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 김매기

from 10년 만천리 2010/06/07 12:27

푯말이라도 써 놓을까(5월 31일/맑음 12-23도)

 

아무래도 푯말이라도 써 놓아야 할 것 같다.

 

“여기 골에 자라고 있는 것은 풀이 아니라 호밀입니다”

 

오늘도 김매기에 빠져 있는데 두 분이나 물어 오신다.

 

“거, 뭐 심은 거예요?”

“뭐 심은 거죠?”

 

날은 덥고. 풀은 뽑아도, 뽑아도 줄지 않고. 대답하기도 귀찮아지니. 이것 참 야단이다.

 

재활용 농법(6월 1일/무더움 8-28도)

 

대관령에 얼음이 얼었다고 한다. 오뉴월에 얼음이라. 갈수록 요상해지는 날씨에 농부들만 시름이 쌓인다. 하지만 딴 나라 얘기마냥 모 전자제품 회사에선 이런 문구로 에어컨을 팔고 있다.

 

“7월 10일부터 8월 9일까지 31일 동안 최고 기온이 30도 미만인 날이 24일 이상이면 사계절 에어컨을 구매한 고객 전원에게 20만원을 돌려준다.”

 

어이가 없어도 이런 어이없는 경우가 다 있을까. 

 

그건 그렇고. 오늘로 신문지 멀칭은 마지막이다. 될 수 있으면 멀칭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째 야금야금 신문지로 덮여지는 곳이 늘고 있다. 그래도 멀칭을 한 곳이 안 한 곳보다는 작다. 한 4분의 1이나 될까. 그리고 멀칭도 이른바 재활용 농법으로 신문지와 플래카드를 썼으니. 작년 보단 나아진 셈일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콩밭 김매기

(6월 2일/무더움 10-28도)

(6월 3일/무더움 12-29도)

 

아직까진 아침, 저녁으론 선선하지만. 한 낮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 어제는 28도 오늘은 29도. 조만간 30도를 돌파할 듯.

 

틈틈이 서리태를 심은 곳은 초벌 김매기를 했으나. 메주콩을 심은 곳은 전혀 손을 대지 못했더니. 이런 풀이 심하다. 한 사흘은 꼬박 김을 매줘야 한 풀 기세를 꺾을 수 있을 듯. 오늘이 이틀째. 거진 마무리가 다 되고. 토요일 하루 정도 더 품을 들이면 되겠다.

 

콩밭 초벌 김매기 끝(6월 5일/무더움 15-31도)

 

어제 의정부에 다녀오느라 하루 빠졌으니. 오늘까지 사흘에 걸쳐 메주콩을 심은 곳 초벌 김매기를 했다. 30도를 웃도는 초여름 더위 때문에 때론 아침 일찍, 때론 저녁 느지막이 일을 했더니 꽤나 시간이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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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7 12:27 2010/06/0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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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날, 동강을 뒤로하고 아라리의 고향 정선으로(2006년 11월 9일)

 

평창 땅의 오대산에서 시작되는 오대천과 정선 땅을 흐르는 조양강을 모아 흐르는 동강의 신비로움은 그 이름만큼이나 세상 밖으로 온전히 다 나온 건 아닌 듯하다. 여느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그 내면의 깊이까진 맛 볼 수 없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강줄기를 따라가는 이야기는 드문드문 이름난 곳들에만 남아 있어 강을 온전히 이어주고 있지 않다. 아마도 돌고 도는 여울은 이어졌으되 길은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동강과 만나는 길은 네 곳이다. 영월쪽 거운리에서 절운재를 넘어 강을 거슬러 오르며 만나는 길과 정선쪽 광하리에서 뼝대를 따라 강과 함께 나란히 걷는 길, 그리고 평창쪽 한탄리에서 장리천을 따라가는 길, 마지막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정선쪽 예미리에서 구러기재를 넘어 고림물굴이니, 양치동굴이니 벌말굴을 구경하며 휘 돌아가는 강줄기와 만나는 길이 그것이다. 동강과 만난다는 설레임만 가득하다면야 어느 길에 됐건 그리 중요치 않다. 다만 봄만 되면 수난을 겪는 동강할미꽃과 이제는 보기 힘든 어름치, 다묵장어, 묵잡나루 등을 떠올리며 다가서면 될 것이다.

