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게 살기

from 말을 걸다 2010/08/04 23:42

1.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발생한 한반도 긴장상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으로 한 숨 돌리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성명에서 제기한 것처럼 “직접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지, ‘사건’ 초기부터 일관되게 이번 기회에 ‘손을 봐줘야 한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만들어간 보수 세력들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지는, 장담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대화와 협상’, ‘평화와 우애’를 더욱 힘주어 이야기해야 함에도. 덮어놓고 ‘빨간색’을 칠해대니 말입니다.

 

2.

벌써 한 달이 넘었네요. 밭에 다녀오는 길. 골목길에서 자동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들이받고 말았습니다. 평소에도 앞, 뒤 가리지 않고 자동차들이 불쑥불쑥 나오는 골목길인지라 그날도 조심조심 속도를 줄였지만. 느닷없이 튀어나온 탓에 ‘어, 어’ 하는 외마디만 지른 채 그대로 차문을 자전거로 받았지요. 다행히 왼손 검지가 까진 것 외에는 다친 데가 없었지만. 자전거든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무섭게 돌진해대는 차들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터라. 요번엔 봐주지 말아야겠다, 마음먹고 있는데. 일단 병원으로 가자, 자전거도 수리하자, 거듭 죄송하다며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자. ‘머,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실수했다는 걸 인정하니…….’ 그래, 웃으며. ‘괜찮으니 틀어진 자전거나 고쳐봅시다’하고는 말았지요.

 

그리고는 다음 날 저녁. 또 밭에 다녀오는 길에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어제 사고 낸 사람인데. 괜찮으냐. 죄송한 마음에 전화했다. 내일 저녁을 대접하고 싶다’, 뭐 그런 내용이었지요. 그런데, 사고가 난 날도 그랬지만. 전화를 받았던 그날도. 꽤나 기분이 좋았답니다. 비록 그 전화가 있고 난 며칠 후. 사고 때문인지는 정확치는 않지만. 왼쪽 어깨며, 목 부근이 자고나면 뻐근한 게. 그 좋은 기분이 오래가진 못했지만요.      

 

3. 

성격상 웬만한 일은 그냥 ‘허, 허’ 웃고 잘 넘어갑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성질을 참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달려드는 차들을 볼 때, 관공서에 마주친 어깨에 ‘빡’ 힘들어간 공무원을 볼 때, 일당 받고 파업 현장에 들어와 깽판 치는 ‘어깨’들과 마주쳤을 때, 2MB이 하는 일이라면 덮어놓고 찬성하는 이들과 얘기할 때가 그렇습니다. 자칭 ‘평화’를 옹호한다고 블로그 이름도 ‘자연은 평화다’라고 해놓고는. 작정하듯 달려들어 싸울 태세인 모습을 누가 보기라도 할라치면. 이거야 원. 남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할 지경입니다.    

 

4.

장마철로 접어들면 온통 밭은 풀천지입니다.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대체 뭘 심은 거냐며 물어오던 호밀이 무섭게 크다 한 풀 꺾여 좀 나아 보이긴 하지만. 오백 평, 천 평 밭농사 짓는 농부님들이 보면 참 우스운 지경이지요. 하지만 농사란 것이 원래 인간이 먹을거리를 기르기 위해 다른 풀들을 강제로 땅에서 몰아내는. 극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하는 것이긴 하지만. 석유로 만든 비닐이며, 비료며, 기계를 써가며 까지 농사를 지으면서 풀이 조금 자랐다고 농약까지 친다면야. 남들이 들으면 어디 그래가지고 시골에서 손가락질 안당하며 살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하겠습니다.     

 

5. 

