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당초 유기농 대회에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팔당 두물머리 유기농지를 없애야 한다면서 그곳에 유기농 대회를 하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또 4대강 삽질로 농민들을 강으로부터 몰아내면서 올 여름 홍수 피해가 줄었다고 사기 치는 것도 제대로 짜증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지요. 마치 천성산에 굴 파고 새만금에 방조제 만들면서 람사르  총회 유치한 거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눈 가리고 아웅. 소귀에 경 읽기입니다.
 
2.
셔틀버스가 있다고는 했습니다. 20분 간격으로. 인터넷으로 거리를 재보니 걸어가도 30분이 안 걸리고. 택시로는 5분도 채 안 걸리니. 서둘러 나왔더라면 걸어갔을 터인데. 도농역에 내리니 벌써 세미나 시작 10분 전. 결국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갔습니다. 헌데 웬 여고생들? 그것도 20미터가 넘게 줄을 서있고. 가만 보니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교복행렬. 어이쿠. 어디서 또 체험학습 핑계로 동원한 거 아냐. 가뜩이나 자주 오지 않는 버스인데 저리 학생들이 많으면. 하는 수 없었습니다. 택시를 타는 수밖에.
 
3.
“청소년 수련관 가주세요”
“거기 오늘 무슨 행사 있습니까?”
“아, 예. 유기농 대회라고.....”
“유기농 대회요? 그게 뭐하는 겁니까”
 
음. 여기 남양주 맞나?
 
“아, 예. 전세계에서 유기농업과 관련해 농민들....... 학자들.....”
“아, 농약 안 쓰고, 비료 안 쓰는.... 근데 어디서 오셨어요?”
“예. 춘천서 왔습니다”
“아니 그렇게 먼데서 왔어요?”
“아, 예..... 뭐.....”
“근데 유기농하는 사람들 얘기 들으면 양이 적게 나와서 못하겠다고 하던데”
 
음. 맞다고 해야 하나, 어째야 하나.
 
“아따, 차들 많네. 경상도, 전라도, 전국에서 왔나보네”
 
저건 또 뭐꼬. 행사장 주차장도 아닌. 입구 쪽 길 양쪽으로 쭉 늘어선 관광버스가 수도 없다. 우리나라에 유기농사 짓는 사람이 저렇게 많았나? 아니 유기농에 관심 있는 사람이 저렇게 많았나? 혹시 전농에서 단체로? 가만 보아하니, 이것도 역시 수상한 냄새가 폴폴. 허나 확증이 없으니.
 
4.
분명 301호에서 한다고 했는데 잘 못 봤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3층을 다 뒤져도 GMO는커녕 G자도 보이질 않더군요. 해서 집에 있는 짝지에게 세미나 장소가 어딘지 확인해달라고 했는데. 1분 후 돌아온 답. 청소년 수련관이 아니라 제2청사랍니다. 시계를 보니 이미 30분은 훌쩍 넘었고. 이런 데라면 꼭 빠지지 않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진행요원 찾아 이리저리. 셔틀버스 타는 곳을 찾아 또 이리저리. 게다가 버스 기사는 뒤차가 와야 출발한다며 세월아 내월아. 결국 3시가 다 돼서야 세미나가 열리는 2청사 301호에 도착했습니다.
 
5.
매일 먹는 반찬, 국에 식용유, 간장, 된장이 안 들어 간 게 얼마나 될까요. 모르긴 해도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마트 상품 진열장에 가득 늘어선 이들 제품들 가운데 말이지요. 과연 어떤 것에 GM 작물이 포함돼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소비자들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올 초 햄, 소시지에 GMO 콩이 함유돼 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다들 기겁을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햄, 소시지이고 어른들이라면 간장, 된장 맛이 음식 맛을 좌우한다고 생각들 하는데. 거참 이 정도면 사안이 보통 심각한 거 아닌데. 
 
6.
현재 우리나라가 GMO와 관련해 채택하고 있는 표시방식은 증명(proof)기반 표시제입니다.  유전자 조작 DNA 및 단백질 성분이 최종 제품 잔류 시에 한해 표시하는 방법이지요. 반면 유럽은 가장 강력한 표시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유전자 조작 DNA 및 단백질 성분이 최종 제품 함유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GM 식품에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과정(process)기반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지요. 미국이나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GMO 작물을 많이 재배하고 또 수출하는 나라들에서는 실질적 동등성(Substantial Equivalence)이라는 이름아래, GM 식품의 조성 성분 및 영양가 면에서 기본 식품과 현저한 차이가 있거나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함유하는 경우에만 표시의무를 부과합니다. 쉽게 말해 모든 GM 식품이 아무런 규제 없이 팔려 나갈 수 있는 겁니다.
 
