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대 뽑기

from 09년 만천리 2009/10/19 15:16

콩대 뽑기 - 첫째 날(10월 6일/맑음 10-25도)

 

근 보름여 만에 밭에 나왔다. 중간에 추석이 끼여 있었다 해도 그야말로 모처럼만에 나온 셈이다. 고추 수확에 말리기를 하고 나니 급하게 할 일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명절을 전후해 부쩍 날씨가 쌀쌀해지니 콩깍지가 조금씩 벌어지는 듯하다. 서둘러 콩대를 뽑아 말려야한다. 이제 밭에 남은 거라곤 콩과 고구마이니 천천히 일을 해도 되겠지만 갑자기 추워지는 춘천 날씨를 감안하면 늘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콩대 뽑기 - 둘째 날(10월 7일/바람 강함 10-22도)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떨어지는데. 오늘은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더 춥게 느껴진다. 이대로 초겨울로 들어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아무래도 이번 주까진 콩대를 다 뽑아 말려야하고. 다음 주 주말쯤엔 털어야겠다. 그리고 나면. 쉬엄쉬엄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고구마 캐기만 남는다. 이제 올 농사도 거진 다 끝나간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휑하다. 

 

콩대 뽑기 - 셋째 날(10월 8일/바람 강함 9-20도)

 

어제보다 바람이 더 세게 부는 것 같다. 기온도 더 떨어졌고. 이젠 자전거를 타도 땀이 나질 않는다. 한여름 잡초와 씨름하며 지낸 여름이 어느새 다 지났구나, 생각하니 또 마음 한켠히 휑하기만 하다.

 

나중에 심은 것이나 일찍 심은 것이나 콩이 여무는 건 비슷한 듯하다. 일지를 보니 일찍 심은 것은 5월 초에, 나중에 심은 것은 6월 초이니 근 한 달 간격이지만 똑같이 콩깍지가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일찍 심은 것이 키를 높이 키워냈고, 그만큼 콩도 더 매달리고 있지만. 아무래도 내년엔 좀 더 일찍 감자를 심어 뒷구르로 콩을 심는 게 낫을 듯싶다.

 

콩대 뽑기 - 넷째 날(10월 9일/맑음 6-21도)

 

낮 기온은 아직 20도를 오르내리지만 아침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진다. 벌써 춘천으로 이사를 온지도 1년 9개월이고, 겨울을 한 차례 나기는 했지만 이렇게 급강하 하는 아침, 저녁 날씨엔 아직도 적응하기 쉽지 않다.

 

오늘까지 대충 콩대를 다 뽑아 세웠다. 아직 여물지 않은 것들만 남겨뒀는데 그닥 많지 않으니 다음 주엔 콩을 털어야 한다. 가을 가뭄이 심하다고는 하지만 그때까지 비 소식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돌아오는 길에 고추장아찌나 담글 요량으로 여적까지 매달려 있는 풋고추들을 한가득 따왔다.

 

<이제 햇볕에 잘 말려 털면 콩농사도 마무리네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10/19 15:16 2009/10/19 15:16
Tag //
사담계곡에서 화양동계곡까지, 아직 괴산(2006년 9월 23일)
 
속리산엘 다녀오고 나니 추석이 가까워서인지 여기저기서 벌초 이야기다. 그러고 보니 다른 때와 달리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 유난히 막혔는데 그 때문이었나 보다. 여하간, 어째 벌초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다들 남정네들인데 하나같이 자기네 조상들 벌초 다녀왔다는 이야기들뿐이다. ‘혹시 처갓집 벌초는 다녀들 오셨나요?’ 한마디하고 싶은데 그냥 꾹 참는다.
 
아무튼 남정네들이 그렇게 자기네 조상들 무덤 찾아다녔던 그 좋은 날씨 속에서 정말 걷기 좋은 길을 걸었다. 지도에도 없는 시골길을 걷기도 했고, 걷는 내내 맑은 가을하늘과 가을바람, 맑은 계곡이 함께 했다. 많은 이들이 남도지역을 최고의 여행지로 꼽지만 우리 생각엔 충청도가 훨씬 나은 듯하다. 무주를 지나면서 만났던 민주지산을 품고 있는 황간, 드넓은 포도밭의 영동, 속리산 자락을 따라 걸었던 보은, 그리고 여기 아기자기한 골짜기를 연이어 펼쳐 보이고 있는 괴산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아름다운 길들이다.
 
