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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5/13
    회상
    처절한기타맨
  2. 2008/04/26
    꿈의 바다
    처절한기타맨
  3. 2008/03/31
    근황들
    처절한기타맨
  4. 2008/03/18
    원스 패러디 시흥역 17차 공연 영상(1)
    처절한기타맨
  5. 2008/03/07
    16차 시흥역 거리공연(천석의 분투)(1)
    처절한기타맨
  6. 2008/03/06
    사람됨
    처절한기타맨
  7. 2008/03/01
    겨자씨만한 무엇이 내안에서 소근거렸다.
    처절한기타맨
  8. 2008/02/10
    오후만 있던 일요일, 낮달같은 백일몽 (1)
    처절한기타맨
  9. 2008/01/20
    몸은 언제나 배고픈 짐승이라
    처절한기타맨
  10. 2008/01/17
    나,야쓰모도 1
    처절한기타맨

회상

  • 등록일
    2008/05/13 00:22
  • 수정일
    2008/05/13 00:22
아침에 눈을 뜨면 이런저런 회상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늙어가는 징후일련지?

이제 고작 마흔의 나이인데 자꾸 생각의 물꼬가
과거로만 거슬러 올라간다.

몹쓸 징후일지도 모르겠지만
잠깐 살아온 날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시점일런지도 모르겠다.

다시 뜀박질하기 위해 가쁜 숨 고르는것이려니
맘 편히 생각해볼련다.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따듯한 것들,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낯선 두근거림들로
다시 꽉꽉 채워봐야겠지.

얼레리꼴레리 얼레리꼴레리

잠시 다녀왔던 청춘의 나날들은
기쁨이랑 슬픔이랑 짬뽕 되어 그리 막 놀아나고 있다.

하지 않으면 않되는 억지스런 일들이 아니라
하고픈 일들을 다시 또 하나하나 마음의 수첩에

또박 또박 적어본다.

희망은 바닥난거 같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뚜벅뚜벅 걷다보면,

예기치않은 순간에 생의 봄날은 또 찾아올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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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바다

  • 등록일
    2008/04/26 22:29
  • 수정일
    2008/04/26 22:29
지독한 감기,
보일러를 켜놓고
방안이 따듯해지기를 기다렸다가

꿈의 바다로 여행을 떠난다.

배 멀미 어지럼증 하나 없는,
잔잔하고 고요한 바다였스면...



바다는 커녕 미국 현지에 있다가
지하철 공사장을 통해 프랑스 시내로 진입.

프랑스 몽마르트 언덕의 주말 거리 갖가지 문화 공연이 다채롭게 벌여지는것을
공중 케이블카 같은것을 타고 다니며 재밌게 구경하기도 하고
별별 오만가지 일을 다 겪음 ㅋㅋㅋ

해금과도 같은 악기를 거리에서 배우고 있는 서양 사람들을
너무나 부럽게 쳐다보기도 하고...

한국계 이주노동자가 길거리에서 내다 놓고 파는
아주 멜랑꼴리한 순정 만화책을 사질 안나,

지리산 실상사 출신인 나를 잘 안다는 길중에게서 여비를 얻기도 하고,

그러다가 꿈의 하일라이트는

굉장한 동양계 미인을 품에 안고 있던 프랑스 청년에게서
그 미녀를 강제로 강탈 납치함.

그 청년의 귀에다가 뭐라고 속삭였을까요?

"이거 내 꿈속이니깐 너무 슬퍼하지마셈..."

근데 줸장 분위기 좋은 호텔 투숙해서
재미 볼려다가 스르르륵 잠에서 깸

망했따...

이런거 보면 나도 확실히 약탈 본능의 마초끼가 있는가벼요~

이런 꿈은 또 난생 첨이넹

졸라 우껴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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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들

  • 등록일
    2008/03/31 02:34
  • 수정일
    2008/03/31 02:34


요사이 이러구 살구 있습당.
진보신당 총선용 인터넷 방송에 긴급 투입 카메라맨 변신

뒤에는 컬트조와 진중권 아저씨

http://newjinbo.org/ 가시면 우측에 생방송 화면으로 뜹니당.

