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등록된 차량 가운데 10년 이상 운행한 차량이 29.8%를 차지했다고 하네요. 10년 이상 된 노후차의 비중이 30% 아래로 하락한 게 작년 12월 이후로 7개월 만에 처음이라는데. 발표 자료만 놓고 보면 아마도 지난 5월부터 시행된 노후차 교체시 취,등록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헌데 말입니다.

 

사실 정부가 노후차 교체시 세제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한 이유는 ‘저탄소 녹생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기보다는 석유-자동차-건설로 이어지는 발전지상주의 삼각동맹의 한 고리인 자동차 산업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는데요. 우선 함께 도입이 논이됐던 경유차량 환경부담금 면제 방안은 포함되지도 않았구요. 새 차로 바꿔 탈 경우에도 배기량이 크고 비싼 차 일수록 혜택을 더 많이 주는 방향으로 지원방안이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MB정부가 ‘저탄소 녹생성장’ 운운하며 4대강 삽질사업을 하는 것처럼 이번 세제지원도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겁니다. 그래도 말입니다.

 

노후차량 세제지원은 어떤 면에서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어 마냥 반대만은 할 수는 없는데요. 일단 요즘 나오는 차량들의 경우에는 새로 기준이 강화된 방식으로 단순한 연비뿐만 아니라 탄소배출량까지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구요. 또 2015년이라는 다소 긴 기간이지만은 단계적으로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강화하기로 해 좀 더 나은 자동차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발전 속도가 예상외로 빠르고 이에 발맞춰 세제지원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이를 무시할 수만도 없지요. 하지만 말입니다.  

 

유럽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오래된 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구입할 경우 차량 가격 가운데 일정 금액을 할인해 주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까운 일본도 보조금을 주는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구요. 언론에서는 경기부양책으로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세제지원 제도와 비교하고 있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이들 나라들의 노후차 교체 지원 방안은 우리의 방식과는 확연히 달라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색할 지경이랍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만보더라도 13년 이상 된 차량을 폐차하고 친환경차를 살 때 25만엔 혹은 12.5만엔(경차)의 보조금을 줍니다. 물론 폐차하지 않을 경우에도 보조금을 주는 데 이때에는 보조금이 조금 줄어 들어들어 10만엔 혹은 5만엔의 보조금입니다. 그리고 유럽의 경우, 나라별로는 조금씩 차이가 있을지언정 공통적인 내용은 일본과 마찬가지입니다. 즉, 친환경차 혹은 소형차(경차)로 교체할 경우에 한해 일정금액을 할인해주거나 보조금을 주는 거지요. 어째, 상황이 이러하니 우리나라의 세제지원 방안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대형차, 외제차로 교체할 경우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그런 세제지원과 말입니다.

 

오래된 차일 경우 연비가 낮거나 배출가스가 많을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후차를 교체하는 데 따른 비용을 사회가 공동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환경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사회적 비용이 되려 환경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쪽으로 즉, 대형차를 선호하게끔 지출이 된다면 그거야 말로 불필요한 지출이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MB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노후차 교체에 따른 세제지원은 방향은 어느 정도 찾은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은 전혀 다른 것을 담고 있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정부의 이런 정책 시행과는 달리 한쪽에선 맹목적인 신차 모델 위주의 차량 교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우려하며 되려 10년 차타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곳도 있으니 자칫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노후 된 차를 교체해 연비를 높이고 배출가스를 줄이는 것이 나은 것인지 계속 신차를 교체하는 식으로 자동차 산업을 유지하는 게 나은 것인지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매년 집중호우가 늘어나도, 연중 황사현상이 나타나도, 매년 최고 기온을 갱신해도, 위기의식은커녕 지금과 같은 발전이 끝없이 가능하리라는 알 수 없는 자만감에 혹 빠져든 건 아닌 가, 묻는다면 답은 의외로 쉬운 것 아닐까요. 말하자면 절반도 다 맞는 건 아니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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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0 23:24 2009/08/20 23:24
1. 
혹시 영국의 대표적인 좌파 감독이자 2006년도에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를 알고 있는지요. 우리나라에는 <레이닝 스톤>을 시작으로 <랜드 앤 프리덤>, <빵과 장미>, <칼라송> 등이 극장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졌고, 좀 다른 경로이긴 하나 <명멸하는 불꽃>이나 <네비게이터>와 같은 작품으로도 알려진 사람말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바로 감독 켄 로치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런 애기를 하곤 합니다. 켄을 얘기할라치면 늘 주된 화제가 되고 마는 정치성과 계급성에 대해 조금은 자유로워야 그의 절반의 영화들을 볼 수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 절반의 영화를 못 봐서인가요. 아직까진 켄 로치의 영화 속에 각인되어 있는 그 정치성과 계급성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아마도 그건 가장 최근에 본 <보리밭을 흐드는 바람>에서도 여전한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앞서 소개한 그 어떤 영화들보다 <랜드 앤 프리덤>을 가장 먼저 봤기 때문일 겁니다.
 