 
 
어제 저녁 늦은 시간이었지만 서울을 떠나 괴산까지 온 덕에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고, 덕분에 하루짜리 여행이었으면서도 20km가 넘게 걸었다. 이제는 한 시간에 4km 걷는 속도는 완전히 몸에 배었고, 두 시간은 걸어야 ‘힘들다’ 생각이 들 정도로 체력이 생겼으니 이는 생각지 못한 성과다.
 
여행 때면 늘 그렇듯 6시에 일어나 한 시간 반이 넘게 버스를 타고 사담에 도착하니 9시가 코앞이다. 괴산 읍내에서 아침을 해결하지 못해 혹시나 하고 빵 한쪽씩, 과자 부스러기 몇 개를 준비했는데, 역시나. 민박 간판은 여기저기 보이나 음식점은 몇 보이지 않고, 보이는 음식점들은 이른 시간인지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하는 수 없다. 준비해간 빵 한 입 베어 물고 길을 나선다.
 
헌데 이런. 이렇게 높은 하늘과 맑은 계곡을 봤던 게 언제지? 게다가 시원한 가을바람까지 옷깃을 파고드는데 뱃속에서 나는 ‘꾸르륵’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 좋다’라는 표현 외에 또 어떤 말이 있을까? 아직 길가에 코스모스는 보이지 않아도 가을을 느끼기에는 한없이 좋은 날씨와 한없이 좋은 길이다.
 
 
 
 
 
 
 
 
 
 
 
 
 
 
 
  
 
 
 
 
사담리를 출발해 그렇게 가을을 한껏 즐기며 두 시간을 넘게 걸으니 아무리 좋아도 잠시 쉬어가야 하나보다. 몸에서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내는 걸 보니.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등 뒤로는 땀도 한 방울씩 한 방울씩 맺힌다. 배도 채우고 다리도 주무르며 쉬어가야겠는데 다행이 마을 입구에 정자 하나가 마중 나와 있다. 에라, 모르겠다. 땀이 배지는 않았어도 신발에 양말까지 벗어 던져 놓고는 아침에 한 입 먹고 남은 빵이며 과자까지 꺼내들고 안방에 누운 것 마냥 대(大)자로 눕는다.
 
 
괴산군 관광안내도에 따르면 멧돼지와 토종돼지로 유명하다던데, 이름도 거기서 따온 듯 보이는 멧돼지휴게소를 조금 지나면서부터는 지도에도 잘 나타나 있지 않는 샛길로 빠진다. 후평숲이 있다고 나와 있기는 해도, 그리고 왕복 2차선의 잘 닦여진 도로라고 해도, 이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지나는 마을이 무슨 마을이지, 대체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수려한 풍경에, 오가는 차도 없고, 때로는 차선도 없는 시골길을 걸으니 기분 하나는 계속 죽여준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풍경을 담아내느라 속도가 더디기는 하지만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그렇게 지도에도 없는 길을 따라 두 시간을 넘게 걸어 화양동계곡 입구에 당도하니 2시가 가깝다. 배고픈 거야 출발할 때부터였으니 뭐 그렇다 쳐도 벌써 시간이 이리됐을까? 계획했던 시간보다 2시간이나 지체됐다. 아무래도 방금 지나온 이름 모를 길을 걸어서일 테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났던 시골풍경에, 시골길을 걸어와 아쉬움은 없다. 다만 당초 목표로 했던 송면까지 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멀리 속리산국립공원 매표소가 보이는 게 화양동계곡을 지나려면 아무래도 입장료까지 내야 할듯하다. 물론 계곡을 저만치 돌아가는 길을 걷는다면 돈은 아낄 수 있겠지만. 계곡 입구 다리 옆에 붙어 있는 안내도를 보면서 대충 거리를 가늠해보니 송면까지만 해도 5km는 넘는 듯하다. 그럼 두 시간은 잡아야하는데. 바로 점심을 먹고 출발한다 해도 네 시가 넘어서야 도착할 듯.
 
계곡 입구에서 한참을 어찌할까 생각해보지만 아무래도 무리라는 판단이다. 게다가 청주까지 나가는 시외버스 시간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자꾸 거슬린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자꾸만 드는지 발길은 계곡 쪽으로만 향하는데. 해서 계곡이 내려 보이는 식당 앞 평상에 자리를 잡고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늦은 점심에 시원한 동동주 한잔 걸치니, 음,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 열네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괴산 사담리 계곡에서 화양동계곡까지 약 20km. 걸은 시간 5시간.
 
* 가고, 오고
괴산까지는 전날 동서울터미널에서 저녁 8시 10분에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했으며, 괴산에서 사담까지는 다행히도 아침 7시 10분에 출발하는 시내버스를 탈 수 있어 쉽게 갈 수 있었다. 화양동계곡에서는 일단 청주로 나간 후에 강남, 남부, 동서울 혹은 광명 등지로 가는 시외버스,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할 듯하다.
 