진보신당 칼라TV 코너입지요.

일당은 자원 활동가에게 주는 딱 만냥입니다. ㅎㅎㅎ 캠코더 대여비도 안 빠진다는~

매일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말,달리고 있습니당.




중권 아저씨 담배 피는거 정말 간지나지 않은가용?



공연중 나도 한대 피워 물긴해봤당.
담배 4개월 끊었었건만 ㅡ.ㅡ;;





그리고 민중가수 박준 명동 패밀리 합류 명동성당 월요 공연도 요이땅~



 

간만에 정말 즐겁게 놀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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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패러디 시흥역 17차 공연 영상

  • 등록일
    2008/03/18 01:16
  • 수정일
    2008/03/18 01:16

 

3분33초 이후 휘릭하고 기타맨이 등장해서

 

노래도 곧잘 합니다. ㅋㅋㅋ

 

제 애물덩어리 일렉 기타가 뽀샤시하게 나와서

 

기분이 무척 좋더라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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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차 시흥역 거리공연(천석의 분투)

  • 등록일
    2008/03/07 16:57
  • 수정일
    2008/03/07 16:57

 



 베이스 기타 사고 즐거워 하는 노래하는 이씬의 모습



자세 나오는군 ㅋㅋ





























이마는 터지고 캠코더는 갑자기 테입을 인식 못해서 한참 난감해하던 모습

 

 

반창고 바른 김모씨 사진으로 마무리

고생 많았습니다. ㅎㅎ


 

 


 

 




 이렇게 마음이 아플줄 몰랐어
 이렇게 마음이 괴로울줄 몰랐어

이렇게 세상이 슬플줄 몰랐어
이렇게 눈물이 나올줄 몰랐어

라랄라 랄라라라라라X2
라랄라 랄라 X 2

이렇게 마음이  기쁠줄 몰랐어
이렇게 마음이 행복한적 없었어
이렇게 마음이 편한적 없었어
이렇게 맘편한 노래를 부를줄 몰랐어.

이랜드 물건 사지 마세요
홈에버 매장 가지 마세요
이랜드 물건 사지 마세요
홈에버 물건 사지 마세요 (거리공연 애드립 버전)

머 대충 이런가사 부를때마다 좀씩 바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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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됨

  • 등록일
    2008/03/06 14:59
  • 수정일
    2008/03/06 14:59

사람의 됨됨이

사람이 된다는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던져보고있다.

휴머니즘 인간주의 이런 용어들은

인간이란 존재를 나름 고귀하고 씀씀이 있는 존재로 받드는 단어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란 어떠해야하는것일까?

뒷다마가 아니라 앞다마 맞고 잠시 헤롱헤롱중이다.

사람이라면 그리하면 안되는 일을

참으로 구질구질하게 잘도 해낸다.


사람의 됨됨이를 뼈저리게 느낀다.

사람은 정말 궁지에 몰리고 힘들때

그 자신의 진정함과 진실함을 제대로 까발려 보여준다.


배신 혹은 배반

다른이로부터 배신, 배반 당한것보다는

사실 자기 스스로에게 배반당한 경험이 더 쓰라리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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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만한 무엇이 내안에서 소근거렸다.

  • 등록일
    2008/03/01 23:37
  • 수정일
    2008/03/01 23:37

아주 오래전에 내가 꿈꾸었던 세상
이젠 자꾸만 지워져만 가

그런 내 어린 날에 꾸었던 꿈들
이젠 자꾸만 스러져만 가

궁시렁궁시렁 낭송

추워 동그랗게 몸을 오그리고 겨울잠을 자던
겨자씨만한 무엇이 내 안에서 소근거렸다.

너는 내가 꾸는 꿈의 껍질이야
조금만 더 버텨주지 않을래

너는 내가 날개를 달고 날아오는것이
보고싶지 않니?