<랜드 앤 프리덤>은 스페인 내전을 다룬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니로부터 지원을 받은 프랑코 군대에 맞서 스페인 민중과 인민전선정부를 지키기 위해 전세계에서 모여든 이름 없는 혁명가들의 싸움으로 밖에 알려진 바 없는 그 스페인 내전을 말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이 <랜드 앤 프리덤>란 영화, 사실 뭐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도 말입니다. 처음 봤던 그 순간에 아, 이 영화는 단순히 스페인 내전만을 다룬 영화가 아니구나, 라는 걸 느꼈더랬습니다. 그리고 스페인 내전은, 그동안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더 복잡한 배경을 갖고 있더라는 걸, 더 복잡한 이념형의 각축장이었음을 알아차렸더랬습니다. 도대체 시도 때도 없이 영화 중간중간마다 튀어나오는, 대체 왜 이런 장면을 넣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긴 ‘토론’ 장면들. 사실 지금이야 어렴풋이나마 그 의미를 알겠지만 처음 봤을 땐 통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 무슨 얘기들을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던 그 긴 ‘토론’ 시간들을 보면서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2.
채식주의나 환경과 관련된 책, 혹은 자연주의적 색채를 띠는 저서들 가운데 종종 이 책을 언급한 것들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꼭 100년이 조금 넘은 때이던 1906년, 당시 미국 육가공산업이 급성장한 경을 된 비밀을 폭로한, 그로인해 식품의약품위생법과 육류검역법 등이 제정되게끔 한 <정글 The Jungle>을 말입니다.
 
업튼 싱클레어는 이 책 한 권으로 일약 최고의 리얼리즘 소설가로 알려지게 됐는데요. 사실 그가 쓴 글을 읽고 있노라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는 육가공 공장의 내부 모습이 놀랍기만 합니다. 헌데 말입니다. 싱클레어도 지적했듯이 <정글>이 육식의 안전성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가 더 큰 주의를 기울였던 자본의 무자비한 이윤추구의 현장에 대한 생생한 고발에 대한 환기는 뒤로 밀려난 듯 해 본말이 전도됐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이윤 추구라는 목적 하에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행태가 서슴지 않고 자행될 수밖에 없는 게 어디 이 소설에서 고발하고 있는 육가공 산업뿐이겠습니까. 
 
<정글>은 이미 1979년에 한 번 출간 된 적이 있었습니다.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채광석의 번역으로 말이죠. 하지만 그때 출간된 <정글>은 번역자의 표현대로라면 주인공인 유르기스의 미래상에 대한 저자와의 여러 가지 상이점 때문에 29-31장이 빠진 채였음에도 판매 금지 도서로 지정됐답니다. 물론 아는 사람들만은 몰래몰래 책을 보았구요. 그러다 1982년에 동녘출판사에서 재출간하기에 이르렀구요, 다시 10년 흐른 1991년, 초판 번역본 당시 누락됐던 29-31장이 추가되어 완역본이 나오게 됩니다.
 