* 잠잘 곳
사담계곡과 화양동계곡에는 민박과 음식점이 다수 있으니 그리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다만 우리가 걸었던 길에는 화양동계곡까지 음식점은커녕 변변한 구멍가게 하나 보기 힘드니 멧돼지휴게소에서 미리미리 먹을 것을 챙겨둬야 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10/05 13:50 2009/10/05 13:50

그리도 총리가 되는 게 소원이었는지 인사청문회 내내 제기 된 온갖 비리 의혹과 구설수, 위법, 탈법에 대해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가던 정운찬이 결국 그 소원을 이뤘네요. 엊그제 청와대로부터 임명장을 받았으니 말입니다.

 

청문회 내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추악한 모습을 되새김질 할 필요는 없으니 그와 관련된 무수한 일들을 다시 꺼내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반쪽짜리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직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해준 말이라며 던진 그의 한마디 말은 되짚어 봐야겠습니다. 

 

“‘가마를 타게 되면 가마꾼의 어깨를 먼저 생각하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을 되새기겠다.”

 

모 일간지에서는 사설을 통해 정운찬의 이 말을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의 정신까지 연결해 가며 ‘서민총리’ 운운하던데요. 그 사설을 쓴 사람이나 정운찬이나 여전히 한 나라의 재상을 가마에 올라타 아랫것들의 머리 조아림을 받아야 하는 이로 여기고 있다니.

 

그야말로 언제 적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사고인지 모르겠습니다. 백성을 가마꾼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가마에 올라타 온갖 위세를 부릴 저 뻔뻔한 재상. 당체 맘에 들지 않습니다. 가마꾼은 총리, 대통령이어야 하지 않나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10/01 23:56 2009/10/01 23:56
1.
나이가 있으시니 그러게도 하겠지, 싶다가도 어머니 스스로 뭐든 돌아서면 깜빡깜빡 잊으신다는 말씀에 적잖이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었지요. 얘기를 들어보니 누구는 화투를 친다고도 하고, 노인대학에 다닌다고도 하는데. 친구 분들과 함께라면 모를까. 선뜻 이건 어떨까요, 하고 말씀드리기가 조금은 망설여지더라고요. 또 모 방송에선 그림그리기가 좋다고도 하는데, 그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 건지 막막한 게 또 선뜻 권하기가 쉽지 않구요. 그래 고민고민하다. 그래도 주일이면 빠짐없이 성당에 다니시고. 아침, 저녁으로 묵주기도에 때마다 거르지 않고 이런 저런 기도를 올리시는 게 떠올라 성경쓰기는 어떨까. 그래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침, 저녁 기도하시고 난 후 성경 쓰기를 하시는 건 어떤가, 하구요. 물론 점잖게 말하지만은 않았어요. 뭐든 대답은 잘 하시는 데 나중에 보면 잘 하지 않으시는 게 많았거든요. 해서 다음에 어머니 집에 가게 되면 노트 검사를 하겠다, 하루라도 빠졌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춘천으로 오겠다, 협박(?)아닌 협박까지 했답니다. 헌데. 다음 날이던가요. 바로 공책을 샀다고 하시는데. 이만하면 성공이다, 싶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2.
예수를 생태적, 평화적, 여성적, 민주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그의 말과 행동을 기록한 성경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기독교이든 천주교인든, 잘은 모르겠지만 수십여 개에 달한다고 하는 그 많은 교단들이 제각기 말하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는 걸까요. 독일의 환경상인 ‘황금제비상 Golden Schwalbe'과 ’유럽태양상 Europaischer Solarpreis'을 수상한 바 있는 독일의 언론인 프란츠 알트 Franz Alt 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한 권 책에 담았는데요. 예수와 관련된 부분들을 걸러서 읽게 되면 그저 여느 환경관련 책과 다를 바가 없지만요, 논리적이지 않으면서 게다가 전혀 신학적이지도 않은,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예수의 말과 행동을 쫒아가며 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전망을 제시하는 데에 우직함이 엿보이는,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주 간단명료하다 할 수 있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지성적이라기보다는 실존적인 것이고. 그러하기에 생태적 예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학을 공부할 필요조차 없다. 그저 우리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태양과 바람, 물, 성장, 사랑, 신뢰에 대한 예수의 생태적 이미지를 이해할 수 있다.” 어떤가요. 감이 좀 오나요. 잘 모르겠다구요. 그래요. 쉽지는 않습니다. 생각건대 전부터 예수의 말을 믿고 따랐던 이라면 더 그럴 겁니다. 하지만 우리말로 450쪽이 넘는 이 두꺼운 책을 꼼꼼히 읽다보면 말이죠. 서울을 봉헌하겠다던 이가 믿는 예수하고는 전혀 차원이 다른 예수가 이만치 다가오는 걸 느끼실 겁니다. 
 
