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잡기, 이제 시작인가(5월 10일/맑음 11-23도)

 

온갖 모종을 옮겨 심느라 몰랐는데. 벌써부터 풀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풀 잡기. 이제부터 시작인가, 싶다. 그래도 아직까진 호미로 흙을 긁어주기만 해도 되고. 쬐끔 올라온 것들만 뽑아주면 되니 일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부터 슬슬 풀을 매줘야지. 순간 때를 놓쳤다간 금세 풀천지다. 방심은 금물. 늦은 오후에 슬슬 밭에 나갔다 생각지도 않은 풀매기로 허벅지가 뻐근하다.

 

이런, 약을 주니 비가 오네(5월 11일/흐리고 비 7-15도)

 

아침을 먹을 때까진 분명 해가 있었다. 그리고 밭에 나와서도. 하늘이 어째, 먹구름이 끼는 가 싶었어도 비가 오리라곤 생각지도 않았는데. 목초액에 미생물발효제까지 뿌려줬더니 때 아닌 비가 내린다. 이런, 두 시간 넘게 일한 보람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모래나 글피, 다시 약을 줘야 할 듯.     

 

고구마 심기(5월 13일/맑음 8-22도)

 

예약 주문한 고구마가 어제 도착했다. 자색, 밤, 호박 각각 100개씩. 좀 많은 것 같지만. 두고두고 겨우내 주전부리할 요량으로 부러 많이 주문한 것이다. 모처럼 화창한 날에 바람까지 살랑살랑 부니 300개 고구마 심는데 하나도 힘이 안 든다. 다만 오늘따라 유난히도 지나가는 말을 붙이는 이들이 많아 쬐끔 일이 더디게 됐을 뿐이다.

 

“아저씨, 고구마 심으세요?”

“예. 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

“아니요. 고구마는 어떻게 심는 건지....”

 

“고구마 심나보네”

“네....”

“근디 고구마를 너무 넓게 심었어”

“.....”

“글고, 고구마는 요롷게 심어야 낭중에 캐기가 쉬운디”

“아, 예.”

 

“비닐을 깔고 심으면 풀을 안 매도 될 텐데”

“그러게요”

“여기가 풀이 많더라고. 비닐을 치지”
“아. 예. 열심히 풀 매야지요”

 

감자밭 초벌 제초하기

(5월 14일/맑음 8-26도)

(5월 15일/맑음 11-23도)

(5월 16일/무더움 8-28도)

 

<초벌 김매기가 끝난 감자밭>

 

금요일에 멧돌호박 8개 심고, 일요일엔 고구마 심은 곳에 물준 것 빼곤 사흘 내리 아침에 감자밭 초벌 제초를 했더니 장딴지며, 허벅지가 심히 땡긴다. 꼼꼼히 한 번 김매는 것 보단 설렁설렁 해도 두 번 하는 게 나으니. 내일은, 모래 비 소식에 서리태며 메주콩 심어야 하니 안 되겠고. 글피, 비 그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채소 심은 곳과 옥수수, 고구마 심은 곳에 초벌 김매기를 해야겠다. 한 사나흘 죽자고 고생하면 풀이 좀 잡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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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7 16:42 2010/05/1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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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B이 모 일간지의 특집기사에 꽤나 힘을 얻었나봅니다.
반성해야 할 사람이 되레 큰 소리를 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모 일간지야 워낙에 악의적인 왜곡과 편집으로 정평이 난 곳이라 이번 건도 그러려니 싶었는데.
역시나 소설에 가까운 짜집기와 자의적인 해석, 치졸한 인터뷰 방식까지.
 
베트남 속 수많은 ‘노근리’를 발로 찾아 세심히 기록한 <전쟁의 기억 기억의 전쟁>이란 책 머리말에는 소설가 김남일씨가 이런 말을 썼습니다.
 
