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

from 09년 만천리 2009/09/14 14:21

가는 날이 장날(9월 7일/흐리고 비 19-24도)

 

얼마 전 뿌렸던 씨가 싹을 냈다. 씨를 뿌리고 비가 통 오질 않아 걱정을 했는데 싹을 낸 것이다. 때 아닌 가을가뭄인가. 아직 땅이 갈라질 만큼은 아니지만 바짝 마른 게 영 마음에 걸린다. 해서 배추며, 무, 싹을 낸 열무, 아욱 등에 물을 길어 주는데, 이런 잔뜩 흐린 날씨가 오후 들어서는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가는 날이 장날인가 보다.   

 

또 빨간 고추 따기(9월 11일/흐림 14-23도)

 

아무래도 이번 고추 수확이 마지막일 듯한데. 아직은 낮 기온이 27, 8도를 오르내리지만 아침, 저녁으로 부는 찬바람이 고추를 더 빨갛게 하긴 역부족일 것 같기 때문이다. 이미 두 번째 태양초를 만들었기는 하지만. 더 빨간 고추를 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니 전체가 병에 걸린 고추대도 아쉬워 한 번 더 보게 된다. 하나라도 더 건지기 위해서다. 고추를 수확할 때면 어김없이 모기에 여기저기 뜯기기는 하지만 두 시간 넘게 쉬지도 않고 열심히 따낸다. 

 

         

<며칠 전  씨를 뿌렸던 열무와 아욱에서 싹이 났다. 오른쪽이 열무 왼쪽이 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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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4 14:21 2009/09/1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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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 전이었지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라던 나로호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 뒤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대기권에서 소멸됐던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 이 나로호가 발사됐을 때만해도 성공에 대한 자축의 박수가 연신 터져 나오고, 또 곧이어 나로호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하다 결국엔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타 버렸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것 참 고소하다, 는 생각만 들었었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절반의 성공’에 안타까워하는 데. 무슨 심보인지 연신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고 있으니 대체 뭐 때문일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2. 
공존(共存):
명사 ① 함께 존재함
         ② 함께 도우며 살아감
공생(共生):
명사 ① 공동의 운명 아래 함께 삶
         ② (생) 종류가 다른 두 생물이 한 곳에서 서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공동생활을 하는 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 중에는 그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같은 뜻인 것처럼 혼용해서 사용하는 것들이 꽤나 있습니다. 공존과 공생도 그러하지요.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공존은 함께 도우며 살아감, 공생은 공동의 운명 아래 함께 삶,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얼핏 보면 그게 그 말 같고 그 뜻이 그 뜻 같은데. 혹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반핵, 반원자력 활동가로 알려진 다카기 진자부로는 에콜로지라는, ‘자연을 제어, 지배,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으로서 향상시키고 자유를 확대시킨다는 이른바 합리주의적 사상, 사실은 실리적인 자연 이용의 사상 이상으로 인간중심주의의 자연관’을 대신하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 속에서 이 두 말의 의미를 설명하는데요.
 
에콜로지는 “지구 생태계는, 다양한 생물이 놀라울 만큼 정교한 공존관계를 맺음으로써 이루어진다. 우리가 직면한 모든 위기는 대부분 이 공존관계를 인간이 파괴하고 있는 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인간 중심의 입장에서 벗어나 인간도 자연계의 일원으로,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가자”는 의미를 지닌 다고 합니다. 결국 ‘자연과의 공존’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죠.    
 
하지만 이 지점에서 다카기는 ‘자연과의 공존’이 지닌 애매한 입장에서 한 발 앞으로 나아가 ‘자연과의 공생’을 얘기합니다. 즉 인간과 자연을 대치시키고 나서 조화나 공존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전체 내에서 인간을 상대화하는, 오히려 자연 속에서 사는 것 자체가 인간의 주체성이라는 점을 말입니다. 인간에게 최고의 원리였던 이성보다도 더 높은 차원의 원리로서 자연의 영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어떤가요. 이쯤 되면 공존과 공생의 의미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지 않나요. 
 