3. 
초판 번역본에서는 볼 수 없었던 29-31장의 내용은 어찌 보면 도식적이다, 싶을 만한 내용들입니다. 자본주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이주노동자로서 갖은 착취와 불의 속에 가족을 모두 잃다시피 한 유르기스가 ‘사회주의’ 활동가로 거듭나는 과정이 특별한 개연성 없이 서술되고 있으니까요. 더구나 작가가 가지고 있던 진보에 대한 확고함 때문이었을까요.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문체는 읽는 이로 하여금 거부감이 들 정도라니까요. 하지만 말입니다.
 
그처럼 도식적이고 강고한 문체로 읽기가 까탈스러우면서도 말입니다. 오래 전에 봤던 <랜드 앤 프리덤>의 그 긴‘토론’ 장면이 내내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그리고 말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할아버지의 유품을 통해 스페인 내전을 알게 된 손녀가 장례식에서 윌리엄 모리스의 시 “전투에 참여하라. 아무도 실패할 수 없다. 육신은 쇠하고 죽어가더라도 그 행위들은 모두 남아 승리를 이룰 것이므로”를 낭송하는 모습과 사회주의자로서 처음 맞은 선거에서 사회당의 놀라만한 성과에 감탄한 유르기스에게 “우리는 그들을 조직할 것입니다 그들을 가르칠 것입니다. 승리를 위해 단결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적을 압도할 것이며, 우리 앞에서 그들을 쓸어버릴 것입니다”를 외치는 연사의 외침이 겹치는 건, 또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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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9 22:19 2009/08/19 22:19

첫물고추

from 09년 만천리 2009/08/18 21:16

빨간 고추(8월 10일/무더움 20-30도)  

 

확실히 작년에 비해 고추 농사는 잘 되가는 듯하다. 아직까진. 일단 몇 개가 죽어나가긴 했지만 장마를 별 탈 없이 보냈고, 빨간 고추가 아래쪽부터 서서히 올라오는 게 이대로만 간다면 꽤나 많은 고추를 수확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그래도 통풍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또 이미 달린 고추에 영양을 더 주기 위해서도 곁가지로 나온 고추 잎들을 따주어야 한다.

 

두 시간이나 무릎으로 기다시피 하며 하나하나 일일이 고추 잎을 따니 땀도 많이 나고 무릎도 아프다. 게다가 웬 모기떼가 이리도 극성인지. 아마도 땀 냄새를 많고 모여든 것일 텐데, 땀 식힐 시간이 있다면야 어찌 해보겠지만 내일부터 비가 온다고 하니 그러지도 못한다. 하는 수 없다. 모기가 물든 어쩌든 해질 때 까진 아무 생각 없이 일만 하는 수밖에. 

 

첫물고추 - 첫째 날(8월 11일/흐린 후 비 22-25도)

 

오후부터 장대비가 온다고 한다. 이 비는 내일까지 중부지방에 많은 비를 쏟아낸다고 한다. 지난 번 장맛비로 이미 고추 몇 주를 뽑아냈으니 비가 더 온다고 해도 비 피해를 받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걱정이다.

 

비가 그치고 나면 또 무더위가 지속될 거라는 장기예보가 있으니 아무래도 첫물고추를 수확해야할 듯하다. 해서 어제부터 시작한 고추 밭 정리를 잠시 멈추고 빨간 고추 수확에 나선다.