꿈의 껍질이 한꺼풀 한꺼풀씩 벗겨질때마다
몸을 악 다물어야 했다.

그때마다 피가, 푸른 몽상의 피가
조금씩 배어나왔다.

반복

아주 오래전에 내가 꿈꾸었던 세상
이젠 자꾸만 지워져만 가

그런 내 어린 날에 꾸었던 꿈들
이젠 자꾸만 스러져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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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만 있던 일요일, 낮달같은 백일몽

  • 등록일
    2008/02/10 12:29
  • 수정일
    2008/02/10 12:29

오후만 있던 일요일, 낮달같은 백일몽

 


일요일 오후 낮, 정신없이 한숨 푹 곯아 떨어졌습니다.  몹시 보고 팠던 사람 보러 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삼등석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가는데 우스꽝스럽게도 신자본주의 체제 전복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현금 수송 열차를 급습하는 도시 게릴라들과 어쩌다 한편이 되어 한바탕 전쟁처럼 총을 드르륵 갈겨대고는 세상으로부터 도피, 도망을 가게 되었어요. 험한 산길로, 산길로만 골라 골라 경찰들로부터, 군대들로부터 피해 몰래 하지만 마치 소풍을 가는것처럼 즐겁게 행군을 하다가 어느 도시에 다다랗는데 조그마한 놀이터에 바글바글 쭈그리고 앉아 예비군 훈련을 받고있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도시 곳곳엔 사실 총알은 들어있지않은 M16 소총을 폼나게 들고 보초를 서고 있는 이젠 나보다도 한참 어린 예비군 아저씨들. 그 안에 예전 유격장에서 같이 한조가 되어서 올빼미들을 훈련시키던 성질 고약한 후임병이 있더군요. 그 친구 내가 참 싫어하던 사람이었는데 꿈속에서도 여전히 연신 나에게 이러쿵 저러쿵 말하면서 예비군 훈련중에 농땡이를 피우며 자리를 빠져 나가려는 사람들을 붙잡아 자리로 돌려보내는 일을 열심히도 하고 있더군요. 그는 말끝마다 민중을 위해서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 봉사하는 그런 일을 지금도 하고 있는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하더군요. 그 동네 아마도 꽤나 큰 항구 도시의 어느 뒷골목이었던거 같아요.다만 배추 흰나비처럼 파도위로, 바다위로 폴폴 날아 오르고 싶었어요. 아니에요!  내 너덜너덜해진 날개를 접고 지친 발을 닦고는 맘편히 한숨 푹 자고 싶었어요.  그런데 사실 우물쭈물 그러지를 못하고 길모퉁이 한구석에 헌 신문지를 깔고 전전긍긍 끙끙 앓아 누웠어요. 과연 누가 날 받아줄런지 숨겨 줄런지 그럴런지 자신이 통 없기도 했고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는것은 너무 싫었지요. 나같이 영영가 없는 도망자를 누가 품에 받아주겟어 머리를 도리도리 좌우로 흔들며 자책하다가 낮달같은 백일몽에서 그만 깨어났어요.  발끈 고개를 치겨든 어쩔수없는 부질없는 부질없는 욕망 따위들. 잠시 낮에 빼꼼히 나온 눈여겨 보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초승달처럼 금방 그렇게 기울어버리겟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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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언제나 배고픈 짐승이라

  • 등록일
    2008/01/20 01:21
  • 수정일
    2008/01/20 01:21

늘 오락가락한다.

결정을 내리기전에 늘 오락가락

감정적 판단이건 이성적 판단이건 간에

마음 가는데로 혹은 몸이 이끌어주는데로

올곧게 가고픈데~ 참 쉽지않다.

오래전에 썻던 시의 한 구절이 문득 떠올라

그저 오늘의 심경을 대신해 올려 본다.