7.
딱 보아하니 개인적으로 참가한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이더군요. 잠깐만 앉아 있어 봐도 다들 이리저리 엮인 사람들이란 걸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 틈에 끼여 있으려니 좀 멋쩍기도 하고. 쉬는 시간엔 갈 곳 몰라 괜히 청사밖에 나갔다 들어오고. 질의응답 시간엔 손은커녕 얼굴도 들기 민망한 게. 끝났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서둘러 회의실을 빠져나왔습니다. 다행이 어수선한 틈을 타 주최한 쪽에서 마련한 떡을 챙기긴 했지만 말입니다.
 
8.
기후변화로 인해 생기는 피해는 제3세계에 집중됩니다. GMO 농산물로 인한 피해 역시 제3세계, 특히 가난한 민중들에게 돌아가지요. 물론 잘 산다고 하는 나라들에서도 피해자는 가난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언컨대 저급 식품에 이들이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가난할수록 비만인 역설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또 이로 인해 막대한 돈을 챙기는 이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곡물기업, 식품기업, 화학.석유,제약 회사들일 것이구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버는 격입니다. 
 
9.
10월 16일은 세계 식량의 날로 알려졌지요. 또 이날은 화학조미료를 안 먹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난 2010년에는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를 연 일본 나고야에서 10월 16일을 몬산토 반대의 날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10월 16일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과 관련해 의미가 있는 날인데요. 올 해엔 한 가지가 더 추가됐으니. 이래저래 10월하고도 16일은 꼭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반G의 날’입니다.
 
10.
‘반G의 날’은 反GMO를 상징화한 표현인데요. 이날만큼은 유전자 조작 식품 없는 밥상을 차려보고 또 우리 주변에 유전자 조작 식품이 얼마나 되는 지 찾아보고 생각해보자는 취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 식량주권과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 수입농산물과 수입가공식품을 사지 않기 ․ 식품 겉면의 원료 표시를 확인하여 GMO가 들어간 원료를 피하기 ․ 식당에서 콩이나 옥수수, 육류가 들어간 음식을 사먹지 말기 ․ 우리 농산물은 비교적 안전하니 우리 농산물로 밥상을 꾸미기. ․ 생협이나 유기농 직거래 단체를 이용하기 등입니다. 어떻습니까. 보기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보여지는데. 그래요 일단 한 번 해보면 이거 보기보단 그리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알 게 됩니다. 그만큼 우리 곁에 GMO 식품이 알게 모르게 많아졌다는 뜻이구요. 아무튼 반G의 날은 10월 16일이니 올해는 이미 지났고. 내년엔 꼭 달력에 표시했다가 유전자 조작 식품 없는 밥상을 차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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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3 12:42 2011/12/03 12:42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국회에서 터뜨린 최루탄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뭐, 예상했던바 한나라당은 ‘불법 화학무기’에, ‘특수공무방해죄’, ‘헌정사상 최초’라는 말도 모자라 ‘테러’로 규정짓고 있구요. 또 당연하게도 조.중.동을 비롯해 한미FTA 찬성논조를 유지한 매체들은 ‘사퇴’로는 부족한지 ‘제명’하라 한 목소리입니다.
 
반면 두둔하는 쪽에선 “목숨을 내 놓으라”는 총 든 강도 앞에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겠느냐 되물으며, 김선동 의원 스스로 자평하듯 최루탄 투척 ‘의거’로 치켜세웁니다. 시쳇말로 다 죽게 된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들이 그 꼴을 봤더라면 가만있었겠냐는 말이고, ‘을사늑약’을 강행하려는데 멍하니 쳐다만 봐야 하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건데요.
 
