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문을 나서면 곧 도서관으로 오르는 길이 시작됩니다>

아침나절에 첫물고추를 따왔습니다. 오후에 비가 온다는 얘기에 서둘러 나갔는데도 밭에 도착한 지 삼십분 남짓 됐을까요.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에 고작 한 이랑밖에 일을 하지 못했네요. 그래도 수확한 고추가 무려 7.3kg이나 된답니다. 첫물고추가 이 정도니 올 고추 농사, 잘 된 듯싶네요. 하지만 이제부터가 더 중요한데, 따가운 햇볕과 적당한 바람, 아무래도 하늘이 많이 도와줘야겠지요.

 

디지털시대입니다. 버스를 타도, 길을 걷다가도 손 안에 자그마한 단말기로 영화도 보고 메일도 확인하니 말입니다. 하기야 지금은 뭐, 이런 모습이 제법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은 그래도 가끔은 이 작은 기계로 책까지 읽는 걸 보고 있자면 놀라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아무리 디지털시대라고는 하지만 무릇 책장을 넘겨가며 읽어야 제 맛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써는 말입니다. 하지만 작년이었던가요. 60돌을 맞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가장 큰 화두가 전자책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성장세였다고 하니 조만간 열에 넷, 다섯은 종이책 대신 디지털기기를 들여다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오늘 아침엔 밭보단 도서관에 가려했었습니다. 평소에도 일주일에 두어 번, 저녁을 먹고 난 후나 졸음이 몰려오는 주말 오후쯤엔 으레 산책삼아 길을 나서 도서관에 들르곤 했었는데 지난주엔 무에 그리 바쁜 일이 많았는지 그러지를 못했거든요. 헌데 비가 온다는 소식에 밭엘 먼저 들렀던 것입니다. 그리고 점심때가 되긴 했지만 아직은 배가 그리 고프지도 않고 빗줄기도 굵지 않아 우산을 받쳐 들고 집을 나섭니다.

 

     

  <문을 지나면 갈림길인데요, 왼쪽은 제철 야생화가 오른쪽은 자작나무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자책은 대부분 ‘플래시 애니메이션’, ‘XML', 'PDF', 'iBOOK' 파일 형태로 제공된다고 하지요. 종이책에 비해 40-50% 수준으로 저렴한 가격에 인터넷만 연결되면 언제 어느 때고 다운 받아 편하게 읽을 수가 있으니 사실 매력덩이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종이책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서 더욱 많은 정보를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들은 저자와 독자들 간에 양방향 소통이 이루어짐에 따라 독서환경과 출판문화에 평등과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어찌 보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이런 방식의 읽기는 당연한 결과인 듯싶기도 하고, 이렇게라도 책을 가까이 하고 비록 가상공간이라 할지라도 서로 소통할 수만 있다면야 되려 좋은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기는 하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자책이 읽기의 즐거움을 오롯이 만끽할 수는 있을까요.   

 