가끔은 사는게 쓸쓸하고

먹먹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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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쓰모도 1

  • 등록일
    2008/01/17 14:54
  • 수정일
    2008/01/17 14:54
 

< 고도부끼에서의 하루 - 5000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졸린 손으로 더듬더듬 창문을 열고는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내다보니 차가운 늦가을의 바람에 가로수 이파리들이 부르르 온몸을 떨고있다. 아직 어둑어둑하기만 새벽 거리, 배가 몹시 고픈 짐승처럼 등을 푹 수그린 사람들이 하나둘 여관 문을 나서고 있는 것이 내려다보인다.


  우라질! 오늘 하루는 지지배라도 하나 꿰차고 공원에나 놀러가 여자친구가 준비해온 도시락이나 까먹으면서 야들야들한 허벅지나 베고 누워 한숨 늘어지게 낮잠이나 실컷 자보았으면 좋으련만, 아휴! 한숨이 절로 새어 나온다.


잠이 들깬 상태로 노상 쓸데없는 몽상부터 한다. 늘 아침은 이렇듯 엉뚱한 상상으로 시작하지만, 별 도리가 없다.


“씨팔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니미랄 좆도. 일 나가야지 별 뾰족한 수가 있나.”


나, 야쓰모도는 혼자 궁시렁 궁시렁 툴툴거리며 냉장고를 열고는 우유와 바나나를 꺼내 간단히 아침요기를 하고 거리로 나섰다.


날이 제법 차다. 거리는 벌써 하루 일자리를 얻기 위해 나온 불법 체류자들로 득시글 득시글 대고 있다. 한 부랑자가 종이박스를 태워 밤새 길바닥에서 노숙을 하느라 딱딱하게 굳은 몸을 녹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불현듯 처음 이 거리에 왔을 때 느꼈던 황량함이 새삼스럽게 다시 느껴진다. 첫날 이곳 고도부끼에 일을 하기 위해 왔을 때 어두컴컴한 길가 여기저기에선 지린내가 진동을 하고, 길 모퉁이 구석마다 술 냄새와 구정물 냄새를 풀풀 풍기는 부랑자들 이 라면박스나 신문지를 깔고 잠을 자고 있었다. 더군다나 귓가에 들려오는 친근한 모국어로 된 신선한 욕지거리들.


“야 이 씨발놈들아, 너희들 죽고 싶냐. 이 개새끼들아.”

“좆같은 새끼들 어디 남의 돈을 떼어먹으려고 그래...”


아주 곱게 분단장한 계집과도 같은 얼굴의 일본, 그러한 모습만을 보아왔던 나,야쓰모도에게 이 거리는 무척 낯설었지만 이제 이곳에서의 생활도 한 달이 거의 다 되었고 이제 웬만한 이들은 한 두어번씩 이상은 같이 일을 나가 이제 이 거리의 몇몇 얼굴들은 낯이 익을데로 익어버렸다.


종이 박스를 불태워 그 온기를 조금이라도 몸에 옮겨 보려하는 부랑자들.

허겁지겁 값싼 우동 국물을 들이키며 아침 허기를 달래는 일당 용역 노동자들.

눈구멍 안쪽으로 꾸역꾸역 밀려 들어오는 비루하기만 한 생의 뒷골목 스산한 아침 풍경들.


“어이 야쓰모도 어제 일했냐.” 

나와 똑같이 야쓰모도라는 일본이름으로 불리는 아저씨가 먼저 아는 체를 한다.

“예 어제 코일 싣고 들어온 배 있어서 다행이 일 나갔어요. 아저씨는요?”

“나 3일간 일 못했다. 그나저나 방세 밀려 큰일이야.”

“그래도 자넨 젊고 일본말도 좀 하니까 일본 놈 십장들이 웬만하면 데리고 나가주잖아.”

“요새는 그렇지도 않아요. 돌아가면서 쉬게 하더라구요.”