 

비 온다는 소식에 서둘러 밭에 나왔는데도 겨우 한 시간이나 고추를 땄나. 비가 후두둑 떨어진다. 조금만 더 따면 한 이랑은 딸 수 있건만, 어찌할까 잠시 고민이다. 아무래도 비가 오는 가운데 고추를 따게 되면 좋지 않을 것 같아서다. 하지만 마음만 그렇지 몸은 정반대다. 다섯, 여섯 주만 손을 보면 한 이랑을 끝낸다는 눈치에 쏟아지는 빗속에서 고추를 따낸다.

 

결국 10여분 더 일을 한 후에 한 이랑에 달린 고추를 다 따낸 후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에휴. 이게 뭔 사서 고생이람. 그래도 따 온 첫물고추 무게를 재보니 7.3kg이나 된다. 아직 네 이랑이나 더 남았고, 아직 빨갛게 되지 않은 고추들이 빨간 고추보다 세 배는 더 많으니. 오늘만 같으면 아무리 비가 오고 일이 많아도 힘들지 않겠다.

 

* 첫물고추 수확량 - 7.3kg

 

<꼭지를 따내고 햇볕에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첫물고추 - 둘째 날(8월 13일/무더움 20-32도)

 

계획대로라면 벌써 감자를 다 캐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자리에 김장무와 배추를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자를 두 이랑도 채 다 캐지 못했다. 생각보다 감자 양이 많은 것도 이유라면 이유고 어제부터 수확하기 시작한 고추에 밀린 것도 이유라면 이유다. 하지만 무와 배추를 심기 전에 퇴비도 넣어주려면 늦어도 이번 주까진 감자를 다 캐야 할 것 같다.

 

감자를 캘 요량으로 호미질을 했는데 아무래도 어제, 그제 내린 비 때문인지 감자에 흙이 많이 묻어난다. 아무래도 하루, 이틀 정도는 더 기다렸다 캐야할 듯하다. 괜히 땅에 물기가 다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캐냈다간 감자 맛이 안 좋을 것 같아서다.

 

해서 비 오기 전, 한 이랑밖에 수확하지 못한 첫물고추를 마저 따기로 하고 고추 밭으로 들어선다. 헌데 더운 날씨만큼이나 달려드는 모기 때문에 고추 따기가 영 쉽지만은 않다. 고추 서너 개 따고 모기 잡고, 또 고추 한 주 따고 모기 잡고. 진도도 나가지 못하고 신경질만 나는 게, 어째 오늘은 일을 많이 못 할 것만 같다. 결국 한 이랑밖에 고추를 따지 못하고 자전거에 오른다.

 

* 첫물고추 수확량 - 6kg

 

   <옥상에서 잘 마르고 있습니다>

첫물고추 - 셋째 날(8월 14일/무더움 22-33도)

 

오후엔 고추 말리는 데 쓸 요량으로 차광막을 사러 시장에 다녀왔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차광막을 깔고 부직포를 덮어 말리면 뒤집어 주는 수고도 덜할 수 있고 희나리도 생기지 않는다고 해서 일단 차광막부터 사려 한 것이다. 헌데 종묘상에 갔더니 특별한 이름은 없지만 고추 말리는 데 쓰라고 나온 게 있다고 한다. 얘기를 더 들어보니 차광막은 고추 꼭지가 걸려 뒤집기가 어려운데 이건 그렇지가 않단다. 그리고 값도 차광막보단 조금 싼 것 같다. 해서 차광막대신 그걸 사왔다.

 

저녁나절에 또 한 이랑에서 첫물고추를 따왔다. 어제 고추를 따면서 흘낏 봤더니 꽤 고추가 많이 빨갛게 된 것 같아 쌀 포대를 두 개 준비해 왔는데 다행일까. 한 이랑을 다 따고 나니 거의 두 포대에 가득이다. 낑낑대며 자전거 뒤 짐받이에 묶어 세워 힘들게 오르막길을 오르지만 콧노래가 나오는 건 왜일까. 헤, 이 맛에 농사짓는 건 아닌지.