                                                                                                                              <한여름에도 시원한 오솔길입니다>

10분 정도만 시간을 내면 답답한 아파트 숲을 벗어나 제철 한껏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며, 개미초가 반겨주는 오솔길을 걸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입니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 가는 길은 굳이 책을 보러 가지 않더라도 그저 산책삼아 걷기에도 제격입니다. 그래도 그렇게 나선 발걸음은 늘 책으로 둘러싸인 도서관으로 향하고는 하는데요. 아마도 그곳에서 풍겨오는, 오래된 책에서만 맡을 수 있는 특유의 냄새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사각사각, 고요함 속에 들리는 책장 넘기는 소리 또한 뿌리칠 수 없는 유혹입니다. 거기에다 발돋움을 해야 겨우 닿을 수 있는 곳에서 꺼내든 오래된 책 표지에 내려앉은 먼지들이며, 누군가 옮겨 적으려 끼어놓은 작은 종잇조각들을 발견할 때면 왠지 모를 설렘이 생겨나곤 한답니다. 또 때론 따뜻한 햇볕을 한가득 받으며 창가에 책을 베개 삼아 쪽잠을 자기도 하고, 마음을 나누는 이와 마주 앉아 몇 시간이고 눈과 책을 번갈아 마주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이는 전자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읽기가 갖는 또 다른 즐거움이지 싶습니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책 세 권을 빌렸습니다. 잭 런던의 <강철군화>, 김재호가 쓴 멕시코 여행기 <멕시코 일요일 2시>, 한길사에서 나온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 이렇게 세 권을 말입니다. 잭 런던의 <강철군화>는 10년도 전에 읽었기는 한데 하도 오래돼놔서 기억나는 내용이 없어 다시 읽어보려 꺼내들었구요. 1년에 한 권씩 모두 15년에 걸쳐 15권이 나왔다고 하는데 1년에 한 권씩만이라도 읽어볼까 해서 <로마인 이야기 1>을 빌렸답니다. 마지막으로 김재호씨의 책 <멕시코 일요일 2시>는 화장실에서 쉬엄쉬엄 읽기에 딱 좋을 것 같아 보였구요. 아무튼 그렇게 세 권의 책을 들고 도서관을 나서는데, 이런. 아까 집을 나왔을 때 보다 비가 더 세차게 내리고 있습니다. 곳에 따라 집중호우도 있을 거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비가 올려나 봅니다. 그래도 어떻습니까. 지난 번 장맛비에 고추 몇 주를 뽑아내기도 해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간만에 비오는 오솔길도 걸었고 재밌는 책도 세 권이나 빌렸으니. 이만하면 도서관 가는 길, 좋지 아니한가요.

 

<이제 도서관에 다와갑니다>

 

<누군가 급히 들어갔나 봅니다. 도서관 앞 의자에 종이컵만이 홀로 비를 다 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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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2 19:32 2009/08/12 19:32
첫째 날,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영동군 황간면에서 용산면까지(2006년 7월 29일)
 
일기예보로는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이제 한여름 무더위가 시작된다고 하던데, 수원에서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평택에 들어서자 제법 굵어지고 있다. 비옷이고 우산이고 어느 하나 준비하지 않았는데, 걱정이 앞선다. 다행이 대전을 지나면서부터는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있기는 한데, 비구름이 여전히 하늘을 덮고 있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황간에 도착하니 산허리에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고 굵지는 않지만 빗방울이 머리 위로 떨어진다. 서둘러 역사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저 멀리 민주지산에 걸린 비구름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어째 오늘은 해 구경하기 힘들 듯 하다. 그래도 빗줄기가 더 굵어지지 않는 게 고마울 뿐이다. 뜨거운 햇빛을 가리기 위해 준비해 온 모자로 대충 빗줄기는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월류봉을 지나 긴 오르막길(위)을 지나고 나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하늘이 맑아지는데 아예 덥다(아래)>
 
읍내를 벗어나자마자 오른편 저쪽에서부터 왼편 월류봉 아래로 제법 거센 흙탕물이 흐른다. 몇 주간 쉴 틈도 없이 내린 장맛비 때문 일게다. 들리는 소식에는 이곳에도 많은 비가 내렸고 곳곳에 산사태에 도로가 끊겼다고는 하는데, 우리가 걷는 이 길엔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비 때문인지, 원래 보수를 하려고 한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곳, 딱 한 곳을 지나쳤다.
 
월류봉을 지나니 곧 오르막길이다. 제법 긴 오르막길인데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쉬지 않고 내리는 비로 옷마저 축축해 무척 힘이 부친다. 게다가 지나는 차들은 길을 걷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 듯 물살을 일으키며 질주하고 있어 조금 걷다 갓길 저만치로 피하고, 조금 걷다 또 갓길로 저만치 피하고 하는 바람에 발걸음이 더디기만 한다.
 
고갯길을 넘고 나니 어느새 비가 그치고 먹구름 사이로 간간이 따가운 햇살이 머리를 비추는데 이건, 좀 전까지는 비 때문에 걸음이 늦어졌다면 이제는 햇빛 때문에 걸음이 늦어지는 꼴이다. 아무래도 잠시 쉬어가야겠다. 용암리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 잠시 배낭을 벗어 던지고는 어깨며, 발목을 번갈아 가며 주물러준다.
 