고도부끼 인력시장의 사거리 한가운데에 위치한 공중변소 앞에 주차해서 똥차라고 불리는 봉고차가 거리로 들어서고 있다. 공중변소가 세워진 이유 역시 술취한 부랑자들, 노동자들이 하도 노상 방뇨를 해대서 결국 공중 변소를 길거리 한가운데에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일본에 와서 길바닥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지린내를 맡아본 곳은 딱 여기 고도부끼 뿐이었다.


사람들이 우르르르 모이를 얻어 먹으려고 물위로 모여드는 금붕어 떼 모양 차 앞으로 다가선다. 십장이 차에서 내리더니 손가락 아홉 개를 펴 보인다. 오늘은 아홉 명을 쓴다는 뜻이다. 언제나 똥차 앞에 모여선 사람의 경쟁률은 두 세배에 달한다. 십장하고 안면이 있어 고정적으로 일을 나가는 인원을 제외하면 고작 네 다섯 명 정도가 일을 할 수 있다. 손가락이 하나 하나 사람들을 지목한다. 지목된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잽싸게 차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서 자리를 잡자마자 대개 눈을 질끈 감고 모자란 아침잠을 청한다.


운이 좋았다. 고정적으로 일 나가는 일본사람 하나가 오늘은 일을 나오지 않았다. 나, 야쓰모도는 그 사람의 대타로 지목되어 맨 마지막으로 차안에 올라탄다. 다른 야쓰모도 아저씨는 오늘도 공쳤다. 그가 쓸쓸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봉고차는 서서히 출발하고 사람들의 시선들이 계속 봉고차를 따라온다. 그들의 눈동자가 새까만 똥파리로 변하더니 눈구멍에서 쏙 빠져 나와 까맣게 창문에 들러붙는 듯한 상상이 문득 들었다. 십장은 파리채를 꺼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파리들을 한 마리씩 탁탁 쳐서 죽여 버린다. 창에 들러붙은, 허연 내장을 들어낸 짓이겨진 몸뚱이들. 가느다랗게 발을 달달 떨며 죽어 가는 파리 떼들. 나, 야쓰모도는 눈을 질끈 감는다. 이른 새벽 차안에 먼저 자리잡은 이들은 그새 곤한 잠에 빠져 있다.


가장 먼 곳으로 일을 나가기에 아침 새벽에 제일 일찍 거리로 들어오는 이 똥차가 귀국 수속을 밟는 동안의 나, 야쓰모도의 밥줄이다. 몇달전까지만해도 일거리가 제법 있어 사람들이 일을 골라 나갔다 한다. 똥차는 여기 요코하마 고도부끼 부두 노동자 인력시장에 처음 온 사람들이나, 정 일이 없을 때 남들보다 부지런하게 일찍 일어나면 탈 수 있는 마지막 밥벌이 수단이었다. 그런데 요사이 경기가 별로 안 좋아 이 똥차마저도 경쟁이 불 붙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거리로 나와 7시까지 일을 기다리다가 결국 일이 없어 다시 방안으로 들어갈 때의 참담함. 그래도 자식 새끼들 딸린 아저씨들에 비하면 그나마 심적인 부담은 적은편이라고 자위하며, 방 한구석에 야한 그림 깔아놓고 빳빳하게 선 아침 좆, 딸딸이나 한번 쳐 자빠트리고, 다시 밀린 잠이나 더 자다가 일어나 점심 대강 때우고, 낯선 타향의 거리를 하릴없이 쏘다니는 게 일을 나가지 못한 날의 일과이다. 일요일이면 하라쭈꾸나 신주쿠, 이께부꾸로, 아끼하바라와 같은 도쿄의 중심 가에 나가 사람들 구경과 눈요기 쇼핑을 한다. 햄버거나 라면, 야끼소바 같은 것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며 돌아다니다 여관으로 돌아와 TV나 조금 보다가 내일 일을 위해서 일찍 잠을 청한다.