"기억은, 한 개인의 삶에만 파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 민족이나 국가의 도덕적 성숙을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글쓴이는 자유의 십자군’이라는 미명아래 남의 땅, 남의 하늘에서 자행했던 잔인한 학살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 그 명분 없는 전쟁에 대해 ‘기억’ 운운하는 것에서부터 벌써 불쾌함을 느끼고 있는 건.
그러면서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침에 귀를 막고 있는 일본 정부에 분노하고, ‘노근리’의 비극을 슬퍼하는 건. 단지 위선일 뿐이라고 얘기합니다. 
 
신문이야 그렇다 쳐도.
이거 2MB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요.
“역사에 남겨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기가 막혔습니다.
거기다 한술 더 떠 “도덕 재무장의 관점에서 국민운동이 필요하다.”고까지 떠들고 있으니.
이쯤 되면.
찌라시 신문과 2MB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이 어떤 것인지 사뭇 자명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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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3 22:29 2010/05/13 22:29

온갖 모종 심기

from 10년 만천리 2010/05/11 16:54

온갖 모종 심기 - 첫째 날(5월 3일/한차례 비 9-22도)

 

어째 일이 잘 풀린다 싶었다.

 

오늘 부터 글피까지 고추며, 온갖 모종을 심어야겠다, 마음먹고 아침 수저를 놓자마자 신동농협에 전화를 했더니. 가는 날이 장날. 오늘부터 모종을 팔기 시작한다고 한다.

 

서둘러 자전거 짐받이에 2층으로 과일박스를 매달고 학곡리로 달려가 고추 한판(50개), 토마토, 방울토마토, 애호박 각 20개씩을 싣는다. 계산을 하니 고추만 작년에 비해 10원이 올랐고 나머지는 그대로다. 역시 종묘상이나 시장통에서 사는 것보다는 싸고 품질도 좋아 보인다.

 

오전에 한차례 비가 온다고는 했지만. 하늘만 잔뜩 찌푸려있고 비는 오지 않는다. 덕분에 11시가 가까웠어도 일하기는 좋기만 하다. 주말부터 풀리기 시작한 날씨가 어제는 25도까지 올랐기에. 흐린 날씨만 아니라면 벌써부터 땀이 줄줄 흘렀을 테니.

 

2시 넘어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거실 쪽 하늘은 해가 쨍쨍한데, 부엌 쪽 하늘은 어두컴컴하다. 빗방울은 보이지 않지만 어찌해야 하는지.

 

글피 어린이날만 아니었다면 쉬었을 텐데. 어린이날부터 비가 온다고 하니 오늘 내일, 그리고 어린이날 아침까지 모종을 다 심어야 한다. 해서 비를 좀 맞더라도 오후에 한차례 더 모종을 심기 위해 다시 농협에 들렀다 밭으로 향한다.

 

집과 농협에선 비를 만나지 않았는데. 어째 밭으로 가는 길이 흠뻑 젖어있다. 오호라. 부엌 쪽 하늘이 컴컴하고 천둥소리가 요란했었는데. 밭이 그쪽이었던 것. 덕분에 모종 심을 곳에 물을 많이 안줘도 될 듯. 그래도 모종 심기 전에 물은 조금씩 줘야 할 것 같다.

 

작년에 만들어 놓은 사다리를 타고 개울물을 뜨러 둑을 내려가는 순간. 비가 왔다는 걸 깜빡 잊었었나보다. 잔뜩 물을 먹은 개울가 풀들이 오지게도 미끄러운 게 아닌가. 몸을 가누기는커녕 사다리에서 개울가로 발을 딛자마자 미끈.

 

결국 한쪽 발이 개울물에 제대로 빠져버렸다. 그리고 이런. 팔목과 등이 시큰하고 쓰리다. 아무래도 미끄러지면서 중심을 잡으려 사다리를 잡았는데. 사다리는 잡지도 못하고 사다리에 쓸리고 만 것 같다. 옷을 걷어 팔목을 보니 피부가 까져 피가 보인다. 등도 쓰리고 아픈 걸 보니 거기도 마찬가지 일터인데.