황간을 출발한지 두 시간이 조금 넘어 용암 삼거리에서 514번 지방도로로 바꿔 탄다. 오늘은 옥천군 청산면까지 가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는데 아무래도 이 속도라면 다 못 갈 듯 싶다. 큰일이다. 황간면에서 청산면까지는 하루 밤 쉬어 갈만한 곳을 전혀 찾아볼 수 없으니. 그런데도 이상스레 몸이 무거울 뿐만 아니라 발걸음마저 더디기만 한다.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쉬어가면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결국 용산면소재지에서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한다. 혹 근처에 민박집이 있을까 해서 이리저리 전화도 돌려보지만 마땅히 쉴 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대신 저녁이나 해결할까, 중국집에 들어선다. 하지만 허기진 뱃속과는 달리 잠자리 걱정 때문인지 자장면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른다. 어쩔 수 없다. 영동이나 옥천으로 나가는 수밖에. 이리저리 재고자시고 없이 가장 먼저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니 영동으로 나가는 차다.
 
둘째 날, 옥천군으로 넘어와 청산면까지(2006년 7월 30일)
 
용산행 첫 차가 5시 50인데 아침에 눈을 뜨니 5시 20분이다. 세면은커녕 서둘러 옷만 갈아입고는 버스정류장으로 허겁지겁 달려간다. 이른 아침인데다 일요일 이어서인지 오가는 차도 없고 버스를 타는 사람도 우리 둘 이외에 딱 두 명이 더 있었을 뿐이다. 어제는 30분이 조금 넘게 걸린 길을 오늘은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용산에 당도하니 사방이 자욱한 안개다. 물가 쪽에는 물안개가 자욱이 피어오르고 있고 산허리 쪽에도 안개가 자욱하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날씨가 우리의 여행을 도와주지 않는 듯하다. 발걸음이 계속 무겁다. 게다가 용산을 벗어나자마자 시작되는 길이 국도라 오가는 차량도 많아 불편하기 짝이 없다.
 
법화리에서 한 번 쉬고 나니 고갯길이고, 고갯길 정상에 오르니 옥천군이다. 멀리 ‘인삼의 고향 옥천’이라는 커다란 입간판이 보이는데 아니나 다를까 열 번째 여행 내내 길 양옆으로 짙은 포도향을 내던 포도송이들 대신 이번엔 끝없는 인삼밭이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내리막길에, 빨갛게 핀 인삼 꽃구경에, 오랜만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당초 10시 이후에는 걷지 않기로 했지만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벌써부터 땅 밑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보통이 아니다. 간간이 구름들이 햇빛을 가려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머리 위로 내리쬐는 따가운 햇살에,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등 뒤로 땀이 ‘주르륵’ 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출발하기 전 준비했던 물마저 바닥이다. 또 마을은 보이지도 않는다. 조금 걷고 그늘에서 쉬고, 또 조금 걷고 그늘에서 쉬고 하니 시간만은 잘도 가는데 진도는 나가지 않는다. 조금 더 지나면 정말 땡볕 속에서 걸어야 할 텐데.
 
예정대로라면 어제 밤 하루 쉬어가야 했을 청산면에 도착하니 9시다. 일단 아침은 먹어야겠는데 더 걸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벌써부터 한여름 찜통인데다 온 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라 그렇다. 아무래도 더 이상은 걷는 게 무리다. 다행히 버스 시간이 잘 맞아 떨어져 시간 낭비 없이 청산에서 영동으로, 영동에서 서울로, 또 무더위를 피해 쉬이 올라올 수 있다.
 
* 열한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 첫째 날 : 영동군 황간면에서 용산면까지 약 12km. 걸은 시간 3시간.
- 둘째 날 : 영동군 용산면에서 옥천군 청산면까지 약 11km. 걸은 시간 어제와 마찬가지로 약 3시간.
 