가만 보고 있자니. 이 팽팽한 기(氣)싸움에 자칫 한쪽 편을 들었다간 한미 FTA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하고는 상관없이 ‘매국노’나 ‘폭력배’가 될 상황입니다. 물론 ‘테러’라는 말을 쓰고 있는 한나라당이야말로 적반하장이 유분수인건 분명합니다. 국민들에게 한미 FTA라는 핵폭탄을 터뜨린 작자들이 어디서 그런 말을 내뱉는 건지. 게다가 지난 1965년에 체결된 굴욕적인 한일협정이후 다시 외국과의 조약을 날치기, 그것도 비공개회의로 처리하고선 ‘특수공무방해’를 운운한다는 건. 더 할 말이 없네요. 이런 게 그들이 말한 ‘국격’이니 ‘국가브랜드’라면 말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말입니다. 좋은 소리는커녕 ‘날치기’를 덮어씌울 건수가 필요했던 이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게 뻔하고. 뭐, 언론이 길들여놓은 것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국회에서 벌어지는 몸싸움을 보는데 이력 난 사람들에게 또 한 번 ‘다 똑 같은 놈들이야’란 생각을 각인시킬 뿐인데다. 오히려 두고두고 써먹을 건수만 준 거니. ‘무효투쟁’에 도움도 안 될뿐더러 정치 혐오만 더 부추길 뿐이지요. 게다가 저쪽에서 먼저 형식과 절차를 어겼다고 ‘물리력’ 쓰는 걸 옹호하고 나선다면. 아니 영웅으로 칭송한다면 ‘폭력’이 늘 따라다니게 된다는 걸 모르는 겁니까.       
 
아무튼 상황이 이러하니. ‘민주주의’를 머릿수로만 이해하는 이들이나 ‘폭력’을 아전인수격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을 함께 비판하는 건 쉽지 않을 듯합니다. 원인을 제공한데다 의회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테러’를 가한 한나라당을 비난하고 나선다면 ‘폭력’을 옹호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이유야 어떻든 간에 국회 내에서 ‘폭력’을 그것도 ‘최루탄’이라는 물리력을 동원했으니 그것만큼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면 ‘날치기’를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될 테니 말이지요.
 
게다가 ‘최루탄 투척’을 두고 잘잘못을 얘기한다는 건.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닐 겁니다. ‘테러’니 ‘의거’니 하는 극한 말까지 나도니 말입니다. 뭐,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양쪽을 에둘러 애매하게 말하면서 발을 빼는 게 쉬운 일이겠지만. 애당초 저지가 목적이 아니었던 만큼, 내년 총선이라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던, 민주당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지켜는 봐야겠습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라 지적하는 이가 누군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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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4 15:35 2011/11/24 15:35

 

1.
자식이 노동조합에서 일하고. 또 당(黨) 하고도 같이 이런저런 사업을 한다는 얘길 들어서일까요. 아님 때맞춰 국회에 입성한 의원이 10명이나 생겨서였을까요. 지금은 “MBC뉴스도 KBS와 똑같아. 차별이 없어”라고 말씀하실 만큼 정치를 꿰뚫어 보시긴 하지만. 그땐 “이번엔 누구 찍어야 하냐?”라 물으시던 게. 정말 꿈만 같았지요. 그때까지 적어도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 모습은. 지게에 솥단지 하나 짊어지고 올라온 전라도 ‘깽깽이’가 출신성분을 감추려 민주정의당 당원으로 가입도 하고. 가겟집 간판도 ‘충남상회’로 달고. 반장을 거쳐 통장까지 도맡아 했었던. 그래요. 그런 아버지께서 선거 때만 되면 몇 번 찍어야 하느냐고 전화를 하셨던 겁니다.
 
