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4.
3. 1.
어찌된 일인지 올 겨울엔 참 눈이 자주, 많이 내립니다. 여기가 강원도, 춘천이라 그런가 싶지만. 전부터 살았던 이들도 꽤나 오랜만에 눈 구경 한다고 하는 걸 보니. 좀 오긴 오는 가 봅니다.
옛날이야 눈이 많으면 그해 풍년이라며 눈 오는 걸 반겨했지만. 언제부터인지 어쩌다 한 번, 것도 함박눈은 통 구경하기 힘들만큼 눈 보기가 쉽지 않아졌을 뿐만 아니라. 길을 가득 메운 차들이 오도 가도 못하고 서 있는 게 싫어서인지. 요즘은 눈 내리는 걸 그닥 좋아하진 않는 것 같구요.
강남 길과 강북 길에 차별이 생기고. 달동네 고갯길은 차 다니는 길이 치워지고 나서야 손이 가고. 먹고 살기 바빠 아빠, 엄마 모두 일 나가야 하는데 눈 안 치운다고 100만원씩 벌금까지 내라고 하니. 며칠 전부터 풀리기 시작한 날씨에 아직까지도 녹지 않았던 뒷산 눈도 조금씩 지워지는 눈이 지저분하게 보이는 만큼 썩 좋지는 않네요. 그리고.
어떤 스키장은 오지 않는 눈을 일부러 만들어내다 지역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하고. 거의 모든 스키장엔 인공제설기가 갖춰져 있다는 데. 지금이야 눈이 꽤 오긴 하지만. 올 겨울 초만 하더라도 따뜻한 날씨 탓에 인공눈조차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소식도 있었고.
2.
막강한 재력과 인맥을 활용하면 삼수 도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도지사에서부터 유치위원회까지 앞장서며 ‘사면’ 운운하더니만. 결국엔 천문학적인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경영권 편법 승계과정에서 각종 불법행위를 자행한 자가 ‘사면’ 받은 게 엊그제였지요. 변호권도 없이 재판을 받다 지 애비를 죽였다는 억지 선고 받고, 차디찬 감방에 내던져진 이도 있는데 말이죠.
하여튼 이 ‘사면’ 받은 사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에 복귀했다고 여기저기서 난리도 아닙니다. ‘견인차’니 ‘청신호’니 ‘천군만마’니 ‘올인’이니 하며 마치 삼수에 성공한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는 이 범법자, 참 잘 풀어줬다, 경영에도 복귀해라, 아우성입니다. 게다가 이 작자, 기고만장했는지. 집안 행사에서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돼야한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거야 원. 기가 찰 노릇입니다요.
하지만요. 대통령으로부터 ‘단독특별사면’까지 받은 이 범법자가 말이죠. 그 IOC 위원으로 복귀하건 맞긴 한데요. IOC윤리위원회가 지난달에 이미 IOC집행위원회에 ‘견책’과 ‘IOC 산하위원회에 참가할 권리를 5년간 중지할 것’을 권고했다고 하지요 아마. 그리고 IOC집행위원회는 이 권고를 따랐구요. 이유는 모라 더라. 별 관심도 없는 헌장과 강령이긴 하지만. 올림픽 헌장과 IOC 윤리강령에서 정한 윤리 원칙을 저버렸다나 어쨌다나요.
3.
몇 년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밤새 내린 함박눈에 발목까지 빠지고. 사람도 차도 엉금엉금. 서울 가는 기차는 세 시간을 연착하고. 아이들은 연신 눈싸움에, 비닐포대로 썰매를 타고.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하얗습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이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 이유가. 마음 한켠 눈도 오지 않는 나라에서 뭔 동계올림픽이더냐, 기계로 눈 만들어 스키타는 나라에서 뭔 국제행사더냐, 하는 생각 때문이었을까요. 억지말로 온 강을 헤쳐 놓고 있는 2MB이 말로 안 되는 이유를 들어가며 범죄자를 또 풀어주는 데 화가 나서 일까요. 아님 스포츠로 국민을 현혹하고 되도 않는 ‘통합’ 운운하는 게 영 마땅찮아서일까요.
가만 보니 돌아가는 꼴이 이래저래 또 이OO만 좋은 일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두 번이나 더 올림픽을 하고서야 열리게 되는 올림픽이 대체 뭔지 말이죠. 그나저나 올 겨울만치나 눈이 내리기나 하면 좋긴 하겠지만. 정부가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도 그렇고. 도대체 경각심이라고는 찾아볼래야 볼 수 없는 에너지 과소비의 향연을 보고 있자면. 괜한 걱정일까요. 벤쿠버도 눈이 안 와 전전긍긍한다는 뉴스가 있던데. 18년 후, 강원도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을런지.
한적하기만 한 시골길을 세 시간 가량 걸으니 어라연으로 이어지는, 동강의 끝 지점이라고들 이야기하는 거운리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이름과는 달리 마을이 참 썰렁하다. 아마도 철지난 탓이리라. 아무튼 여기서부터 강을 따라 걷기로 했으니 어라연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겠는데, 강을 건네줄 분의 바뀐 전화번호를 알 수 없어 시작부터 난관이다. 간단히 요기라도 해야 할 시간이고, 혹 어라연을 건널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볼 수 있을까 해서 슈퍼에 들어서는데, 다들 절운재를 넘어 문산으로 가야한다고 한다.
강 건너 문산마을을 이어주는 문산교 아래서부터는 지번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길을 따라 가야 한다. 벌써 세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기에 서둘러, 차 한 대 지나기 채 어려운, 흙 길과 아스팔트길이 번갈아 이어지는 옛길에 접어든다. 고갯길을 넘어 두 번째 인가와 만날 때까지는 오랜만에 걷는 흙 길에, 하루 종일 있어도 사람 하나 만날 수 있을까, 할 만한 길을 걷는 맛에 별 걱정이 없다. 그리고 길이 끊긴 걸 모르고 무심코 접어든 강변 자갈밭을 한참을 걸을 때만 해도 강 구경에 아무생각이 없다. 그러다. 결국 30분 넘게 다시 자갈밭을 되돌아 산 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가본다. 혹 절벽을 돌아가는 길이 아닐까 해서. 하지만 어째 길이 돌아가기는커녕 산으로만 이어진 것이 걱정스럽다. 해서 문산교부터 여기까지 오는 도중 유일하게 만나게 된, 이곳에서 오랜 옛날부터 살고 계셨던 것처럼 보이는 할아버지께 길을 여쭌다.
“진탄나루로 간다꼬? 거는 여그 뒤 산을 넘어가야 헌데”
“타세요. 민박할 곳 찾으시죠? 저희 집도 민박하거든요”
어쩌지. 에라 모르겠다. 일단 차에 오르고 본다.
차는 우리가 탔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이내 멈춰 섰는데, 이런. ‘너무 좋은 데 아냐.’ 맨 눈으로만 언제 한 번 저런데서 자봐야지 했던 흰색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된 펜션 하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은근 숙박비가 걱정이다. 하지만 차까지 얻어 타고 왔으니, 어쩔 수 없다. 될 대로 되라지.
<동물해방 Animal Liberation> - 피터 싱어Peter Singer, 경춘선 기차 안에서 함박눈을 보며 다 읽어내려간 책
from 지난 책 2010/01/14 12:22
3. 









이 글에 관한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