* 가고, 오고
영등포에서 황간까지는 12시 29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했다. 옥천군 청산면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보은이나 영동 쪽으로 나와야 하는데, 우리는 영동으로 나왔다. 다행이 버스 시간이 잘 맞아서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으나 아무래도 사전 버스 시간 확인은 필수인 것 같다.
 
* 잠잘 곳
황간에서 당초 머물려고 했던 옥천군 청산면까지는 거의 숙박할 만한 곳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우리가 첫날 도착했던 용산면에는 허름한 여관이 하나 있을 뿐이다. 대신 음식점은 곳곳에 꽤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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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1 16:02 2009/08/11 16:02

감자 수확

from 09년 만천리 2009/08/09 22:23

<크기는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겨우 반 이랑만을 캐냈는데도 박스가 가득 찬다>

 

감자 수확 - 둘째 날(8월 3일/맑음 21-27도)

 

겨우 이틀째 감자를 수확했는데 베란다가 꽉 찼다. 감자를 오래 보관하려면 햇볕에 한 이틀 정도 내놓은 다음 서늘한 곳에 놓아야 한다기에 베란다에 늘어놓았는데 그새 놓을 데가 없다. 이제 한 이랑을 파냈고 다섯 이랑이 더 남았으니 아무래도 감자를 어찌 처리해야 할 지 빨리 알아봐야겠다. 중곡동이며, 의정부, 김해로 한 상자씩 보낸다 해도 지금 대로라면 적어도 두 상자는 더 넘게 남을 듯하다.

 

콩 밭 김매기(8월 4일/무더움 20-31도)

 

콩 심은 곳은 두 번이나 김매기를 해줘서인지 그닥 신경을 쓰지 않았어도 풀로 엉망이 되지 않았다. 다행이지 싶다. 이 바쁜 와중에 콩 밭까지 김매기를 했다면 정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니 말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감자 수확 와중에 콩 밭을 들여다보니 고랑에 풀이 허리만큼 자라 있다. 해서 엊그제부터 한 시간은 감자 캐내고 한 시간은 콩 밭 김매기하고 마지막으로 한 시간은 고추 밭 정리를 한다.

 

모라꼿(8월 7일/흐림 20-31도)

 

어제 밤, 이틀을 또 서울에서 보내고 춘천으로 돌아오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태국어로 에머랄드를 뜻하는 태풍 모라꼿의 영향이다. 국지적으로 집중호우를 대비하라고 하던데 다행히 아침에 눈을 뜨니 구름이 많고 흐리기는 하나 비가 쏟아질 것 같진 않다.

 

7월 초부터 매일 적게는 두어 개에서 많게는 예닐곱 개까지 열매를 맺어줬던 참외와 역시 많게는 비닐로 한 봉지 이상을 딸 수 있었던 방울토마토 심은 곳에 풀이 잔뜩 이다. 월요일쯤 여기저기 감자를 보내려 생각하고 감자 캘 생각으로 나왔는데 이 꼴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겠다. 해서 감자 캘 호미가 참외, 방울토마토 심은 곳으로 향한다.

 

두 시간 가까이 땀을 뻘뻘 흘리며 풀을 다 뽑아주고 참깨 심은 곳까지 김매기를 하니 바지까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저녁 먹을 때가 지났으니 배가 고프고, 배가 고픈 건 토마토를 따 먹고 참외를 깎아 먹으면 된다지만 땀으로 젖은 옷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 서둘러 땀이 식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감자 수확 - 셋째 날(8월 9일/무더움 23-33도)


어제는 모라꼿의 영향으로 소나기가 간간이 내렸다.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바쁜 가운데 하루를 쉬게 됐다. 며칠 전 병들어 죽은 고추 밭에 또 고추 몇 주가 시들시들해 뽑아도 줘야 하고, 비 내린 후면 부쩍 풀이 자라나는 고구마 밭도 김매기를 해줘야 하고, 또 캐다 만 감자도 캐내야 하는데 말이다. 