 

* 첫물고추 수확량 - 11.3kg    

 

  

첫물고추 - 넷째 날(8월 15일/무더움 20-34도)

 

하루에 한 이랑씩 모두 나흘 만에 첫물고추를 다 수확했다. 첫날 따온 고추는 벌써 아파트 옥상에서 일광욕 중이고, 둘째 날과 셋째 날 따온 고추는 마루를 차지하고 앉아 후숙 중이다. 이제 오늘 수확한 고추를 작은 방에 널어놓으면 한 숨 돌릴 수 있겠다. 지금까지 따온 고추 수확량은 28.9kg. 사실 고추가 빨갛게 될 무렵 다 죽어버렸던 작년에 비한다면 이만큼만 해도 대성공이다. 하지만 아직 고추 밭엔 따온 고추보다 더 많은 고추가 달려 있으니 잘만 하면 고추 대풍을 만들 수도 있겠다.

 

저녁나절엔 다음 주 김장 배추와 무 심을 곳을 만들기 위해 고추 수확 때문에 잠시 미뤄뒀던 감자 캐기에 나선다. 헌데 날이 무덥긴 무더운가 보다. 해질녘에 나갔는데도 불과 한 시간 만에 온 몸이 다 젖고 만다. 정말 밭일하기 괴롭다. 그래도 겨우 반 이랑밖에 캐지 않았어도 감자가 쌀 포대에 가득이다. 덥기도 하거니와 자전거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양이 한 정돼 있으니 이젠 집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 첫물고추 수확량 - 4.3kg

* 감자 수확량 - 11.9kg

 

감자 수확 - 넷째 날(8월 16일/무더움 20-34도)

 

연일 폭염이다. 어제도 34도, 오늘도 34도다.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고는 있지만 한낮엔 그야말로 땡볕인 셈이다. 덕분에 첫물고추 말리기는 잘 될 듯싶지만 밭에 나가 있는 시간이 줄어드니 딱히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

 

다음 주 수요일쯤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으니 오늘까진 감자를 마저 캐고 내일은 농협에 들러 퇴비를 사다 넣어야 한다. 해서 오랜만에 삽을 챙겨든다. 감자는 대충 한 포대만 캐고 무 심을 이랑을 만들기 위해서다.

 

확실히 감자 꽃이 많이 올라온 곳이 알도 굵다. 또 알만 굵은 게 아니라 양도 많다. 지금까지 두 이랑을 조금 넘게 감자를 캤는데 씨알도 작고 수확량도 적은 게 역시 꽃도 적게 올라온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감자알이 굵으니 조금만 캐냈는데도 금방 포대가 가득 찬다. 덕분에 무 심을 이랑에 준비해간 삽으로나마 위, 아래 흙을 섞어줄 수 있다.  

 

* 감자 수확량 - 10.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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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8 21:16 2009/08/1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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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문을 나서면 곧 도서관으로 오르는 길이 시작됩니다>

아침나절에 첫물고추를 따왔습니다. 오후에 비가 온다는 얘기에 서둘러 나갔는데도 밭에 도착한 지 삼십분 남짓 됐을까요.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에 고작 한 이랑밖에 일을 하지 못했네요. 그래도 수확한 고추가 무려 7.3kg이나 된답니다. 첫물고추가 이 정도니 올 고추 농사, 잘 된 듯싶네요. 하지만 이제부터가 더 중요한데, 따가운 햇볕과 적당한 바람, 아무래도 하늘이 많이 도와줘야겠지요.

