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추대 정리 - 셋째 날(10월 5일/맑음 10-21도)
아침, 저녁 쌀쌀한 날씨에 밑도 끝도 없이 찬물로 목욕했다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주말에 또 비가 왔고. 이래저래 닷새 만에 밭에 나와 다 정리 못한 고추대 정리하고. 저녁에 카레나 해먹을까, 당근 몇 개 더 뽑아 금방 돌아왔다. 뭐, 콩이며, 팥이 다 여물기 전까진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고추 뽑아내다(10월 6일/안개 후 맑음 10-22도)
올 고추 농사는 최악이다. 그나마 다 죽기 전에 풋고추를 따내고 장아찌를 담아 둔 게 세 항아리가 있다면 위안이 될까. 작년엔 가을 내내 아파트 옥상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고춧가루를 만들었는데. 고춧가루는커녕 고추 잎도 한 번 무쳐먹지 못했으니. 그야말로 망했다, 할 만하다. 보름 전만 해도 목덜미로 땀이 흐를 시간에 나와 죽은 고추들을 다 뽑아내니. 밭도 휑하고 마음도 휑하다.
고구마 맛보기(10월 7일/맑음 11-24도)
고추밭 정리하러 갔다가 고구마 줄거리도 좀 따고 그 덕에 고구마도 몇 개 캐냈다. 작년만 못하지만 그래도 실하게 생긴 것들이 줄줄 올라온다. 다음 주 쯤엔 고구마를 다 캐내야할 듯.
1.
3.땅콩 수확(9월 27일/안개 후 맑음 12-23도)
무투입농법이라고나 할까. 밭 갈기 전에 넣어주는 퇴비 이외에는 비료는커녕 웃거름도 제대로 주지 않고. 오로지 햇빛과 물과 흙이 만들어주는 것으로만 수확을 하니 그렇다.
그저 마음 가는 데로 밭에 나와 작물들을 봐주고. 풀에 채이지 않게만, 벌레가 너무 많이 먹지 않게만, 가지를 잘 뻗을 수 있게 엮어만 주는 그런 농법.


농부님들 들으면 웃겠지만 그렇게 2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그래서일까. 일에 치이지 않고 자유롭게 글도 쓰고 놀러도 다니며. 슬슬 유유자적이긴 한데 수확물이 현저히 적다. 적을 뿐만 아니라 키도 작다. 고추도 그렇고 옥수수도 그렇고. 콩은 그럭저럭이긴 한데 감자가 그렇고 고구마도 그렇다. 들깨며 참깨는 수확하는 게 쉽지 않을 지경이고. 올 해 처음 심은 땅콩.
아침나절, 5월 말에 심은 땅콩을 수확했다. 두 이랑을 심었는데 고작 나온 것은 g 남짓. 아무리 처음 재배한 거라 하지만 좀 심하다. 하다못해 석회라도 뿌려줬으면 이러지 않았을 터인데. 그래도 싹이 나고 꽃이 피고 땅콩이 주렁주렁은 아니더라도 여러 개씩 매달려 있는 걸 보니.
엊그제 뽑은 당근만치나 이쁘고, 저걸 아까워 어떻게 먹나, 싶다.
고추끈(9월 28일/맑음 11-20도)
매년 하는 일이지만 흰 지주끈을 모아 버리는 것도 큰일이다. 뭐 힘이 드는 일이 아니니 큰일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고추끈은 그래도 좀 낫지. 토마토며 오이며, 호박을 8자로 묶어줬던 끈들을 일일이 풀어내는 일이란 게. 행여 쪼가리라도 챙기지 못하면 그대로 땅에 썩지도 않고 묻히고 마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그러니 큰일은 큰일인 셈. 아무래도 뭔가 수를 내도 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걸루다 찾아봐야지. 근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들 하지? 그냥 지주끈으로들 하나?
고추대 정리 - 첫째 날(9월 29일/흐림 7-17도)
억수같이 쏟아 붓는 비에 일찌감치 고추들이 다 죽어 버렸다. 덕분에 고구마, 콩 수확할 때랑 겹치지 않게 고추끈이며 고추대를 정리할 수 있으니. 이거야 원, 웃어야 할지. 그래, 웃고 넘어가지 않으면 또 어쩌겠나, 싶어. 느즈막이 나와 어제 뽑아놓은 고추대를 한 다발 묶어 자전거에 실으니. 이거 중심잡기는 쉬운데 양옆으로 조심조심. 결국 평소보다 십분 이상 늦게 도착했다.
고추대 정리 - 둘째 날(9월 30일/맑음 9-21도)
고추대 정리하면서 미처 다 캐지 못했던 감자도 캐낸다. 장마가 오기 전에 다 수확했어야 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때를 놓쳤고. 두 달 넘게 비가 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뒀는데. 늦었다고 생각해 기대하지 않았건만 그래도 여럿 나온다. 비싼 채소 값에 반찬 걱정이었는데 잘됐다. 당분간은 감자 요리로 밥상을 채워야지.
팥꼬투리(9월 20일/흐린 후 비 18-26도)











이 글에 관한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