도쿄에서 일하던 공장의 사장 집에 정원 정리를 하러 간 적이 문득 생각이 난다. 하루종일 정원을 뒤덮은 잡초를 뽑고, 땅을 갈아엎고, 정원수에 농약을 치고, 그리고 저녁밥을 얻어먹고, 하룻밤 잤다. 그뿐이었다.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던 청춘의 나날들. 농담처럼 그때 같이 일하던 이다까라 불려지던 불법체류자에게 이 피끓는 청춘을 풀이나 뽑는 데나 쓰고 있다니 제기랄! 하고 푸념하곤 했었다. 푸념하면서 이러한 지긋지긋한 일상의 노가다들이 똥거름이 되어 나,야쓰모도가 생의 꽃을 활짝 피우는데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반문하곤 했었다.


운전사 다나까상만을 빼놓고 사람들은 모두들 정신없이 잠들어 있다. 아침을 늘 사먹는 길거리의 조그만 도시락가게 앞에 봉고차가 서자 부스스 일어나는 좀비와 같아 보이는 사람들. 도시락으로, 컵라면으로, 빵과 우유로 아침을 때운다. 가게 아주머니는 언제나 해사한 밝은 웃음으로 우릴 반긴다. “오하이요 고자이마스!” 우린 그녀 가계의 밥줄이다. 그녀의 애들은 우리들이 매일 아침 지불하는 밥값으로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일과가 시작되었다. 어제 하던 일이 남아있어 그 작업을 시작한다. 세 개조로 나뉘어 한 조는 배 안에서 수십 톤이나 되는 동그란 자석같이 생긴 강철코일에 구슬 꿰듯 철사 줄을 크레인에 걸어주고-이걸 일본말로는 다마가끼 라고 한다-바깥의 한 조는 코일을 내릴때 컨테이너 트럭에 싣기 좋게 방향을 잡아주고, 마지막 한 조는 컨테이너 트럭 위에 강철코일을 부린다. 나, 야쓰모도는 배 안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야마모도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는 반백의 머리를 한 할아버지와 그리고 일본인 노무자. 셋이서 배 안에서 일을 한다. 야마모도 할아버지는 제주도 출신으로 이곳에 온 지는 삼십 년도 더 되었다고 한다. 나이를 여쭈어보자 올해 환갑이라고 하신다. “이제 그만 쉬실 때도 되지 않으셨어요?” 라고  말하자 펄쩍 뛰시며 그래도 아직 힘이 남아 있을 때 한푼이라도 더 벌어 들어가야지 속 편하지. 자식놈들 눈치보며 사느니 지금처럼 일하면서 한푼이라도 더 버는것이 오히려 속 편하다고 말씀하신다.


잠시 쉬는 시간 담배를 태우면서 배의 맨바닥에 대충 퍼질러 앉아 쉬는데 같이 일하게 된 일본인 노무자 나, 야쓰모도가 곧잘 일본말을 알아듣고, 그럭저럭 의사소통이 되니 이것저것 꼬치꼬치 질문을 해온다. 하긴 누구든 외국인을 만나면 무어든 궁금해지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어디서 왔는지, 나이는, 가족은, 전에 무엇을 했는지, 결혼은 했는지, 등등 대개 이러한 것들이 누구나 비슷하게 던지는 질문이다. 가끔은 이야기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진다.

기따조센(북한)과 강고꾸(한국)는 같은 민족이면서 왜 날마다 싸우느냐고 질문했을 때 어느 편에도 손들어 줄 수 없었던 답답하기만 했던 부끄러움들.

그의 손가락은 몇 개가 잘려나가 있다. 처음에는 산재(産災) 때문인가 했는데 야마모도 할아버지가 슬쩍 뺨을 손가락으로 쓰윽 긋는 시늉을 한다. 아하! 야꾸샤 출신이었구만. 조직에서 손을 떼려면 손가락을 자르고 나와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었는데 여기 실제 인물이 있었구만. 게다가 그는 아래위 이빨이 하나도 없어 틀니를 끼고 다닌다. 별 이상한 규칙들을 다 만들어내는 인간들이란, 또한 규칙에 희생 당하면서까지 규칙을 지켜야만 한다고 믿는 인간들이란, 도무지 이해하기 싫은 족속들이다.