 

가수리는 여울이 아름답다는 가탄과 물이 아름답다는 수미라는 마을 지명에서 따왔다. 마을 사람들의 후하기로 소문난 돈이치와 일조시간이 길어 살기 좋다는 기일, 골이 깊은 기곡, 샘물이 많아 물 걱정 없는 수동, 몇 고개를 넘어야 만날 수 있는 점재를 품고 있는 운치리는 동강 강물로 인해 물안개가 늘 산마루를 떠돌기 때문이다. 마을의 높은 세 봉우리로 하루에도 달이 세 번 뜨고 진다는 연포마을. 칠족령 산길을 낸 개 이름 ‘문희' 마을. 센 물살과 바위 덕에 먹이를 찾기 위해 황새들이 몰려들었던 황새여울. 어라연과 만지나루사이 뗏군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된꼬까리.

 

“저긴 용수골이래요. 저 저기 뭐 용눈이 두 개가 있대요. 고 용눈에서 물이 요렇게 나온대요. 그래서 거 물구뎅이 두 개라서 용수골이라 해요. 가물믄은 저 저 백은 사람이 와서 개를 잡어서 그 밖에서 인제 도랑에서 낄애 먹고 대가릴 짤라 놓으면 대번 아주 그 이튿날 사흘만이면 고만 아주 하 진흙물이 고만 막 휘둘러가지우서 이 밖으로 시냇물이 나온대요. 그래니까 그 안에 뭐 큰 짐승이 미신 있죠”

 

“금오곡이라는데가 저 있어. 거는 엣날에 대왕쥐가 있다고해서 금오곡이라고 한데나. 뭐. 그런데 대왕쥐가 있나. 요만한 게 큰 긴데. 읍고 말고지. 시방은 안 그렇지만 엣날에 지관쟁이들이 거다가 거 어데다가 묘를 쓰민 장사가 난다고 그랬지. 그래 금오곡이여. 장사가 칼을 휘두르고 칼춤을 추고 이래가지고 금오곡이라고 하지. 뭐시기 한매디로 거기가 묘자리가 좋다는 거여”

 

굽이굽이 돌아가는 강줄기를 따라 옛이야기들도 굽이굽이다.

 

눈을 뜨니 코앞에 느티나무 하나가 가득하다. 굳이 동강 12경을 들먹이지 않아도 될 지경이다. 밤사이 비가 왔는지 강물이 불었지만 되레 그 때문에 단풍이 짙게 든 느티나무 너머 푸른빛의 물이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당초 오늘은 걷지 않기로 해 늦게 일어나 걸을 수 있는 시간이 모자랄 수 있지만 그래도 오래 머물 수 없다.

 

 

 

 

 

 

 

 

 

 

 

 

 

 

 

 

 

 

 

정선까지 대략 30리 길이라며, 동강을 걷는 사람들을 많이 재워주기도 했다며, 이른 점심을 우리 덕에 맛나게 먹을 수 있다며, 맑은 웃음을 보여주시던 하귤하 동강매점 할머니와 헤어지고 나니 12시가 가까워온다. 서둘러 길을 나서는데 마른하늘에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진다. 여우비다. 문이 잠겨 있기는 하나 처마가 있어 비를 피할 수 있는 노인회관를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우야 여우야 머하니”

 

한참을 그렇게 처마 밑에서 쉬니 애당초 마른하늘이었기에 금새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이 열린다. 다시 출발이다.

 

닷새 만에 다시 국도와 만난다. 덕분에 오가는 차도 많아진다. 또 42번 국도로 이어지는 광하교에 이르니 곧 오르막이이고, 오르막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않고 있어서인지, 닷새 동안 무리해서 걸은 탓인지, 몸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다. 해서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내내 서로 말 한마디 없다. 콧노래라도 부르며 올라야 지루하지 않을 텐데 덕분에 오르막이 더 길게만 느껴진다. 안되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쉬었다 가야지.