역시 한 달 전쯤 이라고 기억합니다. 대낮 남춘천역 앞에서 대판 말싸움을 했지요. 의정부에서 오신 어머님도 계셨고 해서. 웬만하면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아마 고 며칠 전 사고 기억이 겹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뻐근한 목이며, 어깨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 졌을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역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속도를 줄이지도 않은 채 득달같이 좌회전해 들어오는 차를 보고는 삿대질에 쌍욕을 했던 겁니다. 젊디젊은 우리야 그렇다 쳐도. 나이 드신 어머님이 채 횡단보도를 건너지도 않았는데 무섭게 질주를 해대니. 순간, 도저히 참질 못하겠더라구요. 그래. 한바탕 욕을 한 겁니다.

 

헌데 이 운전자. 욕 들어 먹은 게 분했던 가요. 짐작컨대 꽤나 한참이나 길을 돌렸을 터인데도. 차를 돌려 세우더니 왜 욕을 하느냐, 며 말을 거는데. 달려드는 차에 두려움을 느낀 사람 생각은 통 하질 않는 것 같더군요. 해서 속된말로 맞장을 떴습니다. 또 치고받고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봤다면. 정말 재미난 싸움 구경이었을 겁니다. 그래, 그렇게 10여분이 넘게 말다툼을 하다 어찌어찌 겨우 다시 집으로 갈 수 있었는데. 말할 수 없는 찝찝함이란 게 얼마나 오래 가던지. 그게 그 운전자에 대한 분노인지, 불같은 성질을 낸 것에 대한 자책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6. 

예상했던 대로 지방선거가 끝나고, 유엔에서 성명도 나오고 나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천안함’은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않네요. 호들갑스럽게 ‘응징’,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던 보수 언론들도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대화’나 ‘협상’을 얘기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무수한 ‘침몰’ 의혹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가면서도. 동북아 안보를 핑계로 일본 자위대까지 참관한. 항공모함을 동원한 대규모 한미 합동군사훈련까지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야말로 ‘불굴의 의지’입니다.    

 

일주일이 넘게 고구마를 심은 이랑 사이를 기다시피해가며 풀을 뽑으니. 훤하니 보기는 좋습니다. 그리고 이제 고구마가 줄기를 마음껏 뻗을 수 있겠거니, 싶으니 마음이 조금 놓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손에 뽑혀져 나간. 이름 모를 풀들이며 꽃들이 밭 한쪽 귀퉁이에 쌓여 있는 걸 보니. 그리고 또 이 풀, 꽃들을 터전으로 살았던 벌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니. 영 개운치만은 않은데. 그것도 잠깐. 옥수수 사이로 콩 사이로 삐죽삐죽 올라온 풀들을 향해 아무 생각 없이 무지막지하게 낫을 휘둘러대고 있습니다.  

 

요즘은 목이 아파 자주 밭엘 나가지 못합니다. 또 가더라도 자전거보단 버스를 타고 가지요. 그리고 고구마 밭 김매기도 끝난지라 딱히 급하게 할 일도 없었기에. 어제도 느긋이 집을 나섰습니다. 헌데 첫 번째 신호등에서 한 번. 타고 가는 버스가 또 한 번. 신호등에 횡단보도까지 무시하고 달려드는 승용차에, 버스에. 어찌나 열불이 터지던 지요. 이번에도 쌍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데.

 

이것 참, 이래저래 ‘평화롭게 살기’.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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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4 23:42 2010/08/04 23:42

1.

장맛비가 온다고 하더니 해만 쨍쨍. 무더위가 기승입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 때문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기 춘천으로 와 맞는 세 번째 여름인데. 어찌된 게 해가 갈수록 더위에 익숙해지기는커녕 헥헥. 이거야 죽을 맛입니다. 그래도 집안에 가만히 있으면 어찌 좀 참을 수 있겠지만. 워낙 날이 더워. 꼭두새벽에 나가기도 하고. 햇볕이 사그라질 저녁나절에 나가기도 하지만. 밭에라도 나가 호미질을 할 때면. 큭. 거의 초죽음입니다.

