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상중인 태풍(9월 1일/무더움 26-32도)
3.연일 내리는 비(8월 28일/무덥고 소나기 23-29도)
정말 많이도 온다. 이번 주는 어제 하루 빼곤 죽 비다. 내일도 비소식이고. 다음 주 중반에도 또 비가 온다고 하니. 이 정도면 이거 우기(雨氣)가 아닌 가 싶기도 한데. 기후 걱정하기 전에 밭 걱정이 먼저니. 고추도 하나, 둘 죽어나가고. 토마토도 물컹물컹한 것들만 만들어 낸다. 다 캐내지 못한 감자는 또 어떤가. 물을 좋아하는 작물들에게는 좋겠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이래갖고는 뭐든 버티기 힘들겠다.
잠깐 비가 그친 사이 밭에 나가보니 마음만 심란한데.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여기저기 풀도 뽑아주고. 죽어가는 고추들도 뿌리째 뽑아내고. 그래도 그 와중에 오이와 가지가 많이 열려 심란한 마음을 누그러뜨려주는데. 그것도 잠깐. 한 달 내내 내리는 비 때문에 풀을 잡아주지 못한 콩, 팥 밭을 보니. 여긴 정글이네. 큭. 마음 같아선 싹 다 정리하고 싶은데. 그건 말 그대로 마음뿐. 덥고 습한 날씨에 조금만 일해도 지대로 짜증이니. 후와. 이거 올 해는 정말 농사짓기 힘들다.
‘밥심으로 일 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는, 흔히는 농사짓는 사람들이 많이 썼지요. 헌데 큰 힘을 쓰려면 당연 고기를 먹어야 하겠건만. 왜 밥을 앞에 두었을까요. 그야 뭐, 옛날엔 워낙 고기를 먹는 다는 게 워낙 흔한 일이 아니어서. 겨우 명절날이나 제삿날, 생일이었으니. 늘 먹던 것이지만 밥이라도 든든히 먹어 두자, 그런 뜻이 아닐까 합니다만.
재작년쯤인가. 쌀 직불금이 크게 문제가 됐었습니다. 어떤 곳은 절반 이상이, 또 어떤 곳은 거의 모든 논과 밭이 외지인 소유라는 거. 그거 별로 새삼스런 일도 아닐 지경인 상황에서 난데없이 벌어진 일입니다. 처음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결국 또 애꿎게 농사짓는 사람들만 피해를 보겠군,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처음부터 부정수급쪽으로만 초점이 맞춰지더니 끝까지 그 얘기만 하더군요. 문제는 경자유전(耕者有田), 땅 투기였지만요. 결국 소작농부들, 농사지을 땅만 구하기 힘들어지게 된 채로 끝이 났습니다.
요즘 막걸리가 유행입니다. 외국으로 수출도 잘되고 물론 국내 판매량은 놀랄 만치 늘었고요. 이 유행에 편승해 막걸리를 소재로 한 드라마도 나왔으니. 이만하면 열풍인가요. 또 갈수록 높아가는 'well-being' 바람에 쌀을 재료로 한 과자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누룽지도 인터넷으로 팔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과자, 막걸리, 누룽지. 저 바다 건너에서 가져온 쌀로 만든 게 참 많기도 하네요.
‘여주.이천 쌀’이라면 때깔 좋고 밥맛 좋은 걸로 알아주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 명성은 여전하구요. 하지만 이젠. 뭐라나, 1,500년 만에 찾아온 더 없는 지역 개발 기회라고들 하는데. ‘물은 고이면 썩는다.’는 만고진리도 얼토당토 않는 이유로 간단히 무시하고. 강물이 논물보다 높으면 자연 논은 망가진다는 순리도 들리지 않고. 강 주변 논보다도 높게 물길을 만드는 것이 바로 이 死大江 사업인 걸. 쌀농사보단 땅 파는 게 더 남는 장사란 걸 이제야 깨달았나 봅니다.
