사람들도 다 죽을 거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강과 꽃과 물고기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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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7 17:33 2011/05/27 17:33

카이스트 학생들이 연이어 자살을 하자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쟁’이 초래한 암울한 현실을 개탄하기도 하고. 아까운 인재들이 죽어나가는데 뭔가 대책을 내놔야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서남표 총장은 학생들과 ‘대화’하는 척, 자리만 만들더니. 끝내 자기 잘못은 없다고 항변합니다. 그리고는 되레 큰 소리 칩니다. “미국 명문대는 카이스트보다 학생 자살률이 더 높다”라나요. 이거, 이러니 우려의 목소리가, 개탄하는 소리가 분노로 바뀌는 건 당연한 건가요. 

 

방송도 ‘경쟁’이 큰 인기입니다. ‘슈퍼스타 K’ 시리즈를 시작으로 ‘기적의 오디션’, ‘나는 가수다’,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여기에 공영방송 KBS는 취업을 미끼로 한 프로그램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이거 끝 간 데까지 가보자는 것 같은데. 사회에 미칠 영향이나 방송이 가져야할 공익성은 다 내팽개치고 오직 시청률만 많이 나오면 된다는 생각.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고 된다고 했던가요. 빌어먹을 ‘공정사회’가 엉뚱하게 ‘경쟁’을 미화하고 있는 꼴이라니. 조선과 동아가 왜 서남표 총장을 옹호하고 나서겠습니까. 또 중앙이 실력과 재능 운운하며 ‘보통 영웅’을 찬양하는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작년 한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던 샌들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에 그 해답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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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2 10:21 2011/04/12 10:21
1.
선배들과 했던 첫 술자리가 기억납니다. 정각원(正覺院)인가요. 그 아래 잔디밭이었습니다. 입학식이 끝난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은, 벌건 대낮에 한두 명을 빼곤 모두 모였는데. 딱 보기에도 꽤나 나이 살 먹어 보이는 선배들이 신입생들을 둥글게 앉혔더랬습니다. 그리고는 다섯, 아니 두서너 명 사이로 소주 한 병과 새우깡 한 봉지를 놓았구요. 대체 뭘 하려는 거지, 라는 생각이 채 들기도 전, 선배들은 술병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술잔은 없었고, 다들 처음이었겠지만 일명 병나발이라는 걸 봤더랬습니다. 어떤 선배는 반 넘게 마시기도 했고 또 어떤 선배는 그냥 마시는 시늉만 하기도 했지만. 눈이 휘둥그레, 입이 쩍. 가관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러고들 저러지, 그때였나요. 개 중 제일 늙수그레해 보이는 선배가 일어나 딱 한마디를 하더군요. “지금부터 술병을 옆으로 돌리는데 다음 선배가 술을 마시게 된다면, 오늘 집에들 못 간다.” 허걱.
 
2. 
기필코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고야 말겠다는 일념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부디 2018년에도 올 겨울처럼 눈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건만, 그것조차 사치스런 고민이란 걸 올림픽에 눈먼 사람들만 외면하고 있나봅니다. 게다가 구제역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농민들은 생각지도 않고 연신 축제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에. 또 뭔 일이 터져도 그저 대책이라곤 외국에서 사 가져오면 되는 것 마냥, 그러면서도 죽어도 잘못은 해외여행 갔다 온 사람만 따지고 드는 데. 더 가관인 건 파렴치한 범죄인이, 안하무인 재벌총수가 또 얼굴을 내밀고 있는 거 아닙니까. 이러니 때때로, 아니 번번이 그 일념이란 게 도대체 뭐 길래 이리도 혼란스럽기 만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3.
지진 이후에 터져 나온 핵발전소 사고 때문에 정작 지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가 없습니다. 1만 명이 넘었다고도 하고 1만 5천명이 넘었다고도 하는데도 말입니다. 대신 연일 냉각수가 어떻느니, 요오드가 어떻느니, 방사능 피폭량이 얼마냐느니. 이거 가만 보아하니 핵 공포가 지진과 쓰나미를 넘어선 것 같습니다. 하긴 체르노빌을 기억하자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사태가 일, 이십년 안에 해결되지 않을 게 뻔한 일이니 여간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우리 정부는 단군신화에나 나오는 풍백(風伯)을 여전히 믿고 있나봅니다. 또 그렇게 애타게 찾고 목메어 매달리는 미국도 자국민 철수를 얘기하는데 일기예보로 풍향발표만 열심히 하고 있으니요. 그리고 대체 뭔 이득을 취했는지는 조사해보면 알겠지만. 비록 극미량라고 해도 이젠 유럽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검출 됐다고 하는 판에 ‘허위사실’ 유포자를 처벌할 방법이나 찾고 있으니.  
 