 

2.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 다 한 여름에 돌아가셨더랬습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마도 어려서였겠지요. 그때도 무척 덥다고 느끼긴 했지만. 지금처럼은 아닌 것 같았는데. 그리고 조금은 더 커서. 한 여름 제사 음식 준비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철없는 생각이었겠지요. 봄, 가을 좋은 날 두고 삼복더위에 돌아가신 두 분을 탓했습니다. 뻘뻘 땀 흘리며 전 부치랴, 나물 무치랴 정신없는 어머니 도와드릴 생각은 하지도 않으면서 말이지요.

 

3.

처음 에어컨이라는 걸 접했던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합니다. 그게 아주 오래된 일이어서인 것 같지는 않고. 가만 돌이켜보면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실외기가 많이 보였던 건 아닌데. 지금은 자동차만큼이나 흔하게. 웬만한 집들은 다들 들여놓고 있지요. 그것도 거실에 하나, 방마다 하나씩. 지금 사는 아파트가 5층짜리에, 평수도 작은 데라 그래도 저번에 살던 곳보단 많진 않지만. 여기도 그리 만만치는 않습니다.   

 

4. 

요즘 풀로 뒤덮인 고구마 밭 때문에 품이 많이 듭니다. 웬만하면 해가 질 무렵이나 돼야 나가는데. 한창 자라는 고추며, 콩, 토마토를 손보느라 한동안 눈길을 주지 않았더니. 어느새 풀천지가 돼버렸더군요. 지금이라도 풀을 매주지 않으면 돌아오는 주말 장맛비에 난리도 아닐 것 같아 무리를 하고 있지요.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호미질 한 시간 만에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그래도 그렇게 일할 땐 힘들고 덥고 빨리 집에 가서 시원한 것 마시고 싶고 배도 고프고 하지만. 해가 지고 금방 또 시원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면. 또 그 시원한 바람을 자전거에 올라 한껏 온 몸으로 맞으면. 덥다는 생각, 금세 날아갑니다.

 

5.

여름을 맞아 에어컨 판촉이 치열합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뭐라나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런 말이었을 겁니다. ‘올 해가 가장 더운 여름이다. 시원한 에어컨 들여놔라.’ 그리고 이런 문구도 있었던 것 같네요. ‘여름 날씨가 30도 미만이면 얼마를 돌려주겠다.’ 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네요. ‘7월 10일부터 8월 9일 최고 기온이 30도 미만인 날이 24일 이상일 경우 20만원을 되돌려 준다.’ 한참 더울 한 달 사이에 30도 미만인 날이 24일 이상이라. 뭐, 가만 생각해보면 되도 않는 조건이라 이런 거 보고 에어컨 살 사람이야 없겠지만서도.

 

6.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해 전 어느 날, 아마 그 날도 할머니인지 할아버지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제사를 지내러 중곡동엘 갔더니 어이쿠, 에어컨을 들여놓으셨더군요. 전에도 친척집이나 다른 친구 집에 다녀오신 후엔 에어컨을 사자는 말을 곧잘 하시긴 했지만. 곧 다가올 제사 때는 시원하게 에어컨 틀어놓고 음식준비 하려고 샀다는 말씀에, ‘그거 일 년에 며칠이나 쓴다고 샀댜’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요. 헌데 그거.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음식 준비를 하니. 이리 좋을 수가 있을까요. 참 사람 마음 간사합니다. 

   

7.

통계를 살펴봤습니다. 특별히 에어컨과 관련된 것들만요. 조사는 2006년도 실시 된 것 같아 보입니다. 작년이나 재작년 통계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몇 가지 눈여겨 볼만한 것들이 있으니 이만하면 됐습니다. 아무튼. 1985년에 에어컨 보급률은 가구당 0.02대였습니다. 그리고 TV가 가구당 1대를 넘어서던 1989년에도 0.09대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이 에어컨이란 게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1995년에 0.13대였던 것이 1997년에는 0.21대,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에는 0.38대, 2006년에는 0.48대. 