2.
지금은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 <국민승리 21>시절 가입했던 민주노동당 당원번호. 그땐 버는 돈도 없었던 백수시절이었는데도. 꼬박꼬박 당비 내는 당원으로 가입을 했지요. 물론 그 후 대학원을 거쳐 연맹에서 일을 할 때까지도. 아니 그보다 더 후에도. 당 활동이라고는 지구당에 얼굴 한 번 내비치지도 않을 만큼 전무했지만. 그래도 선거 때가 되면 컬러링도 바꾸고. 경기도 모 지역에 파견을 자처, 보름 넘게 국회의원 선거 지원활동도 하고. 일이 일인지라 가끔은 당과 함께 이런저런 정책도 만들기도 했지요. 생각해보면 “부자에겐 세금을 민주노동당, 서민에겐 복지를 민주노동당”이란 노랠 많이 조금이라도 더 듣게 하려고 부러 신호가 한 참 간 후에 받았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3.
당이 쪼개지고 난 후. 민주노동당에 남긴 죽어도 싫었지만, 그렇다고 진보신당에 들어가는 것도 내키지 않았습니다. 뭐, ‘농사짓는 사람이 돈이 어디 있어.....’라는 핑계거리를 둘러 대긴 했지만 솔직한 속마음은. 북쪽 체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이나 비판하는 사람들이나. 당비대납에 대리투표, 위장전입을 서슴지 않는 이들이나 이를 패권주의니 다수파니하며 몰아가며 탈당 명분으로 삼은 이들이나. ‘민주정부’ 수립 이외엔 다른 길을 찾아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그건 또 죽어도 못 받아들이겠다는 사람들이나. 모두 똑같아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차피 합법 정당을 만들었을 땐. 그리고 그 정당으로 선거에 참여하고 후보를 냈을 땐. 권력을 잡는 게 당연한 목표고 또 그럴 때야만 정당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또 그 과정에서 1명, 10명 의원이 늘어나면 날수록 권력이 주는 달콤함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둘 다 옹고집, 아니 똥고집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4. 
먼저 진보신당이 부결시켰더군요. 내심 부결되길 바라기도 했지만 속은 편치 않았습니다. 뒤이어 민주노동당도 부결됐습니다. 이 역시 내심 부결 돼야지, 부결 될 거야, 했지만. 똑같이 속은 쓰렸습니다. 하지만 심상정, 노회찬 전 대표가 당을 뛰쳐나가고. 유시민과 책까지 냈던 이정희 대표가 찬성표를 던지는 모습을 보니. 편치 않고 쓰렸던 속이 언제 그랬냐는 듯, 연신 헛웃음만 나오더군요. 남들이야 급격한 우경화니, 금뺏지에 넘어갔다느니 하지만. 역시나. 짝사랑, 외사랑이었던 겁니다.
 
5.
작년 지방선거 하루 전날에도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었습니다. 안 그래도 투표를 앞두고 전화가 올 거라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심상정이 막 사퇴를 하고난 터라 마땅히 드릴 말씀이 없어 전화를 받을까 말까 하다. 결국 받았습니다. “이번에 심상정 나왔던데. 심상정 찍으면 되냐?”는 어머님 물음. 잠깐사이 ‘아니요. 심상정은 사퇴했으니까 김문수 빼고 아무나 맘에 드는 사람 찍으세요.’라는 하나마나한 얘길 할까. ‘어머니 심상정은 사퇴했으니까요. 유시민 찍으세요. 김문수가 되면 안 되니까 유시민 찍으세요.’라는 맘에도 없는 말을 할까. 정말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하더군요. 하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었던 거고. 그걸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는. 어머님 몫이 아니었던 겁니다. 
 
6.
민주노동당은 물론이고 진보신당 홈페이지엔 기웃거리기조차 하질 않은 지 꽤 오래됐습니다. 간간이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으로 들려오는 소식만 듣는 셈이지요. 당을 나올 때도 그랬지만 당체 들어가 보고 싶질 않더라구요. 인신공격이야 안 보면 그만이지만. 넘쳐나는, 글깨나 쓴다는 사람들, 말깨나 한다는 사람들 얘기가 더 보고 싶지도, 더 듣고 싶지도 않아서였습니다. 그러니 지금 돌아가는 꼴을 드러내놓고 말하기도 뭐하고. 또 아직까지 당을 떠난 줄 모르고 있는 아버지, 어머님이 이것저것 물어 오실 때 딱히 드릴 말씀도 없는 게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돌아가는 모양새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20년 전만도 못한 것 같으니.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7.
5세훈이 몽니부리다 쫓기듯 내놓은 시장 자리를 누가 차지할 건가를 놓고 연일 요란합니다. 헌데, 한나라당이야 말할 것도 없으니 그렇다 쳐도. 또 안철수와 박원순 열풍에서마저 정신 못 차리고 있는 민주당까지 그렇다 쳐도. 대체 ‘진보’를 내거는 두 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요. 뭐, 당이 또 쪼개질 판이니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핑계를 대려나요. 아님 그래도 우린 후보라도 내서 경선에 참여했으니 면피했다고 하려나요. 서울시장 선거니 아버지가 전화를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야당 쪽에서 박원순으로 됐던데 어떠냐? 박원순 찍어야겠지.”라는 뻔한 물음이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올 겁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고민입니다. 대체 이번엔 뭐라 답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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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4 17:36 2011/10/04 17:36
연일 때리기입니다. 보고 있자니 쥐 잡는 고양이도 그리 안할 터인데. 궁지로, 궁지로만 몰고 가는 격입니다. 마치 진실이란 애당초 없는 거며,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냐는 듯 말이지요. 하지만 뭣에 홀린 걸까요. 아님 이런 걸 데쟈뷰라고 하는 건가요. 누군 ‘받았다’고 했고, 누군 ‘줬다’는 차이뿐, 노통 때와 어쩜 이리도 같을 수 있는지.
 