4.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입니다. 모처럼 일요일 저녁시간에 노래 꽤나 한다는 사람들이 나와 노래를 한다는 것, 그것도 제 노래가 아닌 노래를 부른다는 것만 봐도 눈길을 끌만한데. ‘경쟁’과 ‘탈락’이라는, 방송에서조차 유행인 돼 버린 서바이벌을 넣었다는 데서 이미 시작하기 전부터 말들이 많았지만. 뭐 누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스타’가 될 수 있다며 이런 방식을 옹호하기도 하지만. 노래를 꼭 그런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만 부르라는 법도 없는 거고. 누구나 부르고 싶을 때 맘껏 부르면 그만 인 것이니. 뭐, 굳이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아무튼, 이제 겨우 시작했는데도 여기저기 설왕설래 말들이 많습니다. 김건모라는 가수도 가수지만. 그리고 아무리 시청률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라 해도 그렇지요. 만든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출연한 다른 가수들에 코메디언들까지 덩달아 한 목소리로. 그래두요, 그렇게 딴 소리들을 하는 게 그렇게도 큰 문제인가요.  
 
5.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학자들을 일컬어 ‘폴리페서’라고들 하지요. 정치라는 게 원래 정치인들만이 하는 게 아니니 굳이 ‘폴리페서’라 이름 붙일 필요도 없겠지만. 이상하게 이 정권 들어서는 ‘폴리페서’에 못지않게 ‘폴리테이너’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하지만 ‘폴리페서’와 ‘폴리테이너’는 참 다른 뉘앙스를 풍기고 있지 않습니까.  
  
하다못해 기자라는 직함이라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애널리스트라는 작자들이 나와 떠들어대는 말들은 버젓이 전파를 타고 사람들을 현혹하지만. ‘허위사실’과 ‘고급정보’라는 기준이란 게 고작 이따위로 가늠되는 것이라면.
 
오죽하면 ‘삼성공화국’이란 말까지 나올까요. 하기야 총수가 두 번씩이나 사면을 받을 정도니 이만하면 법위에 있다는 게 맞는 말일 겝니다. 범법행위를 한다 해도 알아서 죗값을 다 털어주니 안하무인은 기본이요, 파렴치는 서비스지요.
 
정각원아래서 시작된 그런 류의 폭력은 술자리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지금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을까, 여전히 의문으로 남지만. 커피 심부름에 대리출석, 도서관 책 반납, 개강파티니 MT 참석 강요까지. 서울대에서 내쳐진 모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지요. “이런 일이 있을 때 ‘못 버티겠으면 나가라’고 했지만 아무도 나가지 않아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6.
자격이니 학위라는 것 따위가 진실을 가름하는 시대입니다. 또 패배한 자들이 하면 ‘불륜’이 되지만 승리한 자들이 하면 ‘로맨스’가 되는 시대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무엇보다 돈 많은 게 장땡인 사회입니다. 이도저도 아니면 하다못해 나잇살이라도 많거나 학번이라도 빨라야 살아남는 사회이지요. 자격, 학위, 승리한 자, 나잇살, 학번..... 20년도 더 된 선배들의 모습 속에서 또 이건희 회장과 김영희 PD, 가수 김건모의 얼굴에서 새삼 들여다보게 되는 ‘권력’의 다양한 모습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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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3 15:17 2011/03/23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