 

아침부터 마음은 벌써 밭에 가 있지만 올 들어 가장 무더운 날이라는 게 실감나듯 내려쬐는 햇볕 때문에 감히 나설지 못한다. 결국 5시가 넘어서야 겨우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으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하다. 서둘러 감자 반 이랑 정도 캐내고 제일 급한 고추 밭 정리에 나선다. 일단 아래부터 타들어가듯 죽은 고추는 떼 내고 바짝 마르고 시들해지긴 했지만 빨갛게 된 고추는 따로 봉지에 담아둔다.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한 번 햇볕에 말려볼까 해서 말이다.

 

감자를 반 이랑 조금 넘게 캐냈는데도 가지고 간 10kg짜리 쌀 포대가 반 넘게 찬다. 힘겹게 자전거 뒤 짐받이에 실고 출발하려니 무게가 심상치 않다. 게다가 무거워 바람이 빠진 건지, 펑크가 나서 바람이 빠진 건지 바퀴에 바람이 잔뜩 빠져 있다. 아무래도 집에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겠다. 

 

<씨감자 하나 심은 곳에 알감자 조림 하기 딱 좋은 것부터 꽤 씨알이 굵은 것까지 다양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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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9 22:23 2009/08/0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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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저병??

from 09년 만천리 2009/08/07 15:52

허리까지 자란 콩(7월 28일/흐림 21-28도)

 

어제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다녀와서인지 꽤나 늦은 시간에 일어나고 말았다. 덕분에 늦잠을 자긴 했지만 점심 먹고 나서부터 죽 안절부절 못한다. 가뜩이나 일이 밀려있는데 날씨까지 오락가락, 어찌해야 하나 갈팡질팡 이다.

 

결국 5시가 다 돼서야 급한 것만 하고 오자, 며 자전거에 오르는데 막상 밭에 도착하니 그게 쉽지가 않다. 허리까지 자란 콩 밭 김매기에, 이제 막 줄기를 뻗어내고 있는 고구마 밭 제초 작업까지 해 질 때까지 일이다.

 

맑은 하늘(7월 29일/무더움 20-31도)

 

장맛비가 그치고 나니 무더위가 기승이다.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데, 이런 날씨에 밭에 가면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그래도 엊그제부터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데다 맑고 높은 하늘이 보여 가만 앉아 있으면 기분만은 좋다. 해질녘 잠시 밭에 나가 고구마 심은 곳 김매기 쬐끔하고는 참외를 또 한 바구니 담아 온다.   

 

탄저병??(7월 30일/무더움 20-32도)

 

고추 몇 주가 죽어 뽑아내고 말았다. 아래쪽 빨갛게 된 고추부터 시작해서 위쪽 고추까지 마치 타들어 간 것처럼 죽어간 것이다. 아무래도 죽어 가는 모양새를 보니 탄저병이 아닌 가 싶다. 연작을 하거나 고온다습하면서 비가 많이 오는 경우 발생한다고 하던 데. 이, 삼주 장맛비가 퍼붓듯 내리고 난 후 급격하게 기온이 오른 탓인지, 고추 심은 곳이 작년에도 고추를 심었던 곳이었던 게 이유인지 확실치는 않다. 아무튼, 이유야 뭐든 간에 탄저병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병이 더 번지기 전에 서둘러 목초액이라도 희석해서 뿌려줘야겠다.

 

          

 

 

감자수확 - 첫째 날(8월 1일/무더움 22-30도)

 

5월 7일과 8일에 감자를 심었으니 이제 감자를 수확할 때다. 물론 2주 전쯤인가부터 조금씩 감자를 캐서 삶아 먹기도 하고 된장국에 넣어 먹기도 하고 해서 감자 맛을 보기는 했다. 이제 강원도 감자 맛을 본격적으로 볼 수 있는 게다.

 

감자 심은 이랑이 모두 6개가 넘으니 한 번에 다 캐내기는 어렵다. 혼자 일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보니 한 번에 감자를 실을 수 있는 양이 한도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 해서 조금씩 수확해 집으로 옮겨야하는데, 오늘만 반 이랑 정도를 캐냈는데도 자전거 뒤 짐받이가 넘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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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7 15:52 2009/08/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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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무주군 설천면에서 민주지산 아래 조동리 산촌마을까지(2006년 7월 1일)

 

중독이다. 장마전선이 북상하고 주말에는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사나흘 전부터 있었고, 오늘 아침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보고서도 기차에 앉아 있는 걸 보니. 이젠 연휴나 휴가만이 아니라 주말만 다가오면 부쩍 마음이 동하고, 몸이 근질근질하니.