 

420m 높이의 솔치재 정상에 오르니 2시가 넘었다. 애초 일정대로라면 집에 있어야 할 시간인데 아직 정선읍내에도 이르지 못했으니 큰일이다. 그래도, 여기서부터는 내리막길이겠거니 싶으니 좀 낫다. 하지만 갓길도 없는데다가 조금 걷고 마주치고, 또 조금 걷고 마주치게 되는 차량행렬과 차에 받혀 죽어 있는 동물들로 자꾸만 처진다.

 

결국 정선읍내에는 3시가 다 돼서야 도착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서울행 시외버스에 오르니 배고픔도 잠시고 곧 잠이 쏟아진다. 창 밖 동강에 다섯 날 동안 함께 했던 빨간 낙엽이 진다. 안녕. 동강아.

 

* 열여섯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 첫째 날 : 단양 매포 평동에서 가곡 향산까지 7시간 동안 약 20km를 걷다.

- 둘째 날 : 단양 가곡 향산에서 영월읍까지 9시간 동안 약 28km를 걷다.

- 셋째 날부터 다섯째 날까지 : 동강이와 함께 한 길, 영월읍에서 정선읍까지 약 52km.

 

* 가고, 오고

단양 평동으로 가는 길은 기차편도 그렇고 버스편도 마찬가지로 단양 쪽 보다는 제천 쪽이 더 수월하다. 또 단양에서 평동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제천에서 평동으로 이동하는 것이 쉽다. 정선에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는 대략 한 시간 간격으로 다니나 안흥 등 평창 내 여러 곳을 경유한다. 기차편은 하루 세 차례 운행하는 증산-아우라지 간 꼬마열차를 이용해 증산으로 나간 후 청량리행 열차로 옮겨야 하므로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거니와 시간도 많이 걸린다. 시간을 절약할 요량이라면 시외버스를 이용하되, 시간에 구애됨 없이 색다른 경험을 할 생각이라면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

 

* 잠잘 곳

동강에는 생각보다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꽤 있는 편이다. 다만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음식점은 문을 열지 않으니 전날 묵었던 곳에서 반드시 도시락을 싸달라고 해야 하며, 숙박시설은 하루 전날 꼭 예약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그 외 지역은 최근 우후죽순 들어선 펜션에서부터 마을 민박에 이르기까지 숙박시설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다. 다만 음식점은 변변치 않으니 식당이 나오면 바로 그때가 밥 먹을 때다, 하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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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5 11:25 2010/06/05 11:25

초벌 김매기

from 10년 만천리 2010/06/01 21:27

수수 심기(5월 25일/흐림 14-20도)

 

꼭 4일 만이다. 걷기여행은 이틀이었는데. 춘천에 오는 날부터 비가 오더니 오늘 아침까지 내리 비가 왔다. 여행을 가기 전 땅콩도 다시 심어놨고. 고추도 나머지 두둑에 모두 신문지 멀칭을 했으니. 비가 꽤나 왔고 바람도 어제는 꽤나 불었으니. 신문지가 날려가지 않았는지. 비가 오고나면 한껏 자라는 풀들이 어떨지가 걱정이다.

 

다행이 신문지 멀칭은 멀쩡하다. 어디 한 군데 구멍이 난 곳도 없고 신문 한 장 날아간 것이 없다. 하지만 역시나 풀들이 문제다. 고랑이야 이미 호밀이 자리를 잡고 있어 풀이 날 틈이 없고. 감자밭도 꽃대를 열심히 올리고 있어 풀들이 발을 뻗지 못한다. 풀이 많은 곳은 옥수수를 심어 놓은 곳과 고구마를 심어 놓은 곳이다.