그가 처음에는 꺼림칙하게 생각 들었지만 차분차분 말하는 그의 말투 때문인지 처음에 느꼈던 꺼림칙함이 차차 엷어지고 나름대로 선량하게 느껴진다. 담배도 곧잘 나눠주고, 점심도 같은 탁자 위에서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니 그 또한 그저 보통의 사람일 나름이다. 나, 야쓰모도의 짧은 일본어실력을 가지고 대단하다고 연신 칭찬해주는 아래위 이빨이 하나도 없는, 손가락이 여럿 잘려나간 전직 야꾸샤 출신 부두 노동자.


도시락을 다 까먹고 선창가로 나와 담배나 한 대 태우며 무료하게 날아가는 갈매기나 쳐다보며 바다 위를 부유하고 있는 해파리 수를 하나하나 세보고 있을 때였다. 한 한국인 아저씨가 얼굴이 벌개져서 나, 야쓰모도에게 다가온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나, 야쓰모도에게 말한다.

“이봐, 자네 이런 말 들어 본적 있어?”

“먼데요?”

“자네 혹시 고도부끼에 한국 창녀 있다는 말 들어봤나?” 

“아뇨?. 그런 건 없을 텐데. 술집 호스테스는 있어도 무작정 몸 파는 곳은, 또 그런 여자는 아마 없을걸요.” 

“그래 그래. 그럼 그렇지. 그럴 리가 없지.”

잠시 숨을 몰아쉬더니 말한다.

“근데 저기 저 일본 놈 십장새끼가 밥 처먹다가 5000엔만 주면 한국 여자와 한판 할 수 있다고 자랑하잖아. 혹시 그런 여자가 있긴 하나. 약간 미친것 같은 여자가 고도부끼에 하나 있긴 하잖아.”

“네? 아저씨 뭐라구요.”

머리끝까지 피가 치솟아 오름을 느꼈지만 나, 야쓰모도는 애써 태연한 척 화난 감정을 지근지근 밟아 눌러 버렸다.

하긴 이곳 일본 긴자 같은 데는 술 팔러, 몸팔러 들어온 우리 나라 여자들이 꽤 많으니 5000엔은 거짓말 좀 보탠 얘기일지라도 그런 실제 비슷한 여자들이 있긴 한 셈이다. 처음 일하던 공장에서 같이 있던 이다까란 친구도 긴자의 한 술집에 여자애들 두 명을 소개시켜주어 한 달에 10만 엔씩 두 당 20만엔 꼬박꼬박 소개비로 챙기는 것을 보긴 했다.


5000엔만 있음 한국여자와 한 번 할 수 있다고. 그 말이 하루 웬 종일 자꾸만 나, 야쓰모도의 귓가에 맴돈다. 언젠가 같이 잠시 일했던 한 일본인. 자기 회사에서 단체로 한국 관광 보내준 것 자랑을 하더라. 미아리가 어쩌고 하는데 그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무슨 모텔인가, 호텔에서 콜걸 불러 재미 좀 보았다고.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여기 이곳 고도부끼에 일하는 최하층의 부두 노동자까지도 회사에서 한국 관광을 단체로 보내주곤 한다고 한다. 사실 여기 일본에서는 남자들이 내세울만한 직업을 가지지 못한 능력없는 하층계급인 경우 제대로 결혼도 하지 못하고 평생 독신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는데 어찌보면 그들 밑바닥 인생들의 욕망은 여기저기 동남아 각지에서 몸 팔러 온 여자들이 해결을 해주고 있다. 정태춘씨의 ‘육만엔이란다‘라는 노래가 문득 떠오른다. 관심 있는 분은 한번 들어보시기를 권해본다. 나, 야쓰모도는 이곳 고도부끼에서 또 하루를 살아 보았다. 5000엔이라? 나, 야쓰모도의 그 날 하루 일당은 9000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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