 

천안역을 지나면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대전역을 지나니 제법 굵어진다. 당연 비옷과 우산을 준비했고, 비가 오더라도 ‘오늘은 무조건 걷자’며 나섰지만 그래도 걱정이다. 영동역에 내리니 이건 굵은 정도가 아니라 장대비고, 우산을 펼쳐들었지만 금세 옷이 다 젖는다. 늦은 점심도 해결할 겸 역 앞 분식집에 들어가니 무주로 가는 버스 시간이 바로 코앞이다. 허겁지겁 깁밥 몇 줄 집어 들고는 버스에 오른다.

 

무주에서 한 번 더 버스를 갈아타고 설천에 도착하니 다행히 빗줄기가 조금은 가늘어졌다. 비옷을 걸치고 길을 나서니 걱정보다는 되려 ‘시원하다’.

 

설천을 출발한지 30여분 만에 충청북도로 들어선다. 일곱 번째 여행에서 전라북도로 넘어와 다시 여덟 번째 여행부터는 경상남도의 길을 걸었는데 이제 열 번째 여행에서 충청북도에 발을 디딘 것이다. 다시 쏟아지는 빗줄기에 옷이며 신발까지 다 젖었지만 서로 안아주며 다독인다.

 

맑은 날이었다면 민주지산을 바라보고 걸었을 텐데 지금은 세찬 빗줄기 너머 산허리 구름만 보일 뿐이다. 그래도 지나는 차하나 없어 길을 전세 낸 마냥 걸으며 목청 높여 노래도 불러본다.

 

민주지산 아래 산촌마을로 유명한 조동리에 도착하니 아직 해가 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시간이 넘게 빗속을 걸은 덕에 속옷까지는 아니지만 신발이며, 바지 등이 축축이 젖어 서둘러 민박집을 정한다. 주인 아주머니가 손수 해주신 맛난 저녁을 먹고 나니 어둑어둑하다. 들어설 때는 꽤나 넓은 방인 거 같았는데 두 짝의 젖은 신발 속에 신문지를 한 줌씩 말아 넣고, 두 짝의 위, 아래 젖은 옷가지들을 방바닥에 죽 펼쳐 늘어놓으니, 겨우 둘이 나란히 누울 수 있는 자리만 남는다. 내일은 비가 그쳐야하는데.

 

<저 오솔길 아래가 하룻밤 묵어갔던 조동리 산촌마을이다>

 

둘째 날, 해발 800m 도마령을 넘어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호두나무를 따라 황간까지(2006년 7월 2일)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신발도 뽀송뽀송 말랐고, 비도 그친 데다 길은 오르막이지만 맑은 주위 풍경에 몸과 마음 모두 가뿐했으니. 헌데 오르막길을 30여분 올랐을까?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더니 이내 장대비가 내린다. 버스정류장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데 마치 우리를 유혹이라도 하듯 몇 시간에 한 대씩 온다는 시내버스가 저 아래서 올라온다. 어쩔까. 비가 그치기를 기다릴까.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까. 어제 일기예보는 오전까지만 오고 그친다고 하던데.

 

우리 앞에 서 있었던 버스가 저만치 고갯길을 내려 보이지 않지만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 다시 길을 나선다. 비가 그치지는 않았지만 버스도 떠난 마당에 언제까지 이곳에 머물러 있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굽이굽이 해발 800m에 자리 잡고 있는 도마령을 향해 한참을 오르니 비구름 속으로 들어와서인지 비는 그치고 안개가 잔뜩 긴 것 마냥 바로 코 앞 길마저 분간하기 힘들다. 날이 좋았다면 멀리 어제 지나온 길들과 포도밭이 발아래 펼쳐질 텐데, 것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아쉽다.