 

옥수수는 일찌감치 심어놓고 며칠 전에야 사이사이 콩을 심은 탓에 여기저기 풀들이 쑥쑥 올라오고 있다. 고구마도 이랑은 만들어 놓은 지 한참인데 13일에 심었으니. 아직 줄기를 뻗지 못해 그 틈으로 풀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풀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니 열일 제쳐놓고 호미질을 해야 할 터인데. 때를 놓치면 안 되는 일들이 있어 마음이 급하다. 아무래도 풀 잡는 일은 내일부터 해야 할 듯. 마음이 급해도 오늘은 수수를 심어야 한다. 헌데 수수 심을 이랑에도 풀이 잔뜩 자라고 있으니. 풀 뽑으랴 수수 심으랴 허리 한 번 펴기 쉽지 않다. 그세 해가 많이 길어졌어도 오늘은 무척이나 짧게만 느껴지는데. 그래도 쉬지 않고 일을 해서인지. 수수도 다 심고, 고구마 밭 김매기도 쬐끔 했다. 

  
초벌 김매기

(5월 26일/맑음 14-22도)

(5월 27일/맑음 12-24도)

(5월 28일/흐림 15-20도)

(5월 29일/안개 후 맑음 15-23도)

 

<해를 등지고 일하다 보니 김매기가 이렇게 된다. 왼쪽이 깨끗한 걸 보니 저녁에 찍은 듯> 

 

어제 저녁엔 남춘천역으로 어머니를 마중 나가고. 또 오늘 저녁엔 토마토며 오이, 가지 등을 심은 곳에 신문지 멀칭을 한 것 빼곤. 내리 나흘 동안 아침, 저녁으로 김매기를 하고 나니 무릎이 다 쑤신다. 초등학교 때인가 속칭 ‘다방구’라는 술래잡기 놀이를 하다 골절이 됐던 오른쪽 무릎이 꼭 말썽인 게다. 그래도 오늘은 낮에 찜질을 했더니 한결 낫고. 내일 하루 정도만 더 고생하면 초벌 김매기도 다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랜만에 오후에 비 소식이 있다. 비올 날만 기다리며 아직 심지 않은 참깨와 팥이 있으니. 아무래도 내일 오전엔 참깨와 팥을 심고. 월요일 하루 더 풀을 잡아야 할 듯하다. 

 

<초벌 김매기가 끝난 고구마, 옥수수, 콩을 심은 곳>

 

마른하늘에 팥을 심다(5월 30일/맑음 12-25도)

 

분명 예보로는 오후에 비가 온다고 했다. 그것도 오늘 아침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바로는.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미뤄뒀던 팥 심기에 나섰지만 어찌된 게.

 

집에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하늘이 어둑어둑하고 구름이 잔뜩 낀 게.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그런데 팥을 절반 정도나 심었을까. 구름이 차츰 걷히기 시작하더니 이내 해가 쨍쨍.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팥을 다 심고 집에 와서도 내내 하늘만 바라보는데. 이건 비는커녕 더 더워지기만 하는 게 아닌가. 이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물을 주고 와야 할 듯하다.

 

결국 두 시간 넘게 낑낑 대며 물을 주고 나니. 해는 지고 몸은 천근만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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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1 21:27 2010/06/0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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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거철입니다.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홍보영상물이며 연설이 흘러나오고. 색색 옷을 입은 사람들은 노래에 맞춰 이리저리 몸을 흔들고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으니요. 또 되도 않는 공약(空約)과 사탕발림 말잔치로 골목골목을 헤집고 다니는. 몇 달 전만해도 어림도 없다는 식으로 치부했던 무상급식이며 무상교육을 뻔뻔히 자기네도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선거만 끝나면 통 보이지도 않는, 어깨에 힘 ‘빡’ 들어가는 동네 유지들을 보고 있자니요.
 