 

디지털시대입니다. 버스를 타도, 길을 걷다가도 손 안에 자그마한 단말기로 영화도 보고 메일도 확인하니 말입니다. 하기야 지금은 뭐, 이런 모습이 제법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은 그래도 가끔은 이 작은 기계로 책까지 읽는 걸 보고 있자면 놀라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아무리 디지털시대라고는 하지만 무릇 책장을 넘겨가며 읽어야 제 맛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써는 말입니다. 하지만 작년이었던가요. 60돌을 맞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가장 큰 화두가 전자책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콘텐츠의 성장세였다고 하니 조만간 열에 넷, 다섯은 종이책 대신 디지털기기를 들여다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오늘 아침엔 밭보단 도서관에 가려했었습니다. 평소에도 일주일에 두어 번, 저녁을 먹고 난 후나 졸음이 몰려오는 주말 오후쯤엔 으레 산책삼아 길을 나서 도서관에 들르곤 했었는데 지난주엔 무에 그리 바쁜 일이 많았는지 그러지를 못했거든요. 헌데 비가 온다는 소식에 밭엘 먼저 들렀던 것입니다. 그리고 점심때가 되긴 했지만 아직은 배가 그리 고프지도 않고 빗줄기도 굵지 않아 우산을 받쳐 들고 집을 나섭니다.

 

     

  <문을 지나면 갈림길인데요, 왼쪽은 제철 야생화가 오른쪽은 자작나무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자책은 대부분 ‘플래시 애니메이션’, ‘XML', 'PDF', 'iBOOK' 파일 형태로 제공된다고 하지요. 종이책에 비해 40-50% 수준으로 저렴한 가격에 인터넷만 연결되면 언제 어느 때고 다운 받아 편하게 읽을 수가 있으니 사실 매력덩이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종이책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서 더욱 많은 정보를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들은 저자와 독자들 간에 양방향 소통이 이루어짐에 따라 독서환경과 출판문화에 평등과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어찌 보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이런 방식의 읽기는 당연한 결과인 듯싶기도 하고, 이렇게라도 책을 가까이 하고 비록 가상공간이라 할지라도 서로 소통할 수만 있다면야 되려 좋은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기는 하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자책이 읽기의 즐거움을 오롯이 만끽할 수는 있을까요.   

 

                                                                                                                              <한여름에도 시원한 오솔길입니다>

10분 정도만 시간을 내면 답답한 아파트 숲을 벗어나 제철 한껏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며, 개미초가 반겨주는 오솔길을 걸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입니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 가는 길은 굳이 책을 보러 가지 않더라도 그저 산책삼아 걷기에도 제격입니다. 그래도 그렇게 나선 발걸음은 늘 책으로 둘러싸인 도서관으로 향하고는 하는데요. 아마도 그곳에서 풍겨오는, 오래된 책에서만 맡을 수 있는 특유의 냄새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사각사각, 고요함 속에 들리는 책장 넘기는 소리 또한 뿌리칠 수 없는 유혹입니다. 거기에다 발돋움을 해야 겨우 닿을 수 있는 곳에서 꺼내든 오래된 책 표지에 내려앉은 먼지들이며, 누군가 옮겨 적으려 끼어놓은 작은 종잇조각들을 발견할 때면 왠지 모를 설렘이 생겨나곤 한답니다. 또 때론 따뜻한 햇볕을 한가득 받으며 창가에 책을 베개 삼아 쪽잠을 자기도 하고, 마음을 나누는 이와 마주 앉아 몇 시간이고 눈과 책을 번갈아 마주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이는 전자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읽기가 갖는 또 다른 즐거움이지 싶습니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책 세 권을 빌렸습니다. 잭 런던의 <강철군화>, 김재호가 쓴 멕시코 여행기 <멕시코 일요일 2시>, 한길사에서 나온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1>, 이렇게 세 권을 말입니다. 잭 런던의 <강철군화>는 10년도 전에 읽었기는 한데 하도 오래돼놔서 기억나는 내용이 없어 다시 읽어보려 꺼내들었구요. 1년에 한 권씩 모두 15년에 걸쳐 15권이 나왔다고 하는데 1년에 한 권씩만이라도 읽어볼까 해서 <로마인 이야기 1>을 빌렸답니다. 마지막으로 김재호씨의 책 <멕시코 일요일 2시>는 화장실에서 쉬엄쉬엄 읽기에 딱 좋을 것 같아 보였구요. 아무튼 그렇게 세 권의 책을 들고 도서관을 나서는데, 이런. 아까 집을 나왔을 때 보다 비가 더 세차게 내리고 있습니다. 곳에 따라 집중호우도 있을 거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비가 올려나 봅니다. 그래도 어떻습니까. 지난 번 장맛비에 고추 몇 주를 뽑아내기도 해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간만에 비오는 오솔길도 걸었고 재밌는 책도 세 권이나 빌렸으니. 이만하면 도서관 가는 길, 좋지 아니한가요.