3. 
추석이 다음 주라 곧 뵙기는 하겠지만 주말에 의정부엘 다녀왔습니다. 이미 지난주에 다치셨다는데 통 말씀을 하지 않으시니 모르고 있다, 엊그제서야 그걸 알게 돼 급하게 다녀온 겁니다. 다행히 다치신 곳은 꾸준히 병원에 다니신 덕에 얼굴은 좋아 보이셨지만 가뜩이나 어깨가 아픈데다 갈비뼈를 다치셔서 팔을 쓰시기가 여간 불편해 보이더라구요. 그래 기차에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어데 웬간하면 지난번에 약속한 성경쓰기를 하셨나, 노트 검사를 하려 했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냥 접고 말았지요. 그리고 보기엔 한 달은 넘어야 겨우 다니시는 곳도 나갈 수 있으니 당분간은 말도 꺼내지 못할 듯한데. 그 순간 성경에 손길이 가는 건. 좀 전에 손을 땐 알트의 이 책 때문 만이었을까요. ‘씨를 뿌리는 사람은 말씀을 뿌리는 것이다’ 누가복음 4장 14절의 말씀이 눈에 들어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9/30 12:35 2009/09/30 12:35

메주콩

from 09년 만천리 2009/09/28 10:30

메주콩 - 첫째 날(9월 22일/맑음 13-25도)

 

내일이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이다. 추분이면 고추를 따서 말리고, 김장 농사(배추와 무, 열무 등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메주콩을 거두어야 하는데. 늦게 심은 건 아닌데도 메주콩이 덜 여물어 아직은 거둘 때가 아닌 듯하고. 엊그제 내린 비 때문인지 이제 한풀 꺾이려는 듯싶던 잡초만 무성하다.

 

이제 선선한 가을 날씨에 무에 그리 바쁘게 할 일이 있을까 싶어 느지막이 밭에 나왔기에 콩밭에 부쩍 키를 높인 잡초 잡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늘 호미며, 낫을 챙기긴 했지만 저문 해에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이번 주는 콩 심은 곳 김매기에 매진해야겠다.  

 

메주콩 - 둘째 날(9월 23일/맑음 12-26도)

 

꾸준히 아침 기온은 떨어지는데 낮 기온은 들쭉날쭉하다. 어떤 때는 27-8도까지 오르기도 하고 구름이 끼거나 정오 무렵까지 안개가 껴도 25-6도는 기본이지만 비가 온 전후로는 20도에도 못 미치고 하는 게 요즘 날씨인 게다. 덕분에 일하는 데는 그 어떤 때보다 좋긴 하지만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는 듯 풀이 쑥쑥 자라 걱정이 크다.

 

무릎으로 기다시피 하며 콩 밭을 휘젓고 다닌다. 어떤 건 콩보다도 높게 키를 키운 풀들을 잡기 위해서인데. 누가 보면 조금 있음 수확할 때인데 뭔 김매기냐 싶지만, 그래도 그냥 뒀다가는 잡초로 뒤덮일 것만 같아서다.

 

일찍은 아니지만 서둘러 아침부터 나온 덕에 두어 시간밖에 일을 하지 못했지만 콩 심은 곳 절반은 풀을 매준 것 같다. 어제만 같아도 이번 주 내내 풀을 매야 할 것 같았지만 오늘 진도나간 것을 볼 땐 모래나 글피면 끝날 듯. 이제 콩 밭 풀베기만 끝나면 올 농사도 거진 다 마친다.

 

메주콩 - 셋째 날(9월 24일/맑음 13-24도)

 

순지르기를 해주지 않아서일까. 콩이 많이 달려서일까. 비가 한 번씩 오면 콩대가 몇 개씩 쓰러졌는데. 물론 그때마다 일으켜 세워주긴 했지만. 풀을 베면서 다시 보니 여기저기 쓰러진 콩대가 많다. 그래도 콩들이 잘 여물고 있어 다행이긴 하다.

 

처음 콩 밭을 봤을 땐 사나흘은 매달려야 할 것만 같았는데. 이틀 바짝 일을 하고 나니 거진 일이 마무리됐다. 덕분에 오늘은 한 시간 남짓만 손을 보고는 또 며칠 만에 빨간 고추를 한 봉지 넘게 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9/28 10:30 2009/09/28 10:30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