여기 강원도로, 춘천으로 오고 나서 첫 선거이니. 관심이 꽤나 갑니다. 간간이 들려오는 진보정당 혹은 시민운동 활동들이 있어서였을까요. 은근히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있나 살펴보게 되더라구요. 그리구. 그래요. 부르주아 선거판에서 표 찍는 것이 민주주의의 전부인 양 선전해대는 보수 언론들. 정치꾼들. 그래서 이런 선거는 의미가 없다, 고만 하기엔. 삶이 너무 팍팍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때론 신자유주의자들과 손을 맞잡는 정치적 자살행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2.
종종 생태학과 경제학은 서로 상극인 것처럼 얘기되곤 합니다. 하지만 프란츠 알트가 쓴 <생태적 경제기적>의 추천사를 쓴 헤르만 세어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 삶에 대한 원초적인 물음, 즉 ‘현재와 미래의 인간 존재를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이해의 출발로 ‘생태학’은 지구상의 외적인 조건이 지속적이고 믿음직하게 작용하는 것, ‘경제학’은 이 조건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라 한다면 경제와 생태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둘 사이의 화해가 중요한 것도 아니며 단지 나쁜 경제와 좋은 경제, 즉 생태적인 경제와 비생태적인 경제 사의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경제는 생태의 하위 부문이다. (<생태적 경제기적>, 프란츠 알트, 6-7쪽)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생태라는 것이 그저 자연을 보호하자, 자연을 그대로 두자, 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것은 인간의 삶이, 자연과 조화로운 삶이 지속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한 생태적인 노동, 태양에너지로의 전환, 생태적 교통정책, 생태농업을 통한 완전고용이라는 주장은. 생태를 경제보다 우선시하는. 생태를 경제의 상위 부문으로 위치지우는 일이구요. 또한 작금의 경제위기를, 대량실업의 사회를 극복하는 길은 생태적인 상상력을 활짝 열어젖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전지구적인 생태적 사고와 윤리를 기반으로 생태적인 경제기적을 이룩하자’는 알트의 주장은 금세 큰 울림을 얻습니다. 
 
3.
너도나도 경제 이야기입니다. 보수꼴통들도 경제를 살리자, 진보정당들도 경제를 살리자. 누가 베꼈는지 모를 정도로 기업 유치에, 일자리 창출, 대규모 국책 사업, 초고층 아파트 건설까지. 어찌 이리도 한결 같은지요. 한편으론 살기가 참 팍팍하다, 는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대체 언제까지 이 죽일 놈의 ‘성장’, ‘개발’, ‘건설’이 화두가 되어야 하는 건지요. 하긴 강원도 도지사로 나섰다는 이가 여전히 “자연보호가 중요하지만, 쑥부쟁이 때문에, 전국에 수억 마리가 있는 도룡뇽 몇 마리 죽는다고” 설쳐대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요.
 
원자력대신 태양광, 바람, 물, 바이오매스로부터 얻어지는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야기하고, 자동차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 교통수단 말고 철도와 버스, 자전거에 더 많은 돈을 쓰자는, 토양과 물과, 공기와 동물, 식물과의 평화로운 생태농업에서 미래를 보자고 말하는 이들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노동이 아니라 영적인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자유롭게 노동하자는 후보자들은. 정말 없는 것인지요.      
 
모처럼 바람 쐬러 갔다 왔더니 어느새 아파트 입구 담벼락에 한결 같은 얼굴 표정들이 끝 간 데 없이 늘어서 있더군요. 그리고 플래카드도 부쩍 늘었구요. 조용히 책이라도 볼라치면 언제 나타났는지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저 아까운 플래카드들 다 걷어다가 내년 농사지을 때나 쓰면 딱 좋겠다는 생각만 드니. 이러다 이거 선거 때, 산에나 가게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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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6 13:13 2010/05/26 13:13

신문지 멀칭

from 10년 만천리 2010/05/24 12:32

콩 심는 날(5월 17일/무더움 15-27도)

 

단비가 내일 온다고 하니 오늘은 무척 바쁘다. 메주를 담글 콩도 심어야 하고. 처음 길러보는 서리태도 심어야 하고. 시간이 되면 들깨까지. 해서 아침 일찍부터 부산하다. 메주콩은 엊저녁에 골라 놓았으니 됐고. 서리태는 어찌어찌해서 인터넷으로 사놓았고. 들깨는 농협에서 구했으니. 서둘러 자전거에 오른다.