 

<이제 도서관에 다와갑니다>

 

<누군가 급히 들어갔나 봅니다. 도서관 앞 의자에 종이컵만이 홀로 비를 다 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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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2 19:32 2009/08/12 19:32
첫째 날,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영동군 황간면에서 용산면까지(2006년 7월 29일)
 
일기예보로는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이제 한여름 무더위가 시작된다고 하던데, 수원에서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평택에 들어서자 제법 굵어지고 있다. 비옷이고 우산이고 어느 하나 준비하지 않았는데, 걱정이 앞선다. 다행이 대전을 지나면서부터는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있기는 한데, 비구름이 여전히 하늘을 덮고 있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황간에 도착하니 산허리에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고 굵지는 않지만 빗방울이 머리 위로 떨어진다. 서둘러 역사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저 멀리 민주지산에 걸린 비구름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어째 오늘은 해 구경하기 힘들 듯 하다. 그래도 빗줄기가 더 굵어지지 않는 게 고마울 뿐이다. 뜨거운 햇빛을 가리기 위해 준비해 온 모자로 대충 빗줄기는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월류봉을 지나 긴 오르막길(위)을 지나고 나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하늘이 맑아지는데 아예 덥다(아래)>
 
읍내를 벗어나자마자 오른편 저쪽에서부터 왼편 월류봉 아래로 제법 거센 흙탕물이 흐른다. 몇 주간 쉴 틈도 없이 내린 장맛비 때문 일게다. 들리는 소식에는 이곳에도 많은 비가 내렸고 곳곳에 산사태에 도로가 끊겼다고는 하는데, 우리가 걷는 이 길엔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비 때문인지, 원래 보수를 하려고 한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곳, 딱 한 곳을 지나쳤다.
 
월류봉을 지나니 곧 오르막길이다. 제법 긴 오르막길인데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쉬지 않고 내리는 비로 옷마저 축축해 무척 힘이 부친다. 게다가 지나는 차들은 길을 걷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 듯 물살을 일으키며 질주하고 있어 조금 걷다 갓길 저만치로 피하고, 조금 걷다 또 갓길로 저만치 피하고 하는 바람에 발걸음이 더디기만 한다.
 
고갯길을 넘고 나니 어느새 비가 그치고 먹구름 사이로 간간이 따가운 햇살이 머리를 비추는데 이건, 좀 전까지는 비 때문에 걸음이 늦어졌다면 이제는 햇빛 때문에 걸음이 늦어지는 꼴이다. 아무래도 잠시 쉬어가야겠다. 용암리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 잠시 배낭을 벗어 던지고는 어깨며, 발목을 번갈아 가며 주물러준다.
 
황간을 출발한지 두 시간이 조금 넘어 용암 삼거리에서 514번 지방도로로 바꿔 탄다. 오늘은 옥천군 청산면까지 가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는데 아무래도 이 속도라면 다 못 갈 듯 싶다. 큰일이다. 황간면에서 청산면까지는 하루 밤 쉬어 갈만한 곳을 전혀 찾아볼 수 없으니. 그런데도 이상스레 몸이 무거울 뿐만 아니라 발걸음마저 더디기만 한다.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쉬어가면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결국 용산면소재지에서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한다. 혹 근처에 민박집이 있을까 해서 이리저리 전화도 돌려보지만 마땅히 쉴 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대신 저녁이나 해결할까, 중국집에 들어선다. 하지만 허기진 뱃속과는 달리 잠자리 걱정 때문인지 자장면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른다. 어쩔 수 없다. 영동이나 옥천으로 나가는 수밖에. 이리저리 재고자시고 없이 가장 먼저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니 영동으로 나가는 차다.
 
