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하고 집으로 가서 좀 늘어졌다.
마루에서 아내와 동네 아줌마의 말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또 잠들었다.
토욜 아침에 화장실엘 갔는데,
욕조에 가득 배추가 소금물에 절여져 있다.
밤에 수다를 떤것이 아니라 배추를 절이느라 그랬나 보다.
아내는 갑자기 회사에서 배추가 생겨서 김장을 담그기로 했다면서
오늘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걱정이라고 한다.
남편 집에 있으니까 할일 있으면 시키라고 했더니,
세가지를 지시하고선 아내는 출근했다.
'무우를 썰어서 채 썰어 놓고, 10시쯤에 절인배추 한번 뒤집고, 마루에 청소기 한번 돌릴것.'
느긋하게 무우 씻어서 채를 썰기 시작했는데,
채칼이 덧대는 게 하나 있어서 채의 굵기가 다르게 나왔다.
'굵은 채로 썰어? 얇은 채로 썰어?'
아내에게 전화했더니, 자기도 잘 모르겠다면서 젓가락 굵기만큼 나오게 하란다.
덧대는걸 대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덧대는걸 대고도 썰어보고, 빼고도 썰어보는데, 도무지 모르겠다.
덧대는 걸 빼고 굵은 채로 썰기로 했다.(그게 빨리 끝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오후에 돌아온 아내는 기어이 한마디 했다.
"당신은 그 정도의 눈썰미도 없냐? 이렇게 채가 굵어서 어떻게 하라구..?"
같이 김장 담그러 온 동네 아줌마들이 그나마 산오리 역성을 들어준다.
"동희 엄마, 김장 무우채는 굵어도 괜찮아..."
시키는 대로 무우채도 썰고, 청소기도 한번 돌리고 났더니
동희가 학교에서 돌아와서 밥 챙겨서 먹었다.
그랬더니 전화가 왔다.
절인 배추 뒤집었냐고 해서 그랬다고 했더니,
그 배추 좀 씻어 놓으란다.
몇번을 씻어야 하냐고 했더니, 세번을 씻으란다.
사실 산오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김장담그는데 한 역할은
김장독 묻기 위해 땅 파거나, 배추 나르거나, 끝나고 나서 시레기 정리 하거나...
그런정도였다. 그래서 김장하는 날을 잡으면 항상 아내는,
" 며칠날 김장 하니까 당신은 집을 좀 나가 있어줘." 했다.
아줌마들 모여서 김장하는데, 남자 하나 있어서 불편하다는 거였다.
배추를 씻는 건 또 어떻게 씻어야 하나? 그냥 물에 휘휘 저으면 되는 건가?
아니면 수돗물을 배추 속속들이 뿌리면서 씻어야 하나?
대충 한번 휘휘 젓고 두번째는 제법 속을 뒤집어 가면서 씻고 있는데,
동네 아줌마 한 사람이 왔다.
아는 아줌마이긴 하지만, 서먹서먹....
"아줌마! 씻고 있던 배추 좀 씻어 주시죠, 저는 점심 먹은 설거지를 할게요."
"예 그러세요"
배추 씻는거 동네 아줌마에게 떠넘기고 설거지 후다닥 해치우고..
그러고 났더니, 동네 아줌마 더 오고, 아내도 배추 절여서 씻은걸
두어 포대기 더 가지고 나타났다. 회사에서 준 배추는 그기서 절여 씻었다고.
양념감으로 사온 대파, 쪽파, 갓 등을 씻었다. 그것도 세번씩..
아줌마들 마루에서 양념 다듬고 만들었고..
다 씻고 나서는 사라져야 할 때가 되었다.
양념 만들어서 배추속에 넣는 건 아줌마들의 몫이었으니까...
사라진다고 하고 목욕탕에 가서는 늘어지게 있다가 집에 갔더니.
집이 깨끗하다. 그리고 아무도 없다.
한참 지나서 아내는 왔는데 다른 집 아줌마 김장 하는데 도와 주러 갔다왔단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말로 '시레기 엮어서 계단에라도 걸어야 하는데..." 한다.
그건 원래 내 몫이기는 한데 그냥 귀찮아서 가만 있었더니,
한참을 지나니까 아내가 뒷베란다에서 시레기를 두줄 엮어서는 들고 나온다.
그리고는 하는 말.
"우리 집에는 남자가 필요 없다니깐... "
평소보다 진일보한 김장담그기 도우미 노릇을 했건만,....
그렇게 30포기의 김장 담그기가 끝났다.
단 의원님 바로 옆이 나모 지부장 같네요? ㅋㅋ 갔다와서 느낀바가 많으신 것 같드만요.
많이 반성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단의원은 전보다 얼굴빛이 좋아지더만요. 산오리님, 약주 조금만 하시고 건강관리 잘 하시면 좋겠어요. 건강해야 비정규직 투쟁도 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