3.
‘우주시대’, ‘우주개발’, ‘우주강국’
나로호가 발사되기 전부터, 아니 개발 단계에서부터 우리 언론들은 이런 수식어들을 붙여댔습니다. 우주 역시 인간을 위해 이용되는 수단으로 밖에 인식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기사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우주개발을 체계적으로 진흥하고 우주물체를 효율적으로 이용·관리하도록 함으로써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과 과학적 탐사를 촉진하여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우주개발진흥법>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지나갔을 겁니다. 우주발사체 개발을 주도하는 정부의 시각조차 이러한데 자신의 정체성을 시시각각 바꾸는 우리 언론들에게서 뭘 더 바랄까요.
 
그래요. 솔직히 처음엔 MB정부 때 이런 일이 생겨서 그저 고소하단 생각만 했었습니다. 발사체가 성공하게 되면 고스란히 자신의 치적으로 생색낼 게 뻔 한 그림이었잖아요. 그런데 말이죠. 공존과 공생의 미묘한 차이를 깨닫게 해 준 이 책, 벌써 10년도 전에 쓰인 <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읽고 나니 그저 고소하다고만 생각했던 게 너무 한심해지는 거 있죠. 
 
공존이냐 공생이냐, 지금부터 다시 고민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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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1 20:25 2009/09/11 20:25

1.

지난주에는 통 밭에 갈 시간이 나질 않더군요. 엊그제였던 아버님 기일이라고 해봐야 특별히 제사 음식 준비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아침 일찍 성당에 나가 연미사를 하는 게 전부였는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의정부에서 김해에서 식구들이 오니, 원님 덕에 나발 분다고. 그 덕에 이틀을 집에서 푹 쉬었답니다.

 

그리고 또 병이란 게 으레 느닷없이 닥치기는 해도 한 번은 119 구급차에 실려. 또 한 번은, 예전 같았으면 집에서 그냥 쉬었을 텐데. 다섯 살배기 조카 놈이 걱정돼 병원 문을 두드렸답니다. 결국 이래저래 병원에 들락날락, 또 사흘을 보냈으니. 지난주에 심어 놓은 김장 무며, 배추가 잘 자라는지 어디 들여다볼 시간이 있었겠습니까.

 

2. 

식구들이 다들 돌아간 어제 저녁, 월요일부턴 밭엘 나가봐야겠단 생각으로 일기예보를 보러 인터넷에 접속했는데. 이런, 유독 눈에 들어오는 신문 기사 하나가 있더군요. 하기사 요새 하도 여기저기서 플루, 신종플루 하고 있으니,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다들 이 기사를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강남구의 신종인플루엔자 확진 환자 수가 강북구에 비해 10배가 많다고 하네요. 강남구의 인구가 56만 명이고, 강북구의 인구가 34만 명인데. 아무리 인구 차를 감안하다고 해도 121명 대 12명은 좀 심한 거 아닙니까. 강남구와 인접한 서초구와 송파구, 강북지역의 은평구와 도봉구도 사정은 비슷하답니다.

 

기사에 따르면, 아니 ‘신종플루도 양극화…확진 환자, 강남이 강북의 '10배' - 해외여행․어학연수 많은 강남, 초기감염률 높아’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이 기사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강남 지역의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하거나 해외체류를 하다 감염된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얘기를 전하는 투로 신종플루를 일종의 '부자병'이라고 진단하고 있구요. 또 보건소 관계자와 병원장의 입을 빌려 이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돈’ 많은 이들이 신종인플루엔자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환자도 늘 수밖에 없다는 애기인 거지요.     

                                                                                                                
3. 

원체 감기에 잘 걸리는데다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자 열도 나고 목도 칼칼한 게. 여지없이 또 걸렸구나, 싶었습니다. 헌데 워낙 주변에서 호들갑들을 떨어야지요. 그리고 학교에도 확진 환자가 생겨 이틀을 휴교하니 살짝 의심을 했답니다. 그래도 건강한 성인일 경우 독감과 같이 지나간다기에 그냥 푹 쉬려고 했습니다. 아버님 제사에 맞춰 멀리서 올라 온 조카만 아니었다면 말이죠. 그리고 어머님 걱정도 이만저만 아니었답니다.