우리네 밥상(그러고 보니 이미 ‘밥상’이라는 말에 ‘밥’이 들어가 있네요)에 가장 중심이 된 밥, 정확히는 쌀. 이 쌀이 대체 언제부터 상에 올라왔던 걸까요. 기록으로 살펴보자면 멀리는 삼국사기의 백제본기와 신라본기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벼농사 관련 책들이 있습니다(pp.33-38). 그리고 남아있는 유물로는 경기도 여주 흠암리 탄회미가 가장 오래 된 것으로 대략 3,000년 전 청동기 시대로 추정되는 것이 있습니다(pp29-31). 이렇듯 벼는 아주 오랜 세월동안 함께 해왔는데요. (물론 밭벼가 있기는 하지만) 이 쌀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논’. 사람에게는 ‘밥심’을 주고 자연에게는 또 다른 ‘심’을 주는 이 ‘논’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이야 들어본 적이 없겠지만. 나름 쌀집 자식이었다는 비교적 유리한 환경에서도 흰 쌀밥을 먹는 게. 불과 20년 전만해도 역시나 생일이나 제사, 명절이 때였으니. ‘고기’와 ‘이밥’이 한 상에 올라오는 건. 잔치상 말고는 보기 힘들었던 때가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웰빙이란 이름으로 이 ‘이밥’이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남아도는 ‘이밥’ 때문에 애꿎은 갯벌이 통째로 메우는 데 이용만 되고. 먼 이국땅에서 자신의 배를 갈라가면서까지 지키고자 해도 늘 ‘자동차’, ‘반도체’에 밀려 뒷자리로 밀려나고. 이런 걸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고 하는 건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고추짱아지(8월 16일/무더움 22-29도)
연일 계속되는 비에 고추가 걱정이다. 벌써 물러터진 고추들이 많이 떨어졌고. 이제 막 빨갛게 되는 것들도 여럿 죽어나가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아직 괜찮지만. 비가 더 계속되면 문제가 더 커질 듯하다. 해서 오늘은 둘 다 밭에 나와 조짐이 심상치 않은 것들을 중심으로 고추를 다 따내기로 한다. 가만 두면 죽어나갈 게 틀림없으니. 고추짱아지라도 담글 요량으로 그리 하는 것인데. 어제, 오늘 부지런히 고추를 따고, 딱고, 소금물 만들어 부우니. 작년 매실액 담가 먹은 커다란 유리병 두 개가 가득 찬다. 올 겨울 밥상에 올라올 고추짱아지인 것인데. 가만 보고 있으니 괜히 배가 부른다.
고구마 밭 또 김매기(8월 17일/무더움 21-32도)
오는 비에 손 놓고 있다 고구마 밭이 엉망이 됐다. 미처 줄기가 다 뻗지 못한 사이 풀이 무섭게 올라온 것이다. 비가 그친 틈 사이 조금씩 손을 봐주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냥 둬선 안 될 것 같아 어제, 오늘 다른 일 제쳐놓고 풀을 뽑아주는데. 잘못 발을 디디면 줄기가 똑하고 부러지고. 풀인가 싶어 뽑아내다 보면 역시 줄기까지 쑥하고 올라오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더구나 햇빛을 피해 이파리 뒤에 숨어있던 모기까지 휘젓는 손에 날아올라. 땀 냄새에 이만저만 달려드는 게 아니니. 일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이틀을 꼬박 김매기 해줬더니 숨통이 좀 트인다.
무더위에 지친다(8월 21일/무더움 24-33도)
연일 폭염이다. 30도는 기본, 33-34도까지 올라가는 날이 계속된다. 더구나 기온만 높은 게 아니라 습도까지 높다. 이 정도면 가만있어도 땀이 주르륵. 그야말로 찜통더위다. 하지만 아무리 더워도 이틀, 사흘 밭에 나가지 않을 순 없다. 가만히 있음 금세 풀천지가 되니. 해서 밭에 나오지만.
10분 만에 두 손 다 들 수밖에 없다. 감자 조금 캐고 오이며, 참외를 몇 개 따기만 했는데도. 바지까지 땀으로 젖는다. 아무리 그늘이 지고 바람이 불어도 이건 아니다. 어찌어찌 한 시간은 넘게 풀도 좀 뽑아 보려고 하지만. 휴. 무더위에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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