 

서둘러 남은 모종 옮겨 심고 집으로 와 등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팔목은 그나마 나은 편. 등 쪽은 난리도 아니다. 어째 아침부터 일이 잘 풀린다 했는데. 피까지 보게 되다니. 지금은 쓰린 것도, 시큰한 것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빨간약이라도 바르고 자야할 것 같다. 내일 또 일해야 하는데. 땀나면 어쩔 수가 없으니 말이다.

 

* 고추 100개 - 13,000원(개당 130원)

* 토마토, 방울토마토, 애호박, 오이 각 20개씩 80개 - 20,000원(개당 250원)

 

온갖 모종 심기 - 둘째 날(5월 4일/맑음 16-26도)

 

날씨가 심상치 않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침 기온이 5도 미만으로 떨어지고 낮 기온도 20도를 채 오르지 못했는데. 게다가 연 사흘을 내리 비가 오기도 했고. 그러다 주말을 지나면서부터 날이 풀리는 가 싶더니. 그새 초여름 날씨다. 모래 밤부터 시작되는 비가 그치고 나면 예년 기온을 되찾는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봄을 느낄만하니 여름으로 접어든 셈이다.

 

오늘도 아침과 늦은 오후에 두 번. 농협과 밭을 오가며 모종을 사다 심었다. 2층으로 만든 짐받이 때문인지 작년보단 훨씬 빠르게 심어나가는 것 같고. 내일 하루 더 고생하면 대충 모종으로 심어야 할 것은 다 마칠 수 있을 듯하다. 아직까진 새벽 기온이 만만치 않아 심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고구마만 빼고 나면.

 

이제 모종내기가 끝나면 한 차례 풀잡기를 해줘야 한다. 골 사이에 뿌려둔 호밀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으니 한결 쉽기는 하겠지만. 작년처럼 어영부영 손 놓고 있다가는 온통 풀천지가 되기 십상이니. 모종을 옮겨 심는 틈틈이 삐죽삐죽 올라오기 시작한 풀들을 손보면서 풀들과 친해져야겠다.

 

* 고추 130개 - 16,900원

* 청양고추 20개 - 2,600원(개당 130원)

* 파프리카 20개 - 10,000원(개당 500원)

* 수박, 가지 각 10개씩 20개 - 5,000원(개당 250원)

* 배추 10개 - 500원(개당 50원)

 

온갖 모종 심기 - 셋째 날(5월 5일/무더움 12-27도)

 

오늘로 고추는 다 심는다. 청양고추 20개를 포함해 모두 250개. 작년에도 247개를 심었는데. 꼭 요만큼 심어야겠다, 생각지도 않았지만 꼭 그만큼이 됐으니. 밭 만드는 요령이 조금 생겨난 걸까. 전혀 다른 모양으로 이랑을 만들었는데도 그리 됐으니 말이다.

 

* 오이고추 6개 - 1,500원(개당 250원)

* 아삭이고추 5개 - 1,250원(개당 250원)

* 수박 5개 - 1,250원(개당 250원)

* 단호박 5개 - 1,250원(개당 250원)

* 참외 20개  - 5,000원(개당 250원)

 


온갖 모종 심기 - 마지막 날(5월 7일/맑음 11-23도)

 

수박과 참외, 오이고추, 아삭이고추, 단호박을 심으니 이제 농협까지 갈 일이 없겠다. 아니 집에서 밭에 가는 오르막보다 더 긴 오르막을 두 번이나 넘어야 할 일이 없어졌으니. 이건 덤인가?

 

그래도 봄이네(5월 9일/무더움 10-27도)

 

4월 중순까지만 해도 아침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를 않나. 일주일 간격으로 연 사흘씩 내리 비가 내리기도 하고. 이상기온에 일조량이 부족하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기는 했지만. 뿌려놓은 씨앗들도 다 싹이 나왔으니.