‘검찰에 따르면.....’, ‘측근에 따르면.....’으로 시작되는 검찰 발(發) ‘카더라’ 통신에서부터. 이번 참에 ‘진보진영’을 작살내겠다,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보수우익까지. 피의사실 공표야 정치인뿐만 아니라 ‘잡범’에게도 비일비재한 일이었고. 일단 혐의만 있으면 친.인척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죄다 소환하는 건 기본. 계좌추적에, 압수수색. ‘대가성’에서 시작해 자금출처 조사까지. 여차하면 딴 걸로라도 엮어 넣으려는 데. 웬만한 사람이라면 일찌감치 살려 달라 했을 터입니다.
 
그리고 또, 적이 강요하는 ‘항복’문서에 빨리 사인하라 등 떠미는 이들도 또 나타났으니. ‘구정물’에 담근 발 빼듯 재빨리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는 것도 모자라. 자기는 무슨 고매한 ‘도덕성’이라고 갖고 있는 양 손가락질하기 바쁜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여기에 ‘진보’쪽엔 겨우 체면치레나 하는 정도로 전락한 신문들까지 앞장서서. 35억을 토해내야 할 수도 있다며 사퇴를 종용하질 않나. 유죄땐 받은 사람보다 더 처벌이 크다며 경고하질 않나. 아니 그저 ‘2억’이라는 숫자에 사로잡혀 경마 중계하듯 주변 얘기만 열심히 받아쓰고 있으니. 이런 젠장. 차라리 잠자코 지켜보기나 하던지. 아님 슬슬 돌아가는 눈치나 보고 있던지. 이젠 너도 나도 앞장서서 돌 던지는 데. 참, ‘비겁’하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거금을 건네줬다는 사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보통 사람으로는 상상도 못할 돈이 오갔으니 무슨 ‘대가’가 있는 건 아닌가하는 ‘혐의’도 짙겠지만. 게다가 ‘법학자’이자 ‘교육자’인 ‘공직자’가 돈을 줬으니 ‘의혹’이 생기는 건 당연하고. 또 그것이 선거가 맞물려 있으니 아무리 ‘선의’라고 해도 문제가 되는 건 마땅할 터입니다. 그리고 법리적인 문제를 떠나 그들 말마따나 이미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을 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요. 당사자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아니 ‘줬다’는 사실에는 집착하면서도 ‘선의’라는 ‘진심’엔 색안경을 쓰면서. 덮어놓고 돌 던지고, 매 맞으라니요. 하다못해 우익들은 대놓고 제 식구 감싸기를 밥 먹듯 하는 몰염치를 보이는데. 한 줌도 안 되는 ‘자본’과 ‘권력’과 ‘우익’들에 맞서 싸우겠다는 사람들이. 무에, ‘적하고 싸우다가 적을 닮아간다면, 굳이 싸울 필요가 없지요. 그때는 이미 자기가 적이 되어 있을 테니...’라고 훈계까지 하고. 아무리 서울시장 선거가 코앞이고. 내년 총선에, 대선까지 있다지만. 설마 벌써 ‘적’으로 삼고 내치려는 겁니까?
 
옛말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로 다른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았을 때나 생각과 다른 행동을 목격했을 때 황당함을 담아 잘 내뱉는 말이지요. 하지만 자기 머리론 이해가 안 된다고 다른 사람을 일방적으로 자기 잣대로 재버리는 일에도 빗댈 수 있다면. 지금 비겁한 ‘진보’가 되새겨볼 만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교육감 말만 믿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라 치부하는 사람들에겐, 본 말이 가진 뜻을 잘 알고 쓰라며 충고할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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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2 08:47 2011/09/02 08:47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을 법으로 묶으려니 나오는 말은 아닐 터이고. 맞습니다. 어떤 일에 대해 두 가지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걸 빗대어 쓰는 말인데요. 법무부 장관이 되겠다는 사람이 위장전입이란 명백한 법 위반 사실을 시인해도, 기소는커녕 기어이 법을 집행하는 기관의 최고 수장이 되고. 돈 없고 빽 없는 서민이 집 지키겠다고 망루에 올라가면 이유불문에 실형은 기본, 아비까지 죽인 패륜아가 되는 현실이 딱 들어맞을 겝니다. 그리고 여기에 또 웃긴 현실 하나를 더 들어보자면.