 

그래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며칠 전 119 구급차에 실려와 진료를 받기도 했던 모 대학 종합병원으로 갔습니다. 집 근처 모 종합병원에서 1시간 가까이 컨테이너 진료소에서 기다리다 신종플루 때문에 발열이 있는 건지, 얼마 전 진료 받은 것 때문에 발열이 있는 건지 잘 모르겠으니 그 병원으로 가보라는 황당한 말에 씩씩 화를 내면서 말이죠. (발열과 호흡기 증세가 있어 확진 검사를 받으러 갔으니 일단 검사를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쩝. 아무튼)

 

입구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이 꽤나 많더군요. 하지만 모두가 신종플루 검사를 받으러 온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예방 차원에서 쓴 이도 있겠고, 또 병원에서 일하는 이들은 아무래도 감염된 이와 접촉할 기회가 많을 테니 당연 그리하겠지요. 또 아무튼.

 

접수를 하고 간단한 문진표를 작성하는데 간호사가 체온을 재며 안내문을 보여주며. 신종플루 감염 여부를 확진하는 검사가 두 종류. 2만원이 조금 넘는 검사는 15분 이내에 결과를 알 수 있으나 정확도는 50% 내외. 12만원이 넘는 건 정확도는 90% 이상으로 시간은 조금 더 걸린다. 어찌하겠냐, 는 겁니다. 나 원.

 

뭘 어쩌겠습니까. 검사도 하기 전에 진찰료 명목으로 만 몇 천원을 선불로 낸 상황에서 뭔 돈이 또 있다고. 당연 2만 원 짜리를 해야죠. 

 

4.

신종인플루엔자 확진 환자 수가 6천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망자는, 엊그제 죽은 70대 노인의 경우 신종플루가 원인이 아니라고 판정됐으니 모두 3명이네요. 이미 세계보건기구가 최고 경보단계인 ‘대유행(pandemic)’으로 규정짓고 있는 상황이고. 우리 보건당국의 경우 9월 말 혹은 10월께 확산 상황을 보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발족할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신종플루 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격상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하니 아무래도 심각하긴 심각한 상황인가 봅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돌아온 후에 안 거지만, 50% 내외의 정확도를 보인다고 하는 그 2만 원짜리 검사 말입니다. 그거 병원에서 했던 말과는 달리 신종인플루엔자 검사가 아니라 인플루엔자 항원 검사일 가능성이 크네요. 해서 결과가 양성으로 나왔다고 해도 신종 플루인지, 일반 계절 독감인지 구분할 수 없었을 테고. 이런, ‘돈’ 아끼려다 결국 헛돈만 쓴 거 아닐까요. 

 

사실 신종플루가 급격하게 확산되는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병원에 따라서 차이가 조금 있긴 하지만 최소 12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까지 내야했던, 확진판정을 받아야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한마디로 비용이 문제였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확진 검사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는데요. 한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신종플루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가운데 30% 가량은 비용 문제로 확진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강남지역에 신종플루 확진 환자가 강북에 비해 많다는 것. 그래요. 그 기사에 나온 것처럼 해외에 체류하거나 해외여행을 많이 한 탓에 신종플루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많다는 건 이해하겠어요. 하지만 말이죠. 최하 10만원이 드는 확진 검사 비용에 발길을 돌려야 하는 사람들, 아이들 과외 시킬 돈이 없어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 또 부모가 모두 돈을 벌어야 하기에 유치원에,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 외떨어진 곳에 홀로 집을 지키는 독거노인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겠습니까. 그리도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 됐다는 사실도 모른 체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을까요.