 

5월 들어서는 연일 20도를 웃도는 더위에. 급기야 오늘은 27도까지 올라갔지만. 늦은 아침을 먹고 잠시 밭에 나와 늦은 아침을 먹고 잠시 밭에 나와 옥수수도 심고. 씨앗과 키 재기 하듯 쏙쏙 올라오는 풀들도 매주는데. 아직은 따가운 햇볕보단 선선한 바람이 목덜미 땀을 식혀주니. 그래도 봄은 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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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1 16:54 2010/05/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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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떼법’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득달같이 달려들며 ‘떼’를 쓰는데 이건 당체 말이 통하질 않습니다. 그야말로 막무가내인 셈이지요. 틈만 나면 철거민들에게, 조합원들에게, 농민들에게 “떼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이들은. 숨바꼭질이라도 하는지, 통 볼 수가 없습니다. 아닙니다. 되레 상황을 즐기며 ‘떼법’을 부추기고 있고, 때는 이때다, 온갖 흠집 내기 기사들을 마구마구 쏟아내고 있습니다. ‘전교조 가입 교사가 많은 학교가 수능 성적이 떨어진다’는 유치한 주장에서부터 ‘전교조 소속이란 게 부끄럽다면 해체하던가 탈퇴하라’며 협박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2. 

한나라당 의원들이나 보수언론들이나 또 명단공개에 동참한 학사모나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지요. 바로 ‘알권리’. 쉽게 말해 어떤 선생님이 교총 소속인지, 전교조 조합원인지 알아야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이 ‘알권리’는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순위에 있다고. 또 선생님들의 생각이나 가치관까지 알아야 한다고 말이지요. 하지만요. 우리가 정작 알고 싶은 게 전교조 선생님이냐, 교총 선생님이냐, 인가요. 글쎄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내 아이가 학교에서 과연 선생님과 얼마나 소통하고 있는지, 아이의 발육과정에 대해 교사와 부모, 아이와 함께 얼마나 공감을 갖고 이해하고 함께 하려고 하는 지. 교육감에게 잘 보이려고 돈이나 찔러주고,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업체로부터 돈이나 받아먹는. 아이들에게 성추행을 가해놓고도 버젓이 다시 교단에 서는 교사들과 이를 묵인하는 이들. 전교조 조합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좋은 선생님일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전교조 조합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나쁜 선생님은 아니지요. 다만, 정말 다만, 알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3.

우리 사회에서 법이란 게 얼마나 작위적이고 편의적이고 권력중심적인지. 법을 잘 지켜야하느니, 우리나라는 법치국가(法治國家)라느니 따위의 말들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이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이 법이라는 것이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헌법적 가치들을 확장시키거나 혹은 보수(補修)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하고 가두어 두는 데 더 큰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해 통 가까이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집회․결사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가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라는 하위법률에 의해 제약당하고. 사상의 자유가 <국가보안법>에 의해 억압당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래서일까요. 누군가가 모 토론 방송에서 내뱉었던 “위법이냐 합법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참 묘하게도 들립니다. 그래도 그렇지요. 이놈의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참 넌덜머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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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6 18:45 2010/05/06 18:45

플래카드 멀칭

from 10년 만천리 2010/05/03 20:45

땅콩 심기(4월 26일/흐린 후 비 8-19도)

 

땅콩은 처음 도전하는 거라 언제 종자를 어떻게 구하는 지, 언제 심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 모든 게 백지 상태다. 어찌어찌 생땅콩을 구하기는 했는데. 이게 피땅콩이랑 어떻게 다른 건지. 어떤 이는 하룻밤 물에 불려 심는다고도 하고. 땅콩은 배수가 잘 되는 땅에 길러야 한다는 얘기도 있고. 골을 넓게 해줘야 한다, 두 알씩 심으면 된다, 하여간 이래저래 말은 많은데 딱 이거다, 싶은 방법이 없다. 결국 이런저런 얘기들 가운데 이런 방법, 저런 방법으로 직접 한 해 지어보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어제는 아침나절에 땅콩 심을 다섯 이랑을 만들었고, 자기 전 땅콩을 물에 담가 불려놓았으니. 게다가 오늘 오후부턴 비도 온다고 하니. 넓게 이랑을 만든 곳 한 군데, 좁게 골을 탄 이랑 세 군데로 나눠 땅콩을 심는다. 두알 이면 충분하다고들 하는데 생땅콩이라 싹이 잘 않나올 수도 있다는 말에. 콩 심듯이 세알씩 40cm 간격으로 심었다. 그리고는 좁게 골을 탄 곳은 그렇다 쳐도 다소 넓게 골이 만들어진 곳이 아무래도 잡초에 시달릴 듯해. 벌써 고추 심을 곳에는 싹이 나기 시작한 호밀을 쭉 뿌려둔다.  