 

8.

특별히 4,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에어컨은 연간 사용일수가 고작 55일(8월이 27일 차지하고 있네요)밖에는 되지 않는 걸로 나타납니다. 연간 사용시간은 255시간. 하지만 소비전력에 높아서일까요. 무려 439,591wh의 전기를 사용하네요. 반면 선풍기의 경우 사용일수가 거의 배(95일)에 가깝고 사용시간도 655시간이나 되는데도 고작 39,297wh밖에는 전기를 쓰지 않습니다.

 

9.

뉴스에 이런 얘기가 나오더군요. 올 여름 최대 전력 수요 시간대, 흔히들 피크타임이라고도 하지요. 이 때 예비전력이 460만kw예비율 6.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전력 수요가 냉방 수요의 급증(17.5%)으로 지난해보다 11.8% 증가한 7천 70만kw 달하겠지만 공급은 3.7% 늘어난 7천 530만kw 그치기 때문이다. 

 

10.

앞서 살펴본 자료들을 가지고, 에어컨 사용 때문에 날이 더 더워지고 있다고 하면. ‘7월 10일부터 8월 9일 최고 기온이 30도 미만인 날이 24일 이상일 경우’처럼 말도 안 되는 것일까요. 그래요. 아직은 날씨가 더워져서 에어컨 사용량이 늘어난 것인지, 에어컨을 많이 써서 날씨가 더 더워지는 것인지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처럼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름을 앞두고는 에어컨 장만하라고 부채질, 여름이 다 지나가고는 싸게 들여놓으라고 또 부채질. 이만하면 굳이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아도 왜 날이 갈수록 더워지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텐데. 아무튼. 잘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올 여름에 또 제사를 지내러 서울에 가면 에어컨 없이 음식 준비 해볼랍니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하셨던 것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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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8 13:14 2010/07/08 13:14

1.

‘떼법’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득달같이 달려들며 ‘떼’를 쓰는데 이건 당체 말이 통하질 않습니다. 그야말로 막무가내인 셈이지요. 틈만 나면 철거민들에게, 조합원들에게, 농민들에게 “떼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이들은. 숨바꼭질이라도 하는지, 통 볼 수가 없습니다. 아닙니다. 되레 상황을 즐기며 ‘떼법’을 부추기고 있고, 때는 이때다, 온갖 흠집 내기 기사들을 마구마구 쏟아내고 있습니다. ‘전교조 가입 교사가 많은 학교가 수능 성적이 떨어진다’는 유치한 주장에서부터 ‘전교조 소속이란 게 부끄럽다면 해체하던가 탈퇴하라’며 협박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2. 

한나라당 의원들이나 보수언론들이나 또 명단공개에 동참한 학사모나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지요. 바로 ‘알권리’. 쉽게 말해 어떤 선생님이 교총 소속인지, 전교조 조합원인지 알아야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이 ‘알권리’는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순위에 있다고. 또 선생님들의 생각이나 가치관까지 알아야 한다고 말이지요. 하지만요. 우리가 정작 알고 싶은 게 전교조 선생님이냐, 교총 선생님이냐, 인가요. 글쎄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내 아이가 학교에서 과연 선생님과 얼마나 소통하고 있는지, 아이의 발육과정에 대해 교사와 부모, 아이와 함께 얼마나 공감을 갖고 이해하고 함께 하려고 하는 지. 교육감에게 잘 보이려고 돈이나 찔러주고,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업체로부터 돈이나 받아먹는. 아이들에게 성추행을 가해놓고도 버젓이 다시 교단에 서는 교사들과 이를 묵인하는 이들. 전교조 조합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좋은 선생님일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전교조 조합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나쁜 선생님은 아니지요. 다만, 정말 다만, 알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3.