 

그래요. 결국 문제는 이래저래 또 ‘돈’이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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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9 10:29 2009/09/09 10:29

풀천지

from 09년 만천리 2009/09/07 14:48

풀천지(9월 2일/맑음 14-28도)

 

딱 일주일 만에 밭에 나갔더니 온통 풀천지다. 그 동안 비가 이틀 정도 오기도 했지만 갑작스레 응급실로, 게다가 하루 입원까지 하는 바람에 그리됐는데.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도 하고 해서 이렇게까지는 아니겠지 했건만. 막상 풀로 뒤덮인 밭을 보니 심란하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데. 우선 퇴비를 넣어둔 곳에 이랑 만들기부터 한다. 가을 채소를 심어야 하는데 퇴비만 넣고 이태까지 방치했기 때문이다.

 

10여분 만에 이랑 하나를 후딱 만들고는 호미와 낫을 들고 고구마 밭으로 뛰어든다. 다행이도 고구마 줄기가 잘 뻗어 나와 다른 데 보다는 좀 낫긴 하다. 그래도 줄기 사이사이로 삐죽삐죽 나온 풀을 일일이 호미로 뽑아내야 하니 쉽지만은 않다. 또 땀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모기들 때문에 괜히 짜증까지 난다.

 

땀도 식힐 겸 그동안 손대지 못했던 가지며, 토마토며, 깻잎이며, 치커리 등을 수북이 따는데. 그새 해도 짧아졌는지 어둑어둑하다. 서둘러 자전거에 오르는데. 오랜만에 저녁 밥상이 풍성할 걸 생각하니 입에 침이 고인다.  

 

                       

   <씨앗을 심은 무는 싹이 텃고 모종을 사다 심은 배추는 벌레가 여기저기를 뜯어 먹긴 했어도 잘 자란다>

 

가을 채소(9월 3일/맑음 14-28도)

 

해 뜨기 전과 해 지기 전 날씨만 보면 영락없는 가을 날씨다. 선선한 바람도 바람이거니와 15도를 넘지 않는 기온으로 이젠 덥지 않겠다, 싶다. 하지만 정오를 기준으로 언제 그랬냐 싶게 햇볕이 따가워 아직은 조심해야 한다.

 

아침 일찍 옥상에 고추를 널어놓고는 서둘러 밭으로 나간다. 조금만 지체하면 금방 더워지기도 하겠지만 오늘처럼 맑은 날은 뭐를 심어도 좋은 날씨기 때문이다. 물론 내일이나 모래 쯤 비가 온다면 금상첨화겠지만.

 

봄에는 아욱이며, 근대, 열무, 시금치까지 많은 채소를 심었었다. 하지만 무에 그리 바쁜 일이 많았는지 열무는 키워놓기만 하고 맛도 못 봤다. 또 아욱이며 근대는 언제 수확을 해야 하는지 몰라 허둥대다 결국 제 손으로 뽑아내야 했다. 이래서야 어디, 초보 농부 티 팍팍 내는 거 아닐까.

 

해서 가을 채소는 이것저것 심지 않기로 했다. 김장 무와 배추는 이미 심었으니 열무 조금하고, 상추, 아욱, 치커리. 이 정도면 족하다. 다만 이번엔 때를 놓치지 말아야지.

 

* 감자 수확량 - 11.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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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7 14:48 2009/09/0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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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초

from 09년 만천리 2009/09/01 19:26

감자 수확 - 다섯째 날(8월 24일/무더움 16-30도)

 

근 한 달에 걸쳐 감자를 캐고 있다. 중간에 고추도 수확하고 가을 배추와 무 심을 준비도 하느라 그랬다 쳐도 좀 심하다. 아무래도 저녁나절에만 밭에 나가다 보니 그리 된 듯하다.

 

여섯 이랑을 심었는데 오늘까지 감자를 수확하면 모두 세 이랑을 캐는 셈이다. 모래 또 비가 온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모두 캐내야 할 텐데, 벌써 첫물고추 따낸 자리에 빨간 고추가 주렁주렁이다. 감자캐랴, 고추따랴 정신없다.