 

도마령을 넘어 산 아래로 조금씩 내려오니 구름 아래라 그런지 또 비가 내린다. 어설프게 구름 중간에 있느니 아예 구름 속으로 들어가던가 저만치 구름 아래에 있던가 해야 할 듯하다. 해서 발걸음을 빨리 해 산 아래로 내려간다. 얄궂은 이름의 고자리를 지나 고자천을 따라.

 

 

<도마령을 힘겹게 넘으니 하루종일 걸어야 겨우 차 한, 두대 지나가는 호젓한 길을 만나게 된다>

 

논이 조금씩 있는 걸 보니 산 아래로 많이 내려온 듯하다. 헌데 어째 지나는 마을마다 가게 하나 보이지를 않고 쉬어 갈만한 곳도 보이지 않는다. 버스 정류장도 어제 넘어온 길보다 더 뜨문뜨문 있고 지나는 차도 없다시피 하다. 게다가 4시간이 넘게 걸었는데도 아직 골짜기에 있는 듯한 느낌이고 산을 돌아서면 너른 들이 보이겠거니 하며 많은 산을 돌아섰는데도 또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아직 다 여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실컷 포도와 호도도 구경하고, 깊은 산세를 느낄 수 있기에 힘든지 모른다.

 

1시가 넘어서야 상촌면 면소재지에 도착했다. 그 사이 비는 그쳤고 구름 사이로 간간이 따가운 햇볕이 비치는 가운데 5시간이 넘게 걸으면서 발을 뻗으며 쉬지 못한지라 몸이 천근만근이다. 그래도 뜨거워서 시원한 올갱이국밥과 차가워서 시원한 냉콩국수로 배를 채우고는 파출소 옆 쉼터에서 한참을 쉬고 나니 살 것 같다.

 

구름 사이로 자꾸만 얼굴을 내미는 해를 피해 그렇게 3시까지 쉬다 다시 길을 나선다. 하지만 도마령 넘어 딱 한 번 밖에 보지 못하고 있는 이정표 때문에 길을 걷는 게 여간 지루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얼마나 가야 황간인지, 얼마나 걸어왔는지 알 수 없는 데다 가지고 있는 지도마저 그 거리를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까짓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야 이정표 없어도 몇 킬로미터는 금방 이겠지만 걷는 이들에게는 한나절이고, 배려가 아쉬울 뿐이다.

 

황간을 바로 코앞에 두고 다시 소나기를 만났는데, 어제오늘 함께 한 비옷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거의 뛰다시피 해서 터미널에 겨우 도착하니 길 위에 퍼붓듯이 쏟아지는 비가 오히려 시원하다.

 

* 열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 첫째 날 : 무주군 설천면 사무소에서 민주지산 바로 아래 충청북도 영동군 조동리 산촌마을까지 약 10km. 걸은 시간 2시간 30분.

- 둘째 날 : 조동리에서 끝없는 포도밭과 호두나무를 따라 황간까지 49번 지방도로를 따라 약 32km. 걸은 시간 8시간 40분.

 

* 가고, 오고

영등포에서 무주군 설천면까지는 기차와 두 차례의 버스 갈아타기 끝에 도착할 수 있다. 영동역까지는 열차편이 금방금방 있어 쉬이 갈 수 있으나 영동에서 무주, 무주에서 설천으로의 이동은 버스시간이 거의 한 시간 간격이어서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미리미리 준비를 잘 해두어야 한다. 황간에서는 구미발 강남터미널행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오후 1시 30분과 저녁 8시 달랑 하루 두 차례밖에 없는 기차보다 편하다.

 

* 잠잘 곳

도마령을 넘기 전에는 조동리 산촌마을과 민주지산 휴양림 인근에 민박을 쉬이 구할 수 있으나 음식점은 민박집에 부탁을 해야 한다. 조동리에서 도마령을 넘어 황간까지는 상촌면과 매곡면 면소재지를 제외하고는 음식점은커녕 슈퍼하나 찾아볼 수 없다. 하니 조동리에서 출발한다면 그곳에서 간식과 물 등을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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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30 21:45 2009/07/30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