우리 사회에서 법이란 게 얼마나 작위적이고 편의적이고 권력중심적인지. 법을 잘 지켜야하느니, 우리나라는 법치국가(法治國家)라느니 따위의 말들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이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이 법이라는 것이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헌법적 가치들을 확장시키거나 혹은 보수(補修)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하고 가두어 두는 데 더 큰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해 통 가까이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집회․결사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가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라는 하위법률에 의해 제약당하고. 사상의 자유가 <국가보안법>에 의해 억압당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래서일까요. 누군가가 모 토론 방송에서 내뱉었던 “위법이냐 합법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참 묘하게도 들립니다. 그래도 그렇지요. 이놈의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참 넌덜머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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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6 18:45 2010/05/06 18:45

1.

처음 궁동 주말농장에서 5평 남짓한 밭을 빌렸을 땐. 작은 모종이 어느새 자라 토마토며 고추며 가지를 만들어내는 게 신기해 연신 사진만 찍어댔지요. 

 

삼천동 밭 100평을 임대해 모양새는 좀 나는 밭농사다운 밭농사를 했던 재작년엔. 사진만 찍던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 농사일지라는 걸 쓰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무엇을 심었고, 언제 무엇을 수확했는지 정리한 것이지요.

 

올해도 농사를 짓게 된 만천리 밭을 만난 작년엔. 무엇을 심고 무엇을 수확한 것에 덧붙여 밭에 나간 날만큼은 날씨까지 적으면서 나름 농사일지 다운 일지를 써보겠다고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 올해엔 재작년과 작년보다 더 꼼꼼히 적어야겠다, 마음을 먹습니다. 작물이 자라는 모양새에 절기의 변화에 따른 농사준비까지 말이지요. 이렇게 하나하나 기록을 하다보면 어떤 땅에서 어떤 게 잘 자라고, 어떤 날씨에 어떤 건 잘 안 되는지. 작물별로 그 특성들을 자연스레 알 수 있지 않을까요.

 

2.

궁동 주말농장에선 써 놓은 게 없으니 정확치는 않지만. 찍어 놓은 사진을 보니 4월 29일에 상추며, 고추 모종을 옮겨 심은 것 같구요. 춘천으로 와 처음 밭농사를 했던 재작년엔 4월 30일에 퇴비를 뿌리고, 5월 13일에 첫 모종을 심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엔 5월 7일에 감자를 시작으로 토마토, 가지, 오이, 애호박 등을 9일부턴 고추를 심었구요. 올해엔.

 

밭을 다시 구하고 어쩌고 하지는 않았다고 쳐도. 또 당장 뭘 심지는 않을 것이긴 하지만. 4월 7일에 퇴비를 뿌리고 엊그제 밭을 갈았는데도. 어찌된 게 빠르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으니요. 겨우 삼년 텃밭 수준의 농사짓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우습기도 하겠지만. 농사를 시작하는 날짜가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는 게 심상치가 않습니다. 

 

그리고 지난주엔 4월 초순 날씨라고는 믿기지 않게 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르기도 하고. 예년에 비해 많았던 겨울눈과 비, 그리고 꽃샘추위 때문에 일조량이 낮아 꽃 피는 시기가 작년에 비해 좀 느리다고는 하지만. 평년에 비하면 개나리며, 진달래, 벚꽃 등이 빠른 건 열흘까지도 빨리 폈다고 하니까요. 뭔가 좀 이상하긴 하지요.

 

3. 

여기저기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만든다고 토론회다, 책이다, 벌이고 펴내고 있습니다. 또 무슨무슨 센터를 만드네, 부처를 새로 신설하네, 분주합니다. 그리고 날씨가 변하면 가장 많은 영향을, 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농업분야에서도 이런저런 준비를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얘기들을 들어보고 있자니.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 해당했던 아열대 기후가 점차 충청도와 경기도로 확장될 것으로 예측”되니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품종개발과 농업용수 관리, 생산기술 개발 등이 절실하다”는 말들이 꽤나 많습니다. 그리고 그 말들 속에는 벼 이모작 확대, 난대성 및 아열대 과일 재배기술 보급, 아열대 채소류 적응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따라 나오고 있구요.