 

플래카드 멀칭 - 첫째 날(4월 29일/흐리고 바람 셈 3-12도)

 

멀칭은 작물에 따라, 하는 사람에 따라 갖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제초일 것이다. 한참 작물이 자라야할 때 그늘 한 점 없는 밭고랑을 훑으며 풀 잡는 일은. 해 본 사람이나 말할 수 있고. 결국 땅이 숨을 쉴 수 없는 단점이 있으면서도, 100년이 가도 썩지 않는다는 비닐을 까는 것도, 잡초 때문인 것이다.

 

작년에는 멀칭을 하지 않으면 기르기 쉽지 않다고 하도 말들이 많이 들어서. 고추와 참외 심은 곳에 비닐 멀칭을 했다. 하면서도 내년엔 꼭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 생각했는데. 비닐 멀칭을 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름 내내 달디단 참외를 참 많이도 맛봤고. 가을엔 태양초도 만들었으니.

 

<대체 뭐라고 써있는 거지? "상하이차의 상용차에 대한 투자약속과....불이행 기술유출 도와준 산업...?>

 

올 해도 멀칭을 해야 하긴 하겠는데. 우선 감자, 고추, 콩 심을 곳 골에 호밀을 잔뜩 뿌려두었고(벌써 싹이 나기 시작했다). 비닐 대신 재활용한 플래카드와 신문지를 쓰기로 했다. 점차 자연 멀칭 방법을 찾아봐야 하겠지만. 적당한 선에서 타협 아닌 타협을 한 셈이다.

 

사흘을 내리 비가 왔으니 이제 고추 심을 곳과 참외 심을 두둑 한 곳에 멀칭을 하면 딱, 이겠는데. 길이도 어중간하고, 폭도 어중간한 플랑카드를 붙잡고. 그것도 바람 쌩쌩 부는 날에 혼자서 하려니 영 쉽지가 않다. 아무리 돌을 얹고 흙을 덮어두고 해도 휭~하고 부는 바람에는 속수무책이다. 어쩔 수 없다. 바람 없는 날 다시 해야지.  

 

플래카드 멀칭 - 둘째 날(4월 30일/맑음 6-14도)

 

이게 참 애매하네. 길이도 길이거니와 폭이 어중간해서. 두 개로 하려니 일이 쉽지가 않고. 한 개로 하려니 두둑 넓이에 조금 모자라고. 겨우 고추 심을 곳 네 이랑만 하면 되는데. 시간이 꽤나 걸린다. 싹이 나기 시작한 호밀도 발에 밟힐 새라 조심도 해야 하니. 그나마 다행인 게 일이 다 마칠 쯤 해서야 바람이 부는 게다.

 

<왼쪽 한줄은 참외를, 오른쪽 네 줄은 고추를 심을 곳이다>

 

두 번째 옥수수 심기(5월 2일/맑음 4-24도)

 

지난달 25일에 심었으니 꼭 일주일 만에 다시 옥수수를 심는다. 계획으론 앞에 심은 것들이 싹이 난 이후, 그러니까 대략 15일 간격으로 심으려고 했는데. 아직 농협에 모종이 나오질 않아 딱히 급한 일도 없고. 그러다 보니 밭엘 가지 않게 되고. 이거 안 되겠다, 싶어 일요일이지만 옥수수 씨앗을 들고 밭에 나간다. 옥수수 심기야 뭐 삼십분도 안 걸리니. 나온 김에 들깨와 참깨 심을 곳까지 만들어보는데. 일 다 하고 나니 왔다, 갔다 자전거타고 다니는 시간보다 더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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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3 20:45 2010/05/0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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