 

급한 마음에 땡볕인데도 삽질까지 한다. 감자 캐는 거야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봄부터 여름까지 밥상에 올라왔던 상추를 뽑아내고 다시 심기 위해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쇠뿔도 당김에 뺀다고.

 

상추만 심을 요량으로 자리를 만들다 알타리며 아욱 등을 심을 곳까지 만든다. 덕분에 퇴비만 사다 넣으면 될 만큼 일을 마무리했지만 한낮에 움직여야 하니 여간 번잡스러운 게 아니다. 겨우겨우 집으로 돌아와 옥상에 널어놓은 고추 뒤집어 주고 나니 2시가 훌쩍 넘었다. 

 

* 감자 수확량 - 12.3kg

 

고추 수확 - 첫째 날(8월 25일/무더움 18-30도)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다 못해 조금은 추운 듯한 느낌까지 드는 날씨가 계속된다. 하기사 처서가 엊그제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한 낮엔 여전히 30도에 육박하니, 이래저래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인 셈이다.

 

내일 밤부터 비가 온다고 하니 마음이 급하다. 무는 어제 씨앗을 심었으니 이제 배추 모종을 내야 할 텐데. 한 달씩이나 걸리도록 아직도 다 캐지 못한 감자도 눈에 밟히고, 첫물고추 따낸 후 다시 빨갛게 물들고 있는 고추도 눈에 들어오니 말이다.

 

아침 일찍 눈을 뜨자마자 옥상에 고추 널고 겨우 밥 한술 뜨고는 자전거에 오른다. 좀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모종 파는 곳은 이보다 더 일찍 문을 여니 걱정할 필요는 없고. 30여 분 만에 사 온 배추 모종은 다 심고, 곧바로 고추 따기에 나선다. 급한 거야 감자도 마찬가지지만 아무래도 고추가 더 걱정이기 때문이다.

  

한 시간을 조금 넘게 고추를 따고 나니 어느새 포대가 꽉 찬다. 포대를 하나 더 챙겨왔으면 더 고추를 땄을 테지만. 금세 머리 위로 오른 해가 지글지글하니 이 핑계로 서둘러 호미며, 낫을 챙겨든다. 대신 한 낮 더위를 피해 해 질 무렵 다시 밭에 나가 또 한 이랑 고추를 따고 나니. 휴. 이제 겨우 절반 했네. 

  

* 고추 수확량 - 12.5kg

 

고추 수확 - 둘째 날(8월 26일/흐리고 비 19-28도)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고추 수확이다. 하지만 고추 따기 전,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가을 야채 심을 곳에 퇴비를 넣어주는 일. 해서 농협에 먼저 들러 퇴비를 사 밭으로 향한다.

 

고추 따기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허리를 굽히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쪼그리기도 어색하고, 드문드문 나오는 상태 나쁜 고추를 골라내며 포대에 담기도 여간 신경이 쓰인다. 또 땀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모기떼들은 목이며, 손목이며, 옷으로 가려지지 않는 곳은 어디든 달려든다. 모기 쫓으랴, 고추 가려내랴, 이래저래 신경 쓸 일이 많기만 하다.

 

아침 안개 때문인지, 밤부터 온다던 비 때문인지 12시가 다 돼도 해가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지 싶다. 그래 고추 수확 끝내고 옥수수도 따고, 참외도 따고, 퇴비도 넣어준다.     

 

* 고추 수확량 - 14kg

 

태양초(8월 30일/맑음 16-24도)

 

첫물고추를 따고 13일부터 햇볕에 말리기 시작했으니 20여일이 지났다. 그 사이 비도 간간이 오고했으니 따지고 보면 보름 정도는 말린 셈이고. 난생처음 만들어보는 태양초이지만 색깔도 그렇고 냄새도 그렇고 그럭저럭 모양새는 난다. 이제 두 번째 고추를 또 따왔으니 오늘까지만 첫물고추를 말리기로 한다. 일일이 고추를 닦아내고 무개를 재보니 4.2kg인데, 28.9kg을 따서 이만큼 나왔으니 잘된 건가? 잘 안 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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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1 19:26 2009/09/0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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