 

사실 강원도로 이사를 가자, 결정하게 된 데에는 앞으로 농사를 짓는데 딱 이다, 싶은 판단이 들어서였지요. 벌써 사과는 물론이고 포도까지 재배가 가능한 걸 보면. 비록 다른 지역에 비해 땅이 척박하고 산지 지형이라는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따뜻해지는 날씨 덕에 그동안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여러 작물들을 길러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던 겁니다.

 

물론 변화하는 기후에 발맞춰 새로운 작물을 심기도 하고 그러면서 적응력을 길러내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농업용수 관리라는 이유를 들어 자연스런 물길을 막거나 부러 곧게 펴는 것은 옳은 방향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갯벌을 메워 만든 새만금에, ‘녹색성장’이란 되도 않는 말을 갖다 붙이면서 농업부문 전진기지를 개발하자고 하는 건 그야말로 혹세무민일 뿐입니다.        

 

4. 

언제부터인가 날이 좀 추워진다 싶으면 그새 겨울이고, 풀린다 싶으면 금방 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봄, 가을이 짧아진 게지요. 또 눈이든 비든 내렸다하면 감당하지 못할 만큼 쏟아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송이다 언론에선 하루는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또 하루는 바로 이웃 동네에서 일어난 이상 기후 현상들을 토해내고 있지만. 

 

어느새 한여름엔 창문을 꽁꽁 닫아두고는 전기로 찬바람 만들고. 겨울엔 여름에나 입을 반팔 옷을 입으면서도 또 전기로 따뜻한 공기를 만들어내는 데 무척이나 익숙해져만 가고 있는 모습에. 

 

가만두면 스스로 정화하고 치유하는 강물에 삽을 들어 생채기를 내고. 기껏 발전 기업에 부과된 ‘신재생 에너지 할당’을 채워주려 또 갯벌을 막으려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곡물가격의 상승에 대비해 GMO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하자고 하는 이 나라 국책농업연구기관의 연구관이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빨라지는 봄을 걱정하는 건. 하늘을 보며 내일의 날씨를 점치고. 때를 맞춰 씨를 뿌리고 곡식을 거두는. 들판의 농부님네들만일런지요.

 

* 영종도, 용유도, 장봉도와 강화도 남부의 갯벌과 해류를 틀어막는 '인천만 조력발전소', 강화 본섬과 석모도, 서검도, 교동도를 북쪽으로 이어 역시 그 일대의 갯벌과 해류를 막는 세우는 '강화 조력발전소'가  2012년부터 전체 발전량의 10퍼센트'까지 이른바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는 '신재생 에너지 의무 할당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는데요. 벌금 액수가 상당해 발전 기업마다 태양력이니, 풍력, 소수력, 지력, 조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답니다. 이 때문에 여기저기 무분별한 '개발'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게 작금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입니다.

 

**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00416030004   4월 16일자 서울신문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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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6 17:40 2010/04/16 17:40

1.

어찌된 일인지 올 겨울엔 참 눈이 자주, 많이 내립니다. 여기가 강원도, 춘천이라 그런가 싶지만. 전부터 살았던 이들도 꽤나 오랜만에 눈 구경 한다고 하는 걸 보니. 좀 오긴 오는 가 봅니다.

 

옛날이야 눈이 많으면 그해 풍년이라며 눈 오는 걸 반겨했지만. 언제부터인지 어쩌다 한 번, 것도 함박눈은 통 구경하기 힘들만큼 눈 보기가 쉽지 않아졌을 뿐만 아니라. 길을 가득 메운 차들이 오도 가도 못하고 서 있는 게 싫어서인지. 요즘은 눈 내리는 걸 그닥 좋아하진 않는 것 같구요.