 
얼마 전, 전 세계 3천만 이상 교육자를 대표하는 EI(Education International, 세계교원단체총연맹)가 총회에서 긴급 결의안을 채택을 했습니다. 결의안에는 국제기준에 맞도록 교사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뿐만 아니라, 정치후원금을 낸 교사에 대한 징계를 즉각 중지하고 기소를 철회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이 정도면, 입만 열면 ‘어렌지’를 남발하며 세계화, 국제화를 외치는 우리 정부로선 그야말로 ‘가오’떨어지는 일일 터인데. 쪽팔려서는 아닐 거고. 아마 깔아뭉개는 데 이골이 나서 일겁니다. 되레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로 정당 후원과 관련, 교사 1,363명을 기소했네요.
 
하긴 교사들에게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이번만은 아니었으니. 애당초 들을 턱이 없었겠지요. 수십조 가 넘는 경제유발효과가 있다고 자랑질하던 G20에서도 EI 회장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지만 거절했고. 2009년에도 EI 사무총장이 직접 우리나라에 와 유감을 밝힌 적도 있었거든요. 심지어는 UN 인권이사회 총회에서도 보고서를 채택했었습니다. 항의 서한도 보내고, 결의문도 채택하고, 보고서도 만들고, 면담도 요청했는데. 이거 야 원. 하나도 소용없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건 말입니다. 교사들에게 한나라당 국회의원 정치후원금을 내라고 강요해 문제가 된 교장이 재임용 돼 다시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겁니다. 검찰은 불법 사실을 확인하고도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고. 교육청은 ‘경고’만 하는, ‘북 치고 장구 치는’ 사이. 보란 듯 교장에 재임용된 것이지요. 어디 이런 사례가 이것뿐이겠습니까. ‘정당 후원금은 불법, 국회의원 후원금은 합법’이란 해괴한 논리로 ‘무혐의’ 처분. 정당가입에 공천신청 혐의가 있음에도 민주노동당에서처럼 당원명부 제출 요구나 압수수색은 가당치도 않고. 교장이나 원장급 정도면 평교사와 달리 유야무야.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다고 기소된 교사들 현황을 보니. 글쎄 강원도에도 92명이나 되더군요. 전국적으로는 모두 1,318명이던데. 총 수사 대상 인원 가운데 공소시효가 지난 교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을 불구속이긴 하지만 모두 기소를 한 셈입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문제는 앞으로 교과부가 이들 교사에 대해 징계를 하라 시.도 교육청에 통보할 것이 뻔하니. 가뜩이나 못 잡아먹어 안달인 검찰, 법원과 싸우기도 힘든 판에. 교육청, 교과부와도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니. 이거야 첩첩산중입니다.
 
EI가 이번에 낸 결의안 내용을 보면 말입니다. UN, ILO(국제노동기구),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G20의 회원국인 한국 정부가 시민적 권리로서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는 ‘결사의 권리 보호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ILO 협약’, ‘교사의 지위에 관한 ILO/UNESCO(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권고’, ‘고등교육 종사자의 지위에 관한 UNESCO 권고’ 등 국제 조약을 준수할 의무를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라는 건데. 이거 참. ‘남이 하면 불륜’으로 치는 건지. 자기들이 가입하고 비준한 조약들은 통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아니지요. 꼭 이럴 때만 권력과 자본에 기대어 선 이들에게 면죄부로 쓰니. 이건 ‘내가 하면 로맨스’입니다. 
 
교사가 노동조합을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게 되기까지 무려 1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것도 수많은 이들이 ‘빨갱이’란 소릴 들으며 학교 밖으로 내쫓기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싸워 쟁취한 노동권조차 ‘행동권’이라는 알맹이가 빠진 채이니. 자유로운 ‘정치활동’이란 지극히 정당한 또 다른 시민적 권리는 언제쯤 온전히 되찾을 수 있을런지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부디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되길 빌며, 더 이상 기본권을 가지고 교사들이 경찰서에, 검찰에, 법원에 들락날락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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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6 15:28 2011/08/16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