둘째 날, 옥천군으로 넘어와 청산면까지(2006년 7월 30일)
 
용산행 첫 차가 5시 50인데 아침에 눈을 뜨니 5시 20분이다. 세면은커녕 서둘러 옷만 갈아입고는 버스정류장으로 허겁지겁 달려간다. 이른 아침인데다 일요일 이어서인지 오가는 차도 없고 버스를 타는 사람도 우리 둘 이외에 딱 두 명이 더 있었을 뿐이다. 어제는 30분이 조금 넘게 걸린 길을 오늘은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용산에 당도하니 사방이 자욱한 안개다. 물가 쪽에는 물안개가 자욱이 피어오르고 있고 산허리 쪽에도 안개가 자욱하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날씨가 우리의 여행을 도와주지 않는 듯하다. 발걸음이 계속 무겁다. 게다가 용산을 벗어나자마자 시작되는 길이 국도라 오가는 차량도 많아 불편하기 짝이 없다.
 
법화리에서 한 번 쉬고 나니 고갯길이고, 고갯길 정상에 오르니 옥천군이다. 멀리 ‘인삼의 고향 옥천’이라는 커다란 입간판이 보이는데 아니나 다를까 열 번째 여행 내내 길 양옆으로 짙은 포도향을 내던 포도송이들 대신 이번엔 끝없는 인삼밭이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내리막길에, 빨갛게 핀 인삼 꽃구경에, 오랜만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당초 10시 이후에는 걷지 않기로 했지만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벌써부터 땅 밑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보통이 아니다. 간간이 구름들이 햇빛을 가려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머리 위로 내리쬐는 따가운 햇살에,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등 뒤로 땀이 ‘주르륵’ 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출발하기 전 준비했던 물마저 바닥이다. 또 마을은 보이지도 않는다. 조금 걷고 그늘에서 쉬고, 또 조금 걷고 그늘에서 쉬고 하니 시간만은 잘도 가는데 진도는 나가지 않는다. 조금 더 지나면 정말 땡볕 속에서 걸어야 할 텐데.
 
예정대로라면 어제 밤 하루 쉬어가야 했을 청산면에 도착하니 9시다. 일단 아침은 먹어야겠는데 더 걸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벌써부터 한여름 찜통인데다 온 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라 그렇다. 아무래도 더 이상은 걷는 게 무리다. 다행히 버스 시간이 잘 맞아 떨어져 시간 낭비 없이 청산에서 영동으로, 영동에서 서울로, 또 무더위를 피해 쉬이 올라올 수 있다.
 
* 열한 번째 여행에서 걸은 길
- 첫째 날 : 영동군 황간면에서 용산면까지 약 12km. 걸은 시간 3시간.
- 둘째 날 : 영동군 용산면에서 옥천군 청산면까지 약 11km. 걸은 시간 어제와 마찬가지로 약 3시간.
 
* 가고, 오고
영등포에서 황간까지는 12시 29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했다. 옥천군 청산면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은 보은이나 영동 쪽으로 나와야 하는데, 우리는 영동으로 나왔다. 다행이 버스 시간이 잘 맞아서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으나 아무래도 사전 버스 시간 확인은 필수인 것 같다.
 
* 잠잘 곳
황간에서 당초 머물려고 했던 옥천군 청산면까지는 거의 숙박할 만한 곳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우리가 첫날 도착했던 용산면에는 허름한 여관이 하나 있을 뿐이다. 대신 음식점은 곳곳에 꽤 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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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1 16:02 2009/08/11 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