 

역시 콩 심는 일은 혼자 하는 것보단 둘이. 아니 셋이 하면 훨씬 빠르기도 하고 쉽다. 한 사람이 구멍을 파면 뒷사람이 콩을 넣고. 마지막으로 흙을 덮으면 되니까. 하지만 혼자 하려니 일단 쭉 구멍을 파고. 콩 넣고. 덮고. 세 번, 네 번을 왕복해야 하니 힘들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시간이 꽤나 걸린다.

 

겨우 물 한 모금씩 마시며 쉬지도 않고 콩을 심었는데도 그새 해가 머리 위에서 이글이글. 그래도 간간이 바람이 부니 좀 낫긴 한데. 긴 옷을 입었어도 팔뚝이며 어깨가 뜨끈뜨끈하다. 들깨까지 콩 사이사이에 심으려 했는데. 쉽지 않을 듯하다.

 

결국 들깨는 목요일쯤 심기로 하고. 대신 고추 심은 이랑 한 군데에 신문지로 멀칭을 해보기로 한다. 고추는 총 8이랑을 심었는데. 네이랑은 플래카드로. 네이랑은 신문지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다행이 간간이 불던 바람도 멎었고.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다해놓고 보니. 바람만 잘 견뎌낸다면 꽤나 괜찮을 듯하다. 남은 고추 이랑에도 조만간 신문지로 덮어야겠다.  

 

신문지 멀칭(5월 20일/무더움 12-28도)

 

이틀 비가 내렸다. 꽤나 많은 양이다.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니 첫날 61mm가 조금 넘게, 둘째 날 2mm이니. 게다가 바람도 조금 있었고. 하지만 비 오기 전날 신문지로 멀칭을 해놓았던 게 그대로다. 어디 찢어진 곳도 바람에 날아간 곳도 없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어차피 골에는 호밀이 말목까지 자라고 있고. 장마 때까지만 신문지가 버텨준다면. 그 이후엔 호밀을 베어 멀칭을 하면 되니. 또 신문지와 호밀은 그대로 두둑에서 썩게 두고. 그럼 자연스럽게 퇴비 역할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비닐을 쓰지 않아도 되니 이거야 말로 적절한 타협점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해서 오늘은 나머지 고추 심은 곳에 모두 신문지 멀칭을 했다.

 

 

 

다시 심은 땅콩(5월 21일/무더움 12-31도)

 

오후에 걷기여행을 갈 예정이라, 또 일요일부터는 비가 온다는 얘기도 있어 아침 일찍 밭에 나왔다. 근 한 달여 전에 심은 땅콩이 싹을 틔우지 못했기에 다시 심어야 하기도 하고. 고구마를 심은 곳에는 초벌 김매기도 해야 하고. 들깨도 심고, 수수도 심어야 하기에. 헌데 밭에 나와 보니. 이런. 

 

비 오기 전에 해놓았던 신문지 멀칭은 그대로인데. 어째. 어제 작업해 놓은 것들이 난리도 아니다. 어제 저녁, 바람이 좀 분다 싶었는데. 여기저기 신문지가 뒤집어져 있는 게 아닌가. 그래도 다행히 찢어지거나 멀리 날아가진 않아서 보수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았지만. 아까운 아침 시간에 어제 했던 일을 또 하니 들깨까지만 간신히 심고 수수는 심지 못했다. 고구마 심은 곳도 겨우 두 이랑만 풀을 매줬고. 아무래도 비가 오고나면 풀이 더 자랄 텐데.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땅콩은 멀칭을 손보기 전에 미리 심었기에 망정이지. 날이 금세 더워지는 것도 문제지만 오랜만에 하는 여행에 차질이 있을까. 서둘러 자전거에 오르는데. 그래도 시계를 보니 근 다섯 시간은 일을 한 셈이다. 일찍 심어서 문제였는지, 종자용으로 나온 것을 심어서 문제였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새로 심은 땅콩은 싹이 잘 나야 할 텐데. 자전거에 오르고도 땅콩 심은 곳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겨우 집으로 향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5/24 12:32 2010/05/2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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