 

강남 길과 강북 길에 차별이 생기고. 달동네 고갯길은 차 다니는 길이 치워지고 나서야 손이 가고. 먹고 살기 바빠 아빠, 엄마 모두 일 나가야 하는데 눈 안 치운다고 100만원씩 벌금까지 내라고 하니. 며칠 전부터 풀리기 시작한 날씨에 아직까지도 녹지 않았던 뒷산 눈도 조금씩 지워지는 눈이 지저분하게 보이는 만큼 썩 좋지는 않네요. 그리고.

 

어떤 스키장은 오지 않는 눈을 일부러 만들어내다 지역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하고. 거의 모든 스키장엔 인공제설기가 갖춰져 있다는 데. 지금이야 눈이 꽤 오긴 하지만. 올 겨울 초만 하더라도 따뜻한 날씨 탓에 인공눈조차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소식도 있었고.

 

2.

막강한 재력과 인맥을 활용하면 삼수 도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도지사에서부터 유치위원회까지 앞장서며 ‘사면’ 운운하더니만. 결국엔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경영권 편법 승계과정에서 각종 불법행위를 자행한 자가 ‘사면’ 받은 게 엊그제였지요. 변호권도 없이 재판을 받다 지 애비를 죽였다는 억지 선고 받고, 차디찬 감방에 내던져진 이도 있는데 말이죠.

 

하여튼 이 ‘사면’ 받은 사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에 복귀했다고 여기저기서 난리도 아닙니다. ‘견인차’니 ‘청신호’니 ‘천군만마’니 ‘올인’이니 하며 마치 삼수에 성공한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는 이 범법자, 참 잘 풀어줬다, 경영에도 복귀해라, 아우성입니다. 게다가 이 작자, 기고만장했는지. 집안 행사에서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돼야한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거야 원. 기가 찰 노릇입니다요. 

 

하지만요. 대통령으로부터 ‘단독특별사면’까지 받은 이 범법자가 말이죠. 그 IOC 위원으로 복귀하건 맞긴 한데요. IOC윤리위원회가 지난달에 이미 IOC집행위원회에 ‘견책’과 ‘IOC 산하위원회에 참가할 권리를 5년간 중지할 것’을 권고했다고 하지요 아마. 그리고 IOC집행위원회는 이 권고를 따랐구요. 이유는 모라 더라. 별 관심도 없는 헌장과 강령이긴 하지만. 올림픽 헌장과 IOC 윤리강령에서 정한 윤리 원칙을 저버렸다나 어쨌다나요.

 

3.

몇 년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밤새 내린 함박눈에 발목까지 빠지고. 사람도 차도 엉금엉금. 서울 가는 기차는 세 시간을 연착하고. 아이들은 연신 눈싸움에, 비닐포대로 썰매를 타고.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하얗습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이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 이유가. 마음 한켠 눈도 오지 않는 나라에서 뭔 동계올림픽이더냐, 기계로 눈 만들어 스키타는 나라에서 뭔 국제행사더냐, 하는 생각 때문이었을까요. 억지말로 온 강을 헤쳐 놓고 있는 2MB이 말로 안 되는 이유를 들어가며 범죄자를 또 풀어주는 데 화가 나서 일까요. 아님 스포츠로 국민을 현혹하고 되도 않는 ‘통합’ 운운하는 게 영 마땅찮아서일까요.

 

가만 보니 돌아가는 꼴이 이래저래 또 이OO만 좋은 일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두 번이나 더 올림픽을 하고서야 열리게 되는 올림픽이 대체 뭔지 말이죠. 그나저나 올 겨울만치나 눈이 내리기나 하면 좋긴 하겠지만. 정부가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도 그렇고. 도대체 경각심이라고는 찾아볼래야 볼 수 없는 에너지 과소비의 향연을 보고 있자면. 괜한 걱정일까요. 벤쿠버도 눈이 안 와 전전긍긍한다는 뉴스가 있던데. 18년 후, 강원도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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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2 16:40 2010/02/12 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